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대망상자의 피해의식인가? 그게 아니면, 민감한 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업체의 정상적 조치인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전 역사강사 전한길 씨가 최근 “구글코리아가 내 유튜브 채널에 수익 창출 정지 통보를 했다”며 “이는 분명한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트루스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석한 전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며, 이는 민감한 문제 탓에 수익 정지를 시켰다는 구글코리아의 설명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덧붙여 한국의 구글코리아를 좌파가 장악했기에 보수 유튜버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구글 본사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 측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살펴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의 공식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결정은 미국 구글 본사에서 승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이는 전씨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수익 창출 정지를 구글 본사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뀐 정권과 불화를 지속해온 전한길 씨는 이날 신변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말했다. 자신은 출국금지와 구속의 위험성 탓에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이며, 갑작스런 피격을 막기 위해 150만 원을 주고 방탄복까지 구입했다는 것. 전씨가 쏟아내는 말에는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을까? 주관적 주장이 신뢰성을 얻으려면 객관적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전한길 씨는 구글코리아에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15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의사도 없는 ‘그냥 쉬었음’이라고 하는 인구통계가 있다. ‘쉬었음’ 인구통계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의 수를 말한다. 쉬었음 인구는 실업자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실업자는 구직 활동을 하지만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이다. 그래서 구직의사 없이 쉬는 사람은 실업률에 포함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냥 쉬는 인구의 상당수가 노동력이 가능한 연령대지만 취업난이나 불경기 등으로 취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일할 의사도 없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의 수가 264만명(8월 기준)에 이른다. 연령층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이 43만명, 30대는 32만명이다. 그중 가장 왕성하게 일할 연령대인 30대는 올 8월 중 그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30대 연령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청년층의 고용률이 16개월째 하락 행진 중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 경제단체 조사에 의히면 청년 인구가 줄고, 그냥 쉰 청년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연간 9조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했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반증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가 계속 침체되고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쉬었음 청년을 구제할 일자리 창출만큼 다급한 과제는 없어 보인다. 정치가 정쟁(政爭)으로 소모할 때가 아닌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4
KB부동산이 밝힌 9월 중 통계에 의하면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ㄹ아파트다. 지난 6월 거래된 가격이 72억원이다. 반면에 비슷한 규모로서 전국에서 가장 낮게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김천시의 ㅅ아파트다. 지난 5월 거래 가격이 7000만원이다. 이 아파트 102채와 서울 ㄹ아파트 한 채가 맞먹는 가격이다. 서울 인기 아파트단지의 똘똘한 한 채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통계다. 똘똘한 한 채란 시세상승 가능성이 높고 환금성이 좋으며 실 거주와 투자 가치가 모두 뛰어난 부동산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서울 강남·서초 일대의 인기 아파트단지로서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 등이 뛰어난 알짜배기 부동산이다. 똘똘한 한 채가 투자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규제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여러 채를 구입하는 것보다 확실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 세금 부담도 피하고 자산의 안정적 가치상승도 기대할 수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거양득 효과를 본 것이다. 지방의 아파트 102채를 팔아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다는 가정에 기절초풍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 아파트 값만으로 본다면 지방의 아파트는 처참할 지경이라 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를 보는 젊은층이 지방에 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결국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과거의 정부 정책은 늘 헛발질만 한 것 아닌가. 지방에서는 똘똘한 한 채보다 똘똘한 정책을 바라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1
