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한 여름 더위를 어떻게 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 가나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어 실내에 들어서만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다.
1700년대 중국 청나라 황제들은 베이징에서 수백km 떨어진 허베이성 청더시에 여름 별장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피서 별장으로 불리는 청더시의 여름 별장은 황제가 머무는 동안 정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외국사절의 접견도 이곳에서 행해짐으로 이곳은 여름철이면 청나라의 제2수도가 된다. 여름 별장의 규모가 564만㎡에 이르니 현존하는 중국 최대 궁궐공원이라 한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중국과는 달리 아무리 더워도 궁궐 밖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경복궁의 경회루나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창덕궁 후원에서 더위를 피했다. 찬 계곡물에 발을 담가놓고 부채를 부치며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름철 더위가 크게 다를 바 없을 터인데 임금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고작 이것이 다다. 조선 9대 임금 성종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반(水飯)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수반은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말한다.
22대 정조 임금은 더위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찾아다닌다고 만족할만한 곳이 있느냐 지금 있는 장소에서 만족하고 참고 견디면 여기가 서늘한 곳이라 말했다고 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여름나기를 걱정한다. 문명의 이기 덕분에 옛 왕들보다 시원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데, 그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