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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라이트의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뉴라이트(new right)의 역사관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광복절 행사마저 양쪽으로 갈라져 개최되었다.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뉴라이트란 무엇인가. 한국의 뉴라이트는 2004년 자유주의연대로 출범하여, 2007년 뉴라이트 전국연합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보수적 학자 중심의 이들은 반공주의, 신자유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등 극우적 사고를 선호한다. 이들 중에는 과거 진보 좌파에서 ‘신흥 보수’를 표방하며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까지 있다. 이들은 ‘교과서 포럼’을 통해 역사 교과서의 개편을 시도하면서 ‘현대 사학회’를 통해 자신들의 극우적 주장을 파급하려 했다.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주요 기관이나 독립운동기념 단체 등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려는 주요 공직에 뉴라이트 인사를 대거 기용하였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관련 대한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정치의 극한적인 대결의 기저에 뉴라이트의 극우 편향적 역사 인식이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첫째, 뉴라이트의 역사 인식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시하는 친일사관과 상통한다. 낙성대 경제 연구소 이영훈 교수 등 뉴라이트 인사들이 출판한 ‘반일 종족주의’(2019년)는 한국사회 위기의 근원을 한국인들의 ‘반일 종족주의’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한국 민족주의를 종족주의로 비하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침략으로 수많은 동포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전 민족이 고통 받은 역사를 인정치 않고 있다. 이들 중엔 일제의 ‘양곡 수탈’을 ‘수출’로 둔갑시키고 있다. 일제 시 일부 친일 부역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 백성들이 수난 받은 역사까지 부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그들의 역사 인식은 일본 정한론자 요시다 쇼인의 역사인식과 괘를 같이한다. 쇼윈은 이토오 히로부미 등을 길러 조선 침공의 발판을 제공하였다. 그러므로 뉴라이트의 천박한 역사인식은 일본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반민족적 친일사관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둘째, 뉴라이트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결국 상해 임정 등 항일 독립운동까지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낙성대 연구소의 정안기 교수는 올해 ‘김구는 테러리스트로 살았다’는 저서를 출판하였다. 이렇게 되면 일제 시 대구에서 출범한 항일 무장비밀 결사인 광복회의 활동까지 모두 테러행위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의열단의 이종암, 청산리의 김좌진, 광복회의 우재룡, 상해 임정의 윤봉길의 활동마저 테러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일제 시 수많은 항일 투사들이 일본 법정에서 폭력 테러 살인범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뉴라이트 인사들의 김구 테러리스트라는 주장은 결국 일제의 단죄를 정당화시킬 뿐이다. 그들의 1948년 8·15 건국절 제정주장도 1919년 상해 임정의 역할을 비하 시키려는 의도일 뿐이다. 이들 뉴라이트 일부는 상해 임정을 정부가 아닌 ‘임의 민간운동 단체’로 폄훼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상해 임정에서 탄핵된 이승만 대통령을 극찬하고 있다. 이는 분명 반 헌법적 반역사적 역사인식이다.셋째, 뉴라이트적 인식은 대일 외교 등 현안문제 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아직도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독도까지 자기들의 영토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노동자 강제 징용, 종군위안부 문제까지 일본의 요구에 양보해 버렸다. 일본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요건인 한국인 강제 동원사실까지 기록에서 삭제해 버렸다. 일본정부는 최근 그것을 한국 정부와 수차례 협상 결과라고 강변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달 다녀온 일본 야마구치의 장생 광산에도 당시 강제 동원되었던 조선인 노동자 137명이 수장되어 있다. 일본의 민간단체까지 이 문제 해결을 주창하지만 일본 정부도 한국정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뉴라이트 일부 인사들은 노동자 동원마저 강제가 아니고 위안부도 자발적 생계형이라고 동조하고 있다. 불행한 과거에 묶여 대일 협상마저 거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역사의 바른 인식은 협상의 전제이다. 신채호의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주장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뉴라이트적 시각은 학자들의 연구 차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사상과 학문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허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런 뉴라이트 인사 25명을 정부 요직에 기용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방, 통일부 장관, 국편 위원장, 한중연 원장, 동북아 역사재단 이사장, 과거사 정리 위원장 등 정부 요직에 이들을 임명 전진 배치한 것은 유감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인식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 대북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극한 이념 대결 정치로 치닫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라이트의 이러한 역사 논쟁이 국익에 도움보다는 분란만 야기하니 안타까운 일이다.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교육, 노동, 연금 개혁 등 3대 국정과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대통령의 30%대의 지지율 반등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 라이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민족의 정통성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훼손시킨다.

2024-08-18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운동과 건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통제를 받았다. 다시 말해 90개 이상 국가와 지역이 39억 명 이상의 사람을 집에 머무르도록 권고 또는 명령한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바이러스 확산은 둔화했지만,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야외 장소나 공간 폐쇄로 중·고강도 신체활동량이 줄어들며 신체적·정신적 건강 불균형과 수면의 질 저하 등이 나타났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이 머문 자리에는 ‘신체활동 감소’라는 흔적의 자국이 남았다.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신체활동량 감소와 좌식시간 증가로 체력 저하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특히 고령자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들의 복합적 건강 위험이 컸다. 체력 감시 자료를 분석한 해외 연구에서도 팬데믹 기간의 5~17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모든 범주에서 체력이 떨어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체력의 변동은 코로나19 초반기에 가파르게 저하했다가 후반기에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비만 남자어린이들은 회복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취약집단에서 코로나19 건강 위험이 노출됐음에도 적절한 대안은 미흡했다.우리나라 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코로나19 이전 기간에는 신체활동 수준이 일관성을 보이다가 팬데믹 기간에 현저하게 줄었다고 보고가 됐다. 특히 노년층을 포함하여 개인이나 집단에서 팬데믹 기간에 신체활동량 감소가 뚜렷했다. 신체활동 감소는 비만과 마찬가지로 ‘감염병’ 범주로 다뤄지고 있다. 전 연령층에서도 어린이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마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코로나19 이후 수행된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발생 전 주당 최소 150분 중·고강도의 신체활동량을 유지해 왔던 성인들은 코로나19 감염이나 입원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또다시 닥쳐올 팬데믹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정부나 지자체 및 기관이 나서서 노인과 학생들을 위한 신체활동 부족과 건강체력 유지 개선을 위한 온라인 기반 운동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이 부각되고 있다.코로나19의 경우 급성 단계가 지나면 일련의 증상들이 남아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을 보일 수 있다. 이때도 운동은 관련 증상을 개선하고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을 줄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체적 운동재활 평가에서 신체적 운동은 호흡곤란, 피로, 우울증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신체적 운동재활은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 치료 전략으로 선택될 수 있고,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들을 위한 임상 지침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운동 등의 신체활동 부족은 심장과 폐, 혈관의 기능을 떨어뜨려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암과 같은 만성질환 유발과 연관이 있다. 게다가 골다공증, 일반적인 골절, 치매 위험, 불안과 우울증 발생률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반면 활발한 신체활동은 심혈관질환 및 사망률 위험을 감소시키고, 비만, 치매 및 알츠하이머 질환의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신체활동은 최소 25가지 만성질환에 대응하는 보호적 메커니즘에 작동한다. 신체활동이 잠재적으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에 대응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운동 이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보건의료 연구 분야에서는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했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코로나19 예방, 치료, 재활의 핵심 수단으로 역할을 했다. 즉 운동은 면역 감시 기능을 개선하고, 코로나19 감염에 저항하며 증상을 감소시키고, 회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재확인된 것이다.팬데믹 이전 주당 9시간 정도 빠르게 걷기에 해당하는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19% 낮았다. 특히나 신체활동이 활발한 성인의 경우 감염 위험이 11% 낮았고, 입원 위험이 36% 낮았으며 사망 위험도 43% 낮았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에서 우리가 다음 팬데믹을 대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더욱 명확해진다.코로나19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한 번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운동 정보를 검색하고 따라 하려는 시도도 했을 것이다. 일부 지자체가 기본적인 신체활동 권고나 운동 동영상을 개발했으나 활용도나 적합성 평가는 엄두를 내지도 못했다.최근 들어 다양한 운동 정보가 늘어나면서 코로나19 기간 중 운동 참여 여부에 따른 방해요인에 대한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후 팬데믹에 대응할 신체활동력 및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참가자의 선호, 건강 및 체력 상태, 운동 시간과 강도, 부상 방지 대책, 교육 및 지도, 접근성, 사회적 연결 등을 고려한 근거기반의 맞춤형 온라인 운동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및 기관의 세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4-08-18

