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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정신으로

등록일 2022-07-27 19:43 게재일 2022-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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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수필가

딸과 같이 홈플러스에 들른다. 1+1 상품에 반색하며 카트에 담는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나무란다. 필요 없는 것을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는 것이다. 아내가 반박하지만, 어딘가 궁색하다. 딸은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다. 딸의 집에 갈 때 이것저것 사가면 집에 갈 때는 다 가지고 가라고 난리를 친다.

딸은 전형적인 MZ세대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적다. 현재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물건을 살 때는 꼼꼼하게 따진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가격, 성능, 제품의 크기와 모양을 살핀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돈다. 최소한 두세 번을 보고 물건을 산다. 딸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개성은 살리고 꼭 필요한 것은 가격이 비싸도 산다.

딸은 환경도 고려한다. 불필요한 옷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차를 몰고 가져다준다.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개인의 편의보다는 환경을 고려한다. 소비는 개인의 취향에 맞추지만, 그것을 버릴 때는 그 뒤를 생각한다. 의외로 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주 말한다. 내용은 좋은 말인데, 들을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바라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속가능한’을 외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진다. 지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터뜨리는 화약으로 몸살을 앓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친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의 대통령은 쫓겨나 다른 나라를 떠돈다. 전쟁 탓인지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가 불안정하다.

기름값이 올라 살림을 옥죈다. 하루가 다른 물가에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소비는 줄고 회사는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금리는 세 번 잇달아 큰 폭으로 올라 돈을 빌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견딜 만하고, 실용적이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데 말이다.

요즈음 들어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MZ세대의 행동양식이 이 시대에 적합한 삶의 방식인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해 정보에 빠르다. 교통수단과 도로의 발달로 속도도 빠르다. 쓰던 물건이 싫증 나거나 필요 없으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다. 맛집을 찾고 명소를 찾아 여가를 즐긴다.

환경을 생각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투자하는 MZ세대로 인해 지금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도 덩달아 금리를 올린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삶은 지속하여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 투자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견딜 만하고 공정하고 실용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합리적 소비를 하는 실천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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