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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양심을 보면서

김규인수필가 러시아 관광객의 300만 원이 든 지갑을 시민과 러시아어 특채 경찰관에 의하여, 500만 원이 든 중국 관광객의 샤넬 가방이 시민의 도움으로 주인을 되찾았다. 어쩌면 한류 문화의 진앙인 대한민국을 보고자 찾았다가 어려움을 겪을 뻔했는데, 그들의 여행에 한국인들의 마음을 함께 담을 수 있어서 기쁘다.외국인 여행객이 두고 내린 최신 맥북, 아이패드와 돈이 든 가방이 지하철 안에서 18시간을 실려 다니다가 지하철역에 보관됐다는 소식도 인터넷에 떠돈다. SNS를 통해 더 많은 한국인의 양심과 정직함을 경험한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K-양심으로 세계로 퍼져나간다.K-양심은 외국인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여러 날을 집 앞에 둔 택배물이 안전하고 1천만 원의 돈을 찾아준 택시 기사 이야기를 본다. 택시에 두고 내린 2억이 넘는 아파트 판매 대금이 든 가방을 찾아준 시민의 미담은 우리 사회가 믿을 만하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어떤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양심은 개인에 따라 시대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몇 년간 우리 사회를 관통한 공정 탓인지 아니면 어디를 가나 만나는 CCTV의 학습효과 탓인지 일상생활에 정착한 느낌이다.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사회 지도층이나 공직자들의 성추행, 음주운전, 금품수수는 지금 한창 떠오르는 이슈다. 단기로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우리 사회의 일부만 보다가 전체를 보아도 K-양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머무르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노동자들, 이민자들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정직하지 못하고 앞과 뒤가 다르거나, 도덕으로 무장한 진보라 말하면서 양심을 저버린 일부 정치인들, 끝이 없는 지도층의 성추행, 음주운전은 K-양심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양심을 지키는 사회 지도층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운 것인지. 일그러진 모습 뒤에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바쁜 그들이 ‘K-양심’을 듣기나 한 것인지.‘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헌법은 말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데 양심이 중요하다는 대한민국의 기본 생각이다. 그러하기에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양심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공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금 SNS에 떠도는 K-양심과 공직사회의 사익을 추구하는 비양심은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그들이 비난받는 것도 양심 사회로 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더구나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인정하는 K-양심의 나라가 아닌가. 공직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점점 양심 국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일부 사익에 빠진 사람들이 있지만.살기 좋은 나라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항상 순위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뒤처진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 총합의 결과이지만 외국인들이 찾고 싶은 나라, 찾아와 기분 좋은 일들이 많은 나라가 되면 우리 삶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누구나 오고 싶고 살고 싶은 K-양심의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3-06-12

스승의 날을 보내며

김규인수필가 그냥 지나쳐도 그만인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지만 간단하게 소프트볼을 하며 자축한다. 이제는 감정노동자로 전락해 버린 가르치는 노동자들의 초라한 시간이 흘러간다. 선생들만의 스승의 날 행사가 벌써 몇 년째 이어진다.우리 사회가 요구해서 만들어진 학생 인권조례로 이제는 생활지도는 없고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실이다. 세상이 이렇게 험한데 윤리가 필요 있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래도 세상은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에 의하여 돌아간다”는 은사님의 말씀을 학교에서 더는 들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챗GPT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는 요즈음 알량한 지식을 파는 일도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챗GPT에 “너희들이 선생의 자리를 대신할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할까. 어쩌면 신이 나서 바로 지금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집안의 밥상머리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람에 대한 교육이 사라진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의 기를 살리고 아이의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모는 아이를 보는 시간도 줄여가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맛있는 햄버거와 두툼하게 집어주는 용돈으로 부모는 미소 짓지만, 차가운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사람다움을 잃어간다.학교에 떠맡겨진 사람 교육은 학생인권조례에 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열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법의 심판을 기다린다. 교육학을 공부하며 교사로서의 의지를 불태우는 선생이 점점 사라진다.매스컴에서는 연일 학교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동물의 세계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끝이 없고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을 고소하고 다시 선생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응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눈에 선생이 안 보이는 일이 너무나 잦다. 교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어가지만, 학교의 현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갈라버린다. 내가 보는 것이 옳고 상대방은 틀리고,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아버린다. 이럴 때면 어떻게 살아야 바른 것인지 헷갈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래도 세상은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에 의하여 돌아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기만 한다.그렇다고 세상이 다 그렇게 돌아간다고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제는 잃어버린 ‘같이’를 찾고 싶다. 그래도 교실에는 아직 선생의 말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이 있고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이 있음을 느끼며 살고 싶다.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웃음 속에 깊이 뿌리 박힌 슬픔과 처진 후배들의 뒷모습을 애써 외면한다. 선생의 옆에는 학생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교육은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임을 아직도 믿는다. 학교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퍼져서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기를 바랄 뿐이다.

