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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민은 강선우·이진숙이 부끄럽다

상식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질문 해보자. 당신은 집 변기가 고장나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하는가? 그게 조언이 필요한 문제인가? 세칭 한국과 미국 명문대를 나와 국회의원을 거쳐 한 나라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이 ‘깨우쳐 줘 도움을 준다’는 조언이란 단어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의정 활동을 돕는 보좌진에게 입법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 변기 수리에 대한 노하우를 조언해 달라 한 격이다. 변기가 망가졌다면 수리 업체에 전화하면 된다. 전화기 버튼 누를 손가락이 있다면 조언 없이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또 하나. 당신은 지난밤 먹고 남은 닭고기를 쓰레기와 함께 챙겨 내려와 출근하는 자동차 안에서 먹는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실소했다. 변명에는 설득력이 담겨야 한다. 그래야 수긍할 수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번엔 이 나라 교사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자신이 공격 받으면 공격의 화살을 제자에게 돌리라고 하는가? 그런 방식으로 곤경에서 벗어나는 자를 ‘스승’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교육부장관 후보자 이진숙은 논문 표절 의혹이 거세지자 ‘실질적 저자는 작성 기여도가 큰 본인’이라 해명했다. 이는 ‘표절한 사람은 내가 아닌 제자’라는 이야기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2차대전 때 유대인을 가르치던 교사 한 명은 울부짖는 아이들을 차마 버리지 못해 함께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들어갔다. 그는 유대인이 아니었고,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음에도. 지금껏 ‘스승’이라 불렸을 이진숙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두 장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엔 분명 이유가 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16

그리운 금강산

국민가곡으로 잘 알려진 ‘그리운 금강산’은 1961년 처음 만들어진 곡이다. 작사자 한상억은 은행원이자 시인이었고, 작곡가 최영섭은 음악 교사였다. 두 사람은 강원도가 고향인 가까운 사이라 한다. 이 가곡은 국민가곡으로 불릴 만큼 국내서도 유명했지만 세계적으로 50여명의 성악가들이 음반에 노래를 실을 정도로 잘 알려진 노래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음반 녹음을 했다. 금강산은 북한의 강원도에 있는 명산이다.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소문나 많은 예술가들이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던 산이다. 중국 북송의 시인이자 학자인 소동파는 “고려에 태어나 한번 만이라도 금강산을 보고싶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태종은 명나라 사신이 오면 금강산 타령을 하는 바람에 귀찮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의 높이는 1638m다. 1000m 이상 봉우리가 무려 60여 개에 달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가 하도 많아 우리 선조들은 일만이천봉이라 불렀다. 특수한 기후와 지리적 조건으로 무려 1100여 종의 식물과 300여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전란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거의 없지만 기록에 나오는 사찰과 암자만 180여 개에 달했다. 계절 때마다 바뀌는 모습이 변화무쌍하여 문헌에 등장하는 별칭이 9개다. 대표적 이름이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 가을에는 풍악산, 겨울에는 개골산이다. 금강산이 북한의 세 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금강산의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문화의 성지 등이 유네스코 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수만년 그리운 산” 언제쯤 가보려나.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5

특검 서슬에 말 바꾼 고위 공직자들

다소 고루하지만 먼저 ‘명심보감’의 한 구절부터 읽어보자. “양약고어구 이어병(良藥苦於口 利於病) 충언역어이 이어행(忠言逆於耳 利於行)”. 어려울 것 없는 한자다. 풀어 쓴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을 고치고, 진실을 담은 말은 듣기 거슬리지만 인간의 행동을 바로잡게 한다는 의미일 터. 그게 최고 권력자건 필부(匹夫)건 제 앞에서 아부하고 아첨하는 인간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아부와 아첨의 말은 너무나 달콤해 사람의 판단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왕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로 ‘간신과 충신을 골라내는 혜안(慧眼)’을 꼽았다. 통치자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음에도 쓴소리와 비판은 아끼고 그저 ‘잘하고 계십니다~’를 연발하는 간신을 곁에 둔 왕은 말로가 좋지 못했다. 바른 소리를 한다고 충신을 멀리 보낸 왕들 역시 마찬가지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흔했다. ‘간신’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과 자리를 봐가며 말을 바꾼다는 것. 이를 번의(飜意)라 하고 공자는 번의하는 신하를 역적보다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선현의 옛말은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난 윤석열 정권 아래서 고위직 공무원을 맡았던 이들이 최근 들어 말을 바꾸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대통령실 실세 중 실세’로 불리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 격노설’ ‘체포 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뻔뻔하게 ‘번의’를 했다고 한다. 간신이라 불러 마땅하지 않은가? 이런 간신들을 곁에 두고 정치를 했으니 윤석열 씨의 몰락은 이미 예고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14

