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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당 비대위체제… ‘先公後私’ 마음 가지길

국민의힘이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 간의 극심한 갈등 끝에 윤석열 정부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상황까지 간 것이다. 비대위 위원장은 대구에서 5선을 한 주호영(63) 의원이 임명됐다. 주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별명이 ‘스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도를 걷는 인물이다. 2020년 21대 총선 직후 원내대표를 맡아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함께 총선 패배 이후의 당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주 위원장은 이번에 또다시 난파선과 다름없는 국민의힘을 명실상부한 수권정당으로 수습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비대위 최대 현안은 두말할 필요없이 당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해소시키는 것이다. 지금처럼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당 중진들이 계속 권력투쟁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힘은 2년후 총선을 앞두고 좌초될 수밖에 없다.일단 주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를 지속시키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에게 신뢰감을 준다. ‘공천시스템’을 비롯해서 차기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꾸려진 혁신위는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꼭 활성화돼야 하는 기구다. 윤핵관을 향해 “현 상황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도 잘한 일이다.대표직에서 자동해임된 이준석 문제와 관련해서 주 위원장이 “빠른 시간 안에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주 위원장이 이 대표와 만나 어떤 타협점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 현 분위기로는 윤 대통령이 먼저 이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면, 이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언급했듯이,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해야 할 때다. 당의 비대위체제 전환에 대해 부당하고 억울한 감정을 누르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현재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도 모두 ‘자중하라’고 말리는 상황이 아닌가. 이 대표가 여기서 더 나가면 당의 혼란은 수습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2022-08-10

침수차량 피해 줄이는 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110년만의 사상 최대 폭우로 물폭탄을 맞은 서울에서 침수차량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차량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행동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은 우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이 불어난 구간을 불가피하게 지나야 한다면 변속을 피하고 저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좋다. 시속 5~10km 미만의 속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다. 변속 과정에서 머플러 배기로 물이 유입될 수 있다. 도로 위에 불어난 물이 바퀴의 반 이상 높이라면 해당 구간은 피하는 게 좋다. 통상 자동차는 50cm 내외의 물웅덩이를 지날 수 있도록 방수처리 한다. 전기차도 가장 중요한 배터리를 포함해 주요 전원부를 방수처리 한다. 감전 등의 우려는 없지만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불어난 물로 주행 중인 차량의 엔진이 꺼질 경우 절대 시동을 걸면 안 된다. 침수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내부로 공기가 아닌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유입된 물은 주변의 전자부품까지 손상시켜 엔진을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1천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차량이 침수됐다면 수해차량 특별정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활용하면 수리비의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수해차량 특별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수해차량 수리비를 최대 50% 할인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9월 말까지 호우 피해 고객 관련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 고객은 보험수리 시 자기부담금(면책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천재지변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10

수도권 강타한 폭우, 대구·경북 남의 일 아냐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지역에서 8, 9일 이틀 동안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16명이 실종 또는 사망하고 수많은 재산 피해를 냈다. 서울에서는 한달동안 내릴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면서 중랑천 등이 범람하고 산사태도 발생했다. 지하철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나 하면 도심이 마비되면서 시민들은 출퇴근길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경기도와 강원도 곳곳에서도 통행이 통제되는 일이 빈발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의하면 10일 오전 현재 사망자 9명을 포함 16명이 사망·실종됐으며 398세대 57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주택상가 2천676동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에 내린 강수량은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최고라 한다. 지구촌 기후변화로 이 같은 기록적 폭우는 앞으로 갈수록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할 새로운 재난대책이 절실하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폭우를 쏟아낸 정체전선이 남하해 대구·경북 지방에도 11일까지 20∼200mm의 비를 내릴 것으로 예고했다. 기후변화를 동반한 폭우에 대비해 일선시군의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하다.대구에서는 2010년 집중호우로 금호강변 노곡동이 침수돼 마을주택 140가구가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작년 7월 11일에는 달성군 일대에 시간당 49.5mm의 비가 쏟아지면서 구지면 도동터널 사면이 유실되는 일도 있었다. 경북에서는 2020년 태풍 하이선과 마이삭으로 영덕과 울진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추석을 전후해 해마다 발생하는 가을 태풍이 올해라고 오지말라는 법이 없다.자치단체들은 긴장감을 갖고 호우에 대비해야 한다. 수도권 사례에서 보듯이 반지하주택 등 취약계층이 살고 있는 곳에서 먼저 피해가 발생한다. 관내 중 취약한 주거시설과 산사태 위험지구, 상습침수 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은 필수다. 또 재난사고에 대비한 제반 사항을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관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예산도 확보해 두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이다.

2022-08-10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상상해야

장규열 한동대 교수 물난리가 났다. 여름 가뭄을 탓하며 기다리던 비였는데, 하루저녁 쏟아부은 물 폭탄은 문명이 쌓아 올린 도시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인간의 똑똑함이 자연의 손아귀에 다시 한번 장난감이 되어버렸다.신참 교수로 부임했던 미국대학에서 열정과 기량을 펼치며 열심히 일하리라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른 나라 출신 교수가 끼어들어 무엇 하나 할 일이 없어 보였다. 한 선배 교수와 마주 앉아 낙담한 내용을 고백했더니 돌아온 충고는 나름 충격이었다. ‘그래도 더 좋게 바꿀 일이 분명히 있을 게야(You can always make it better)’ 할 일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면 생각하면 없다.위기를 지나며 생각을 한다. 인간은 보기보다 게을러서 어려움을 꼭 겪어야만 무엇이라도 집중해서 궁리하고 의미있게 바꾸곤 한다. 치수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했고, 더욱 많은 예산을 들여 대비했어야 하는 등 허점들이 이제는 보인다. 전문가들의 지적질에 이제 귀가 열리고 보통 사람들의 질곡이 드디어 조금씩 보인다. 자연이 안겨주는 어려움이긴 해도 사람이 준비하는 데에 따라 얼마든지 고난의 강도와 밀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려움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경험과 과학의 지혜를 모아 준비하고 훈련하여 다가올 고통을 최소한으로 제어해야 한다. 정작 위기에 봉착하여 피해와 복구에 임하려면 일의 순서와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실패와 패착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여 평화로울 때 오히려 위기를 걱정하며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2017년 가을, 평온했던 포항에서 지진을 만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지진의 충격 앞에 교수와 학생들은 미리 알고나 있었던 듯 모두 건물을 신속히 벗어나 중앙운동장으로 모여들었고 흥분과 불안 가운데 다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자칫 공포와 전율로 아수라장이었을 지진의 충격을 무사히 겪어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였을 평소에 위기를 생각하며 준비한 덕이 아니면 무엇이었을까.휴가와 여행의 즐거움으로 들뜬 승객들에게 비행기 탑승 후 첫 경험은 객실승무원의 ‘위기대피요령안내’가 아닌가. 완벽해야 할 그 순간에 왠지 어색한 상상마저 하게 하지만, 아무도 승무원을 탓하지 않는다. 위기는 평소에 지켜야 한다. 위기를 닥치면, 언제나 늦다.위기가 가져올 위험을 잘 견뎌야 하지만, 위기를 지나면서 건져 올릴 기회는 혹 없을까. 그렇게 많은 물 때문에 모두 힘들었지만, 그 물을 붙들어 활용할 방법은 혹 없었을까. 별일 없어 보이는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상상하고 해결책을 구상하며 남다른 실력도 길러야 한다.위기를 상상하는 준비태세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군인과 공무원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완벽한 평소에 극심한 위기를 상상하며 준비하는 태도를 지닐 때, 사회와 공동체는 상생과 협력, 공감과 배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지 않을까. 다가올 어려움의 언덕을 함께 넘을 용기와 기백으로 나라는 든든해지지 않을까.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만나야 한다.

2022-08-10

삶에 질문을 던진다

김규인 수필가 김제시의 고위 공무원이 아들 카페 개업식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징계 처분받을 예정이란다. 그가 불러낸 시의 직원들은 카페서 과일을 깎고 청소하며 답례품 포장하였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사사로이 부리는 불공정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해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사로운 생각이 맨몸으로 사람들 앞에 서면 덕지덕지 묻은 욕심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한 번만 더 돌아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물건을 살 때 유럽연합은 만드는 과정이 오염을 배출하지 않는 해가 적은 방식으로 만든 것만 산다. 만드는 과정이 문제가 있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더 나아가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따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은 만든 사람의 격이 다른 삶의 철학을 품는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배경에는 그들의 성장 과정은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한 데에도 있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일과를 보여주며 팬들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공한 모습이 아니라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의 모습을 나눈 사람들은 그들의 든든한 응원군이 된다. 솔직하고 성실하며 색다르게 접근한 그들의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사람들은 늘 살기가 힘이 든다고 말한다. 살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것은 삶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삶이란 것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나타난다. 좋은 일은 기분 좋게 그냥 지나가지만 나쁜 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기억으로 늘 삶이 힘이 든다고 말한다. 이렇게 물가도 오르고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세상의 끔찍한 일들은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불안정한 상황도 나 혼자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유모차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가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섬이 되어 선다. 할머니를 본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히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세워가며 안전하게 할머니를 건너편으로 건네준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선행이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이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뒤돌아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자처럼 따뜻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과정의 문제로 낙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 그러하다. 과정이 어떤가에 따라 평가받는 요즈음이다. 어떻게 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두 건의 일을 마주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삶이 바쁘고 사회가 어려울수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결이 다른 철학을 담고 싶다.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해.