2023-05-22

마약 없는 사회를 꿈꾸며

김규인 수필가 학생들에게 마약을 뿌리는 사회.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매스컴에서 계주하듯이 마약 관련 사건이 터진다. 그만큼 마약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수시로 사람들을 파고든다. 시간과 장소를 묻지 않고 우리 사회로 퍼진다.2017년 한 해 마약류의 압수량이 154.6㎏이었다.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마약류 압수량은 176.9㎏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너무나 급속하게 퍼져버렸다. 그 엄청난 수치 앞에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하였는지 묻고 싶다. 왜 이렇게 흘러가야만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그 대상도 일반 성인은 물론이고 가정주부와 어린 학생들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까지 마약으로 휘청거린다. 관리가 엄격해야 할 군대마저 이 지경이니 다른 곳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군대는 총과 수류탄 등 살상 무기를 다루는 곳이 아닌가. 마약에 취해 동료를 향해 총이라도 난사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미국의 마약 거리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좀비처럼 걷는다. 마약 복용으로 근육이 강직되고 우리 몸의 도파민의 분비체계가 교란되어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흐느적거린다. 똑바로 설 수도 걷지도 못하며 마치 화상을 입어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을 겪는다. 이 고통을 없애려 다시 마약을 찾는다.마약 파는 사람들이 나쁜 줄을 알면서도 마약을 구하기 위해 다시 다가간다. 한 번 복용한 마약은 다시 마약을 부른다.이에 따라 일상의 행복은 찾기 힘들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 죽을 결심으로 마약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남는 것은 늘어난 빚과 망가진 몸뚱어리뿐이다.학교에서는 학교대로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친근한 김밥, 족발, 떡볶이 앞에 마약을 붙인다. 그렇게 마약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다가오는 분위기다. 사업체는 사회의 이익을 생각하고, 언론은 마약의 위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마약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올해 초 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마약과의 전쟁에 검찰만 나서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 나의 주위에서 마약을 퇴치할 때 우리는 누군가가 선의로 건네는 음료수를 기쁜 마음으로 마실 수 있다. 일상이 가능하고 사람이 사람을 믿는 날이 빨리 오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랄 뿐이다.마약으로 인해 엄청난 위기에 직면했지만, 우리는 힘을 한곳에 모으는 놀라운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이, IMF 시기의 금 모으기 운동이, 2002 월드컵에서 보여준 응원의 함성이 그러하다.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우리 국민의 유전자가 힘을 발휘할 시기이다.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어려움이 곳곳에 널려 있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 반도체를 다시 꽃 피우고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마약 없는 건전한 몸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다시 대한민국의 힘을 모으자.

2023-05-15

다문화 정책, 이대로 좋은가

김규인 수필가 우리가 꺼리는 가장 힘들고 가장 위험한 일터를 지키는 이주민들. 그들이 없으면 대한민국은 여러 분야에서 멈추어 선다. 농업도 뿌리산업도 줄기 산업도 모두가 외국인들의 손을 빌린다. 외국 이주민들이 일시에 다 떠난다면 농사를 짓는 일도 중소기업도 문을 닫아야 한다. 다문화 이주민들이 없으면 우리나라는 산업의 동력을 잃는다.다문화 이주민 200만 명의 시대다. 학생이 모자라는 학교도, 산업 인력이 모자라는 산업체도, 일손이 모자라는 농촌도, 신부가 모자라는 개인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곳에 그들이 자리한다. 우리의 선배와 아버지들이 독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났듯이 그들도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찾는다.가정의 미래를 위하여 홀로 떨어져 악착같이 돈을 벌어 최소한의 생활비만을 남긴 채 가족들에게 보내는 가장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들의 모습에서 그리움을 억누른 채 가장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기도한다.코리안 드림을 이룬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괜히 미안하고 기분마저 우울해진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문제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겪는 정착단계에서 어려움이 가장 크다.범죄에 연루되거나 소통 부재에 따른 이해 부족으로 괜한 오해를 받거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화재로 금쪽같은 자녀를 잃어버린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느 사회나 사소한 사건이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 안내가 부족하여 일어난 측면도 있다.정부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19개 정부 중앙행정기관, 17개 지방자치단체, 6개 이민 관련 위원회에서 외국인과 다문화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 교육 지원과 같은 초보적인 단계의 지원이 중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기준 다문화사업 중 중복되거나 유사한 예산은 521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을 총괄할 중앙부처가 필요함에도 각 부처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예산 집행도 교육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혜택을 받는 사람의 답답함은 크게 줄지 않는다.이민과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부처를 설치하여 외국의 우수한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을 추진함에는 대만 같은 외국의 기관처럼 출입국 정책 수립에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교육하며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일이 원스톱 체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이주민들에게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다.고용허가제 시행 19년에 불법체류자 40만 명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2026년 기준 이주민 유입 경제 효과는 100조를 넘는다. 급격한 인구감소를 보이는 대한민국에서 이민자가 없으면 경제 활력의 동력과 성장을 잃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이민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설립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2023-05-08

삶의 주위에 책이 있어야

김규인 수필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와 경쟁하듯 빠름을 추구하는 인터넷은 가뜩이나 낮은 독서율을 더 끌어내린다. 그렇지 않아도 ‘일 때문에, 공부 때문에’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만 듣는 책 읽지 않는 자의 항변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독서율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데에 있다.책을 읽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우리의 시간을 너무나 쉽게 빼앗는다. 넷플릭스나 각종 OTT 플랫폼은 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핸드폰 하나만으로도 잠시도 쉴 틈이 없을 만큼 다양한 게임과 볼거리, 흥밋거리를 제공한다.하루에도 쏟아지는 정보가 얼마인가. 날아드는 수많은 정보를 감당하기도 힘이 드는데 책까지 읽으라고 하면 무리인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책만을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을 챗GPT에 물어보면 무어라고 답할까.과학기술의 발달은 너무나 속도가 빨라 따라가기도 버겁고 잠시만 한 눈을 팔면 뒤처지고 만다. 이것을 만회하려면 ‘빨리’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쁜데 베짱이처럼 책을 읽으라면 무리가 될까. 돌아보면 노을을 언제 보았는지 까마득한데 책을 읽으라는 소리는 사치처럼 들릴지도 모른다.그러면 책을 읽지 않고 완전히 담을 쌓고 살아갈 수가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챗GPT가 활개를 치는 세상에 책을 통해 관련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우리는 챗GPT의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문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기본적인 삶의 진리는 깨달아야 한다.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좋은 점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책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그냥 책을 펼쳐놓으면 저절로 읽히지 않는다. 글을 읽으며 생각하고 손은 책장을 넘겨야 한다. 삶은 늘 그렇지만 능동적인 행동을 통하여 얻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도 그렇다.논리보다 감각적인 디지털 자료는 순간순간 쉽게 읽히고 그냥 지나친다. 나타내는 방법이나 표현은 다양하고 풍부하지만, 개인이 무분별하게 자료를 올림으로써 틀리거나 해를 끼치는 자료도 많다. 언제나 수동적인 생활을 강요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책은 액면적인 가치만을 탐하거나 순간적인 생각에만 머무는 것을 막는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아날로그적인 연속된 삶 속에 우리를 둔다. 책은 필요한 것만 가져다주는 디지털이 아니라 삶의 기본을 보여주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한다.일회적인 물질문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을 가까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쳇GPT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될지라도 이를 조정하는 자는 늘 사람이기를 바란다. 인류의 지식을 간직한 책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잘 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주변에서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삶의 주위에 책이 있어야 한다.

