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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국절과 광복절은 엄연히 구분해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또 다시 건국절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잠시 거론 되었던 건국절 논쟁이 광복절을 계기로 재연된 것이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평가와 맞물려 뉴 라이트 등 일부 보수 측에서는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날이며 오늘의 광복절이다. 뉴 라이트 계열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 기념일인 1948년 8일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을 해왔다.이에 진보측뿐만 아니라 일부 역사학계에서도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선포되고 상해 임정을 수립한 1919년 4월 11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상해 임정 창설 기념일을 건국절로 해야 한다고 광복회 등 독립운동의 후손들도 일찍부터 주장해 왔다. 전자인 현행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자는 주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상해 임정 수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첫째, 1919년 상해에서 출범해 중경까지 이동한 26년의 임정의 독립운동의 역사는 존중받아야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은 여러 정치적 이유로 임정 요인들을 홀대했다. 해방공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김구, 여운형 등 임정의 핵심요인들마저 대접은커녕 암살되고 말았다.뉴 라이트 계열에서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한다면 우리의 임정의 항일 독립운동사는 그 역사적 의의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1910년의 일본의 강제 병합과 일본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1910년 8월 29일 일제의 강제 병합으로 1919년 상해 임정수립까지 9년간 일시적으로 정부는 없었지만 빼앗긴 나라지만 나라는 엄연히 존재했다. 1948년 건국주장은 항일 독립운동의 26년의 역사마저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역사를 부정하는 처사이다. 항일 독립운동의 법통 성을 계승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임정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성이 높다.둘째, 당시 대한민국 임정의 활동은 어느 망명 정부보다 역할이 두드려져 임정 창립을 건국절로 기릴 가치가 충분히 있다. 상해 임정은 출범 시부터 대한 제국의 왕정을 폐지하고 국민주권의 민주 공화제를 건국 강령으로 채택하였다. 임시 정부는 1919년 9월 한성 임시정부, 연해주 임시정부까지 국내외의 임시 정부를 통합해 독립운동의 구심체 역할에 충실했다. 당시 상해 임시 정부는 교통 국과 지방행정기관인 연통제를 통해 본국과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중경 임정은 외무, 내무 국방, 재무, 법무 등 현대적 각료조직 완비해 실질적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임시 정부는 외교적으로도 중국 장개석 정부뿐 아니라 프랑스까지 유일한 독립 정부임을 인정받았다. 당시 상해 임정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폭로하기 위해 파리 장서의 사절단까지 파견하고 중경 임시 정부는 광복군까지 창설하였다. 이러한 임정의 빛나는 활동과 역할에 비출 때 임정 설립 기념일을 건국절로 규정하는 타당한 일이다.셋째,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상해 임정 기념일을 건국절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민족적 정통성을 확고히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현행 4월 11일 임정 수립 국가 기념일을 건국절로 승격할 경우 분단시대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해방 후 남북은 내부의 갈등과 미소의 영향 하에 단일 정부를 수립하지 못했다. 김일성은 항일 독립운동을 겉으로 내세워 북한 정권 수립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동북 항일 연군에 가담하여 활동하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소련으로 피신하여 소련 군대에 가담해 해방을 맞이했다. 그가 자랑하는 항일 빨찌산 활동과 소련 군대 가담 활동은 그의 주체사상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1919년 헌법격인 대한민국 임시 헌장을 선포한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을 건국절로 지정함은 북한 정권 수립과 법통성을 차단할 수 있는 기제로 활용할 수 있다.결론적으로 일부 보수진영과 뉴 라이트계열이 주장하는 8·15 건국절 주장은 항일 독립 운동사의 정신과 대의에도 어긋난다. 이는 일제 치하의 수많은 독립지사들의 피로 얼룩진 항일 독립 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폄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이종찬 광복회장의 주장처럼 이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행 8·15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실질적으로 해방된 날로 국경일로 그대로 지킬 필요가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1948년 8월 15일 취임기념사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 선포하여 대한민국의 건국 원년을 1919년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또한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9월 1일 공포한 대한민국 관보 1호에도 ‘대한민국 3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8·15를 건국절로 제정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모시자는 주장은 이승만 대통령의 뜻에도 반하는 처사이다. 현행 광복절은 그대로 두고 건국 절 설정문제는 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다.

2023-08-20

기후재난과 극복을 위한 실천방안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탄소중립, 넷 제로, RE100’ 같은 단어들이 이제 일상의 문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이 심각한 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7월은 온도계가 도입된 후 가장 더웠다고 한다. 평소 장마철에 300㎜ 정도 오던 비가 1천㎜ 이상 쏟아져 경북에서만 25명의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걸 온 국민이 절감하고 있는 여름이다.지구상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공기로 증발하거나 식물·토지·해양에 저장됨으로써 수많은 세월 동안 균형을 이뤄왔다. 그런데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 저장되어 있던 화석연료를 인위적으로 캐내어 사용함으로써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현재는 산업혁명 전에 비해 석탄, 석유, 가스등 화석연료로부터 매년 510억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국제사회는 뒤늦게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를 깨달았다. 2015년이 돼서야 UN은 파리기후협약(197개국 참여)을 통해 국가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1년까지 제출받았다.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2030년(2017년 기준)까지 43% 정도의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 기준 40%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매년 발생되는 510억 톤의 탄소배출을 제로(0)로 하자는 것이 목표다.최근 IPCC(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기반 경제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력) 기반 경제로 바꾸자는 ‘에너지 대전환’ 선언을 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유지하다가는 기온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높아져 2100년쯤에는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인류가 기후연대 협정을 맺던지 집단적 자살협약을 하던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라고 부르짖었다.에너지 대전환을 하려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편리하고 익숙한 생활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 위해서는 대단한 실천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월드 그린뉴딜’ 제안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제 인류도 ‘멸종할 수 있는 생물종’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은 인류가 ‘공동의 유대감’을 갖도록 만들었다”라고 했다. 필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대전환에 대해 비용을 운운하며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든지 또는 마치 안 해도 될 일을 강요당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 문제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한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에서 멈추라’는 선언이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전문가들은 온도 상승이 ‘2도’를 돌파하면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궁극적으로 물질 중심의 문명 체계를 바꾸는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인류의 생존 문제가 걸린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서 30% 에너지 절감을 실천해야 한다. 이회성 IPCC의장에 따르면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의 40~70%는 절감 가능하다는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 절감을 ‘The First Fuel(첫 번째 발전소)’이라고까지 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에너지 절감은 1㎾ 절감에 27원의 비용이 드는 가장 싸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발전이다. 공장이든, 빌딩이든, ATP든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면 작게는 몇 십 ㎾, 크게는 몇 백 ㎾ 청정 발전소 하나를 갖는 것과 같다. 에너지 절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절감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ESCO(성과배분방식)와 같은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둘째, 모든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30% 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작게는 몇 100㎾에서 많게는 수천㎾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 공장과 아파트, 상가, 주택의 지붕·옥상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셋째,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햇빛이 가장 풍부한 전답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대도시나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인이나 기업을 비롯해 전 국민들이 기후위기에 무감각한 상태다. 탄소중립이 뭔지, RE100이 뭔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마치 미지근한 솥에 들어앉은 개구리와 같은 모습이다. 솥은 이미 끓고 있는데 생명이 위험한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에너지에 대한 국민 의식의 대전환 없이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후 재앙을 우리 눈으로 명백하게 보는 순간, 기후환경에 대한 통제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는 섬뜩한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2023-08-13

끝이 안 보이는 정치적 시니어 비하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필자는 ‘노인’이란 단어를 개인적으로 쓰지 않는다. 노인이라는 단어을 공공연하게 쓰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 일 것이다. 영어에서는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이라고 하여 경험을 강조하지 늙은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할인을 하는 경우 시니어 디스카운트(Senior Discount)란 단어를 사용한다.민주당의 정치적 시니어 비하는 끝이 안 보인다. 시니어에서 표를 많이 얻지 못하니까 아예 시니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거나 차등화된 표를 주자고 주장한다.어떤 정치인이 시니어에게는 투표권을 제한해야 한다. 삶이 많이 남은 젊은이에게는 투표권을 더 할당하고 남은 삶에 비례하여 투표권을 비례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그러니 또 다른 정치인이 맞장구를 치며 시니어는 곧 사라질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 중고교생들은 살날이 많으니 한 100표의 권리는 주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참 정신나간 정치인들이다. 표를 얻으려니 모두들 제정신들이 아닌듯하다. 이들의 막말과 비하는 처음이 아니다과거 대통령 후보는 ‘60대 이상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 쉬셔도 되고….’라는 발언을 비롯해 ‘50대가 되면 멍청해진다. 60대엔 책임 있는 자리는 맡지 말아야’한다는 말도 했다. 심지어 ‘서울 노친네들 투표 못하게 여행 예약해드렸다’는 네티즌의 트윗에 ‘진짜 효자!!’라고 댓글을 단 분이 교수를 하고 장관을 했다는 분이다.사실상 이들의 시니어 폄하 발언은 표를 얻기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성 질병의 수준이다. 이들의 발언은 시니어 폄하가 아니라 시니어 혐오의 수준이다. 자기들에게 표를 많이 안준다고 하여 시니어들을 혐오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투표권을 남은 생명과 비례하여 주자고 주장한 그 분은 대학교수까지 했던 분이라고 하는데 정말 수학적 사고가 그 정도인가 묻고 싶다. 그 분 주장대로라면 갓 태어난 1세가 남은 생명이 가장 길기 때문에 가장 많은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 선거제도가 가령 18세 이하에 투표권을 안주는 것은 사고의 성숙도를 고려하는 것이다.사고의 성숙도는 18세가 넘어 시작되어 계속 경험과 성숙도가 쌓이면서 늘어간다. 사고의 정점의 나이가 몇인가 하는 가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많은 시니어들은 사고의 성숙이 계속 늘어간다고 믿고 있다.맞장구를 친 의원은 “김 위원장 말이 맞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섬뜩한 글을 남겼다. 연령과 세대를 선거 득실과 표로 계산하고 재단하는 음습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표를 주지 않는 유권자를 미워하고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반민주적 공상을 하는 당이 ‘민주’라는 당명을 붙이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이다.인간은 누구나 늙어간다. 선택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다. 고령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성숙한 사고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니어들에 대한 반감과 저주를 퍼붓는, 조폭적 행패를 즉시 멈추어야 한다. 미래는 청년과 시니어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결정되는 것이다. 합리 운운하면서 시니어 차등 투표까지 토론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당사자는 발언의 맥락을 오해했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오해가 된 것이 아니고 표를 의식한 막말이 확실히 느껴진다. ‘청년’과 ‘미래’라는 명분으로 시니어들을 핍박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절대 아니다.시니어들은 지금의 청년이 존재하도록 사회를 발전시킨 장본인들이다.시니어의 개념도 이제 자꾸 달라지고 있다. 100세 시대에는 기존의 청년, 중년, 시니어의 개념도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환갑잔치도 사라지고 칠순 잔치도 안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그들은 장년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나이에 대해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은 판단이 흐려진다는 주장이다. 경험을 해보니까 판단은 더 명확해지고 오랜 경험에서 무리한 결정보다는 더 합리적인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 느껴진다. 치매 등에 의한 사고의 노쇠가 있지만 그건 본인이 확실히 알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대학에는 교수의 강제 은퇴가 없다. 스스로 판단하여 80이 넘어서 강단에 서는 교수도 많다. 특히 초일류 대학인 하버드, 스탠퍼드 등에는 이런 교수들이 많다.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이로 세대를 구분할 필요도 없고 차별화할 필요도 없다. 같은 사고를 하고 같은 감정을 가진 것이 시니어 세대이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너 늙어보았니? 나 젊어 보았다”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이 들어 보지 않은 청년들은 시니어를 충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그러나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추측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혐오하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자신들의 이익 계산에 의한 시니어 혐오는 즉시 멈추어야 한다.

