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도 못쓰는 돈, 치매머니. 노년기에 치매가 찾아오면 인지능력이 떨어져 내 집도 내 돈도 내 것인 줄 모르는 상태에 이른다. 평생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수가 없다.
치매머니는 치매환자가 보유한 소득이나 자산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치매머니 규모를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규모는 154조원이다. 이를 치매환자 수로 나누면 1인당 보유 치매머니가 2억원 정도 된다. 전체 규모는 GDP의 6.4%다. 인구 대비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시작된 일본은 치매머니 규모가 2030년에 가면 수천조에 이를 거란 전망이 있다. 치매머니는 주인이 있어도 쓸 수가 없으니 돈이 순환되지 않아 경제에 장애가 된다. 당연히 경제에는 나쁘다. 또 사회적으로 치매머니를 노리는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게 되니 치매머니 관리가 사회의 큰 이슈 거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 치매환자가 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치매머니도 증가하고, 그를 노린 범죄도 갈수록 는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치매환자의 재산을 노린 범죄의 다수가 환자를 돌보던 요양시설 종사자이거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한테서 일어난다고 한다.
치매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우리 사회가 치매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장수를 축복이라 부르기엔 치매문제가 우리들 코앞에 있다. 치매환자의 돈이 범죄의 사냥감이 되고 그를 보호할 사회적 안정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면 장수시대를 찬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