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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 또한 지나가리니

김규인 수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후티 반군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쟁을 빨리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전투는 더 치열하다. 전쟁에 끼어든 북한의 참전으로 잃어버린 한 평의 땅이라도 되찾아야만 하는 우크라이나의 몸부림이 절박하다. 국내의 정치 불안정은 나라의 모든 상황을 혼돈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금리는 오르고 주가는 급락을 반복한다. 경제 관련 부처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오르고 경기는 여전히 나쁘다. 장기간의 불황으로 소비는 줄어들고 기업의 고충도 늘어나고, 가뜩이나 힘든 국민의 삶을 더 힘들게 한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로 관세를 큰 폭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각국에서는 트럼프를 만나 자국의 국익을 논하는데 우리는 국내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힘이 든다. 유럽이나 일본의 발 빠른 대응은 마음을 더 조급하게 한다. 이러다가 높은 관세와 방위비 분담으로 경제가 침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대중(對中) 관세 60%는 트럼프 집권을 앞둔 미국 국민이나 기업체에도 비상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미국 업체들은 재고를 늘리려 1년 치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느라 분주하다. 미국 국민은 높은 관세로 비싼 물가를 두려워한다. 고율 관세 부과는 미국 국민의 반대에도 트럼프의 의지는 굳건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강대국 간의 대립과 갈등, 세계 각국의 전쟁과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안정, 국제 공급망의 붕괴로 물가는 오르고 금융 불안은 잘 살고 싶다는 서민들의 삶을 짓밟는다. 이제는 정치는 잊고 자신들의 삶에 집중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난다. 가만히 있다가는 불안정의 쓰나미에 자신도 쓸려가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안정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담양군은 긴급 민생안정대책 회의를 열어 대비하고 우범기 전주시장은 “불안정한 정국과 상관없이 전 공무원들은 정위치에서 맡은 바 업무를 소홀함 없이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회는 위기 속에서 온다는 마음가짐으로 진일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발표했다. 나라에서도 금리와 물가의 안정을 위하여 정책을 펼치며 경제 관련 상황을 점검한다. 불안정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혼돈의 시대에는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의 위기에, 정치의 혼란에, 물가의 불안정을 헤치고 살아남는 방법은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라는 나라대로 지방정부는 지방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남는 것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우리라. 혹독한 추위가 온다고 하더라도 살아갈 방법은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풀릴 것이다. 지금은 모두의 얼굴에 웃음보다는 무거운 침묵이 드리워져 있지만 마음 놓고 웃을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리가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닌가. 내일은 살아남아서 웃을 수 있으리니.

2024-12-23

책을 선물하자

김규인 수필가 2024년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 한국인으로서도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다. 국내외에서 우울한 일만 가득했는데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원래 책을 열심히 읽는 문화민족임을 일깨워 준 기분 좋은 일이다. 블루 카펫 위에서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직접 노벨상을 받는 한강을 보면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한강의 수상 연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열정을 느꼈으며 ‘시적 산문’이라는 그의 글을 다시 읽게 되었다. 한강의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문화민족인 대한민국의 기쁨이다. 한강은 2015년 황순원 문학상을 시작으로 맨부커상, 메디치 외국 문학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맨부커상 수상 이후 국내의 다른 작가들도 해외의 문학상 수상이 늘어났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 작가들에 대한 번역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 활동도 활발하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국내 문학이 해외로 많이 소개되고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관심이 늘어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국내 출판사에서는 한강 작가의 작품집을 찍어내기에 바쁘고,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가슴 뛰는 시간을 보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요즈음에 줄을 서서 책을 사다니. 출판사도 글 쓰는 사람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텔레비전만 켜면 나오는 정치권의 뉴스로 오랜만에 불어온 문학책을 읽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어떻게 불어온 문학 열풍인데 허무하게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제주에 유배된 스승을 위해 중국에서 책을 사서 제주로 가는 험한 뱃길을 통해 책을 전달한 제자 이상적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우리는 책을 소중히 한 민족이 아닌가. 책이 없어 아버지가 직접 글을 써서 책을 만들어 자식 공부를 시켰고, 만든 책을 선물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이다.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은 젊은 시절에도 책을 선물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고, 자식의 장래를 위해 책을 선물하던 우리다. 그러던 우리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디지털 문명이 급격히 발달함에 따라 책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책보다 더 비싼 선물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부모들은 휴대 전화를 선물하여 아이들에게서 책을 떼어버린다. 노벨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노벨 주간이 되면 책을 사는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들고 그 덕분에 주위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우리는 그보다 더한 글을 읽는 선비 정신이 있지 않은가. 몸속에 책을 읽는 유전자가 흐르지 않는가. 가까운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책을 받은 사람이 다른 책을 선물하고, 온 사회에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자. 책으로 보다 깊이 뿌리 내린 한류를 만들자. 텔레비전에서 뭐라고 하던 문학을 가까이 하자. 한강의 문학이 한류의 새로운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2024-12-16

문제는 경제다

김규인 수필가 경기 둔화 우려에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여 3.00%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장의 고뇌를 느낀다.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몸살을 앓는 한국 경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결론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이 눈물겹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를 더 힘들게 한다. 관망하다가 이제 막 한국 주식을 사려는 해외 투자가들을 돌아서게 했고 가지고 있던 주식마저 팔았다. 떨어지는 주가에 경제부처의 빠른 대처와 비상계엄의 조기 해제로 낙폭을 줄였다. 환율도 다르지 않다. 크게 하락하다가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비상계엄의 조기 해제로 1410원대에 머문다. 하지만 여전히 환율은 높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하는 회사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불안한 물가를 더 부추기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이마저도 계속되는 정치의 불안정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치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게 어려운 것일까. 선거철만 되면 국민을 받들겠다던 정치인들은 선거만 끝나면 정권을 잡는 것에 혈안이 되어 국민의 생활은 뒷전이다. 정쟁 중에도 국가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면서도 자신들의 임금 인상과 활동에 필요한 예산은 알뜰히 챙긴다. 팽팽할 거라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문제는 경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들어서면 경제가 더 나아질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의 영향으로 여러 나라가 자국의 경제를 위해 각종 정책을 펼치는 데 우리 정치인은 권력을 잡는 데만 관심을 둔다. 권력을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빼앗으려고 한다. 정치와 경제가 국민을 잘살게 하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갈 수는 없을까. 다른 부족한 부분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내세운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이를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뭐라고 해야 알아들을까. 무지막지한 권력을 손에 쥐고 휘둘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자신들의 배를 두둑이 하고도 뭘 더 바라는 것인지. 정작 주위를 둘러볼 시간은 없는 것인지. 거리를 조금만 걸어도 상가는 문이 닫혔고 시장은 손님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진 사람들이 가득하다. 씀씀이를 줄이느라 내수 경기는 바닥을 치는데 정치는 그저 자신들의 일로 바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민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살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으로 높이 쌓아 올릴 무역장벽으로 나빠질 우리 경제 때문에 국민은 밤잠을 설친다. 자국의 이익만 챙기려는 강대국의 힘자랑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나라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 수는 없을까. 세 평 정도의 공간에 컴퓨터 3대를 놓고 3명의 국회의원이 같은 공간을 쓰며 내놓는 정책이 국민을 더 편하게 하는 북유럽의 나라를 보면 부럽기만 하다. 정치인이 국민의 삶을 살필 때 경제는 살아난다. 경제가 멈추면 국민의 삶도 정치도 멈춘다. 국민도 정치인도 답은 경제다.

