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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금은 미래를 설계할 때

김규인 수필가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다. 코로나는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마스크는 늘 착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한다. 아예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린다. 회사에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출퇴근 교통 대란에서 사람들을 풀어주고 밤늦게까지 흥청거리던 유흥가는 한산해졌다. 만남을 위한 모임은 전화 한 통으로 대체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빨라졌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조용히 이루어지고 가정적인 사람으로 된다. 가정주부는 이러한 상황을 은근히 반긴다.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오른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보고가 많다. 한 달간 벌어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 자녀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하는데도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 중 하나가 맞벌이 하는 사람을 찾는다.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말한다.재택근무가 확정된 회사에서는 집값이 싼 시외 지역으로 집을 얻는다. 집에 비용이 적게 드니 여유가 생겨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요즈음 나라마다 고민거리인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근무와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기술이 무르익은 숙련 기술자의 퇴직 이유를 보면 나이 드신 부모를 모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를 보살피는 것도 온종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한다면 병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택근무는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부모의 봉양에 따른 숙련 기술자의 퇴직을 막아 회사로서도 기술 인력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실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근무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우수 인력이 들어오고, 도심지의 사무실을 줄여 비용을 줄인다. 퇴직자의 감소로 기술 단절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이뤄져 수익이 늘어난다. 불필요한 전기의 사용이 줄어 운영비까지 줄어들어 수익개선에 크게 기여한다.재택근무는 출산율 감소와 고령 사회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시기에 우수한 기술 인력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에 따라 대기업 위주로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기업체 사이에 퍼져가므로 실시하는 회사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 근무조건도 여건도 다르고, 업종에 따라서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곳도 있다.이제는 국가에서 나서서 국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할 때가 왔다. 국가와 회사가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근무 효율을 측정하고 출산과 고령화를 막을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서울의 인구 과밀화를 막고 지방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준다.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시급하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다. 코로나를 이겨냈듯이 젊은이들을 결혼하게 하고 출산율을 높이고 나이 든 사람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2-10-19

오직 기술만이 살길이다

김규인 수필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세계 경제는 끝 모를 터널 속에서 헤맨다. 전쟁 와중에도 각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살아남아야 하기에 국가가 가진 역량을 총집결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나라는 나라대로 살아남기에 바쁘다.미국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다. 달러를 빌려 쓴 개발도상 국가나 달러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는 심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돈이 없고 경제 규모가 적은 나라들은 물가 폭등으로 어려움이 늘어난다.환율이 높아져 수입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돈을 빌려 쓴 서민은 이자를 내느라 가난에 허덕인다. 이 시대의 절대 명제는 살아남는 것이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살아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의 세계는 경제도 전쟁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 우선주의만을 고집한다.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만을 챙긴다. IRA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를 미국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고, 배터리의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에도 조건을 붙인다. 이 관련 규정을 충족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여 미국에서 인기리에 판매하는 현대와 기아의 전기차는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칩4를 말하고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더니 실제적인 혜택은 미국 국적의 기업에만 준다. 미국은 철저히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챙길 뿐 자유로운 무역 질서나 동맹을 위해 혜택을 주는 것은 없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시든 것이 미국이 한국과 대만으로 구매처를 바꾸었기 때문이다.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에도 불똥이 튀었다. IRA 조건을 충족하기 위하여 구매처와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을 수급하기에 혈안이 되었다. 그동안 중국에서 50% 이상을 구매하던 리튬의 공급처를 바꾸어야 한다. 미국이라는 큰 시장을 놓칠 수 없는 기업은 조건을 충족할 수밖에 없고, 충족해야만 한다.리튬은 금속으로 배터리에서는 양이온의 상태로 음이온으로 이동함으로써 전기를 발생하며 다른 금속에 비해 효율이 매우 높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로 성능이 우수한 필수 원재료다. 채굴이나 정제도 우수한 기술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리튬 확보와 정제 후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전쟁 중이다.포항공과대학과 울산과학기술원의 공동연구로 한 번 충전으로 600㎞를 달리는 배터리를 개발했다. 음극재 없이 음극 집전체만으로 충전과 방전이 가능하다. 대단한 연구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말해준다. 살아남아야만 하는 전쟁에서 우리나라가 사는 방법은 우수한 한국인의 두뇌로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IRA 같은 무역장벽은 우수한 기술만이 뚫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살길은 원재료 구입선을 다변화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단한 대한민국 기업체에 박수를 보낸다.

