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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불청객, 열대야 불면증

등록일 2023-07-30 18:56 게재일 2023-07-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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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일 평균 기온이 25도 이상이면서 일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무더운 여름에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에 나타난다.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던 역대급 올해 장마가 지난 26일 끝나자마자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으로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열대야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열대야는 7월 말에서 8월 초가 절정이다. 최근 들어 열대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기간 또한 점점 길어지는 추세이다.

열대야는 우리에게 밤에는 잠들기 어렵게 하는 공포의 밤이 되게 하고 낮에는 짜증, 피로감, 집중력 저하, 의욕상실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예로부터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불면증이 지속하면 불안증,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사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는 인사가 정말 실감나는 요즘이다.

밤사이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는 왜 우리를 잠들기 어렵게 할까. 왜 기온이 올라가면 잠이 들기 어려울까. 우리 몸이 잠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한다. 침실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밑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 속도를 높이려 한다. 그 결과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돼 잠들기 힘들어진다.

또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돼 체온이 떨어짐에 따라 밤이 왔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분비되는데, 열대야 현상은 한밤중에도 한낮과 비슷한 25도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뇌의 시상하부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을 하지 못해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아 불면증이 생기게 된다.

열대야 수면의 특징은 서파수면이 줄게 돼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며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꿈을 꾸는 수면(REM수면)도 줄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상쾌하지 못하고 피곤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어떻게 하면 열대야로 인한 공포의 밤을 평안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은 침실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다. 손쉬운 방법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냉방기를 활용해 침실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이다. 쾌적한 수면 온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약 20도이고, 습도는 50%이다.

그러나 잠들기 전 에어컨 온도는 자신의 적정 수면 온도보다 약간 더 높게 설정해야 한다. 보통 에어컨은 잠을 자는 곳보다 높게 설치돼 있다. 대류 현상으로 상층 온도는 하층 온도보다 높아 센서가 감지하는 온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보통 에어컨 희망온도를 24도 전후로 맞추면 평균 피부 온도는 입면시 쾌적함을 느끼는 영역(피부 온도 34.5∼35.5도)에 도달한다. 그러나 수면시 에어컨을 사용한다면 24도로 계속 유지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온도와 ‘유지’하는 온도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에어컨을 24도로 유지하면 주변 기온이 떨어지면서 체온도 함께 떨어지고 추위를 느껴 오히려 숙면의 유지를 방해한다. 잠이 든 1시간 이후에는 희망온도를 26도로 하는 것이 수면 유지에 좋다. 요즈음 에어컨에는 ‘열대야 모드’도 있다.

에어컨을 수면 중 계속 가동해서는 안 된다. ‘예약 꺼짐’, ‘취침 운전’ 기능을 활용해 일정 시간(2∼3시간) 후 가동을 멈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나친 에어컨 사용은 냉방병에 시달리게 하거나 노약자나 심혈관질환자의 경우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선풍기를 사용한다면 작동시 회전 모드로 설정하고 바람은 아래로 향하게 하고 일정 시간(2∼3시간) 후 꺼지도록 예약 설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은 급성 호흡곤란까지 겪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 없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잠들기 1~2시간 전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내려갈 뿐만 아니라 각성시키는 교감신경이 진정돼 기분 좋게 잠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면서 피부 혈관이 수축해 오히려 체온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온도, 습도 등 수면환경만 개선해도 해결될 수 있다.

또 잠자기 3∼4시간 전에는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을 해서 몸 안의 심부 체온이 올라가게 되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내려간다. 높은 심부 체온은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 여름밤 잠 못 이루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야식의 유혹, 술의 유혹 그리고 수면을 방해하는 블루 라이트가 나오는 스마트폰은 열대야 불면증의 적이다.

열대야 불면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불면증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여름이 더운 것은 자연의 이치이고, 더우면 잠들기 힘든 것은 인체의 이치이다. 불면증에 집착하면 불면증 환자이고, 집착하지 않으면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이다. 열대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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