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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깃장

수의를 벗고 내의 차림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드러누웠다고 한다. 종일 방송된 뉴스와 특검의 관련 발표로 이 소식을 접한 상당수 국민들이 혀를 찼다. 국회에선 법무부장관을 향해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도, 장관도 서로 묻고 답하기를 낯뜨거워했다. 외신도 가만있을 리 없다.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계를 향해 타전됐다. “전직 대통령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지난 8월 1일 발생한 사건(?) 이야기다. 그날 특검은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그러나, 계속된 특검의 설득과 요청에도 윤 전 대통령은 요지부동, ‘잡아갈 테면 잡아가 봐라’는 식의 어깃장을 놓았다고 한다. ‘조폭 수준의 행태’라는 극단적 말까지 나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폭염으로 인한 체온 조절 때문에 수의를 벗고 있었고, 영장 집행 과정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의도된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라며 반발했다. 영국의 정치가 존 스튜어트 밀은 “법은 가진 자에겐 든든한 방패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겐 심장을 겨눈 창끝”이라 말했다. 법 집행의 평등하지 못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상 19세기 영국 법은 부자와 권력자에겐 관대하고,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가혹했다.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21세기. 심플하게 묻자. 한국은 어떤가? 19세기 영국보다 나은가? 법을 다루며 일생을 살았고, 법의 준수를 약속하며 대통령에 올랐던 사람의 위와 같은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 전 대통령은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란 문장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04

말이 화(禍)가 돼

설화(舌禍)란 경솔한 말 한마디로 재앙을 불렀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 진시황의 한 부하가 미인을 조롱하는 말을 했다가 집안 전체가 망하는 멸문지화를 당한 일화가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은 함부로 말을 하지 말고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하라는 의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 역시 사소하지만 적절한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교훈을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 한마디로 패가망신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벼락출세도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교묘히 말을 잘하고 얼굴 빛을 화려하게 꾸미는 자 중에는 어진 이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말했다. 여기서 아첨하거나 알랑거린다는 뜻의 교언영색이란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또 설저유부(舌底有斧)란 어려운 사자성어가 있다. “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뜻이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으며 때로는 도끼처럼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사일언(三思一言)과 연결되는 교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 과거 자신이 한 말이 되돌아 와 설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 임명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자신이 뱉은 말들을 감당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주 먼 옛날 일인 줄 알았던 말들이 도돌이표처럼 되살아나 구화지문(口禍之門)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말 중 문재인 대통령은 “멍청한 사람”, 이재명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란 말이 막말의 백미다. 말이 화(禍) 된다는 걸 몰랐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31

유치한 용비어천가

말을 한 사람 외엔 대부분의 국민이 낯이 뜨거워 실소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려나 조선 같은 봉건시대 왕에게도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한다는 건 칭송이 아닌 결례가 될 게 뻔하다. “하늘이 내린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느냐.” “그가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커다란 축복이다. 5년은 너무 짧다. (대통령을) 10년, 20년을 해도 될 사람”…. 얼핏 조선 왕조 최고의 혼군(昏君)이라 불리는 연산군 앞에서 간신배의 전형인 임사홍이 한 아첨처럼 들린다. 그러나 천만에. 위에 인용된 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한신대학교 석좌교수 김용옥과 이 정부 인사혁신처장 최동석이 한 말이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의 명령으로 그의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까지 여섯 명 통치자의 행적을 기려 만든 서사시(敍事詩). 헌데, 사전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현대사회에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아랫사람들의 언행을 “용비어천가 부르고 있네”라며 비꼬기도 한다. 한 대학의 석좌교수고, 차관급 공무원이라면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에 가깝다. 자기 생각엔 칭송의 대상이 세상 최고라 느껴져도 말은 가려 해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칭송을 받는 상대가 정치·경제적 힘을 가졌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런 금도(襟度)를 지키지 못한다면 자칫 나잇살 먹고 아부나 일삼는 철부지로 오해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의 힘은 장황함이 아닌 간결함에서 온다. 무엇이건 넘치는 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우리 선조들은 그걸 과유불급이라 했다. 김용옥 교수와 최동석 처장에게 정중히 권한다. 이제 그러지 마시라. 대통령도 위와 같은 언사를 좋아할 리 없으니.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30