2022-10-12

이상한 선택과 집중

김규인수필가 재수 열풍이 분다. 대학 도서관에는 재수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신문에는 재수에 관한 기사가 지면을 메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의과대학과 SKY 대학을 선택한다. 그 선택을 통하여 젊은이들은 1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재수를 위해 자퇴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대학의 중도 탈락율이 높다. 지방대학교의 중도 탈락 비율은 더 높다. 경북대, 부산대 등 9개 지방국립대학교의 중도 탈락 비율이 평균 4.3%에 달한다. 서울의 대학이 3%대인데 비하여 훨씬 높다. 자퇴로 인하여 해당 학교의 운영도 어려워지고 우리 사회의 사회적 비용 또한 늘어난다.대학 정원은 줄지 않는데 인구 감소로 고3 수험생은 줄어든다. 이것이 재수하는 학생들이 시간과 돈을 써 가면서 선택하는 요소 중에 하나다. 원하는 학과에 들어가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재수를 선택하는 것은 학생의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틀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한다.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의 서울 집중이 심하다. 취업이 될만한 대학은 수도권에 많고, 대학에 갈 때도 웬만한 서울의 대학이면 지방의 역사 깊은 국립대학보다 합격선이 더 높다. 이 합격선은 단순한 점수 차이가 아니다. 서울로의 집중의 정도를 나타낸다.선택과 집중은 경영전략 학자 마이클 포터가 확립한 경영전략이다. 특정한 한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경영전략을 말한다.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을 포함하여 개인의 자기개발이나 자산 관리도 적용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수도권에 몰린 의과대학이나 SKY 대학 진학을 선택하고 결과적으로 서울로 집중하는 현상이 심하게 일어난다.우리는 세계 최저 출산율에 따른 인구절벽을 맞고 있다. 인구절벽 시기에 사람들의 서울 쏠림은 더 크게 느껴진다. 국가의 중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관련학과의 신입생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은 수도권의 대학들이다. 서울로의 집중을 바라보는 비수도권의 입장은 참담하다. 하루하루 조여드는 도시 소멸의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젊은이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각종 문화시설이 즐비하고 우수한 대기업들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는 돈을 벌기도 문화를 누릴 시설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 중심이다. 고 이병철 회장의 미술관이나 각종 문화시설은 이런저런 이유로 수도권에 배치한다. 정부가 실시한 실질적인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저녁이면 퇴근 버스에 올라 서울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지방에 사는 것이 유배당하는 느낌이다.지하철 역세권이라 외치는 수도권 아파트 분양 광고 문구를 접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지방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낀다. 편의 시설이 잘된 서울로만 가려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균형 발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중요시설의 지방 분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함을 이상한 선택과 집중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낄 뿐이다.

2022-09-28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보자

김규인수필가 화살을 몸에 맞은 개가 제주의 한 마을회관 인근에서 발견됐다. 신고한 주민은 개가 아주 지쳐있고 헐떡이고 많이 아파한다고 했다. 병원에서 수술하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신경계통에는 문제가 있을 거라는 의사의 말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말을 못 하는 개에게 화살을 겨누어 쏘다니 왜 그랬을까.동물을 학대한 경우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코만 밖에 나온 상태에서 생매장당한 강아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구조된 강아지는 뼈밖에 없었고 사람을 보고 벌벌 떨고 있었다. 상처 난 발로 잘 걷지도 못했다. 이 강아지는 자신을 키운 주인에 의하여 생매장당했다.주둥이와 앞발이 노끈에 묶인 채 발견된 유기견. 19마리의 푸들을 입양하여 물과 불로 고문하며 잔인하게 살해하고 아파트 화단에 묻거나 유기한 사람도 뉴스에 나왔다. 자신에게 아무런 득도 없는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보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세상은 빠르게 바뀐다. 어제 산 물건의 설명서를 살펴보고 있는데, 오늘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 문명의 빠른 변화는 사람들이 느긋하게 쳐다보고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적응하지 못한 상태로 엉거주춤 따라가기 바쁘다. 깊이 생각하며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 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휴대폰은 이러한 속도전의 선봉에 선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틈만 나면 휴대폰을 펼쳐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각종 매체는 선정적이거나 잔혹한 영상으로 사람들을 모은다. 이러한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웬만한 자극에도 무심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른 그 무엇을 찾는다.60대가 책을 읽는 마지막 세대라는 말도 나온다. 젊은 세대들은 종이책을 잘 사지 않는다. 전자책을 사거나 간단한 짧은 글만을 읽는다. 긴 글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에 다 읽을 수가 없다.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글만을 읽는다. 책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는 요즈음의 빠른 문명을 탓할 수밖에.이제라도 조금 더 사람다움을 찾아야 한다. 오늘 하루는 휴대폰 없이 살아보자. 마음을 통째로 빼앗아가는 휴대폰의 횡포에서 벗어나자. 얇은 책이라도 들고 다니며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자.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한 줄의 문장에 빠져보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찾아 평생 마음을 지키는 호신부로 삼아보자.하루에 한 번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을 쳐다보자.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노을에 자신을 적셔보자. 노을빛 물든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따스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감사하지 않은 것 없으니. 애정 어린 손으로 꽃을 쓰다듬어보면,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 없으니. 한 박자 느리게 살다가 보면 사람의 삶은 거기서 거기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도 우리는 더운 피가 흐르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반려견과 강가에 나란히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을 본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춘다. 그렇게 우리는 노을빛 품은 풍경이 된다.

2022-09-21

교육아, 잘 있느냐?

김규인 수필가 휴대폰을 충전하며 교단 위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만지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여러 사람의 우려를 자아낸다. 이 과정에 학생은 다른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행동하고 교사는 수업만 진행한다.교사나 학생의 행동으로 보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자주 일어난 것 같다. 경험으로 학생과 실랑이해 보았자 마음만 상하고 수업은 수업대로 못하니 말이다.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지 듣지 않아도 말하지 않는 교사의 뒷모습이 많은 것을 전한다.심지어 윗옷을 벗고 수업에 참여한 같은 반 남학생의 모습은 여교사가 벌거벗은 모습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혹시라도 옷을 입을까 기다리며 흑판에 판서하였을 것 같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그토록 떠들던 벌거벗은 학생 인권의 참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학교 내 최상위의 헌법과도 같은 학생 인권 앞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잃는다.파장이 커지자 학교와 교육청은 교권 침해 여부를 조사한다고 뒷북을 친다. 관련 영상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에 휴대전화 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학생들을 분리 조치하고 교권 침해 여부를 조사한다. 어쩌면 파장이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 답도 없는 조사를 하는지도 모른다.교권 침해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학생 인권이 다듬어지면 다듬어질수록 교사는 설 자리를 잃는다. 학생의 문제로 학교를 찾는 학부모는 담임선생은 안중에도 없고 교장부터 찾는다.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가 어려우면 교육청이나 상위 기관을 찾아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만을 주장하며 기어이 교사를 파출소로 불러낸다.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깨우는 교사에게 눈을 부라리며 달려들다 의자를 던지고 나가는 학생, 학부모의 심한 욕설로 인격모독을 당하는 교사, 교육활동 중 일어난 사소한 일로 교사를 고발하고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학부모, 교사에게 욕하며 달려드는 학생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더는 할 수 없는 세상이다.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가 휴대폰을 일괄적으로 걷어간 뒤 일과시간 내내 못 쓰게 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한다. 국가인권위의 판단은 학생들이 자기 억제력으로 수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만지지 않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일이다.학교 내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하고 싶은 휴대폰을 학교에 맡기고 참는 것을 배우는 것도 교육이 아닐까. 모두가 귀한 자식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인지에 의문이 든다. 오락하기 위해 어린 자식을 방치하여 굶어 죽게 하고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부모를 죽이는 일이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지금 존중을 바라는 교사는 없다. 그저 편하게 수업하기만을 바란다. 좋은 수업은 학생 인권과 교권의 조화 속에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새삼스레 수천 년을 이어온 교육의 안부를 묻는다. 교육아, 잘 있느냐?

