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소림사 파계승의 성적 타락

50대 이상의 중년이라면 ‘소림사(少林寺)’라는 중국 사찰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 같다. 1980~1990년대 허난성 숭산에 자리한 소림사가 공간적 배경이 되고, 그곳 승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우후죽순 한국에서 개봉됐다. 머리칼을 박박 밀고 노란색 승복을 걸친 승려들은 하나 예외 없이 쿵푸와 봉술의 절정고수였다. 그 시절 한국 중고생에게 소림사는 약자를 핍박하는 악당으로부터 선량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됐다. 돌아보니 낭만적인 옛날이야기다. 바로 그 소림사가 최근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소림사의 30대 주지 스융신(釋永信)이 성적 방종과 부정한 방법의 축재로 중국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구금됐다는 뉴스. 나라가 커서일까? 부정과 타락의 스케일도 엄청나다. 외신에 따르면 승려 스융신이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은 한국 돈 2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관계를 가진 여성이 50명을 넘고 그들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174명이란다. 속세와는 거리를 둬야 할 승려임에도 11개나 되는 회사를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리 운영했다는 추문까지 있었다고 한다. ‘소림사의 실력자’ 스융신이 여론의 돌팔매를 맞고 자유를 박탈당하자 최근 소림사 승려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환속(還俗)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짐작하건대 부끄러움을 견디기 힘들어서였을 터. 쉽지 않은 수도의 과정과 고행을 기꺼이 감내해야 할 승려가 돈과 여자라는 세속적 욕망을 이기지 못해 오물을 뒤집어쓴 모습을 보니 삼가는 자세로 겸양하게 산다는 건 참으로 어려울 일인 듯하다. 그게 승려이건 필부(匹夫)건.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7

여성 병장 나올까

지난 20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여성도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여성 현역병 복무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인구 절벽으로 군에 입대할 남성이 줄어들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여성 현역병 복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논의의 추이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현역병 선발 시 성별과 관계없이 지원자를 뽑을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현행법상 여성도 현역 복무가 가능하나 장교나 부사관으로만 복무가 가능하고 일반 병사로는 복무할 수 없다. 여성들의 군 복무는 세계적으로 1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로 성 중립적 징병제를 도입한 나라는 노르웨이다. 헌법에 국가 방위에 대한 평등한 책임을 명시하고 징병에서 복무, 보상까지 전 과정을 시민에게 평등한 기회를 준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여성의 90%가 복무 후 만족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노르웨이에 이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스웨덴에서도 국민의 72%가 여성의 징병제 도입에 긍정적이라 한다. 다만 이들 나라는 성평등 지수가 세계 상위권 국가란 점은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성평등 지수가 세계 146개국 중 94위다. 노르웨이는 상장 기업의 40%를 여성 임원으로 임명해야 하는 법이 존재하고, 정부 직원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러나 여성의 현역병 지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이 긍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여성징병제 도입에 따른 제도적 보안을 해야겠지만 22대 국회에서 시행 여부가 판가름 날지는 미지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6

법사와 도사가 날뛴 정권의 말로

누가 뭐래도 21세기는 합리와 이성의 시대다. 이를 부정하는 건 그 사람의 정신이 전근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과학의 발달로 머지않아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게 되고, 최첨단 AI가 일상화돼 생활 속으로 들어온 오늘. 합리·이성과는 무관한 무속인에게 길흉화복을 묻는다는 건 우매한 행위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 김건희 씨는 유독 역술인, 법사, 풍수전문가 등과 가까이 지냈다. 윤석열 씨 파면 이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은 이제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됐다. 대통령 업무 공간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고, 대통령 부부의 순방 때 어떤 행사장을 가거나 가지 않는 걸 결정하고, 특정 종교가 김건희 씨에게 전달하려 했던 값비싼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중간에게 브로커 역할하며 건네고…. 이 모든 기이한 행위와 범죄 혐의에 무속인의 이름이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천공, 건진법사, 풍수전문가 백재권 등이다. 이쯤 되니 대체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누구와 논의해 국사(國事)를 결정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진나라의 첫 번째 황제 조정(趙政)은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유명하다.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하도록 명령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역사학자들 사이에선 전혀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던 진시황이 땅에 파묻은 건 유학자가 아닌 혹세무민을 일삼으며 나라와 백성을 농락한 사이비 무속인들이라는 것. 2200년 전 중국 왕도 믿지 않던 무속인들의 허무맹랑한 말을 금과옥조로 섬겼고, 그들이 어깨에 힘을 주고 이곳저곳에서 날뛰게 방치했다는 의심만으로도 국민들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5

