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이 찾아온 지난 19일, 경기도 하남시의 외국계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주차장에는 변변한 냉방장치가 없었고, 건물 5층에 마련된 휴게실이 있었지만 5층까지 이동하려면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이 거의 끝나버리기 때문에 주차장 근무자들은 그 휴게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주차장은 벽면이 뚫려 있는 구조다. 근무자들은 햇볕과 열기에 그대로 노출된 주차장 구석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사망한 30대 노동자의 업무는 쇼핑카트를 회수해 매장 입구 쪽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매장은 항상 손님들로 붐볐고, 쇼핑카트는 한 시간에도 200여 개씩 쏟아져 나왔다. 그는 섭씨 33℃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철제 카트 수십 개씩을 밀고 다니며 하루 4만3천 보, 약 26km를 움직였다. 해당 대형마트 체인은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대형마트 이름에 ‘추천템’을 더해서 검색하면 수많은 제품들이 검색된다. 공산품, 식품 등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마트가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에는 사람, 즉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다. 행복하게 쇼핑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마트 직원이 카트를 정리해 주는 서비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장 근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냉방장치도, 휴게실로 이동해서 휴식할 충분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사용한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자’라는 공중도덕 차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했다면, 그 상품의 생산-유통-판매 과정 중 어딘가에서 ‘마른 수건에서도 물을 짜내는’ 원가 절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쉬운 원가 절감 방법은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인건비 절감이다. 이 사실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통감하지 못하는 이상 이와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 문제로 국가 소멸이 우려된다고들 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여성이 0.78명의 자녀를 낳는다는 뜻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비혼율’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소득분위가 낮은(임금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비혼율이 더 높게 조사된다. 무엇이 한국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양질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지금 한국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자동화·무인화로 대표되는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장도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로봇과 AI 기술이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더 큰 이윤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값을 ‘후려치는’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이상, 한국 사회에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