포항시, 다음 지속가능한 정책은 무엇

양만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포항은 그야말로 ‘핫한 도시’가 아닌가요.”서울언론사의 한 피디가 나에게 한 말이다. 영일만의 해역에서 석유가 매장되었다는 뉴스. 채상병 사망 사건과 박정훈 대령, 모두 포항과 무관하지 않다. 주요 뉴스의 진원지가 포항이니 그럴 만도 하다.중앙과 지방의 언론매체를 타고 연일 조명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에는 대구 TBC, KBS도 가세했다. 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본격 건립하여 포항시가 ‘글로벌 MICE중심도시’로 도약한다며 이강덕 포항시장과 생방송을 했다. 동아일보도 편승해 포항시가 철강도시에서 ‘이차전지 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이시장의 메시지가 뉴스의 한 면을 차지했다. 포항시의 주가를 연일 상한가로 언론사들이 띄우고 있다.다음은 무슨 주제라는 궁금증도 생길만 하다. 이차전지·바이오· 수소 등 신성산업 육성을 위한 ‘기회발전특구도시’, 포항이 등장할까. 포항은 제철중심의 ‘제철보국’의 도시에다 ‘2차전지’의 도시로 경합하여 성장·발전하는 회복력이 강한 도시로…. 4차 산업생태계의 변화에 순응하여 탄탄한 고용시장을 선점하려는 첨단기업의 유치정책 수립과 집행에 방점을 두었다. 2차전지의 주력업체인 에코프로를 비롯한 여러 기업을 포항에 진입시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지진과 힘남노 태풍의 재난에 회복력탄력성을 실현시킨 포항시.재난의 역경에도 도시경제 성장 동력의 확보에 필요조건을 포항시가 갖췄다. 제철보국에 이어 전지보국에 토대를 둔 위대한 포항시대의 장을 여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필요조건은 되어도 충분조건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에서 가장 매력적이며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 받으려면 함께 가동시켜야할 ‘부스터’가 있어야 한다.도시 전문가들의 주장을 빌려 보자. 미국의 뉴올리언즈는 풍부한 역사, 번창하는 문화, 훌륭한 요리, 흥미로운 건축물을 가진 도시이지만, 여전히 탄탄한 경제성장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시 발전의 부스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일본 후쿠오카는 안전한 도시로, 의료와 보육에 더해 저렴한 집값에다 고숙련 노동자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오늘날 ‘운 좋은 소수’의 부자만 아닌 ‘다수 일반시민들’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는 경제 성장의 동력이외에도 4가지 엔진들이 함께 작동되어야 한다. 사교육비 많은 들지 않은 ‘공정한 교육 제공’, 주거비용이 급상승하지 않는 ‘안정된 주택확보’, 값싼 대중교통비로 ‘편리한 대중교통의 확충’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질 좋은 ‘의료 서비스의 충족’을 들 수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4가지 인프라를 잘 갖추긴 어렵다. 하지만 50만 포항시가 경제 성장동력과 함께 가세시켜야 할 ‘부스터’가 필요하다.특별히 덤으로 추가하자. 이미 이강덕 시장체제가 출범하면서 시작 했다. 부담도 작고 효능감도 거두고 있는 ‘그린웨이 프로젝트’이다. 2016년부터 시작하여 축구장 95개 달하는 67㎡의 녹지공간을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현재 진행형 사업이다.도시의 녹지프로젝트가 왜 중요한가? 포항시민이 평안한 휴식과 건강한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고,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을 통해 힐링하려는 관광객 유치와 ‘맨발 걷기 좋은 도시’로 명성을 얻기 위해서. 맞다. 더욱 중요한 요인도 있다.도심의 녹지공간은 시민의 정신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도시에 녹지공간이 많을수록 도시의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을 정화하여 공기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또한 도심의 녹지가 많으면 도심의 열섬을 완화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녹지가 소음을 흡수하여 생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기능도 있다. 녹지가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수면의 질도 높고 푸른 숲을 바라보는 시각적 효과로 편안함을 안겨 준다. 삭막한 도심의 중심부를 가로지는 ‘철길’에 숲을 조성하고 시민들에게 야외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그린웨이 프로젝트는 10여년 동안의 결실이다.포항시민들이 명실공히 자랑할 만한 그린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녹지공간에서 걷고 뛰고 운동하며 수다를 떨면서 친화력을 높일 수 있으니, ‘스트레스의 해방구’로 부를 수 있겠다.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 분위기가 조성하는 편안함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 맨발로 숲길을 걷는 포항시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도심 녹지와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녹지공간에 근접해 사는 사람은 이웃 사람들과의 상호관계를 촉진할 수 있는 환경요인 때문에 그들은 쉽게 만나 대화를 할 수 있기에 외로움도 적고 심리적 안정감도 높일 수 있다. 그렇다. 그린웨인 정책은 포항시민들에게 정신건강지수를 높였다는 점에서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을 만하다. 도심에 녹지가 풍부한 도시일수록 범죄발생률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포항시가 미래 발전을 위해 역점을 두어야 할 지속가능한 정책에 대한 해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2024-08-04

극한 대결 정치를 종식하려면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극한 대결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간 나라의 장래가 위태로울 것이다. 극한 대결 정치에서 여야 어느 쪽도 양보할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이나 양보는 곧 굴욕이고 패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상생의 정치, 타협의 정치를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상대를 부정하는 대결의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여야는 정치적 현안이나 정책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해법까지 투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정작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소외되고 정치는 여야의 정쟁 수단화된 지 오래다.윤석열 정부의 임기도 이제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집권 여당은 아직도 자신들의 실정을 지난 정부와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야당은 압도적 의석을 토대로 대통령과 정부를 탄핵하려고 한다. 이런 극한 대결의 정치는 어느 한 쪽이 완전히 항복하거나 소멸되어야 끝날 수 있다. 극한 대결 정치의 책임은 여야에 반반씩 있다. 그 해법이 보이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시부터 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치 않았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빌미로 야당을 범죄 집단 시 하였다.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은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이·조 심판’을 전면에 걸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집권여당은 108:192로 패하고 말았다.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집권여당은 아직도 반성은커녕 야당의 폭주와 횡포를 비난하고 있다.총선 참패 후 간만에 여야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재명 대표의 선전포고식 발언과 윤 대통령의 특유의 주장과 설득이 독차지했다. 이후 여야의 협상은 단절되고 여야의 격돌정치는 더욱 강화되었다.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벌써 16회나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거부한 인사를 대부분 장관으로 임명해 버렸다. 총선 후 여당 당선자 축하연에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테니 소신껏 일하라고 격려하였다. 이런 정황에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타협의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야당 역시 총선의 압승을 계기로 정부 압박 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넘는 공세적 정치를 펼치고 있다. 거야는 여야 간 조율도 되지 않은 ‘25만원 지원법’ 등 포퓰리즘적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고 있다. 여당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 하지만 역부족한 현실이다. 야당의 수적 우세는 인사 청문회 등 각종 위원회에서 엄청난 증인을 소환하고 증인에 대한 망신주기 등 불합리한 독주행태가 계속되고 있다.이러한 야당의 강공 드라이브는 법률안의 일방적 통과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지나친 거부권 행사가 궁극적으로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쌓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야당의 집권 여당에 대한 강공만이 능사일까.야당의 지나친 의회 독단과 독주가 야당 지지율 저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아직도 3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야당 선호도가 여당보다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비생산적 정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손해를 보는 측은 여당도 야당도 아닌 주권자인 국민들이다. 극한 대결의 정치는 결국 팬덤 정치에 기반하고 있다. 팬덤 정치는 적대적 프레임 정치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여야는 친윤과 친명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팬덤 정치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선거전야의 수박논쟁에서 열혈 친명인 개딸들이 장악하고, 여당에서는 윤핵관에 이은 친윤들이 당권을 수직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우세한 팬덤에 편입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소선거구제의 승자 독식의 제로섬게임은 여야의 프레임 정치를 더욱 부추긴다. 정치권의 대결이 언론, 시민 단체, 여론의 편 가르기로 이어지고 있다. 대결과 팬덤, 진영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이다. 결국 극한 대결 정치는 당내 민주주의를 가로 막을 뿐 아니라 강성 지지층만으로 생존하는 악순환 구도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이러한 극한 대결의 정치는 하루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빠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오기의 정치·격노의 정치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여전히 갈 데까지 간다면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오기의 정치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여야 공히 상대를 비이성적인 악마 집단화하는 프레임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뫼비우스의 고리를 어디에서 먼저 풀 것인가. ‘미워도 다시 한 번’유행가처럼 여야 간의 진정한 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 집권 여당과 대통령부터 야당과의 진정한 대화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은 정파의 책임자가 아닌 국정의 총체적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실정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리는 것은 하수의 정치이며 구태의 정치이다.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공정과 상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만이 능사가 아니며 야당 역시 입법 독주만이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 김건희 여사를 포함한 권력주변의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 가야 한다. 여기에는 야당의 협력적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2024-08-04

강박장애로부터의 자유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버스 손잡이를 잡는 게 오염이 될까 봐 걱정되거나 외출하는데 집의 문을 잠갔는지 걱정이 된다면 ‘강박장애’ 환자일까? 우리는 무언가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면, ‘강박장애’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강박적 사고는 강박장애 환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인도 강박적 사고를 한다. 정상인은 강박사고를 경험하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떨쳐버릴 수 있다. 강박장애 환자인지 여부는 자신이 원치 않은 강박적 사고를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점에서 명확히 확인될 수 있다.강박장애를 가진 사람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지함에도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얽매여 있고 현저한 고통을 겪는다. 심한 경우는 하루종일 지속되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할 정도이다.강박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은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이다. 강박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또는 재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사고, 폭력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장면들과 같은 심상 또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충동이다. 중요한 것은 강박사고가 즐겁지 않고 자발적이지 않으며 침투적이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반응으로 현저한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강박행동은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그렇게 해야만 안심하게 되는 반복적 행동이나 정신적 활동이다. 예를 들면 더러운 물질에 손이 오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 사고 또는 무언가 부정확하다는 강박사고가 유발하는 불안감은 손을 씻거나 재확인 함으로써 완화될 수 있는데,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씻는 행동 또는 확인하는 행동은 강박행동이다. 정신적 활동인 강박행동의 예는 안심이 되는 단어나 문구를 속으로 반복하는 것 등이다.강박사고에는 ①오염 강박사고, ②확인 강박사고, ③공격적인 강박사고, ④대칭과 질서의 강박사고, ⑤신체적 강박사고, ⑥성적 강박사고, ⑦종교적 강박사고 등이 있다.강박행동에는 ①세척 강박행동, ②확인/반복 강박행동, ③숫자세기, ④정리정돈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결벽증이라고 불리우는 오염 강박사고와 세척 강박행동이 짝지어진 강박증상이 가장 흔하다. 대부분의 강박장애 환자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모두 갖고 있다.강박장애는 평생유병률이 2~3%로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다. 강박장애의 평균 발병 연령은 19.5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강박장애를 치료받으러 오는 환자는 20~30대에 많다. 발병 후 바로 치료받지 않고 있다가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심해져 20~30대에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발병한다.강박장애는 점진적 발병이 흔하다. 치료받지 않으면 대부분 만성적인 경과를 거치며,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자주 반복한다. 치료없이 저절로 관해되는 경우는 적다. 가능하면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는 말이다.강박장애의 생물학적 원인은 한 가지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주의를 전환하도록 해 주고, 인지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뇌의 전대상피질의 세로토닌 기능의 저하와 안와전두피질과 기저핵 이의 도파민 신경 회로의 과활성화이다.따라서 강박장애의 약물치료는 세로토닌 기능을 올려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효과적이며, 강박장애의 증상이 심각한 경우 도파민 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한다.강박장애 환자의 치료에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또한 중요하다. 많은 강박장애 환자는 역기능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믿음에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 위험에 대한 과대평가, 완벽주의, 불확실성을 참기 힘들어 하거나, 금지된 생각이 마치 행동하는 것만큼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고의 지나친 확대해석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강박장애 치료에는 이러한 역기능적 믿음을 깨닫게 해주는 인지치료가 중요하다.강박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행동치료법은 노출과 반응방지이다. 예를 들면, 강박적으로 자주 손을 씻는 환자의 경우 환자가 두려워하는 더러운 물건을 만지게 한 후 손을 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는 노출 초기에는 심한 불안을 경험할 수 있으나, 반복적인 시행을 함에 따라 점점 불안이 완화된다. 그러나 강박장애 환자 중 상당수는 두려운 상황에 노출될 때 불안 증가를 경험함으로써 치료를 거부하는 단점이 있다. 강박사고가 주 증상인 환자에게는 ‘중지’라고 외쳐서 그 생각을 멈추게 하는 사고중지법을 적용한다.필자가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전하는 마음처방전을 공개한다. 강박사고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침투적인 생각이다. 통제할 수 없는 강박사고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사고억제의 역설적 효과로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려 할 때보다 오히려 강박사고가 더 떠오르고 집착하게 된다.필자는 환자들에게 “강박사고가 일어날 때, 아 나는 지금 강박사고를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수용하라고 처방한다. 강박사고, 강박행동 그리고 불안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바라볼 때 언젠가는 그 증상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체험하고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2024-07-21