삼복(三伏) 더위

7월 중순과 8월 중순 사이에 들어있는 초복, 중복, 말복을 삼복이라 부른다. 하지를 기준으로 10일 뒤가 초복, 초복에서 10일 뒤는 중복이다.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는데, 연도에 따라 10일 혹은 20일 뒤가 될 수 있다. 삼복이 있는 초복과 말복 사이는 대략 47일이다. 이 기간은 예로부터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날로 여겼다. 날씨가 아무라 더워도 농사일은 손을 놓을 수 없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 시기에 보신용 음식을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다. 대표적 음식이 개고기로 만든 보신탕이다. “복날 개 패듯 한다”는 말도 이런 시중의 풍습에서 나온 말이다. 삼계탕은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용 음식으로 이용됐다. 개고기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삼계탕이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에도 우리와 비슷한 토용축일이 있다. 더운 여름철에 지치기 쉬운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들은 이 시기에 장어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올해 초복은 이달 20일, 중복은 30일, 말복은 8월 9일이다. 푹푹 찌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잠못 드는 밤 체력이 소모돼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에 전국이 비상이다.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정부가 온열질환 사고 예방을 위해 체감온도가 33도를 넘어서면 근로자가 2시간 작업 후에는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더위와의 전쟁을 해야 할 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3

인구 10만 돌파하는 대구 중구

대구광역시 중구는 대구의 모체(母體)다. 서울로 치면 한양 4대문 안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중구가 구청으로 승격된 것이 1963년이니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맏형인 셈이다. 서울 강남 학군 다음으로 잘 나간다는 수성구는 17년이나 늦은 1980년 구청이 설치됐다. 그래서 대구 중구에는 대구역사와 관련한 문화재가 많다. 특히 근대역사와 관련한 자료가 많아 대구 중구를 중심으로 근대역사문화 여행길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 경상감영, 대구성곽, 대구향교, 계산성당, 달성공원, 이상화 생가, 약령시, 서문시장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중구는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2년 전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을 제외하고는 가장 인구와 면적이 작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남구와 함께 1명만 뽑는다. 한군데 구에서 2명 내지 3명을 뽑는 다른 구와는 비교 불가다. 달서구 인구의 5분의 1수준이다. 도시가 팽창되면서 대구 외곽으로 아파트가 건립되고 사람들이 빠져 나가 중구의 인구가 매년 줄어 한때 21만여 명이던 것이 7만여 명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대구의 모체답게 비즈니스 빌딩과 상업시설 등이 집중돼 낮시간대는 많은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대표적 구역인 동성로는 서울의 명동과 같이 전국적 번화가로 소문 나 있다. 주말에는 수십만 명이 오간다. 대구의 모든 교통은 중구로 통한다. 최근 중구청이 신이 났다는 소문이다. 마냥 줄어들지 알았던 중구 인구가 재개발 등에 힘입어 다시 1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7년만이다. 10만 번째 전입자에게 줄 명패를 준비하는 등 청 내가 축하 분위기라 한다. 대구 모체로서 축하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10

국회의원 박수영의 필화(筆禍)