2022-08-10

우영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묻다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과 사랑 스토리에는 특별함이 있다. 1%가 갖는 천재성이라고 하지만, ‘우영우’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그런데 ‘우영우’를 자폐 장애의 관점에서만 보면 또 다른 핵심 주제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주인공이 선배 변호사에게 냈던 고래 퀴즈와 유사하다. “22톤의 암컷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이 질문의 정답은 “포유류인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이다.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핵심을 놓친다는 것이 퀴즈의 의도이다. 해법을 찾기 위한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우영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프레임으로 볼 때 주제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서울대’라는 실제 명칭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출신 등장인물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주인공과 그녀의 부모, 소속 로펌의 대표와 주요 변호사들이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인물도 서울대를 나왔다. 이 드라마에서 서울대는 사회의 상층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을 상징하고 있다.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혜와 책임’이란 책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층은 1만5천여 명 정도이다. 전체 인구 대비 약 0.0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송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다고 일갈한다. 그 전형적 예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을 들고 있다.‘우영우’에서 서울대는 왜 에둘러 지칭되지 않았을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덕목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자, 자폐인 변호사인 우영우가 있다. 장애인의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면서 그녀는 변호사의 도덕적 책무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 드라마가 강조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양쯔강돌고래’편에서 주인공은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사회적 강자를 주로 변호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한다. 우 변호사는 상대편 인권 변호사를 바다가 아닌 강에서 살다가 멸종된 양쯔강돌고래처럼 느낀다. 그렇지만 멸종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함께한 자리에서 그 변호사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낭송한다. 이 시에는 변호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의 답이 암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우영우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묻는 질문은 현실의 사회 지도층에게도 부여되는 것이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는 시구에서부터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영우의 질문은 천재성이 아닌 진정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우영우 현상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상류층의 자각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22-08-10

‘측근정치인’이 윤대통령에겐 毒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비대위 상황까지 갈 정도로 심각해진 국민의힘 내분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제22대 총선(2024년)을 2년여 앞두고, 공천권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당·정 지도부간의 파워게임이 여당의 중병(重病) 원인인 것이다. 어제(9일) 당 대표직에서 ‘자동해임’된 이준석의 경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총선공천 개입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혁신위를 가동시키려다 당에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지난 6월 3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최재형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 헤게모니전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말해준다.이준석의 대표직 해임으로 여당 혁신위원회는 이제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물론 이준석이 시도하려던 차기총선 ‘시스템 공천’도 좌초된 것과 다름없다. 이준석의 축출은 당 개혁주체의 실종, 그리고 윤핵관의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윤핵관을 향해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국민의힘 김근식 전 선거대책위 정세분석실장은 “윤핵관들이 스스로 2선 후퇴하는 결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일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구체적으로 윤핵관의 핵심인물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최소한 원내대표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권 원내대표 선임보좌관 출신을 임명한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인사 업무에 관여한 장제원 의원도 대통령실 인사실패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윤핵관들이 당 내분에 대한 반성없이 비대위체제 구성이나 차기 공천권 주도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민의힘은 파산될 가능성이 크다.지금은 윤 대통령이 직접 여당이 처한 총체적 난맥상을 극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가 여당이기 때문이다. 이 리스크 소멸이 바로 대통령 국정지지율 반등의 해법이다. 윤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항상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다수당이 될 경우를 상상해 봐야 한다. 아찔한 생각이 들면서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서둘러 할 일은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민심을 갉아먹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내치는 것이다. 대신 외연확장을 위해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당내 인사들에게 지도부를 맡겨야 한다. 이미 구성돼 있는 당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윤 대통령은 이제 야당에게도 협조를 구할 때가 됐다. 야당의 합리적인 요구는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야권인사를 내각에 과감하게 중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만약 전면적인 쇄신 조치 없이 이 상황을 적당히 넘기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습하고 보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2022-08-09

대구 디지털산업 혁신거점 육성 기대감 높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자들과 만나 “대구 수성알파시티가 디지털산업의 혁신 거점으로 육성될 것”이라고 밝혔다.홍 시장은 이와 관련해 과기부 차관이 이달 말 대구에 내려와 상세한 내용을 밝힐 것이며 현재 알려진 바로는 2030년까지 대구 수성알파시티에 2조2천억원을 투자해 대구를 국내 ABB(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분야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ABB는 대구시가 집중 육성하려는 5대 미래산업(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 분야의 하나다. 과기부 발표에 따라 향후 추진과정 등이 세세히 밝혀지면 대구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ABB산업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적 촉매기술로 알려져 지역 제조업계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무엇보다 2조2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됨으로써 파생할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홍 시장은 애초 디지털진흥원(DIP)을 대구테크노파크에 통폐합할 예정이었지만 ABB산업 육성을 담당할 DIP의 존치를 과기부가 요청함에 따라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도 밝혔다. 수성알파시티는 전국적으로 경기도 판교에 버금갈 만큼의 입지가 좋은 곳이다. 수성알파시티를 ABB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과기부의 생각은 산업입지를 떠나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다행히 대구의 수성알파시티는 입지가 좋아 관련기업의 유치에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대구 5대 미래산업은 향후 대구시민이 먹고 살아갈 전략적 산업이다. 신공항과 연계할 UAM(도심항공교통)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유치로 발판을 마련한 로봇산업에 이어 ABB산업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구는 산업재편 효과와 함께 일자리도 많이 창출될 것이다.미래 먹거리인 ABB 산업의 혁신적 성장을 위해선 차근차근한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체계적인 인재양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 내 많은 대학과 연계해 ABB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병행해 나가야 한다. 수성알파시티에 디지털 인재가 모이면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2-08-09

쇄신론

우정구 논설위원 쇄신(刷新)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혁신(革新)과 비슷하나 혁신이 기존의 제도나 습관 등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본다면 쇄신은 주로 조직의 사람이나 기구의 구성을 새롭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 같은 것을 뜯어고친다는 뜻의 개혁(改革)도 비슷한 용도로 함께 쓰이고 있으나 개혁은 합법적으로 바꾸어갈 때 쓰는 말이다.쇄신이든 혁신이든 개혁이든 모두가 잘못된 관습이나 조직과 사람 등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그 결과는 조치 이전보다 훨씬 좋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어록 가운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사회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직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그의 혁신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라 하겠다.이처럼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어렵다. 기술의 고도발달로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은 눈 깜짝할 사이 일류와 이류가 자리를 서로 맞바꿀 수 있다.정치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는 변화와 쇄신을 거듭해야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후 복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지지율 급락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처방이 궁금해서다.윤 대통령이 어떤 쇄신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나라의 안정은 민심을 떠나 존립할 수 없었다. 쇄신도 국민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성공하는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9

포항, 배터리산업 선도도시로 인정받았다

포항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가 전국 29개 특구 중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 3년 연속 우수 특구로 지정됐다. 배터리 리사이클(재활용) 산업은 폐 배터리를 분해한 다음 순수자원(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으로 다시 쓰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분야다. 앞으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배터리 수명이 평균 10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산업의 경제적 전망은 밝은 편이다. 포항시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난 2019년부터 배터리(이차전지)산업의 핵심기업인 에코프로, 포스코케미칼, GS건설 등으로부터 3조3천972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중앙부처(중소벤처기업부, 기재부, 환경부) 공무원들의 발길도 잦다. 특히 지난해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선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는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수거·보관·성능검사·등급분류 등의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산업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포항시는 앞으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과 ‘인라인 자동평가센터’ 구축사업도 순차적으로 추진해 포항을 명실상부한 국가 배터리 자원순환의 허브지역으로 만들 계획이다. 포항에는 현재 이차전지 산업의 주요기업이 모두 들어서 있는데다, 포스텍(전문연구인력 양성), 방사광가속기 연구소(배터리 소재 RD 기관), RIST 이차전지소재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배터리산업의 인프라가 타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구축돼 있다. 포항시는 향후 ‘이차전지 인력양성 플랫폼’을 따로 구축해 산업 현장인력을 배출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정부는 포항시가 갖춘 이러한 배터리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의 모델도시로 집중 육성할 만하다. 포항시가 정부지원을 받아 배터리산업 분야 일자리를 대거 마련하고, 이에 맞춰 현장인력도 배출할 경우 청년들이 머물기를 원하는 비수도권 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다.

