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중 매체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자질을 시비하는 기사가 자주 뜬다. “2019년 심석희 선수 미투와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으로 체육계가 떠들썩했을 때도 장미란 차관은 침묵했다”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다. 별로 꼬집을 게 없어서 별걸 다 트집을 잡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1등을 하고 싶으니까, 상대의 노력을 무시하고 실패하기를 바라는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장미란 교수의 말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무거운 역기를 들고 힘겨운 싸움을 했던 선수의 너무 솔직한 표현이다. 누구인들 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조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이후 세계역도선수권 대회를 3연패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2년 마지막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까지 긴 시간을 세계 역도의 정상으로 자신을 관리했다. 오랜 시간 정상을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몸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늦잠을 자며 쉬고 싶은 날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어나 역기를 드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기록을 위해 금지 약물 복용의 유혹에 빠질 때도 역기를 드는 것은 그가 진정으로 역도를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고 성신여대 석사, 용인대 체육학 박사에 이어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스포츠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장미란재단을 설립하여 비인기 종목 선수와 스포츠 꿈나무를 후원하였다. 그의 따뜻한 마음은 사회 배려 계층을 위해서도 손을 내밀었다.
오랜 시간 체육계에 몸을 담아 내부의 일을 누구보다 잘 알며 온갖 어려움에도 자기 일은 소리 없이 하는 사람, 마음은 낮은 데로 향하고 사회의 약자에게 따스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묵묵히 자신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차관의 적임자가 아닐까.
일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며 실제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득만을 쫓는 무리가 요즈음 정치인들의 행태가 아닌가. 공직자라면 말보다는 몸이 먼저 국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찾을 줄 알아야 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도 오른 물가에 살림을 걱정하고,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떨어진 집값에 맡긴 전세금을 걱정한다.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책상에서 쏟아낸 고집스러운 정책의 결과가 너무나 혹독하다. 너무나 쉽게 헐어버린 곳간을 채우느라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정작 돈이 필요할 때 돈을 쓰지 못한다. 입이 앞선 공직자의 폐해가 너무 쓰라리다.
“자신이 주어진 곳에서 열심히 일상을 사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다.” 러시아와 전쟁하는 우크라이나의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힘든 전쟁의 시간을 겪으며 몸이 하는 말이다. 언제나 입보다 몸이 써낸 한마디는 무게가 다르다. 그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몸으로 말하는 차관의 발탁을 환영한다. 우리에게는 정직하고 몸이 앞서는 공직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