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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등록일 2022-11-30 18:09 게재일 2022-12-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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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겨울철을 맞아 우크라이나 전기시설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이 쏟아진다.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가 민간인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전기도 물도 공급받지 못하는 우크라이나로 만든다. 민간인의 삶을 통째로 구렁텅이로 밀어 넣겠다는 생각인지. 전쟁의 잔혹함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전쟁으로 삶의 터전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점령지 주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음식물을 빼앗는다.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성폭행하고 죽이기도 한다. 전쟁이 쓸고 지나간 곳은 폐허로 변한다. 특히 이번처럼 민간인들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는 경우는 드물다.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전쟁에 쫓기면서 복수라도 하듯이 민간인을 향한 화풀이가 도를 넘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웃과 친한 나라는 없다. 힘이 강할 때는 이웃 나라를 공격하고 힘이 약할 때는 침략당한다. 침략의 역사가 현재에 가까울수록 적대감은 더하다.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기를 쓰며 이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략당한 나라는 모든 것을 잃는다. 영토도 문화도 국민마저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가며 삶을 이어가야 하는 마음은 절박하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은 한순간에 달려있다.

전쟁이 군인들 간의 싸움이 아니라 군인이 민간인을 향하여 무기를 겨눌 때 이는 범죄가 된다. 민간인을 향하여 쏘아대는 미사일이 언젠가는 쏜 곳을 향하여 돌아가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언젠가는 전쟁은 끝날 것이고 누군가는 전쟁에 대하여 말할 것이다. 가해자가 누구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누가 민간인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는지.

전기와 난방을 위한 연료와 식수마저 끊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뒷걸음질을 치는 러시아 사이에 이번 겨울은 중요하다. 서로 전쟁을 종식해야 할 시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더는 피폐한 국민의 삶을 외면할 수가 없고 러시아는 더 이상 싸울 병사도 무기도 넉넉하지 않다. 서로를 위해 전쟁은 그만두어야 한다.

전쟁을 지켜보는 지구인들의 마음도 편하지 못하다. 굳건한 지원을 하던 미국은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잃었고 유럽 연합국은 추위가 다가오는데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로 휘청거린다. 두 나라의 전쟁으로 세계인들은 높은 물가에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세상 사람들은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맞을 것 같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사람의 목숨보다 더한 이유는 없다. 지금 쌓은 죗값만 하더라도 남은 생을 다 바쳐도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의미 없는 싸움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싸움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지 않는가. 추운 겨울날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떠도는 사람들을 이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평생 가슴에 박힌 전쟁의 파편으로 괴로운 삶을 살아갈 사람들이 많다. 부모와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누가 이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얼마나 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어야만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전쟁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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