2023-05-01

인공지능과 조화를 기대하며

김규인 수필가 과학기술의 발달은 휴대전화를 손에 들리고, 인터넷세상은 그들이 올리는 정보의 바다로 만들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고자 사람들은 더 빠르고 용량이 큰 시스템을 원했다. 이렇게 인공지능(AI)에 대한 요구는 커졌고 이제는 어디서나 ChatGPT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ChatGPT는 일상에 관한 단순한 질문에서 전문적인 분야에 관한 질문까지 능숙하게 대답한 답변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다. 기대 이상의 놀라운 대답에 감탄도 하지만 엉뚱하거나 틀린 대답이 나올 때도 실망하기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머지않아 우리 삶의 중심에 우뚝 자리 잡을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책 한 권을 7시간 만에 쓰고, 그가 쓴 글이 문학대회에서 수상하고 인공지능 관련 주식은 실적 관계없이 연일 오름세를 지속한다. 선진국에서는 미래의 먹거리로 인정하여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인공지능 관련 기업체에서는 계획을 세우고 조직을 확대 개편하며 돈을 투자한다. 세계는 지금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일어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다.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애플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무분별한 사용을 걱정하며 ChatGPT를 17세 이상만 쓰게 하자며 앱 등록을 거부했다. 또한, 전쟁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여 인공지능이 사람 목숨을 결정하는 허용 범위, 인공지능 무기체계에서 자율성의 범위, 그 결과 책임에 대한 고민도 이루어진다. 유럽의회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제안한다.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자본주의로 인해 자신의 밥줄을 걱정하는 일반시민들의 근심도 늘어난다. 나아가 기술 발달이 인공지능을 가진 살상 로봇의 개발을 부추기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데 인간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대원칙이 개발에 앞서 필요하다.인공지능이 뛰어나다고 하여도 인간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으며 인터넷이 닿을 수 없는 정보는 답하지 못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ChatGPT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만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답을 말하였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정리하여 답할 뿐이다.그런데도 인공지능이 현대 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등장할 가능성은 크다. IDC 등 평가 기관에서 인공지능 시장 전망을 밝게 본다.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는 큰 시장은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경제 외적인 면에서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이기에 기대와 불안한 마음이 함께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어느 때보다 신뢰성, 공정성, 안전성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존엄성마저 헤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어떤 일이라도 인공지능이 일의 결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생활에 폭넓게 쓰일수록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서로 보완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조화로운 삶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2023-04-24

명확하고 공정한 법으로

김규인수필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김용균 씨 압사 사고,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사고, 모 중공업의 아르곤 가스 질식사고는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산재로 인한 사망률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작년에도 6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산업현장에선 잠시 방심하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는 요즈음의 건설 현장의 추락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진다. 기본 자재가 중량물이 많아서 운반 시에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중량물을 떨어뜨려서 신체 일부를 다치거나 낙하물에 부딪혀 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기계를 다루는 산업현장도 회전체에 신체 일부가 감기거나 회전체 사이에 몸이 끼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물건을 운반하는 지게차에 부딪히고 공기가 부족한 공간에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가 질식사하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 접한다. 교통사고 없는 날이 없고 이번에는 다리의 인도교가 무너지는 사고까지 발생한다.이러한 와중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막지 못한다. 법의 제정 당시에는 경영자의 불만이 많았고 사고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왜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와 근로자의 부족한 안전 의식도 있지만 중심을 잃은 언론과 급속한 성장에 젖어 결과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사고가 일어나도 남의 일인 양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언론은 흔들리는 눈으로만 본다. 언제나 사고의 본질은 묻힌 채 신문 기사가 나가고 독자들을 모으는 일만 중시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는 사고의 예방과 공정한 법을 만드는 것보다 표를 얻기 위해 지지자만 바라본다. 경영자도 유권자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중대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그런데도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법 조항, 경영자에게 과중한 불공정한 처벌은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법은 명확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합리적이며 실행 가능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외면당하는 법은 힘을 잃고 만다.2024년부터는 5인 이상의 중소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 대기업은 그나마 조금 낫지만, 정보나 기술이나 자금이 모두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자금과 기술과 시장을 모두 관리하는 대표의 구속은 회사의 존립마저 어렵게 한다. 경영자를 향한 처벌이 나머지 근로자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꼴이다. 법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국회에서는 자문해 보아야 한다.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실행 가능해야 법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법을 지켜야 할 국민들이 외면하는 법은 존재 이유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처벌 보다 사업장 스스로 안전 체계를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중대재해 법령을 개선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여 6월까지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사고 없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가능할까. 안전에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는 안전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가 될 수는 없을까.

2023-04-17

베이비부머 은퇴, 보고 있어야만 하나

김규인 수필가 베이비부머가 은퇴한다. 한국의 산업사회를 이끌고, 소비를 주도하던 700만 명이 빠르게 산업 일선에서 물러난다. 경제 호황기를 누린 축복받은 세대이지만 그들의 노년은 밝지만은 않다. 자꾸만 미루어지는 자녀의 결혼을 안타까이 바라보며 늦게까지 뒷바라지해야 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러기에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총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산업사회 진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살아남아야 했기에 다른 나라보다 압축적인 고동 성장을 이루었다. 늘어난 인구로 국력은 커졌고 집을 짓는 건설과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도 소비도 늘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했던 자리가 컸기에 은퇴로 야기되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가뜩이나 부족한 산업인력의 공백은 더욱 커지고 사회적인 각종 부담도 늘어난다. 대중교통의 무임승차는 부족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눈에 띄는 속도로 늘어나는 국민연금의 지급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늘어난다. 돈이 필요한 그들이 가진 부동산이 매물로 나올 것이고 부동산시장의 하락은 우리 경제를 힘들게 할 것이다.저출산과 고령화는 대한민국의 성장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성장률이 문제인데 이제까지의 어려움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량은퇴에 따른 대량 실업은 베이비부머의 지갑을 얇게 하고, 소비의 진작을 통해 그나마 이어지던 낮은 성장마저도 어렵게 한다.이런 가운데에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젊은 청년들은 보수는 낮고 작업 환경도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취업을 기피하고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에서 근로자들의 유입도 여의찮다. 설사 해외에서 근로자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사회 비용의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계속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의학의 발달로 베이비부머들의 건강 상태는 아직도 산업체에서 일을 할 만하다. 그러하기에 정년을 늘리고 임금은 피크제를 도입하며 각종 연금의 지급 시기는 낮추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더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을 두고 해외 인력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다윈의 진화론인 용불용설은 나이 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쓰지 않는 몸은 퇴화하고 마침내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병원에 드러누워 치료받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의료비는 온전히 사회의 부담으로 남는다. 이는 그 누구도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우리보다 먼저 사회문제를 겪은 선진 여러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 순간에도 은퇴의 시간은 흐르고 산업사회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고급 인력들이 사회의 뒷전으로 밀려 우리 사회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세워둔 기계도 사람도 고장이 나기 쉽고 우리 사회도 그러하다. 시간이 지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2023-04-03