2023-08-13

포항시민에게 환경경제를 고함

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빅토르 위고(1802~1885)가 소설 ‘레미제라블’을 쓴 때가 1862년이다. 소설 속에 주인공 장발장이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적어도 1862년에 프랑스 파리 지하에는 사람이 서서 걸어 다닐 정도의 큰 하수도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1832년 파리에 콜레라가 유행하여 1833년부터 40년에 걸쳐 하수도 건설에 착수했다고 한다. 하수도라는 환경시설이 파리시민들을 콜레라로부터 구한 것이다.지난해 추석 무렵에 포항 오천의 냉천을 덮쳤던 태풍 힌남노로 인해 9명의 생명을 잃었고, 포스코의 수해손실이 조단위였다는 소문이 있었다. 또 얼마 전 충청권, 경북북부권 집중호우로 인해 경북 예천에서만도 22명이 사망하였다. 금강 미호천교의 둑이 터져, 오송궁평지하차도가 침수되었고 14명의 목숨을 잃었다.지하차도에는 집중호우를 대비해서 펌프가 설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펌프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든지, 펌프가 작동되지 않았든지, 아니면 설령 펌프가 작동했더라도 강물의 범람으로 펌프용량의 한계를 넘었을 수도 있다. 단순한 홍수조절장비, 대용량 펌프이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환경시설은 국민들의 안전,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이제는 환경시설, 환경산업 또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산화탄소 제로,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경제와 환경산업은 인류의 생존과 우리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환경산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하폐수 시설이다. 생활하수, 공장폐수도 몇 단계의 하폐수 정화시설을 거치면 2급수 정도의 맑은 물을 만들 수 있다.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 아주 중요한 물환경산업이다.그리고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환경시설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주요한 굴뚝에는 센서가 달려있다. 실시간으로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물질을 체크하고 있고, 기준치를 넘게 되면 해당기업에 과태료 등 페널티를 매기게 된다.또 생활쓰레기, 건축물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을 태우는 소각로와 그에 붙어 있는 발전기, 스팀발생기와 같은 에너지시설이 있다. 그래서 쓰레기가 곧 에너지라는 말도 생겼다.가습기살균제 같은 화학물질독성을 관리하는 산업, 아파트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신소재사업, 학교교실의 석면제거 산업, 주유소에서 나오는 고약한 화학냄새나는 VOC가스 재흡수장치사업, 대기오염,수질오염 측정기 제조산업, 쓸러지를 재탄소화하는 에너지산업 등 환경과 관련하여서는 새로운 산업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기업과 공장에서 자동차, 가전제품, 생활편익상품을 생산하면 국민들이 이를 소비하여, 순환경제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환경순환경제가 대세가 되어 이 세상의 모든 제품들이 ‘친환경이냐, 이산화탄소를 적게 발생시키느냐’라는 아젠다가 경제와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다. 환경을 이슈로 하는 경제가 국민경제의 대부분이 될 것이다.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류의 파멸을 막고,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기후변화 상황에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길은 현재의 모든 경제시스템을 지구환경을 지키는 방향으로 환경산업시스템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길임을 이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거의 200년을 콜레라로부터 예방해준 파리의 하수도처럼 포항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대기·수질 환경시스템,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로부터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물관리시스템, 우리나라 국민경제에서 탄소국경세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탄소중립경제, 2026년 이후, 포스코 철강제품의 유럽수출을 위한 수소환원제철소 등 이 모든 생산활동이 환경경제산업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므로 포항시민들의 환경경제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포스코가 친환경 철강재를 생산하여 탄소국경세에 대한 걱정 없이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을 리드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현 시점에서 실기를 하면 다른 국가에 의해 추월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포항이 이차전지특구로 지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포항시내 길거리마다 축하현수막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차전지, 수소연료전지도 환경산업의 일환이지만 포항을 근대화로 일어서게 한 철강산업의 주역,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에 대해서는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지역 위정자들의 탄소중립, 환경경제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쉽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포항의 경제산업을 위해서, 탄소중립경제를 위해서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은 리튬2차전지 만큼이나 중요하다. 포스코의 철강산업이 일몰(sunset)산업이 아니라면 탄소제로와 환경경제를 이차전지산업과 동일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또 어떤 환경단체는 대안도 없이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에 대해 부정적이다는 소식이 들리기에 NGO로서 탄소제로사회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환경경제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깊은 관심이 우리를 탄소중립사회에서 존재케 할 것이다.

2023-08-06

겨우 인간

이원만 시인 우리는 민주시민을 넘어 이제 ‘생태시민’이 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롱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도 사람만의 민주주의가 아닌 지구상의 비인간 생명은 물론이고 무기물까지도 함께 민주주의를 누려야 한다는 ‘생태민주주의’를 이야기 한다.숲을 개발하는 곳에서 나무들의 편이 되어 톱날 앞에 몸을 던져 막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멸종동물들을 보호하고 강과 숲에게 법적인 권리를 누리게 하는 입법 활동도 생겨나고 있다. 전 지구적 생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구헌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짝짝짝. 다 좋다. 찬성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태시민이 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매일 다른 생명을 먹으면서 우리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데 가능할까?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런 물음에 답을 구하지 못하면 갑자기 밥이 소화가 되질 않을 수도 있다. “인간도 동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하면 “만물의 영장이라더니 왜 이런 문제 앞에선 동물이래?” 소와 돼지와 닭들이 반격을 할 것 같다.“동물들을 좋은 조건에서 제 본성대로 살게 하고 도축할 때는 고통을 최소화하면 되지 않을까?”고 하면 “민주주의 하자며? 왜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날 먹으려고 그래?” 음메에 꿀꿀 꼬꼬댁 난리를 칠 것 같다. “뭐야? 우리가 잘 키워서 먹겠다는데 그게 자연의 순리 아닌가?” 사람들도 불만 아니겠는가? 어렵다. 생태민주주의도 생태시민도 참 어렵다.죽어서 쓰레기매립장에 버려지는 고래는 관심을 가지고 바다에 데려가서 원래 고래의 죽음과정인 ‘고래낙하’를 하게 해줘야한다는 둥 관심을 가지지만 개와 고양이의 집사노릇은 자처하지만 개를 돌보면서도 삼겹살을 굽고 치맥을 즐긴다. 그러면 하지 말아야 하나? 유엔에서는 공식적으로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지구열대화’를 선언하고 지구에서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시급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한고 목소리를 높인다.식물들은 물론이고 동물과 해양생물들이 난민처럼 자신들의 서식처를 떠나 피난하고 있다고 한다. 난민은 인간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 많던 경북의 사과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동해바다의 수온변화에 어종도 달라지고 있다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오지 않아 굶어 죽는 바다표범들의 모습은 멀지 않은 미래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해서 무서운 느낌마저 준다. 이 혼란을 만든 건 우리 인간이다. 뭐라도 할 수 있는 건해야 하는데 생태시민도 생태민주주의도 어렵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난감하다.그래서 겨우 생각한 것이 ‘겨우 인간’이다. 우리의 잘못과 우리가 못났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우리 심보부터 바꿔보자는 거다. 태생적으로 우리는 훌륭한 인간일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생명을 죽여서 이어갈 수밖에 없는 목숨이라면 최소한 ‘감사하게 먹고 밥값을 하며 살자’는 것이다. ‘생명을 먹어요’라는 책에서 이치다 미치코의 말은 그래서 곱씹어 볼만하다.우리는 우리가 빼앗는 생명의 의미도 생각하지 않고 날마다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는 우리가 먹는 생명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입니다. 감사하는 마음 없이 먹는 것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생명을 먹어요-만만한책방/2022용서할 수 없다, 말도 안 된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일본인치고는 참 단호하지 않은가? 내게 이 말은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차려야 ‘겨우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동이족은 예로부터 다른 생명을 죽여서 내 목숨을 잇는 태생적인 조건을 슬퍼할 줄 아는 민족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겸손했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잘 했다고 한다. 콩을 심어도 세알을 심어서 땅속의 벌레도 먹고 새도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인간이 먹으면 된다고 농사를 지은 민족이다.야외에서 밥을 먹으면 ‘고씨네’ 하면서 밥을 새나 벌레들에게 먼저 ‘대접’하고 먹었다. 사람이 먹고 남은 걸주는 게 아니라 먹기 전에 먼저 주는 것이니 ‘대접’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생태시민의 마음가짐 아닐까? 상추를 씻다가 그만 상추 한 잎이 떠내려가자 산 아래까지 따라가 상추 한 잎을 건져왔다는 스님들의 식사법인 발우공양은 지구최고의 식사법이지 않은가.이런 우리 전통을 보면 지금의 생태사상을 뛰어넘는 사상들이 이미 생활화되어 내려왔다. 동학사상을 보면 여자고 어린이고 임금이고 백성이고 동물이고 식물이고 바위 같은 것들도 다 똑같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고 했다. 이런 사상을 내면화 할 수 있다면 생태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우리는 ‘겨우 인간’으로 지구의 공동생활자로 계속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겨우 인간’ 아니 ‘겨우 겨우 겨우 인간’이다. 그렇지 않은가?

