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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독사는 계속되는지

등록일 2023-03-20 19:38 게재일 2023-03-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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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수필가

우리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 핵가족화를 향해 간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후진 개발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캄캄한 방안에서 사람들이 홀로 죽고 한참 뒤에야 발견된다. 25%를 넘는 1인 가구 사회에서 만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는 이러한 경향을 부채질하고 자본주의는 홀로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외로운 삶을 부추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우리 인간은 그 사회성을 잃어간다.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막대 두 개를 잇댄 사람 인(人)의 의미를 이해나 할 수 있을까.

국민소득이 높아져도 그것은 남의 일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부의 불평등은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람은 일어서기조차 힘겨운 현실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사회로부터도 너무나 쉽게 고립되고 외로움은 가까이 찾아든다. 그래서 사회와 사람과 정보와 공간에서 고립된다. 찾아갈 곳도 찾는 이도 모임도 사라진다. 투명 인간으로 남는다.

고립은 나이를 가라지 않는다. 피가 끓는 젊은 사람에게도 다가간다. 햇빛조차 들지 않는 좁은 방에서 취업을 꿈꾸는 핼쑥한 청춘에게 거듭되는 실패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혼자만의 시간만 늘어난다. 이제는 웃음을 잃고 하나뿐인 목숨을 지키는 것도 힘이 든다.

빨리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추어 사느라 날마다 겪는 혼밥, 언제나 나를 피해 가는 취업 합격의 소식, 갑자기 삶을 산산조각 낸 사고, 사업의 실패로 인한 가족의 해체, 나이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죽음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지. 날마다 올리는 기도에 응답 없는 신을 원망하는 날이 늘어난다.

우리가 자랑하던 3대가 모여 살던 삶의 공동체는 각자의 일을 찾아 떠난 현실 앞에 너무나 맥없이 무너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고 돈마저 없는 사람은 존재감마저 사라진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진 사회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독사는 너무 흔하다. 그들은 쉽게 잊힌 사람이 된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정을 알 수 있는 현실에서 정작 내 옆의 이웃이 죽어가도 모르는 이 현실이 맞는 것인지.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늦게나마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되고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각 지자체는 고독사를 줄이는 정책을 내어놓는다. 그들의 생존 신호를 이제 사회에서 감지하기 시작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자. 사람이 만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 외로운 사람들이 한곳에 모을 수 있는 틀을 만들자.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사람이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현대사회에 길들어버린 인간의 야성을 되찾자. 마주 잡은 손에서 온기를 느끼고 응어리진 가슴을 열게 하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 신호를 우리 사회는 찾고 그들의 삶을 응원해야 한다. 살아있을 때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아플 때는 위로하고 삶이 다 할 때는 사람들의 빈 자리를 채워주자. 더불어 사는 삶의 틀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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