왜 고독사는 계속되는지

김규인수필가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핵가족화를 향해 간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후진 개발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캄캄한 방안에서 사람들이 홀로 죽고 한참 뒤에야 발견된다. 25%를 넘는 1인 가구 사회에서 만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는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하고 자본주의는 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외로운 삶을 부추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은 그 사회성을 잃어간다.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막대 두 개를 잇댄 사람 인(人)의 의미를 이해나 할 수 있을까.국민소득이 높아져도 그것은 남의 일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은 일어서기조차 힘겨운 현실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도 너무나 쉽게 고립되고 외로움은 가까이 찾아든다. 그래서 사회와 사람과 정보와 공간에서 고립된다. 찾아갈 곳도 찾는 이도 모임도 사라진다. 투명 인간으로 남는다.고립은 나이를 가라지 않는다. 피가 끓는 젊은 사람에게도 다가간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좁은 방에서 취업을 꿈꾸는 핼쑥한 청춘에게 거듭되는 실패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혼자만의 시간만 늘어난다. 이제는 웃음을 잃고 하나뿐인 목숨을 지키는 것도 힘이 든다.빨리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어 사느라 날마다 겪는 혼밥, 언제나 나를 피해 가는 취업 합격의 소식, 갑자기 삶을 산산조각 낸 사고, 사업의 실패로 인한 가족의 해체, 나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죽음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지. 날마다 올리는 기도에 응답 없는 신을 원망하는 날이 늘어난다.우리가 자랑하던 3대가 모여 살던 삶의 공동체는 각자의 일을 찾아 떠난 현실 앞에 너무나 맥없이 무너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고 돈마저 없는 사람은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진 사회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독사는 너무 흔하다. 그들은 쉽게 잊힌 사람이 된다.몇 번의 클릭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정을 알 수 있는 현실에서 정작 내 옆의 이웃이 죽어가도 모르는 이 현실이 맞는 것인지.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늦게나마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되고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각 지자체는 고독사를 줄이는 정책을 내어놓는다. 그들의 생존 신호를 이제 사회에서 감지하기 시작한다.사람과 사람을 잇자. 사람이 만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 외로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틀을 만들자.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람이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현대사회에 길들어버린 인간의 야성을 되찾자. 마주 잡은 손에서 온기를 느끼고 응어리진 가슴을 열게 하자.고립된 사람들의 생존 신호를 우리 사회는 찾고 그들의 삶을 응원해야 한다. 살아있을 때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아플 때는 위로하고 삶이 다 할 때는 사람들의 빈 자리를 채워주자. 더불어 사는 삶의 틀을 만들자.

2023-03-20

정확한 방향 설정과 과감한 실행만이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들어서는 정권마다 정책을 펴고 돈을 퍼부어도 문제는 여전하다. 매년 수십조 원을 퍼부어도 출생률은 점점 더 줄어들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한다. 지금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출생률이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이러한 추세라면 멀지 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낮은 출생률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각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었다. 프랑스는 GDP 5%에 이르는 가족수당과 대학까지 학비가 무료이고 볼리비아는 12개월, 에스토니아는 85주의 100% 유급 휴가를 준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0세의 아이를 둔 가정에는 매달 70만 원의 현금을, 1세가 되면 35만 원을 준다. 프랑스는 획기적인 정책의 성공으로 감소하던 출산율을 되돌린 성공적인 사례이다.저출산 문제는 지금까지 단편적인 문제 해결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정책의 과다로 더욱 치솟은 아파트 가격, 여성의 경력 단절과 보육 시설의 부족, 사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와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회로 진출하지 못한 청년은 움츠러들고 취업 후에도 높은 집값에 절망한다.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청년이 결혼하여 살아갈 주거문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출산과 육아를 위한 환경의 미비, 아이를 돌보는 여성의 경력 단절, 낳은 아이를 가르치는 사교육비, 비정규직이 득실거리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아파트값, 상대적인 빈곤만을 느끼게 하는 사교육비, 마음 편하게 낼 수 없는 육아 휴직, 이에 따라 가까스로 얻은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의 경력 단절, 언제나 비정규직을 헤매는 청춘들은 혼자 살기도 힘들어한다. 그들에게 누구나 원하는 평범한 일상은 꿈으로만 머문다.아파트 분양 원가를 낮추어 거품으로 가득한 아파트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 임대 주택을 늘리고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여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사교육비 문제는 장기적으로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 무상교육 도입으로 풀어야 한다. 산업체가 일하기 좋은 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산업체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여야 한다. 정부의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정책을 쏟아내어서는 안 된다. 저출산 관련 문제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흩어진 저출산 관련 정책을 모아 모든 부서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극복한 프랑스는 우리의 좋은 모델이 된다. 지금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국가적으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주저앉느냐는 우리 손에 달렸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방향의 설정과 과감한 실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프랑스가 해결한 문제를 우리가 못 할 것은 없지 않은가. 가정마다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2023-03-13