2022-08-09

슬픈 우승과 나가사키 팻맨, 그리고 진정한 광복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뒷장에 /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못할 감격에 떨린다! / 이역의 하늘아래서, 그대들의 심장속에 용소슴 치던 피가 / 이천삼백만의 한사람인 내혈관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 깊은 밤 전승의 방울소리에 터질듯 찢어질듯. / 침울한 어둠속에 짓눌렸던 고토의 하늘도 / 올림픽의 거화를 켜든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한자만 한글로 바꾸고 원문 그대로 옮김)1936년 8월 11일자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심훈의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마라톤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1연과 2연이다. 시가 실리기 이틀 전인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남승룡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이 소식은 신문 호외로 식민지 조선 전역에 바로 퍼져나갔다. 내선일체를 내세운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절망으로 내리닫던 조선 백성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었을 터. 소설 ‘상록수’와 시 ‘그날이 오면’을 쓴 심훈 역시 이날의 감격을 호외종이 뒷면에 시로 쏟아냈다.그러나 기쁨을 만끽해야 할 우승자 손기정은 정작 그러지 못했다.“나는 이기었습니다, 2시간 29분 19초 2의 올림픽 신기록이었습니다.…. 언덕에 다다르니 우리나라 일장기가 나를 응원하여 주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승리는 결코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라고 할 것이외다.” 우승 당시 그의 인터뷰 내용이다. ‘일장기의 응원, 일본 국민의 승리’를 말하는 목소리에서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듯한 슬픔이 역력히 느껴진다. 실제로 인터뷰 중간에 “크게 읽어.”라고 강요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있다.우승 직후 손기정은 친구에게 엽서 한 장을 보낸다. 올림픽 마크가 그려진 엽서에는 “슬푸다!!?”라는 단 한마디 말이 느낌표 두 개, 물음표 하나와 함께 적혀 있을 뿐이다. 올림픽에서 우승했지만 한국(대한제국)인이 아닌 일본인 ‘기테이 손’으로, 가슴에는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 위에 서야 했던 심경이 이 엽서에 처연히 담겨 있다. “내 소원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으로 기억되는 것이다.”라고 한 손기정은 해방 후 올림픽 공식 기록의 국적과 이름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손기정의 ‘슬푼 우승’ 9년이 흐른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팻맨(Fat Man)’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히로시마에 첫 번째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투하된 지 사흘 뒤의 일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다음 날인 8월 10일 일왕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8월 15일.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며칠 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그의 방한에 따른 대통령과 국회의 의전에 대해 말들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놓인 우리의 미묘한 처지가 노정된다. 이제 일장기를 달 일은 없다. 태극기 아닌 그 어떤 것도 우리 가슴에 달려서는 안 된다.오늘 다시 진정한 광복을 생각한다.

2022-08-09

억지관객

조현태수필가 얼마전 양동민속마을에 국악공연이 있었다.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4시 경에 도착하여 장비와 소품들, 음향에서 조명까지 부산하게 움직였다. 체험관 마당이 제법 넓은데 마당에 의자를 가득 늘어놓았다. 오후 7시면 관광객은 거의 없고 양동 마을사람들뿐인데 관객이 얼마나 될까 걱정스러웠다.필자는 관람료를 지불해가며 공연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무료공연을 한다니 놓칠 수가 없었다. 각종 장비와 시설을 배치한 후 최종 리허설을 하면서부터 필자는 휴대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대단히 기대를 하며 앞자리에 앉아 본 공연을 기다렸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모여서 빈 의자가 없었다. 알고 보니 마을 이장이 미리 공연한다는 방송을 했는가 보았다. 이런 공연이 자주 있는 마을이라 웬만하면 주민들이 거의 다 참여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때부터 실망하기 시작하여 마칠 때까지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선 공연 시각부터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저녁시간이다. 이왕이면 관광객도 함께 공연을 보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양동마을 심수정에서 잠깐 국악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공연과 별 차이가 없었다. 똑같은 내용으로 한 마을에서 다섯 차례나 공연한다면 그 공연의 가치가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공연인가 하는 생각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마을에서 행해지는 행사라서 마을 주민들이 마지못해 참여하는 인상을 강하게 느꼈다. 더구나 사회자는 틀에 박힌 듯한 강요를 연거푸 했다. 제청을 해야 한다는 둥, 추임새를 큰 소리로 넣어달라는 둥, 주민들이 외치는 추임새나 박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그러면서 연습 삼아 ‘얼쑤’, ‘좋다’ 등을 따라하게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공연을 잘 하면 저절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나오지 않던가. 추임새나 박수를 강요하고 연습한다고 공연의 질이 좋아지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공연자들은 국악 분야 예술인이다. 그런데 6월 18일부터 10월 22일까지 기간에 14차례나 공연한다는 프로그램 일정이다. 이 예술인들이 공연비 한 푼도 받지 않고 그 많은 일정을 즐겁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공공기관은 문화도시, 예술의 고장으로 경주를 자랑할 것인가. 짐작컨대 관에서 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본다. ‘사랑이로구나’하는 타이틀의 경주국악여행 프로그램은 허울뿐이고 유명무실한 이벤트에 불과하지는 않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어쩌면 마을 주민뿐인 관객이기 다행이지 예술에 관심 많은 관광객이 이러한 공연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어차피 공공재원을 들여 이벤트를 하려면 차라리 관광객이 붐비는 낮 시간대에 관객과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회마을의 탈춤처럼 사물놀이나 농악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객도 참여하여 어우러지면 더 문화적이지 않을까. 관객의 자세를 강요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재미있고 신이 나면 칭찬하고픈 마음이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한다.

2022-08-09

트렌드, 욕망의 획일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엄청나다. 예정된 수순으로 촬영지도 덩달아 인기다. 이럴 줄 알았다. ‘우영우 팽나무’가 있는 경남 창원 동부마을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도로 개발 계획에 의해 사라질 뻔한 마을을 구해낸다. 소박한 시골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 크고 울창하게 서 있는 500년 수령의 나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우르르 몰려갈 일인가 싶다. 하루에 수백 명씩 찾아오는데, 농기계가 다니는 좁은 이면도로에 함부로 주차를 해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중이다. 주차뿐이겠나. 안 봐도 뻔하다. 쓰레기에 소음에 담배에…… 온갖 꼴불견일 거다.벤야민이 말한 ‘아우라’는 “어떤 사람이나 장소에 서려 있는 독특한 기운. 예술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그것이 갖는 일회적인 현존재성”인데, 미디어가 발달한 기술복제시대에는 실제 현장보다 영상이나 사진이 오히려 아우라를 갖는 반대 국면이 펼쳐진다. 영상기술로 표현해낸 드라마 속 팽나무의 아름다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 팽나무는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상상계의 기표가 된다. 드라마 속 ‘소덕동 팽나무’와 현실의 ‘동부마을 팽나무’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대중에겐 받아들이는 문화만 있고, 창조하는 문화는 없다. 대중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때, 문화는 획일화된다.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트로트 방송들이 대표적인 예다. 트로트가 싫은 게 아니라 여기도 저기도 온통 트로트판인 획일화가 짜증나서 티브이를 꺼 버린다. 남의 노래를 트로트 가수들이 뽕짝풍으로 부르는 것도 그만 듣고 싶다. 원곡은 영 들리지 않고, 조악하고 저급한 편곡만 판친다. 대중이 수동적이면 결국 개인의 독창성, 다양성, 개성 위에 집단적 유행이 군림하는 세상이 된다. 트렌드라는 것은 미디어의 생산자가 조작하기 쉽고, 그렇게 만들어진 유행은 사람들의 생각마저 조작한다.대중은 정보를 원하면서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누리고 싶어 하면서 문화예술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다. 똑똑하고 싶지만 지식을 탐구하진 않는다. 누가 만들어 놓은 것, 설명해둔 것, 기성품을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방송에 나온 제주도 돈까스집 앞에 텐트를 치고 밤새 기다리는 건 그래도 귀엽다. 규격화된 아파트, 무채색 세단, 연예인이 입은 옷, 성형수술, 남들 다 하는 거, 남들 보기 좋은 거, 남들이 부러워하는 거… SNS에는 비슷한 트렌드들이 전시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욕망한다. SNS를 도배하는 명품 가방, 브랜드 아파트, 비싼 골프채, 풀빌라에서 즐기는 호화로운 휴가, 주식 수익, 인맥 따위는 사회로부터 학습된, 타자화된 욕망들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의학 유튜브 채널이 권하는 식단으로 아침을 먹고, 국민 헬스 트레이너를 따라 운동하고, 점심엔 백종원 식당에서 밥 먹고, 오후엔 오은영 상담 방송을 보며 고개 끄덕이고, 저녁엔 인스타 맛집을 찾아다닌다. 인기 드라마를 보고, 채널을 돌리다 마감 임박 홈쇼핑 상품을 주문한다. 잠들기 전엔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김창옥이나 최진기의 강연 방송을 보거나 정치 팟캐스트를 듣는다. 그럴 수 있다. 다만 이게 요즘 우리 사회의 표준 인간이라는 게 문제다.하루 동안 ‘생각’이라는 걸 스스로 하는 순간이 있긴 할까? 대중은 타인의 생각을 생각하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건 파스칼 시절 얘기다.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직 갈대가 되어야만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은 갈대가 되길 원치 않는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건 여간 괴롭고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스노비즘은 결국 주체에게서 개성과 취향, 주체성을 앗아간다. 욕망이 비슷해지면 생각도 서로 닮는다. 물신주의가 강한 지배력을 가진 사회일수록 대중들은 스스로 사유하는 대신 자본화된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미디어나 정치 선전에 쉽게 현혹된다. 획일화는 정신의 마비 상태다. ‘트렌드’라는 달콤한 이름 안에는 마약 성분이 있다. 인생을 흔히 여행에 비유한다. 스스로 지도를 펼쳐 걸어 나가는 여행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생 전체를 단체 패키지 관광으로 만들 것인가?

