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생선이라고 하면 방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제철을 맞아 기름기가 잔뜩 오른 대방어회는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무와 함께 푹 쪄낸 방어찜도 빼놓을 수 없다. 유통 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본래 방어는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서 주로 잡히는 생선이다. 따뜻한 바닷물을 따라 계절마다 회유하는 어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동해안 전역에서 방어 풍년을 맞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장이나 포항 같은 동해 남부 지역은 물론이고, 한참 북쪽인 강원도 지역에서도 방어가 잘 잡힌다고 한다. 올해만 유별난 것도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방어 어획량에서 동해가 남해를 거의 따라잡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동해의 평균 수온이 꾸준히 상승한 탓에 겨울이 되어도 방어가 남쪽으로 회유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인 살오징어 어획량은 크게 줄었다. 방어와는 반대로 차가운 바닷물을 좋아하는 살오징어가 주 어장이었던 동해 남부까지 내려오지 않게 된 탓이다. 2009년에 12만t이 넘게 잡혔던 살오징어는 작년(2022년) 어획량이 1.5만t에 불과했다. 서민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횟감이었던 오징어가 ‘귀하신 몸’이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는 아열대성 어종인 참치가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에서 잡히고 있다고도 한다. 낚시인이라면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제주도까지 가지 않고도 방어나 참치 같은 ‘대물’들을 노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민들로서도 당장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채비를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어떤 어종이든 풍어를 맞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복잡해서 예측이 매우 어려우며, 그 결과가 인간에게 이득이 될 가능성보다는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우리가 쌓아 올린 문명은 최소 수 세기에서 수십 세기 이상 안정화된 기후 상태를 토대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따뜻해진 바닷물 때문에 상어를 비롯해 맹독을 가진 문어나 해파리, 고둥처럼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해양생물들이 한국 연근해에 출몰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지난 여름 휴가철, 속초와 고성 등지에서는 상어를 막기 위해 해수욕장의 수영 구역에 상어 방지 그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다에만 있지 않다. 아열대와 열대 지역에만 서식하던 독충, 해충들이 수입 과일이나 채소, 목재 등을 통해 한반도에 유입되어 퍼져나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붉은 독개미’ 유입 사건이 대표적이다. 기후변화는 농업과 임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평균 기온 상승으로 경북의 대표 농산물이었던 사과 수확량이 급감한 일은 기후위기 문제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