취직이 어려운 시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검증된 영어 실력을 갖추고, 거기에 학점까지 높아도 일자리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가장 큰 희망 가운데 하나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학교 다닐 땐 전공과 외국어 공부에 매달리고, 졸업 이전에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인턴활동과 사회봉사에도 열심이다. 그래도 취직은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면? 이건 ‘공정의 붕괴’라 불러 마땅한 심각한 문제다. 지난 9일 이와 관련된 사안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언급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최근 노동조합원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부여하자는 것과 관련된 논란을 보도를 통해 봤다”며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KG모빌리티 노동조합이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고, 회사가 이를 추진하다가 논란 끝에 재검토한다는 뉴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봉건시대엔 아버지가 높은 벼슬에 있으면 그의 자녀를 선발과정 생략하고 관리로 발탁해 쓰는 제도가 실재했다. 세칭 음서(蔭敍)다. 능력과 무관하게 부모가 가진 지위나 권력에 의해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이 제도는 불합리성 탓에 오래전 폐지됐다. 혈통에 의해 결정되는 신분제가 사라진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음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 자식에게 일자리를 대물림하겠다는 노조는 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건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10
악수란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인사 방법이다. 나라마다 문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반가움이나 친근, 화해 등을 드러내는 인사법이다. 이런 악수에는 예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윗사람이 먼저 청할 때 악수를 해야 한다. 악수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로 쳐다보아야 한다거나 왼손잡이도 오른쪽 손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등등이다. 2013년 미국의 빌게이츠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의 일화다. 빌게이츠는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공개되자 미국의 한 언론은 그의 무례함을 비판한 적이 있다. 비록 사소한 악수일지라도 장소와 사람에 따라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치인은 악수를 특별하게 해석할 때가 많다. 정치인이 사람을 만나 악수하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중국을 다녀왔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귀국 후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고 자랑하며 악수한 그 자체가 성과라고 말해 어리둥절케 했다. 그의 악수를 두고 남북 관계의 복원 가능성이나 한반도 정세에 작은 변화 가능성을 주었다는 정치적 해석을 따로 붙인 것이다. 김 위원장과 아주 잠깐 악수를 한 것에 불과한데 해석치고는 너무 거대해 보였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는 죽어도 악수않을 것 같았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를 하자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나기조차 꺼렸던 양 대표의 첫 악수가 성사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화해일 수도 있고 대화의 시작일 수 있는 두 정치인의 악수 이후가 어떨지 기대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9
이걸 내홍(內訌)이라 불러야 할까,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 해야 할까? 조국혁신당이 ‘성비위’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지난 4일 그 당 강미정 대변인이 당내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각한 사안이 제기됐음에도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성희롱은, 언어폭력은 범죄는 아니다”라는 상황 파악 못한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사회적 파장과 논란이 커지자 7일 황현선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도 물러났다. 이로써 조국혁신당은 자의 반 타의 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조국혁신당에서 시작된 불길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성희롱을 당하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를 비난하는 듯한 최 원장의 발언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최 원장도 스스로 자리를 버렸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왜냐? 그 당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인 소유주라 할 수 있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는 게 남았기 때문. 이른바 진보 진영의 성희롱과 성폭력 스캔들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인 악재 가운데 하나다. 현재도 보수 진영은 ‘때는 지금’이라는 듯 목소리 높여 조국혁신당에 돌을 던지고 있다. 그 돌팔매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향후 다가올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앞서 조국혁신당 내부 문제부터 명쾌하게 해결해야 마땅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8
지하댐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몇몇 군데서 운용되고 있는 저수 시설이다. 일본은 1964년 한 학자의 주장으로 제기돼 현재 전국에 18개의 지하댐이 건설돼 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지하수자원평가센터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개가 지하댐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막에 지하댐을 만들어 도시로 용수를 공급한다. 지하댐이란 땅속 깊이 물막이 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모아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어촌공사가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고자 1984년 경북 상주에 지하댐을 만든 것이 최초다. 그러나 댐의 활용 면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땅속 깊이에 지하수를 모아둠으로써 증발이 되지 않아 손실이 적고 기존의 댐보다 건설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강릉의 가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으로 지하댐 건설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속초시는 강릉과 비슷한 기후조건에 놓인 도시이면서 물 부족난을 지하댐 건설로 해결해 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속초시는 1998년 주요 취수원 하천인 쌍천 일대에 지하댐을 건설해 취수원 용량의 절반을 해결했다. 이후 2021년 두 번째 쌍천 지하댐을 건설해 수십만t의 지하수를 저장하는 물 부자도시로 변모했다. 지난 7월에는 물 축제까지 벌일 정도였다. 강릉시는 생활용수의 80% 정도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 저수지 물이 마르면 대안이 없다. 무더운 여름에 제한급수로 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 수준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책의 하나로 지하댐도 검토해볼만 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7