2022-09-07

계단을 만들자

김규인 수필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물난리를 겪는다. 옷가지며 가재도구가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되었고 반지하에 세 들어 살던 일가족 3명이 계단으로 흘러든 물에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백 년이 넘어서 한 번 오는 피해라고 하지만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 햇빛조차 사치가 되는 반지하에 살던 이들의 고통이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빈다.소방관들이 소방차로 반지하 방 가득 찬 물을 퍼낸다. 물이 빠진 집에서 군인들이 젖어 쓰지 못하는 가재도구를 밖으로 끌어낸다. 공무원도 일손을 거든다. 모두가 온몸 가득 땀을 흘리며 집을 치우느라 바쁘다. 살아내야만 하는 주인도 비지땀을 흘린다.반지하는 냉전과 근대화가 낳은 이 시대의 아픔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피시설로 쓰기 위해 만든 지하실이 근대화를 맞아 수도권으로 몰려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다. 그 후 큰물이 날 때마다 수해를 입어야 하는 서민들의 아픔은 이어진다.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와 고급 주택지는 극명한 빈부 격차를 보여준다. 장마가 오면 어김없이 물에 잠기는 반지하는 큰비가 내리면 일상이 된다. 반지하에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가난한 자가 일반 사회에 진입할 유일한 기회로 묘사된다. 실제 일거리를 찾아 부잣집에 모여든 일가족이 주인의 휴가를 맞아 펼치는 부자 행각은 주인의 갑작스러운 귀가로 비극을 맞는다. 옛날 유럽에서는 창문의 개수로 세금을 매겼다. 서민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창문을 벽으로 만들어 세금을 줄였다. 어둡게 살더라도 삶을 옥죄는 세금을 적게 내고 싶었다. 반지하는 현대판 창문 개수 줄이기다. 스스로 햇빛을 줄이더라도 주거 비용을 줄여야만 살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명사다.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된 지 오래다. 맞벌이해도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는 가난한 사람이 사회로 나아가는 계단이 사라지는 일이다. 착실히 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아가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기만 한다.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자녀가 사회로 진출하는 기회도 더 쉽고 많이 주어지는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당당한 역군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돈을 사회로 나가기 위한 요건을 갖추는 데 쏟아붓는다. 가난의 대물림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높아진 물가에 수십억 원이 넘는 집값은 일반 서민이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 집중은 심해지고 집 없는 서민은 늘어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울로 몰려가고 반지하의 삶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어진다. 서민들이 양지의 야생화처럼 마음껏 햇빛을 받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일이 언제쯤 가능할까. 귀농, 귀촌, 귀어는 은퇴자나 삶에 지친 사람들만의 선택지는 아니다. 농촌이나 어촌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반지하 사람들을 위한 계단 만들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햇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손길이 필요하다.

2022-08-24

삶에 질문을 던진다

김규인 수필가 김제시의 고위 공무원이 아들 카페 개업식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징계 처분받을 예정이란다. 그가 불러낸 시의 직원들은 카페서 과일을 깎고 청소하며 답례품 포장하였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사사로이 부리는 불공정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해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사로운 생각이 맨몸으로 사람들 앞에 서면 덕지덕지 묻은 욕심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한 번만 더 돌아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물건을 살 때 유럽연합은 만드는 과정이 오염을 배출하지 않는 해가 적은 방식으로 만든 것만 산다. 만드는 과정이 문제가 있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더 나아가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따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은 만든 사람의 격이 다른 삶의 철학을 품는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배경에는 그들의 성장 과정은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한 데에도 있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일과를 보여주며 팬들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공한 모습이 아니라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의 모습을 나눈 사람들은 그들의 든든한 응원군이 된다. 솔직하고 성실하며 색다르게 접근한 그들의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사람들은 늘 살기가 힘이 든다고 말한다. 살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것은 삶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삶이란 것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나타난다. 좋은 일은 기분 좋게 그냥 지나가지만 나쁜 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기억으로 늘 삶이 힘이 든다고 말한다. 이렇게 물가도 오르고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세상의 끔찍한 일들은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불안정한 상황도 나 혼자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유모차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가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섬이 되어 선다. 할머니를 본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히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세워가며 안전하게 할머니를 건너편으로 건네준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선행이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이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뒤돌아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자처럼 따뜻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과정의 문제로 낙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 그러하다. 과정이 어떤가에 따라 평가받는 요즈음이다. 어떻게 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두 건의 일을 마주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삶이 바쁘고 사회가 어려울수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결이 다른 철학을 담고 싶다.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해.

