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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하심(下心)

등록일 2022-03-23 19:01 게재일 2022-03-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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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수필가

새는 날개를 가졌다. 하늘을 날아 먹이를 잡고 차가운 날씨를 피해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살아야 하기에 날아야만 하고, 날기 위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몸은 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날기 위해 익룡의 억센 이빨도 남을 공격하던 날카로운 발톱도 내려놓는다.

새는 날기 위하여 조금만 먹는다. 본능적으로 언제라도 날기 위해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많이 먹을수록 몸은 가라앉고 날지 못하는 몸은 남의 먹이가 된다. 적게 먹으면서도 힘을 내어 맹금류를 피해 달아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새는 먹는 시간도 잘게 나누어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 쓴다.

새는 동물 중 체온이 가장 높다. 따뜻한 몸은 근육의 효율을 높인다. 발달한 근육은 작은 에너지로도 높이 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는다. 소화가 잘되고 흡수율이 높은 먹이를 찾아다닌다. 작은 몸으로 소화는 빨리하고 수시로 먹이를 먹는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그 온기로 날갯짓을 한다.

새의 항문인 총배설강은 소화관 말단인 직장뿐만 아니라 신장에서 연결된 수뇨관과 난소에서 연결된 수란관을 함께 연결한다. 대변도 소변도 알도 같은 내장으로 내보낸다. 내장을 단순하게 하고 길이도 짧게 줄인다. 큰창자가 짧기에 소화되고 남은 배설물을 수시로 배출한다. 하늘을 날면서도 불필요한 것은 바로 버린다. 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바꾼다. 몸을 간단하게 바꾸고 찌꺼기는 바로 버리며 새는 나는 것만을 생각한다.

새는 좋아하는 먹이를 잡기 좋게 부리를 바꾼다. 부리의 크기도 모양도 폭도 다르게 한다. 이빨 대신 작은 모래주머니를 달아 단단한 먹이를 부순다. 급하게 먹느라 같이 쪼아먹는 모래조차 최대한 이용한다. 모래를 통해 인과 칼슘 같은 광물질도 흡수한다. 살기 위해 부리도 먹기에 알맞게 바꾼다. 사물에 맞추어 몸을 바꾸고 이용하는 능력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날개 깃털로 하늘을 난다. 꼬리 깃털로 방향을 잡고 솜깃털로 추위를 막는다.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군살을 빼고 유선형의 몸을 만들고, 뼈를 비워 몸을 가볍게 한다. 중요한 머리조차 얇고 가벼운 뼈로 바꾸고 불필요한 부분은 날개든 뼈든 비운다. 비운 뼈의 약해진 부분을 안정적인 삼각형의 구조로 보강한다. 날고 나뭇가지에 앉기에 적합하도록 다리에 뼈를 덧대어 강한 다리를 갖는다. 빼기만을 하는 새에게 덧대는 일은 중대한 결정이다. 뼈를 비우고 덧대는 일은 어쩌면 날기 위한 마지막 작업일지도 모른다.

새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경고의 소리요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소리이다. 소리에 마음을 담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영역 다툼을 다툼 없이 슬기롭게 해결한다.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새의 철학을 사람은 이해할까. 애써 모은 힘을 아껴서 쓰는 새의 지혜는 사람보다 낫다.

신문과 방송을 가득 메운 욕심들을 마주한다. 정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산에 불을 지를 게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조화로운 삶을 위한 불을 지필 수는 없는지. 몸과 마음에 가득 찬 탐욕을 내릴 수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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