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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대결 정치는 종식되어야

등록일 2023-07-23 17:51 게재일 2023-07-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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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물난리로 전국이 비상상황이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여야가 앞다투어 구조현장에 나섰다. 여야 정치인들이 손잡고 함께 구조 현장에 갈 수는 없을까. 폭우가 그치면 이 나라 정치인들의 극한적인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를 버린 지 오래고 자신의 영달과 진영 정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야는 사사건건 정쟁으로 치닫고 시원하게 합의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한여름 대낮 매미 소리처럼 여야의 마찰음은 덕 과열되고 있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발언까지 가시 돋친 독설로 차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다.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극한 대결의 정치는 인사, 노동, 뿐 아니라 외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그 손해는 국민들이 온통 뒤집어쓴다. 이 극한 대결 정치의 악순환은 정치인들이 먼저 끊어야 한다. 그것이 결자해지의 원칙이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이 대결정치, 극단의 정치 연원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이 땅의 대결정치, 극한 정치의 연원은 조선조 당파 싸움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사색당쟁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놓았다. 조선조의 당쟁은 유학 특유의 명분론과 의리 론으로 무장하여 사림들의 대결로 연결시켜 권력의 쟁탈과정에서 엄청난 사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결국 조선 왕조의 비극이 국력의 쇠진으로 나타나 일제의 식민 통치로 연결되었다. 그 후에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친일 세력과 항일 세력의 사상적 갈등은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의 정부 수립 과정의 대결은 분단 상황으로 이어지고 진영대결은 더욱 확산되었다. 정부 수립 후 반공 보수 세력과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갈등은 오늘날 대결정치의 토대로 작용하였다. 87 민중 항쟁 이후 두 차례의 정당간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대결 정치는 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민주적 조정이 정치의 생명인데도 말이다.

한국적인 극한 대결 정치의 모순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야 공히 상대를 공생의 대상이나 파트너가 아닌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양 진영 정치는 중상모략,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를 통해 상대를 악마 화하는 거부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로남불 정치, 마타도어 정치를 통해 상대를 흠집 내고 쓰러뜨리기 위한 네거티브 정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대립 정치 구도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나 정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양극화 정치, 극한 대결 정치는 더욱 확대일로에 있다. 집권 1년이 넘은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국정의 실패를 지난 정권의 책임으로 돌린다. 야당 역시 그 책임을 현 정권의 무지와 무능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긴다. 여야가 겉으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는 사이비 이념 대결만 지속될 뿐이다. 이곳에 공생이나 협치의 토대는 마련될 수 없다.

이 극한 대결정치가 초래하는 비극은 매우 심각하다. 이 나라의 언론, 학자, 시민사회까지 양분하여 대결의 싸움판이 확대되고 있다. 어느 편에도 들지 않는 중도적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 중도층은 여론상 상당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양극진영의 등살에 한 진영에 편입된다. 중도층의 양비론은 먹혀들지 않고 때때로 기회주의자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선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진영 보스에게 충성한다.

역설적으로 한국적인 대결 정치구도가 ‘적대적 공조’를 통해 정치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대결 정치, 진영 정치, 팬덤 정치는 민주 정치의 공적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비효율적인 정치는 패륜의 정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의 대결 정치의 폐해를 공유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며 후진성이다.

우리의 경제도 안보도 미래 전망이 어둡다. 국력의 상징인 국민 총생산(GDP)도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떨어져 버렸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점입가경이며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불안할 뿐이다.

여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도 극한 대결의 정치를 계속되고 있다. 우선 여야는 극단 정치의 악순환이 공멸을 자초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급기야 전직 국회의장 등 정파를 초월한 원로 11인이 ‘정치 복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의 승리만을 위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식 정치를 막자는 취지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부터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을 위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치 혁신을 통해 대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게 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대로 가다간 곧 나라가 말할 것 같은데 나라가 절단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치인들의 결자해지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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