중국산 김치의 습격

중국산 김치하면 한국인에게는 충격적인 기억들이 있다. 2021년 3월 중국의 한 김치공장에서 직원이 알몸 상태로 김치를 절이는 장면이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비닐을 씌운 대형수조 안에서 상의를 벗은 한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은 한국인에게 큰 충격으로 각인됐다. 중국산 김치는 이보다 앞선 2005년에도 기생충 알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고, 2013년에는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산 김치가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국산 김치가 국내 외식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되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김치는 거의 전량 중국산 김치로 16만3000t에 달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10%가 늘었다. 이 상태로 이어질 경우 연말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김치는 비위생적 이미지에도 이미 국내 외식시장을 장악하고 장차는 일반가정 내 식탁까지 넘보는 상태에 도달했다. 이유는 국내산 김치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앞선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 가격은 국내 김치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최근 들어 폭염 등 이상기후로 배추 작황이 부진하고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외식업소 대부분이 중국산 김치로 대체하려는 분위기라 한다. 경제성이 있는데다 간편함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까지 겹쳐 이 상태로 방치한다면 한국산 김치를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이 무너질 판이다.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9

그땐 누가 이스라엘을 도울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비극적 상황 속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사 직전의 딸에게 줄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구하러 갔던 가자 지구 주민이 이스라엘 군인이 쏜 총에 맞은 것. 마구잡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엔 모든 게 모자란다. 전기와 식수가 공급되지 못하고, 생필품 부족은 이제 일상이다. 세상에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연명의 마지막 수단인 원조식량 배급까지 막아섰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가자 지구에서 9만 명의 아동과 여성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대부분이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122명이 굶어 죽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보낸 식량의 배급을 방해하는 이스라엘의 횡포는 멈출 기미가 없다. 땅에서 나눠주면 총격을 가하기에, 밀가루 포대를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원조하겠다고 나선 국가도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거기에 하마스가 사용할 무기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적이 굶는 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한다. 묻는다. “전쟁과 무관한 팔레스타인 아이들까지 당신들의 적인가?” 세계 28개 나라가 ‘비인도적인 처사를 멈추라’고 이스라엘에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 귀에 경 읽기다. 2차대전 때 이스라엘인들은 히틀러에 의해 현재의 팔레스타인과 유사한 고통을 겪었다. 그때 유대인을 곤궁에서 구한 건 연합국이다. 가자 지구에 대한 핍박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가정하자. 향후 이스라엘이 위험에 빠졌을 때 누가 나서 그들을 돕겠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28

바가지 요금

바가지 요금의 바가지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설은 분분하나 명확한 게 없다. 그 중 한가지 “바가지로 물을 뒤집어 쓰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한글학자들은 남의 책임을 죄다 뒤집어 썼을 때 ‘똥바가지’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피서철이 닥치자 바가지 요금을 둘러싼 시비가 잦아지고 있다. 당국이 물가질서를 외치며 바가지 요금 근절에 나서나 때만 되면 다시 등장하는 게 바가지 요금 시비다. 특히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일수록 바가지 요금이 더 기승을 부린다. “비행기표보다 비싼 제주도 렌터카 요금” 등의 말들이 이런 사례다. 내국인이 국내관광을 기피하는 이유의 1순위가 바가지 요금 때문이다. 바가지 요금 피해 해외로 나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런 바가지 요금은 외국 관광지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는 파리를 찾는 외국인에게 업소들이 고의로 비싼 요금을 받으며 바가지를 씌운다는 언론의 폭로가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상술에 빠져 바가지 요금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건 국내나 외국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울릉도에서 비계가 반이 넘는 삼겹살을 판 업소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울릉관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드셌다. 울릉군수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엎어진 물”처럼 울릉관광 이미지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부산에서도 11월 열리는 불꽃축제를 앞두고 하루 숙박료를 200만원까지 올려 받는 업소가 있어 논란이다. 바가지 요금으로 돈 번 사람 없다. “손님이 횡재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성공한다” 는 장사의 신이 말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7