박수영은 부산 남구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이다. 그가 얼마 전 SNS에 올린 글과 잇따른 반응이 며칠째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왕 이전하기로 한 해수부는 연말까지 남구로 보내주시고 당선축하금 25만원 대신 산업은행도 남구로 빨리 보내주세요. 우리 부산시민은 25만원 필요 없어요’라는 게 박 의원이 쓴 글.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을 부산 남구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부탁이고 주장이다. 그런데, ‘부산시민은 25만원 필요 없어요’란 마지막 문장은 쓰지 말았어야 할 실언이 아닐지. 적지 않은 네티즌이 “당신은 필요 없지만, 나는 필요하다” “산업은행 이전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무슨 관계가 있냐”는 의견을 달며 박 의원을 질타했고, 심지어 “그럼 25만원 네가 줄 거야?”라고 거칠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호재(?)를 민주당이 놓칠 리 없다. 이나영 부대변인으로부터는 “무슨 자격으로 부산 시민의 권리를 박탈하려 드나. 여당 의원으로 재적하던 3년간 국민을 외면해 놓고, 이제 와서 큰소리 치는 꼴이 파렴치 그 자체”라는 힐난까지 받은 것. 여러 보도에 따르면 박 의원이 올해 신고한 재산은 36억원. 25만원이 작은 돈으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남구에도 소비쿠폰으로 오랜만에 자식들과 돼지갈비로 저녁 한 번 먹는 계획을 세웠을 주민이 없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SNS에 올리는 글도 마찬가지. 21세기 필화는 주로 SNS에서 발원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09

눈물의 자영업

자영업자는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개인을 의미한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프리랜서, 개인 사업자, 소규모 사업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체 사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율은 약 20%정도 된다. 해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벌이면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5년 이내 자영업자 생존률은 겨우 20% 정도다. 거꾸로 말한다면 80%가 실패한다는 뜻이다. 초기자본 부족, 업소 간 경쟁 심화, 경영 능력 부족 등 여러 가지가 실패 이유로 손꼽히나 개별사업자 사정에 따라 사유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어쨌든 OECD 국가 중 실패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자영업 생존과 관련된 재미난 통계가 있어 소개한다. 국세청 통계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다. 창업 3년 뒤 살아남기 가장 어려운 개인사업 1위가 치킨 전문점이다. 그 뒤로 통신판매업과 분식점이 뒤를 잇는데 10명 중 5~6명은 3년 후 폐업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업종이라 충격이다. 반면에 3년 뒤 생존율이 가장 높은 개인 사업 1위는 미용실(73.4%)이다. 생존율 73.4%다. 최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게 문을 닫은 폐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폐업 사유는 절반 이상이 사업 부진을 꼽았다. 말이 사업 부진이지 사실은 도산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대규모 추경을 했다.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과연 닦아줄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8

‘살인 폭염’에 휴가도 무섭다

프랑스는 1300여개 학교가 문을 닫아걸었다. 남부 유럽인 포르투갈은 낮 기온이 섭씨 46도까지 올라갔다. 평년보다 무려 15도 높은 수치다. 미국인 가운데 1억7000만명 이상이 ‘폭염 영향권’ 아래서 생활하고 있다. 재론의 여지없이 역대 최고 숫자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만이 아니다. 아시아도 양은 냄비 속 라면처럼 펄펄 끓고 있다. 북부·중부 할 것 없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 중국 정부는 폭염 경보와 농작물 피해 경보를 알리기에 하루가 짧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미 6월부터 45도 넘는 기온에 국민 절대다수가 숨을 몰아쉬는 지경. 두 나라는 에어컨 보급률이 아주 낮다. 어느 대륙, 어느 나라 특정할 것도 없다. 많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더위를 견디지 못해 사람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타는 듯 강렬한 햇살과 체온보다 높은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인간만이 아니라 짐승도 죽는다. 야생동물이나 반려동물이나 다를 바 없다. 조금 부풀려 말하면 지난해인 2024년과 올해 더위는 14세기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 수준으로 인류를 위협한다. 여든 살 노인부터 10대 학생들까지 모두가 “더워도 너무 덥다”를 입에 달고 겨우겨우 불볕더위를 견딘다. 이제 겨우 7월 초순인데. 오는 8월의 폭염은 또 얼마나 끔찍할까? 이런 상황이니 휴가를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 어디를 가도 더운 건 한국과 마찬가지니까. 물론, 남극이나 북극으로 떠난다면 오뉴월 염천에도 덜덜 떨며 며칠을 지낼 수 있겠지. 그러나, 남극 여행비용 5000~6000만원을 휴가비로 선뜻 투자할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07