2022-08-10

MZ세대의 정신으로

김규인수필가 딸과 같이 홈플러스에 들른다. 1+1 상품에 반색하며 카트에 담는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나무란다. 필요 없는 것을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는 것이다. 아내가 반박하지만, 어딘가 궁색하다. 딸은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다. 딸의 집에 갈 때 이것저것 사가면 집에 갈 때는 다 가지고 가라고 난리를 친다.딸은 전형적인 MZ세대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적다. 현재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물건을 살 때는 꼼꼼하게 따진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가격, 성능, 제품의 크기와 모양을 살핀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돈다. 최소한 두세 번을 보고 물건을 산다. 딸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개성은 살리고 꼭 필요한 것은 가격이 비싸도 산다.딸은 환경도 고려한다. 불필요한 옷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차를 몰고 가져다준다.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개인의 편의보다는 환경을 고려한다. 소비는 개인의 취향에 맞추지만, 그것을 버릴 때는 그 뒤를 생각한다. 의외로 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주 말한다. 내용은 좋은 말인데, 들을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바라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속가능한’을 외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진다. 지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터뜨리는 화약으로 몸살을 앓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친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의 대통령은 쫓겨나 다른 나라를 떠돈다. 전쟁 탓인지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가 불안정하다.기름값이 올라 살림을 옥죈다. 하루가 다른 물가에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소비는 줄고 회사는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금리는 세 번 잇달아 큰 폭으로 올라 돈을 빌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견딜 만하고, 실용적이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데 말이다.요즈음 들어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MZ세대의 행동양식이 이 시대에 적합한 삶의 방식인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해 정보에 빠르다. 교통수단과 도로의 발달로 속도도 빠르다. 쓰던 물건이 싫증 나거나 필요 없으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다. 맛집을 찾고 명소를 찾아 여가를 즐긴다.환경을 생각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투자하는 MZ세대로 인해 지금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도 덩달아 금리를 올린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삶은 지속하여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 투자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견딜 만하고 공정하고 실용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합리적 소비를 하는 실천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7-27

윈도우 스트라이크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에서 새 800만 마리가 한 에 충돌사한다. 세계에선 6억 마리의 새가 한 해에 충돌로 죽는다. 소음을 막기 위한 거대한 유리 장벽과 크고 작은 건물의 유리창에 부딪혀 죽음을 맞는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든 각종 구조물은 마음껏 하늘을 날아야 할 새에게는 넘지 못할 장벽이다.하늘 높이 나는 비행기, 전기를 나르는 고압선과 전깃줄, 고층에서 저층에 이르는 각종 건축물의 유리창까지 어느 하나 새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없다. 수천 ㎞를 날아 쉬어야 할 새는 천적과 인간의 구조물에 몸을 지키는 데도 힘이 든다. 하늘은 새의 영역이다. 먹이를 찾아 먼 길을 날아와서 새끼를 부화시켜 키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어미 새를 따라 늘 같은 하늘길을 따라간다. 새 중에는 어미가 앉았던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으며 그렇게 하늘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땅 위에 삶의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 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얻고 불을 지펴 끼니를 때운다. 두 발로 길을 내어 집과 일터를 오간다. 야생 동물을 쫓을 때도 두 발은 땅을 딛는다. 땅에서 태어나 땅을 딛고 살다가 땅에 묻히는 것이 인간의 영역이다.하늘을 쳐다만 보던 인간이 높이 연을 날리고 별을 따려고 화살을 쏜다. 하늘로 높이 집을 올리다가 발이 땅에서 떨어진다. 인간의 욕망은 건축물의 규모를 키우고 하늘로 길을 낸다. 사람의 건축물이 높이를 더하는 날, 새와 인간의 영역이 충돌한다.새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인간이다. 땅을 밟고 살아야 하는데 하늘을 날고 구조물을 만들며 조금씩 침범한 것이 이제는 새가 날 수 있는 공간마저 빼앗는다. 이제 인간들은 자신들의 공간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싸움을 걸지 말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인간의 이기적 산물인 유리창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 선량한 생명체에게 무어라 사과의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지구의 모든 자연환경을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이 무법자에게 신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인간의 염치만을 기대하며 기다리는지도 모른다.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에 대한 죽음에 한마디 말도 없는 존재가 무슨 영장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스스로 쓴다는 말인가. 신이 그러하듯 새들도 사람의 염치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만하고 우리들의 공간을 같이 나누어 쓰자.인간들의 염치는 지금 새들의 죽음보다 더 처참하다. 염치를 지하 감옥에 유폐시켜 놓고는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얼마나 많이 죽이는지, 그것이 문명 선진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친다. 탐욕스러운 자본주의는 오늘도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며 인간의 주머니만을 탐할 뿐 빈소조차 없는 새들의 죽음에는 애써 외면한다.감옥에 갇힌 우리들의 염치를 풀어주고 새에게도 날 수 있는 자유를 주자. 유리창을 새들이 볼 수 있게 하자. 소통하지 않는 인간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으로 인해 너무도 많은 지구의 생명체가 힘들어한다. 지구도 이제는 인간 편이 아니다. 모두가 너무 지쳐간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2022-07-13