고스트 건

총기 사용이 허용되고 있는 미국에서 가장 골치 아파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고스트 건(Ghoast Gun)이다. 고스트 건은 일반 총과 달리 총기 제조 공장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된 총이 아니다. 일반인이 직접 제작한 불법 총기를 말한다.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입해 제조하기도 하고, 요즘은 3D 프린팅에 힘입어 초보자도 쉽게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고스트 건은 일련번호가 없다. 제조사를 추적할 수 없어 유령 총이라고도 한다. 주로 범죄에 사용되는데, 미국 총기범죄에 사용된 총의 약 30%가 고스트 건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고스트 건 규제에 관한 법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몇 년전 인천공항 경찰은 12정의 총기를 보관하고 있던 40대 남자를 붙잡았다. 이 남자는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60여 차례 걸쳐 총기부품과 총기 관련 서적을 구입해 권총 7정과 소총 5정을 만들어 보관해 왔다고 한다. 총기 사용과 관련해 비교적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해서 누구나 사제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지난 20일 인천에서 사제총기로 30대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은 유튜브를 보고 총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인터넷 등에는 실제로 총기 만드는 방법 등이 상세히 소개되기도 하고 해외 포털에서도 제작 방법 등을 쉽게 접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았듯이 사제 총기도 실제 총에 못지 않는 위력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총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 사제 총기가 발붙이지 못할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4

강선우 사퇴, 더 빨랐어야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돼온 진보 시민단체들, 여성단체, 결정적으로 다수 국민이 “안 된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전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야기다. 장관은 조선시대로 치자면 판서(判書). 정2품 자헌대부(資憲大夫)에 해당한다. 자신의 위로 왕과 3명의 정승이 있을 뿐인 최고위직 벼슬이다. 당연지사 빼어난 도덕성과 능력, 여기에 백성과 아랫사람에 대한 긍휼을 갖춘 인물이 앉아야 할 자리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인사만사(人事萬事)’다. 양질의 사람을 곁에 두고 써야 정권의 격이 올라간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2200년 전 중국으로 돌아가 보자. 진나라를 세운 시황제 정(政)에겐 총애하던 환관이 한 명 있었다. 조고(趙高)라는 자다. 그는 시황제의 입 속 혀처럼 굴었다. 헤헤거리며 왕의 뒤를 따라다녔고, 아부와 아첨으로 높은 벼슬을 얻었다. 조고의 권세는 시황제 사후까지 지속됐다.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칭해도 어느 누구도 이에 맞서 “저건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 대꾸하지 못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다. 이 간신배가 진나라를 망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다.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엔 자신을 돕고, 단식을 할 때는 이부자리를 살폈으며, 자동차 옆 좌석에 앉아 함께 파안대소하던 사람을 매정하게 내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어찌 보면 대통령도 결국 사적인 정에 휘둘리는 인간이 아닌가. 천만다행으로 23일 강선우가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성찰하며 살겠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만시지탄. 논란이 지속된 한 달간 자신은 상처투성이가 됐고, 후보로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으니. 사퇴가 더 빨랐어야 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23

충격의 기후 뉴노멀

작년 가을에는 금(金)사과 파동에 이어 금배추 파동이 일어났다. 배추 한통이 2만원까지 치솟았다. 배추 대신 양배추 김치가 식단에 등장했다. 배춧값이 폭등한 것은 작년 여름 전례없이 이어진 고온과 가을 들어 내린 집중 호우 때문이다. 토마토 값이 폭등하자 토마토가 없는 햄버거가 출시되는 이상한 일도 벌어졌다. 올 여름에는 여름철 인기 과일 수박값이 3만원을 돌파하면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폭염과 장마로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한 때 대구는 사과 주산지로 명성을 날렸다. 대구 사과는 조용히 사라지고 지금은 청송 등 경북 북부지방이 사과 주산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기상학자들은 2100년 쯤에는 사과 재배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을 거란 예측을 내놓는다. 이런 현상들은 기상이변이 우리 일상을 바꾸는 한 단면이다. 과거의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희한한 세상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학자들은 뉴노멀이라 이름을 붙였다. 뉴노멀이란 새로운 질서를 뜻하는 말이다. 세상의 표준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매년 200mm의 폭우가 쏟아져도 이젠 그것이 바로 정상인 세상이다. 지난주 경남 산청지방에 내린 폭우로 13명의 사망·실종자가 생겼다. 1년에 내릴 비의 10%가 한 시간만에 쏟아졌다. 수백 년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폭우가 이젠 매년 찾아온다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5년 내 사상 최악의 더위가 올 것”이라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를 만들어 낸 인류에 대한 자연의 습격일까. 재앙에 가까운 기후 뉴노멀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2