따뜻한 눈빛이 그리운 시간이다

김규인 수필가 1만 년 전에 빙하기가 완전히 종식된 후 폭력은 자연 선택적 변이가 완료된 상태로 인간의 유전자에 남아 우리에게 전한다. 문명사회인 오늘도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공직을 내놓은 변호사와 자신의 폭력으로 중도하차한 가수의 이야기가 연일 기사로 뜬다.인류가 삶을 시작할 때, 야생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도끼와 돌칼을 만들어 싸우며 자신들을 지켰다. 이동하며 사냥해 먹을 것을 구하던 유목민 생활에서 농경 생활로 정착한 이후에도 폭력을 사용했다. 옆의 나라를 침공하여 영토를 넓히고 이런 가운데 폭력은 어김없이 쓰였고 문명화된 오늘날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계속된다. 인류의 역사는 폭력으로 물든 역사다.학교폭력 피해자는 신체적인 손상과 정신적인 압박감을 받는다. 이러한 영향으로 정상적인 학업 생활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불안해 매사에 의욕을 잃고 심한 경우에 자살로 이어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이 일어나면 학교와 교육청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지만, 폭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폭력의 긴 뿌리를 생각하면 인간이 있는 한 폭력이 계속될 것 같다.사냥해야 살아갈 수 있는 원시 유목 사회에서 생존의 도구인 폭력이었지만, 이제는 필요 없는 현대 문명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어쩌면 먹이를 사냥해야만 살아남는 야생의 본능이 아직 인간에게는 남아있는지 모른다. 끊임없이 약한 상대를 찾고 뒤를 쫓아 사냥 기회를 엿보는 야생 사회 말이다.학교폭력을 걱정하는 사이에 아줌마라는 말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한다. 조금만 참으면 될 일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현대사회에서 벌어지는 이 비극 앞에 뚜렷한 대책 없이 바라보아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자전거를 타고 대구 신천을 달리는 일이 잦다. 유모차에 반려견을 태우고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자식처럼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을 보며 같은 종족끼리 이보다 더 열악한 대접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왜 이런 지경까지 됐는지.돈을 사냥하기 위해 부모와 형제를 죽이고 우정을 나누어야 할 친구를 폭행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왜 이리 자주 발생하는지. 폭력으로 무너진 인간의 존엄성을 언제쯤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모든 폭력 앞에 언제쯤 사람들은 당당할 수 있을까.폭력의 피해는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 늘어나는 사회를 보면서 다시 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음을 느낀다. 이제는 가정과 학교와 언론과 사회가 모든 분야서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교육해야 한다. 그나마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린 나이일수록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상담해 사람이 살만한 세상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2023-03-06

남을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

김규인 수필가 요즈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유행이다. 여가를 즐길 만큼 소득이 늘었고 운동에 관심이 는 탓도 있다. 뱃길을 만든다던 4대강 사업은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내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코스다. 물길을 따라 달리면 한 주일의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진다.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어서인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10㎞ 미만의 거리를 달리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적정량의 운동이 이루어지고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덤이다. 출근 시 막히는 도로를 달리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나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시간이 여유로운 퇴근길에는 신천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휴대전화를 꺼낸다. 2억 화소의 휴대전화 카메라는 어김없이 작품 사진을 남긴다. 강가에 머무는 시간만큼 추억도 사진도 쌓인다. 생각은 깊어지고 소소한 삶의 행복은 늘어난다.낙동강 변의 무심사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성지다. 낙동강 자전거도로 옆에 있는 데다가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한다. 주위를 지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들른다. 스님의 배려에 두 손을 모으며 다시 즐거운 자전거 여행을 한다.무심사에서 자전거를 타는 손님들에게 공양을 차려주는 사람은 노보살님이다. 불편한 몸으로 공양을 차리는 보살님의 손이 바쁘다. 혼자 몸으로 많은 사람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몸을 쉬는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러지 않아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거나 재를 준비하느라 바쁜 몸이 종종걸음을 친다. 거기에 더하여 밤늦은 시간에 찾아와 공양을 달라는 사람들 때문에 몸은 파김치가 된다.대구 신천을 따라가면 사람이 다니는 길과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 대부분 따로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전거길과 인도를 아무런 구분 없이 다닌다. 자전거의 속도를 15㎞로 정해 두었지만,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일부 사람은 우측통행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이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마구 다닌다.유럽 여행을 가면 복잡한 시내에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차선처럼 엄격하게 지킨다. 여행을 온 사람들이 자전거길에 들어서면 가이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사고가 난다고 잡아당긴다. 자전거를 타는 문화의 차이다. 우리는 아직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역주행을 하거나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없이 전등을 높이거나 반짝이는 모드로 놓아 시야를 방해한다. 성능 좋은 LED 등은 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마주 보고 달려올 때는 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 자전거를 탈 때마다 불빛을 낮추어 달라고 부탁한다. 위로 켜진 불빛이 마주 오는 자전거의 운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생각해야 한다.자전거를 타는 것은 우리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즐거운 자전거 타기를 원한다. 그것은 남을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조금만 남을 생각하면 자전거를 타는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2023-02-20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다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는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이를 뒷받침할 젊은 세대는 줄어든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의 일자리 공급에 가려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는 뒷전이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 정년 연장을 꺼내자니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일할 사람의 부족은 심각하다.지금의 노인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살아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부모를 모시고도 자신은 자녀로부터 부양도 받지 못한다. 본인들의 노후를 준비하지도 못한 채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지위도 흔들린다.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예산은 늘었지만,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노인 일자리 예산은 줄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예산은 큰 틀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 기여 측면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긍정적 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다. 낮은 임금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공원 청소, 주차관리 같은 소소한 일을 노인들의 노동으로 메운다.공공일자리의 역할을 생각할 때 쉽게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어슬렁거리며 하는 시답잖은 일이라고 치부하며 생산성의 잣대로만 가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공공일자리는 투자한 돈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하다.노년의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이 크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버는 27만 원은 우리 사회에서 27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추운 날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도 있고 난방을 하여 노인의 차가운 몸을 녹이는 돈이 되고, 추운 겨울을 나게 하는 소중한 생명의 끈이 된다.일하다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얼굴 가득 웃음이 돌고 몸에 활기가 넘친다. 일하다 쉬는 휴식으로 삶에 리듬을 타고, 사람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삶에 핏기가 돈다. 이러한 가운데 외로움은 남의 일이 된다. 봄철의 새싹처럼 몸에 생기가 돌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일거리가 없어 몸을 쓰지 않으면 굳는다. 쓰지 않는 몸은 이내 병이 나고 드러눕게 되고 병원의 장기 입원자가 된다. 장기 입원 환자에게 국가가 부담하는 돈은 27만 원 이상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돈주머니는 고삐가 풀려 어느 틈에 적자로 돌아선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금 나이 든 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이다.나이 든 사람에게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일자리는 홀로 사는 감옥 같은 집에서 탈출시켜 주는 열쇠요 삶의 소중함을 맛보게 하는 도구이다. 무기력함과 외로움 속에 살다가 병원비로 지원할 것인가 삶의 에너지로 지원할 것인가는 정부의 몫이다.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적은 돈으로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잠시만이라도 노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얻는 것이 긴축 재정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는지.