2022-08-09

나를 더 잘 아는 방법

퇴사를 한 뒤의 나의 하루 일과는 단순해졌다. 여섯시 반쯤 일어나 물을 한컵 마시고 몸무게를 잰 다음, 냉장고 앞에 서서 아침은 무얼 먹을까 생각한다.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 때문에 배가 차게 느껴진다면 따뜻한 국물 요리를, 요리하기 어려울 만큼 집이 너무 덥다면 가성비 좋은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한다.오전 여덟시쯤 되면 노트북과 안경 간단한 필기구를 챙겨 카페로 나간다. 그리곤 재취업을 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손본다. 초중고 학교 이력, 각종 자격, 전에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 몇 줄의 문장들과 사진으로 나를 설명하다 보면 나는 과연 쓸모 있게 증명될 수 있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빈약한 이력서를 횡설수설 고치다보면 어느덧 오후 세네시가 된다.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면 문제의 ‘그 시간’이 찾아온다. 운동을 해도, 밀린 집 청소를 해도, 또는 새로운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지인을 만나도 무기력함과 지루함을 쉽게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일상이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 같거나, 삶의 주도권이 어딘가에게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에는 나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번아웃을 앓는 내게 작은 도움이 되고 있는 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리추얼 라이프란 생활 습관을 알게 되었는데 리추얼이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으로, 일상 안에서의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뜻한다. 물 2리터 마시기,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기 등 자신이 정한 생활 습관을 반복하며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전에 언급했던 ‘갓생 살기’의 목표 설정은 단순히 행할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른 성취감과 행복 추구였다면, ‘리추얼’은 반복적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식화하는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기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복 물 한잔에 의미를 부여하여 의식하고 정서적 활동을 더하여 나의 긍정적인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리추얼 라이프의 실천을 돕는 플랫폼인 ‘밑미’는 구경만으로도 재밌다. 육아 일기 쓰기, 피아노 연주 기록, 주말 제철 식재료 요리,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 최소 6인에서 20명까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리추얼을 행하고 기록을 남긴다. 리추얼을 통해 나의 취향과 생각의 틀을 확고히 굳히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수행을 공유한다.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고 내가 지루하다 생각하는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키워드를 정해주다 보면 어느덧 긍정의 기운이 찾아온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시너지는 배가 된다.두 번째로 도움이 되었던 건 ‘갤럽 강점 검사’다. MBTI가 성격유형 검사라면 갤럽 강점 검사는 개인의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을 알려주는 유료 검사다. 총 177개의 질문을 20초 안으로 대답해야 하고 총 검사시간은 35분이 걸린다.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엔 약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장 첫 번째 특성으로 ‘공감’이 나왔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나의 감정처럼 느끼고, 상대방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성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좋게 말하면 이해와 배려심이 넘치는 타입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공감이란 감정을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이나 외부에 잘 동화되는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여 나의 기분까지 흐트리는 경향이 있었다.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미안해서 곤란한 일을 맡을 때엔 혼자 도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강점을 잘 알아두면 해결책을 찾기도 쉬워진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주위에 채워 영향을 주고받는 것과 일이 많은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이라는 대화로 선 공감 후 부탁을 요청하여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해보잔 솔루션을 찾기도 했다.내가 가진 특성 중 어떤 것을 잘 활용해 볼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어떻게 적용시켜 볼지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 일과 관련된 방향과 삶의 전반적인 방향 또한 조금 더 뚜렷해 진 것 같아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졌다.

2022-08-09

아홉살 시선으로 도시·골목·가족 추억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이다.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 섬. 그 섬의 북쪽 영국령에 속하는 지역이 북아일랜드다.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아일랜드 공화국이다. 16세기 잉글랜드 왕국의 핸리 8세에 의해 아일랜드가 점령당하게 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이 시작된다.가톨릭을 믿던 아이리쉬(아일랜드인)와 잉글랜드인에 의해 전파된 개신교 간의 갈등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다툼과 맞물려 오랫동안 아일랜드에 갈등을 일으키고 피바람을 불게 했다. 중세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지배는 수백년간 이어졌고,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4월 24일 부활절 봉기라 일컫는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이 시도되지만 봉기 주모자들은 영국군에 의해 진압된다. 이후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1918년 12월에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중도 좌파연합인 신페인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었다. 부활절 봉기에서 살아남은 지도부들은 대거 신페인당에 입당해 당선되었다. 아일랜드의 다수당이 된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의회를 구성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한다.아일랜드 공화국은 영국 정부에 대항해 군대를 조직하고 영국에 맞선다. 1919년 1월 21일부터 시작된 전쟁은 1921년 7월 11일 휴전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후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를 제외한 남부 26개주를 자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앵글로-아이리쉬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그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아일랜드 공화국 북아일랜드 통합은 사실상 폐기되었고 아일랜드의 분단은 고착회된 상태로 남게된다.영연방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평화롭고 화려한 도시를 비추던 카메라는 담장을 넘으며 1969년의 벨파스트를 비춘다. 그곳에서 버디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며 골목길을 누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인들의 발자욱 소리, 아버지를 기다리던 공간이며, 엄마가 아이들을 부르던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1969년 8월 15일 벨파스트에 사는 천주교도들이 참정권과 사회적 차별대우 등의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이 시위는 개신교도와 천주교도가 충돌하면서 유혈폭동으로 번져가게 된다. 영화 ‘벨파스트’는 그 시작점이 된 공간이며, 9살 주인공 버즈와 가족들, 친구들이 있던 일상의 공간이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펼쳐진다. 흑백의 영화는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싼 공간들 속에서 펼쳐지는 불안한 상황을 철저하게 아홉살의 시선으로 담는다. 파괴된 일상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폭력의 기운들이 소년을 둘러싼 집과 골목, 도시로 번져간다. 하지만 그 불안의 무게는 어른들의 몫일뿐 버디의 일상은 달리진 풍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아홉살 소년에게 벨파스트의 골목은 그가 인식할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였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공유 공간이었다. 달라진 풍경의 무게를 알 수 없었던 버즈는 그의 세계가 흔들리며 균열이 가고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해야한다는 것에 저항한다. 그것은 딱 아홉살 소년이 이해할 수 있었고, 견뎌야했으며 기억하는 만큼의 몸부림이었다.아홉살 때 벨파스트를 떠났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 그의 기억이 남았던 그때의 감각이 그 시절의 소년이 되어 펼쳐진다. 감독의 감각 속에서 1969년의 벨파스트는‘무채색의 도시’였으며‘색깔로 기억되어지는 건 영화’였다고 한다.그래서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몇몇 장면들은 컬러로 표현되는 순간들이 있다.영화 ‘벨파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 어떻게 보편적인 추억으로 남는가를 보여준다. 한 공간의 추억이 한 도시의 추억이 되는, 역사 속에서 뜨거웠고 아팠던 도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2-08-08