꿈을 쏘다

김규인 수필가 ‘하늘은 신성한 신의 공간, 인간에게는 간절한 염원의 공간’. 국립항공박물관의 전시물 내용이다. 하늘에서 햇빛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하늘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내려준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하늘을 쳐다보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빌고 또 빌었다. 어린 시절, 산골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그저 쳐다만 보는 대상이었다. 잴 수도 없이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 별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말없이 나도 따라 뛰었다. 아무도 가까이 없는 밤에는 이야기 씨앗이 되었고 상상의 나래를 키우는 친구였다. 말없이 지켜주고 다독여주는 그런 친구다. 하늘을 날지 못해 연을 날린다. 상승 기류의 바람이 불면 연은 실의 길이만큼 하늘 높이 오른다. 바람이 불어 연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연은 하늘을 날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너도 나처럼 날 수 있어.” 사람들은 연이 알려준 대로 날기 위한 장치를 만든다. 조선시대 정평구는 비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다. 약 10m 높이로 12km(30리)까지 날아갔으니 날고자 하는 욕망이 하늘을 날게 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새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꿈을 가진 자도 올랐다. 어쩌면 꿈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달라졌다. 임진왜란 때 화포장 이장손은 하늘을 향해 비격진천뢰를 쏘아 올렸다. 비격진천뢰에는 왜구를 물리치고자 하는 이장손의 염원이 담겼다. 비격진천뢰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시한폭탄이요 박격포며 클레이모아였다. 꿈을 꾸었기에 만든 최신무기였다. ‘적진에서 괴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구경하고 있는데 이것이 갑자기 폭발하자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가루같이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폭풍에 날아갔다. 기이하고 놀라서 서생포로 돌아왔다.’는 왜군의 기록이 꿈의 위력을 말한다. 사람만이 상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가장 번성한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불을 지피고 문명을 일으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상력이 지구를 넘고 달을 넘어 우주에까지 닿는다.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것은 꿈을 쏘는 일이다. 누리호에도 4개의 꼬마 큐브가 실렸다. 대학생들의 꿈과 열망이 담긴 사각의 보물상자가 펼쳐지는 날 젊은이들은 벌써 우주의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작은 큐브지만 내일은 명왕성을 향해 가는 우주선이 될 것이다. 8월이면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쏜다. 칠흑같이 어두운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린 다누리호는 달의 주위를 떠도는 인공위성이 된다. 달착륙을 위한 자료를 보낸다. 11개월간 매일 달을 12바퀴씩 돌며 그가 보낼 자료가 기대된다. 다누리호가 달 궤도를 도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발은 달에 한 발 더 다가간다. 한국인이 달에 발을 딛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을 밝힌다. 그들이 있기에 달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의 기술로 발자국을 달에 남기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다려진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힘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더 높은 꿈을 응원한다.

2022-06-29

나를 식혀 주세요

김규인수필가 6월까지 산불이 꺼질 줄 모른다. 1986년 이후 산림청이 산불통계를 집계한 이후 6월에도 대형으로 산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건조한 봄에 집중적으로 산불이 났다. 최근에는 산불 발생이 길어져 6월에도 예년에 비해 산불 발생 위험이 30∼50% 높아졌고, 가뭄으로 전국에 산불 경보가 발령됐다.6월의 산불은 생나뭇잎을 태우며 나는 짙은 연기로 소방관의 시야를 가린다. 그렇지 않아도 무덥고 건조한 기후에 방화복까지 입은 소방관의 산불 진화를 어렵게 한다. 산불을 끄는 소방 헬기가 고압선을 피해 곡예 운전을 한다. 헬기가 장애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날까 봐 지켜보는 사람은 안절부절못한다. 이래저래 진화작업은 더디다. 강한 바람은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불씨를 옮기며 빠르게 산불을 퍼뜨린다. 초속 11m 이상의 강풍은 부지런히 물을 나르며 불을 끄는 산불 진화대원의 노력도 보람 없이 죽어가는 불씨를 보란 듯이 살려낸다. 불은 소방 헬기의 바람을 일으키는 동분서주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꾸며 번진다. 매스컴에서는 산불의 원인을 분석한다.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해진 날씨를 탓한다. 6월은 예년이면 장마로 물난리를 걱정하는 시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산림 당국의 50년 만의 가뭄이라는 발표는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는 산불이 발생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인 것을 직접 몸으로 느낀다. 나무가 우거진 산은 홍수를 막고 물을 가두었다가 천천히 내보내며,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보듬어 살아간다. 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산화탄소를 잡아먹고 산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산이 있어 지구온난화를 막고 산소를 마시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 산불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파괴된 자연으로 생물다양성은 줄어들고 비가 오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홍수 피해를 일으킨다. 산성비와 대기오염을 심화시키고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으로 지구온난화는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가 정책도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면서 화력발전을 늘린다. 먹다가 남거나 과잉으로 생산한 음식은 비닐봉지도 뜯지 않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사람들이 신선도를 따지는 사이에 음식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가 견딜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북극곰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고 빙하는 쉬지 않고 녹는다. 높아진 해수면에 나라를 잃고, 수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먹을 물을 구하지 못한 동식물과 사람들이 말라간다.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바로 앞에 닥친 우리들의 문제이다. 오늘도 손쉬운 일회용품의 사용은 코로나에 편승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잘 썩지 않는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사람들의 편의만을 내세운 이기주의로 지구가 중병에 시달린다. 더워진 몸을 식히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외면한다. 지구가 자신을 태우면서 전하는 말을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한다.“나를 식혀 주세요”

