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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맛이 나는 삼나물부터 구황식물 섬말 나리까지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12-09 09:14 게재일 2025-12-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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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담길에서 만나는 울릉도 (22) 나물천국 울릉도

△ 울릉도 대표적인 나물 부지갱이 

부지갱이 

명이나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나물이 부지갱이다. 부지갱이는 섬쑥부쟁이의 울릉도식 이름이다. 부지깽이, 자원,자완,백원,청원,산백국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쑥부쟁이는 전국 산야에 자생하지만 섬쑥부쟁이는 일본과 울릉도에서 자라는 다년초다. 비타민A 와 C가 풍부하고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 칼슘, 인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나물의 지상부는 산백국이라고 하는데 소염과 천식을 가라앉히는 약재로 사용한다. 몸 전체를 건조시켜 해열제나 이뇨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 잎줄기에는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고 뿌리에는 프로사포게닌이 함유되어 있다. 가을에 질겨진 잎줄기는 가축 사료로 이용한다. 어린 잎은 울릉도 나물들 중 가장 부드럽다.

 

부지갱이 나물 

부지갱이는 3월 말부터 5월 사이에 채집한다. 겨울에도 눈 속에서 자란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첫 번째 잎을 뜯는다. 이때 뜯은 잎이 가장 맛있다. 이때 뜯은 잎은 바로 삶아서 냉동 보관한 뒤 1년 내내 생채로 먹는다. 새잎으로는 장아찌를 담가 먹기도 한다. 5월 초에는 두 번째로 잎을 채취한다. 이때 채취한 잎들은 데친 뒤 말려서 묵나물로 먹는다.

 울릉도 부지갱이를 육지에서 재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첫해는 괜찮은데 2년째부터는 쓴맛이 강해서 재배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부지갱이는 살짝 데쳐서 집 간장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쳐 먹는다. 튀김, 깨무침, 부지갱이 밥, 된장국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한다. 정유(에쎈셜 오일)를 함유하고 있어 쑥갓 같은 독특한 향기가 난다.

 

부지갱이 밭

고기가 부족했던 울릉도에서 고기 대용을 먹은 나물도 있다. 삼나물이다. 눈개승마를 울릉도에서는 삼나물이라 부른다. 눈개승마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눈산승마라고도 한다. 높은 산에서 자라는데 키가 30∼100cm이다. 뿌리줄기는 나무처럼 단단하고 굵다.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산지의 숲 가장자리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삼나물은 식감이 고기 맛이 나는 까닭에 고기 나물이라고도 부른다. 울릉도 사람들은 명절이나 잔치 때면 삼나물 육개장을 만들어 먹었다. 삼나물은 제사상에도 올라간다. 삼나물은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서 다른 나물들보다 2-3배 높은 값에 거래 된다.

△ 고기맛 나는 삼나물도 소울푸드 

고기맛이 나는 삼나물 무침 

 삼나물은 날것으로는 먹지 않는다. 꼭 익혀 먹어야 한다. 여름철에 주로 초무침을 해서 먹는다. 조리법은 먼저 어린 순을 뜯어 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데친다. 데친 삼나물을 찬물에 잠시 우려낸다. 삼나물에 미나리, 깻잎, 오이, 고추 등의 갖은 야채와 깨소금, 참기름, 고추장, 식초를 넣고 무쳐내면 삼나물 초무침이 된다. 우려낸 삼나물을 기름에 볶아서 먹기도 한다.

참고비 나물도 울릉도 사람들의 소울푸드다. 참고비는 양치식물인 꼬리고사리과 섬고사리(울릉고사리)의 울릉도 지역 이름이다. 참고비도 꽃이 피지 않고 포자로 번식한다. 고비와는 다르다. 울릉도에서 고비는 깨치미라 부른다. 깨치미도 나물로 먹는데 참고비 보다 크다. 

고비는 잎이 피기 전에 잎을 동그랗게 말고 고개를 숙인 구부정한 생김새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굽이> 곱이>고비로 변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비는 잎이 동그랗게 말려 있고 줄기에 흑색 인편 있는 것이 고사리와 다른 점이다.