2023-02-13

기쁨을 위해 슬픔도 함께 온다

김규인수필가 실내에서도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감염 취약 시설과 대중교통,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할 때만 제외하고 모두 완화됐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 전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던 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코로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는 것 외에도 거리마저 띄워놓았다.겨울철 마스크 착용은 안경 쓴 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이다. 안경의 김 서림은 앞으로 가야 하는 사람의 시야를 방해한다.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이 어디 안경 쓴 사람뿐이겠는가.생활의 불편은 그런대로 견딜 수가 있다. 많은 수의 사람이 생계마저 위협받고 목숨마저 잃는 것을 주위에서도 자주 본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기에 정부에서도 코로나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책을 내어놓는다. 대표적인 것이 마스크 착용과 이를 해제하는 일이다.2020년 10월 13일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되고 작년 5월 2일에 50인 이상이 참가하는 실외 경기, 스포츠, 집회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을 완화했다. 9월 26일에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하고, 2023년 1월 30일에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도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 권고로 전환됐다. 이제 남은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과 확진자에 대한 격리가 정부가 쥐고 있는 유일한 방역 카드다.정부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다. 거리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말 그대로 정부의 조치는 권고이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그렇지 않고는 개인의 몫이다. 그렇지 않아도 혹독한 시간을 보낸 우리에게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우리의 아픈 기억은 각자의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희생자를 낸다. 미국의 변종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중국에선 확진자가 증가해 불안감을 더한다. 이를 막고자 중국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강화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진다.코로나 블루로 괜히 주위 사람을 경계하고 외부 활동은 줄어들고 스스로 무기력감에 빠져든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긴 시간 가늠하기 어려운 일을 겪었다. 되짚어보기조차 싫은 기억일지라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돌이켜보면 코로나 시기만큼 온전히 자신을 돌아본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아픔이 크기에 그만큼 성찰의 깊이도 다르다. 신은 언제나 공평한 것 같다. 이렇게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배려하는 숙련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 배려인지도 모른다.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벗고 환한 얼굴로 맞이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마주 보는 얼굴에서 남다른 깊이의 철학으로 숙성한 우리들의 참모습을 볼 수 있으니 기쁘게 맞을 일이다. 삶은 기쁨만 오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을 알기 위해 슬픔도 함께 오는 것을 깨닫는다.

2023-02-06

귀가 두 개인 이유

김규인 수필가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하다. 코로나는 여전히 사람 속을 헤집고 다니고 높은 물가와 금리는 삶을 옥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언제 끝이 날지 기약이 없다.서민들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힘겨운 삶을 산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경제 상황으로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만 본다. 심지어 국가공무원도 정부의 감원 계획에 앞날을 걱정하며 새해를 맞는다. 취업 자리가 줄어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시름도 깊어져 간다. 그나마 정부가 2023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하여 경제의 불씨를 지피는 노력을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이런 와중에도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념에 사로잡혀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은 뒷전이다. 자신들의 잇속을 차리면서 말끝마다 내뱉는 국민 타령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 입으로는 맨날 국민을 앞세우면서 실상은 자신의 입지와 정파의 이권을 챙기기에 바쁘다. 올해는 국회의원이 가진 수백 가지의 혜택 중에 하나라도 내려놓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오일 쇼크가 벌어질수록 정유회사가 돈을 벌고, 금리가 오를수록 금융권의 성과급 잔치는 늘어난다.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꼬박꼬박 빌린 돈의 이자를 내며 말없이 이를 지켜보는 서민들은 답답하다. 말이 없음이 모두 동의가 아님을 알지 못하는지.사람의 귀가 두 개요 입이 하나인 이유를 알지 못하는지. 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말이다. 귀가 양쪽에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균형 있게 들으라는 말이다. 지금은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2023년은 계묘년, 토끼의 해다. 신이 두 귀가 유난히 큰 토끼를 내려보내 주심은 뜻이 있다. 다른 이야기를 큰 귀로 더 많이 들으라는 말이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토끼의 생존 전략은 간단하다. 항상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살핀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상의 흐름을 균형 있게 듣고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산다. 지금은 큰 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많이 듣자. 서로의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말을 들어보자. 한 사람에 다른 사람의 뜻을 모아보자. 그러면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솔로몬의 지혜가 나오리니. 나 혼자만을 앞세우기보다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을 가지자.우리는 살아오면서 숱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지금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겨내면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인간사다. 살아야만 하기에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반드시 해답을 찾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지구의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민족이기 때문이다.세상일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다. 모두 우리가 감당할 만큼만 신은 어려움을 준다. 인간이 너무 나약하지 말라고. 전에도 이 정도는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새해는 서로를 보듬으며 가슴에 희망 하나쯤은 품고 살 일이다. 내일은 밝게 웃을 테니 말이다.