2022-06-15

최고의 노인 복지는 취업이다

김규인수필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늘어나는 수명에 사회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정년은 60세이고 이마저도 다 채우고 퇴직하는 사람은 드물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베이비붐 세대의 이른 퇴직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는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에 맞추어 시작된 코로나는 그들의 자립을 더 어렵게 한다.코로나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시작한 가게를 파산으로 몰고 간다. 중고 식당 용품을 취급하는 가게는 더는 물건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매장이 물건으로 가득하다. 문을 닫는 곳은 많아도 새로 시작하는 곳은 줄어든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하소연이 빈말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한꺼번에 이루어진다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는 연일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고갈을 이야기한다. 대법원의 임금 피크제 판결은 그동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기업이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이상만을 좇다가 남은 밥그릇마저 깨버리는 잘못을 범할까 두렵다.젊은이의 취업 문제도 해결되지 못하는 마당에 나이 든 사람들의 일자리를 말한다고 누구는 나무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점을 고려한다면 노인들의 일자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구 비율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의 일시적 퇴직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연금 등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임금 피크제로 그들에게 세금을 거두며 서서히 퇴직시키는 편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회적 활동에서 밀려난 몸이 병을 얻어 드러눕는다면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정부 및 지자체는 명심해야 한다.세계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정년을 연장하는 추세에 있다. 일본은 65세에서 70세로 정년을 늘리고, 아일랜드는 66세에서 68세로, 미국은 68세부터 연금 수급이 시작되고 80세가 되어도 대학에서 강의한다. 부자 나라에서도 정년 연장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나이 든 사람의 직장은 단순한 일자리 하나가 아니다. 사회의 어른이 매일 아침 할 일 없이 등산으로 하루를 보내거나 어두운 표정으로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아도 된다. 빠듯한 살림을 사는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오래간만에 집을 찾은 손주에게 웃으면서 용돈을 건넬 수 있게 한다. 굽은 노인의 허리를 바로 펴게 하고 넘어진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고, 자식 세대의 부담과 갈등을 줄이는 일이다.정부는 큰돈을 들여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실시한다. 독거노인 가구를 지원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교통의 무임승차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하여 스스로 건강을 돌보게 하는 정책이 더 좋다. 최상의 복지는 개개인의 능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제대로 된 일자리를 노인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이다.

2022-06-01

MZ세대에서 베이비붐 세대로

김규인수필가 “필요 없는 것을 왜 사?”제주에 사는 딸아이가 장 보러 가서 하는 말이다. 딸아이의 살림살이는 간단하다. 가구고 생필품이고 필요한 것만 산다. 그래서인지 필요한 것만 갖춘 아이의 단출한 살림살이와 수십 년 묵어 창고마다 가득한 나의 것은 비교가 된다. 밀레니얼(M) 세대인 딸아이는 컴퓨터에 익숙하다. 놀이기구를 즐겨 타고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고 활동적으로 취미생활하고 책을 읽고 글도 쓴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싫어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에는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SNS를 즐겨하고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산다.세컨슈머는 ‘제2의(second)’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다. 현재의 편리함보다는 지속 가능한 삶에 초점을 맞추는 소비자를 뜻한다. 소유보다는 공유에 관심이 많고 중고 거래로 저렴하게 물건을 산다. 중고 물건을 거래하는 당근이나 중고나라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MZ세대가 중심이 된 세컨슈머다.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 중고 거래를 통해 재테크를 한다.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지 않고 내다 판다. 포장한 빈 박스도 팔 것을 염두에 두고 모아 둔다. 싸게 물건을 구매하여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려 되파는 리셀이 성행한다. 그들의 영향으로 중고 거래 시장을 이용하는 연령층도 어린 학생들에서 60대 이상으로 그 폭이 넓어진다.코로나19로 일회용품의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일회용품 배달을 위해 택배가 활성화된다. 늘어난 쓰레기는 연료로 쓰는 것은 태우고 나머지는 쓰레기 매립지를 메운다. 재활용 비중은 너무나 낮다. 쓰레기가 냇가를 덮고 강을 덮더니 태평양 한가운데에 플라스틱 섬을 이룬다. 사람의 손만 닿으면 자연은 어김없이 파괴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쓰레기 산이 국토를 잠식하고 있다. 매년 쏟아지는 쓰레기를 받아내느라 악취를 풍기면서도 사람들의 요구에 자연은 말없이 따른다. 이제는 자연 보전을 위한 사람들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활동도 늘어난다.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 그러하고 스킨 스쿠버들의 수중 정화와 집 주위를 청소하는 착한 비질이 그러하고 자신의 쓰레기는 되가져오는 작은 손길이 늘어난다. 게다가 세계적인 비영리 환경보전기관(WWF) 활동은 활발하다.누군가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끌어주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건강한 환경보호 정책을 실행하고 언론은 부족한 부분을 계속 긁으며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환경보호에 동참하며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자가용을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물을 아껴 쓰고 요리할 때는 뚜껑을 닫고 육식보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는 반납하고 중고나 재활용품의 사용을 폭넓게 늘려야 한다. MZ세대에서 시작한 작은 실천이 X세대를 거쳐 베이비붐 세대로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가야 한다.