일본의 지진 괴담

지난 3일 일본 가고시마현 남단에 있는 오카라 열도에서 진도 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최근 10일 동안 무려 10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 일본인들을 긴장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많은 나라다. 실제로 지진 피해도 컸다. 일본 남서부 해안을 따라 형성된 난카이 해저협곡은 필리핀판과 일본판이 충돌하는 곳으로 100년-150년 주기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는 곳으로 주목받는다. 일본 정부도 앞으로 30년 내 이곳에서 80%의 확률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지진이 일어난다면 사망자가 3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도 했다. 최근 오카라 열도에서 일어난 지진은 일본의 인기만화 예지몽 속의 지진예측과 심해어의 연이은 출몰 현상과 맞물려서 일본 사회에 신빙성 있게 지진설을 유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카라 열도에서의 지진과 난카이 대지진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지진 발생에 대비하라는 당부는 한다. 일본은 2011년 2만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과 그와 유사한 지진 피해를 경험한 나라다. 일본인에게 지진은 익숙하지만 강한 트라우마다. 최근 대지진 괴담이 퍼지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확 줄고 있다. 일본은 지질학적으로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지역이다. 일본의 지진 괴담이 괴담으로 그친다면 다행이겠으나 실제로 일어난다면 일본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학계서는 일본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대공황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를 한다. 국제사회가 일본 지진 괴담을 관심 있게 보는 이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6

왕들의 피서법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게 되면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한 여름 더위를 어떻게 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 가나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어 실내에 들어서만 그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다. 1700년대 중국 청나라 황제들은 베이징에서 수백km 떨어진 허베이성 청더시에 여름 별장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고 한다. 피서 별장으로 불리는 청더시의 여름 별장은 황제가 머무는 동안 정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외국사절의 접견도 이곳에서 행해짐으로 이곳은 여름철이면 청나라의 제2수도가 된다. 여름 별장의 규모가 564만㎡에 이르니 현존하는 중국 최대 궁궐공원이라 한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중국과는 달리 아무리 더워도 궁궐 밖에 나가는 일은 없었다. 경복궁의 경회루나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창덕궁 후원에서 더위를 피했다. 찬 계곡물에 발을 담가놓고 부채를 부치며 수박과 참외를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고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름철 더위가 크게 다를 바 없을 터인데 임금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고작 이것이 다다. 조선 9대 임금 성종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반(水飯)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수반은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을 말한다. 22대 정조 임금은 더위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찾아다닌다고 만족할만한 곳이 있느냐 지금 있는 장소에서 만족하고 참고 견디면 여기가 서늘한 곳이라 말했다고 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여름나기를 걱정한다. 문명의 이기 덕분에 옛 왕들보다 시원한 피서를 즐길 수 있는데, 그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3

7월 3일, ‘록의 정신’이 죽은 날

50대 이상 한국의 중년, 그 가운데 록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짐 모리슨(Jim Morrison·1943~1971)은 인간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상징 기호’로 다가온다. 54년 전 오늘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한 날이다. 27년7개월의 짧은 삶을 살다갔지만, 그가 전 세계 청년문화에 미친 영향은 ‘노래로 미국을 점령했다’고 이야기되는 영국밴드 ‘비틀즈’ 이상이었다. 록밴드 ‘도어스’의 보컬리스트이자, 시인,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그는 경직된 기독교문화가 지배하던 시절 미국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밴드를 결성해 술과 마약에 취한 채 생의 허무함을 노래할 때, 또래 청년 수십만 명이 ‘일그러진 전쟁’이라 불러 마땅한 베트남전에 끌려가 목숨을 잃는 것을 본 그는 분노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초현실주의 문학에 심취했던 짐 모리슨의 초기 노랫말은 염세적이고 난해하다. 그러나, 국익이란 허울뿐인 미명 아래 미국과 베트남 젊은 군인들이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는 비극과 참상을 인식한 이후엔 그의 가사가 바뀐다. ‘반전(反戰)’과 ‘이데올로기를 넘어선 인본주의’의 메시지가 담기기 시작한 것. 이는 잘못된 미국의 정책에 저항했다는 의미다. “하늘은 재주가 승한 자를 부러워해 그를 일찍 데려간다”는 이야기는 동양만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통했나보다. 청년들 사이에서 드높았던 영향력을 이용해 베트남전 반대운동의 핵심으로 우뚝 설 수도 있었던 짐 모리슨은 베트남전이 끝나기 4년 전 숨을 거둔다. 록의 기본 정신은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 아닐지. 그러니, 1971년 7월 3일은 록의 정신이 사라진 날로 기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02