‘처서 매직’

지난 주말인 23일은 처서다. 24절기 중 열 네번째 절기인 처서(處暑)는 한자말 그대로 해석하면 더위가 멈춰 선다는 뜻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체험적으로 터득한 기상에 대한 깨달음을 각종 속담 등을 통해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예를 들면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서 오고 하늘에서는 뭉개구름 타고 온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모습을 이렇게 섬세하고 예쁘게 표현했다. “처서가 지나고 나면 참외 맛이 없어진다”고 하는 말이나 “매미 소리가 자취를 감추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는 말은 경험적으로 느낀 계절의 변화를 말로 표현한 것이다. 또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말도 있다. 계절의 변화를 우리 조상들은 유머적 감각까지 동원해 재치있게 표현했다. ‘처서 매직’은 처서를 기점으로 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진다하여 붙여진 합성어다.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뜨겁고 습한 공기를 밀어내어 온도가 하락하는 현상을 마술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처서가 되면 여름 더위는 이젠 갔다며 가을 수확 준비에 모두가 바빠진다. 그 시점이 양력으로 8월 23일쯤이다. 자라던 풀도 성장을 멈추고 누렇게 변해 집집마다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하는 것도 지금부터다. 그러나 수 년전부터 처서이후 기온이 되레 상승하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났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처서인 지난 주말 대구의 낮기온은 최고 37도를 기록했다. 전국 대다수 지역에 폭염주의보도 내려졌다. 기상청은 처서가 지났음에도 당분간 찜통 더위가 이어질 것을 예보했다. ‘처서 매직’이 무색해졌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08-24

대구의 ‘모나리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떠오르고 한국의 간송미술관 하면 신윤복의 ‘미인도’가 생각난다. ‘모나리자’와 ‘미인도’가 자주 비교되는 것은 두 작품이 각국을 대표하는 미인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뛰어난 예술적 가치에 더해 시대적 상징성을 갖춘 것도 닮아 두 작품은 자주 비교돼 회자된다. ‘모나리자’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으로 통한다. 다른 작가들에 의해 모방도 되고 상업적 목적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간판 스타로 통하는 ‘모나리자’ 작품 앞에는 항상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미인도’ 가운데 최고 걸작이다.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런 명성 덕에 전시 때마다 관람객이 전시장 앞에 줄을 선다. 단아한 여성의 모습과 여인이 취한 다소곳한 자세, 그리고 가제를 얹혀놓은 잘 빗질된 머리, 정돈된 옷매무새 등은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윤복 이전에는 이런 식의 전신상을 그린 ‘미인도’가 거의 없어 조선시대 풍속을 아는 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대구시가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대표작 ‘미인도’를 내년부터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상설 전시한다고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대구의 대표 문화 콘텐츠로 삼을 생각이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대구의 모나리자가 될런지 기대를 한번 걸어보자.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1

문재인의 실패한 ‘자식 농사’

