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한국인으로서도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다. 국내외에서 우울한 일만 가득했는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원래 책을 열심히 읽는 문화민족임을 일깨워 준 기분 좋은 일이다.
블루 카펫 위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직접 노벨상을 받는 한강을 보면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한강의 수상 연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열정을 느꼈으며 ‘시적 산문’이라는 그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한강의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문화민족인 대한민국의 기쁨이다.
한강은 2015년 황순원 문학상을 시작으로 맨부커상, 메디치 외국 문학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맨부커상 수상 이후 국내의 다른 작가들도 해외의 문학상 수상이 늘어났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 작가들에 대한 번역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 활동도 활발하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국내 문학이 해외로 많이 소개되고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관심이 늘어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국내 출판사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집을 찍어내기에 바쁘고,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요즈음에 줄을 서서 책을 사다니. 출판사도 글 쓰는 사람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정치권의 뉴스로 오랜만에 불어온 문학책을 읽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어떻게 불어온 문학 열풍인데 허무하게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주에 유배된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책을 사서 제주로 가는 험한 뱃길을 통해 책을 전달한 제자 이상적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는 책을 소중히 한 민족이 아닌가. 책이 없어 아버지가 직접 글을 써서 책을 만들어 자식 공부를 시켰고, 만든 책을 선물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젊은 시절에도 책을 선물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책을 선물하던 우리다. 그러던 우리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 문명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책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책보다 더 비싼 선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모들은 휴대 전화를 선물하여 아이들에게서 책을 떼어버린다.
노벨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노벨 주간이 되면 책을 사는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들고 그 덕분에 주위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는 그보다 더한 글을 읽는 선비 정신이 있지 않은가. 몸속에 책을 읽는 유전자가 흐르지 않는가.
가까운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책을 받은 사람이 다른 책을 선물하고, 온 사회에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자. 책으로 보다 깊이 뿌리 내린 한류를 만들자. 텔레비전에서 뭐라고 하던 문학을 가까이 하자. 한강의 문학이 한류의 새로운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