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가능할 것인가. 민주당은 지난달 중순 한국 갤럽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29%로 국민의힘 당 45%에 16%나 뒤졌다. 당 지지율은 수시로 변동되겠지만 여당에 이처럼 뒤지는 것은 6년 2개월 만의 처음 있는 일이다.
내년 4월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의 내외의 위기감은 증대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를 출범시켜 당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위기를 잘 극복하고 비전 있는 민주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현재 상황과 같은 내홍만 겪다가 총선에서도 패하고 좌초될 것인가. 민주당의 개혁방향과 과제를 구조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민주당은 지난 대선이나 지방 선거의 패인부터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선거의 패인은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반 80%대의 지지율에 안주하다 국정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은 초반부터 국정 농단 세력의 척결에만 치중하다 당 개혁과 방향과 당의 자정능력까지 상실해 버렸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 혁명시의 강력한 개혁 요구를 외면하고 진보적 담론마저 수용치 못하고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당으로 변질되었다. 과거 반독재 민주화 시절의 민주적 결기와 도덕성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출신 서울, 부산, 충남 광역 단체장 3명의 성추문은 민주당의 위상을 더욱 추락시켰다. 문 대통령은 정권 말기 조국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마저 수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장관 사법개혁의 수장들이 윤석열 정부 수립의 최대 공신이 된 셈이다. 당시 민주당 당 지도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보수 기득권화된 민주당의 개혁은 당의 도덕성 회복을 우선과제로 해야 한다. 민주당은 집권 후 진보의 비판의식은 사라지고 보수 기득권 정당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민주당을 진보적 정당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170여 석의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은 정치 개혁은 외면하고 진영정치, 대결 정치로 치닫게 되었다.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정치, 패거리 정치, 선전 선동 정치의 구태만 보여 주었다. 물론 한국의 진영 정치의 대결구도에는 국힘당에도 책임이 크다.
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에도 민주당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노웅래 의원의 현금 다발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기,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의 도덕성 위기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사건은 재판에서 흑백이 가려질 것이지만 민주당이 사안마다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해서는 더욱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도덕성과 정체성 회복이 당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뼈를 깎는 당 혁신을 약속하고 있다. 당 개혁을 위한 당면과제는 산적해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후보 공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의 포기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집권 여당의 100여 명 의원이 이미 이를 선언해 버렸다. 민주당이 미적거릴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당 혁신위는 국민적 지탄 대상인 국회의원의 광범한 특권 포기 선언까지 해야 할 것이다.
꾸준히 증대된 의원세비와 활동비, 임기를 못 채워도 평생 수령하는 국회의원 연금, 9명에 이르는 보좌진, 이밖에도 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줄여야 한다. 식물 국회의 폐기와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차제에 세워야 한다.
국회에 계류되었지만 아직도 확정하지 못한 선거법 개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민주당의 혁신안이 가시화될 때 민주당의 이미지와 위상은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 혁신위가 이러한 과제를 바람직한 혁신안으로 확정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 혁신안 자체가 비명과 친명간의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다소 무리한 혁신안까지 수용할 때 중도층과 MZ세대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 정당은 당내의 주류와 비주류, 강경과 온건, 진보와 보수파 공존 대립할 수 있다. 지난 대선 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여 정치 활동 재개하였다. 다시 민주당내의 계파 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 당 혁신 방향과 범주에 솔직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개딸’들의 경거망동한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 친명과 비명의 솔직한 대화와 관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당 혁신위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당 혁신의 실천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혁신위의 결정마저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다면 당의 혼란은 더욱 가속화되고 내년 총선의 결과는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