자율주행 자동차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교통수단의 발달은 인류 생활의 편의를 높이고 거리를 단축시키면서 인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공간을 누리게 됨으로써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다. 동물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에서부터 배, 기차, 자동차.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은 우주 공간까지 넘나들게 했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로 신차 배송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다. 텍사스 공장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거쳐 30분 거리의 차주에게 차량을 배송했다고 한다. 운전자 없이 고속도로에서 최고 116km 속도를 내고, 교통신호등을 완벽히 소화하며 차주 집 앞까지 도달한 것이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차량 내부와 원격조작 모두 일절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으로 운행됐다”며 이런 경우는 업계 최초라 자랑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1970년대 후반부터 초보 수준의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 완벽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각종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운행 성공은 자율주행차 시대를 알리는 예고편이다. 자율주행차가 본격 보급되면 운전자 부주의에 의해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확 줄어든다. 현재 교통사고의 95%가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다. 또 교통 정체가 감소하고 교통경찰과 자동차 보험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교통혁명은 늘 기술을 넘어 인류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안겨주었다 자율주행차 시대 역시 인류의 생활방식에 또 다른 변화를 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01

매운 닭이 만든 ‘10조 라면’ 신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00 열풍’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K-팝’은 아시아와 유럽은 물론,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까지 한국 보이밴드와 걸그룹을 흉내 내며 춤추게 한다. 나라 이름조차 한국인들에겐 생소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한국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10대 소년들을 직접 본 기자는 그들의 ‘K-팝’ 사랑에 놀라기까지 했을 정도. 성장세가 다소 꺾이긴 했으나 ‘K-뷰티’의 인기도 태국과 베트남, 중국과 라오스 시장을 넘어서고 있다. 고가의 명품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프랑스에서조차도 한국 화장품으로 한국 연예인의 화장법을 따라하는 소녀들이 생겼다고 한다. ‘K-푸드’에 주목하는 외국인은 이제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사실 한국 음식을 사랑한 해외 스타들은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1980년대 ‘팝의 황제’라 불렸던 마이클 잭슨은 비빔밥 마니아였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할리우드 최고 인기 배우 톰 크루즈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음식 기행’을 다니는 판이니.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음식의 맛이라고 한다. 수천 가지 재료와 수십 가지 조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마법 같은 ‘K-푸드’의 매력. 바로 이 매력이 한국의 한 식품기업 시가 총액을 10조 원으로 만들어줬다. 삼양식품이다. 얼마 전부터 그 회사 주식은 ‘황제주’로 불린다. 매운 닭볶음 양념에 면발을 비벼 먹는 스타일의 라면은 미국과 중국에선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매운 닭이 신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30