교육부 장관의 덕목은 아주 고결하고 특별한 것일까. 새 정부 들어 교육부 장관 후보에 처음 올랐던 이진숙 후보자가 중도에 낙마하고 난 뒤, 한 언론사는 교육계의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교육부 장관의 덕목을 정리해 보도한 적이 있다.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한가지는 교육가로서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 다른 하나는 소통 능력이다. 잘 알다시피 전문성은 다양한 교육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식견과 교육적 안목을 뜻한다. 도덕성은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청렴성과 정직성 등이다. 소통 능력이란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소통하고 갈등을 다스리는 교육 리더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다.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치맛바람을 일으킬 만큼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구상 최고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장관 후보자로서는 부적절한 과거 행적과 언사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음주운전 이력이나 논문표절 의혹, 정치적 편향성, 부적절한 언사 등이 장관직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다수당인 여당이 수용않으면 장관은 여당 뜻대로 간다. 여당은 여당 뜻대로 하더라도 교육부 장관의 덕목은 한 번쯤 살펴보면 좋겠다. 자식의 교육을 국가에 맡기는 부모의 안목이 교육에 관한 한 정치보다 더 높다는 사실도 직관할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4
“나를 품는 사람이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도 받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는 이런 큰소리도 쳤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내 대학 선배다. (다음) 대구시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 만약 내가 공천을 받는다면 이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론자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전 역사강사 전한길 씨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론 정치학자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유사 점술가 같은 행태도 보인다. 얼마 전부턴 ‘전한길 뉴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스스로를 언론인이라 부르고 있기도 하다. 파토스 넘치는 전씨의 음성과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어법에 지지자들은 열광하지만,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은 비난의 손가락질을 보내는 게 지금의 상황.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부풀려지고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지속하는 걸 우리는 ‘과대망상(誇大妄想)’이라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자기 확신과 주관적 신념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 과대망상증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한국처럼 매일매일 상황이 변하는 정치 환경에서 2026년에 열릴 지방선거의 구체적인 결과를 확언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러니, 그보다 더 훗날의 일인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과대망상이 개인의 불행으로 끝난다면 과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이미 전씨는 ‘한 개인’의 범주를 벗어난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한길 씨의 과대망상에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3
“가뭄이 더 무서울까” “홍수가 더 무서울까” 결론이 잘 나지 않는 질문이다. 우리 속담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가뭄에는 아무리 심해도 얼마간의 거둘 것이 있지만 큰 장마 끝에는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속담에는 “칠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장마의 후유증이 더 무섭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홍수는 단기적으로 큰 피해를 내지만 가뭄은 시간적으로 오래 끌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뭄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홍수, 폭우, 가뭄, 폭염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잇따라 변괴를 일으킨다. 한쪽은 폭우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폭염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올 8월 서울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교통두절 등 시민들이 난리를 겪었다. 그 시간 서울에서 150km 떨어진 강릉에는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벌어졌다. 좁은 한 나라 안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후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2년 전 중남미 우루과이에서는 100년 만에 닥친 가뭄으로 수도권 인구 340만 명의 물을 공급할 저수지가 바닥나자 생수 가격이 폭등했다. 이 바람에 물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지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물 부족 사태를 이유로 강릉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사례를 남겼다. 기후 위기 시대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 강릉의 가뭄 사태를 반면교사 삼는 기회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2
