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라. 퇴직한 60~70대 남성들의 푸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젊었을 땐 죽어라 일만 하며 월급 다 가져다주고 살았는데, 직장에서 나오니 이제 아침저녁 밥 얻어먹는 것도 아내에게 눈치가 보인다.”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퇴직 남성들이 ‘삼식이 남편’이라 불리는 세태를 부정할 수 없다. 변화한 세상이 만든 서글픈 풍경.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일까? 오랜 세월을 함께 산 부부가 나이 들어 헤어지는 ‘황혼 이혼’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혼을 원하는 건 대부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상담소를 찾은 5065명(여성 4054명·남성 1011명) 중 60대 이상 여성의 비율은 22%로 2004년 6.2%에 비해 3배가 늘었고, 같은 기간 60대 이상 남성의 상담 비율은 8.4%에서 43.6%로 5배 이상 폭증했다. 황혼 이혼을 원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이혼 상담자의 연령대도 여성은 40대가 가장 많았지만, 남성의 경우엔 60대 이상이 43.6%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심상찮은 일이다. 더 이상 아내와 살고 싶지 않다는 60대 이상 남성이 갈수록 늘어난다.
60대 이상 남성들이 이혼하려는 건 장기 별거, 성격 차이, 아내의 가출이나 폭력이 주요 이유였다. 맞고 사는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아내의 막말과 폭력을 고민하는 남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결혼을 꺼리고, 노년층은 이혼을 꿈꾸는 21세기. ‘해로하는 부부’는 이제 소설 속에서나 만나게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