그 길밖엔 없어 <Ⅴ>

허 형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우현은 핸드폰을 차의 대쉬보드 위로 던졌다. 핸드폰은 앞 유리까지 미끄러졌다. 운전을 하고 있던 직원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 우현의 얼굴을 보았다.-운전이나 해.우현은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있었다. 비가 내렸다. 좌우로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이정표가 보였다.-여기서 제일 조심해야 해. 올 때마다 헷갈린단 말이야. 한두 번 와 본 길이 아닌데 말이지.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고. 알지? 우리는 직진이야, 직진. 그 길밖엔 없어. 언제더라? 지난번에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했어. 바이어는 다시 돌아가 버렸고. 안 좋은 일이 생긴 줄 알고 말이야. 그때 손해가 좀 컸어.우현의 말을 들으며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착하면 뒷좌석에 있는 캐리어만 전해주고 와. 누군지 알지? 전에 봤잖아. 나는 오늘 내리지 않을 테니까. 혼자서 해보라고.-직접 주시지 않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 손에 맡기신 적 없으셨는데요.힐끗 우현을 돌아본 직원이 말했다.-그냥. 오늘은 왠지 걔들 얼굴 보면 짜증이 날 것 같아서 그래. 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아. 가져다주기만 하면 돼. 돈은 이미 받았으니까. 깨끗이 씻었으니까 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우리말로 해도 알아들을 거야. 노래나 한번 틀어봐. 좀 신나는 걸로.직원이 틀어준 빠른 박자의 노래들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첫 곡으로 돌아왔을 때 차가 멈췄다. 직원은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가지고 갔다. 우현은 의자를 뒤로 젖혔다. 시발. 쓸데없이 전화질이야.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필 허 형사야. 알아들었겠지? 문자를 괜히 보냈나? 보내지 말걸. 취소할 수도 없고. 우현은 혼잣말을 주고받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낮은 잿빛 구름 아래로 검고 넓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동안 내릴 비였다.그 녀석 때문이야. 녀석이 보자고 했을 때 무슨 일인지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그날 가지 말았어야 했어. 젠장.그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낮은 기온은 아니었지만 바람 때문에 제법 쌀쌀했다. 우현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어묵 한 그릇을 시켰다. 어묵이랑 건더기는 그대로 둔 채 국물만 홀짝거렸다.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다 와 간다. 십 분 정도 후에 도착할 거야. 화장실 앞쪽으로 나와 있어. 머뭇거릴 시간 없으니까 검정색 SUV가 서거든 바로 타. 알아볼 수 있게 왼쪽 창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 놓았어.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녀석이 전화를 끊었다. 이런 녀석이 아닌데. 무슨 일이지? 우현은 괜히 나왔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왼쪽 창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인 SUV가 우현의 앞에 섰다. 우현이 앞 좌석의 문을 열었다. 담배 냄새가 확 하고 몰려나왔다. 차에 올라타려 하자 녀석이 ‘뒷자리’하고 말했다. 우현은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다시 짧게 말했다. 빨리.-너 다시 담배 피우냐?뒷자리에 올라타며 우현이 물었다.-오늘만 피우기로 했다.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뒷자리에는 노인 한 명이 타고 있었고 자는 듯 보였다.-뭔데?우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물이지. 부탁이기도 하고.녀석이 가속 페달을 밟으며 대답했다.-무슨 말이야?우현은 노인과 녀석을 번갈아 보았고 녀석은 앞자리에서 작은 가방을 들어 우현에게 건냈다.-일단, 가방에서 5cc짜리 주사기 꺼내서 한 대만 놓아줘. 다 재 놓았어. 거기 보면 주사액이 채워진 주사기가 있을 거야. 중간중간 봐가면서 계속 줘. 도착하려면 제법 더 가야 하니까. 너 주사 놓을 줄 알잖아.-무슨 일인지 말해줘야 놓지.우현이 다시 녀석에게 물었다.-일단 한 번만 먼저 놓아줘. 아, 그놈. 참, 말 많네.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았냐?녀석이 우현을 다그쳤다. 우현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어 노인의 어깨에 주사를 놓았다.-뭐냐 하면.녀석이 이야기를 시작했다.-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다 생각해. 죽여야 하는데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더라고. 인공 장기가 몸 안에 몇 개 들어 있거든. 그래서 널 불렀지.-무슨 말이냐?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장기를 떼어내란 말이야. 나더러?우현이 목소리를 높였다. 녀석이 대답했다.-네가 장기를 떼어내기 전에 죽은 사람이 될 거야. 그것까지는 너에게 시키지 않을게. 걱정하지 말고. 그런데 내가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 없거든. 네가 옆에서 방법을 가르쳐줘. 내가 할 테니까. 장기를 떼어내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죽이면 되잖아. 그치?우현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너 왜 이러냐? 나야 만나는 인간들이 원래 그런 놈들이니 놀랍지 않지만, 네가 이러는 건 좀 의왼데? 무슨 일이야? 원한이야? 아니면 뭔데?백미러로 우현의 얼굴을 보며 녀석이 대답했다.-너. 살 좀 찐 것 같다. 사업이 잘된다고 하더니만 진짜구나. 네 사업에 보탬이 되라고 내가 노력 좀 하는 거다. 거기 있는 것 안에 인공 장기 네 개가 들어 있다. 네 개나. 그러니 저게 인간이냐?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계속 사는 것. 인조인간이지, 인조인간. 그래서 내가 죽여주려고 하는 거다. 아마 죽고 나면 고마워할지도 모른다./김강 소설가

2022-08-08

제주 돌담이 대통령에게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철학자 루소(J. J. Rousseau)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노자(老子)는 자연에 존재하는 소통의 통로인 도(道)를 인식하고, 그 도를 좇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자연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얻으라고 했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제주 돌담은 우리가 ‘자연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이다. 제주 돌담은 밭담·산담·집담·원담·올레담 등 그 장소와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미학적인 측면에서 제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도 자연친화적인 돌담이다. 게다가 제주 돌담은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에게도 커다란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제주 돌담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제주 돌담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이 숭숭 뚫려져 있다. 잘 쌓은 돌담은 바람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자연과 과학의 절묘한 만남이다.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월 5일 현재 24%(한국갤럽)로 추락했다. 대통령의 메시지와 국민의 인식이 너무나 동떨어진 ‘소통의 위기’이다. ‘수직적 검찰문화’에 익숙한 대통령의 경직된 사고는 ‘수평적 소통이 생명인 정치’를 어렵게 만든다. 검사에게는 ‘법치’가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정치’를 해야 한다. 장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받아친 대통령의 오만은 불통의 증표다. 정치에 초보일수록 비판과 고언을 겸허히 수용해야 소통할 수 있다. 제주의 거센 바람이 돌담 구멍을 지나가지 못하면 돌담이 무너지듯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나아가 제주 돌담은 정치인에게 ‘공존과 상생’의 중요성도 가르쳐준다. 돌담을 무너지지 않게 쌓으려면 크기나 모양이 각기 다른 돌의 면과 면을 고려하여 잘 꿰맞추어야 한다. 서로 어깨를 맞댄 돌들은 ‘공존의 돌담’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상생’을 가르쳐주고 있다.그럼에도 여당과 야당은 걸핏하면 상대를 공존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처럼 ‘악마화(demonize)’한다. 집행 권력과 입법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서로 힘자랑하는 ‘야만의 정치’는 공멸의 길이다. 더욱 기막히는 것은 국정과 민생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이준석을 향해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라고 직격하자 소속의원들은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당권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당내의 이견과 갈등을 통합하여 공존과 상생의 길로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정권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했던가. 물(국민)은 배(대통령)를 띄울 수 있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이제라도 제주 돌담이 가르쳐주는 ‘소통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2022-08-08

이준석, 현 상황 힘들겠지만 자중할 때다

오늘(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자동해임’ 상태가 되는 이준석 대표가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당이 비대위체제로 전환되면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후 관련 입장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대표와 그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그동안 집단소송을 준비하며 전방위 여론전을 예고해 왔다.국민의힘이 오늘 전국위를 열고 비대위원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하면, 이 대표로선 현실적으로 당 대표 복귀가 어려워진다. 이 대표가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해 투쟁에 나설 경우 여당은 심각한 내분을 피할 수 없게 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도 바닥까지 추락하게 될 것이다. 공멸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겠지만, 국가와 보수정당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보는 지혜를 가질 때다.이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후 당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권이 급증했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 그는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자리잡는데 중대한 역할을 했고, 지방선거 압승의 1등공신이기도 하다.국민 상당수는 이 대표의 이러한 정치적 업적을 기억하며, 후일을 도모할 것을 바라고 있다.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언급했듯이,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법원에서 받아들여져도 국민의힘 당헌이 적법하게 개정되면 별실효성이 없다. 그리고 이 대표가 계속 대통령과 여당을 대상으로 지금처럼 비난태도로 일관하면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도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 힘들겠지만, 이 대표는 겸손과 포용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이와함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은 이제 내부 권력다툼을 끝내고 당 개혁과 민생안정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개혁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22-08-08

