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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전성기 재현 ⋯ 수온 상승에 어장 북상 ‘귀하신 몸’

등록일 2025-12-02 16:02 게재일 2025-12-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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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 (18) 이제는 씨가 말라가는 ‘울릉도 오징어'
오징어 손질하는 어부

△ 오적어로 불리던 오징어 어획량 줄어 

 

오징어는 울릉도의 상징이다. 하지만 이제는 동해바다 오징어의 씨가 말라 울릉도에서도 오징어 구경하기가 어렵게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1만톤을 유지하던 어획량이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447톤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한때 명태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수산물 1-2위를 다투던 수산물이다. 

그런데 바다 수면에서는 오징어를 쉽게 볼 수가 없다. 오징어는 낮 동안에는 수심 200~300m 지대에 살다가 밤에만 20m-50m 안팎의 수심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주광성이라 빛을 찾아 모여든다. 오징어 배가 집어등을 걸고 조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징어는 타우린의 함량이 다른 어패류에 비해 2-3배나 많고 단백질 함량이 수산물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오징어의 옛 이름은 오적어(烏賊魚)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그 연유가 나온다. ˝남월지(南越志)에서 이르기를 그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잡아가지고 물속에 들어가 먹으므로 오적(烏賊)이라 이름 지었는데,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오징어 손질작업하는 어부. 

오징어는 전 세계에 450~500종. 우리나라 연안에는 8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징어 중 가장 큰 것은 대왕오징어류인 대양대왕오징어(Architheutis harveyi)로 대서양에 사는데 길이가 15.2m에 이르고 가장 작은 종인 애기오징어류는 1.6cm에 불과하다. 그밖에도 살오징어·갑오징어·무늬오징어·반디오징어·쇠오징어·화살오징어·창오징어·흰오징어 등이 있다. 

울릉도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살오징어다. 일반적으로 몸속에 석회질의 갑라(甲羅)가 들어 있는 종류는 갑오징어라 부르고 얇고 투명한 연갑(軟甲)이 들어 있는 종류는 오징어라 한다. 참고로 오징어 다리는 10개 문어 다리는 8개다. 울릉도 살오징어는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가 보통 30cm 전후인데 성장 속도가 빠르고 붙박이가 아니라 회유성 어종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1만톤 어획

 

최근 4년 동안 447톤으로 급감

 

가장 좋은 서식 수온은 12~18℃ 

△ 울릉도 오징어잡이 가짜 미끼 어업서 기원 

오징어의 산란은 여름, 가을, 겨울 여러 차례 이루어지며 주 산란장은 동중국해 중북부 해역이다. 가장 좋은 서식 수온은 12~18℃이다. 수컷은 교접 후, 암컷은 산란 후에 쇠약해져 사망하는 1년생이다. 오징어는 여름, 가을, 겨울에 동중국해 중북부 해역에서 산란 부화 되어 동해 및 대화퇴와 황해로 북상했다가 다시 남하하는 회유 과정에서 계속 성장 소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7월에서 다음 해 2월 사이 집중적으로 어장이 형성된다. 

오징어는 냉동 보관이 아닐 경우 1~2일 경과하면 나쁜 맛과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인 휘발성 염기질소와 비린내의 주성분인 트리메탈아민 등이 생성되어 향과 맛이 나빠진다. 건오징어의 단백질 함량은 쇠고기의 3배 이상이다.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한때는 울릉도 수산물 판매액의 96%가 오징어였던 적도 있다. 울릉도에서는 1902년부터 본격적인 오징어잡이가 시작됐는데 오징어잡이 전성기였던 1910년대에 일본인들이 울릉도로 대거 이주해왔다가 쇠퇴기인 1930년대에는 대부분 떠났다. 그래서 울릉도 오징어 어업이 일본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울릉도독도연구기지 김윤배 대장의 주장에 따르면 울릉도 오징어잡이는 조선시대 남해안에서 성행하던 가짜 미끼 어업에서 기원한 것이다. 

1900년대 이전에는 수온이 너무 차가워 동해안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때마침 1900년대 들어 일본이 우리 어장을 침략해 조업할 때 마침 수온 조건이 맞아 동해에서도 오징어 조업이 성행했을 뿐이다. 울진군지에도 ”동해안의 선박은 울릉도 출신의 한희원이라는 사람이 조선 선박과 일본 선박의 장점을 결합해 만든 선박“ 이라는 기록이 있다. 