2023-01-09

2022년을 돌아보며

김규인수필가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빨리 흐르고, 시간만큼이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현재도 일어난다. 때로는 감동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그러한 일이 모여 우리네 삶이 된다. 2022년도 우리네 삶과 같이 기쁨과 슬픔으로 아로새겨진다.지난 3월의 대통령 선거와 동시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고 지방 행정부의 장도 바뀐 곳이 많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나라를 이끄는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은 달라진다. 흩어진 민심을 한곳으로 모아 나라의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세계무대에 한국문화를 빛내었다. 에미상 6개 부문 수상으로 한국 문화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우리 전통의 놀이문화는 생각과 문화가 다른 이국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단한 문화의 저력을 보았다.그 저력은 축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12년 만의 월드컵 16강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파 랭킹이 높은 축구 강국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축구를 한 것이다. 지난 4년간의 땀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언제나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우리 민족의 혼을 만났다.이러한 한국문화는 지구에서만 그친 게 아니다. 세계 7번째로 실용위성을 우주에 자체 기술로 발사에 성공했다. 실용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국가는 몇 나라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이 된 것이다. 이번 성공은 단순히 위성 하나를 우주로 보내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문화와 자긍심을 우주로 보내는 일이다.수백 명의 젊은 청춘을 죽음으로 내몬 이태원의 참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 한창 젊은 아이를 떠난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광주의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동해안의 산불, 중부지방의 물난리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서민들의 얼굴에 근심만 드리운다.카카오의 먹통은 디지털의 극과 극을 보여준다. 돈이 있어도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도, 버스를 탈 수도 없는 편리함 뒤에 숨은 절벽 같은 단절감을 맛보았다. 연결되었을 때는 말할 수 없이 편리해도 연결만 끊어지면 지옥 같은 세상이 된다.북한의 탄도 미사일 소나기 발사는 우리나라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분단국가임을 느낀다.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는 서민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여기에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고 올린 세금은 좀처럼 삶에 지친 서민들의 휘어진 허리를 아예 펴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도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 서민들의 삶이 아니던가. 국민 절반의 감염과 약한 사람을 잡아간 코로나도 이겨내는 질긴 삶이 아닌가.2023년은 웃음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후세 인류학자들이 웃음을 잃어버린 새로운 종족으로 우리를 기록하지 않기를 바라며.

2022-12-28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며

김규인 수필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의 도전은 암울한 경제 불안과 민노총의 파업, 이태원 참사와 지루한 정치권의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삶의 쾌감을 안겨 주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한결같은 응원은 마음의 앙금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한 인상을 심었다.빌드업. 지난 4년간 쌓아 올린 우리의 축구. 쌓아 올리기까지 여러 번의 고비는 넘는다. 그렇게 한 단씩 차곡차곡 쌓은 것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다, 세계의 어떤 강팀을 만나도 우리의 축구를 한다. 지나친 수비 위주의 축구가 아니라 자존심 가득한 축구를 한다.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가장 큰 성과가 우리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닐까. 볼을 지키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기회를 찾는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기초를 다진 후에 건물을 짓는 것이 순서인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우리 축구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실점한 경우에도 우리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득점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격력을 배가한다. 포르투갈전에서도 먼저 실점하고도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실력을 쌓아 우리의 축구를 한 덕분이 아닐까. 점수를 준 것은 준 것이고 득점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뛰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열심히 골문을 향해 달린 덕이다.어려움 속에서 빛난 것은 한국 축구의 정신력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골을 먹어 점수 차가 많이 나도 만회 골을 터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경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뭔가 노력한 흔적이 나타나고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응원하는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서 월드컵 기간 내내 입이 귀밑에 걸린다.이번 월드컵의 압권은 포르투갈전의 역전 골이다. 왜 많은 돈을 받는 손흥민인지를 보여주고 황희찬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예술이다. 두 사람 모두 다쳤음에도 열심히 뛴 경기일 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빠른 발에 맞추어 오프사이드를 피해 황희찬이 달리고, 그에게 맞추어 손흥민이 완벽한 패스를 한 것이다. 일곱 명이 에워싼 수비를 뚫은 패스로 우리는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상대 선수도 인정한 플레이에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나의 엄지도 함께 올라간다.선수들 입장에서 월드컵은 축구 클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을 증명해 보일 기회이다.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이 기본이지만 월드컵을 대비해 몸을 만들고 기술을 닦아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조규성, 이강인 같은 우수한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차세대 대한민국의 주전들이다. 2022년 카타르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으로 2026년에는 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2026년이 기다려진다. 우리 축구라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대한민국이 우리를 에워싼 어려움을 뚫고 헤쳐나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기도한다. 역사는 의지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깨닫는다.

2022-12-14

이제는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김규인 수필가 겨울철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기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이 쏟아진다.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가 민간인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전기도 물도 공급받지 못하는 우크라이나로 만든다. 민간인의 삶을 통째로 구렁텅이로 밀어 넣겠다는 생각인지. 전쟁의 잔혹함을 행동으로 보여준다.전쟁으로 삶의 터전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점령지 주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음식물을 빼앗는다.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성폭행하고 죽이기도 한다. 전쟁이 쓸고 지나간 곳은 폐허로 변한다. 특히 이번처럼 민간인들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는 경우는 드물다.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에 쫓기면서 복수라도 하듯이 민간인을 향한 화풀이가 도를 넘는다.역사를 돌아보면 이웃과 친한 나라는 없다. 힘이 강할 때는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 힘이 약할 때는 침략당한다. 침략의 역사가 현재에 가까울수록 적대감은 더하다.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기를 쓰며 이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략당한 나라는 모든 것을 잃는다. 영토도 문화도 국민마저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가며 삶을 이어가야 하는 마음은 절박하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은 한순간에 달려있다.전쟁이 군인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군인이 민간인을 향하여 무기를 겨눌 때 이는 범죄가 된다. 민간인을 향하여 쏘아대는 미사일이 언젠가는 쏜 곳을 향하여 돌아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언젠가는 전쟁은 끝날 것이고 누군가는 전쟁에 대하여 말할 것이다. 가해자가 누구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누가 민간인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는지.전기와 난방을 위한 연료와 식수마저 끊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뒷걸음질을 치는 러시아 사이에 이번 겨울은 중요하다. 서로 전쟁을 종식해야 할 시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더는 피폐한 국민의 삶을 외면할 수가 없고 러시아는 더 이상 싸울 병사도 무기도 넉넉하지 않다. 서로를 위해 전쟁은 그만두어야 한다.전쟁을 지켜보는 지구인들의 마음도 편하지 못하다. 굳건한 지원을 하던 미국은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었고 유럽 연합국은 추위가 다가오는데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로 휘청거린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세계인들은 높은 물가에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세상 사람들은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을 것 같다.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사람의 목숨보다 더한 이유는 없다. 지금 쌓은 죗값만 하더라도 남은 생을 다 바쳐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의미 없는 싸움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싸움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지 않는가. 추운 겨울날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을 이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평생 가슴에 박힌 전쟁의 파편으로 괴로운 삶을 살아갈 사람들이 많다. 부모와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누가 이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마나 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야만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2022-11-30

