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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은퇴, 보고 있어야만 하나

등록일 2023-04-03 18:31 게재일 2023-04-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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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베이비부머가 은퇴한다. 한국의 산업사회를 이끌고, 소비를 주도하던 700만 명이 빠르게 산업 일선에서 물러난다. 경제 호황기를 누린 축복받은 세대이지만 그들의 노년은 밝지만은 않다. 자꾸만 미루어지는 자녀의 결혼을 안타까이 바라보며 늦게까지 뒷바라지해야 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러기에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밀린다.

총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산업사회 진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살아남아야 했기에 다른 나라보다 압축적인 고동 성장을 이루었다. 늘어난 인구로 국력은 커졌고 집을 짓는 건설과 아이를 가르치는 교육도 소비도 늘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했던 자리가 컸기에 은퇴로 야기되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가뜩이나 부족한 산업인력의 공백은 더욱 커지고 사회적인 각종 부담도 늘어난다. 대중교통의 무임승차는 부족한 지방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눈에 띄는 속도로 늘어나는 국민연금의 지급액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늘어난다. 돈이 필요한 그들이 가진 부동산이 매물로 나올 것이고 부동산시장의 하락은 우리 경제를 힘들게 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대한민국의 성장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성장률이 문제인데 이제까지의 어려움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량은퇴에 따른 대량 실업은 베이비부머의 지갑을 얇게 하고, 소비의 진작을 통해 그나마 이어지던 낮은 성장마저도 어렵게 한다.

이런 가운데에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젊은 청년들은 보수는 낮고 작업 환경도 좋지 않은 중소기업의 취업을 기피하고 코로나로 인하여 해외에서 근로자들의 유입도 여의찮다. 설사 해외에서 근로자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따른 사회 비용의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계속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의학의 발달로 베이비부머들의 건강 상태는 아직도 산업체에서 일을 할 만하다. 그러하기에 정년을 늘리고 임금은 피크제를 도입하며 각종 연금의 지급 시기는 낮추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더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을 두고 해외 인력으로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윈의 진화론인 용불용설은 나이 든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쓰지 않는 몸은 퇴화하고 마침내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가 된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병원에 드러누워 치료받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시간을 기다리고 의료비는 온전히 사회의 부담으로 남는다. 이는 그 누구도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사회문제를 겪은 선진 여러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 순간에도 은퇴의 시간은 흐르고 산업사회의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고급 인력들이 사회의 뒷전으로 밀려 우리 사회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세워둔 기계도 사람도 고장이 나기 쉽고 우리 사회도 그러하다. 시간이 지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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