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몫을 챙기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하여 단식까지 하는 사람들. 그들의 발아래에 힘없이 떨어지는 꿀벌은 데모가 아니다. 말없이 일만 하는 저 성실한 일꾼들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 몸이 버틸 때까지 견디다 쓰러지는 순진한 꿀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전국의 77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졌다. 봄이 다가와 꿀을 따는 꿀벌로 가득 차야 할 꽃밭에 벌이 사라졌다. 얼마 남지 않은 꿀벌이 돌아다니며 꿀을 따도, 꽃밭은 한산하다. 벌이 사라진 꽃밭에는 꽃만 홀로 피었다가 진다.
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꿀벌이 수정한다. 꿀벌을 기다리는 농작물의 수정은 어떻게 할지. 수정하지 못해 쭉정이만 남은 너른 들판은 어떻게 하나. 세계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이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가 더워진다. 온도에 민감한 꿀벌에게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는 치명적이다. 더운 날씨에 한꺼번에 핀 꽃은 꾸준하게 꿀을 모으는 꿀벌의 삶을 힘겹게 한다. 게다가 덥고 습한 기후로 꿀벌의 움직임마저 둔해진다. 날씨가 더워지니 꿀벌의 천적은 더욱 날뛴다. 높은 기온으로 배로아(Varroa)라는 기생 응애는 더 늘어난다. 늘어난 배로아는 빠른 속도로 꿀벌을 죽음으로 내몬다. 여기에다가 꿀벌의 유충에 발생하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꿀벌은 점점 마르고 암갈색으로 색깔이 변하며 죽는다.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농작물에 농약을 얼마나 쳐대는지 꿀벌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화합물은 꿀벌의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학습과 기억에 생존이 달린 일벌들의 능력 저하는 꿀벌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휴대폰을 위한 강한 전자파는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한다. 약해진 신경계로 꿀벌이 방향감각을 잃는다. 일하러 간 일벌이 사라지니 집에 남은 꿀벌은 먹지 못하여 죽어간다. 일벌이 내비게이션 기능을 잃음으로 꿀벌은 물론 인류의 삶마저 위태롭게 한다.
꿀벌의 죽음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꿀벌의 아픔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꿀을 따지 못하는 것과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만 걱정한다. 사람은 단지 꿀벌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지구상 생명체의 한 종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부단히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왔다. 통제하지 않는 욕구는 꿀벌의 생존만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숲 때문에 야생동물은 설 자리를 잃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쉴 자리가 사라져 서서히 죽어간다. 지구는 열이 나서 질병에 시달린다.
작은 벌이 살지 못하는 녹색별에 사람인들 살 수 있을까.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사람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