2023-08-06

한여름 밤의 불청객, 열대야 불면증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주로 일 평균 기온이 25도 이상이면서 일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에 나타난다.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던 역대급 올해 장마가 지난 26일 끝나자마자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으로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우리나라의 열대야는 7월 말에서 8월 초가 절정이다. 최근 들어 열대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기간 또한 점점 길어지는 추세이다.열대야는 우리에게 밤에는 잠들기 어렵게 하는 공포의 밤이 되게 하고 낮에는 짜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의욕상실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불면증이 지속하면 불안증,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사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는 인사가 정말 실감나는 요즘이다.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는 왜 우리를 잠들기 어렵게 할까. 왜 기온이 올라가면 잠이 들기 어려울까. 우리 몸이 잠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한다. 침실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밑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 속도를 높이려 한다. 그 결과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돼 잠들기 힘들어진다.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돼 체온이 떨어짐에 따라 밤이 왔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분비되는데, 열대야 현상은 한밤중에도 한낮과 비슷한 25도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뇌의 시상하부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을 하지 못해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아 불면증이 생기게 된다.열대야 수면의 특징은 서파수면이 줄게 돼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며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꿈을 꾸는 수면(REM수면)도 줄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상쾌하지 못하고 피곤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어떻게 하면 열대야로 인한 공포의 밤을 평안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은 침실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다. 손쉬운 방법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냉방기를 활용해 침실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다. 쾌적한 수면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20도이고, 습도는 50%이다.그러나 잠들기 전 에어컨 온도는 자신의 적정 수면 온도보다 약간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 보통 에어컨은 잠을 자는 곳보다 높게 설치돼 있다. 대류 현상으로 상층 온도는 하층 온도보다 높아 센서가 감지하는 온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보통 에어컨 희망온도를 24도 전후로 맞추면 평균 피부 온도는 입면시 쾌적함을 느끼는 영역(피부 온도 34.5∼35.5도)에 도달한다. 그러나 수면시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24도로 계속 유지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온도와 ‘유지’하는 온도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이를 감안하지 않고 에어컨을 24도로 유지하면 주변 기온이 떨어지면서 체온도 함께 떨어지고 추위를 느껴 오히려 숙면의 유지를 방해한다. 잠이 든 1시간 이후에는 희망온도를 26도로 하는 것이 수면 유지에 좋다. 요즈음 에어컨에는 ‘열대야 모드’도 있다.에어컨을 수면 중 계속 가동해서는 안 된다. ‘예약 꺼짐’, ‘취침 운전’ 기능을 활용해 일정 시간(2∼3시간) 후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나친 에어컨 사용은 냉방병에 시달리게 하거나 노약자나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선풍기를 사용한다면 작동시 회전 모드로 설정하고 바람은 아래로 향하게 하고 일정 시간(2∼3시간) 후 꺼지도록 예약 설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은 급성 호흡곤란까지 겪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에어컨과 선풍기 사용 없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잠들기 1~2시간 전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내려갈 뿐만 아니라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그러나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면서 피부 혈관이 수축해 오히려 체온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온도, 습도 등 수면환경만 개선해도 해결될 수 있다.또 잠자기 3∼4시간 전에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을 해서 몸 안의 심부 체온이 올라가게 되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내려간다. 높은 심부 체온은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 여름밤 잠 못 이루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야식의 유혹, 술의 유혹 그리고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 라이트가 나오는 스마트폰은 열대야 불면증의 적이다.열대야 불면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불면증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여름이 더운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더우면 잠들기 힘든 것은 인체의 이치이다. 불면증에 집착하면 불면증 환자이고, 집착하지 않으면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이다. 열대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2023-07-30

한국, 에너지전환 선도국 될 수 있다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석기시대가 돌이 없어서 끝난 게 아니다. 차원이 다른 청동기라는 신기술이 등장하자 경쟁에 밀려 주류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가 고갈됐기 때문이 아니다. ‘계속 화석연료를 썼다가는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인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UN 주도로 1992년에 열린 ‘리우회의’와 1995년 열린 ‘당사국총회’ 이후부터 전 세계는 본격적으로 에너지전환에 돌입했다. 인류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를 매년 510억t씩 줄이고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멈추게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2020년 기준 92.8%로 세계 1위다. 에너지 소비량은 10위인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다. 에너지 중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은 8.6%다. 덴마크와 오스트리아는 80%대이고, 미국과 일본은 20% 이상, 중국은 30% 정도다. OECD 국가 평균이 31.3%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1995년 1%이던 독일은 50%를 넘본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상황이 최악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가 에너지전환이 어려운 것은 첫째 국토가 좁아서, 둘째 날씨 때문에, 셋째 너무 비싸서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빠른 시간안에 에너지전환에 실패해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국내 기업들은 RE100이 가능한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겨야 하며, 이미 이러한 현상은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업생태계는 붕괴되고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에너지전환을 늦출 경우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 신화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불가론은 사실이 아니다. 먼저 한국은 태양광, 풍력 발전을 하기에 국토가 좁지 않다. 우리나라가 2050년 재생에너지 75% 이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00GWh 정도의 발전시설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에는 국토의 3.5% 즉, 3천500㎢, 서울시 면적의 6배 정도의 토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우리나라 농지가 국토의 15% 정도이니 농지의 24% 미만을 활용한다면 된다.한국 날씨가 재생에너지 생산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엉터리다. 재생에너지 천국인 독일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독일에 비해 훨씬 낮은 위도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일조량이 1천459 시간으로 1천56 시간인 독일에 비해 38%나 더 많다.그리고 재생에너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데, 지금은 태양광 설치비용이 원자력발전소 건설비보다 더 싸졌기 때문에 이 말도 맞지 않다. 태양광 기술은 반도체처럼 일정한 기간을 주기로 해서 ‘가격은 반으로, 효율은 배’로 진화한다. 태양광은 한번 설치하면 25~30년간 햇빛과 바람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탈탄소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고, 기후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92.8%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 자립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모든 국민이 협력하면 에너지전환시대에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산업단지 인근 농지에 ‘신재생에너지 연계 스마트팜 융복합단지’ 조성이 활성화되고 있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서는 21만여평의 부지에 50MWh 용량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연계해 75MWh급 스마트팜 단지가 한창 조성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폐열을 스마트팜에서 이산화탄소는 작물 육성용 원료로, 폐열은 팜 냉난방용으로 활용한다. LNG를 연료로 하는 수소연료발전소의 부산물인 탄소를 팜에서 소진시켜 그린수소화 함으로써 막대한 재생에너지 생산(1천500MWh)과 스마트팜에서 첨단 작물 재배를 통해 고소득 창출을 꾀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주변의 홍성일반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RE100용으로 공급된다. 스마트팜에서는 첨단 바이오 작물을 재배해 수출함으로써 전통적인 쌀 재배에 비해 800배 이상의 소득을 창출한다. 수소발전소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는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한다.이러한 메커니즘의 스마트팜단지가 현재 전국에서 13군데 진행 중이다. 대도시나 산업단지 주변의 절대농지에 스마트팜 단지를 적극적으로 조성해 나간다면 기업이나 농민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국제자산운용사들이, 스마트팜 건설 자금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전환 지원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스마트팜단지가 보편화돼서 우리나라가 그린-디지털 전환기에도 제조업 강국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고, 후진국들의 에너지전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3-07-30