풍수지탄(風樹之歎)을 말하면 ‘이상한 아저씨’로 취급받는 세상이 왔다. 그 옛날 자식들은 아버지 뜻을 거스르고, 어머니를 부끄럽게 만드는 행위를 극히 경계했다. 그게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바 효지시야(孝之始也·인간이 할 수 있는 효도의 시작)였으니. 세상이 바뀌었다. 자랑스럽게 내세울 아들이나 딸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인 시절이 21세기다. 전 경기지사 남경필과 국회의원 이철규의 아들은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았고, 그게 남우세스러워 아비가 고개를 들지 못한 게 오늘의 한국. 선거를 통해 뽑힌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 자식이라고 아버지의 뜻대로 될 리가 없는 모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는 지난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채 운전대를 잡아 세상의 손가락질 대상이 됐다.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의 살인 행위다. 대통령인 아버지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데 딸은 ‘갭투자’로 억대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뿐인가? 무혐의 처분되긴 했지만 자선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아 입건까지 됐다. 문재인 씨를 지지하는 이들은 “성인인 자식의 행위를 왜 아버지가 책임져야 하느냐” 묻는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자식 하나도 통제 못하면서 5천만 국민에게 정직하고 바른 삶을 말했던 아버지의 부끄러움은 어떡할 것이며, 문씨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며 5년을 살아온 이 나라 국민들의 수치심은 누가 없애줄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낡았기에 버려야 할 농담이 아니다. 단 아홉 글자로 지향해 마땅한 통치자의 모습을 이처럼 제대로 형상화한 경구를 본 적이 있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20

봉트남 마을 프로젝트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봉화군과 베트남의 역사적 인연이 새삼 화제다. 지난 11일 한·베트남 정상 만찬장에 봉화 특산물이 요리로 올라오고 베트남 당 서기장 환영연에 봉화군수가 등장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봉화와 베트남 간의 인연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베트남에서 직선거리로 3000km 이상 떨어진 경북 봉화에 베트남 마을이 조성된다는 사실도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기회로 더 널리 소개되기도 했다. 베트남 리 왕조의 후손 이용상이 내란을 피해 고려국에 도착한 것이 1126년이니까 베트남과 봉화의 인연은 800년이 넘는다. 이용상은 고려국으로부터 화산 이씨 성씨를 하사받고 봉화에 세거지를 이루고 살았다. 임진왜란 때는 그의 13대 후손 이장발이 19세 나이로 문경새재에서 왜군과 싸움을 벌이다 전사해 그의 공덕을 기린 충효당이 봉화에 세워졌다. 지금도 봉화에 있는 화산 이씨 집성촌에는 7가구 10여 명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1995년 한국과 베트남 수교 5주년을 맞아 화산 이씨 종친회 대표가 선조의 고향인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는 베트남 정부의 주요 요인들이 직접 나와 이들을 환영했다고도 한다. 봉화군은 베트남과의 이런 인연을 스토리텔링해 봉트남(봉화+베트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으로 이 계획이 선정돼 소멸 위기 극복의 획기적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역의 역사적 사실에 스토리를 입혀 관광 사업화하고 지역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자치단체의 노력이 돋보이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19

김건희와 뇌물 공여자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목걸이와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 그리고 또 무엇이 오갔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씨의 ‘뇌물 스캔들’이 차츰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뇌물 공여는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에 처벌 수위 또한 높은 범죄다. 사적인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관련된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을 매수하려고 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뜻 하는 뇌물 공여. 법적으로는 인사권과 정치적 결정권이 없지만, ‘영부인’은 그 명칭이 가진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호가호위가 가능한 자리다. 그렇기에 더욱 몸을 낮추고 고개 숙여 겸양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아내가 아닐지. 그런데 김건희 씨는 어땠나? 최근 특검의 압수수색이란 초강수 앞에 긴장한 서희건설은 2022년 나토 순방 당시 김건희 씨가 착용한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를 자신들이 준 것이라 고백했다. 이는 김씨 구속의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 이뿐 아니다. 또 다른 한 사업가는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 씨의 요청으로 고가의 시계를 구입해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시계를 사주면 나중에 돈을 주겠다”는 약속도 깨뜨렸다고 한다. 세칭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 역시 특정 종교단체의 이권 청탁을 받고 김건희 씨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비싼 선물을 사주고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것, 심지어 그런 청탁이 현실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건 아직 한국이 후진국의 그림자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다. 나라 얼굴에 이처럼 먹칠을 했으니, 뇌물을 받은 사람은 물론 건넨 이들에게도 엄정한 수사와 법적 처벌이 있어야 마땅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18