2024-12-09

질문하고 확인하며

김규인 수필가 불황의 골은 깊고 정치가 양극단을 달린다. 우리가 어떻게 할지 모를 때는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 중요하다. 질문이 중요한 건 누구나 잘 알지만 실생활에서 질문하는 건 드물다. 질문하는 건 눈치가 없거나 분위기를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남을 의식하며 남의 말을 듣기만 한다. 심지어 학교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학생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오가는 가운데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이제까지 우리 교육은 주입식으로 학생이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다. 질문하는 학생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가 적다. 그나마 최근에는 체험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소통이 늘어나도 그러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물음에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답을 주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질문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빠른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에 갈 길을 잃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자신에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 얼마나 정리되고 정제된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받는 답도 달라진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책을 읽거나 지식을 갖추어 질문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해 어떻게 질문하고 얻어진 답을 자신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다.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다. 깊이 이해하기에 문제의 핵심을 간추려 인공지능에 핵심을 말할 수 있다. 그냥 피상적인 이해만으로는 질문하기는 어렵다. 간혹 피상적인 질문으로 답을 얻었다면 그 답 또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도 못하는 답일 수밖에 없다. 질문하고 답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인공지능은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이다. 수업 시간에 대화도 없이 선생님이 설명한 내용을 주로 듣기만 하는 학생들이 충분한 이해를 하는 건 어렵다. 학교와 가정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다면 호기심 많은 아이의 궁금했던 것을 많이 물어볼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보의 수집과 정리를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어도 이를 최종적으로 옳은 자료인지 판단하고 활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그 내용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러한 판단력을 기르고 좋은 질문을 위해서라고 독서는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독서는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세계적인 불황과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주변국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혜안을 얻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과 가까이 지내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었으면 한다. 본인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자 할 때 그 길은 반드시 열린다. 때마침 불어온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독서 인구의 확대를 가져온다. 또한 청년들 사이에서 일어난 텍스트 핏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길이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인공지능에 질문하고 책을 통해 확인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면 한류의 꽃은 계속 피어날 것이다.

2024-12-02

2025년 신춘 문예를 지켜보며

김규인 수필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더는 우리나라가 문학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 가까이 있음을 말한다.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 작가의 책은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책이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수필 쓰는 사람으로 얼마 만에 찾아온 기쁨인지. 이제 문학도 한류의 주역임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 신문사에서는 신춘 문예의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글 쓰는 사람들의 잔치다. 하지만 수필을 쓰는 사람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처럼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된다. 이제까지 발표된 전국 일간지 24개 신문사의 신춘 문예 공고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중앙지에서는 수필을 뽑는 곳은 없고 지방지에서 세 곳만 뽑는다. 그것도 한 곳은 등단한 자는 제외한다. 시의 스물네 곳과 단편 소설의 열아홉 곳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고 동화와 비교해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요즈음 많이 쓰지 않는 시조의 아홉 곳에 비하여도 훨씬 적다. 신춘 문예에서 수필이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참담하기 그지없다. 수필은 다른 문학에 비하여 출발은 늦었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와 더불어 수필 인구도 많이 늘었다. 여기에는 1974년 창간한 한국수필을 비롯한 문예지의 역할도 컸다. 그 후 수십 년간 매년 등단자를 배출하며 수필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하였다. 늘어난 작가 수만큼이나 문학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수필은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으며, 스스로 책을 사서 읽는 데도 수필의 역할은 너무 크다. 그러한 공로는 뒤로한 채 수필은 한국 문학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시와 소설, 동화와 시조에도 밀리고 마지막 남은 몇 곳의 신문에 간신히 의지한다. 수필은 문학의 지평을 넓혀왔으며 토양을 단단히 하였다. 수필로 시작하여 문학에 입문한 사람이 시와 소설로 넘어가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에서 수필을 대하는 태도는 싸늘하다. 신변잡기라고 부르며 밀어낸다. 누구나 시작은 어설프기도 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 게 당연하다. 지금은 그러한 시간을 딛고 뛰어난 작품을 쓰는 수필가도 많다. 문학의 발전을 위해 신춘 문예를 주최하는 신문사를 탓할 생각은 없다. 더 큰 안목으로 내일을 내다보고 조화와 균형을 생각한다면 수필을 위해 신춘 문예의 폭을 더 넓혀야 한다. 신춘 문예를 통해 좋은 수필 작품이 발표되면 수필과 한국 문학의 질적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 수필의 질을 탓하고 기득권을 내세워 신문의 지면을 아낀다면 수필의 발전은 이룰 수 없다. 수필에 대하여 우대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른 문학과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 늘어난 수필가들의 수만큼이나 수필의 질도 좋아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필 또한 소재의 다양화, 의미화와 형상화를 통해 문학성을 높여야 한다. 제대로 된 평론과 각고의 노력으로 질적 향상을 이뤄내야만 한다. 많은 수필가가 있어 한강처럼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작품이 나온다고 굳게 믿는다.

