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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미탄사(味呑寺)

등록일 2023-07-02 18:04 게재일 2023-07-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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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미탄사는 이름부터 독특하다. 절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맛 미(味)자와 삼킬 탄(呑)자가 들어 있어서다. 절 이름과 관련한 사연이 분명 있을 진데 연유는 알 수 없다.

미탄사는 신라시대 절로 전해져 오고 있으나 정확한 위치나 건립연대, 조성 경위 등은 알려져있지 않았다. 고려시대 지은 삼국유사에 최치원의 옛집인 독서당을 설명하면서 미탄사라는 절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유일한 단서다.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편에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나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 남쪽 옛터가 최치원의 집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근거로 1980년 국립경주박물관이 미탄사지로 추정되는 경주시 구황동 일대에 대한 유물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첫 발굴조사에서 기와편과 토기편, 석재 등의 유물을 출토했으나 토층의 교란이 심해 사찰 영역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파괴된 탑재를 모아 삼층탑을 복원한 것은 미탄사의 존재를 알리는 시초가 됐다.

이후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발굴조사에서 미탄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이곳이 미탄사지임이 밝혀졌다. 2017년 이곳 삼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됐다. 8세기 후반 만들어진 탑으로 신라왕경내 현존하는 유일한 탑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왕경내 귀족층이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찰로 추정돼 통일신라시대 왕경사찰 연구의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

삼국유사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미탄사는 아직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많은 절이다. 지난 주말 미탄사의 규모와 건물배치 방식 등이 확인된 것을 계기로 문화재청이 미탄사 발굴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전설속 미탄사의 숨은 역사가 더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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