보수와 진보는 결코 선악의 대립이 아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정치의 가장 큰 고질병은 극한적 이념 갈등이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 속하든 상대를 부정하고 심지어 악마화 하려 한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편하고 이롭게 하려는 것인데 양측 모두 자기 정파만을 위한 투쟁에 몰입하고 있다.현재의 이 나라의 여당은 보수, 야당은 진보를 표방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여야는 참된 보수도 진보 정당도 아니다. 여야는 진영정치에 몰입하여 자기편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양분 프레임정치를 하고 있다. 양식 있는 시민들이 우려하고 실망시키는 우리 정치의 모순이다.이 나라 정치인뿐 아니라 언론까지 심지어 시민 단체나 개인들까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보수는 체제 안정과 유지를 위한 수단이고, 진보는 체제의 모순을 개선 개혁하려는 이념일 뿐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보수도 진보도 본질에서는 많이 이탈하여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념대립은 결코 선악대립이 아니다.달포 전 어느 스님의 산방을 찾은 적이 있다. 종교간 간헐적 대화 모임에 소생도 참여했던 것이다. 오찬 시작 전 초청 스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찾아와 주어 고맙다는 의례적인 인사는 아니었다. ‘회영(懷影)산방’이라는 옥호의 작명 내력부터 소개하였다. 인생을 오래 살다보니 남는 것은 자신을 따르는 그림자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이 그림자를 가슴에 품고(懷影) 살아가는 곳이 이 산방이란다.노승은 젊은 시절 불교뿐 아니라 모순된 사회 개혁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그는 평생을 현실 개혁을 위해 싸워왔지만 진보만이 선이 아니라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진보에도 선인과 악인이 항상 공존했다는 것이다.스님은 첩첩산중인 이 산방에서 조용히 살다 하직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햇살이 고루 퍼지는 오전 10시, 산속의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춤을 추면서 이승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초연한 스님 말씀에 모두가 숙연해진다. 상당히 가슴에 와 닿는 인사성격의 법문이었기 때문이다.이 나라 정치에서 보수측과 진보측은 상호 비난하고 적대시한다. 여야 간 협치가 되지 않는 근원이다. 보수 강경 단체는 진보 단체를 수상한 집단으로 간주한다. 보수 우파는 진보 좌파를 용공이나 공산주의자로 매도하기도 한다.1950년대 미국에서 상대 경쟁자를 공산주의자로 거부했던 매카시즘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6·25 전쟁직전 보도 연맹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자유당 시절 대선후보였던 조봉암마저 사형이 집행되었으나 뒤늦게 무죄 판명되었다.8·7 민중항쟁 이전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용공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되었다. 보수측은 진보측을 아직도 반국가 세력이며 추출해야할 악의 세력으로 단죄하려 한다. 진보에 대한 의심과 불신 감정이 보수층의 심리적 기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강경인사들은 자기들은 항상 선이며 애국세력으로 자부한다. 보수 진보의 이념의 갈등이 선악의 프리즘으로 작동되는 증거이다. 진보측 역시 보수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강하다. 이들은 보수층을 기득권을 옹호하는 부패한 집단으로 간주한다. 해방 후 정당간의 실질적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보수는 ‘권위와 정통성’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견지해 왔다.진보측은 보수 측을 기득권 유지를 위한 부패한 세력으로 간주하였다. 진보측은 보수 측을 서민이나 소외된 자들을 돌보지 않고 가진 자의 편에 서 있어 역사를 퇴행시키는 ‘반역사적 세력’으로 간주하기도 하였다.진보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촛불 집회를 옹호하면서도 보수 측의 태극기 집회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 진보 측에서는 보수 강경파를 친미 사대주의자로 간주할뿐 아니라 때로는 힘 있는 곳에 기생하는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이 나라 보수가 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까지 옹호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항상 이런 강자에 의존하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사회정의를 파괴하고 역사를 퇴행시킨다는 것이다.이 같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한국의 정당 정치를 왜곡하고 극단적 거부 정치, 진영 정치를 부추길 뿐이다. 이런 정치판의 보·혁 갈등이 가족이나 친족, 동창 조직 등의 모임에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한국의 갈라진 언론이 이를 더욱 조장 확산시킨다. 보수는 영국의 에드먼트 버크에서 보듯이 전통과 기존질서를 옹호하려는 이념이다. 혁명이나 개혁으로 인한 대혼란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진보는 지속적으로 개혁하고 혁명해야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 현실은 사이비 보수와 진보가 서로 비난하고 저주하면서 뒤엉켜 싸우고 있다. 정치적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대립이 도덕적 선악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미국 정치학자 바라다트는 일찍이 보수도 진보도 자기의 뜻을 관철할 수 없는 허무주의에서 만난다고 주장하였다. 정치와 역사는 결국 양측의 정반합의 변증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진보를 중재할 사람은 결국 양식 있는 중도층이다. 이들이 선거에서 심판자가 되고 있다.

2024-07-21

정신질환에 인식 변화, 포항시민이 선두에 서야

양만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나이가 들면서 “건강을 잘 챙기고 있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때 건강은 큰 병이 없고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 잘 지내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주로 신체건강에 국한하여 일반질환이 없는 상태이고 정신건강까지 나아가지 않는 것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건강의 상식이다.정신건강의 안부를 묻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여전히 편견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 걸리면, 사람들이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또는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왕따’를 당할 수 있는 두려움이다.우울증, 강박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다. 평생 동안 열 명 중 세 명 정도가 걸린다. 과거보다 정신병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개선되었다는 발표도 있다. 고학력 사회 구조에 따른 변화된 요인으로 추정하기도 한다.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여타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지난해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의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 우리국민들이 동의하는 비율이 31%로 29개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물질적 풍요로움에 걸맞게 국민정신건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가 정신건강 정책을 적극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정책 발표내용 중에 관심을 끈 대목이 있다. “예방, 치료, 회복중심으로 정신건강 정책을 대전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건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신질환도 일반질환과 같이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 정신병을 바라보는 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정책에도 큰 비중을 두겠다는 담론이다.유럽정신건강분야에 연구하는 학자들이 2000년에 ‘좋은 정신건강(good mental health)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좋은 정신건강은 개인이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처할 통제력 조절역량을 소유하고, 또 고통과 난관에 직면하여도 생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행복한 상태(a state of well-being)로 규정하고 있다. 좋은 정신건강의 상태로 유지하고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건강의 문해력(mental health literacy)’을 포함한 13가지 핵심요인들을 제시했다.그 요인들 중에 ‘정신질환에 대한 태도’를 두 번째 요인으로 선정했다. 시민들이 정신병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하고 이해하는가, 아니면 외면하고 배제하는 정도를 넘어 낙인을 찍어 차별적 행동을 보이는가. 차별하고 배제하는 정도가 심한 사회적 환경에서는 좋은 정신 건강 상태를 유지하거나 치유하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시민들이 정신병에 관한 인식의 수준을 높이는 교육과 홍보도 우리 사회 정신건강의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포항시민들은 2017년 11월 15일에 지진규모 5.4 촉발지진의 발생으로 주택과 건물이 붕괴되었고, 정신과 신체에도 큰 충격을 가했다.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지진의 충격은 생존기반을 붕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신체적 고통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여진도 2~3개월 지속되었고, 본진에 이어 여진 지진규모가 4수준까지 발생하였으니 다수 시민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우울증, 불면증, 어지러움 등의 증세로 트라우마반응을 보였다. 큰 소리가 나면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하면서 지진공포심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영일만 앞바다 석유탐사를 위해 시추한다는 발표만으로 시추에 따른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표출하는 게 포항시민들이다. 포항시민들만이 겪는 집단트라우마의 반응이자 증상이다.지진재난만 아니다. 코로나 재난 발생으로 3년여 동안 감염과 치유의 후유증에 신체, 정신 고통에 피할 수 없었고 2년 전 힌남노 태풍으로 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연속·중복재난을 당했다.재난에 따른 집단트라우마에도 포항시민들은 힘을 결집하여 빠른 시간에 남다른 회복력을 보였다. 겉으로 드러난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었지만, 연속된 재난 발생에 따른 ‘드러나지 않은 집단트라우마(invisible collective trauma)’도 숨어 있다.포항시민의 정신건강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지속적 실현되어야 하다. 예방, 치료, 회복을 위한 정신건강프로그램의 개발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우리 지진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시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선도적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2024-07-07