2024-11-18

자전거도로 유감

김규인 수필가 한국교통연구원 NMT센터에서 추정한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인구는 1340만 명으로 발표했다. 자전거는 친환경 이동 기구로 자연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를 타는 열풍이 불었다. 지자체는 앞다투어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고 이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시간이 나면 신천에 들른다. 신천에선 쇠백로와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청둥오리들이 먹이를 찾거나 휴식한다. 신천에서는 새뿐만 아니라 휴식이 필요한 많은 사람이 나온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서 체조를 하는 사람들, 나이 드신 부부가 느린 속도로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나는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집에서 신천을 따라 난 자전거도로를 따라서 희망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를 달린다. 11㎞의 짧은 거리이지만 매일 달리기에는 적당한 거리다. 느린 속도로 매일 달리며 신천에 나온 사람들을 만난다. 일과 중에 별로 할 일이 없을 때는 신천으로 나온다. 기분 좋게 나온 자전거 타기인데 마음을 상할 때도 있다. 자전거도로인지를 알지 못한 채 도로를 어슬렁거리거나 공사로 우회할 때도 늘어난다. 공사로 인한 건 할 수 없다 치더라도 자전거도로 위를 거니는 사람들은 안전교육을 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사람들이 자전거도로로 뛰어들거나 이리저리 어슬렁거릴 경우는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그나마 신천은 비교적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잘 구분된 편이다. 거리로 나서면 자전거도로는 선을 그어 놓았지만, 그어놓은 선마저 끊어지기 일쑤고 인도 위에 한편을 내어 자전거도로를 만든 것이라 사람들과 부딪히기 쉽다. 심지어 자동차 도로 가장자리에 난 자전거도로는 더 위험하다. 좁은 도로의 가장자리에 자전거도로를 내느라 자전거도 차량도 운전하는데 신경이 곤두선다. 우리나라 자전거도로의 현실이 그러하다. 외곽지 강변을 따라 난 길은 비교적 잘 되어 있는데 시내로 들어오면 어느 쪽에서도 반기지 않는 자전거도로가 된다. 이것은 도로 사정만 그런 게 아니다. 자전거전용도로를 위한 법도 마찬가지다. 이미 만들어진 차도와 인도 사이를 오가는 모양이 위태롭기만 하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자전거도로의 구분, 안전한 이용, 주차장의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는 사람과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보행자들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걷는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막 걷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법의 실효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할 때 내가 별다른 인식 없이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 섰을 때 놀라는 가이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현실에서 법이 살아있고 다치면 도로를 침범한 보행자의 책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법은 누구나 지켜야 법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 일반 시민에 대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국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로나 주변 시설을 정비하고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2024-10-28

다시 마약 청정국이 되기를

김규인 수필가 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는데 마약 복용자는 더 늘어난다. 예산도 늘리고 단속도 열심히 하는데도 그렇다. 마약은 수시로 형태를 바꾸며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마약의 유통 경로는 다양해지고 구석구석 스며든다. 누구나 원하면 인터넷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마약을 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유흥 업소를 중심으로 집단 투약이 늘어나고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마저 마약과 연류되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가정주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마약을 투약한다. 학생들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일회성으로 투약하기도 하지만, 심지어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약을 유통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했다. 마약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한다. 공원이나 주택가,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소비자를 기다리는 마약은 숨겨져 있다. 이제 마약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된 느낌마저 든다. 마약으로 인한 사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마약을 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거나 시내에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마약으로 휘청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을 뿌리 뽑을 수는 없는 것인가.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꿈같은 이야기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왜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는 걸까. 시민들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자꾸만 모두가 걱정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가 이것을 막을 수 없을까.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은 더 이상 지구가 여러 나라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소비국처럼 되었다. 온라인의 활성화로 시간마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선진국이요 부유한 한국은 모든 산물이 모여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약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 소비가 급속히 늘어난다. 마약의 유통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세관의 눈을 피해 들어온다. 각종 과자나 음식의 모양을 한 마약은 손쉽게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 공산품에 숨겨 들여오거나 배를 통한 밀수도 예외는 아니다. 수입하는 모든 물품을 조사하기는 힘이 들지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늘어난 경제 규모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야 한다.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마약에 대해 외국과의 공조와 수입하는 물품에 대한 효율적인 검사와 마약 유통 정보 수집에 인력을 늘려야 한다. 마약 생산지에 대한 조사와 마약 유통조직의 흐름을 파악하고 국내 유통을 근절해야 한다. 아울러 마약 공급자와 투약자에 대한 엄한 처벌과 일원화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마약을 할 때 가족은 무너진다.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때 나라의 미래도 이야기할 수 있다. 법을 다시 정비하고 단속을 강화하며 정보교류를 활성화하여 다시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자. 건전한 정신이 우리 사회에 흘러넘쳐야 한다. 젊은이들은 내일을 개척하기에도 바쁘다. 우리는 마약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2024-10-14

지구를 위해 손을 내밀자

김규인 수필가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지났다. 상인들은 불경기로 힘들다고 하지만, 골목마다 내어놓는 쓰레기 더미는 만만치 않다. 버려진 건 빈 상자, 플라스틱 포장 재료, 음료수병, 비닐봉지 등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이렇게 많은 물건이 다 어디로 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제대로 재활용하는 물건도 적거니와 버려진 상태도 제멋대로이다. 자세히 보면 음식물이 묻은 종이류, 먹다 남은 음식물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 양념이 묻은 종이와 비닐류가 무엇을 담고 있었는지 묻지 않아도 몸으로 말한다. 쓰레기의 분리수거는 어려운 것인가. 버려진 양심을 가득 담은 쓰레기들이 거리를 뒹구는데 사람들은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추석인데도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니 사람들은 덥다고 난리를 친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우가 내리는가 하면 비가 내리지 않아 마실 물을 걱정하는 곳도 늘어난다.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이 힘들어한다. 계속되는 태풍에 물난리를 만난 이재민은 늘어나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적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 번씩 특집으로 환경문제를 다루지만, 구색을 갖추기 위한 행위처럼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환경문제는 밥을 먹듯이 매일 신문의 1면을 차지하거나 방송의 첫머리를 장식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도 실상은 환경오염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얼마나 더 지구가 망가져야 사람들은 진정으로 환경을 걱정할까. 아니 지구가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매달릴까. 지구는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내거나, 걸핏하면 자신을 태우며 고통을 호소하는데 사람들은 자기의 일이 아니라는 듯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물건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물건보다 포장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사용하지 않아도 될 물건을 채워 넣는다. 보기에 좋게 비닐로 코팅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화려한 장식을 더 한다. 물건보다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데만 신경 쓰는 모습이다. 어떻게 하든지 물건이 잘 팔리고 좋은 가격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인터넷 판매를 하는 업체에서는 조그만 물건을 부치는데 너무 큰 상자를 사용한다. 정작 택배 물건을 받아 상자를 뜯어보면 실제 물건은 외롭게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있다. 상자가 작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렇게 보낸다. 운반비도 늘어날 텐데 원가관리 측면에서 보더라도 효율적인지 의문이 든다. 국가에서는 재활용을 권장하나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공장에서는 물건을 팔기 위해 오늘도 포장에 공을 들인다. 차량은 더 무겁고 큰 상자를 싣고 힘들게 언덕을 오르느라 오염된 가스를 내뿜는다. 일회용품은 넘쳐나고 불어난 쓰레기는 산천을 뒤덮는다. 이대로 계속되어도 좋은 것인지 묻고 싶다. 이제라도 지구를 위해 무엇이든지 실천하자.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쓰레기와 오염 물질이 가득 찬 별이 될 것이다. 지구가 아파하고 몸부림치는 고통에 사람들도 죽어갈 것이다. 이제라도 스스로 살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절박한 몸부림이 필요하다.

