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주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경찰은 차량 제조사인 벤츠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참여하는 두 차례의 합동 감식을 벌였다. 배터리 관리 장치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하고 자체 원인 조사를 위한 조직을 보강하고 진행한다.
이번 화재 발생 이후에 추가로 여러 건의 전기차 화재가 겹쳐서 전기차 공포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야단이다. 여기에 멀쩡한 전기차 차주들도 난감한 입장이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2020년 11건을 시작으로 24건, 43건, 7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는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20년 13만4962대에서 2024년 상반기에는 60만6610대를 넘어서는 차량의 증가와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차량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난 사고라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걱정은 늘어난다.
소방청에서 발표한 지난 3년간 발생한 139건의 전기차 화재 분석 결과를 보면 운행 중 68건, 다른 화재로부터 옮겨붙은 경우를 포함한 주차 중 38건, 충전 중 26건, 정차 중 5건, 견인 중 1건의 순이었다. 차량이 운행 중이거나 주차 중, 충전 중을 가리지 않고 조건만 되면 일어난다.
전기차 화재가 주목받는 건 불이 나면 끄기 힘들 뿐만 아니라 확실한 대처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차량 하부의 배터리 팩에 수백~수천 개의 리튬 배터리 전지가 들어간다. 전지 내부의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의 분리막이 손상되거나 심한 과열, 외부 충격이 일어날 때 화재가 발생한다. 리튬 배터리는 하나의 셀에서 불이 나면 다른 셀로 불이 옮겨붙는 연쇄적 폭발 현상이 일어난다. 화재 온도도 1900℃까지 올라가 진화하기 어렵고 재발화와 폭발이 쉽게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느리게 85% 이하로 충전하고, 충전기에도 과충전 방지 장치 설치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현재 일어나는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제조사를 알리는 것조차 영업 비밀이라며 숨기고, 정부의 종합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 제조사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당장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막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화재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산업을 견인하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도 배터리 안정화를 위한 프로젝트팀을 만들고 행정과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힘을 모아 대응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안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임을 말하지 않는가. 수많은 국난을 극복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어렵다고 말할 때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얻고 화재로부터 소중한 인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