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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다

등록일 2023-02-13 19:24 게재일 2023-02-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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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수필가
김규인 수필가

우리나라는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데 이를 뒷받침할 젊은 세대는 줄어든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의 일자리 공급에 가려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는 뒷전이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 정년 연장을 꺼내자니 젊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그런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일할 사람의 부족은 심각하다.

지금의 노인들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를 살아왔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부모를 모시고도 자신은 자녀로부터 부양도 받지 못한다. 본인들의 노후를 준비하지도 못한 채 가정과 사회에서 어른으로서 지위도 흔들린다.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예산은 늘었지만,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노인 일자리 예산은 줄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예산은 큰 틀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 기여 측면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긍정적 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다. 낮은 임금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공원 청소, 주차관리 같은 소소한 일을 노인들의 노동으로 메운다.

공공일자리의 역할을 생각할 때 쉽게 예산을 줄여서는 안 된다. 노인들이 어슬렁거리며 하는 시답잖은 일이라고 치부하며 생산성의 잣대로만 가치를 판단하면 안 된다. 공공일자리는 투자한 돈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하다.

노년의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이 크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버는 27만 원은 우리 사회에서 27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추운 날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도 있고 난방을 하여 노인의 차가운 몸을 녹이는 돈이 되고, 추운 겨울을 나게 하는 소중한 생명의 끈이 된다.

일하다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얼굴 가득 웃음이 돌고 몸에 활기가 넘친다. 일하다 쉬는 휴식으로 삶에 리듬을 타고, 사람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삶에 핏기가 돈다. 이러한 가운데 외로움은 남의 일이 된다. 봄철의 새싹처럼 몸에 생기가 돌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일거리가 없어 몸을 쓰지 않으면 굳는다. 쓰지 않는 몸은 이내 병이 나고 드러눕게 되고 병원의 장기 입원자가 된다. 장기 입원 환자에게 국가가 부담하는 돈은 27만 원 이상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돈주머니는 고삐가 풀려 어느 틈에 적자로 돌아선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지금 나이 든 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일자리는 홀로 사는 감옥 같은 집에서 탈출시켜 주는 열쇠요 삶의 소중함을 맛보게 하는 도구이다. 무기력함과 외로움 속에 살다가 병원비로 지원할 것인가 삶의 에너지로 지원할 것인가는 정부의 몫이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적은 돈으로 국민을 기쁘게 하는 일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잠시만이라도 노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얻는 것이 긴축 재정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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