정신 나간 공무원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됐다. 논문 표절로 제자를 곤경에 빠뜨리고, 자식을 수억 원이 없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특별한 교육을 시킨 자가 ‘보편적 공교육’을 지향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수장 자리에 오른다면 개가 웃었을 것이다. 이진숙은 공교육 일반에 관한 상식조차 없었다. 이진숙을 불러 도덕성과 전문성을 검증한 청문회는 한 편의 조악한 코미디였다. 많은 국민이 실소와 한숨 속에서 그걸 지켜봤다. ‘대체 교육장관을 시킬 사람이 저렇게 없냐’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이들도 분명 있었을 터. 청문회가 열린 그날. 코미디의 정점은 상식 밖의 쪽지 한 장이 찍었다. 교육부 공무원에 의해 이진숙에게 전달된 거기엔 ‘모르는 내용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곤란한 질문은 즉답을 피하며, 동문서답 하라’ 적혀있었다. 아연실색할 일이다. 알다시피 청문회는 국회의원은 호통치고, 공직 후보자는 급조한 변명이나 내놓는 ‘삼류 정치쇼’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고, 공직 후보자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을 향해 답변하는 자리가 청문회다. 엄정해야 할 그 현장에서 상식 밖의 쪽지를 교육부장관 후보자에게 써서 건넨 공무원은 제정신인가? 국민이 가소로운가? 그가 속이려했던 건 몇 명의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 모두를 기망(欺罔)하려 했다. 작지 않은 죄다. 반드시 작성자를 찾아내 책임을 묻는 후속 조치가 따라야 마땅하다. 그리고 하나 더 묻는다. 이진숙과는 또 다른 성격의 잡음을 일으켜 국민적 지탄과 공분을 야기한 강선우를 기어코 여성가족부장관에 앉히려는가? 대통령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21

대구 두류공원의 꿈

미국 뉴욕시 맨해튼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 공원은 해마다 2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최고의 명품공원이다. 공원의 규모가 작은 나라지만 모나코보다 크다. 공원 안에 동물원과 야생보호구역이 있다. 중앙에 큰 호수도 있다. 본래는 뉴욕시의 땅이었으나 무허가 채석장과 가축농장, 판자집 등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던 것을 한 저널리스트의 제안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사람들은 사람 살 땅도 부족한데 빈땅을 공원으로 개발한다고 불평을 해댔다. 하지만 과감한 개발로 지금은 뉴욕시민의 자랑이자 세계적 명소가 됐다. 당시 공원 설계사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100년 후에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의 휴식처이자 여가 공간이다. 시민에게 단순히 휴식만 제공할 뿐 아니라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한다. 더운 여름의 기온을 3~5도 가량 낮춰주기도 한다. 특히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정서 안정에 기여한다. 나라마다 도시공원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것이 대세다. 대구 두류공원의 국가도시공원 지정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국가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 관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을 관할하고 있는 달서구는 오래전부터 두류공원의 센트럴파크화를 꿈꾸어 왔고 연구용역까지 벌였다. 센트럴파크 말고도 영국의 하이드파크나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등은 도심공원으로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규모도 크고 멋진 경관의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서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센트럴파크를 꿈꾸는 두류공원의 꿈을 응원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0