2022-05-18

꿀벌을 어떻게 하나

김규인수필가 자기 몫을 챙기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하여 단식까지 하는 사람들. 그들의 발아래에 힘없이 떨어지는 꿀벌은 데모가 아니다. 말없이 일만 하는 저 성실한 일꾼들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 몸이 버틸 때까지 견디다 쓰러지는 순진한 꿀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전국의 77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졌다. 봄이 다가와 꿀을 따는 꿀벌로 가득 차야 할 꽃밭에 벌이 사라졌다. 얼마 남지 않은 꿀벌이 돌아다니며 꿀을 따도, 꽃밭은 한산하다. 벌이 사라진 꽃밭에는 꽃만 홀로 피었다가 진다.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꿀벌이 수정한다. 꿀벌을 기다리는 농작물의 수정은 어떻게 할지. 수정하지 못해 쭉정이만 남은 너른 들판은 어떻게 하나. 세계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이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가 더워진다. 온도에 민감한 꿀벌에게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는 치명적이다. 더운 날씨에 한꺼번에 핀 꽃은 꾸준하게 꿀을 모으는 꿀벌의 삶을 힘겹게 한다. 게다가 덥고 습한 기후로 꿀벌의 움직임마저 둔해진다. 날씨가 더워지니 꿀벌의 천적은 더욱 날뛴다. 높은 기온으로 배로아(Varroa)라는 기생 응애는 더 늘어난다. 늘어난 배로아는 빠른 속도로 꿀벌을 죽음으로 내몬다. 여기에다가 꿀벌의 유충에 발생하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꿀벌은 점점 마르고 암갈색으로 색깔이 변하며 죽는다.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농작물에 농약을 얼마나 쳐대는지 꿀벌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화합물은 꿀벌의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학습과 기억에 생존이 달린 일벌들의 능력 저하는 꿀벌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휴대폰을 위한 강한 전자파는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한다. 약해진 신경계로 꿀벌이 방향감각을 잃는다. 일하러 간 일벌이 사라지니 집에 남은 꿀벌은 먹지 못하여 죽어간다. 일벌이 내비게이션 기능을 잃음으로 꿀벌은 물론 인류의 삶마저 위태롭게 한다.꿀벌의 죽음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꿀벌의 아픔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꿀을 따지 못하는 것과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만 걱정한다. 사람은 단지 꿀벌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지구상 생명체의 한 종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부단히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왔다. 통제하지 않는 욕구는 꿀벌의 생존만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숲 때문에 야생동물은 설 자리를 잃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쉴 자리가 사라져 서서히 죽어간다. 지구는 열이 나서 질병에 시달린다.작은 벌이 살지 못하는 녹색별에 사람인들 살 수 있을까.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사람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05-05

새의 하심(下心)

김규인수필가 새는 날개를 가졌다. 하늘을 날아 먹이를 잡고 차가운 날씨를 피해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살아야 하기에 날아야만 하고, 날기 위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몸은 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날기 위해 익룡의 억센 이빨도 남을 공격하던 날카로운 발톱도 내려놓는다.새는 날기 위하여 조금만 먹는다. 본능적으로 언제라도 날기 위해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많이 먹을수록 몸은 가라앉고 날지 못하는 몸은 남의 먹이가 된다. 적게 먹으면서도 힘을 내어 맹금류를 피해 달아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새는 먹는 시간도 잘게 나누어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 쓴다.새는 동물 중 체온이 가장 높다. 따뜻한 몸은 근육의 효율을 높인다. 발달한 근육은 작은 에너지로도 높이 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는다. 소화가 잘되고 흡수율이 높은 먹이를 찾아다닌다. 작은 몸으로 소화는 빨리하고 수시로 먹이를 먹는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그 온기로 날갯짓을 한다.새의 항문인 총배설강은 소화관 말단인 직장뿐만 아니라 신장에서 연결된 수뇨관과 난소에서 연결된 수란관을 함께 연결한다. 대변도 소변도 알도 같은 내장으로 내보낸다. 내장을 단순하게 하고 길이도 짧게 줄인다. 큰창자가 짧기에 소화되고 남은 배설물을 수시로 배출한다. 하늘을 날면서도 불필요한 것은 바로 버린다. 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바꾼다. 몸을 간단하게 바꾸고 찌꺼기는 바로 버리며 새는 나는 것만을 생각한다.새는 좋아하는 먹이를 잡기 좋게 부리를 바꾼다. 부리의 크기도 모양도 폭도 다르게 한다. 이빨 대신 작은 모래주머니를 달아 단단한 먹이를 부순다. 급하게 먹느라 같이 쪼아먹는 모래조차 최대한 이용한다. 모래를 통해 인과 칼슘 같은 광물질도 흡수한다. 살기 위해 부리도 먹기에 알맞게 바꾼다. 사물에 맞추어 몸을 바꾸고 이용하는 능력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날개 깃털로 하늘을 난다. 꼬리 깃털로 방향을 잡고 솜깃털로 추위를 막는다.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군살을 빼고 유선형의 몸을 만들고, 뼈를 비워 몸을 가볍게 한다. 중요한 머리조차 얇고 가벼운 뼈로 바꾸고 불필요한 부분은 날개든 뼈든 비운다. 비운 뼈의 약해진 부분을 안정적인 삼각형의 구조로 보강한다. 날고 나뭇가지에 앉기에 적합하도록 다리에 뼈를 덧대어 강한 다리를 갖는다. 빼기만을 하는 새에게 덧대는 일은 중대한 결정이다. 뼈를 비우고 덧대는 일은 어쩌면 날기 위한 마지막 작업일지도 모른다.새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경고의 소리요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소리이다. 소리에 마음을 담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영역 다툼을 다툼 없이 슬기롭게 해결한다.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새의 철학을 사람은 이해할까. 애써 모은 힘을 아껴서 쓰는 새의 지혜는 사람보다 낫다.신문과 방송을 가득 메운 욕심들을 마주한다. 정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산에 불을 지를 게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조화로운 삶을 위한 불을 지필 수는 없는지. 몸과 마음에 가득 찬 탐욕을 내릴 수는 없는지.