지나친 성상품화는 멈추어야 한다

김규인수필가 성상품화란 인간의 성을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성 자체나 성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성적 연상이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도 성상품화다. 산업의 홍보에 성상품화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다.자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모든 것은 자본재가 될 수 있다고 한 소스타인 베블런의 글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는 돈이 되는 것은 다 상품화한다. 사람의 몸뿐 아니라 성까지도 상품화하여 시장에 판다. 이러한 성은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여 소비를 촉진하는 상업주의와 영합하여 소비전략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다른 사람에게 돋보이려 화려한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자신을 드러나는 패션을 선택한다. 누군가가 부러움이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면 사람들은 어깨에 한껏 더 힘을 준다. 어쩌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만족과 존재를 확인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스스로를 전시하고 판매한다.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이미 상품화되어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하여 꾸미는 문장으로 이력서를 쓰고 멋진 옷을 골라 입는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노동 뿐만 아니라 생활의 모든 부분을 상품 가치로 전환하여 돈으로 바꾸고 심지어 인간의 성까지도 상품화한다. 성과는 무관할 것 같은 스포츠에서 성의 상품화는 심각하고 아이돌의 성상품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은 독자 확보를 위하여 선정적인 내용을 부각하고 이를 부추기며 무차별적으로 퍼뜨린다.몸값을 올려야 하는 여성 아이돌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노출이 있는 무대 의상, 선정적인 춤, 관능적 모습을 담은 광고로 이어진다. 여성 아이돌의 이러한 성 상품화 문제와 더불어, 이들이 팬덤 및 대중의 관심을 모아야 하기에 성상품화 문제를 확장하였다.유튜버가 유튜브 채널에 비행기 승무원 유니폼을 착용한 선정적인 영상을 올렸다. 선정적인 영상이라 성상품화 논란이 있다는 기사를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이후, 다른 언론도 앞다퉈 ‘승무원 룩북 영상으로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사를 올렸다. 해당 언론 보도가 오히려 관련 유튜브 영상을 더욱 확산시킨다.대부분 언론은 ‘룩북’ 영상의 선정적인 문제를 부각하며 성상품화를 말한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기사 제목과 사진, 영상은 더욱 선정성을 부가하여 유튜브 영상을 널리 퍼뜨린다. 일반인이 잘 모르던 유튜브 영상을 퍼뜨리며 자신들 홈페이지의 클릭을 유도한다. 이것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쪽은 선정성을 지적하는 언론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청소년들이나 일반 국민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성에 관한 선정적인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정보화 사회에서 대중매체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은 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에게 여성에 대한 가치체계와 성적 충동에 영향을 준다. 이미 깊이 빠져버린 성상품화 속에서 우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팔아버리는 지나친 성상품화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2022-11-16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김규인 수필가 SK CC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서비스는 멈췄다. 5천만 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 3천700만 명의 카카오페이, 3천만 명의 카카오T 이용자는 일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거나 점심을 먹고도 식사비를 치르지 못해 애를 먹었다.화재로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관련 서비스가 모두 사라졌다. 영업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은 며칠 동안 빈 점포를 지켜야 했고 택시 기사는 울리지 않는 콜을 기다리며 손님을 찾아 나섰다. 이것도 지쳤는지 그늘에 차를 세워놓고 쉬고 있었다. 쉬는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카카오 서비스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춰버렸다.집안의 가장인 어린 소녀가 일하다가 기계에 끼어서 죽고 건축공사 현장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오늘도 일어난 교통사고는 내일이면 다시 발생한다. 매일 일어나기에 사고는 일어나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사고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난다.괴산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했고 핼러윈 축제에 참여한 많은 젊은이를 한순간에 잃었다. 한마디로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우리의 삶이 일시에 멈출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대한민국은 안전한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사태가 테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화재로 인한 것이기에 근심은 더 깊어진다. 대한민국을 혼란스럽게 할 불순한 목적으로 일을 저지른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달려들면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는 2층 건물로 1층을 띄워 지어서 아래쪽으로 바람이 통하고, 이중으로 담을 쌓아 사고 바깥을 둘러 산불이 나도 건물 안쪽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 지붕은 크게 지어서 비가 와도 건물 안으로 들이치지 못했다. 창문도 비를 막기 위해 처마 위쪽으로 바짝 높여 냈으며, 아래쪽에도 창문을 만들어 통풍이 잘되게 하였다. 멀리 떨어진 곳에 여러 개의 사고를 지어 실록을 보관했다.궤짝 안에 보관하는 실록도 기름종이로 덮고 오랜 보관으로 붙는 것을 막으려고 책과 책 사이는 질 좋은 종이를 끼워 뒀다. 약재를 넣어 벌레 침입을 막았으며 악귀를 쫓기 위해 붉은 보자기로 싸고 궤짝을 자물쇠로 채웠다. 기록의 나라 조선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러한 우리 민족의 철두철미한 유전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비용을 줄이고자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을 미루고 독촉에 쫓겨 안전은 자꾸 뒤로 밀린다.까탈스러울 정도로 일을 처리하던 우리의 철저한 정신은 어디로 갔을까. 안전을 무시한 가운데 세계 일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높이 올라가는 첨단의 기술일수록 그 토대는 튼튼해야 한다. 안전과 기술의 균형을 맞추고 서로를 위한 배려의 손길이 더해질 때 가능하다.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