극한 대결 정치는 종식되어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물난리로 전국이 비상상황이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여야가 앞다투어 구조현장에 나섰다. 여야 정치인들이 손잡고 함께 구조 현장에 갈 수는 없을까. 폭우가 그치면 이 나라 정치인들의 극한적인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를 버린 지 오래고 자신의 영달과 진영 정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야는 사사건건 정쟁으로 치닫고 시원하게 합의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한여름 대낮 매미 소리처럼 여야의 마찰음은 덕 과열되고 있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발언까지 가시 돋친 독설로 차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다.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극한 대결의 정치는 인사, 노동, 뿐 아니라 외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그 손해는 국민들이 온통 뒤집어쓴다. 이 극한 대결 정치의 악순환은 정치인들이 먼저 끊어야 한다. 그것이 결자해지의 원칙이다.국민들이 우려하는 이 대결정치, 극단의 정치 연원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이 땅의 대결정치, 극한 정치의 연원은 조선조 당파 싸움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사색당쟁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놓았다. 조선조의 당쟁은 유학 특유의 명분론과 의리 론으로 무장하여 사림들의 대결로 연결시켜 권력의 쟁탈과정에서 엄청난 사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결국 조선 왕조의 비극이 국력의 쇠진으로 나타나 일제의 식민 통치로 연결되었다. 그 후에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친일 세력과 항일 세력의 사상적 갈등은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의 정부 수립 과정의 대결은 분단 상황으로 이어지고 진영대결은 더욱 확산되었다. 정부 수립 후 반공 보수 세력과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갈등은 오늘날 대결정치의 토대로 작용하였다. 87 민중 항쟁 이후 두 차례의 정당간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대결 정치는 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민주적 조정이 정치의 생명인데도 말이다.한국적인 극한 대결 정치의 모순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야 공히 상대를 공생의 대상이나 파트너가 아닌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양 진영 정치는 중상모략,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를 통해 상대를 악마 화하는 거부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로남불 정치, 마타도어 정치를 통해 상대를 흠집 내고 쓰러뜨리기 위한 네거티브 정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대립 정치 구도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나 정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양극화 정치, 극한 대결 정치는 더욱 확대일로에 있다. 집권 1년이 넘은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국정의 실패를 지난 정권의 책임으로 돌린다. 야당 역시 그 책임을 현 정권의 무지와 무능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긴다. 여야가 겉으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는 사이비 이념 대결만 지속될 뿐이다. 이곳에 공생이나 협치의 토대는 마련될 수 없다.이 극한 대결정치가 초래하는 비극은 매우 심각하다. 이 나라의 언론, 학자, 시민사회까지 양분하여 대결의 싸움판이 확대되고 있다. 어느 편에도 들지 않는 중도적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 중도층은 여론상 상당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양극진영의 등살에 한 진영에 편입된다. 중도층의 양비론은 먹혀들지 않고 때때로 기회주의자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선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진영 보스에게 충성한다.역설적으로 한국적인 대결 정치구도가 ‘적대적 공조’를 통해 정치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대결 정치, 진영 정치, 팬덤 정치는 민주 정치의 공적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비효율적인 정치는 패륜의 정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의 대결 정치의 폐해를 공유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며 후진성이다.우리의 경제도 안보도 미래 전망이 어둡다. 국력의 상징인 국민 총생산(GDP)도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떨어져 버렸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점입가경이며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불안할 뿐이다.여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도 극한 대결의 정치를 계속되고 있다. 우선 여야는 극단 정치의 악순환이 공멸을 자초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급기야 전직 국회의장 등 정파를 초월한 원로 11인이 ‘정치 복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의 승리만을 위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식 정치를 막자는 취지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부터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을 위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치 혁신을 통해 대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게 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대로 가다간 곧 나라가 말할 것 같은데 나라가 절단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치인들의 결자해지의 결단을 촉구한다.

2023-07-23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에 약 800억 건의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1위는 요통이 차지했다. 선진국에서도 허리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가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 문제를 겪는다. 요통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진자수는 연간 4천만 명이 넘는다.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은 요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허리 통증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불편함이 크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허리 통증의 예방 및 개선에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허리 통증에 대한 속설이 많다. 구부정한 자세나 가부좌 자세 또는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마사지는 항상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자세가 구부정하면 허리 통증이 생긴다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나쁜 자세는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원인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 앉은 자세, 서 있는 자세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무관하다. 문제는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거나 작업대 뒤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운동 부족은 척추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통증은 보호 반응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가능한 자주 바꾸는 것이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가부좌 자세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체중이 75kg인 남성의 경우 척추의 천골 부위에 있는 추간판은 약 100kg의 무게를 지탱한다. 등을 곧게 펴고 앉으면 130kg, 등을 굽고 앉으면 180kg까지 하중이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 수시로 일어나고 앉은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앉을 때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뒤로 기대고 규칙적으로 휴식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직된 등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는 매달리기와 같은 신전운동이 좋다.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이 항상 심한 허리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다. 독일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추간판 탈출증은 환자 100명 중 4명만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따라서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오해에 가깝다. 다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염증성 통증 질환은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도 통증 및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감각이상과 운동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예로부터 허리 통증이 있으면 마사지로 통증을 완화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급성 요통의 경우에는 아직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사지의 이점이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의료지침은 운동을 처방한다. 수동적인 행동보다는 등 근육의 움직임과 능동적 운동이 치료의 초점이 되도록 권장한다. 다만 만성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요통의 경우 마사지는 적어도 수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물건이나 짐을 자주 들면 허리 건강을 해친다는 것도 오해다. 등은 척추를 지탱하고 완화시키는 근육을 단련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등 문제는 등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고 등 근육이 너무 약할 때 발생한다. 극도로 힘든 스포츠가 아니면 규칙적인 운동과 물건이나 짐과 같은 자극은 허리 건강에 좋다. 이미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유익하다. 자전거 타기, 수영, 규칙적으로 걷거나 빠르게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허리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척추기립근은 경추에서 골반까지 길게 뻗어있는 허리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허리와 골반을 이어주는 장요근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엉덩이 근육, 허리에서 등에 걸쳐 있는 광배근, 목 주위의 승모근도 척추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게 해주는 신전근의 약화는 요통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디스크 수핵 탈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척추 주변 근육 강화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막연히 척추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척추 근육의 약화로 인해 발생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허리 통증이 개선되고 재발 빈도도 줄어든다.평소 바닥에 앉는 습관을 삼가고, 같은 자세로 1시간 이상 있지 말고, 숨이 살짝 찰 정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1시간 정도 걷기나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도 허리 건강에 좋다. 특히 척추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강화해주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의 스트레칭과 복부와 등배 근육의 강화 및 골반의 안정화 운동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비특이적 요통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23-07-23

에너지 선도국이 되기 위한 조건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대한민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국민 각자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립도는 8.6%다. OECD평균이 31.3%이고, 우리가 후진국으로 여기는 중국도 20% 후반이며, 선진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49%다. 세계 경제 10대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 현주소가 너무 초라하다.독일은 당초 우리나라처럼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세웠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을 겪은 뒤 2040년으로 앞당겼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달성비율(30.2%) 목표를 21.7%로 대폭 후퇴시켰다. 특히 산업계의 절감목표치를 15.4%에서 11.5%로 낮춰 기후 전문가들과 야당으로부터 “제정신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서둘러야 할 에너지전환 대책과 관련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첫째, 에너지효율 30% 절감운동을 펴야 한다. 각급 공공기관, 모든 학교, 사무실, 공장, 아파트 등에서는 과다하게 한전과 계약된 계약전력을 적정하게 조정부터 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과다 계약된 계약전력으로 인해 낭비되는 전기가 너무 많다. 아직도 LED로 교체하지 않은 전등은 LED 조명등으로 바꿔야 한다. 모든 조명등과 전기·전자제품의 스위치에 각종 센스를 설치해서 불요불급한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고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투자에 앞서 ‘30% 에너지 절감’부터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30%나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3%가 전기 50%를 쓰고, 소득 하위 50%가 전기 10% 정도를 쓴다고 한다.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에너지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에 따른 각종 혜택도 적극 뒤따라야 할 것이다. 30% 절감은 국민 모두가 나서면 달성 가능한 목표다.둘째, 모든 가능한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엄청난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각 가정의 모든 지붕과 옥상에 태양광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 모든 건축물(단독주택, APT, 학교, 사무실, 공장 등)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30%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설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셋째, 송배전망 보강이 시급하다. 며칠 전 한 에너지 전문가가 “우리나라 송배전망을 신·재생에너지에 맞게 다 갖추기 위해서는 수천조원이 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다소 과장된 말이지만, 필자도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로 신·재생에너지 수급에 맞는 조밀한 송배전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백조원은 들 것으로 생각한다.산업화 시대에는 한전 송배전망을 통해 훌륭하게 전력 공급이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인해 전력 공급원이 다양화하면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18%에 달하자 132차례에 걸쳐 셧다운이 발생했다.한전이 감당하든, 민간에 사업을 개방하든, 신·재생에너지 100% 시대에도 끄떡없는 송배전망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송전선로 부족으로 인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넷째, 산업단지와 대도시 주변 농지에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에너지 절감을 하고 공장이나 사무실, APT,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하다.따라서 전력수요가 많은 대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를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 또한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데 첨단 스마트팜이야말로 농업을 고도화하는 방편이라 할 수 있다.첨단 스마트팜은 연계해서 건설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폐열을 스마트팜에서 활용함으로써 그레이수소를 그린수소로 전환시킨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결합한 첨단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산업단지나 대도시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끝으로, 2050년 전력공급원을 원자력 25~30%, 신재생에너지 70~75%가 달성되도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에너지 절감 30%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이와 함께 우리나라 모든 지붕에 어떻게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것인가, 전국에 걸쳐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는 어떻게 신속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첨단 스마트팜 연계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전국에 걸쳐 체계적으로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2050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달성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에너지 전환 캠페인에 정부와 기업,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이 에너지자립과 에너지전환 선도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2023-07-16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대학 교수인 친구 페이스북에서 “학교가 나의 은퇴를 결정하지 않는다. 은퇴는 내가 결정 한다!” 라는 글을 보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그 친구는 은퇴 후의 다양한 계획과 생활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은퇴하지 않았고 은퇴는 자기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60세에 은퇴하는 공무원이나 그보다 더 빨리 은퇴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대학교수는 65세 은퇴라는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교수로 은퇴한 친구들은 히말라야 산맥 등산을 할 정도로 건강한 친구들이 많다.100세 시대에 은퇴가 너무 빠르고 친구들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대학은 후학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직 연구, 교육 능력이 충분하고 건강한 교수들을 강제로 은퇴시킨다.미국의 경우는 교수 스스로 은퇴를 결정한다. 일류대학의 연구력이 높은 교수들이나 노벨상급 교수들은 많은 경우 80세가 넘어도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이런 경우 학교도 명성이 유지되어 좋고, 교수도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좋은 윈-윈의 모양새이다.얼마 전 모교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가보고 필자를 40년 전 가르치던 교수들이 80세가 넘어 아직 연구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은퇴 후의 삶은 너무 다양하다. 계속 학교에 남아 비정규직으로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개인 연구소를 경영하는 분도 있고 책을 쓰기도 하면서 학술 활동을 계속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여건이 되는 분들이고, 낙향하여 농사를 짓는 분도 있고 다문화 가족 돌봄 봉사를 하는 분도 있고 심지어 여행 가이드를 하는 분들도 보았다. 물론 그냥 쉬시고 노는 분들도 많이 있다.물론, 그러한 일들도 분명히 의미가 있고 보람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가르칠 힘이 있는 교수들이 강제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은 무언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65세 교수 정년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학계에 있다. 기업들이 60세 전후 은퇴를 볼 때 65세도 충분하다는 의견과 미국대학들처럼 교수는 정년을 없애고 교수 스스로가 정년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유튜브에는 100세 시대에 젊게 사는 방법 등이 넘쳐 난다.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를 20년 세월을 돌려 살아가라는 이론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랑거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으로 유명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실험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고 한다. 랑거 교수는 이를 “정신이 젊어지면 육체도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논문에 발표하였다.이 실험은 시니어들의 젊게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거부하는데 ‘은퇴’라는 굴레가 거추장스럽다.평균 수명 80세가 넘고, 그리고 곧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여 강제 은퇴를 시키기 보다는 탄력성 있는 은퇴제도가 특히 과학계나 대학에서 필요해 보인다.경북 안동에 이른바 ‘21세기 하회마을·도산서원’으로 불리는‘하회 과학자마을’이 생긴다고 한다.2025년까지 안동 호민지 근처에 하회 과학자마을을 설립할 계획이고, 마을에는 주거용 건물과 함께 영상회의실, 컨벤션, 공유오피스,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과거 하회마을처럼 천 년간 유지되는 건축 기술로 지은 마을에 과학자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하회 과학자마을 입주자들을 경북연구원 석좌연구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이 앞으로 경북의 국책 프로젝트 유치, 대학과 연계한 강의, 기업·연구기관과 연계한 연구개발, 창업 활동 등을 돕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하회 과학자마을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철우 경북지사는 “하회 과학자마을이 21세기에 하회마을·도산서원 역할을 하도록 해 국가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꼭 실천되길 기대해 본다.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노인”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자.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어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앞서 언급한 엘렌 랑거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이론을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젊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건 시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그들은 “내가 은퇴를 결정한다”는 당당한 시니어 세대이다.

