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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록일 2023-07-23 17:51 게재일 2023-07-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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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에 약 800억 건의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1위는 요통이 차지했다. 선진국에서도 허리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가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 문제를 겪는다. 요통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진자수는 연간 4천만 명이 넘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은 요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허리 통증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불편함이 크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허리 통증의 예방 및 개선에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허리 통증에 대한 속설이 많다. 구부정한 자세나 가부좌 자세 또는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마사지는 항상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자세가 구부정하면 허리 통증이 생긴다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나쁜 자세는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원인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 앉은 자세, 서 있는 자세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무관하다. 문제는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거나 작업대 뒤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운동 부족은 척추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통증은 보호 반응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가능한 자주 바꾸는 것이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

가부좌 자세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체중이 75kg인 남성의 경우 척추의 천골 부위에 있는 추간판은 약 100kg의 무게를 지탱한다. 등을 곧게 펴고 앉으면 130kg, 등을 굽고 앉으면 180kg까지 하중이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 수시로 일어나고 앉은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앉을 때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뒤로 기대고 규칙적으로 휴식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직된 등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는 매달리기와 같은 신전운동이 좋다.

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이 항상 심한 허리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다. 독일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추간판 탈출증은 환자 100명 중 4명만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따라서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오해에 가깝다. 다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염증성 통증 질환은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도 통증 및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감각이상과 운동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예로부터 허리 통증이 있으면 마사지로 통증을 완화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급성 요통의 경우에는 아직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사지의 이점이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의료지침은 운동을 처방한다. 수동적인 행동보다는 등 근육의 움직임과 능동적 운동이 치료의 초점이 되도록 권장한다. 다만 만성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요통의 경우 마사지는 적어도 수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물건이나 짐을 자주 들면 허리 건강을 해친다는 것도 오해다. 등은 척추를 지탱하고 완화시키는 근육을 단련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등 문제는 등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고 등 근육이 너무 약할 때 발생한다. 극도로 힘든 스포츠가 아니면 규칙적인 운동과 물건이나 짐과 같은 자극은 허리 건강에 좋다. 이미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유익하다. 자전거 타기, 수영, 규칙적으로 걷거나 빠르게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허리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척추기립근은 경추에서 골반까지 길게 뻗어있는 허리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허리와 골반을 이어주는 장요근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엉덩이 근육, 허리에서 등에 걸쳐 있는 광배근, 목 주위의 승모근도 척추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게 해주는 신전근의 약화는 요통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디스크 수핵 탈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척추 주변 근육 강화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막연히 척추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척추 근육의 약화로 인해 발생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허리 통증이 개선되고 재발 빈도도 줄어든다.

평소 바닥에 앉는 습관을 삼가고, 같은 자세로 1시간 이상 있지 말고, 숨이 살짝 찰 정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1시간 정도 걷기나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도 허리 건강에 좋다. 특히 척추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강화해주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의 스트레칭과 복부와 등배 근육의 강화 및 골반의 안정화 운동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비특이적 요통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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