3차 에너지 전환과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거대한 에너지산업은 산업사회의 상징이다. 인류는 수많은 시간을 자연(재생) 에너지에 의존해서 살아왔다. 햇빛과 바이오매스(나무, 풀 등)를 활용한 불에 의존해서 대부분의 문명 생활을 영위해 왔다.1700년대에 들어서서 땅속에서 캐낸 석탄을 에너지로 사용하여 내연기관을 작동시키는 에너지 활용을 통해 ‘1차 에너지 전환’이 이뤄졌고 이것이 1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석탄 에너지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돼 영국과 유럽이 후진사회에 머물고 있던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국제질서를 만들었다. 석탄 에너지 사용 유무에 따라 세계는 선진 문명국가와 식민지사회로 갈렸다.19세기에 발견된 석유는 1900년대 전반기 미국에서 ‘2차 에너지 전환’을 이끌며 미국을 새로운 패권 국가로 만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에너지의 발견과 그에 따른 에너지 전환은 경제산업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와 세계질서에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석탄 에너지와 석유 에너지는 거대한 산업의 발달과 막대한 자본의 축적을 통해 인간의 삶은 물론 국제 경제 질서와 글로벌 정치 질서까지 재편하기에 이르렀다.석유 에너지 바탕의 2차 에너지 전환을 주도한 신흥국가 미국은 현재에도 여전히 세계 총생산의 25%를 넘게 차지하며 글로벌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는 중요하고 에너지의 자립과 에너지 안보는 모든 국가의 사활적 문제이기도 하다.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석탄, 석유, 가스로 대변되는 화석연료를 통해 선진국들은 거대자본을 축적하고 축적된 자본은 새로운 집중 투자를 통해 부와 파워가 재생산되는 과정을 거치며 세계질서를 유지해왔으나, 어느 순간 화석연료의 파워가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화석연료의 무한정한 사용의 부작용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20세기 말부터 나타나다가 이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유럽과 선진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체결된 1997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거치며 지구가 이대로 가다가는 100년 이내에 ‘생물 대멸종의 시대’를 맞을 것이며, 인간도 대멸종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이다.6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5차 대멸종 이후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70%가 대멸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햇빛과 바람과 빗물 등 자연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대전환’의 선언이다.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에너지화하기 위해서는 거대자본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말 그대로 산업시대 자본의 집약체다. 하지만, 햇빛과 바람, 빗물을 활용한 에너지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할 뿐이다. 자본도 물론 중요 하지만 산업사회처럼 자본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다양한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태양광의 경우 태양이 잘 비추는 곳엔 어디나 마을이나 도시, 산업단지, 논밭이 있다. 이들을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해서 발전 시설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많은 토지와 건물주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 그리고, 글로벌 재원과 기술이 거대한 협력을 통해서만 탄소중립 사회를 달성할 수 있다.자연(재생)에너지로 새롭게 생겨날 ‘3차 에너지 전환’ 사회는 시민들의 거대한 협력, 에너지의 분산, 경제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또한, 산업 시대 주요 에너지 원인 석탄, 석유, 가스는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에 편향되어 있어서 대부분 국가는 에너지 자립이 힘들었다. 반면 햇빛과 바람과 빗물과 같은 자연(재생)에너지는 어느 나라든지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각각의 나라들은 그들의 국토와 글로벌 기술, 자본 등 국제적 협력을 통해 각기 에너지 자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스웨덴은 수력으로,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우리나라도 태양광과 풍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에너지 패권이 없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 모든 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는 세상! 에너지 빈부격차가 없는 세상이. 석탄, 석유, 가스의 독점카르텔을 깨고 국가 간에 자연(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경제가 더 민주적인 사회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과 국가 간의 거대한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국내에서도 도시 주변, 산업단지 주변 농지가 농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거대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거듭나게 되어 산업단지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원이 되고 농민들은 각자 발전사업자가 되어 농민과 산업이 상호 윈윈 하는 새로운 산업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분산에너지라고 한다. 작게는 단독주택형 3K/Wh에서 몇 만K/Wh를 넘기 힘든 그야말로 조각조각 분산에너지인 자연(재생)에너지는 미래사회를 더 민주적이고 더 평등한 사회로 이끌어 가는 에너지 체계를 제공해 줄 것이다.더 평등하고 더 깨끗하고 더 풍요로운 세상을 자연(재생)에너지 중심 사회가 열어 줄 것이다.

2024-07-07

길 잃은 저출생의 길을 찾자

김은주 포항시의회 의원 아이들 어렸을 때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금은 고 3인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생방송을 하는 방송작가 엄마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빨리 등교해야만 했다.초등학교 입학을 한 3월 모든 게 어색했을 막내에게는 아침 7시 30분 등교가 가장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잠이 덜 깬 아이들에게 “빨리빨리, 엄마 늦었다”를 무한 반복하면서 학교를 보내야 했다. 막내는 잠이 덜 깨서 울먹이면서 차에서 내렸고, 날씨가 추우면 차에서 덮고 있던 담요까지 둘둘 말고 차에서 억지로 내려야 했다. 아직도 담요를 덮어쓴 채 어깨를 실룩거리며 내렸던 8살 꼬마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나 울컥하기도 한다.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로 살았던 시간은 내 인생에 가장 치열했던 순간이었다. “왜 엄마만 맨날 바빠?”라며 목 놓아 울던 아이들은 이제 고3이고, 스무 살을 넘겼다. 가끔 아이들에게 “엄마가 바쁜데 이렇게 잘 커 줘서 고맙다” 진심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엄마가 되었던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육아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출산 파업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다.2023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를 기록했다. 경북 사정도 비슷하다. 경북의 합계출산율은 0.86(2023년 기준)이며 포항의 사정은 더 심각해 지난해 기준으로 0.65대로 떨어졌다.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최하위는 물론 세계 최하위다.국가나 지자체에서도 눈에 띄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정책이 장기적인 정책이라기보다 단편적이고 생물학적인 관점에 치우친 정책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서울시의원은 출생률을 높인다며 골반 근육 강화 운동인 ‘케겔 운동’ 동작을 넣어 만든 댄스 체조를 선보여 논란이 되었다. 여성의 몸을 건강하게 해 출생률을 올리자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여성 1년 조기입학’ 제안을 비롯해 대구시의 정자 분석기 무료 나눔,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팅’ 등 원인 진단이 제대로 안 된 정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출생 정책 보니깐 아이를 더 낳기 싫어졌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경북도에서도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저출생 전쟁자금’ 모금에 나서고 있다. 처음 경북도의 전쟁 선포를 보면서 ‘저 전쟁은 경북도만 하면 되는 전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난 4월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 저출생 극복 관련 예산이 대거 투입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경북도에서 22개 시군과 소통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저출생 관련 정책을 하달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정책이 지역민들에게 체감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낳아 잘 키우자는 정책에 굳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전쟁을 명명할 필요가 없다.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상황으로 전투태세로 저출생을 극복하자는 것이 과연 맞는 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출범한 정부다. 경북도는 22년 여가부 폐지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여성정책 관련 국을 과로 축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나 경북도에서 성평등 추진 체계를 폐지에 앞장서면서 역설적으로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저출생의 경우 돌봄에 대한 지원을 넘어 사회적 보육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개인적인 선택이나 문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시와 경북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함께 키우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포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걱정을 덜어줘야 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발전으로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가족 제도 안에 출생문제 만큼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 일자리에 대한 질적 성장을 통해 엄마가 일하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성평등한 임금도 보장되어야 하며 보편적인 아빠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과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적인 부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지금처럼 생물학적 관점에서 저출생 문제를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의 저출생에 대한 해답은 영원히 미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얼마 전 지역에서 엄마를 위한 책과 잡지를 만드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10년 넘게 포항에 살았지만, 지역에 네트워크를 찾지 못해 서울이나 해외에서 주로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제는 포항에서 이 이야기를 함께 할 사람들을 만나 글로컬 하게 저출생 문제에 접근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앞으로 나는 엄마 당사자들과 함께 지역의 저출생 문제,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려고 한다. 포항에서 출발해 전 세계 곳곳에 엄마들과 함께 연대하는 그 멋진 길 위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2024-06-30

