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팀의 도전은 암울한 경제 불안과 민노총의 파업, 이태원 참사와 지루한 정치권의 정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삶의 쾌감을 안겨 주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한결같은 응원은 마음의 앙금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강한 인상을 심었다.
빌드업. 지난 4년간 쌓아 올린 우리의 축구. 쌓아 올리기까지 여러 번의 고비는 넘는다. 그렇게 한 단씩 차곡차곡 쌓은 것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한국 축구다, 세계의 어떤 강팀을 만나도 우리의 축구를 한다. 지나친 수비 위주의 축구가 아니라 자존심 가득한 축구를 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가장 큰 성과가 우리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닐까. 볼을 지키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기회를 찾는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기초를 다진 후에 건물을 짓는 것이 순서인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축구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실점한 경우에도 우리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득점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격력을 배가한다. 포르투갈전에서도 먼저 실점하고도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실력을 쌓아 우리의 축구를 한 덕분이 아닐까. 점수를 준 것은 준 것이고 득점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뛰며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열심히 골문을 향해 달린 덕이다.
어려움 속에서 빛난 것은 한국 축구의 정신력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골을 먹어 점수 차가 많이 나도 만회 골을 터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경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뭔가 노력한 흔적이 나타나고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응원하는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서 월드컵 기간 내내 입이 귀밑에 걸린다.
이번 월드컵의 압권은 포르투갈전의 역전 골이다. 왜 많은 돈을 받는 손흥민인지를 보여주고 황희찬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예술이다. 두 사람 모두 다쳤음에도 열심히 뛴 경기일 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빠른 발에 맞추어 오프사이드를 피해 황희찬이 달리고, 그에게 맞추어 손흥민이 완벽한 패스를 한 것이다. 일곱 명이 에워싼 수비를 뚫은 패스로 우리는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상대 선수도 인정한 플레이에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나의 엄지도 함께 올라간다.
선수들 입장에서 월드컵은 축구 클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을 증명해 보일 기회이다.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이 기본이지만 월드컵을 대비해 몸을 만들고 기술을 닦아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조규성, 이강인 같은 우수한 젊은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차세대 대한민국의 주전들이다. 2022년 카타르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으로 2026년에는 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2026년이 기다려진다. 우리 축구라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대한민국이 우리를 에워싼 어려움을 뚫고 헤쳐나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기도한다. 역사는 의지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