조국의 사면과 무너진 공정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사면이 최근 결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서다. 실망스럽다. 조국 전 장관은 의사가 될 역량을 가지지 못한 딸을 각종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의사가 될 자격을 갖춰주려 했고,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함께 아들 시험의 답안을 대신 써주는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자신이 통치하는 동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했다. 조국 씨는 문재인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내각 법무장관을 지냈다.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을 의미하는 단어란 걸 초등학생도 안다. 조국 씨의 행위가 공정했나? 대답은 뻔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씨는 자신을 찾아온 이재명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조국을 사면해 달라” 요청했다. 한심하다. 오죽했으면 민청학련 출신의 노정객 유인태 씨가 “참으로 염치없다”며 핀잔했을까. 조국 전 장관의 사면에 찬성하는 이들은 말한다.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검찰권이 남용됐고, 전수 조사를 하면 조국 정도의 편법과 불법을 사용해 자식을 조력한 장관과 국회의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면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의심 가는 행적을 보인 전·현직 장관과 국회의원을 모두 조사한 후 재판에 넘겨 저지른 죄만큼 벌을 주면 될 일이다. 그런 걸 하라고 검사가 있고, 경찰이 있는 것 아닌가.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고 이런저런 사정까지 봐줘가며 죄 지은 자를 대통령 맘대로 풀어주는 것. 잘못 사용된 사면권은 시민의 피로 애써 만들어낸 ‘법에 의한 통치’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위가 아닐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13

모병제 시대 올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보다 병력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전투원의 손실은 고려치 않고, 많은 전투원을 한곳으로 빠른 시간 안에 집결시켜 적의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두고 인해전술(人海戰術)이라 부른다. 인구가 많은 중국이 한국전쟁 때 썼던 수법이다. 그러나 이젠 많은 군사를 동원하던 시대는 끝났다.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로 인해전술은 오히려 병력 손실을 키울 위험한 전술로 꼽힌다. 현대전에 맞지 않다. 소총이나 칼을 무기로 싸우던 예전에나 통하던 전략이다. 군사 수를 앞세웠던 중국도 지금은 병력보다는 기술전략 중심으로 전술을 바꾸었다. 우리나라 국군 병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최근 6년 사이 11만 명이 줄었다. 최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군의 병력 수는 45만명 수준이다. 이는 국방부가 실제 전투 수행 시 필요한 최소 병력 수 50만명보다 5만명이나 모자란다. 군 병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보면 군병력은 당분간 늘어나기가 어렵다. 군병력의 급격한 감소는 북한과 대치한 우리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특히 군 병력 감소로 사단급 이상 부대도 59곳(2006년)에서 42곳으로 크게 줄었다. 사단급 부대 한 군데가 줄면 인근 부대가 전력을 분담한다. 현실적으로 병력 배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속도도 늦어진다. 전문가들은 군병력 감소에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모병제 도입이 생각보다 빨리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12

동시구속 위기에 처한 부부

전직과 현직을 불문하고 대통령과 아내가 동시에 구속되는 일은 아직까진 없었다. 재직 시 저지른 비리나 권력 남용으로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재판 후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던 대통령은 적지 않다. 전두환과 노태우가 그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다. 노무현은 검찰 조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의 흑역사로 기록될 부끄러운 사건들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아내가 구속된 사례는 아직까진 없었다. 그런데, 또 한 번 치욕스런 신기록(?)이 세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이야기다. 윤석열 씨는 이미 뜬금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나 수감된 상태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만약 죄가 입증된다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가 불가피하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 낮췄지만, 윤석열 씨의 부인 김건희 씨가 의심스런 행위를 통해 부정하게 주식을 거래하고, 각종 청탁과 함께 고가의 가방과 목걸이 등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국민들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훨씬 많다. 이미 여러 정황이 김건희 씨의 범죄 혐의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 12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김건희 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건 구속 사유 중 하나다. 김씨는 지난 4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인용 직전 자신이 운영했던 사무실 컴퓨터를 포맷했다. 탄핵 이후엔 휴대폰을 바꿨다. 압수된 휴대폰의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떳떳한 삶을 살았다면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이다. 만약 김건희 씨가 구치소에 갇힌 남편을 따라 자신도 구치소로 가게 된다면 또 하나 한국 역사의 오점이 추가될 듯하다. 서글프고 개탄스런 일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11

