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인 친구 페이스북에서 “학교가 나의 은퇴를 결정하지 않는다. 은퇴는 내가 결정 한다!” 라는 글을 보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그 친구는 은퇴 후의 다양한 계획과 생활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은퇴하지 않았고 은퇴는 자기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60세에 은퇴하는 공무원이나 그보다 더 빨리 은퇴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대학교수는 65세 은퇴라는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교수로 은퇴한 친구들은 히말라야 산맥 등산을 할 정도로 건강한 친구들이 많다.
100세 시대에 은퇴가 너무 빠르고 친구들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대학은 후학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직 연구, 교육 능력이 충분하고 건강한 교수들을 강제로 은퇴시킨다.
미국의 경우는 교수 스스로 은퇴를 결정한다. 일류대학의 연구력이 높은 교수들이나 노벨상급 교수들은 많은 경우 80세가 넘어도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학교도 명성이 유지되어 좋고, 교수도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좋은 윈-윈의 모양새이다.
얼마 전 모교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가보고 필자를 40년 전 가르치던 교수들이 80세가 넘어 아직 연구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은퇴 후의 삶은 너무 다양하다. 계속 학교에 남아 비정규직으로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개인 연구소를 경영하는 분도 있고 책을 쓰기도 하면서 학술 활동을 계속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여건이 되는 분들이고, 낙향하여 농사를 짓는 분도 있고 다문화 가족 돌봄 봉사를 하는 분도 있고 심지어 여행 가이드를 하는 분들도 보았다. 물론 그냥 쉬시고 노는 분들도 많이 있다.
물론, 그러한 일들도 분명히 의미가 있고 보람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가르칠 힘이 있는 교수들이 강제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은 무언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65세 교수 정년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학계에 있다. 기업들이 60세 전후 은퇴를 볼 때 65세도 충분하다는 의견과 미국대학들처럼 교수는 정년을 없애고 교수 스스로가 정년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유튜브에는 100세 시대에 젊게 사는 방법 등이 넘쳐 난다.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를 20년 세월을 돌려 살아가라는 이론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랑거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으로 유명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고 한다. 랑거 교수는 이를 “정신이 젊어지면 육체도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논문에 발표하였다.
이 실험은 시니어들의 젊게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거부하는데 ‘은퇴’라는 굴레가 거추장스럽다.
평균 수명 80세가 넘고, 그리고 곧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여 강제 은퇴를 시키기 보다는 탄력성 있는 은퇴제도가 특히 과학계나 대학에서 필요해 보인다.
경북 안동에 이른바 ‘21세기 하회마을·도산서원’으로 불리는‘하회 과학자마을’이 생긴다고 한다.
2025년까지 안동 호민지 근처에 하회 과학자마을을 설립할 계획이고, 마을에는 주거용 건물과 함께 영상회의실, 컨벤션, 공유오피스,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
과거 하회마을처럼 천 년간 유지되는 건축 기술로 지은 마을에 과학자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
하회 과학자마을 입주자들을 경북연구원 석좌연구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이 앞으로 경북의 국책 프로젝트 유치, 대학과 연계한 강의, 기업·연구기관과 연계한 연구개발, 창업 활동 등을 돕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하회 과학자마을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철우 경북지사는 “하회 과학자마을이 21세기에 하회마을·도산서원 역할을 하도록 해 국가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꼭 실천되길 기대해 본다.
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노인”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자.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어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엘렌 랑거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이론을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젊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건 시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내가 은퇴를 결정한다”는 당당한 시니어 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