울릉도 전통 오징어잡이 어선도 우리의 조선 기술에 일본 어선의 장점을 취해 만들었다. 어법 또한 남해안 오징어 잡이 어법에서 유래했다. 그러니 울릉도 오징어잡이가 일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2004년 북중 공동어로 협약후

 

동해 북쪽 어장의 중국 어선들

 

연간 10만톤 싹쓸이도 큰 타격 

△ 동해 표층 수온 급격한 상승, 울릉도 어장 쇠퇴 

오징어가 명태와 함께 다시 전성기를 구가한 것은 1970-1980년대다. 울릉도 또한 이때가 최전성기였다. 그래서 1974년에는 울릉도 인구가 2만9810명이나 됐다. 지금은 3분의 1인 1만여 명 내외로 줄었다. 1970년대 후반 울릉도 인구의 64%가 수산업에 종사했는데 현재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오징어잡이 쇠퇴가 시작되어 지금껏 지속되고 있는 것이 인구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오징어 말리는 모습 

울릉도 바다에서 오징어는 왜 사라졌을까? 울릉도 오징어의 주어종인 살오징어는 다년생인데 가을에 동중국해와 일본의 동쪽 연안에서 태어나 대마 난류를 타고 동해로 와서 성장한 뒤 산란장으로 되돌아가 산란 직후 일생을 마친다. 그런데 동해 표층 수온의 급격한 상승으로 9월에도 수온이 27~28도에 이르고 있다. 살오징어는 섭씨 12-18도에서 어장을 형성하는데 이 수온대가 울릉도 먼바다로 북상하게 된 것이 울릉도 오징어 어장의 쇠퇴를 가져왔다. 

표층과 중층의 온도 차가 커지면 영양염의 순환이 약화되고, 먹이 망 자체가 붕괴된다. 수온 상승으로 먹이가 없어지니 오징어가 오지 않는 것이다. 결국 기후 위기가 울릉도에서 오징어를 사라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이다. 거기에 더해 2004년 북 중 공동어로 협약 이후 동해 북쪽 어장에서 중국 어선들이 연간 10만 톤이 넘는 오징어를 싹쓸이 하는 것도 울릉도 오징어잡이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고 있다.

최상품 마른 오징어는 거무스름한 빛깔에 윤기가 흐르고 황금빛이 난다. 또 다리 빨판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당일 잡아 바로 말린 오징어를 당일바리 오징어라 한다. 배에서 잡아 말린 것이라 배오징어라고도 한다. 갓 잡아 펄떡 뛰는 싱싱한 오징어를 내장은 제거한 뒤 물에 씻어 배에서 바로 줄에 걸어 말린 오징어다. 워낙 귀해서 상품으로 만나기는 어렵다. 

대부분 어민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줄 선물용으로 말린다. 마른 오징어는 하얀 분이 피어 있는 것은 상품이 아니다. 분이 피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와 접촉이 많았다는 뜻이다. 즉 말린지 오래됐다는 의미다. 그래서 옛날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는 공기와 접촉을 줄이기 위해 말린 오징어를 담요 등으로 덮어서 보관하기도 했다.

저동항은 울릉도 오징어잡이 어업 전진기지다. 저동에는 울릉도 오징어잡이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1980년대 초 2기가 설치된 수협 제빙 공장 앞의 펭귄 조형물이다. 촛대바위와 함께 40년 동안 저동의 랜드마크였다. 수협 제빙 공장에서 생산된 얼음을 어선에 공급하는 9m 높이 주탑이다. 

과거 울릉도의 전성기 때는 얼음 공급을 받기 위해 이 펭귄 조형물 앞에 길게 줄을 선 어선들 풍경이 울릉도의 풍요를 상징했다. 이 펭귄 구조물이 ‘저동 다기능항 공사’ 예정지에 포함되면서 철거위기를 맞게 됐다는 소식을 독도문방구 김민정 대표의 sns를 통해 알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펭귄 조형물은 울릉군수협 소유물이다. 어선에 냉동고가 없던 시절 어선들이 원양 조업할 때 오징어 신선도를 지키기 위해 펭귄 조형물을 통해 얼음을 공급받고 출항했다. 울릉도 오징어잡이 역사가 오롯이 담긴 귀한 조형물이다. 김민정 대표의 공론화 덕에 펭귄 조형물은 보존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포항 해수청은 울릉도 오징어잡이의 상징인 펭귄 조형물을 반드시 보존시켜야 마땅하다. 어항이란 어촌의 현재와 미래 뿐만 아니라 역사도 담아야 한다. 그러니 울릉도 오징어잡이 역사의 상징물을 없애고 만든다면 다기능 어항이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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