포항 영일만항 인입철도 하루속히 재개를

인입철도란 항구나 산업단지와 같은 특정지역에서 물량을 기차로 수송할 수 있도록 만든 기찻길이다. 포항에는 영일만항의 물류를 커브하기 위해 포항역에서 영일만항을 연결하는 11.3km의 단선철도를 2019년 12월 완성했다. 영일만항을 통해 들어올 물동량을 소화시켜 포항 영일만항을 동북아 거점항이자 북방항로의 시작점으로 삼겠다는 포항시의 야심찬 계획의 일환이다. 그러나 2020년 7월 상업운전을 한 뒤 불과 10개월 만에 기찻길 운행이 중단됐다. 작년 5월 한국철도공사가 영일만항 인입철도에 배정한 화물열차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일만항 인입철도는 1년 4개월째 무용지물처럼 방치되고 있는 꼴이다. 인입철도 운행이 중단된 배경에는 그동안 영일만항으로 들어와 동해까지 내륙 운반되던 우드펠릿이 해상으로 전환되면서 물동량이 격감하는 등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영일만항을 통한 물동량이 크게 부진한 탓으로 분석된다.포항시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포항 영일만항 컨테이너 누적 물동량은 3만1천773TEU로 작년 같은 기간 4만9천731TEU보다 36.1%나 줄었다. 그밖에도 올 3월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로 향하던 화물선적 예약이 대거 취소돼 영일만항의 물동량 증가는 당분간 기대키 어려운 실정이다.인입철도 개통식에서 이강덕 포항시장은 “인입철도 개통으로 영일만항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했지만 1천696억원을 들인 인입철도가 놀고 있으니 국민 세금이 잘못 쓰인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영일만항은 경북도와 포항시가 참여한 민자 국제컨테이너항이다. 인입철도 중단에 대한 경북도와 포항시의 대책 마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선거공약으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영일만항을 투 포트 시스템 체제로 운영해 지역경제를 이끌겠다”고 했다. 영일만항의 물류기능을 살릴 특단의 보완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 항만 주변의 산업단지를 활성화하고 화물과 여객 등 다목적항으로 발전시키는 묘책을 찾아야 영일만항이 동해 중심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2022-08-08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베블렌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비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이른바 ‘에루샤’3사로 불리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이 베블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명품 소비가 흔해진다면 명품의 권위도 ‘갑’에서 소비자가 우위인 ‘을’로 바뀌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오히려 ‘슈퍼갑’이 되고있는 이유도 베블렌 효과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이들 명품 한국 법인들은 고용 확대에는 인색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한국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재투자 없이 돈만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니 명품업체들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진다. 제품가격을 한 해에도 몇 번씩 올리고, 사회공헌에도 무관심하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무관심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한 명품업체들에게 철퇴를 내릴 방도는 없는 걸까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08

창의력의 진수 한산대첩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주말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최고의 흥행작인 ‘한산 : 용의 출현’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옛 영화 ‘명량’을 보고 감동을 받아 후속작인 ‘한산’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서 인지 더욱 흥미있게 보았다.이 영화의 특징은 일본군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관점에서 전개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스하루는 용인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일본의 명장이며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전투에 몰입하지만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산도 대첩은 도요토미의 수륙병진 전략을 무력화시켰던 동시에 조선 수군이 남해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는 전기가 되었다. 또 일본 수군을 잇따라 궤멸시킴으로써 도요토미는 조선 수군과의 해전을 금지시키고, 해안에 축성(築城)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처럼 한산대첩의 역사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적 사고에서는 창의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투라 하겠다. 기업에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추진할 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필자는 이순신 장군에게 그 해법 세가지를 배워 적용해 보고자 한다.첫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변화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대응하는 장군의 준비된 모습이다. 거북선과 판옥선의 튼튼함을 이용한 당파전술로 충돌하여 격파하는 방법, 개인화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총의 유효사거리인 50m 정도를 거리를 두고 싸우는 방법, 백병전에 능숙한 일본군에 대응하기 위하여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판옥선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장군의 전략이다. 과제를 추진할 때 중요한 것이 SWOT분석이다. 강점(S)과 기회(W)를 잘 살리고, 약점(O)과 위기(T)에 잘 대응하여 반드시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둘째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휴먼 네트워크이다. 이순신 장군을 살린 전라우수사 이억기 장군, 조선 과학의 꽃을 피운 나대용 장군, 판옥선을 개발한 정걸 장군 같은 인재를 잘 중용하고,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최강 해군을 만들었고,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소통을 통해 전군을 하나의 휴먼 네트워크로 형성하였다. 훌륭한 기업은 재능 있는 리더를 잘 중용하고, 명확한 비전 제시로 전원 참여를 유도하여 한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셋째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 된 이순신 장군의 기록정신이다. 기록정신에 관한 한 세계 어떠한 장군들과 비교할 수 없다. 난중일기는 현재 해군에게 전략과 전술의 최고 지도서가 되어 있다. 기업에서도 암묵지를 형식지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기록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탁월한 생각이 탁월한 현실을 창출하는 것이다. 23전 23승 전승의 원동력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생각과 탁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는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창의력이 필요한 때다. 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의 승리를 위해서 고민한 창의력처럼 이제는 기업 발전을 위한 창의력 개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2022-08-08

이열치열 여름나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염천에 폭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일찌감치 벌써 가을의 시작임을 입추가 알렸어도, 바짝 달궈진 대지는 보란듯이 후끈한 열기로 초목을 시들게 하고 사람들을 피서지로 내몰고 있다.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라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찾거나 그늘로 모여들어 조금이나마 된더위를 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작업현장이나 일상에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더위를 먹지 않도록 경계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오히려 더위에 맞서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움직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푸르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산을 오른다거나 매미소리 경쾌한 강둑길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다 보면,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고 등줄기에도 땀이 배여 옷이 소금기로 절여지게 된다. 움직이고 오를수록 땀이 비오 듯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힘겨움 보다는 묘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더 가열차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온몸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쾌하기만 하다. 필자가 수년째 즐기듯 터득하고 있는 ‘이열치열 극서(極暑) 대처법’이랄까, 열(熱)은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은 덥거나 열이 날 때에 오히려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를 마셔서 이긴다는 논리이다. 한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 라이딩(20km)과 도보(4.4km)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나름의 흡족한 비법(?)이 아닐 수 없다.이열치열은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운동이나 산행 등으로 굳이 땀을 쏟아내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삼매(三昧)에 빠짐으로써 얼마든지 충분하게 삼복더위를 밀치고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서나 시낭송으로 삼매경에 든다거나,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한더위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실제 그러한 일들은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포항시 포은도서관 상주작가와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낭송이 나리는 금요일’이나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펼치는 서예체험학습 테마의 ‘찾아가는 서예교실’ 등의 활동은 정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고 끼와 재능을 나누는 가치로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로 한여름의 열기가 더 달궈지는지도 모를 일이다.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라는 말을 나름 긍정적으로 해의하여, 여름날에 화로를 대하듯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서 땀을 흘리고 몰두와 전념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만큼 무슨 일이든 주관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 열중하며 진취하는 사람에게 더위란 강인함을 끊임없이 다듬질해주고 받쳐주는 모루일 것이다.