10년 전쯤이다. 소장한 유물을 정리하던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가 흥미로운 걸 발견한다. 세칭 ‘임치표(任置票)’. 누군가에게 금품을 맡겼다는 걸 증명하는 문서였다. 임치표의 내용은 안태환이란 자가 현재 돈으로 8000만원에 ‘참봉’ 벼슬을 팔았다는 것. 안씨는 조선 말기 고종 때의 관료였다고 확인됐다. 참봉은 종9품의 보잘것없는 하위직. 그럼에도 그게 적지 않은 돈에 거래된 것이다. 이는 뇌물로 벼슬을 사고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조선시대에 분명히 존재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종9품 벼슬이 그만한 가격에 팔렸으니, 큰 권력을 가진 자에게 큰 벼슬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바친 뇌물은 얼마만한 거액이었을까? 우리가 근대 공화정 이전의 봉건시대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공연한 매관매직 행태.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금거북이 하나를 찾아냈다. 함께 발견된 건 금거북이를 건넨 사람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편지다. 김건희 씨는 이미 고가의 목걸이와 시계 등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심 속에 있다. 그런데, 연이어 뇌물용으로 추정되는 금거북이까지 등장한 것. 이에 특검은 김씨가 다수에게 비싼 귀금속을 받고 인사 청탁에 응했다는 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라고 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서민들은 뇌물은 고사하고, 과일 한 박스 선물로 받는 것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 싶어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그것도 엄연한 공화제국가에서 영부인이었다는 사람이 매관매직을 의심받고 있다. 한심하다. 남편이 통치하던 시절, 그녀는 자기 혼자 전근대를 살고 있었던 것일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1
전국에서 쏟아지는 저출생 극복전략 가운데 1000원주택이란 아이디어는 매우 강력하고 매력이 있는 정책으로 돋보인다. 1000원주택이란 결혼을 앞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하루 1000원 임대료, 즉 한달로 치면 3만원의 월세만 내고 거주하도록 하는 저렴한 비용의 주거복지 정책이다, 대도시에서 실제로 소요되는 주거비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젊은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천시가 처음으로 1000원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올 상반기 중 입주자 선정을 끝내고 하반기부터는 입주를 한다. 공모과정부터 청년층, 신혼부부들의 응모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청년층의 호응이 좋으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하루 1000원의 가격으로 비록 소형 아파트지만 내집처럼 살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생활기반 정착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 처음으로 포항시가 1000원주택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와 지방소멸 대응, 취업과 연계한 주거복지지원 정책으로 추진되는 포항시의 1000원주택은 인천시와 조건은 비슷하다. 일차적으로 청년층, 신혼부부 등이 대상이다. 인천과 달리 포항은 인구소멸의 위험성이 큰 지역이다. 파격조건으로 젊은이들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1000원주택이 주거의 안정을 제공하고 일자리와 연계돼 지역에 남게되는 전국에서 가장 매력있는 정책으로 인식시켜 가야 한다. 청년층을 붙잡는 포항시의 특색있는 핀셋정책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31
칭찬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칭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무기라는 뜻이다. 개인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나라 간 외교에서도 칭찬의 효과는 크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계 지도자들의 칭찬 릴레이가 쏟아지면서 칭찬 외교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란 폭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가끔 자식에게 따끔한 매를 들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든 것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한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이 추천한 문서 사본까지 꺼내 든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7월에는 아프리카 5개국 수장들이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해 세계가 또 한 번 주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들은 칭찬 공세가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했다. 가끔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정책 후 트럼프와 눈을 마주치면서 아첨하는 외국 지도자가 늘고 있다는 칭찬 외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칭찬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는 분석이다.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국익을 챙기려는 세계 지도자들의 칭찬 릴레이를 비판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현대화의 상징인 등소평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인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며 ‘흑묘백묘론’을 펼친 바 있다. 칭찬이든 아부든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8