2023-07-16

기후위기상황서 인류의 생존전략, ESG경영

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2007년쯤 필자가 한국환경공단의 관리이사(현 경영본부장)로 재직중이었을 당시에 필자에게 경영전략에 대해 조언을 하고자 찾아온 경영학박사 한 분이 있었다.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기업에서 경영전략을 수립해본 경험이 있는 그 이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일이 즐거운 기업, 여성친화적 기업, 평화적 노사관계, 인권을 중시하는 기업 등 요즘 기업문화에서 대세를 이루는 경영방침들을 조언해 주었다.이후 한국환경공단을 포함하여 모든 공공기관들은 당시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성과평가로 인해 경영전략들이 현대화, 고도화되기 시작하였다.그래서 필자도 그 경영학박사로부터 배운 학습효과로 나름대로 좋은 경영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노사관계와 관련하여 노동조합과 함께 한국환경공단의 새로운 노사문화정립을 위해 추진했던 활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다시 2019년 한국환경공단으로 돌아와 상임감사 역할을 맡아 일을 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가 창궐하여 팬데믹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팬데믹의 원인이 기후온난화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득세였다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주장과 뉴스가 넘쳐났다.이 무렵에 비로소 공공기관에서는 ESG경영이라는 화두가 본격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E(환경-Environment), S(사회적 가치-Social), G(투명성 또는 지배구조-Goverance)라는 의미를 가진 ESG경영방법론이 바로 그것이다.평생고용, 안정적, 평화적 직장문화를 추구하는 유교자본주의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지구환경문제, 인류파멸을 막아야 하는 경영방법론으로 ESG경영방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한 ESG경영방법론은 세계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으뜸의 방침으로 등장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전(全)사회적이고도 사회경제적, 국가제도적인 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경쟁하는 정글, 적자생존의 시장경제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라면 당연히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ESG경영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위계질서보다는 직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여성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 직원들의 자존감을 살려주는 회사분위기, 중소기업의 이익도 챙겨주는 동반성장과 공유경제, 청년들의 벤처정신을 살리는 진취적인 기업, 직원들의 가족에서부터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시민 등의 의미를 갖는 ESG경영전략은 시장경제사회를 ‘사람이 사람다운 기업문화’로 변화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ESG경영에 기반한 미래사회의 사회상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첨언하여 ESG경영전략의 태동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엔(UN)은 인류의 평화적 생존을 위해 2000년에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의제를 채택하였다.그 의제의 핵심적 목표는 지구상의 빈곤인구를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레니엄개발목표는 성공을 하지 못했고 연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지구를 덮쳤다. 지구의 온도가 1.5℃ 더 상승하면 인류는 파멸할 것이라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지구촌사회에서 체결된다.그리고 현존하는 우리 세대의 삶을 지속가능하면서, 우리의 후손들인 미래세대의 삶도 지속가능하도록 유지되는 새로운 발전목표가 필요하다는 데에 유엔은 결론을 내렸다.즉, 2000년 밀레니엄 시대까지는 지구온난화가 에너지의 절약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막연히 계획을 하였다가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부터는 탄소중립(넷제로)문제가 인류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생존전략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그래서 유엔은 다시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를 업그레이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2015년 유엔총회에서 발표하였던 것이다.17개의 목표 중 주요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모든 형태의 빈곤퇴치, 지속가능한 농업, 성(gender)평등, 깨끗한 물, 값싼 청정에너지, 양질의 노동과 경제성장, 불평등의 감소, 지속가능한 도시 및 공동체, 기후변화와 대응, 합리적인 수자원 활용, 토양 및 삼림보호, 평화와 정의로운 제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범지구적인 연대가 그것이다.그리고 유엔이 지구를 지키는 생존전략으로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공공기관과 시장경제, 기업문화에 적용시킨 경영방법론이 ESG경영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상황에서 인류의 생존전략 또한 ESG경영인 것이다.

2023-07-09

웃으면 복(福)이 와요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이 있다. 또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는 문으로는 만복이 들어옴)’라는 말도 있다.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는 것은 삼류, 웃을 때 웃을 수 있는 것은 이류, 힘들 때 웃는 것은 일류이다. 웃을 준비가 돼 있는 사람, 아무리 어려워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복(福)이 들어온다.그러나 얼굴을 찡그리고 매사 부정적인 사람, 그래서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에게는 복(福)이 들어오기 어렵다.‘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는 부모가 만든 얼굴이지만, 그다음부터는 자신이 얼굴을 만드는 것이다.웃음은 정신과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웃음의 의학적·건강학적인 효과는 무수히 많이 있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해주는 ‘항 스트레스 효과’가 있다.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개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을 지나치게 항진시켜 문제를 일으키는데,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항진시켜 교감신경의 항진을 상쇄시키고 교감신경자극으로 인한 긴장을 이완시켜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 내분비계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과 에피네프린(epinephrine)이 분비된다.그런데 웃음은 코티솔과 에피네프린의 양을 줄이고 엔돌핀(endorphin), 엔케팔린(enkephalin)을 대량 분비시킨다. 적대감, 분노 등을 누그러뜨리고, 뇌에 쾌감을 줘 스트레스받을 일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한다.웃음은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면역기능을 증진하고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역기능이라고 하면 한마디로 우리 몸의 군대이다. 국가도 군사력이 강해야 다른 나라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우리 몸도 면역력이 강해야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설사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병과 싸워 이겨 회복이 빨라진다.웃음 특히 입이 쫘악 벌어지는 호탕한 웃음은 비록 짧은 순간이라도 항체 생성 효과, 즉 면역력 증가 효과가 3일 이상 지속된다.따라서 하루에 한번이라도 크게 웃는다면 의사를 멀리 할 수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받아 한번 얼굴을 찡그리면 하루 동안 면역기능이 훨씬 낮아진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웃음은 대인관계에도 윤활유 역할을 한다.‘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처럼, 내가 먼저 웃으면 상대방도 잘 대해 준다. 밝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에겐 호감이 간다.미소가 만연한 얼굴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신뢰감도 상승한다. 밝게 웃는 사람에게는 유대감도 깊어지고 그 밝은 에너지는 주위로 잘 전이되어 좋은 사람이 모인다.이렇듯 웃음은 인간관계에도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미인계(美人計)보다 미소계(微笑計)가 한수 위이다.웃음은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웃으면 웃을수록 좋다. 물론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흔히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라고 하지만, ‘웃어야 웃을 일이 생긴다’고 말하고 싶다. 웃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진짜로 웃을 일이 생긴다.안면 피드백 이론(Facial feedback theory)에 의하면, 우리의 감정은 얼굴 표정에 영향을 받는다.우리는 표정을 통해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웃을 수 있을까. 웃을 여유조차 없는데 어떻게 웃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그러나 가장 심하게 고통받는 순간 우리는 웃어야 한다. 웃음은 몸과 마음이 아플 때 견딜 힘을 주는 엔돌핀, 엔케팔린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이 많이 분비된다.또 행복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분비까지 증가한다. 웃음은 마약성 진통제보다 더 강력한 천연진통제이고 어떤 항우울제보다 더 강력한 천연항우울제인 셈이다.억지로 웃어도 효과가 있다. 억지로 웃어도 얼굴의 근육들이 움직여 뇌에 신호를 보내면 뇌는 웃는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후속 일들을 처리한다.우리의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억지웃음도 효과가 있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돼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그냥 속으로 ‘김치’라고 말하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려만 주어도 된다’. 웃자, 웃자, 매일 웃자. 월요일은 원래 웃고, 화요일은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은 수수하게 웃고, 목요일은 목숨 걸고 웃고, 금요일에는 금방 웃고, 토요일에는 토실토실 웃고,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웃자.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얼굴 찡그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마음의 여유를 갖고 웃을 수 있는 마음, 그리고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뇌과학적으로 증명된 진리(眞理)이다.웃음이야말로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지혜로운 행동이다. 역경(逆境)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2023-07-09