똑똑한 찜질법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걷기나 등산, 달리기 등 야외운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부딪치거나 넘어져서 붓고 멍든 상처가 나거나, 오랜만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실내운동을 하다보면 운동량이 과해 근육통이 생기기 쉽다.부상이나 운동 상해로 몸이 쑤시고 결릴 때마다 할 수 있는 손쉬운 치료가 찜질이다.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려고 뜨거운 타월이나 온탕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증상에 따라 냉찜질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응급처방에는 온찜질보다 냉찜질이 먼저다. 출혈이나 염증 또는 부종이 있으면 냉찜질을 먼저 하는 게 좋다. 혈액의 흐름을 억제하는 냉찜질로 혈관을 수축시켜야 피도 새나가지 않고 부기도 가라앉게 된다. 냉찜질은 조직 사이의 체액 투과 및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또 마취 효과가 있어 순간적인 충격으로 근육이나 관절, 인대에 손상이 생긴 경우 통증을 덜어 줄 수 있다.간편한 냉찜질은 물을 부어 얼린 종이컵을 통증 부위에 7∼10분 정도 문지르는 것이다. 차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6∼7도가 적당하다. 얼음을 직접 갖다 대면 피부가 상할 수 있고 환부에도 좋지 않다. 온찜질과 마찬가지로 시간은 20∼30분이 적당하다. 누구나 냉찜질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협심증 또는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혈관이 수축하며 혈압이 오를 수 있으니 냉찜질을 삼가는 것이 좋다.반면 온찜질은 손상 부위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혈액 순환이 잘 되면 손상된 조직에 영양공급이 늘어나 회복이 빨라지는 이치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통증 개선에 좋다. 무릎의 온도가 가장 낮아 통증이 생기는 새벽에 온찜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 보통 3~12살 아이들의 넓적다리나 종아리 주위에 생기는 성장통에도 온찜질이 도움이 된다.온찜질에 적합한 온도는 어떤 종류의 찜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사용하는 핫팩은 대개 75도 정도 가열한 뒤 7겹 가량 수건으로 싸서 아픈 부위에 대는 게 좋다. 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수(水)치료를 할 때는 일부분만 담글 경우 46도, 몸 전체를 담글 경우 39도가 적당하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전기온열 팩은 국소 부위에 사용할 경우 최대 약 50도까지 온도를 올릴 수 있다.그런데 당뇨병 환자나 말초혈관장애, 버거씨병과 같은 혈관질환자는 감각이 둔해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무릎이나 복사뼈 부위에 전기패드나 적외선 램프로 온찜질을 하다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온찜질 역시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혈우병 등 피가 잘 나는 질병이 있거나, 악성 종양의 전이가 가능한 사람, 급성 염증이 있는 경우, 감각이 떨어져 있는 신체부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찜질은 적용 범위가 넓어서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봐도 좋다. 운동 직후 생긴 근육통의 경우 48시간 내의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이후에는 선호도에 따라 냉찜질이나 온찜질을 하면 된다. 인대가 늘어났을 때도 손상 직후 48시간 내 급성기에는 냉찜질을 하고, 이후에는 온찜질을 해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치거나 얼굴을 맞아서 멍이 생겼을 때도 냉찜질을 우선 해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온찜질을 하면 효과적이다.골절 후 치료를 받고 나서 부어오를 때나 피부가 찢어지는 출혈로 부어오를 때, 벌레에 물렸을 때, 여름철 강한 햇볕에 노출돼 피부가 벌겋게 됐을 때, 수술한 부위에 통증이 있을 때, 관절염이 악화하여 붓고 관절에 열이 나는 등 급성 염증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냉찜질이 좋다. 코피가 났을 때도 고개를 숙이고 이마에서 코 주위를 찬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를 대면 코피가 멎는 데 효과적이다.반면 만성적인 허리통증이나 디스크, 관절염, 오십견 등 만성질환의 통증이나 환부의 회복단계에서 온찜질이 필요하다. 경직된 근육 이완이나 통증완화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환부 조직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영양을 빠르게 공급해 환부의 회복을 돕는다. 따라서 온찜질은 급성 통증과 부기가 가라앉은 후 회복단계에 하는 게 좋다. 여성의 생리통이나 냉증에도 배 부위를 온찜질하는 게 좋다.참고로 시중에서 살 수 있는 파스 종류는 냉온찜질 효과를 통한 혈액순환이나 마취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진통 소염 약제를 피부에 흡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핫파스나 쿨파스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은 실제 피부 온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파스의 멘톨 성분이 겉 피부에 닿으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약제에 따라 24시간 또는 48시간 작용하기 때문에 1일 또는 2일에 한 번씩 붙이면 된다.이처럼 찜질은 환부의 위치와 부상 상태,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통증이 찜질로 개선되지 않고 계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2024-06-30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복 전쟁의 부당성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전쟁은 어느 전쟁이나 비참하다. 곧 끝날 것 같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 전쟁이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인 인질사건이 전쟁을 촉발시켰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역 북쪽에서 최남단 도시 라마까지 점령하였다. 현재는 중부 부레이 난민촌과 병원까지 포격을 퍼붓고 있다.어린이가 연일 피를 흘리고 난민 100여 명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 이집트를 통한 구호품마저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고 공중에서 투하되는 배급을 타기 위한 아비규환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법 재판소뿐 아니라 세계의 여론이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의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탱크를 앞세워 하마스를 끝까지 추적 박멸하겠다는 의지만 보이고 있다. 이집트, 카타르, 미국 등의 중재 노력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 전쟁의 부당함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본다.먼저 이 전쟁은 이스라엘 대통령 네타냐후의 정권 유지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전부터 국정의 난맥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신뢰는 무너져 있었다.하마스의 이스라엘 축제장의 인질 납치사건은 총리에게 가자지구 침략의 명분을 주었다. 그는 즉각 하마스의 체포 명분으로 전쟁개시를 선언하였다.이스라엘은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워 가자지구 전역에 전면적 공격을 단행하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종전권유마저 뿌리치고 확전을 계속하고 있다.후진국의 독재정권은 대체로 이런 안보 위기를 국내 정치 위기 극복의 수단으로 삼는다. 우리나라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소위 ‘북풍’등을 정치적 위기 극복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러시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보복 전쟁도 네타냐후의 정권 유지 수단일 뿐이다.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죽어가는 이 참혹한 보복 전쟁은 하루 빨리 끝나야 한다.둘째, 역사적으로 보아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은 정당하지 못하다. 중동의 기원전 역사를 보더라도 팔레스타인은 유대인 야곱의 12지파와는 달리 별도 나라도 존립했다. 아랍인들은 아브라함의 처 사라의 여종의 몸에서 태어난 이스마엘 후손들이다.이스라엘 서남부 지중해 연안의 가나의 520여만 명의 팔레스타인들은 1994년 자치 정부를 수립하였다. 가나의 이스라엘의 정착촌은 이미 철수되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장벽을 쳐서 이들의 이스라엘 진출을 막고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인 골란고원과 요르단 쪽의 서안지구도 점령하였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도 요르단에서 탈환하였다.이스라엘은 전쟁을 통해 인접 영토를 확장하여 주변 인접국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란 등과도 전쟁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이스라엘이 기원전부터 엄연히 존립했던 팔레스타인을 인정치 않고 점령하려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스라엘이 1948년 국가를 수립하고 인접국가에 대한 전쟁을 일삼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셋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복과 침략행위는 그들의 종교적 교리에도 어긋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 유대교와는 다른 이슬람을 신봉한다. 유대인들은 어디에 정착하든 구약만을 따르고 탈무드를 그들의 생활 지침서로 삼고 있다. 유대인들은 동족인 예수까지 배척하고 구약의 모세나 예언자들의 말씀만을 신뢰한다.사실 따지고 보면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도 아브라함의 후손 형제들의 종교이다. 유대교 교리 어디에도 팔레스타인인이나 인접국에 대한 잔인한 보복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이스라엘의 인접 이슬람 국가에 대한 전쟁은 그들의 종교 계율에 배치된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보복 행위를 반복할 때 세계인들은 유대인들을 비난 저주할 것이다. 유대인들은 다시 그 땅에서 쫓겨나 디아스포라의 험난한 길을 걸어갈지도 모른다. 이러함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유대인들은 두뇌가 좋고 결속력이 강한 우수한 민족으로 정평이 나있다.이번 전쟁에서도 전 세계의 유대인들은 흩어져 있지만 그들의 조국 이스라엘을 돕는 데는 일치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금융시장 월가를 장악했으며 프랑스에서도 유대인들은 언론재벌로 성장하였다. 그들은 노벨상을 휩쓸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의 정치도 좌지우지하고 있다. 전 미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올브라이트에 이어 현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도 유대계 인사이다. 이러한 유대인들의 거대한 힘이 인구 900만 명의 이스라엘의 국력으로 작동한다. 그들은 어딜 가나 돈을 잘 벌고 생활력이 강하여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 그러나 이러한 유대인들의 힘이 반드시 정의가 될 수는 없다. 현재 전 세계의 여론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보복 전쟁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피는 다시 피를 부른다는 역사의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6-09

국정쇄신을 위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완패 이후 국정의 쇄신 요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2년간의 종합적 평가인 셈이다.민주당과 야권은 여세를 몰아 국정의 총책인 대통령의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국정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행동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생각이 변해야 태도와 행동의 변화가 따른다고 한다. 총선 한 달 후인 5월 10일 갤럽의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4%에 머물고 67%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전야의 30여%의 지지율에도 못 미치고 중간평가에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결과이다. 그러한데도 총선 직후의 국무회의 시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나 5월 9일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의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의 인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흔히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입증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의 난맥상과 그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국정쇄신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먼저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국정의 방향은 여전히 옳다고 인식하는데 문제가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어퍼커트 세레머니는 대선후보의 자신감의 상징이 되었으며 선거전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검찰 총장직 사퇴 후 몇 달 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취임 초부터 매사에 자신에 차있는 듯했다.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는 마음먹은 바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간주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남의 말이나 측근의 말을 듣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국정방향은 옳은데 국민이나 유권자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주장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물가와 민생문제, 균형추를 잃은 외교 문제, 의사 증원과 의료 대란, 특검 등 법률안 거부권 행사와 의회 경시 등 수많은 실정이 총선 참패를 자초하였다. 대통령이 여전히 국정 방향만은 옳다는 주장은 결코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다. 지난 2년간 대통령은 야당지도자뿐 아니라 언론과도 소통을 멀리하였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는 범죄 피의자라는 명분으로 만나지 않았다.야당의 지도자가 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것은 사실이지만 형 확정 시 까지는 상대를 야당 대표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것을 법의 잣대로만 판단하는 검사시절의 인식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필자는 본 란을 통해 여러 번 양자의 빠른 회담을 촉구한 바 있다.한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회견마저 회피하였다. 취임 초기의 도어스테핑도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기자들의 갑작스런 질문이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듯하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특정 보수 언론과의 대통령의 회견도 국정 선전만으로 일관하였다. 지난 총선 패배 후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의 4·29 영수회담에 이어 오랜만에 5·9 기자회견도 가졌다.영수회담이나 기자회견이 대통령의 불가피한 방어적 선택일 뿐이다. 대통령은 소통 공간을 확대해야 국정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과 당정의 관계도 수직적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공직뿐 아니라 당 대표선임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대선의 공로자 당대표 이준석은 성폭행범으로 몰려 당을 떠났다. 나경원, 안철수 역시 당직에서 배제되었다. 지지율이 최하위였던 친윤의 김기현만이 당 대표로 발탁되었으나 총선 전 사퇴하였다. 취임 2년이 지났지만 반윤 세력은 당정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내각과 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상명하복의 관계만 유지될 뿐이다. 정권 출범 후 황우여 비대위원장까지 5차례의 비대위 체제는 이를 잘 입증한다. 지난 총선 전야의 한동훈 비대위는 전열을 정비할 겨를도 없이 선거에 참패하고 말았다. 대통령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당정 수직관계는 당의 자생력만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기 어려운 구도 하에서 당심은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변화 없이는 이러한 고질병은 치료될 수 없다.대통령의 인식의 변화만이 국정의 쇄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현재 20%대의 지지율로는 국정의 동력을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대통령은 ‘경기중이지만 후반전의 전광판’을 자주 보아야 한다.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대통령의 잔여 임기 3년보다 훨씬 길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여소 야대의 정치구도 하에서 윤석열 정부의 생존 전략은 결국 협치이다. 대통령은 다수 야당이 마련한 법률안에 대한 잦은 거부권 행사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 민주당과의 협력 없이는 원하는 법안 하나도 통과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지시, 명령, 오만, 독선의 리더십만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대통령은 심기일전하여 대선 시 공약인 ‘원칙과 상식’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자주 노출되는 격노의 정치는 자승자박의 정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는 대통령의 인식 변화에서 시작한다. 대통령이 생각과 인식을 바꾸면 국정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2024-05-19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거론하기 겁난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란 지구 생태계가 먼 미래에도 현재대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 생태계의 미래 유지 가능성’이다.이 용어는 로마클럽의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말은 지구 생태계가 미래에도 과연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지난 2월 8일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년간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뉴스를 접하고 이제 더 이상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두려워진다.산업화 이전(1850∼1900년) 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을 가리키는 동대구역 광장의 ‘기후 시계’는 오늘 현재 ‘5년 74일’을 가리키고 있다. 1.5도까지 남은 시간이 ‘5년 74일’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기후 시계의 수치가 무색하게 지난해 벌써 1.52℃를 넘어섰다고 한다. 1.5℃라는 터닝포인트를 넘으면 기후재앙이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고도 무력하게 한다.인류가 어떻게든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에서 억제하고자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온갖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봄이 되면 목련 피고 개나리 피고 벚꽃 핀다는 꽃 피는 룰이 이제 깨졌다. 지난 봄에는 세 가지 꽃이 동시에 피었다. 작년에 사과꽃이 너무 일찍 피었다가 냉해를 입어 지금 사과 값이 금값이 되었다. 올해는 온·냉해를 입은 참외가 금값이 된 현실은 기후 이변으로 겪는 이상 기온 현상의 한 본보기다. 기후 이변은 이제 지금 나와 함께 있다.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모인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2000여 명의 기후과학자들이 내린 결론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지구 생물종의 70%가 대 멸종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대멸종에 포함된다고 한다.우리는 꿀벌의 갑작스러운 떼죽음과 뉴스에서 각종 생물종들의 멸종 소식들을 자주 들으며 살고 있다. 멸종에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독일은 기후재앙 극복을 위해 탄소중립 방안으로 탈원전부터 추진했는데, 탈석탄발전부터 안 했다고 비난받고 있다.미국은 부시가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트럼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취임한 후 곧바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제정한 뒤 탄소중립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인플레이션도 잠재우고 ‘기후산업’이라는 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시대를 구가하고 있다.EU도 유럽판 IRA를 제정해 미국을 뒤따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우며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지구의 골칫덩어리로 비난받던 중국도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에너지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국가가 되었다.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중국은 오히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우리나라는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삼척에 210만kW 석탄발전을 허가하고 원자력 발전은 폐기하는 독일 방식을 따랐다. 그런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공약으로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 완전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30.2%에서 21.6%로 축소하는 등 세계 조류에 역행하며 원자력에 매진하고 있으나 원자력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뿐더러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문·윤 두 정권의 정책적 오류와 헛발질은 고스란히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산업계 또한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이라는 세계 조류와는 담쌓고 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에너지전환! 화석연료와 완전히 단절하고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대체하고자 하는 시대적 조류에 눈 감은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그런 현실에 함께 눈감은 국민을 생각하면 미세먼지로 가득한 굴에 갇힌 듯 숨만 막혀 온다.어떻게 이 환란을 벗어나 다시 한번 지속가능성을 논의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희망할 수 있을까?이런 보도가 있다.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이 2021년 4.2GW에서 2022년 3.0GW로 2023년엔 2.5GW로 줄었는데, 아마 전 세계에서 태양광 설치량이 줄어드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일 것이라고.2020년대 전 세계에서 산업, 제조업 역량이 가장 뛰어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에너지 전환에 당장 뛰어들면 가장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데도 정치지도자들의 오류와 무능, 산업계의 무책임한 안주와 안일함으로 인해 시대 조류를 역행하며 점점 세계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속가능성을 거론하기가 정말 두렵다.