여름더위 예고하는 열돔현상

도시지역의 온도가 주변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열섬현상이라 한다. 도심을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열을 잘 흡수하는 콘크리트 건물, 아스팔트 등과 같은 도시 구조물이 원인이 돼 도시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열돔현상은 고기압이 뚜껑처럼 대기층을 덮어 뜨거운 공기가 하늘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면에 머무는 현상이다. 열섬현상과 열돔현상이 지구촌의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고 특히 여름철에는 폭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열돔현상에 갇힌 지역은 대기 자체가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상고온과 폭염에 시달리고 밤이 돼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열대야가 연속된다. 뉴욕시 등 미국 동부지역이 6월 폭염으로 시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외신이다. 미 기상청은 지난 27일 미국 동부지역 주요 도시들의 낮기온이 37도를 넘어섰다고 밝히고 일부 지역에선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을 보였다고 발표했 다. 6월 폭염으로 미 동부지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른다고 전했다. 미국 기상청은 미국 중서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열돔이 동부로 이동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며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 같다는 예측을 했다. 과학자들은 열돔현상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지구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갈수록 열돔현상은 빈도가 더 잦아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주 대구와 경북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말이 폭염주의보지 올 여름 무더위를 예고하는 소식이라 반갑지가 않다. 올 여름 폭염과 열대야에 모두 단단한 각오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29

“장관이 뭐길래”

장관과 국회의원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이 시중에는 자주 회자된다. 대체로 “국회의원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다”는 대답이 주류다. 그 말은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등의 권한이 있고, 법적으로 부여된 수많은 권한과 특혜가 있으니 일리 있는 대답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관은 행정부 최고 수반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가의 중요 정책들을 논의한다. 이보다 막중한 자리가 있을 수 없다.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성공시켜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명예스럽고 보람도 있다. 두 자리는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국정 운영에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진다. 두 자리가 조화롭게 운영이 될 때 나라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 자리냐 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부 장관이 이재명 정부에서 유임이 되자 정치권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등을 농망법으로 반대했던 인물이 유임된 것에 대해 민주당 내 내부 반발은 물론 농민단체의 사퇴 요구도 거세다. 대통령실은 보수,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 뽑은 인선이라 설명했으나 정치 철학이 맞지 않으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송 장관의 유임은 기회주의"라고 말하고 개인 철학이나 소신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장관 오래하려면 송 장관처럼 하라”는 비아냥의 글도 올렸다. 여야 정치권 틈바구니서 장관직을 고수하려는 송 장관의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6-26

유튜브, 지역 언론의 딜레마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 밀착형 취재거리를 찾고, 꼼꼼하게 기획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면 뭐 합니까. 정작 많이 보는 건 영화제 레드카펫 위 여배우 드레스의 등이 얼마나 파여 있는지 보여주는 영상인데요.” “우리 신문사 역시 디지털시대에 발맞춰 유튜브 강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질이 방문자 수 증가를 담보해주지는 않더군요. 최근에도 방문자들은 역사강사 전한길씨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가장 많이 봤어요.” 비단 지역에 위치한 신문·방송사만이 아니었다. 구독자 수가 65만 명이 넘는 서울 언론사도 고심이 깊어 보였다. “기자 3명과 PD 2명이 유튜브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꽤 긴 시간 투자만 했을 뿐이지 5명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했어요. 2년 이상 꾸준히 제작하고 적지 않은 콘텐츠가 쌓이고 나서야 제작 인원의 인건비를 약간 상회하는 수익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지방 언론사 기자 40여 명이 제주도를 찾았다. ‘지역 언론의 미래와 기자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세미나 참석을 위해서였다. 위의 내용은 그날 세미나에서 오간 이야기를 복기한 것. 젊은 세대는 물론 80대 노인도 유튜브를 보는 세상이 도래했으니, 어느 지역 언론 할 것 없이 유튜브 콘텐츠 강화, AI 적극 활용 등의 언론 환경 변화에 신경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관련 인력과 디지털부문 강화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 모두에서 서울 언론에 밀리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그렇다고 눈앞으로 닥친 유튜브시대, AI시대를 마냥 외면할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지역 언론의 딜레마(dilemma)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25

자살률 낮추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느닷없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라고 질문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의사단체와 집단 갈등을 빚는 현안 문제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복지부 주변에서는 자살률을 화두로 삼은 대통령의 의도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고 한다. 정치권 등에서는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자살률을 언급한 것은 한국사회의 만성적 문제로 자리잡은 자살률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OECD 국가 중 줄곧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8.3명으로 OECD 평균 11.1명의 두배 이상이다. 연령별로 보면 최근 12년 사이 10대에서만 유일하게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부산에서는 고교생 3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결과,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친구 사이인 이들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에는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내용이 담겨 동반 자살로 추정된다고 했다. 매우 충격적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에 대해 복합적으로 해설한다. 실업난 등 경제적 이유, 개인주의 발달로 인한 가정 해체, 대화 부족, 그리고 성공 지향적 사회 분위기 등을 꼽는다. 특히 지나친 경쟁사회가 빚는 부작용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새 대통령이 던진 화두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24