2024-09-23

우리는 인공지능을 잘 쓸 수 있다

김규인 수필가 딥페이크 성폭력으로 여성들이 공포에 질렸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성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늘어난다. 요즘의 딥페이크 성폭력은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더 그러하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도 늘어나고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악의적으로 표현한 딥페이크 영상과 이미지까지 터져 나왔다. 인공지능의 도입 시 문제가 될 거라고 지적한 내용들이다. 그동안 준비는 미흡했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경찰도 그 누구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그렇다고 물밀듯이 들어오는 인공지능 사용을 막을 수도 없고 인공지능이 가진 이점은 너무도 많지 않은가. 다른 각도로 보면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일상생활에도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다. 날로 문제가 되는 기후 변화에 어쩌면 인공지능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인공지능의 도움은 절실하다. 어쩌면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 의과대학 증원 문제로 시끄러운 요즈음 인공지능은 의사를 대신하여 질병을 예측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수술할 환자를 정확하게 수행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내리는 일도 인공지능은 오차 없이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물건의 제조는 설계에서 생산 및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능숙하게 수행하고, 사람을 대신하여 궂은일을 지치지도 않고 처리한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만 한다. 몸이 아프면 고쳐주기만 하면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 참으로 충직한 일꾼이다.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나쁜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힘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다. 사용하기 전부터 부작용을 지적해도 아무런 대비 없이 성급하게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문제다. 이제라도 속도를 조정하며 밀린 숙제를 하듯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불안한 시간을 더 이상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딥페이크 성폭력물이 성행하는 이유는 돈이다. 성 관련 영상을 만들면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의 구석을 파고들며 번성한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며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고 많은 벌금을 부과하여 돈벌이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누구나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딥페이크 공포가 확산하고 이를 막고자 하는 사회의 인식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는 국가가 공정한 법을 만들어 인공지능을 관리할 때다. 우리는 지금도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한 수 위임을 믿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믿는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짜 모른다면 인공지능에 답을 구해보자. 인공지능과 함께 갈 수 있음을 보여주자.

2024-09-09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김규인 수필가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여중생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인 가해자가 2주 넘는 기간 폭행했다. 담뱃불로 지지거나 오물을 먹이는 행위로 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범죄 연령은 낮아지고 폭행 장면이나 신체를 촬영하여 유포하는 등 죄질마저 나쁘다.50대의 사회인이 허위 예약하여 음식점에 해를 끼치는 일도 발생했다. 붙잡힌 후에 단순히 골탕을 먹이고 싶어서 했다는 변명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다른 여성은 음식을 엉터리 주소로 배달시키고 배달되지 않는다고 항의 전화까지 한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장사하는 사람의 아픔은 보이지도 않는지.사는 게 힘들다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라면 하나 산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서, 감옥에 가고 싶어서,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해를 가하거나 사람을 죽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6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도 뚜렷한 이유도 없다. 어쩌면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방치하는 사이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비슷한 여건에 처한 사람들이 따라 하는 듯한 느낌마저 지울 수가 없다. 나라가 경제적으로 더 부유해지는 건 맞는데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삭막해지는 걸까.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바꾸어 놓는다.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한다. 같이 모여서 일하거나 회사에 출근하기보다 재택근무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직장인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느끼기보다는 개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어디 일만 그런가. 밥을 먹는 일도 노는 것도 혼자 하는 것을 사회는 부추긴다. 회사는 끊임없이 1인용 식사 거리를 제공하고 게임 업체는 집에 틀어박혀서 혼자 노는 상품을 수도 없이 개발한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도 식사하는 일도 택배회사는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의 삶을 돈으로 바꾼다. 시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에누리를 하고 다양한 삶을 만나는 기쁨을 우리 사회는 상품화하기에 바쁘다.살아가는 데 과정은 없고 결과만 남는 일상이 계속된다. 사람을 네모난 공간에 가두어 사람 사이의 정이 사라지는 시대다. 이런 과정에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은 겪는 힘든 시기에 사람을 붙잡아 주는 안전장치는 우리 사회에 이미 없다.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도 어머니의 젖꼭지를 빨며 인간의 정을 느끼는 시간도 사라졌다.그런 가운데 우리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간다. 정녕 방법이 없는 것일까. 사람이 사람의 따스한 손을 잡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는 없는가. 지금도 찾아보면 세상은 따뜻하고 착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왜 따스한 이야기는 자꾸 사라지는 것일까. 사람의 삶마저 자극적인 뉴스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 때문은 아닐까.정치인들이 국민의 삶은 모른다고 자기네들만의 다툼을 벌이더라도 우리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손에서 손으로 따스함을 전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우리를 위한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 인간의 체온을 느낄 수 있도록.