2024-05-19

더위에 약이 되는 운동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지난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기록은 올해 바로 깨질 가능성이 크다. 영국 기상청은 2년 연속 새로운 평균기온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2027년이 역대 가장 더운 5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처럼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야외에서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마니아들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영 등 바이러스 전염성이 높은 실내운동보다는 자전거, 골프와 같은 야외스포츠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아직 4월인데 한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점차 더 덥고 습한 날씨가 예상되는 가운데, 고온의 환경에서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해야 약이 된다.더운 환경에서 운동을 할 때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다. 피로가 온다는 것은 흡수되는 수분과 염분의 양보다 배출되는 양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급격한 땀 배출로 탈수현상이 생겨 심폐기능이 평소보다 빨리 저하된다. 그 결과 유산소성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피로가 빨리 오게 된다. 피로는 몸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운동이나 스포츠 활동을 계속하는 경우 열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열 관련 질환으로는 열경련(heat cramps), 열탈진(heat exhaustion), 열사병(heat stroke) 등이 있다.열경련은 발한으로 인해 염분이 과도하게 소실된 경우 발생한다. 더운 날씨에 축구나 농구 등을 하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땀이 많이 나는데 맹물만 계속 마시며 운동을 하면 생기기 쉽다. 일반적인 경우에 의식은 또렷하지만 피로감과 근육의 경련을 호소하게 된다. 이럴 때는 맹물 대신 소금기가 있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열탈진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운동을 계속하면 땀으로 수분과 염분이 함께 소실되면서 발생한다. 그 결과 몸의 혈액량이 줄어들어 저혈압성 쇼크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한다. 빠른 맥박, 구역 또는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실신하기도 한다. 피부가 건조하고 뜨겁지만 체온이 39도를 넘지는 않는다. 응급처치를 위해서는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하지를 상체보다 조금 더 위로하는 쇼크자세를 유지하고 이온음료 등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열탈진이 진행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온에 노출되면 중심체온이 높아지는 열사병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체온조절 기능이 마비되어 체온이 계속 상승한다. 그 결과 체온이 41도 이상까지 오르고 땀도 나지 않으며 중추신경계 마비 증상도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열사병 환자는 우선 찬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39도까지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노인의 경우에도 쉽게 탈수가 와서 열 관련 질환이 잘 발생한다. 특히 열에 대한 인지가 잘 되지 않아 갑자기 실신하기도 한다. 암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암 치료과정에서 구토 및 설사를 겪고 있다면 탈수가 되기 쉬우므로 운동을 쉬거나 안전하게 해야 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야간운동이 좋다. 뇌졸중 위험과 심장병이 있는 사람도 새벽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야간운동은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수면 1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더위에 약이 되는 운동을 하려면 본격적인 운동 전에 신체의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같은 양의 운동을 하더라도 고온 환경에서는 심장박동수와 체온이 많이 상승하여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신체의 적응을 위한 철저한 준비운동이 필수적이다. 준비운동은 낮은 강도에서 동적 체조나 스트레칭 등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준비운동을 하면 신체가 운동에 점차 익숙해져 혈액량이 증가하고 산소공급도 원활해진다.고온 다습한 환경에서의 운동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게 필요하다. 수분뿐만 아니라 염분도 충분히 섭취하여 고온에 의한 인체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운동 강도와 운동량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으나 하루에 5~8리터의 수분과 3~5그램의 염분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물은 온도가 4~5도일 때 위에서 섭취 효율이 높다. 포도당, 과당 등 단당류보다는 미네랄이 함유된 스포츠 이온음료가 흡수속도가 빠르다. 그러나 알코올이나 카페인이 든 음료는 이뇨작용으로 오히려 탈수를 부추기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곧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극한의 더위가 다가온다. 다이어트 등 운동의 효과를 높이겠다고 운동량을 늘리는 사람에게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습도가 높은 날은 운동량을 10~20% 더 줄이는 게 좋다. ‘30분 운동, 10분 휴식’ 등 개인의 건강과 체력에 맞게 운동과 휴식 시간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열로 인해 인체 기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4-04-28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례] 21세 된 남자 대학생이 초시에서 한 과목을 낮은 점수를 받아 재시를 치르게 됐다.재시를 잘 치러야 F 학점을 면할 수 있는데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고 “나는 또 실패할거야”라는 생각이 들어 재시 준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우리는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전체를 바라보지 않고 어떤 한 면에만 사로잡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또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것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그 생각이 시키는 대로 휩쓸려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 생각을 나와 동일시시켜 그 생각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앞의 사례를 살펴보면 그는 한 과목에서만 낮은 점수를 받았지, 사실 다른 과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전체성이 없는 일부의 정보만으로 자신은 실패자라는 판단의 오류를 범했다.또한 이 ‘실패자’라는 생각도 지금 이 순간 드는 생각일 뿐 사실도 아니고 그 자신도 아니다.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어떠한 생각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멸(生滅)하는 것이며 영원하지 않다.떠오르는 생각이 사실이거나 자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하나의 정신적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모든 생각은 단지 정신적 사건이고 생각들은 사실도 아니고 자기 자신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이전에는 자신의 생각을 사실이라 믿고 자신과 동일시했지만 생각이 사실이 아니며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탈동일시 할 수 있게 된다.순간순간에 경험하는 생각이 무엇이든 생각을 따라가려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단지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그저 바라보라.만약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그냥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어떤 생각이 우리에게 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생각을 그냥 지나가도록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탈 동일시를 자각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던 과거의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탈 자동화하게 된다.탈 자동화를 통해 자동적 반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수용하게 된다.모든 것은 지나간다. 낮이 왔다가 밤이 되고, 밤이 왔다가 다시 낮이 되는 것처럼 지나온 인생 역시 좋은 시절이 있으면 나쁜 시절도 있고, 나쁜 시절이 있으면 좋은 시절이 있었다.가슴이 벅차오르던 기쁜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결국에는 희미해지게 되어 있다.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그러한 마음은 일종의 착각과도 같은 것이다. 굳이 멀리서 볼 것 없이 자신의 지나온 삶을 한번 되돌아보면 된다.어떤 생각이 우리에게 왔을 때 한 발짝 물러나 그 생각을 바라볼 수 있다면,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선택할 수 있다.내 삶에서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의연하게 수용하고,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용기를 가지고 바꾸면 된다.지금 이 순간 자기 주체적으로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삶에서 바꿀 수 있는 정말로 필요한 일에 전념하면 된다.앞의 사례에서 살펴보면 이미 초시를 잘 치르지 못한 일은 바꿀 수 없다.초시를 잘 치르지 못한 상황은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지금 바꿀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일인 재시를 잘 준비하는데 전념하면 된다.초시를 잘못 본 상황을 작은 실패라고 본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실패할 일이 많다.실패는 우리가 더 잘 배우고, 더 잘 성장하고, 더 잘 성공할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사실 실패는 작은 성공이다. 작은 성공들을 저축해야 한다.자신의 실패를 또는 불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이란 없다. 때로는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이해가 잘 되지않는 일조차 실제로 벌어진다.그런데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또는 “그럴 수는 없다” 라는 생각 속에는 집착이 자리 잡고 있다.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고 누구든 부족함과 실수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운이 올 수도 있다.“그럴 수도 있다” 고 생각하면서 자신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수용해야 한다.“생각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은 우리가 가지는 생각의 모든 것을 사실이라 믿고 자기 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것이다.특히 부정적인 생각은 단지 그 순간의 생각일뿐, 사실이 아니고 나 자신도 아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2024-04-28