상선약수의 교훈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삶의 기본이라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누구와 다투지도 않고 억지로 무엇을 하지도 않으려하며 오히려 만물을 이롭게 한다고 했다. 도가사상의 창시자인 노자는 물은 겸손하며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으면서도 강인함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자연 순리에 따르는 삶을 옳은 태도라 가르쳤다. 물은 흔하지만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지구상 생물체를 살 수 있게 하는 물질이다. 물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다. 바다는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열을 저장해 기후를 부드럽게 한다. 사람의 인체도 70% 이상이 물이다.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려면 매일 1~5l의 물을 먹어야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사람 몸에 물이 2%가 부족하면 갈증이 오고, 5%가 부족하면 뇌사 상태가 된다고 한다. 물은 컵에 담으면 컵 모양이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그릇 모양이 된다. 물의 유연하고 정직한 기질처럼 사람도 남을 이롭게 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이 노자의 상선약수에 담긴 의미다. 한 나라의 장관은 행정부의 으뜸 관료다.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국민들 앞에 모범이 되고 깨끗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정에 대한 신뢰도 그로부터 시작된다. 이재명 정부의 장관 청문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으나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를 두고 청문회가 파행으로 흐르고 시끄럽다. 한 나라의 장관으로서 자질이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그들이 일해 보면 안다. 후보자들이 만약 장관이 된다면 노자의 상선약수의 마음 정도는 가져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7

국민은 강선우·이진숙이 부끄럽다

상식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질문 해보자. 당신은 집 변기가 고장나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는가? 그게 조언이 필요한 문제인가? 세칭 한국과 미국 명문대를 나와 국회의원을 거쳐 한 나라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이 ‘깨우쳐 줘 도움을 준다’는 조언이란 단어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의정 활동을 돕는 보좌진에게 입법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 변기 수리에 대한 노하우를 조언해 달라 한 격이다. 변기가 망가졌다면 수리 업체에 전화하면 된다. 전화기 버튼 누를 손가락이 있다면 조언 없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또 하나. 당신은 지난밤 먹고 남은 닭고기를 쓰레기와 함께 챙겨 내려와 출근하는 자동차 안에서 먹는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실소했다. 변명에는 설득력이 담겨야 한다. 그래야 수긍할 수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번엔 이 나라 교사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자신이 공격 받으면 공격의 화살을 제자에게 돌리라고 하는가? 그런 방식으로 곤경에서 벗어나는 자를 ‘스승’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교육부장관 후보자 이진숙은 논문 표절 의혹이 거세지자 ‘실질적 저자는 작성 기여도가 큰 본인’이라 해명했다. 이는 ‘표절한 사람은 내가 아닌 제자’라는 이야기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2차대전 때 유대인을 가르치던 교사 한 명은 울부짖는 아이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함께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들어갔다. 그는 유대인이 아니었고,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음에도. 지금껏 ‘스승’이라 불렸을 이진숙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두 장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16

그리운 금강산

국민가곡으로 잘 알려진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 처음 만들어진 곡이다. 작사자 한상억은 은행원이자 시인이었고, 작곡가 최영섭은 음악 교사였다. 두 사람은 강원도가 고향인 가까운 사이라 한다. 이 가곡은 국민가곡으로 불릴 만큼 국내서도 유명했지만 세계적으로 50여명의 성악가들이 음반에 노래를 실을 정도로 잘 알려진 노래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음반 녹음을 했다. 금강산은 북한의 강원도에 있는 명산이다.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나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산이다. 중국 북송의 시인이자 학자인 소동파는 “고려에 태어나 한번 만이라도 금강산을 보고싶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태종은 명나라 사신이 오면 금강산 타령을 하는 바람에 귀찮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의 높이는 1638m다. 1000m 이상 봉우리가 무려 60여 개에 달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가 하도 많아 우리 선조들은 일만이천봉이라 불렀다. 특수한 기후와 지리적 조건으로 무려 1100여 종의 식물과 3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전란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거의 없지만 기록에 나오는 사찰과 암자만 180여 개에 달했다. 계절 때마다 바뀌는 모습이 변화무쌍하여 문헌에 등장하는 별칭이 9개다. 대표적 이름이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다. 금강산이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문화의 성지 등이 유네스코 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수만년 그리운 산” 언제쯤 가보려나.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5