2024-08-26

전기차 화재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김규인 수필가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경찰은 차량 제조사인 벤츠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참여하는 두 차례의 합동 감식을 벌였다. 배터리 관리 장치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하고 자체 원인 조사를 위한 조직을 보강하고 진행한다.이번 화재 발생 이후에 추가로 여러 건의 전기차 화재가 겹쳐서 전기차 공포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야단이다. 여기에 멀쩡한 전기차 차주들도 난감한 입장이다.전기차 화재 사고는 2020년 11건을 시작으로 24건, 43건, 7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20년 13만4962대에서 2024년 상반기에는 60만6610대를 넘어서는 차량의 증가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차량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난 사고라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걱정은 늘어난다.소방청에서 발표한 지난 3년간 발생한 139건의 전기차 화재 분석 결과를 보면 운행 중 68건, 다른 화재로부터 옮겨붙은 경우를 포함한 주차 중 38건, 충전 중 26건, 정차 중 5건, 견인 중 1건의 순이었다. 차량이 운행 중이거나 주차 중, 충전 중을 가리지 않고 조건만 되면 일어난다.전기차 화재가 주목받는 건 불이 나면 끄기 힘들 뿐만 아니라 확실한 대처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차량 하부의 배터리 팩에 수백~수천 개의 리튬 배터리 전지가 들어간다. 전지 내부의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심한 과열, 외부 충격이 일어날 때 화재가 발생한다. 리튬 배터리는 하나의 셀에서 불이 나면 다른 셀로 불이 옮겨붙는 연쇄적 폭발 현상이 일어난다. 화재 온도도 1900℃까지 올라가 진화하기 어렵고 재발화와 폭발이 쉽게 일어난다.전문가들은 배터리를 느리게 85% 이하로 충전하고, 충전기에도 과충전 방지 장치 설치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현재 일어나는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제조사를 알리는 것조차 영업 비밀이라며 숨기고, 정부의 종합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배터리 제조사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장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막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화재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산업을 견인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도 배터리 안정화를 위한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행정과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국가의 힘을 모아 대응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안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임을 말하지 않는가.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할 때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얻고 화재로부터 소중한 인명을 구할 수 있다.

2024-08-12

그저 수업만이라도 제대로 하기를

김규인 수필가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발표했다.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다. 교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는 높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인지 학교 현장을 떠나는 교사도 늘어난다.초등학교 생활지도를 맡은 한 교사는 쉬는 시간에 학생들 사이에 손톱으로 긁은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처리 중 학부모의 진정으로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의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같은 일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다. ‘학폭’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이유다. 학교폭력에 학부모가 당연히 알고 협의해야 하지만, 과도한 주장으로 일이 꼬여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아이의 큰 아픔보다 자기 자식의 작은 손해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교권 침해유형은 모욕과 명예훼손, 교육활동 침해, 상해·폭행이 주를 이루며 성 관련 사건과 협박이 11%를 넘는다. 그 외에 불법 정보 유통도 발생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권 침해 사례는 더 다양한 형태로 증가한다. 법의 제정 등 현실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그렇다고 관련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는 법을 제정하고 교육청은 교권 침해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침해를 당한 교사를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방송에서 바람을 탄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냥 넘어가던 사소한 일도 관련 교사나 학교를 상대로 고소하는 경우가 늘어난다.이제는 학생들 사이의 싸움 중재도 교사가 아니라 경찰이 나서는 시대가 되었다. 법적인 문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성업 중이다. 사건만 발생하면 교사는 관련 기관의 조사에 시달려야 하고 학부모의 항의 전화와 고소 사건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작 수업을 받아야 하는 다른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당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지.이 시점에서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순 지식만을 배우러 오는 것은 아니다.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양보하고 남을 배려하는 참된 인간 교육을 받는 게 학교가 아닐까. 친구도 선생님도 없는 나 혼자만의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성을 배워야 할 시간에 학교폭력과 고소와 상대방에 대한 험담만 늘어나는 곳에서 아이들이 배울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식이 귀할수록 남과 어울리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혼자서 떨어져서 살아가는 자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왜 사람 인(人) 자가 막대 두 개를 기대어 세운 모양인지 알아야 한다.공교육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학교폭력 당사자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회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교사가 제대로 서지 않는 사회에서 진정한 교육도 우리나라의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 이상 선생에 대한 존경을 바라지도 않는다. 선생은 그저 웃으며 수업하는 너무나 당연한 바람을 가질 뿐이다.

2024-07-29

이제라도 서로를 위해 손을 내밀어야

김규인 수필가 구독자 수 1000만의 먹방 유튜버, 쯔양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전 남자 친구이자 회사 대표로부터 폭행과 협박, 착취를 4년 간이나 당했다는 내용이다. 헤어지자는 말이 악몽 같은 생활의 시작이었다. 몰래 촬영한 동영상으로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온갖 험한 일을 시켰으며, 폭행은 4년간이나 지속되었다.불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전 남자 친구가 다른 유튜버들에게 영상을 퍼뜨리며 또 다른 2차 가해가 시작되었다. 앞에서는 정의를 말하던 유튜버들이 쯔양을 협박하며 돈을 뜯으려 하였다. 실제 수천만 원의 돈을 뜯은 유튜버도 있었다. 여러 유튜버에게 건네진 자료로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서로를 잡아먹어야만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신문을 펼치면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묻지 마!’ 폭행,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은 사람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표출하는 이들의 행동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길이 없다. 왜 이렇게 상대에게 해를 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인지? 다시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자신과 조직의 이익만 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행동을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지라도 끌어내리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승자라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는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사회를 날마다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말끝마다 국민팔이를 하는 그들의 상투적인 말에 이제는 텔레비전을 끈다.사회 문제는 쌓여가는데 누구도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언론과 정치인은 우리 사회를 쳐다보기나 하는 것인지. 학생 화해를 중재하는 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무조건 자식만을 대변하는 학부모들이 넘친다. 이제는 학교 문제를 경찰이 와서 해결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말로 해결하기보다는 고소와 고발로 상대를 압박한다.협박과 폭력으로 남의 돈을 갈취하는 사람과 그런 아픔을 당하면서도 남을 위해 손을 내미는 사람. 극단의 두 사람을 보면서 서로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 수는 없는지 생각한다. 고소와 고발이 아닌 상대를 위한 배려와 다정한 말로 감싸줄 수는 없는지. 우리 사회가 이렇게 몰락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라도 서로를 위해 손을 내밀던 우리 본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언제나 웃으며 방송하는 청년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을 줄 누가 알 수 있을까. 방송 이후에 다시 본 구타의 흔적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4년간이나 지속된 폭력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정상적으로 방송을 한 것이 기적 같다. 언제쯤 우리는 사회의 구석을 환하게 비출 수 있을까. 먹구름 속의 한 줄기 햇빛처럼 쯔양의 선행이 인터넷에 오른다. 자신의 아픔을 말없이 삭이며 이웃을 위해 손을 내미는 천사를 잃지 않아 다행이다. “많은 사람의 후원으로 받은 돈이기에 후원한다”는 겸손이 진흙 속의 연꽃처럼 빛난다.

