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손잡이를 잡는 게 오염이 될까 봐 걱정되거나 외출하는데 집의 문을 잠갔는지 걱정이 된다면 ‘강박장애’ 환자일까? 우리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면, ‘강박장애’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강박적 사고는 강박장애 환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인도 강박적 사고를 한다. 정상인은 강박사고를 경험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 강박장애 환자인지 여부는 자신이 원치 않은 강박적 사고를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점에서 명확히 확인될 수 있다.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지함에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얽매여 있고 현저한 고통을 겪는다. 심한 경우는 하루종일 지속되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이다.
강박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은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이다. 강박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또는 재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사고, 폭력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장면들과 같은 심상 또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충동이다. 중요한 것은 강박사고가 즐겁지 않고 자발적이지 않으며 침투적이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반응으로 현저한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그렇게 해야만 안심하게 되는 반복적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이다. 예를 들면 더러운 물질에 손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 사고 또는 무언가 부정확하다는 강박사고가 유발하는 불안감은 손을 씻거나 재확인 함으로써 완화될 수 있는데,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씻는 행동 또는 확인하는 행동은 강박행동이다. 정신적 활동인 강박행동의 예는 안심이 되는 단어나 문구를 속으로 반복하는 것 등이다.
강박사고에는 ①오염 강박사고, ②확인 강박사고, ③공격적인 강박사고, ④대칭과 질서의 강박사고, ⑤신체적 강박사고, ⑥성적 강박사고, ⑦종교적 강박사고 등이 있다.
강박행동에는 ①세척 강박행동, ②확인/반복 강박행동, ③숫자세기, ④정리정돈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결벽증이라고 불리우는 오염 강박사고와 세척 강박행동이 짝지어진 강박증상이 가장 흔하다. 대부분의 강박장애 환자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모두 갖고 있다.
강박장애는 평생유병률이 2~3%로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다. 강박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19.5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강박장애를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는 20~30대에 많다. 발병 후 바로 치료받지 않고 있다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해져 20~30대에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발병한다.
강박장애는 점진적 발병이 흔하다. 치료받지 않으면 대부분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며,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자주 반복한다. 치료없이 저절로 관해되는 경우는 적다. 가능하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강박장애의 생물학적 원인은 한 가지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주의를 전환하도록 해 주고, 인지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뇌의 전대상피질의 세로토닌 기능의 저하와 안와전두피질과 기저핵 이의 도파민 신경 회로의 과활성화이다.
따라서 강박장애의 약물치료는 세로토닌 기능을 올려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효과적이며, 강박장애의 증상이 심각한 경우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한다.
강박장애 환자의 치료에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또한 중요하다. 많은 강박장애 환자는 역기능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믿음에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 위험에 대한 과대평가, 완벽주의, 불확실성을 참기 힘들어 하거나, 금지된 생각이 마치 행동하는 것만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지나친 확대해석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강박장애 치료에는 이러한 역기능적 믿음을 깨닫게 해주는 인지치료가 중요하다.
강박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치료법은 노출과 반응방지이다. 예를 들면, 강박적으로 자주 손을 씻는 환자의 경우 환자가 두려워하는 더러운 물건을 만지게 한 후 손을 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는 노출 초기에는 심한 불안을 경험할 수 있으나, 반복적인 시행을 함에 따라 점점 불안이 완화된다. 그러나 강박장애 환자 중 상당수는 두려운 상황에 노출될 때 불안 증가를 경험함으로써 치료를 거부하는 단점이 있다. 강박사고가 주 증상인 환자에게는 ‘중지’라고 외쳐서 그 생각을 멈추게 하는 사고중지법을 적용한다.
필자가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전하는 마음처방전을 공개한다. 강박사고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침투적인 생각이다. 통제할 수 없는 강박사고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려 할 때보다 오히려 강박사고가 더 떠오르고 집착하게 된다.
필자는 환자들에게 “강박사고가 일어날 때, 아 나는 지금 강박사고를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라고 처방한다. 강박사고, 강박행동 그리고 불안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바라볼 때 언젠가는 그 증상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체험하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