2022-03-23

비누

김규인수필가 어릴 적, 비눗방울은 동심을 하늘에 닿게 하는 마법 같은 놀이였다. 큰 비눗방울이 바람을 타고 가면 마음은 달나라의 토끼를 만난 듯 들떴다. 공원에서 한참을 달리고도 집에 돌아와 온종일 비눗방울 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빨랫비누에 말을 조각했다. 조각도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미끄러지듯 비누 조각이 떨어졌다. 돌돌 말리며 떨어질 즈음에 말은 형상을 갖추어 가고 조심스럽게 조각도를 움직였다. 두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말은 비누 냄새를 풍기며 초원을 달렸다. 집 창가에 놓아둔 말은 밤이면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꿈길을 달렸다.어머니는 양잿물을 사서 통닭 기름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 두 다랑이 가득 만든 비누는 4형제가 나누어 오랫동안 더러워진 옷을 깨끗하게 빨았다. 집에서도 비누를 만드는 것이 신기해서 나도 거들었다. 집에서 만든 수제 빨랫비누를 쓰면 아무리 더러운 빨래도 감쪽같이 때가 사라졌다.딸아이는 예쁜 모양의 수제비누를 만든다. 비누는 사랑의 하트가 되고 귀여운 강아지가 된다. 함께 만든 향초는 집안의 냄새를 잡고 천연비누는 머리가 빠질까 염려하는 나의 애용품이 된다. 대를 이어 만든 비누 향을 따라 집안에 손으로 직접 만든 사랑이 넘친다.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산양 기름에 나무 재를 넣고 끓여서 처음 비누를 만들었다. 이후 비누는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누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후에 50년 만에 사람의 수명은 20년이 늘어난다. 인류 역사에 비누만큼 사람의 삶에 영향을 준 물건은 드물다.물과 기름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상극과도 같은 둘을 하나로 만드는 것도 비누다. 물과 기름을 섞이게 해주는 것은 비누가 가진 놀라운 친화력 덕분이다. 비누는 수용성 물질이나 지용성 물질과도 반응한다. 물 위에서 걷는 묘기를 보이는 소금쟁이의 발에 잔뜩 묻은 기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도 비누다. 비누가 들어가면 물 위의 신사 소금쟁이의 체면이 우습게 된다. 소금쟁이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신세가 된다.비누를 만드는 잿물은 우리 역사에서 사람을 죽이는 사약으로 쓰였다. 잿물을 마신 죄인은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죽는다. 같은 원료를 가지고도 비누는 세상을 깨끗하게 하고 사람은 동족을 죽이는 독으로 사용한다. 어떻게 사는가 하는 방법이 중요한 요즘이다. 인간을 위하느라 비누는 자신을 녹인다.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는 데도 비누로 손을 씻는 게 더 효과적이다. 비누의 암피닐이라는 지방질 성분이 바이러스 제거를 돕는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카렌 플레밍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방질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비누와 물이 이 지방을 녹이면서 바이러스를 죽인다”고 말한다. 코로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안전을 위해 비누는 요긴하다.샤워하고 난 몸에서 향기로운 비누 냄새가 난다. 냄새를 따라 코가 벌렁거린다. 코를 타고 온 냄새로 마음도 덩달아 맑아진다.“친구야. 잘 있지. 덕분에 나도 잘 있어”

2022-03-09

산속으로 올라간 타이어

김규인수필가 자갈길, 흙탕길, 아스팔트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내 몸은 닳았고 어느 날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정비소 한 곳에 던져진 채 여러 달을 보냈다. 밤이 이슥한 어느 날, 차에 실려서 밤길을 달렸다. 어디가 어딘지 구별할 수도 없는 곳에서 내렸다. 날이 밝아 사방을 둘러보니 산속이었다.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았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귀촌이라고 하더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시에서 오염된 공기만 마시다가 오니 낙원이 따로 없다. 터지도록 구르기만 하던 나에게 이런 휴식이 주어지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앙증맞은 새싹은 얼마나 귀여운지. 뾰족이 땅을 헤집고 나오는 싹을 보면 신기하였다. 내 옆의 꽃을 찾아 나비가 날아들고 벌이 꿀을 따갔다. 자연의 잔치는 향기로웠다. 나를 내려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다.멧돼지가 냄새가 나서 다니지를 못하겠다고 나를 보고 야단을 쳤다. 멧돼지뿐만이 아니었다. 밑에서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엉덩이를 들었더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여 싹을 틔울 수 없다고 쑥이 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옆의 친구도 나이 든 나무 위에 걸터앉았다고 젊은 녀석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혼이 났다.주위를 둘러보니, 기름때 묻은 친구들의 몰골과 사고로 살갗이 찢어진 친구는 속살을 부여잡았다. 흰색의 줄로 장식한 네 명의 친구는 같은 차에 달렸던 형제라며 가까이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데 하나 같이 얼굴이 굳어졌다. 주위에서 여기는 올 자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과 공존할 수 없는 성분을 지녔다. 썩어서 거름이 되지도 화분이 되지도 못한다.“누가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어.”승객을 위해 달리고 짐을 싣고 달리고, 평생 사람을 위해 닳고 닳도록 일했는데, 갑자기 쓰레기라니 속이 터졌다. 도시의 길가에 버려져 파리떼가 득실거리는 쓰레기를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째려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버린 사람과 싸잡아서 범죄자로 취급한다. 폐타이어 신세가 되면 몸속에서 철을 뽑아내고 깨끗하게 씻고 잘게 부서지면 고무 분말이 되어 다시 원료로 사용된다. 고무 매트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운동장에 트랙 바닥으로 깔린다. 아스팔트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아니면 나를 태워 산업체에서 열에너지가 된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몸을 쓰레기라고 부르면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이제야 밤늦게 허겁지겁 나를 내린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다른 사람 모르게 우리를 내리느라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내리고는 쏜살같이 가버렸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귀촌하는 사람처럼 산속에서 쉬라고 내려준 줄 알고 얼마나 고마워했는지,나를 사용한 이도 사람이고 이곳에 버린 이도 사람이다. 평생 사람을 위해 일했는데 산속에 버려지다니, 자원을 쓰다가 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지만, 인간은 알아야 한다. 문명의 이기물을 함부로 버리면 반드시 역습당한다는 사실을….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