2024-07-15

반도체산업에 국가의 힘을 모아야

김규인 수필가 미국은 40조5780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과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무기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생산업체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밑그림으로 2032년에는 세계 생산량의 28%를 미국 반도체 회사가 생산한다고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SG)이 발표했다.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하여 최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는다. 이에 더하여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막고, 반도체 생산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다.일본은 반도체 회사의 미국행에 영향을 받아 엄청난 보조금으로 구마모토현에 TSMC의 제1공장을 완공하고 제2공장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제2공장 건설비 약 19조 원 중 약 6조3000억 원을 일본 정부가 지원하고, 6∼7나노급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인공지능의 발달로 반도체는 이미 국가의 전략 산업이 되었다. 각국의 사활을 건 지원에 우리 정부도 반도체산업 지원에 나선다.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18조 원을 지원하고 각종 세제 혜택과 인프라를 지원한다. 특히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한 K 클라우드 사업을 통하여 2031년까지 6775억 원을 투자한다.정치권에선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하였으나 부자 감세 등의 이유와 여야의 기선을 잡기 위한 법안에 밀린 상태다. 야당은 ‘K 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과 ‘반도체 특별법 제정안’에서 반도체산업에 100조 원을 지원하고자 발의할 예정이다. 반도체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체 간 통합뿐 아니라 국내업체도 기업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국내 인공지능 반도체 회사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협력한다. 경쟁 관계의 두 회사가 협력하는 것은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용 반도체산업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기를 믿는다.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까지 인력 충원 경쟁이 일어난다.엔비디아의 인력 충원은 많은 돈을 미끼로, 대대적으로 일어난다. 국내의 훌륭한 연구 인력 수백 명이 해외로 빠져나간다.세계 각국은 회사보다 국가가 앞장서서 반도체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다. 반도체 사업은 단순한 경제 이상의 의미가 있다.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의 점차적인 성장,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산업 및 군사 장비의 발달, 일상생활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점점 없어진다. 인공지능은 미래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획기적인 제품이고 반도체는 그 핵심 부품이다.반도체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조직을 하루빨리 만들어 세계의 흐름에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닌가. 투자도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때를 놓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이제 세계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2등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진다. 앞으로의 세계 경제에 반도체는 미래의 전부는 아니라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2024-07-01

모방범죄 예방에 언론이 앞장서야

김규인 수필가 초등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 교감을 폭행하고 욕을 하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전학을 온 사유와 학부모의 행동까지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후 학교 등교정지 기간에 자전거까지 훔쳤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후에 학생들 사이에 욕을 하며 남의 뺨을 때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C 씨의 재판 결과가 방송되면서 다시 지난날의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된다. 모르는 행인들에게 칼을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되어 이번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방송이 될 때 모방범죄가 잇따라 많은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지난 1월의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정부는 유명인 자살이 자살자의 급격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언론과 유튜브 등 언론 매체에 자살 보도 권고기준을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살에 관한 구체적인 보도가 모방 자살을 부추긴다고 정부는 보았다. 특히 극단적 선택 등과 같은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범죄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간접경험을 통하여 범행을 계획한다. 간접경험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패한 요인의 분석으로 범죄 수법을 더 구체적으로 구성한다. 모방범죄를 통해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증가한다.이제까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무분별한 보도를 일삼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독자들을 붙잡기에 혈안이 되어 모방범죄를 부추긴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TV나 유튜브 등 영상의 영향이 컸다. 특히 조회수가 바로 수익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방송의 경우는 더 그러하다. 조회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방송이 미치는 영향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모방범죄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 의해 가정이 깨어지고 많은 사람이 다친다. 사람들의 인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회복 불능의 상태로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계속 늘어난다. 이익에 눈이 멀어 돈벌이만을 생각하는 행동을 이제는 그만 멈추어야 한다. 언론이 순기능을 회복하여 살고 싶은 사회로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언론 보도 관행의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회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을 살려 모방범죄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는 유해 언론 매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교화를 강화하고 개인별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는 가정교육도 힘을 보태야 한다.사회가 발달할수록 사회적 문제도 복잡해진다. 사회 흐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언론의 선순환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언론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독자의 선택은 저절로 따라간다. 언어적인 유희로 인한 독자의 선택은 일시적이다. 모방범죄가 발붙이지 못하게 체계를 바꿀 때 독자의 믿음도 함께할 것이다.