QS 월드랭킹 거부한 한국대학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모든 경쟁에는 랭킹이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대학 랭킹(대학 월드랭킹)이라는 것이 있고 이 랭킹을 매기는 기관은 수십 개가 있다.대학간 상호간 자매결연할 때, 국내외 학생들이 입학할 때, 유능한 교수를 스카우트 할 때, 세계 대학 랭킹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래서 대학들은 랭킹에 초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정도는 다르지만 미국이나 외국대학들도 마찬가지이다.그러나 그중에서 한국내 대학 랭킹은 1994년에 시작된 모 언론사 랭킹이 그리고 세계 월드랭킹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THE(Times Higher Education)와 QS (Ququacquarelli Symonds)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특히 QS는 한국의 유수 언론과 독점계약을 맺고 있어 특히 한국내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52개 대학이 연합해 QS랭킹을 거부 한다는 선언을 하였다. 여기에는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 연고대 등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포항 지역의 초일류대학 포스텍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그것은 심각한 방법론의 문제로 포스텍도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URFK(한국대학랭킹포럼)은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52개 대학의 동의를 얻어 발표 하고자 합니다. 런던에 위치한 주요 대학평가기관의 하나인 QS에서 발표 예정(6월 27일)인 세계 대학 랭킹에서 중대한 평가방법의 결함이 발견되어 한국대학들은 그 수정을 촉구하고 발표의 연기와 방법론의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QS가 국내 언론사를 통해 이 랭킹을 연기나 수정 없이 그대로 발표한다면 한국대학들은 평가를 거부한다는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QS에 보낸 성명서와 관련 자료들을 첨부합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대학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52개 대학이 참여하였습니다.(리스트 첨부) 한국대학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언론사의 협조를 바라겠습니다”이 소식은 국내 주요 언론사 하나가 보도했으며, 그간 QS 월드랭킹에 의한 한국대학의 고충도 소개되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아직 외신에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의 문의가 속속 오고 있다.사실 최근 미국에서도 대학평가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대학평가를 거부한다는 하버드 대학 등 주요 대학들의 발표가 있었다.그동안 미국은 1984년 시작된 유에스뉴스 월드리포트(US News World Report)에 그해 미국내 종합대학의 랭킹과 전공별 랭킹이 발표 되었다. 특히 로스쿨, 의대, MBA(경영대학원) 순위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졸업생의 첫 직장 봉급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여기게 미국의 초일류대학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이것도 역시 방법론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지난달 27일 QS 랭킹은 그대로 발표되었고, 그 랭킹은 그대로 모 일간지에 인용되었다. 그건 QS와 한국대학간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그 일간지는 QS의 논지만 전달하고 한국대학의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랭킹이 떨어지니까 한국대학들이 반발하는 것은 아니였다. 랭킹이 올라간 대학도 이번 성명서에 참여했다. 데이터를 입력했으면 방법론을 인정한 것 아닌가라는 QS 주장도 QS는 데이터를 입력하든 안하든 랭킹을 내기 때문데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대학들이 할 수 없이 입력을 하는 거라고 답할 수 있다.가장 문제가 된 것은 IRN(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국제연구 네트워크)이라는 지표였다. IRN은 Margalef index를 생물학에 쓰이는 공식을 가져온건데 현상을 관찰하는 index를 연구와 같이 능동적으로 늘려 나가야 하는 척도에 사용한 건 매우 잘못한 것이다. 공식이 맞지도 않는다. IRN의 논리적 결함은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여러 번 이것이 토의되었다.QS는 IRN의 논리적 결함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논리적 결함을 그 언론사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여과 없이 홍보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대학들의 데이터 제출 근거는 평가 방법론이 합리적이고 결과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가정을 하였으나 그렇지 못했다.예를 들어 IRN 스코어는 공식의 결정적 결함으로 합리적이지 않았다.대학 랭킹은 ‘Nobody likes it, but, everybody checks it(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나 모든 이가 체크한다)’이라는 말이 있다.그런 랭킹에서 방법론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데 QS는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고 국내 독점 신문사는 그것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QS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이 한국대학의 발전과 한국대학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2023-07-02

민주당,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가능할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달 중순 한국 갤럽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9%로 국민의힘 당 45%에 16%나 뒤졌다. 당 지지율은 수시로 변동되겠지만 여당에 이처럼 뒤지는 것은 6년 2개월 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내년 4월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내외의 위기감은 증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를 출범시켜 당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위기를 잘 극복하고 비전 있는 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현재 상황과 같은 내홍만 겪다가 총선에서도 패하고 좌초될 것인가. 민주당의 개혁방향과 과제를 구조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먼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나 지방 선거의 패인부터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선거의 패인은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반 80%대의 지지율에 안주하다 국정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민주당 정권은 초반부터 국정 농단 세력의 척결에만 치중하다 당 개혁과 방향과 당의 자정능력까지 상실해 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 혁명시의 강력한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진보적 담론마저 수용치 못하고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시절의 민주적 결기와 도덕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출신 서울, 부산, 충남 광역 단체장 3명의 성추문은 민주당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권 말기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마저 수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 사법개혁의 수장들이 윤석열 정부 수립의 최대 공신이 된 셈이다. 당시 민주당 당 지도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보수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개혁은 당의 도덕성 회복을 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후 진보의 비판의식은 사라지고 보수 기득권 정당이 되고 말았다.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민주당을 진보적 정당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170여 석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치 개혁은 외면하고 진영정치, 대결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정치, 패거리 정치, 선전 선동 정치의 구태만 보여 주었다. 물론 한국의 진영 정치의 대결구도에는 국힘당에도 책임이 크다.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에도 민주당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웅래 의원의 현금 다발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기,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사건은 재판에서 흑백이 가려질 것이지만 민주당이 사안마다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해서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도덕성과 정체성 회복이 당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뼈를 깎는 당 혁신을 약속하고 있다. 당 개혁을 위한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후보 공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민주당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집권 여당의 100여 명 의원이 이미 이를 선언해 버렸다. 민주당이 미적거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 혁신위는 국민적 지탄 대상인 국회의원의 광범한 특권 포기 선언까지 해야 할 것이다.꾸준히 증대된 의원세비와 활동비, 임기를 못 채워도 평생 수령하는 국회의원 연금, 9명에 이르는 보좌진, 이밖에도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줄여야 한다. 식물 국회의 폐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차제에 세워야 한다.국회에 계류되었지만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민주당의 혁신안이 가시화될 때 민주당의 이미지와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민주당 혁신위가 이러한 과제를 바람직한 혁신안으로 확정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 혁신안 자체가 비명과 친명간의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다소 무리한 혁신안까지 수용할 때 중도층과 MZ세대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민주 정당은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 강경과 온건, 진보와 보수파 공존 대립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여 정치 활동 재개하였다. 다시 민주당내의 계파 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이재명 당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 당 혁신 방향과 범주에 솔직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개딸’들의 경거망동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친명과 비명의 솔직한 대화와 관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 혁신위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당 혁신의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혁신위의 결정마저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당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내년 총선의 결과는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2023-07-02