일하는 노인 천만명시대

통계청이 밝힌 5월 중 고령층 부가 조사에 의하면 55~79세 국내 고령층의 경제활동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고령층 전체 인구의 60.9%에 해당하는 것으로 10명의 노인 중 6명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이 발표는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구조가 새로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통계로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우리 사회 노인들은 은퇴 후에 여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 20년 전(500만명)과 비교하면 그 숫자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은 이런 세태를 잘 반영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제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를 예외적 경우로 보지 않으며 보편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는 국가적이든 개인적이든 긍정적인 면이 많다. 노동시장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이것이 노년층의 생활 안정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배경에는 수명이 늘면서 70대에도 활동이 가능한 건강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자의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생활비 조달을 목적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돼 노인들의 경제활동 증가에는 노인 빈곤 문제가 여전히 숨어 있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노인 빈곤 문제부터 퇴치돼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10

수능 기도

갓을 쓴 바위란 뜻의 갓바위란 이름을 가진 곳은 전국에 여러 곳 있다. 예컨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에 있는 바위는 모양이 갓을 쓰고 있는 것과 닮아 이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갓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동네 이름도 여기서 유래돼 관암(冠巖) 마을이다. 목포시나 경기도 양주, 서울 우면동, 공주시, 보령시 등에도 갓바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이나 바위가 있다. 그러나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의 인지도에 밀려 대부분의 갓바위들은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팔공산 갓바위는 팔공산 봉우리의 하나인 관봉 정상부에 있는 높이 5.48m의 불상이다. 9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머리 위에 씌인 갓모양의 바위는 그 이후인 고려시대에 따로 만들어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석굴암 본존불상처럼 후덕하고 무뚝뚝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1965년에 문화재 당국이 보물로 지정한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 특별히 유명한 것은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소문이 나 있기 때문이다. 불교 신도이든 그렇지 않든 소원을 빌러오는 사람들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한해 250만명이 찾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갓바위 부처님에 대한 가도가 영험한 모양이다. 수능시험 100일을 맞은 이번 주에도 갓바위 부처님을 찾아 많은 기도객이 몰렸다고 한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산을 올라 기도하는 이들의 정성이 놀랍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盡人事待天命)고 했다. 각자가 바라는 소원은 다르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은 믿고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07

수난시대 자초한 장관들

고려나 조선처럼 왕이 통치하던 때가 시대적 배경인 영화나 드라마를 가끔 본다. 전제 군주제에서의 왕은 지금의 대통령과는 위상이 달랐다. 선거가 아닌 혈통을 이어 최고 권력자가 된 왕은 그 자체가 곧 국가였으니. 왕의 뜻에 반한다거나 칙령을 거부하며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반드시 ‘바른 말’을 하며 왕에게 저항하는 신하가 한둘은 있기 마련. 대체로 보아 그런 자가 충신인 경우가 흔하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왕은 세상 모든 걸 다 알고, 인간사 전체를 매번 합리적으로 꿰뚫는 존재가 아니다. 그도 때론 실수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이성이 아닌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왕에겐 간언(諫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신하가 필요한 법. 현대사회로의 변화는 지난날 왕이 가졌던 힘의 대부분을 대통령이나 내각책임제의 총리에게 이양시켰다. 대통령 역시 왕처럼 실수와 오판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 오판과 실수를 재고하거나 고치라고 충언할 수 있는 장관과 차관이 필요하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전 국방장관 김용현과 전 행안부장관 이상민은 구속됐고, 또 다른 전 국방장관 이종섭은 ‘호주로 도망친 사람’이란 오명 속에 있다. 전 법무장관 박성재와 전 외교장관 조태열 역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딱한 처지다. 그들의 오늘이 이 지경인 건 권력자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기만 했을 뿐, 한 번도 간언하지 않았던 게 이유가 아닐지. 대통령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할 용기가 없다면 장관직은 사양했어야 옳다. 허니, 장관들의 수난시대는 자업자득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06