2024-06-17

지금 애타게 ‘우리’를 찾는 건

김규인 수필가 대한민국에서 ‘우리’라는 말이 사라진다. 코로나로 사람들은 혼자가 되고, 정치권에서는 철저히 나와 남을 두부 자르듯이 구분한다. 잘린 무리는 남이 되어 우리의 크기를 자꾸 줄인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를 입에 달고 살아온 한민족이지 않은가.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인구로 가속도가 붙으며 사그라든다.혼자 크는 자녀가 ‘우리’라는 단어를 잃고, 집뿐만 아니라 식당에서조차 홀로 식사하는 자리가 늘어난다. 음식물 제조 회사에서는 일인 가구에 맞추어 용량을 줄인 상품을 잇달아 내어놓고 편의점에서는 한 사람의 식사에 맞추어 무가 자신의 형체를 잃고 토막 난 채로 잘려 나온다. 그렇게 ‘우리’는 해체된다.휴대전화의 출현은 나 홀로의 삶을 부추긴다. 친구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떼어놓고, 긴 시간을 붙들고 자기만 쳐다보라고 다양한 미끼를 던진다. 미끼를 문 사람들을 놓지 않는다. 심지어 버스에서 내려 길거리를 걸을 때도 휴대전화를 쳐다보느라 사고를 당해도 사람의 일이라 넘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꽉 쥔 채 놓지 못한다.친구들을 만날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는 모두 휴대전화를 쳐다보느라 바쁘다. 말하더라도 휴대전화가 중심이 된다. 휴대전화 게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최신 모델의 휴대전화가 이야기 소재가 된다. 휴대전화는 한 번 문 미끼는 절대 놓지 않는다.사람들이 혼자의 삶을 즐기고 휴대전화가 자신에게 빠진 사람들을 놓지 않는 한 ‘우리’는 홀로 떠돈다. 우리 엄마, 우리나라, 우리 집과 같이 ‘우리’가 붙어야 말맛을 느끼던 우리의 모습은 다 어디로 갔을까. 모두가 혼자의 삶에 빠져있는 사이, 밀려 사라지는 ‘우리’를 되찾아야 한다.아직도 늦지 않았다. 여기저기 흩어진 ‘우리’를 다시 모으자.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이모, 밥 한 그릇 줘요”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모가 차려주는 한 끼의 식사는 몸과 마음을 덮인다. 돈을 내고 먹는 한 끼의 식사가 아니라 우리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일상에서 확인하는 순간이다.어디 그것뿐인가. 2002년 월드컵 경기 당시 한국인들의 월드컵 응원 열기는 축구 실력 못지않게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두가 하나 같이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하나 되어 응원하는 모습은 한국인이 아니고서는 보기 어렵다. 한국인은 좋으나 슬프나 한결같이 ‘우리’의 의식 속에서 그렇게 살아왔다.지금 애타게 ‘우리’를 찾는 것은, 혼자 해결하기에는 풀리지 않는 문제들 때문이다. 낮은 신생아 출생률, 합의를 모르고 각자의 길을 가는 의대 증원 문제, 침체한 경제는 아직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 개혁 문제는 다시 22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긴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인데 그 앞에서 나만을 찾는다.다시 ‘우리’를 회복할 수는 없을까. IMF 위기 앞에 금을 모으고 국가 채무를 갚기 위해 돈을 모으던 우리의 유전자는 그대로 우리 몸에 남아있지 않는가. 혼자가 편하고 생각이 다르더라도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2024-06-03

인간에게 지구만큼 너그러운 별은 없다

김규인 수필가 초속 36m의 강풍이 분다. 고층 건물의 창문이 산산조각 나고 거리엔 쓰러진 나무와 송전선이 어지럽게 널린다. 건물에서 떨어진 물건이 자동차를 때리고, 지붕이 뜯겨나간 호텔은 물에 잠긴다. 미국 텍사스는 90만, 루이지애나는 20만 가구의 정전이 발생하고 최대 90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명 피해는 늘어나고 학교는 휴교한다.중국 허난성 일대에선 시속 100km를 넘는 강풍이 발생한다. 최대 시속 133km에 달하는 국지성 돌풍까지 일어난다. 허난성 정저우시의 노점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강풍에 밀려가고 넘어진 가로등에 깔려 행인이 숨진다. 중국 기상 당국은 기온이 35도까지 올라 대류가 불안정해서 강풍이 일어난 거라고 말한다.케냐와 브라질에선 홍수, 베트남에선 가뭄이, 동남아는 폭염이 일어난다. 지구 곳곳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다.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에서는 너무 더워서 학교는 휴교하고 각국은 발생한 재해를 복구하기에 바쁘다. 홍수와 가뭄과 폭염 등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기상현상이 자주 일어난다.우리나라에선 비가 내리는 것이 바뀐다. 2022년 서울에선 시간당 141.5mm의 많은 비가 내렸고, 2023년 청주에선 400년 만에 한 번 올 법한 큰비가 내렸다. 시간당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극한호우가 내리는 날이 늘어난다. 올해 5월에 강원도에는 눈이 내리더니 다음날은 29도의 높은 기온을 나타낸다.지구온난화로 애써 지은 농작물이 물에 떠내려가고 가뭄이 든 곳은 말라 죽는다. 그나마 남은 것은 바람에 날려간다.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니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그런데도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쌓인다. 음식물은 썩으면서 발생한 가스로 다시 지구를 뜨겁게 달군다.건물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쓸려가고 사람들이 다치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들.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녹은 물은 그만큼 육지를 잠식한다. 지구 환경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데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사람들은 이러한 지구의 아픔에 아직도 무감각하다.골프공 크기의 우박이 자동차의 유리창을 박살 내고 사람을 향해 달려든다. 이제는 제발 정신 차리라고 지구가 실력 행사를 한다. 더 이상 지구를 괴롭히지 말라고 몸으로 말하는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아이처럼 사람들은 아직도 욕심을 채우기에 바쁘다. 얼마나 더 채워야 욕심을 멈추고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을까.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인류 공통의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포유류가 멸종하느냐 계속 번영을 누리는 가는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렸다. 내 자식들이 계속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자. 우리는 이미 후손들의 터전을 불모지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사람들이 살아갈 터전을 지키자.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이사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받기만 한 지구에 이제는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한다. 인간에게 지구만큼 너그러운 별은 어디에도 없다.

2024-05-20

국회의원은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김규인 수필가 정부와 의료계의 강경 대치, 말끝마다 가시가 돋친 여야의 발언, 총선에서 패배한 여당 대선 유력 주자의 발언으로 선거가 끝났는데도 마음이 불편하다. 점령군처럼 행동하는 총선 승리자들과 국회의장 후보자들의 발언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기에 하이브와 어도어의 대치까지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다.국제정세의 불안으로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는 오늘도 계속된다. 이를 부추기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경제적, 사회적 불안을 부채질한다.국내외 정세를 곰곰이 생각하면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한다. 자기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치인, 나아가 집단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인들, 환자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인 의료인, 사람들을 위로해야 할 노래도 이권 앞에서는 멈춘다. 그들 눈에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모두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보지 않는다. 말끝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인들,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인들, 마음의 위로와 양식을 들려줄 예술인도 약속이나 한 듯이 국민은 뒷전이다. 그들의 볼썽사나운 이익 추구 싸움을 지켜보아야 하는 국민은 피곤하다. 국민은 단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패막이에 불과하다.총선에서 대파를 들고나온 국회의원 당선자가 대파 가격을 걱정하는 걸 볼 수가 없다. 단지 총선용으로만 활용할 뿐이다. 사과값이 안정되니 다른 식재료값이 오르고, 직장인 평균 점심값이 일만 원을 넘는다. 텔레비전은 국내외 경제가 어렵다고 말한다. 매일 고물가에 시달리며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서민의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이 아닐까.세계 경제는 불경기에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세우는데 정치권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다. 심지어 수백조 원의 국가 채무와 집값을 크게 올려놓은 당에서 다시 모든 국민에게 25만 원을 주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국회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법을 만드는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으려는지.선장도 없는 배에서 배신자 타령만 하는 여당과 승리에 취해 변절자라 손가락질하는 야당이 자신들의 권력만 추구하는 한 우리나라의 정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치가 4류라는 이건희 회장의 말씀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배신자와 변절자 타령보다 시급한 국가의 현안들이 쌓여있는데 말이다.나날이 줄어드는 출생률은 나라의 존립을 위협하고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경제는 국민을 고통 속에 빠뜨린다. 백년대계의 교육은 학폭과 학생 인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교사들은 지쳐간다.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늘어만 가는데 의사들은 병원을 떠난다.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왜 필요한가.나라 위해 일할 때는 서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사라진 협치를 이번에는 다시 살려내어야 한다. 국민에게 존중받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주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2024-05-06