5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소림사(少林寺)’라는 중국 사찰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 1980~1990년대 허난성 숭산에 자리한 소림사가 공간적 배경이 되고, 그곳 승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우후죽순 한국에서 개봉됐다. 머리칼을 박박 밀고 노란색 승복을 걸친 승려들은 하나 예외 없이 쿵푸와 봉술의 절정고수였다. 그 시절 한국 중고생에게 소림사는 약자를 핍박하는 악당으로부터 선량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됐다. 돌아보니 낭만적인 옛날이야기다. 바로 그 소림사가 최근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소림사의 30대 주지 스융신(釋永信)이 성적 방종과 부정한 방법의 축재로 중국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구금됐다는 뉴스. 나라가 커서일까? 부정과 타락의 스케일도 엄청나다. 외신에 따르면 승려 스융신이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은 한국 돈 2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관계를 가진 여성이 50명을 넘고 그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174명이란다. 속세와는 거리를 둬야 할 승려임에도 11개나 되는 회사를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리 운영했다는 추문까지 있었다고 한다. ‘소림사의 실력자’ 스융신이 여론의 돌팔매를 맞고 자유를 박탈당하자 최근 소림사 승려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속(還俗)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짐작하건대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어서였을 터. 쉽지 않은 수도의 과정과 고행을 기꺼이 감내해야 할 승려가 돈과 여자라는 세속적 욕망을 이기지 못해 오물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니 삼가는 자세로 겸양하게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울 일인 듯하다. 그게 승려이건 필부(匹夫)건.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7
지난 20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성 현역병 복무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인구 절벽으로 군에 입대할 남성이 줄어들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여성 현역병 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논의의 추이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현역병 선발 시 성별과 관계없이 지원자를 뽑을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현행법상 여성도 현역 복무가 가능하나 장교나 부사관으로만 복무가 가능하고 일반 병사로는 복무할 수 없다. 여성들의 군 복무는 세계적으로 1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로 성 중립적 징병제를 도입한 나라는 노르웨이다. 헌법에 국가 방위에 대한 평등한 책임을 명시하고 징병에서 복무, 보상까지 전 과정을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준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여성의 90%가 복무 후 만족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노르웨이에 이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도 국민의 72%가 여성의 징병제 도입에 긍정적이라 한다. 다만 이들 나라는 성평등 지수가 세계 상위권 국가란 점은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성평등 지수가 세계 146개국 중 94위다. 노르웨이는 상장 기업의 40%를 여성 임원으로 임명해야 하는 법이 존재하고, 정부 직원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러나 여성의 현역병 지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이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여성징병제 도입에 따른 제도적 보안을 해야겠지만 22대 국회에서 시행 여부가 판가름 날지는 미지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6
누가 뭐래도 21세기는 합리와 이성의 시대다. 이를 부정하는 건 그 사람의 정신이 전근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과학의 발달로 머지않아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게 되고, 최첨단 AI가 일상화돼 생활 속으로 들어온 오늘. 합리·이성과는 무관한 무속인에게 길흉화복을 묻는다는 건 우매한 행위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 김건희 씨는 유독 역술인, 법사, 풍수전문가 등과 가까이 지냈다. 윤석열 씨 파면 이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됐다. 대통령 업무 공간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대통령 부부의 순방 때 어떤 행사장을 가거나 가지 않는 걸 결정하고, 특정 종교가 김건희 씨에게 전달하려 했던 값비싼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중간에게 브로커 역할하며 건네고…. 이 모든 기이한 행위와 범죄 혐의에 무속인의 이름이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천공, 건진법사, 풍수전문가 백재권 등이다. 이쯤 되니 대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누구와 논의해 국사(國事)를 결정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진나라의 첫 번째 황제 조정(趙政)은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유명하다.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하도록 명령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전혀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던 진시황이 땅에 파묻은 건 유학자가 아닌 혹세무민을 일삼으며 나라와 백성을 농락한 사이비 무속인들이라는 것. 2200년 전 중국 왕도 믿지 않던 무속인들의 허무맹랑한 말을 금과옥조로 섬겼고, 그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이곳저곳에서 날뛰게 방치했다는 의심만으로도 국민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5