특검 서슬에 말 바꾼 고위 공직자들

다소 고루하지만 먼저 ‘명심보감’의 한 구절부터 읽어보자. “양약고어구 이어병(良藥苦於口 利於病) 충언역어이 이어행(忠言逆於耳 利於行)”. 어려울 것 없는 한자다. 풀어 쓴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을 고치고, 진실을 담은 말은 듣기 거슬리지만 인간의 행동을 바로잡게 한다는 의미일 터. 그게 최고 권력자건 필부(匹夫)건 제 앞에서 아부하고 아첨하는 인간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아부와 아첨의 말은 너무나 달콤해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왕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간신과 충신을 골라내는 혜안(慧眼)’을 꼽았다. 통치자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에도 쓴소리와 비판은 아끼고 그저 ‘잘하고 계십니다~’를 연발하는 간신을 곁에 둔 왕은 말로가 좋지 못했다. 바른 소리를 한다고 충신을 멀리 보낸 왕들 역시 마찬가지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흔했다. ‘간신’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과 자리를 봐가며 말을 바꾼다는 것. 이를 번의(飜意)라 하고 공자는 번의하는 신하를 역적보다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선현의 옛말은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윤석열 정권 아래서 고위직 공무원을 맡았던 이들이 최근 들어 말을 바꾸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대통령실 실세 중 실세’로 불리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격노설’ ‘체포 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뻔뻔하게 ‘번의’를 했다고 한다. 간신이라 불러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간신들을 곁에 두고 정치를 했으니 윤석열 씨의 몰락은 이미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14

삼복(三伏) 더위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에 들어있는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 부른다. 하지를 기준으로 10일 뒤가 초복, 초복에서 10일 뒤는 중복이다.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는데, 연도에 따라 10일 혹은 20일 뒤가 될 수 있다. 삼복이 있는 초복과 말복 사이는 대략 47일이다. 이 기간은 예로부터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날로 여겼다. 날씨가 아무라 더워도 농사일은 손을 놓을 수 없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보신용 음식을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다. 대표적 음식이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이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도 이런 시중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삼계탕은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용 음식으로 이용됐다. 개고기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삼계탕이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에도 우리와 비슷한 토용축일이 있다. 더운 여름철에 지치기 쉬운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들은 이 시기에 장어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올해 초복은 이달 20일, 중복은 30일, 말복은 8월 9일이다. 푹푹 찌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잠못 드는 밤 체력이 소모돼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에 전국이 비상이다.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정부가 온열질환 사고 예방을 위해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서면 근로자가 2시간 작업 후에는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더위와의 전쟁을 해야 할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3

인구 10만 돌파하는 대구 중구

대구광역시 중구는 대구의 모체(母體)다. 서울로 치면 한양 4대문 안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중구가 구청으로 승격된 것이 1963년이니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맏형인 셈이다. 서울 강남 학군 다음으로 잘 나간다는 수성구는 17년이나 늦은 1980년 구청이 설치됐다. 그래서 대구 중구에는 대구역사와 관련한 문화재가 많다. 특히 근대역사와 관련한 자료가 많아 대구 중구를 중심으로 근대역사문화 여행길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경상감영, 대구성곽, 대구향교, 계산성당, 달성공원, 이상화 생가, 약령시, 서문시장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중구는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2년 전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을 제외하고는 가장 인구와 면적이 작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남구와 함께 1명만 뽑는다. 한군데 구에서 2명 내지 3명을 뽑는 다른 구와는 비교 불가다. 달서구 인구의 5분의 1수준이다. 도시가 팽창되면서 대구 외곽으로 아파트가 건립되고 사람들이 빠져 나가 중구의 인구가 매년 줄어 한때 21만여 명이던 것이 7만여 명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대구의 모체답게 비즈니스 빌딩과 상업시설 등이 집중돼 낮시간대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대표적 구역인 동성로는 서울의 명동과 같이 전국적 번화가로 소문 나 있다. 주말에는 수십만 명이 오간다. 대구의 모든 교통은 중구로 통한다. 최근 중구청이 신이 났다는 소문이다. 마냥 줄어들지 알았던 중구 인구가 재개발 등에 힘입어 다시 1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7년만이다. 10만 번째 전입자에게 줄 명패를 준비하는 등 청 내가 축하 분위기라 한다. 대구 모체로서 축하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0

국회의원 박수영의 필화(筆禍)