탄소 중립과 대한민국이 할 일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월드 그린 뉴딜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에서 “기후 위기는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스스로를 ‘멸종 위기의 생물종’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새로운 현실에 직면한 상황은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동의 유대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기후 위기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1760년 석탄을 연료로 한 내연기관이 촉발한 산업혁명 이후 계속 탄소가 누적되어 생긴 문제다.전 세계는 지금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누적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열린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이상 기후가 상승하지 않도록 195개국이 탄소 배출량 단계적 감축안에 대해 협정을 체결했다.기후위기 대응은 탄소경제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너지 전환은 한 나라만이 나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전 인류가 함께 공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글로컬 그린 뉴딜과 스마트 디지털 3차 산업혁명이 부상하는 이유다.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IT제품 등 거의 모든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다투는 대한민국이 왜 스마트하고 디지털화한 3차 산업혁명에 낙오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2차 산업혁명을 정상경로를 생략한 채 정부 주도로 압축적으로 돌파했다. 전쟁 치르듯 산업혁명을 달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아직도 관주도형 경제에 익숙하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개발시대에 함몰돼 ‘하면 된다’ 는 추격자 정신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파리기후협약에 195개 국가가 협정을 맺을 때 우리나라도 당사국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그 이후 행보를 보면 우리나라는 후진국, 개발도상국적 사고에 젖어 기후변화에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생각이 없다.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아웃을 경험한 후 600만kw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워 최근 3기 준공되었고 4기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석탄발전소를 폐기하는 조류에 전적으로 역행하는 행위다. 당장 폐기되고 ‘좌초자산’이 될 것이 뻔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에 1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지금까지 투입하고 있다.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보완해야 할 송배전망 또한 미궁에 빠져 있다. 제주도를 시범지구로 해서 재생에너지 기반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제주도에 재생에너지가 지난해 18%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132번 셧다운이 일어났다. 한전의 독점적 송배 전망이 분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에는 적합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제도를 보완하지도,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지도, 예산을 투입하지도 않은 채 방치해온 결과다. 앞으로 육지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최근 볼보와 GE가 납품 기업들에게 2030년까지 RE100을 요구하면서, 확답을 못한 업체들에겐 장기 납품 계약을 파기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평택에서 구리 수도꼭지를 생산하는 한 중견기업은 5년 전부터 공장을 이전 확장할 계획을 세웠는데, 부지 찾기도 힘들고 유럽에서 RE100까지 요구하고 있어 이참에 RE100이 가능한 헝가리공장으로 전부 이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공장들이 해외로 이전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탈원전까지 감행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생에너지 정책은 실패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관한 상위 법령을 정비하지 않아 전국 226개 시·군·구가 각자 조례를 통해 마을에서 300~500m, 도로에서 300~500m 등 태양광 설치 거리 제한을 둔 것이 대표적이다.구미시는 시 전체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0.09% 뿐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의 제도적 방치 속에 태양광은 온갖 괴담에 시달리다가 이제 가장 대표적이 혐오시설, 기피시설이 되어버렸다.독일의 경우 주민 민원에 대해 해당 공무원과 환경단체가 적극 설득하여 태양광 설치가 6개월이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시민단체들이 주민들의 민원을 부추기고 공무원들조차도 사업자에게 민원해결을 떠맡기고 수수방관한다. 공무원, 시민사회, 국민 모두가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인 것처럼 생각한다.며칠 전 한 언론에 ‘주요국 기후변화 손실과 피해 보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50년까지 1.5도 온도 상승 목표를 지키려면 앞서 과도한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은 후진국들에게 2050년까지 170조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탄소배출 13위인 우리나라는 2조7천억 달러(한화 3천105조 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후진국들의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나라에 배당된 청구금액이다. 유럽 선진국에 비해 20년 정도 뒤졌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든 힘을 다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후진국들의 에너지 전환을 앞장서 돕는 것이 우리나라의 할 일이다.

2023-06-25

자연견습공

이원만 시인 국어어원사전을 보면 ‘삶’은 ‘불’의 뜻을 가졌다. 같은 어원을 가진 ‘사랑’에 불타는, 뜨거운 같은 불과 관련한 수식이 붙는 것도 그런 연유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는 물과 불과 공기와 흙 중에서 불을 가장 소중히 하는 불의 문명을 가꿔왔으니 쓰는 말들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그런데 너무 불을 강조하다보니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할 행성이 뜨거워 질 정도가 되었다. 유럽, 호주에 이어 캐나다가 불길에 휩싸였다. 사용하는 에너지도 불에 집중되어 있었고 삶도, 사랑도 뜨거워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지구가 과열된 것이다. 열이 나면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을 하는 것처럼 지구의 안정된 리듬이 깨졌다. 기후변화, 기후혼란은 그런 것이다.‘화염의 문명’이 실패했다면 물과 공기와 흙을 가지고 더워진 지구를 식히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보다 물과 공기와 불과 흙을 잘 다루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 인간이외의 생명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우리는 자연을 이용하기에 바빴다. 철학자 마이클 마더는 ‘식물의 사유’(알렙 2015)에서 “21세기의 비극은 우리가 연소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리겠다고 작정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연소될 수 있는 것들 속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됩니다.”고 했다.그리고 그 대안을 식물생명에서 찾는다. “식물생명은 식물의 영혼이 식물의 신체에 자신을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파괴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관입니다. 이 에너지는 다른 식물, 동물, 인간 존재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 있습니다.”며 ‘더불어 번성하기’를 주장한다. “식재료, 건축재료, 광합성을 일으키는 식물기계, 자기 복제하는 녹색 물질”로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식물과 자연의 ‘고요한 번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다시 ‘자연의 견습공’이 되자고 한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기에 더더욱 빨리 성장하는 식물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너무 막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그 견습공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안도현시인의 이런 시는 어떤가?초록 풀잎 하나가/ 옆에 있는 풀잎에게 말을 건다/ 뭐라 뭐라 말을 거니까/ 그 옆에 선 풀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풀잎이/ 또 앞에 선 풀잎의 몸을 건드리니까/ 또 그 앞에 선 풀잎의 몸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들끼리/ 한꺼번에 흔들린다/ 초록 풀잎 하나가 뭐라 뭐라 말 한 번 했을 뿐인데/한꺼번에 말이 번진다/ 들판의 풀잎들에게 말이 번져/ 들판은 모두/ 초록이 된다 (안도현 ‘초록풀잎 하나가’전문-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상상 동시집 2023)이 동시집에는 우리의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식물의 말을 사람의 언어로 동시통역하는 동시로 가득하다. ‘팽나무가 오 백년 동안 일해서 만든 그늘’을 펼쳐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인간이외의 다른 생명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며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비인간생명들과 공생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상상하기를 자극’하는 이런 시들을 읽고 나면 나무도 바위도 풀도 뱀도 다람쥐도 사촌쯤 되어있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씩 식물-되기, 동물-되기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더 좋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불을 끄고 지구를 식힐 수 있지 않을까?평생 바다와 인간의 사이에서 살아오신 동해안 별신굿 보존회 선생님들과 쓰레기매립장에 버려진 고래가 너무 안타까워 고래진혼굿을 한 적이 있다. 공연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할 때 누군가 그랬다. “오늘은 ‘지구식힘굿’을 해서 그런지 바람이 시원합니다.” 그날의 그 사진엔 모두가 활짝 웃는 모습이 담겼다. 모두가 불의 문명을 식히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평생 해 온 일을 지금의 시대상황에 맞게 ‘지구식힘굿’으로 말하는 ‘생태적 깨달음’은 예술가들에게도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여기’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를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느끼고 감수성의 변화로 이어져 풍어를 기원하는 굿을 ‘지구식힘굿’으로도 변용하는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에 바다도 좋다는 듯 시원한 바람을 밀어 보낸 것인지도 모른다.자신의 입으로 인간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식물의 말, 동물의 말, 물의 말, 흙의 말, 바다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입을 빌려주는 사람들 중 한 부류가 시인이라면 우리 시대의 시 읽기는 인간중심주의 한계를 넘어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친척으로 만들어 주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모기약을 쓰지 않고 수건 한 장으로 방안의 모기들을 내쫒는 공생의 공력을 키우려면 생태적 감수성의 근육을 단단히 키워야 할 것이다. 함께 자연의 견습공이 되어 풀잎들 옆에 같이 서서 뭐라 뭐라 말을 전달하는 것쯤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비 온 뒤 운동장의 풀처럼 늘어났으면 좋겠다.

2023-06-25

VDT 증후군, 몸이 펼쳐지도록 하는 게 답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VDT(Visual Display Terminal) 증후군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영상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여 생기는 목, 어깨 통증 등의 후유증을 아우르는 말이다. VDT 증후군은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 중 하나인데, 초기에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악화될 경우 다른 질환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장을 줄 만큼 불편함을 느끼는 질환이기에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초기증상에는 치료 시간이 짧고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 같은 운동치료로도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VDT 증후군의 증상으로는 근골격계의 이상으로 흔히 담이라고 얘기하는 근육의 뭉치는 느낌과 통증이 있는 근막통증증후군이나 요통이 있다. 또는 손목의 신경이 눌러져 손가락이 저리게 되는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근육이나 말초신경의 이상으로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및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눈의 이물감, 충혈, 눈부심 등 안구건조증이나 근시 혹은 굴절 이상의 안과 질환이 생긴다.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VDT 증후군 관련 질병 수진자 수는 근막통증증후군이 233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안구건조증 226만 명, 일자목증후군 220만 명, 손목터널증후군 17만 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별로는 50대 수진자수가 가장 많았다.근막통증증후군은 근육 또는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에 장시간 스트레스가 가해져 뭉치면서 근육에 통증 유발점을 생성하는 질환이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목과 어깨 근육이 오랜 시간 긴장된 상태를 유지하여 경직되거나 통증이 발생한다. 아픈 쪽으로 움직이려 할 때 통증이 생겨서 쉽게 움직이기가 힘들어진다.근막통증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작업환경과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바라볼 때는 눈높이를 맞춰주고, 앉는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또 근육이 경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시간에 10분씩 휴식이 필요한데, 이때 정적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의 원리는 근육의 길이를 확장하여 늘려주는 것인데, 한번 늘리는 시간은 근육의 긴장 지점에서 들숨과 날숨을 길게 5~6회 반복하거나 20~30초 정도가 적절하다.일자목증후군은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목과 어깨, 근육의 인대가 늘어나 신체 변형 및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기는데, 척추의 윗부분이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 인대가 늘어나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목에 과하게 하중이 발생하고 뒤통수 아래 신경이 압박되어 두통을 비롯해 현기증이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일자목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머리를 위로 올리듯 바로 세우고 허리를 요추전만자세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항중력근을 자극해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목의 C커브를 만들어주는 심부경추굴곡근이 활성화 된다. 따라서 일자목증후군은 흉추 후만증, 다시 말해 심한 둥근 어깨로 인해서 목이 전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자세만 바로 잡아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될 수 있다.현대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신체 부위가 바로 손이다. 손과 손목은 스마트폰이나 키보드, 마우스의 잦은 사용으로 부담이 증가해 통증이 생기더라도 방치하기 쉬운 부위다. 과거에는 집안일로 손을 많이 쓰는 40대나 50대 주부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자기기 사용이 많은 10대와 20대 환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을 과다하게 사용하여 손목의 신경과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인 수근관의 내부 압력이 증가하거나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엄지와 둘째나 셋째 손가락이 저리면서 무감각해지기도 하고, 손목이 시큰하고 손가락이 저리거나 손목과 손바닥에 뻐근함이 느껴지고 심할 경우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이 생겨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따른다.손목터널증후군 예방은 우선적으로 손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고 휴식하는 것이다. 30분이나 1시간마다 5~10분씩 휴식을 취하면서 틈틈이 손가락과 손목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효과적이다. 특히 손목을 아래로 심하게 꺾으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손목이 꺾인 자세로 작업할 때는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갖고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장시간 컴퓨터 작업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계속해서 사용하여 손목 통증이 생기는 경우에는 손목 보호를 위해 패드를 깔아주면 증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현대인의 자세는 늘 굴곡져 있다. 식사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세를 보면 목, 어깨, 등, 고관절, 무릎 그리고 팔까지 굴곡진 자세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늘을 볼 시간이 없다. 이처럼 굴곡진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우리 몸이 펼쳐진 삶을 살도록 유도하면 된다. 틈틈이 서 있거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스트레칭을 통해 신전 동작을 꾸준히 해주는 게 답이다.