지난 주말인 23일은 처서다. 24절기 중 열 네번째 절기인 처서(處暑)는 한자말 그대로 해석하면 더위가 멈춰 선다는 뜻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체험적으로 터득한 기상에 대한 깨달음을 각종 속담 등을 통해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예를 들면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뭉개구름 타고 온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모습을 이렇게 섬세하고 예쁘게 표현했다. “처서가 지나고 나면 참외 맛이 없어진다”고 하는 말이나 “매미 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말은 경험적으로 느낀 계절의 변화를 말로 표현한 것이다. 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도 있다. 계절의 변화를 우리 조상들은 유머적 감각까지 동원해 재치있게 표현했다. ‘처서 매직’은 처서를 기점으로 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진다하여 붙여진 합성어다.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뜨겁고 습한 공기를 밀어내어 온도가 하락하는 현상을 마술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처서가 되면 여름 더위는 이젠 갔다며 가을 수확 준비에 모두가 바빠진다. 그 시점이 양력으로 8월 23일쯤이다. 자라던 풀도 성장을 멈추고 누렇게 변해 집집마다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는 것도 지금부터다. 그러나 수 년전부터 처서이후 기온이 되레 상승하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처서인 지난 주말 대구의 낮기온은 최고 37도를 기록했다. 전국 대다수 지역에 폭염주의보도 내려졌다. 기상청은 처서가 지났음에도 당분간 찜통 더위가 이어질 것을 예보했다. ‘처서 매직’이 무색해졌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08-24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떠오르고 한국의 간송미술관 하면 신윤복의 ‘미인도’가 생각난다. ‘모나리자’와 ‘미인도’가 자주 비교되는 것은 두 작품이 각국을 대표하는 미인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뛰어난 예술적 가치에 더해 시대적 상징성을 갖춘 것도 닮아 두 작품은 자주 비교돼 회자된다. ‘모나리자’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통한다. 다른 작가들에 의해 모방도 되고 상업적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간판 스타로 통하는 ‘모나리자’ 작품 앞에는 항상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미인도’ 가운데 최고 걸작이다.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런 명성 덕에 전시 때마다 관람객이 전시장 앞에 줄을 선다. 단아한 여성의 모습과 여인이 취한 다소곳한 자세, 그리고 가제를 얹혀놓은 잘 빗질된 머리, 정돈된 옷매무새 등은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윤복 이전에는 이런 식의 전신상을 그린 ‘미인도’가 거의 없어 조선시대 풍속을 아는 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대구시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를 내년부터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상설 전시한다고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대구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삼을 생각이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대구의 모나리자가 될런지 기대를 한번 걸어보자.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1
풍수지탄(風樹之歎)을 말하면 ‘이상한 아저씨’로 취급받는 세상이 왔다. 그 옛날 자식들은 아버지 뜻을 거스르고, 어머니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위를 극히 경계했다. 그게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바 효지시야(孝之始也·인간이 할 수 있는 효도의 시작)였으니. 세상이 바뀌었다. 자랑스럽게 내세울 아들이나 딸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인 시절이 21세기다. 전 경기지사 남경필과 국회의원 이철규의 아들은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았고, 그게 남우세스러워 아비가 고개를 들지 못한 게 오늘의 한국. 선거를 통해 뽑힌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 자식이라고 아버지의 뜻대로 될 리가 없는 모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는 지난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채 운전대를 잡아 세상의 손가락질 대상이 됐다.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의 살인 행위다. 대통령인 아버지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데 딸은 ‘갭투자’로 억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뿐인가? 무혐의 처분되긴 했지만 자선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입건까지 됐다. 문재인 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성인인 자식의 행위를 왜 아버지가 책임져야 하느냐” 묻는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자식 하나도 통제 못하면서 5천만 국민에게 정직하고 바른 삶을 말했던 아버지의 부끄러움은 어떡할 것이며, 문씨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5년을 살아온 이 나라 국민들의 수치심은 누가 없애줄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낡았기에 버려야 할 농담이 아니다. 단 아홉 글자로 지향해 마땅한 통치자의 모습을 이처럼 제대로 형상화한 경구를 본 적이 있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0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봉화군과 베트남의 역사적 인연이 새삼 화제다. 지난 11일 한·베트남 정상 만찬장에 봉화 특산물이 요리로 올라오고 베트남 당 서기장 환영연에 봉화군수가 등장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봉화와 베트남 간의 인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베트남에서 직선거리로 3000km 이상 떨어진 경북 봉화에 베트남 마을이 조성된다는 사실도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기회로 더 널리 소개되기도 했다. 베트남 리 왕조의 후손 이용상이 내란을 피해 고려국에 도착한 것이 1126년이니까 베트남과 봉화의 인연은 800년이 넘는다. 이용상은 고려국으로부터 화산 이씨 성씨를 하사받고 봉화에 세거지를 이루고 살았다. 임진왜란 때는 그의 13대 후손 이장발이 19세 나이로 문경새재에서 왜군과 싸움을 벌이다 전사해 그의 공덕을 기린 충효당이 봉화에 세워졌다. 지금도 봉화에 있는 화산 이씨 집성촌에는 7가구 10여 명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95년 한국과 베트남 수교 5주년을 맞아 화산 이씨 종친회 대표가 선조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는 베트남 정부의 주요 요인들이 직접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고도 한다. 봉화군은 베트남과의 이런 인연을 스토리텔링해 봉트남(봉화+베트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으로 이 계획이 선정돼 소멸 위기 극복의 획기적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 사업화하고 지역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자치단체의 노력이 돋보이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