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야(除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지막 밤이란 뜻이다.
불교에서는 섣달 그믐에 108번의 종을 치는 종교 의식이 있다. 108가지 인간 번뇌를 소멸시키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을 혼란케 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한해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종교적 수행 방법의 하나다.
1년의 마지막 무렵이다. 늘 오는 이때지만 누구나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진다. 미련이 남거나 후회되는 일, 그리고 감사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가슴을 새삼 요동치게 한다.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다사다난(多事多難)했구나 싶다. 나라뿐 아니라 직장과 한 사람의 개인도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등으로 얼룩진 한해다. 매년 보내는 해지만 한해 끝자락이 되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게 세모(歲暮)의 감정이다.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은 사람이 적다”고 했다. 마무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유종의 미와 비슷하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까 한다.
끝과 시작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마지막과 시작은 서로 연결돼 한 끝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미래로 갈라지는 시점일 뿐이다. 끝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시작이란 원인이 있었기에 끝이 있는 법이다. 자연의 순리다.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는 유명인의 말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비록 모자라고 만족스럽지 않아 보이는 한해가 지나가지만 시작의 새해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시간이다.
/우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