2022-08-08

이준석 대표도 멈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계를 넘었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은 24%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이 증폭됐던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4주간 평균 지지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던 때에 비견된다.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야당이 함께 불을 질렀다. 지금이 그때보다 못하지 않다. 그때는 가짜뉴스라는 외부 요인이었다. 지금은 집권 세력 스스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내각, 집권당 지도부가 모두 화근이다.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초보 정치인이다. 본인도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했다. 측근 관리와 인사, 정책 등 불거진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줘야 할 집권 세력이 권력 투쟁으로 문제를 더 키운다. 내부 갈등을 끝내지 않으면 어떤 노력을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놓고 법을 따진다. 정치적 유불리를 평가하고, 억울하고, 섭섭한 점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오십보백보다.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는지를 떠나 꼴사나운 갈등을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린다. 힘센 사람들의 권력 놀음에 국정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이 대표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 이 대표 징계는 정당 내부 문제다. 정당원 다수가 교체를 원하면 그것이 정당의 뜻이다.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송해도 소용없다. 이제 와 이 대표 징계를 철회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어 징계 의견으로 쏠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의 실패는 피하고 싶은 것 역시 당원들의 마음이다.지금 징계를 뒤집으면 당은 어떻게 될까. 6개월 뒤 이 대표가 대표직에 복귀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까.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를 바라는 당원이 다수일 것이다. 일반 국민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국정과 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당원들에게 빚을 남겨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는 길이다.이 대표는 두 번 도박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유세를 포기해 지지율이 뒤집히게 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무릎 꿇었다. 결과가 윤석열 당선이었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를 감수하는 벼랑 끝 승부를 걸었다. 겨우 0.73% 이겼다. 보수진영의 대선 패배로 도박해 이 대표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하다고 썼다.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장재원 의원에게는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비난했다. ‘아비가 셋’이라는 욕설이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전 의지다. 이번에는 국정 마비를 걸고 벼랑 끝에 섰다.이 도박에서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윤 대통령이 무릎 꿇기를 원하는 걸까. 이 대표의 문제 제기로 국민의 마음에 ‘윤핵관’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충분히 뿌리박혔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일단 뒤로 물려야 한다. 그들의 책임이 크고, 사태 수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순서다. 이 대표도 그 정도로 명분을 얻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정치의 명분은 국민에게 있다.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그 지지가 이 대표에게 바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 정부가 중도 하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좋으나 싫으나 5년 동안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질책을 넘어 몽둥이를 들면 반발하게 된다. 소수 ‘팬덤’을 넘어 전체 보수의 지도자가 되려면 보수 지지자들의 희망을 담보로 도박해선 안 된다. 자기를 버리고,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미래가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정치인치고 오래간 사람이 없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07

성공의 열쇠를 찾으려면 인내와 동행하라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가끔씩 그렇게 길지도 않는 인생이 참 모질게 느껴질 때가 있다.살아가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와도 별다르게 취할 방법이 없을 때, 난관에 부딪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하고 있는 일이 꽉 막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가정, 건강, 직장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인내의 지혜야 말로 어둠 속의 한줄기 빛 같은 존재이자 그 무엇보다 먼저 처방 받아야 할 상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지난해 자동차 630대를 팔아 K자동차의 판매왕에 선정된 A영업이사는 29년 동안 누적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만 3천500대가 넘어 누적 판매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기록을 능가하고 있다.그는 첫계약 때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지 않아서 새벽 4시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무작정 기다려준 것을 고맙고 또 미안해 하며 선뜻 차를 계약해 준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기약 없는 기다림에 포기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인내 하나로 결국 목표를 달성한것이다.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전설의 판매왕이 된 미국 왓킨스사의 빌 포터 이야기는 인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까지 엄청난 시간 걸리겠지만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것인지를 배웠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일 힘든 지역을 선택하고 남들 보다 느린 걸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고 이웃의 끈 같은 존재가 되고자 인내와 끈기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마침내 대망의 판매왕에 선정되고 있다.절대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인내는 성공한 판매왕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성경에서 가장 정직하고 겸손한 인물중의 하나로 묘사되고 있다.17세에 형들에 의해 은 20냥에 애굽(이집트)의 상인들에게 팔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하고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는 등 밀려오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참고 기다린 끝에 야굽의 총리가 되는 가히 인내로 점철된 생애를 보냈다.일본의 센고쿠(전국)시대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세 영웅의 방법론은 결국 일본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를 죽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다.이같이 극명하게 달랐던 세 영웅의 최종 승리자는 인내의 달인 이에야스였다. 그가 당대 영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최고의 에너지는 기다림과 인내였다.요즘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나비도 바늘 구멍같이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 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면서 고치를 박차고 나온 나비만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할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을 나온 나비는 제대로 된 날개짓을 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을 관찰한 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는 혼자 힘으로 오랜 인내가 뒤따라야만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익한 일임을 알면서 왜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한번에 성공한 사람보다 기다려서 성공한 사람이훨씬 많다.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방도는 무엇인가고민해 봐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인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일상을 점령한 요즘은 참 살기가 어렵고 녹록지 않다. 그러나 참고 또 참으면 마지막에 역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우리 삶에도 모진 추위를 웃는 얼굴로 견디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역경인 채로 끝날 만큼 인생은 짧지도, 가혹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마냥 순풍인 채로 끝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성공의 기회가 올 것이니 견디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실패가 두려워 미리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도전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인내하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한다.각 분야의 판매왕들의 생애가 그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08-07

카톡방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카톡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회원들의 모임 소식부터 건강 정보, 인생 교훈에 이르기까지 유익한 정보를 수없이 교환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부분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연신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에 등장한 카톡은 이제 필수 불가결한 모바일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개인 간에는 문자 메시지도 종종 이용하지만 카톡은 이제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카톡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좌우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치 관련 메시지가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보수나 진보에 편향된 메시지는 정치적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정치적 판단까지 흐리게 한다. 더욱이 가짜 뉴스까지 제공되어 사회 공동체 분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소통의 편의를 위한 전달 매체가 오히려 불화의 무기가 되어 불안하기도 하다.편향된 정치 정보뿐 아니라 가짜 뉴스까지 전달하는 톡의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스스로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열성분자들의 편향된 이념전파가 상호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톡방에는 자신의 정치적 취향에 맞는 글이나 개인 유튜버들의 시사적인 자극적 주장이 등장한다.과거 엄혹했던 시절 옆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전파하던 ‘카더라 방송’이 이제 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전파되고 있다.지난 대선과정에서도 톡방은 서로 상대 후보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전파하였다. 보수 쪽에서는 상대를 ‘친북 좌익 세력’으로 몰고 진보 쪽에서는 상대를 ‘수구 꼴통’으로 매도했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톡 방에는 사실을 왜곡한 글이나 그 때의 앙금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정치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이 나라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왜곡 편향된 메시지는 친목단체의 톡 방도 종종 등장한다. 어느 종친회 톡방의 불행한 이야기다. 종친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덕담을 나누며 길흉사 안내를 주로 하던 어느 톡에 느닷없이 어느 종친의 보수 편향적인 게시물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 게시 글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종의 가짜 뉴스 수준이었다. 이글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젊은 진보적인 종친의 감정을 격하게 항의하였다. 그러나 강경 보수 입장의 종인은 자신의 퍼온 글이 지극히 ‘애국적인 글’이라 변명하면서 거부하였다. 그 글에 불만이 많았던 종친은 톡방을 탈퇴하고 종친회 탈퇴까지 선언하게 이른다. 결국 종친회장은 그들의 톡에 정치적인 글은 올리지 않도록 중재하는 선에서 사태가 겨우 수습되었다. 이처럼 톡방의 게시 글은 종종 종친, 친족, 형제 사이도 갈라놓는 이상한 매체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이러한 톡방의 비극은 동창회 등 친목 단체에도 빈번하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회 톡방의 이야기다. 은퇴한 명예교수 카톡 방에도 보수와 진보라는 회원 상호간의 이념 갈등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진짜 보수와 진보 논쟁과 거리가 먼 사이비 보혁의 대결만 있었다. 톡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개인적 비판을 넘어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상처 입은 회원은 톡방의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은퇴한 교수 공동체까지도 사이비 이념 갈등이 파고든 셈이다. 왜곡된 사이비 보혁 이념 대결이 양식 있는 교수의 인품과 학술적 업적까지 압도해 버린 결과이다.다행히 시간이 흐른 후 당사자 간의 형식적 사과로 사태는 봉합되었다. 종교 단체의 톡방까지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계율도 톡상에서는 용서와 관용은 없었던 사례이다. 여기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자는 성직자의 조언에 따라 편향된 글은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단다.우리 공동체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이념의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 지정학적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 이념이 대립하고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지역, 계층, 세대갈등까지 겹쳐 그 분열상은 심각하다. 그 바탕에는 사이비 이념 대립이 첨가되어 그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는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 가짜뉴스가 한몫하고 있다.우리는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부터 추방하여야 한다. 친목 단체에서는 정관에 합치된 메시지만 올리도록 자율적 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새 법제가 필요하지만 그도 언론의 자유 때문 그리 쉽지는 않다.우리 언론부터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좌우 편향보도의 지양은 정론직필만이 답이다. 더 근본적 처방은 우리의 정치부터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념갈등의 원천인 진영 정치, 네거티브 정치, 팬덤 정치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2-08-07