과유불급의 지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정치인에게는 예외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공자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중용의 도를 과유불급으로 설명했다. 옛 성현들의 남긴 말들이 때때로 살아가는 데 지혜가 될 때가 있다. 권력 다툼을 하는 정치인은 물론이요, 한 나라의 국왕도 성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의 속 뜻은 과도한 행동이나 욕심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새로운 당 대표에 선출된 정청래 의원의 정치적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과거 정치 발언 등으로 미뤄보아 당의 운영이 강경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가 특별히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국내 다수의 언론들은 그에게 정치 투쟁보다 정치 복원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여당 대표로서 협치와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충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독주를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의 말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임 정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야당과는 악수도 않겠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위헌 정당 해산법 발의와 검찰, 언론, 사법개혁을 전광석화처럼 해치우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대학 시절 미 대사관저 점거 농성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고, 이재명 당 대표 당시 핵심 검투사 역할을 맡았던 당내서 소문난 초강경파다. 그에게 과유불급이란 성현의 말이 통할지 지켜 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05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깃장

수의를 벗고 내의 차림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드러누웠다고 한다. 종일 방송된 뉴스와 특검의 관련 발표로 이 소식을 접한 상당수 국민들이 혀를 찼다. 국회에선 법무부장관을 향해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도, 장관도 서로 묻고 답하기를 낯뜨거워했다. 외신도 가만있을 리 없다. 소식은 실시간으로 세계를 향해 타전됐다. “전직 대통령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지난 8월 1일 발생한 사건(?) 이야기다. 그날 특검은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그러나, 계속된 특검의 설득과 요청에도 윤 전 대통령은 요지부동, ‘잡아갈 테면 잡아가 봐라’는 식의 어깃장을 놓았다고 한다. ‘조폭 수준의 행태’라는 극단적 말까지 나왔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폭염으로 인한 체온 조절 때문에 수의를 벗고 있었고, 영장 집행 과정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공개한 건 의도된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라며 반발했다. 영국의 정치가 존 스튜어트 밀은 “법은 가진 자에겐 든든한 방패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겐 심장을 겨눈 창끝”이라 말했다. 법 집행의 평등하지 못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실상 19세기 영국 법은 부자와 권력자에겐 관대하고,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가혹했다.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21세기. 심플하게 묻자. 한국은 어떤가? 19세기 영국보다 나은가? 법을 다루며 일생을 살았고, 법의 준수를 약속하며 대통령에 올랐던 사람의 위와 같은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 전 대통령은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란 문장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8-04

말이 화(禍)가 돼

설화(舌禍)란 경솔한 말 한마디로 재앙을 불렀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 진시황의 한 부하가 미인을 조롱하는 말을 했다가 집안 전체가 망하는 멸문지화를 당한 일화가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은 함부로 말을 하지 말고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하라는 의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 역시 사소하지만 적절한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교훈을 준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 한마디로 패가망신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로 벼락출세도 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교묘히 말을 잘하고 얼굴 빛을 화려하게 꾸미는 자 중에는 어진 이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말했다. 여기서 아첨하거나 알랑거린다는 뜻의 교언영색이란 말이 유래됐다고 한다. 또 설저유부(舌底有斧)란 어려운 사자성어가 있다. “혀 밑에 도끼가 있다”는 뜻이다. 무심코 한 말이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으며 때로는 도끼처럼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사일언(三思一言)과 연결되는 교훈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면 과거 자신이 한 말이 되돌아 와 설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 임명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자신이 뱉은 말들을 감당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주 먼 옛날 일인 줄 알았던 말들이 도돌이표처럼 되살아나 구화지문(口禍之門)을 일으킨 것이다. 그의 말 중 문재인 대통령은 “멍청한 사람”, 이재명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란 말이 막말의 백미다. 말이 화(禍) 된다는 걸 몰랐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7-31