2023-06-18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으면 중독되나요?

사공정규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일반인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중독(中毒)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평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이 알코올이나 마약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회적 폐인(廢人)이 되는 상태를 말할 것이다.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가 약을 복용함으로써 혈당과 혈압이 조절되어 정상화되고 생활을 잘할 수 있다면 치료되고 있다고 해야 할 일이지 결코 중독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다시 혈당이 올라가고 혈압이 올라간다고 해서 그것이 약에 중독됐다고 할 수 없다.공황장애 환자나 우울장애 환자가 그에 맞는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복용함으로써 평안을 찾고 부정적 관점에서 벗어나고 자살로부터 자신의 가치와 생명을 지켜내고 행복을 찾는다면, 치료되고 있다고 해야 할 일이지 결코 중독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다시 공황 증상이 나타나고 우울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이 약에 중독됐다고 할 수 없다.알코올이나 마약이 뇌를 손상하는 것과는 달리 현재 사용되는 항공황제제, 항우울제제는 오히려 뇌신경 세포의 신생을 돕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약으로 어떻게 당뇨 또는 고혈압을 치료하느냐”, “당뇨나 고혈압은 의지나 정신력으로만 고쳐야지”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에 대해서만 달리 생각하는 태도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나로서는 몹시 안타깝다.당뇨병과 고혈압은 하나의 신체 질환이다. 공황장애와 우울장애 등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도 하나의 뇌의 질환이다. 뇌도 신체 일부이다. 지금 공황장애, 우울장애뿐만 아니라 많은 정신과적 질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건강의학과 약이 중독된다는 편견으로 인한 불충분한 치료(under treatment)이다.왜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먹으면 중독된다고 생각할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를 하면 약물중독이 되어 약을 끊지 못하고 평생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의 표현일 수 있다.결론부터 말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물치료로 인해 중독되어 약을 끊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분은 오랜 기간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몸에서 혈당, 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돼 약물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다. 그래야 합병증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은 우리 뇌에서 불안, 우울 등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저하돼 약물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다.또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비교한다면 완치돼 약을 끊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다만,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계 약물들은 약리학적으로 내성과 신체적 의존성이 있을 수 있어 약물 사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나, 올바른 처방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면 문제되지 않는다.세계 최고 권위의 임상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임상에서 그 효과를 얻기 위해 약을 계속 늘려가야만 하는 내성의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미국정신건강의학과학회 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올바른 처방 가이드라인이 지켜졌을 때 중독되는 약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 약물중독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가끔 공황장애 환자와 우울장애 환자의 적절하고 충분한 치료를 도와야할 가족과 지인이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중독이 되어 약을 끊을 수 없다”라는 등의 무책임한 말들로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특히, 공황장애 환자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불안하고 우울장애 환자의 심리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약에 대해 겁이 나는 말을 들으면 치료를 시작하지 않거나 먹던 약도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따라서 별생각 없이 뱉은 무책임한 말들은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있는 기회를 막거나 재발하게 하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다.정신과적 질환의 치료를 신체 다른 부위의 질환에 대한 치료와 동일선상에서 생각해주면 좋겠다.정신과적 질환이 다른 신체적 질환과 다르다는 편견(偏見), 정신과적 약물치료가 다른 신체적 질환의 약물치료와 다르다는 편견이 치료를 어렵게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질환들은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할 수 있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오늘 필자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정신건강의학과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만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약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지나친 거부감도 문제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을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는 것이다.

2023-06-18

화진포 대통령 별장들의 유감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달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 여행’을 다녀왔다.사실 50주년은 이미 지났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연기됐고, 그래서 뒤늦게 친구들과 함께 기념 여행을 다녀오게 됐다. 100여 명이 참여한 2박3일의 여행은 남해안으로 그리고 해외에서 온 동문 부부들이 함께한 부부여행은 1박2일 동해안으로, 그렇게 여행은 두 번에 나누어져 이뤄졌다.“고등학교 친구는 평생 친구”라는 말이 서양에도 있듯이 틴에이저 시절 사귀고 같이 공부한 고교친구는 가장 친밀감을 느끼고 평생을 가는 친구인 것 같다. 여행은 지난 50여 년의 진한 우정을 다시 음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부부여행 첫날은 월정사 숲길 산책과 길가의 여러 박물관 관람 등이 주문진으로 이동하면서 이뤄졌다.문제는 둘째날 일어났다. 고성 통일전망대를 관람한 후 화진포로 이동하면서 한국 건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별장을 관람하고, 그리고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을 관람하게 되면서 일어났다.이승만 별장을 구경 하면서 생각보다 낡은 모습의 별장이 유지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했으나,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 관리 자체가 부실해 보였다. 옛 역사를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김일성 별장을 관람하면서 이상하게 바뀌어 갔다. 그곳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남북한 교류의 사진들과 홍보로 가득하고 이승만 별장보다는 훨씬 최신식 건물로 지어져 있었다. 과거 역사의 건물이라기보다는 홍보관 같은 느낌이었다.왜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옛날 모습이 구현되지도 않았고 구현할 필요도 없는 건물이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돼 있었다. 누구에 의해서 어떤 정부에 의해서 이런 건물이 세워지고 이렇게 명명 됐을까?원래 그곳은 셔우드 홀의 예배당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1890년경 ‘로제타 홀의 일기’를 남긴 로제타 여사의 아들 셔우드 홀은 서울 출생이며 우리 나라에 대한결핵협회를 설립시킨 주인공이다.당시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결핵을 퇴치시키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판매하기 시작한 2대에 걸친 캐나다 선교사 가족이었다. 이 예배당은 1938년 선교사 셔우드 홀의 의뢰로 독일 건축가 베버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본래 셔우드 홀의 예배당으로 지어졌는데 공산치하에서 잠시 김일성 일가가 휴가를 보냈다고 하는데 그래서 김일성 별장이라 명명했다고 한다.참으로 그러한 명명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캐나다 선교사들의 예배당으로 명명하는 게 맞지 어떻게 김일성 별장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김일성이 잠시 머물렀다고 하여 김일성 별장으로 명명하는건 정치적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는듯했다. 실제로 당시 모습도 구현되지 않았고 남북교류의 홍보물로 가득한 건물이었다.진보정권 시절인 2005년 새단장을 하고 그 예배당을 김일성의 별장이라고 명명했다고 하는데 전쟁의 원흉인 김일성을 기념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보였다.6세 꼬마 김정일이 계단에 앉은 사진이 뭐가 중요하다고 전시까지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참으로 희한한 나라에 현재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이승만 별장은 호흡이 곤란한 정도로 습한 냄새 나는 건물로 남겨두고, 김일성 별장은 에어컨이 돌아가는 시설로, 두 별장은 운영조차 차별이 뚜렷하게 느껴졌다.김진태 강원지사가 2022년 취임하면서 이제 그러한 잘못된 개념을 청산할 때인데도 불구하고 곳곳에는 그러한 흔적이 아직도 그대로다.6·25전쟁으로 수 백만명의 사상자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김일성을 기념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였다.같이 간 친구 한 명은 공산당의 흔적조차 보기도 싫다고 건물에 들어가지도 않고 화진포 해변으로 혼자 내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구는 모습을 보았다.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도 대강 훑어 보았지만, 자세히 본 아내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시설과 운영은 먼저 찾았던 이승만 별장과는 확연히 달라서 해외에서 30여 년 살다가 귀국한 동기생 부부들에게 공연히 미안한 마음만 앞섰다. 대통령실이든 강원도지사든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든 누군가 이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김일성 이름을 지우는 게 좋겠다. 그곳은 김일성의 별장이 아닌 선교사 셔우드 홀로 명명되고 다만 김일성이 잠시 지냈다는 역사만 기록하면 될 것 같다.일반인들이 별칭으로 김일성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공식 명칭을 그렇게 부르는 건 역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의 원흉 김일성을 그렇게 대접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이의 상황을 알기 전에는 독일 건축가가 지었다니 동독의 공산주의 건축가가 김일성에게 아부하며 지어진 건물로 오인까지 했었다.지금도 서울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누워있는 셔우드 홀 가족 6명의 영혼들이 평안히 잠들 수 있도록 기도해 본다. 또한 모든 곳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반하는 흔적들을 말끔히 없애버린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202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