미국이 폭격한 이스파한은…

지난 21일. 미국은 핵 관련 시설이 있다고 의심되는 이란의 세 도시를 폭격했다. 땅 속 깊숙이 들어가 모든 걸 파괴하는 이른바 ‘벙커 버스터’는 아니었지만, 그 역시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지닌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란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괴롭히던 핵 위협을 제거했다”고 큰소리쳤지만, 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란의 핵 시설 대부분은 아직 무사하다고 한다. 지구 위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고성능 미사일을 쏟아 붓고도 목적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 외에도 다른 문제가 더 있다. 미군이 폭격한 도시 가운데 한 곳이 이스파한이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절반 이상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기에 표적으로 지목됐을 터. 이스파한은 수백 년간 부침을 지속한 사파비 왕조의 수도다. 이맘광장 주위로 화려하게 솟은 자메 모스크와 알리 카푸 궁전은 이슬람 건축양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앞으로도 보존돼야 마땅할. 그건 미국 것도 아니고, 이란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또한, 이스파한엔 ‘사람이 살고 있다’. 이스파한 주민의 절대다수는 난마(亂麻)처럼 복잡하게 얽힌 이란-미국, 이란-이스라엘 전쟁과 무관한 양민들. 제아무리 최첨단 미사일이라도 오폭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는 전쟁과는 무관한 여성과 아이들이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2011년 초여름. 오렌지색 불빛이 예쁜 이스파한 카주 다리 아래서 이란의 한 사내에게 구운 닭고기와 토마토를 얻어먹었다. 기자 앞에서 커다란 눈망울을 빛내며 착하게 웃던 그의 딸과 아들이 무사하기를 진심으로 비는 오늘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6-23

첫 열대야

대구와 경북에서 올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은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 사이 대구의 밤 기온이 25.7도를 기록해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같은 날 포항(26.4도), 경산(25.9도) 구미(25.5도) 등 경북의 주요 도시에서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열대야는 밤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무더위를 보일 때를 이르는 말로 올해는 전국적으로 작년보다 일주일 이상 빠르게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여름철이 되면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주 강할 때는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고온다습한 무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게 된다. 밤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초열대야라고도 부른다. 보통 7~8월에 열대야 현상이 발생하나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선 6월 중에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졌다. 열대야 일수도 점차 늘어나 작년 제주에선 연속 45일 열대야를 기록했다. 매년 기록이 경신될 정도로 무더위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도 무덥고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 질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조사에 의하면 무더위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폭력적이며 공격적으로 만들어 이 시기에 범죄 발생이 높아진다는 보고를 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여름 열대야 극복을 위해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을 하고, 과식이나 야식 등은 피해야 한다고 권한다. 열대야로 이어질 무더운 여름이 이제 본격 시작된다. 각자가 건강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6-22

의료 불평등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연간 4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보고서는 지역민 가운데 수도권과 지역 간의 의료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무려 81.2%에 달했다. 새롭다고 할 통계 자료는 아니지만 여전히 서울과 지방간의 의료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실망스럽다. 미국의 한 주보다 작은 나라 안에서 서울과 지방간의 심각한 의료격차와 이로 인한 비용 발생이 수조 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국가정책의 부재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고질적 병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유사한 조사 결과는 있었다. 서울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암환자 3명 중 1명은 서울 소재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했고,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서울로 향하는 환자 비율이 높다고 했다. 또 지방에 거주하는 암환자가 서울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내는 비용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준다는 보고는 충격적이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지방과 서울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게 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으로 치닫는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가난해지고 돈 많은 사람일수록 더 부자가 되는 현상이 비단 경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주거와 교육, 의료, 문화 전 분야에서 존재하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언제 개선이 될까. 정부는 이런 통계를 보고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