유치한 용비어천가

말을 한 사람 외엔 대부분의 국민이 낯이 뜨거워 실소를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려나 조선 같은 봉건시대 왕에게도 이런 말을 면전에서 한다는 건 칭송이 아닌 결례가 될 게 뻔하다. “하늘이 내린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느냐.” “그가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커다란 축복이다. 5년은 너무 짧다. (대통령을) 10년, 20년을 해도 될 사람”…. 얼핏 조선 왕조 최고의 혼군(昏君)이라 불리는 연산군 앞에서 간신배의 전형인 임사홍이 한 아첨처럼 들린다. 그러나 천만에. 위에 인용된 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한신대학교 석좌교수 김용옥과 이 정부 인사혁신처장 최동석이 한 말이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네 번째 임금 세종의 명령으로 그의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까지 여섯 명 통치자의 행적을 기려 만든 서사시(敍事詩). 헌데, 사전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현대사회에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아랫사람들의 언행을 “용비어천가 부르고 있네”라며 비꼬기도 한다. 한 대학의 석좌교수고, 차관급 공무원이라면 사인(私人)이 아닌 공인에 가깝다. 자기 생각엔 칭송의 대상이 세상 최고라 느껴져도 말은 가려 해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칭송을 받는 상대가 정치·경제적 힘을 가졌을 때는 더 그렇다. 그런 금도(襟度)를 지키지 못한다면 자칫 나잇살 먹고 아부나 일삼는 철부지로 오해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말의 힘은 장황함이 아닌 간결함에서 온다. 무엇이건 넘치는 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 우리 선조들은 그걸 과유불급이라 했다. 김용옥 교수와 최동석 처장에게 정중히 권한다. 이제 그러지 마시라. 대통령도 위와 같은 언사를 좋아할 리 없으니.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30

중국산 김치의 습격

중국산 김치하면 한국인에게는 충격적인 기억들이 있다. 2021년 3월 중국의 한 김치공장에서 직원이 알몸 상태로 김치를 절이는 장면이 공개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비닐을 씌운 대형수조 안에서 상의를 벗은 한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은 한국인에게 큰 충격으로 각인됐다. 중국산 김치는 이보다 앞선 2005년에도 기생충 알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고, 2013년에는 병원성 대장균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중국산 김치가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국산 김치가 국내 외식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게 되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수입된 외국산 김치는 거의 전량 중국산 김치로 16만3000t에 달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10%가 늘었다. 이 상태로 이어질 경우 연말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산 김치는 비위생적 이미지에도 이미 국내 외식시장을 장악하고 장차는 일반가정 내 식탁까지 넘보는 상태에 도달했다. 이유는 국내산 김치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앞선 때문이다. 중국산 김치 가격은 국내 김치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최근 들어 폭염 등 이상기후로 배추 작황이 부진하고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외식업소 대부분이 중국산 김치로 대체하려는 분위기라 한다. 경제성이 있는데다 간편함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까지 겹쳐 이 상태로 방치한다면 한국산 김치를 구경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이 무너질 판이다.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9

그땐 누가 이스라엘을 도울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비극적 상황 속에서 있어선 안 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사 직전의 딸에게 줄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구하러 갔던 가자 지구 주민이 이스라엘 군인이 쏜 총에 맞은 것. 마구잡이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엔 모든 게 모자란다. 전기와 식수가 공급되지 못하고, 생필품 부족은 이제 일상이다. 세상에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연명의 마지막 수단인 원조식량 배급까지 막아섰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가자 지구에서 9만 명의 아동과 여성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대부분이 긴급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122명이 굶어 죽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보낸 식량의 배급을 방해하는 이스라엘의 횡포는 멈출 기미가 없다. 땅에서 나눠주면 총격을 가하기에, 밀가루 포대를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원조하겠다고 나선 국가도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거기에 하마스가 사용할 무기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허했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적이 굶는 것까지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한다. 묻는다. “전쟁과 무관한 팔레스타인 아이들까지 당신들의 적인가?” 세계 28개 나라가 ‘비인도적인 처사를 멈추라’고 이스라엘에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 귀에 경 읽기다. 2차대전 때 이스라엘인들은 히틀러에 의해 현재의 팔레스타인과 유사한 고통을 겪었다. 그때 유대인을 곤궁에서 구한 건 연합국이다. 가자 지구에 대한 핍박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가정하자. 향후 이스라엘이 위험에 빠졌을 때 누가 나서 그들을 돕겠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