박수영은 부산 남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이다. 그가 얼마 전 SNS에 올린 글과 잇따른 반응이 며칠째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왕 이전하기로 한 해수부는 연말까지 남구로 보내주시고 당선축하금 25만원 대신 산업은행도 남구로 빨리 보내주세요. 우리 부산시민은 25만원 필요 없어요’라는 게 박 의원이 쓴 글.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을 부산 남구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부탁이고 주장이다. 그런데, ‘부산시민은 25만원 필요 없어요’란 마지막 문장은 쓰지 말았어야 할 실언이 아닐지. 적지 않은 네티즌이 “당신은 필요 없지만, 나는 필요하다” “산업은행 이전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무슨 관계가 있냐”는 의견을 달며 박 의원을 질타했고, 심지어 “그럼 25만원 네가 줄 거야?”라고 거칠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호재(?)를 민주당이 놓칠 리 없다. 이나영 부대변인으로부터는 “무슨 자격으로 부산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려 드나. 여당 의원으로 재적하던 3년간 국민을 외면해 놓고, 이제 와서 큰소리 치는 꼴이 파렴치 그 자체”라는 힐난까지 받은 것. 여러 보도에 따르면 박 의원이 올해 신고한 재산은 36억원. 25만원이 작은 돈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에도 소비쿠폰으로 오랜만에 자식들과 돼지갈비로 저녁 한 번 먹는 계획을 세웠을 주민이 없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SNS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 21세기 필화는 주로 SNS에서 발원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09

눈물의 자영업

자영업자는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을 의미한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 소규모 사업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율은 약 20%정도 된다. 해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벌이면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년 이내 자영업자 생존률은 겨우 20% 정도다. 거꾸로 말한다면 80%가 실패한다는 뜻이다. 초기자본 부족, 업소 간 경쟁 심화, 경영 능력 부족 등 여러 가지가 실패 이유로 손꼽히나 개별사업자 사정에 따라 사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어쨌든 OECD 국가 중 실패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자영업 생존과 관련된 재미난 통계가 있어 소개한다. 국세청 통계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다. 창업 3년 뒤 살아남기 가장 어려운 개인사업 1위가 치킨 전문점이다. 그 뒤로 통신판매업과 분식점이 뒤를 잇는데 10명 중 5~6명은 3년 후 폐업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업종이라 충격이다. 반면에 3년 뒤 생존율이 가장 높은 개인 사업 1위는 미용실(73.4%)이다. 생존율 73.4%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게 문을 닫은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폐업 사유는 절반 이상이 사업 부진을 꼽았다. 말이 사업 부진이지 사실은 도산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대규모 추경을 했다.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과연 닦아줄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8

‘살인 폭염’에 휴가도 무섭다

프랑스는 1300여개 학교가 문을 닫아걸었다. 남부 유럽인 포르투갈은 낮 기온이 섭씨 46도까지 올라갔다. 평년보다 무려 15도 높은 수치다. 미국인 가운데 1억7000만명 이상이 ‘폭염 영향권’ 아래서 생활하고 있다. 재론의 여지없이 역대 최고 숫자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만이 아니다. 아시아도 양은 냄비 속 라면처럼 펄펄 끓고 있다. 북부·중부 할 것 없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중국 정부는 폭염 경보와 농작물 피해 경보를 알리기에 하루가 짧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미 6월부터 45도 넘는 기온에 국민 절대다수가 숨을 몰아쉬는 지경. 두 나라는 에어컨 보급률이 아주 낮다. 어느 대륙, 어느 나라 특정할 것도 없다. 많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더위를 견디지 못해 사람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타는 듯 강렬한 햇살과 체온보다 높은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인간만이 아니라 짐승도 죽는다. 야생동물이나 반려동물이나 다를 바 없다. 조금 부풀려 말하면 지난해인 2024년과 올해 더위는 14세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 수준으로 인류를 위협한다. 여든 살 노인부터 10대 학생들까지 모두가 “더워도 너무 덥다”를 입에 달고 겨우겨우 불볕더위를 견딘다. 이제 겨우 7월 초순인데. 오는 8월의 폭염은 또 얼마나 끔찍할까? 이런 상황이니 휴가를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 어디를 가도 더운 건 한국과 마찬가지니까. 물론, 남극이나 북극으로 떠난다면 오뉴월 염천에도 덜덜 떨며 며칠을 지낼 수 있겠지. 그러나, 남극 여행비용 5000~6000만원을 휴가비로 선뜻 투자할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