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다.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지 1,354일 만이다.
이른 새벽부터 사람들이 푸바오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취재하러 나온 방송국의 카메라와 팬들의 카메라가 뒤섞였다. 이송하는 동안에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번의 적응 훈련도 했다. 편안한 이송을 위해 무진동 차량을 준비하고 모친상을 당한 사육사가 중국까지 함께했다. 사육사 어머니의 마지막 길에도 불구하고 푸바오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모여든 사람들의 수가 푸바오가 누리는 인기를 말해준다. 인기에 비하면 이토록 많은 혜택도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진다. 관계자들이 무엇을 더 해줄 게 없는지 자꾸만 주위를 돌아보게 만든다. 푸바오는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행동해도 곱게 보아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그러하다.
사람들의 관심 뒤편에는 쓸개즙을 뺀 사육 곰이 아픈 배를 잡고 웅크린다. 넓은 땅을 활보하며 다니던 본능은 이미 상실한 지 오래고 별다른 움직임도 없이 눈은 늘 아래를 향한다. 어쩌면 곰의 사육이 금지되는 2026년 이후의 삶을 걱정하는 주인의 불안한 눈길을 피하는지도 모른다.
생사를 좌우하는 절박한 문제에도 인기 없는 곰에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어디 곰만 그러할까. 인기 없는 건 다 그러하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서 인기를 갈구하는 무명 가수, 신춘문예만을 쳐다보며 젊은 시간을 다 보내버린 무명작가, 라면 한 개로 하루를 때우는 무명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오늘도 인기를 찾아 나선다.
거리를 떠돌며 한 표를 얻으려는 국회의원 선거도 끝났다. 2주간의 절박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패자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역대급의 여당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는 고작 5.4% 정도다. 단지 5.4% 차이에 모든 게 바뀐다. 승자는 많은 걸 가지지만 패자는 다시 긴 시간을 어두운 곳에서 재기를 모색해야 한다.
인기는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게 아니다. 푸바오처럼 단지 귀엽다는 감정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인기가 많은 제품이 성능이 좋거나 더 많은 인기로 당선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선량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개인이나 당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만 보아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감정에 휘둘리는지 안다.
사람은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만을 하지 못한다. 때로는 감정에 쓸려 비이성적인 생각에 빠져버리고 만다. 푸바오에서 나타난 ‘베이비 스키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낳지 않는 경향은 여전하고 사육 곰에는 관심조차 없다. 단지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않아 감정이 내키지 않고 인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고 불공정한 사회라며 나무라고 싶지도 않다. 사회는 늘 그렇게 돌아간다.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쪽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사회는 제대로 돌아간다. 인기를 누리는 푸바오도 언젠가는 잊힐 것이고 또 다른 무엇이 우리의 관심을 끌 것이다. 다만 인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들이 더 많다는 걸 알고,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두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