헤어진다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젊어서는 사람 하나 만나고 헤어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의미를 알지 못했다. 나이를 제법 먹은 후에 그런 의미를 곧바로 깨우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별리(別離)의 각별한 고통을 경험한 뒤에 불현듯 찾아왔다.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해하며 부대끼고 살아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그 뜻을 온전히 헤아리지 않고 일상을 영위한다는 데 있다.내가 이상엽을 알게 된 것은 1991년 5월 일이다. 여느 때처럼 저녁 8시 뉴스를 보려고 도이칠란트 국영방송 ARD 앞에 앉은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천연색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소리가 사라지더니 한국 여학생 하나가 화염에 휩싸인 채 무슨 말을 절규하는 것이다. 7∼8초 정도 지났을까?! 사위(四圍)가 깜깜해지고 내 몸과 마음은 먹통이었다. ‘저게 뭐지, 어떻게 저런 일이 생긴 거야?!’다음날 베를린 자유대학 건물에서 이상엽과 마주쳤다. “이상엽씨, 데모 안 해?!” 내가 물었다. “선배님이 성명서 써주시면 조직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베를린 자유대학 한인 학생회는 150명 정도 유학생을 바탕으로 5인 집단 지도체제였다. 야경꾼으로 생계와 학비를 벌던 나는 초안을 잡고, 일터에서 집으로 전화했다. 그렇게 성명서는 마련되었다.1996년 12월 31일 나는 이상엽과 마주 앉았다. 교환교수로 베를린에 머물던 나는 니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그와 선술집에서 해가 바뀌는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보기 드문 한파(寒波)가 도이칠란트 전역을 휘감았던 시절 눈보라를 뚫고 둘이 거리를 질주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런 삼복염천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그런 시공간과 인연은 각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시간은 화살처럼 직진한다. 시간은 영원한 원운동의 본령이다. 시간은 인간의 기억에 따라 진자운동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시공간 기억 속에 살아간다. 어느 때부턴지 이상엽은 나의 아끼는 동료이자 후배 교수이며 연구자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아홉 살 아래인 그를 보노라면 언제나 경이로웠다. 밝은 얼굴과 맑고 투명한 웃음소리를 간직한 그가 ‘어린 왕자’처럼 내게 다가왔던 때문이다.그가 담도암 수술을 받은 것은 2019년 9월 30일이었다. 암의 급습을 받은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거칠게 날뛰는 암과 대적(對敵)하면서 그는 당당하고 경이롭게 싸웠다. 마치 그의 선배이자 우상이며 경외의 대상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2020년 5월 25일 만난 그날도 그는 환하게 웃었더랬다. 작년 2월에 마주한 그의 모습 역시 그러했다. 그랬던 이상엽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를 조문한 밤에 하늘은 청명했고 대기는 음습했다.몇 번이고 가능했을 이상엽과 나의 대면은 영정사진으로 이뤄졌다. 그를 만날 용기도, 떠나보낼 마음도 준비하지 못한 용렬함이 후회스럽다. 누군가와 영영 작별하려면 용기 내서 손을 내밀고 만나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먼 길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2022-08-07

여름나기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여름철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에 불이 붙는가 하면 머리 위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가 했더니 어느새 엿가락 늘어지듯 허물거린다….”여름은 1년 4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다.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절기로는 입하(立夏·5월5∼6일)에서 입추(立秋·8월7∼8일)까지다. 우리나라 여름은 대구와 서귀포가 가장 빠른 5월 7일에서 13일경 시작하고 포항과 제주시가 5월 14∼20일, 그 밖은 5월 21∼말일경으로 본다.습기를 동반한 비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다. 장마와 태풍,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소서, 대서를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어제(7일)다. 대서(大暑·7월 23일)는 예로부터 농부도 모든 일손을 놓고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아래서 쉬는 때다. 초중고 방학도 무더위가 한창인 이 시기에 시작한다.절기상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는커녕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이 시기에 더위마저 우리를 힘들게 한다.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를 통해 더위를 피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달밝은 밤에 계곡 물에 발담그기 등등이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 시절 선비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여름나기를 했다. 에어컨 바람에만 매달려 있는 현대인도 선조처럼 자연을 벗삼아 한더위를 피해보면 어떨까. 자연의 정취도 느끼고 전기절약도 하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7

전국 하위권 경북 학교급식비, 대책 세워라

물가가 연일 뜀박질하는 가운데 경북도내 초중고교에 지원되는 학교 급식비가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북도 교육청이 밝힌 2022년 1학기 기준 도내 학생의 무상급식 평균 식품비 단가는 2천397원이다. 초중고별로는 초등이 2천170원, 중등 2천590원, 고등 2천660원이다. 이는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초등은 391원, 중등은 493원, 고등은 600원이 각각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도별 평균 급식비와 비교하면 상위권인 강원(3천760원), 서울(3천741원), 경기(3천480원)보다 크게 뒤떨어진 수준이다. 경북도의 학교 급식비는 전남, 광주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이다.지역별 특성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전국적 학생 급식비가 큰 격차를 보인 것은 이유야 어쨌든 개선해야 할 문제다. 급식비의 차이는 제공되는 학교급식의 질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학교 급식비의 차등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물론 학교 학생 수 따라 급식의 질에 차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대도시 학교의 경우 학생 수가 많아 식자재를 다량으로 구입해 학생 수가 작은 농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급식의 질이 차이가 나도록 놓아둘 수는 없다. 공동구매 방식을 찾든지 급식비를 추가 지원하던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무상 학교급식은 의무교육의 일환이자 보편복지의 한 분야다. 20여년 처음 시작한 무상급식 지원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을 했지만 전국적으로 급식비가 천차만별인 양상은 옳지 않다.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국내 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4년만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까지 올랐다. 특히 가뭄과 폭염 등으로 농산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당분간 이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경북도내 학교 식재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후학기 학생 급식비가 인상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식단이 볼품없이 초라해질 수도 있다.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2-08-07

TK통합신공항 특별법, 공론화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의원이 지난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 순회 경선에서 “지방 간 형평성 차원에서 광주공항과 함께 대구공항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확실히 밀어붙이겠다”며 지난 2일 국회에 발의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안을 공론화했다. 광주를 비롯해 경기 화성과 수원지역도 대구와 마찬가지로 군 공항 이전 문제가 현안이기 때문에 통합신공항 특별법안에 민주당에서도 9명의 의원이 서명을 했다. 통합신공항 건설을 지원하는 특별법이 연내 제정되려면 여야 국회의원의 공감대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판단된다. 이 의원은 대선후보 때 대구공항 건설 국비지원을 위한 특별법안 발의를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도 여야가 따로 법안을 발의해 병합 심사한 뒤 국회에서 통과됐었다.부산지역에서는 이날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이유로 통합신공항 특별법안에 한 사람도 서명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2030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 개항시기를 2029년까지 앞당기겠다며 서두르고 있다. 최근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의 기술 검토,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공사기간이 최대한 단축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대구·경북으로선 통합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외부의 반대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사업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는 가덕도신공항에 비추어 볼 때 통합신공항 인프라를 국비로 건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오히려 가덕도신공항은 순수 민간공항 건설사업이고, 통합신공항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이 훨씬 더 크다. 대구시와 경북도, 이 지역 정치권의 설득역량이 주목된다.

2022-08-07

용기와 평온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미국 텍사스주의 7월 10일 낮 최고 기온은 45℃로, 195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하고, 스페인에서는 45℃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일주일 만에 36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인도 역시 한낮 기온이 섭씨 50℃까지 올라가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로 인류가 집단 자살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한다.이상 고온으로 세계 곳곳이 위험에 빠져있다는 며칠 전 뉴스다. 그러나 채널만 돌리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기자의 이런 보도는 흔적도 없이 흘러간다. 과학자와 시민 단체들이 기후 위기를 경고해도, 정치인들은 기후 변화 완화 정책에 관심이 없고, 일부에서는 추울 만큼 에어컨을 틀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영화 ‘돈 룩 업’은 이런 상황을 풍자한다.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는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담당 교수 랜들과 함께 대통령에게 지구 멸망을 예고하지만,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연임을 위해 이들을 잠시 이용할 뿐이다. 케이트와 랜들은 방송에도 출연하여 호소하는데, 언론은 이들을 빌미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시민들은 케이트의 분노에 찬 표정을 우스운 밈으로 소비할 뿐이다. 그래도 이들은 혜성 충돌을 알리느라 동분서주한다.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케이트와 랜들 일행이 혜성이 지구에 떨어져 집이 흔들리는 순간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어떤 불안이나 동요도 없이 침착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이렇게 평온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혜성 충돌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더 어렵다. 혜성 충돌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한이었고 혜성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추적되지만, 기후 위기는 몇십 년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 기온 변화의 주기라는 주장에도 맞서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인식한 사람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의 간격은 넘어서기 어렵다.며칠 전, SNS 친구의 담벼락에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글귀를 보았다. 그 분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권을 주장하는 소아과 전문의이다. 최근 드라마의 열풍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그 간격은 많이 좁혀진 것 같지만, 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식견 있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기후 위기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모든 분야에는 변화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해봐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평온만 추구해서는 불안만 커지고 지혜도 생기지 않는다. 용기 있는 행동만이 평온과 지혜를 가져온다.

2022-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