성난 총선 민심을 겸허히 수용해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선거의 광풍이 한 달 이상 몰아쳤다. 결과는 집권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이다. 집권 여당의 패배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버렸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3년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집권당은 선거의 처절한 패배의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사실 총선 전에도 정치 평론가들은 대체로 여당의 패배를 예상했었다. 강서 보선 이후 민심은 국정쇄신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대통령도 여당도 이를 적극 수용치 않았다. 대통령은 ‘국민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만 남겼지 실천은 따르지 않았다. 선거 패인은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의 부진한 업적, 소통 부재의 리더십, 선거 전략의 부재 등 복합적 총체적 실정 결과이다. 이번에는 집권 여당이나 용산 대통령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흠결 많은 야당 대표나 야당 탓만 해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시대는 저만큼 앞서가는데 대통령과 집권당은 구태를 탈피하지 못한데 근원이 있다.윤석열 정부는 0.73% 차이의 짜릿한 대선 승리에 도취하여 거부와 오만의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정치는 어디론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검찰 총장 출신 참신한(?) 대통령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반추하였다. 정권 초반의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사건에는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여소야대 정국 하에서 이태원 특별법이나 김건희 특별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인사 청문회 보고서 없는 장관의 무리한 인사 강행은 불만을 키웠다. 대선 시의 교육, 노동, 연금 3대 개혁 공약은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했다. 갑작스런 의사 2천명 증원발표는 의정 갈등만 초래했을 뿐이다. 정부의 부자 감세는 60조원의 세수 손실마저 초래하였다. 미일 편중의 외교는 남북관계를 교착시키고 안보 불안을 더욱 조성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누적된 실정이 총선에서 정권 심판에 가세하였다.여기에는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까지 한몫 하였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하 수직관계로 고착되어 버렸다. ‘윤심’에 의한 여당 대표의 잦은 교체는 당내 민주주의마저 소멸케 하였다. 집권 여당관계도 경직된 일방적 구조가 정착되어 버렸다. 더구나 개방화 시대의 대통령의 직접적 언론 기피 현상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으로 각인되었다. 집권 3년차인 올 초에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마저 없애고 특정 보수 언론과의 대담방식을 채택하였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시의 명분으로 삼았던 도어 스테핑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집권당의 방통위 구성과 언론사주의 교체는 권위주의시대 언론관으로 후퇴했다는 비판도 따랐다.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의 대통령의 20여 회의 전국 민심 투어는 ‘관권 선거’라는 비판마저 따라다녔다. 이처럼 대통령의 소통 부재의 리더십은 관행처럼 굳어졌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0% 중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해외의 연구기관마저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했지만 대통령 실이나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총선의 성난 민심의 역행 배경이다.집권 여당의 총선 전략은 선거패배를 자초하였다. 야당의 ‘정권 심판’에 대한 한동훈 비대 위원장의 ‘이·조 심판’은 언어적 유희일 뿐 여당의 정치 프레임은 될 수 없다.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만성화되어 대증적인 설득력을 잃어 버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격 등장은 선거 초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부족한 한동훈 일인 선거 사령탑은 갈수록 한계를 노출시켰다. 민주당의 3명의 선거 트로이카 체제에 비해 상대적 취약성을 빈번히 노출시켰다. 여의도 문법을 그렇게 질타하던 한동훈의 정치 어법은 저질 정치인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였다. 그의 야당 대표를 향한 ‘쓰레기 같은 말’등 저속한 언술은 그에 대한 실망만 키웠다. 더구나 대통령의 고착된 이미지 극복용 젊은 당 대표의 기용은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야한다는 당심과 민심에도 부응치 못한 결과이다.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총선의 민심을 말이 아닌 가슴으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의 총선을 통한 야당의 응징 프레임이 오히려 선거 패배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본 란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여러 번 제안한 바 있다. 이재명 당 대표도 기회 있을 때마다 회동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거부하였다. 대통령은 피의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검사식의 고정된 인식 틀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이다. 야당 대표와 조건 없이 만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망국적인 상호 부정과 갈등의 정치를 푸는 방식에 합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협치의 방식일 것이다. 차제에 대통령은 초연한 입장에서 진정어린 대국민 사과도 필요할 것이다. 야당도 지도부도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을 수용할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정과 상식’의 정치가 회복될 때 총선의 성난 민심은 수구려 들고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것이다.

2024-04-14

뉴스 접하기가 겁난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연합뉴스 2월 8일자 기사에 “마지노선 넘었다… ‘속수무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최근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됐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월 8일 보도했다. 1.5℃는 국제사회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약속한 마지노선이다. BBC는 EU(유럽연합) 기후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C3S)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전 세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050년까지 1.5℃ 이내로 유지하기로 195개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COP21)을 통해 목표로 정한바 있다.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서맨사 버지스 부소장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는 것만이 지구 온도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2월 2일자 SBS 기사에서는 “탄소 중립만으론 지구온난화 못 막는다… 바다의 역습”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대기 중의 온실효과로 발생하는 열의 90% 이상이 해양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즉 현재는 바다가 열을 흡수해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열을 저장하고 있던 바다가 다시 대기 중으로 열을 방출하는데 현재 기후변화 상황이 그러한 되돌릴 수 없는 터닝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배출 감소를 넘어 지구의 열을 종합적으로 낮출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2월 15일자 전기신문에는 “글로벌 태양광 성장세 무서운데… 한국만 뒷걸음질”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이 400GW를 돌파했으며 올해 사상 첫 500GW를 넘어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과 미국이 이끌어 나가는 태양광 설치량의 엄청난 글로벌 성장세에 비해 한국은 지난해보다 15% 감소해 2.5GW 안팎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설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것이다.2월 27일자 경향신문 기사에서는 “한국에 경고장 날린 ‘슈퍼 을’ 기업이 탈 원전 선언”이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이 2040년까지 자사와 고객업체를 포함한 기업의 모든 생산, 유통 과정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 했다는 것이다. 고객사도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내비추었다.3월 2일자 CBS 노컷뉴스에서는 “원전으로 만든 전기는 안된다? 기업들 전전긍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글로벌 기업, 친환경 목표 달성에 고객·납품사 동참 요구 원전 생산 전력 배제한 RE100 요구. 불응엔 불이익 우려 국내 100% 재생에너지 전력 10% 수준. 용어 혼재에 혼란도’ 이런 부제와 함께.2월 6일 전기신문(기자의 눈)에 “기업 생사 달린 RE100 실종된 산업부 업무계획”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원전 24 재생 17 무탄소 15 태양광 4 풍력 3 RE100 0’. ‘한국이 우리만의 기준(CFE)을 외치는 사이 중국은 재생에너지 세계 선두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쓰고 있다.2월 27일 경향신문 기사엔 “한동훈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후위기 관련 총선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로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탄소를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다고 했다.간단히 살펴본 근래 기사들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온통 걱정이 앞서고 EU, 미국, 중국 이제 더 나아가서 중동 산유국들조차도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 경쟁에 뛰어드는 형국인데 우리나라만 무대책이라는 것이다.지난 수 백 년 간 에너지 패권을 쥔 나라가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산업화 초기엔 석탄에너지 기반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과 유럽이, 그리고 석유에너지 기반 산업혁명을 주도한 미국이 오늘날까지 세계 질서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햇빛과 바람과 빗물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에너지’는 지구상의 어느 나라든지 에너지를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주어져 있고, 값없이 무한 재생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우리 국토를 지혜롭게 활용하면 에너지 자립이 충분히 가능하다.2022년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인데 그해 에너지 수입에 쓴 돈이 1천908억 달러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부족한데다가 수출에 목매다시피 하는데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할 것인가.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에너지자립이 힘들다”, “우리나라는 RE100이 힘들다”는 말을 아무나, 아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내 뱉는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일어선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우리나라는 안된다”는 의식이 팽배한 나라가 되었을까?대통령은 대통령경선 TV 토론에서 “RE100,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요?”라고 하더니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RE100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다. 정치인들로부터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 진취적인 말을 듣고 싶다. 뉴스에서 재생에너지를 선도해 가는 한국을 이야기하는 기사로 넘쳐나는 날을 보고 싶다.

2024-04-14

위성 정당, 우당(友黨), 제3 신당의 정치 지형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의 굳어져 버린 양극정치 하에서 제3당의 진출은 무척 어렵다. 22대 총선을 몇 달 앞둔 시점부터 위성정당과 제3 신당이 창당되었다. 이번 선거 전야에도 과거처럼 여러 개의 신당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왔다. 선거 후 소멸될 정당이 많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층 흡수를 위한 급조된 신당이 이번 선거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위성 정당을 제외한 제3당이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여야가 시간에 쫓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여 위성 정당을 재탄생시킨 결과이다. 한편 여야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새로운 3신당을 창당하였다. 이렇다보니 원래의 녹색정의당, 진보당 등 참된 의미의 제3세력의 정치 지형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를 한 달 앞 둔 시점에서 이들 위성정당이나 제3정당의 정치 지형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지난 총선 후 여야 모두 그렇게 비판했던 위성 정당이 또다시 출현하였다. 집권여당의 ‘국민의미래’, 민주당의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급조된 정당이 창당된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던 여당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먼저 창당하였다. 민주당은 준연동제 채택에 대한 비판 때문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연합정당을 창당하였다. 결국 위성 정당은 준연동제라는 괴상한 선거제가 야합한 사생아이다. 모두 여야 거대 모당의 일란성 쌍생아이다. 이는 지역 선거 결과와 연동하여 비례대표를 분배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마저 훼손시킨다. 위성 정당은 비례대표 의원만을 많이 확보하고 사라지는 일종의 ‘떴다 방’ 정당이다. 여야는 지역구선거 결과에 더하여 46석의 비례대표를 먼저 차지하고 나머지 의석을 적절히 갈라먹는 방식이다. 결국 위성정당은 고질적인 양극 정치, 혐오정치를 더욱 가열시킬 뿐이다. 이 낭비적인 위성 정당의 탄생은 거대 양당의 책임 회피의 산물이다.위성정당은 서구 민주정치의 정당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야당을 변질시켜 만든 친여적 ‘사쿠라 정당’과도 성격이 다르다. 북한 일당 독재 체제하에서는 우당(友黨)이라는 정당이 존재한다. 북한 당국은 천도교 청우당과 사회민주당이 조선 노동당의 친구 정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전자는 천도교라는 민족 종교 세력을 중심으로 후자는 사회 민주적 이념을 표방하는 정당으로 북한 노동당의 외곽 정당일 뿐이다. 이들 정당은 당규와 당 대표 등 정당의 형식은 갖추었으나 북한의 다당제를 외부에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 당국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노동당 독재로 미화시켜 사실상 일인 독재를 강화시켰다. 여기에 노동당의 들러리 외곽조직이 우당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노동당 일당 독재를 강화시키는 수단일 뿐이며 자유 민주국가의 다당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런 정황에서 송영길 대표가 옥중에서 ‘소나무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우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하였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고 조급한 발상이다.이번 총선 전야의 제3 신당 창당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대체로 당의 패권 경쟁에서 밀린 비주류와 공천 탈락자들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신당을 창당하였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먼저 창당하였지만 당의 정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혁신당은 여야를 넘나드는 김종인 공천관리 위원장을 영입하여 선거전에 임하나 그 당세는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낙연 전 당대표는 ‘새로운 미래’를 창당하고 민주당 탈당자의 영입을 기다리고 있지만 당세 확장은 여전히 주춤거린다. 이준석과 이낙연 신당이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중도파나 무당파의 지지를 획득하기는 여러 한계에 부딪쳐 있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이 예상과 달리 중도파와 민주당 좌파의 지지로 급부상하는 실정이다. 윤석열 정권의 심판과 검찰독재 청산이라는 당의 선명성을 내세운 결과이다. 선거 후 이들 역시 거대 양당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결론적으로 위성정당은 결코 거대 양당정치의 갈등 조절 수단이 될 수 없다. 이들은 민의를 왜곡시키는 사이비 정당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치 발전론적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존립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두 당 역시 정당 간의 친밀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는 들러리 정당에 불과하다. 더욱이 북한식 우당은 정당의 본질이나 민주적 헌법적 질서에도 어긋난다. 그에 비해 제3당은 거대 양당의 극한적 대립 구도에서 갈등의 조정이라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유한다. 양당의 거대 구도 하에서 중간층의 선택 공간을 넓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극한 대결정치에서는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전야에 탄생한 ‘개혁신당’이나 ‘조국혁신당’ 등은 그 역할을 담당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이들은 선거 후 합종연횡으로 거대 양당에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이번 총선 후에는 민간 차원의 제3 신당의 육성책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4-03-10