울릉도에서 참고비 나물은 명절상이나 제사상은 물론 결혼식, 장례식이나 그 밖의 주요행사에 빠지지 않고 올라온다. 참고비에는 섬유질, 비타민과 기능성 성분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3월 하순에서 5월까지 참고비가 잎을 돌돌 말고 있는 상태에서 순을 꺾어 줄기에 있는 인편을 손으로 훑어 제거한 뒤 삶아서 말리고 다듬어 상품으로 낸다. 참고비는 채취 후 바로 말려야 한다. 

채취하고 시간이 지나면 물러지기 때문이다. 삶은 뒤 녹차 비비듯이 비벼서 말리면 질이 좋아진다. 참고비는 고사리 맛과 차이가 난다. 참고비에서는 약간 쌉싸름한 향과 인삼 향 같은 것이 난다.

말린 참고비는 끓는 물에 20~30분 정도 삶은 뒤 미지근한 물에 2~3시간 불리면 양이 5배로 늘어난다. 사계절 모두 먹을 수 있다. 요리법은 고사리나물과 같다. 삶아서 말린 참고비는 물에 충분히 불린다. 불린 참고비에 참기름이나 들기름, 마늘, 멸치 육수, 집 간장을 넣고 볶다가 육수를 약간 더 넣은 뒤 볶아 먹는다. 마늘을 많이 넣고 볶아야 더욱 맛있다. 참고비는 울릉도에서 나물뿐만 아니라 국, 육개장, 비빔밥에도 사용된다.

△ 울릉도 특산물 전호나물 약초로도 쓰여 

전호(前胡)나물도 울릉도 특산물이다. 산형과의 산나물인데 울릉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나물 중 하나다. 섬이나 산지의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고 5-6월에 개화한다. 바디나물, 사약채, 향채 등으로도 불리는데 미나리과의 식물인 섬바디와 비슷하게 생겼다. 울릉도의 전호나물은 깊은 산 속 낙엽 밑에서 주로 자라는 까닭에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해 줄기가 희다. 

전호나물은 눈 속에서도 자란다. 울릉도에서는 대체로 12월경부터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여 3월 눈이 녹으면 바로 채취한다. 뿌리는 약초로 쓰고 잎은 나물로 먹는다. 향미가 독특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 맛보기가 쉽지 않다. 산채비빔밥의 재료나 샐러드로 해서 먹기도 한다.

전호나물은 시금치 무치듯 바로 데쳐서 조리한 뒤 먹는다. 전호나물을 소금 넣고 끓인 물에 살짝 데친 뒤 찬물에 씻어준다. 데친 나물의 물기를 꼭 짜낸 뒤 간장,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쳐낸다. 굵은 갈색의 뿌리는 한약재로 이용한다. 생채를 쌈으로도 먹는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이자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나리 마을이다. 마을 이름이 나물 이름에서 유래했다. 나리는 울릉도에 서식하고 있는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강원도 금강산, 함경도 원산·무산령 등지와 만주·아무르·우수리 지방까지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관상용으로 건너간 것이 귀화하여 널리 자란다. 말나리에 비해 꽃이 노랑색으로 피는 것이 다르다. 

울릉도의 나물밭

울릉도에서도 성인봉 일대 4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군락을 지어 서식한다. 울릉도 개척민들 일부가 나리분지에 정착했는데 식량이 부족해서 나리분지 일대에 널린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서 식량으로 썼다. 섬말나리가 많았다 해서 지명도 나리분지가 됐다.

식량으로 쓰일 정도로 흔하던 섬말나리가 귀해져서 1997년에는 산림청에 의해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 37호로 지정됐다. 그런데 일본이 울릉도의 섬말나리를 채취해다가 증식한 뒤 다케시마(독도)나리로 이름 붙이고 독도가 일본 땅인 양 선전하는데 이용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영남대 김규원 교수가 섬말나리의 복원 증식에 성공한 뒤 2003년부터 나리분지에 다시 심기 시작했다. 울릉도 개척민들은 섬말나리의 어린 순을 삶아 나물로 무쳐 먹거나 땅속의 비늘줄기를 어린순과 함께 삶아 먹기도 했다. 지금은 산채비빔밥에 활용된다. 알뿌리를 밥에 섞어서 먹기도 했다. 그야말로 울릉도 사람들을 살려낸 음식들이다.

/강제윤 (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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