인기가 무엇이길래

김규인 수필가 새끼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다.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지 1,354일 만이다.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재하러 나온 방송국의 카메라와 팬들의 카메라가 뒤섞였다. 이송하는 동안에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의 적응 훈련도 했다. 편안한 이송을 위해 무진동 차량을 준비하고 모친상을 당한 사육사가 중국까지 함께했다. 사육사 어머니의 마지막 길에도 불구하고 푸바오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모여든 사람들의 수가 푸바오가 누리는 인기를 말해준다. 인기에 비하면 이토록 많은 혜택도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진다. 관계자들이 무엇을 더 해줄 게 없는지 자꾸만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다. 푸바오는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행동해도 곱게 보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그러하다.사람들의 관심 뒤편에는 쓸개즙을 뺀 사육 곰이 아픈 배를 잡고 웅크린다. 넓은 땅을 활보하며 다니던 본능은 이미 상실한 지 오래고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눈은 늘 아래를 향한다. 어쩌면 곰의 사육이 금지되는 2026년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주인의 불안한 눈길을 피하는지도 모른다.생사를 좌우하는 절박한 문제에도 인기 없는 곰에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어디 곰만 그러할까. 인기 없는 건 다 그러하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서 인기를 갈구하는 무명 가수, 신춘문예만을 쳐다보며 젊은 시간을 다 보내버린 무명작가, 라면 한 개로 하루를 때우는 무명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오늘도 인기를 찾아 나선다.거리를 떠돌며 한 표를 얻으려는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2주간의 절박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패자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역대급의 여당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는 고작 5.4% 정도다. 단지 5.4% 차이에 모든 게 바뀐다. 승자는 많은 걸 가지지만 패자는 다시 긴 시간을 어두운 곳에서 재기를 모색해야 한다.인기는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게 아니다. 푸바오처럼 단지 귀엽다는 감정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인기가 많은 제품이 성능이 좋거나 더 많은 인기로 당선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선량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개인이나 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만 보아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는지 안다.사람은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만을 하지 못한다. 때로는 감정에 쓸려 비이성적인 생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푸바오에서 나타난 ‘베이비 스키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낳지 않는 경향은 여전하고 사육 곰에는 관심조차 없다. 단지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않아 감정이 내키지 않고 인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그렇다고 불공정한 사회라며 나무라고 싶지도 않다. 사회는 늘 그렇게 돌아간다.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쪽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간다. 인기를 누리는 푸바오도 언젠가는 잊힐 것이고 또 다른 무엇이 우리의 관심을 끌 것이다. 다만 인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두기를 바랄 뿐이다.

2024-04-15

몸으로 쓴 리더의 조건

김규인 수필가 손흥민의 골에 이강인이 펄쩍 뛰어올라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된 모습을 국민들은 얼마나 원했는지. 태국과 피파 순위만큼이나 큰 차이로 이겨서 기쁘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대한민국 축구팀이 하나가 된 것이다. 조각난 팀이 한 팀이 되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탁구 게이트 이후 런던으로 사과하러 온 이강인을 손흥민은 따스하게 맞아준다. “강인이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는 인간적인 손흥민을 만난다. 이 한마디가 국가대표팀과 토트넘을 이끄는 주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란 이런 거라고 조용히 몸으로 말한다.손흥민이 남모르게 지원한 무료 급식소가 40곳이라는 보도가 영국을 달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고 시간이 나면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대학교에서 축구를 지도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 온 그의 기사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토트넘에서 슬럼프에 빠진 동료, 히샬리송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응원하고 재기를 돕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력이 없으면 밀려나 벤치에 앉아야 하는 냉엄한 프로의 세계에서 말이다. 어쩌면 서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주장이기에 앞서 따스한 마음이 먼저 다가가는 그에겐 언제나 팀이 우선하는 것 같다.그런 가운데에도 매년 두 자릿수의 골과 도움을 기록한다. 이러한 바탕에는 쉬지 않고 자신을 갈고닦으며 실력을 키우는 노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돈으로 몸값을 결정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인간미 넘치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본다.2023년 수해가 발생했을 때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채수근 병사의 유가족에게도 그는 말없이 1억 원을 건넨다. 이러한 사실도 최근에서야 알려진다. 언제나 그의 선행은 남이 모르게 이루어지기에 뒤늦게야 다른 사람을 통해 알려진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도움만을 주려는 그의 마음이 요즈음 더 반짝인다.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자 나온 사람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투표용지의 길이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데, 그 길이만큼이나 출마자들의 비리도 끝없이 알려진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당선권에 다수를 차지하는 당도 보인다. 국민을 위해 남 앞에 나서는 사람들의 수신제가 후의 치국은 언제나 이루어지는지. 자신을 찍어달라고 내미는 손을 보며 리더의 조건을 생각한다.손흥민의 선행이나 남 앞에 나서는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그동안의 행동이 둘 다 남이 모르게 하는 데 국민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다르다. 손흥민으로 따스하게 데워진 가슴이 차갑게 식는다. 남을 배려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언제나 볼 수 있을지. 더 높은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자신을 닦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은 언제쯤 나올까. 국회의원이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임을 잊은 것은 아닌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쯤 남을 향해 손을 내미는 리더가 나올까.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