치매 예방과 관리를 위한 운동치료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치매(Dementia)는 지능, 언어, 학습 등의 인지기능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직업생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대표적인 신경정신계 질환이기도 하다. 치매는 노인 10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며, 환자 본인의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가족의 부담, 국가의 부담 등 직간접적으로 미래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 관리하여 치매의 발병을 1년 정도 늦출 경우 44년 후에는 920만 명의 치매환자를 줄일 수 있어 조기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약물치료가 치매의 주된 치료지만, 최근 연구들에서 인지 재활, 행동 심리치료, 운동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 후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계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운동은 뇌에서 수의적 움직임으로 뇌의 신경으로부터 말단 운동기까지 신호전달이 이루어져 인지기능을 높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방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American Academy of Neurology에서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도 운동이 가장 효과적으로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운동의 종류 가운데 특히나 유산소운동은 신경세포의 성장과 분화 등에 관여하는 신경 호르몬을 증가시켜 뇌의 가소성을 증가시키고 신경노화에 관여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물질을 감소시키며, 해부학적으로는 기억력과 연관된 해마의 퇴행을 예방하고 용적을 증가시킨다. 유산소운동과 인지기능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는 다양한 연구들에서 입증되고 있다. 유산소운동은 치매 환자나 인지기능 감퇴가 없는 노인 모두에서 인지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다양한 종류의 단독 혹은 복합운동도 인지기능 개선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하루 15분에서 60분가량, 주 3~5회, 12주간 걷기나 자전거 타기, 공차기 게임 등의 운동을 시행한 경우 집중력, 기억력, 의사소통 능력, 집행 기능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나아졌다. 유산소운동 단독 혹은 관절 가동범위 운동, 하지의 근력 강화 운동이나 유연성 운동 등의 복합운동도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걷기와 유산소운동, 가벼운 근력운동 등의 복합운동을 하루 50분, 주 3회 이상, 24주간의 프로그램을 시행한 연구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18개월 뒤 인지기능이 현저히 좋아졌다.저항운동 혹은 근력강화운동이 인지기능의 개선에 미치는 효과는 유산소운동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노인에서 6개월간 중등도 또는 고강도 저항운동을 시행한 연구에서는 운동 후 단기 및 장기 기억력, 언어 추론 능력이 향상됐다. 고강도 저항운동과 미니 스쿼트, 미니 런지 등의 근력강화운동을 포함한 저항운동을 시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12개월 후 인지기능을 평가하였을 때 선택적 주의집중 및 집행 기능이 좋아졌다. 한편 여러 연구의 결과들을 통합하는 메타분석에서는 유산소운동을 단독으로 시행한 경우보다 유산소운동, 저항운동, 유연성운동을 포함한 복합운동을 했을 때 더 큰 인지기능의 향상이 나타났다.이같이 정상인, 치매 위험군, 경도인지장애, 치매 환자 모두에서 유산소운동 단독으로 혹은 저항운동을 포함한 복합운동을 시행했을 때 인지기능의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치매 환자의 운동 처방에 있어 유산소운동은 가급적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안전한 운동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운동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 낙상 예방 교육, 균형 운동 등의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치매 환자를 위한 명확하게 정해진 운동지침은 없다. 다만 10년간의 추적 조사에서 하루에 60분 이상 활동량이 감소한 남자 노인의 경우 활동량을 유지한 노인에 비해 인지기능의 저하가 1.8~3.5배 빠르게 진행하며 활동량이 증가할수록 인지기능의 저하가 적게 나타났다. 운동량과 치매 위험이 역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의 결과가 있지만, 저강도에서 중등도의 운동은 인지기능의 감퇴를 35%, 고강도 운동은 38% 감소시켜 그 효과가 유사하다. 그러므로 치매 환자에게 무리한 고강도 운동보다는 실질적으로 시행 가능한 중등도의 운동이 권장된다.유산소운동의 경우 한번에 적어도 20~3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권장된다. 저항운동의 경우 주 1회, 혹은 주 2회 시행하는 경우 모두 비슷한 정도의 인지기능의 호전이 나타났다. 그런데 주 1회 시행하는 경우 근골격 손상이 현저히 많이 보고되고 있어 저항운동은 주 2회 정도 실시하고 스트레칭 등의 유연성 운동을 저항운동 전에 실시하는 것이 추천된다.치매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많은 것이 알츠하이머병이고 뇌혈관질환, 퇴행성질환 순이다. 이 질환은 운동이 부족하고 약한 데서 비롯된다. 결국 치매의 예방과 관리는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만이 답이다.

2024-03-10

이강인 사태로 보는 교훈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축구스타 이강인 선수(파리 셍제르맹)의 문제로 시끄럽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임 요구까지로 불똥이 튀고 있다.아시안컵 축구대회 기간 중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주장 선수에게 대들고 선배 선수들에게 하극상을 보인 이 선수의 태도를 놓고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이 불고 있다.2001년생 20대 초반의 이강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쇄도하고 여러 계약이 끊겼고 팬들의 사랑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이강인 선수는 “한국축구의 미래”로 여겨졌다. 해외 클럽에서 성장하여 공격적이고 빠른 해외 축구를 배웠기에 그가 아시안컵 예선 기간 중 보여준 결정적 골과 활약으로 팬들은 열광했다.그러나 그런 열광이 한순간의 거품으로 사라졌다.그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한 치킨회사가 이제 이 선수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이 회사는 이강인을 모델로 발탁하며 ‘이강인 치킨’으로도 알려지면서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이강인의 광고 영상을 내렸다.이강인을 모델로 기용한 K 통신회사 등도 프로모션 포스터를 내렸고 축구를 단독 중계하는 방송들도 이강인 출전을 내세우면서 마케팅을 하다가 그의 사진을 중계방송 공지에서 내렸다.이런 가운데, 이강인이 영국 런던으로 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SNS에 게재했다.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인 손흥민도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이강인을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어깨동무를 한 채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했다.이를 두고 두 파로 갈려 용서와 질타가 또 이어지고 있다.“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어디서든 행복 축구하시길”, “반성하고 사과했다니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어달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선수인 만큼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길 바란다” 등 좋은 댓글도 달렸지만, “개인 간 사과, 용서와 별개로 팀에 분란을 일으킨 팀원에 대해선 규정대로 징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이런 와중에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강인의 부모님, 그리고 뻔히 알면서 방향과 길을 알리려 애쓰지 않은 저 역시 회초리를 맞아 마땅하다”며 한국 축구계를 향한 조언을 남겼다.차 전 감독은 한 축구 행사에서 “축구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주변을 돌볼 줄 아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야기해왔다”며 아시안컵 기간 불거진 축구대표팀 내 갈등 사건을 언급했다.그는 “아시안컵을 마친 뒤 스물세 살의 이강인이 세상의 뭇매를 맞고 있다”며 “스페인이나 프랑스에서는 대수롭지 않던 일이 한국 팬을 이렇게까지 화나게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동양적 인간관계야말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무기이자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이런 예절이 박지성과 자신이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비결이라고 언급했다.그러면서 “설사 아이들이 소중함을 모르고 버리려고 해도, 아이들이 존경받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어른들이 다시 주워서 손에 꼭 쥐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차 전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상을 받은 선수들의 학부모를 향해 “이 자리에 계시는 부모님들은 어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품위 있고 진정한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할지 우선 생각해야 한다. 꼭 부탁드린다”고 하였다.정말 이강인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보여준다.그 하나는 한국과 외국의 문화의 차이이다. 해외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해외의 문화에 익숙해서 이런 사태를 가져 왔을 것으로 본다. 선후배 관계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해외 문화로 그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교수들이 해외에 연구년을 갔다가 자녀를 해외에서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도 이와 유사한 문제에 부딪힌다. 미국과 같은 나라에는 존댓말 자체가 없어서 어른이나 아이나 평등하다는 개념을 갖고 있기도 한다.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교육을 잘 받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부모와 선배에게 예의있게 대한다는 사실이다. 문화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문제로 귀결된다.그래서 여기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차범근 전 감독의 말처럼 부모가 한국적 예의를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중 이렇게 한국적 예의를 잘 가르치는 부모도 많다. 그건 아름다운 전통이기도 하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적 예의는 해외에서도 아름답게 보고 있고 그것이 한국을 끌어가는 힘일 수도 있다.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