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야간거래에서 장중 1560원 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2분기 평균 환율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외환당국이 이틀 연속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내고 스무딩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까지 투입했지만,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했다.
환율은 한동안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이제는 16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항 환전 창구에서는 이미 1620원대에서 형성된다.
최근 원화 약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유독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일주일 새 3.48% 하락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3.54%)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2% 상승한 데 비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더 컸다.
이달 원화 하락률은 일본 엔화(-0.65%)와 중국 역외 위안(-0.38%), 대만 달러(-0.55%) 등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0.87%)를 비롯해 칠레 페소(-2.71%), 태국 바트(-1.10%) 등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도 많이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국내 주식을 12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중동 전쟁 전후인 올해 2∼3월에 대거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는 4월 한 달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5월에는 다시 44조원 넘게 팔았고 6월엔 4거래일 동안 18조원 넘게 순매도 중이다.
코스피가 9000선을 향해 급등하자 차익 실현과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 수요가 겹쳤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점이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외환당국은 추가 시장안정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응의 초점은 특정 환율 수준 방어가 아니라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 완화에 맞춰져 있다. 환율이 특정 레벨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투입해 수준 자체를 맞추는 방식에는 신중한 기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특정 수준으로 환율 레벨을 맞추려면 하루에 100억 달러 이상, 총 수백억 달러를 써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