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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극복을 위한 실천방안

등록일 2023-08-13 18:56 게재일 2023-08-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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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탄소중립, 넷 제로, RE100’ 같은 단어들이 이제 일상의 문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이 심각한 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은 온도계가 도입된 후 가장 더웠다고 한다. 평소 장마철에 300㎜ 정도 오던 비가 1천㎜ 이상 쏟아져 경북에서만 25명의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란 걸 온 국민이 절감하고 있는 여름이다.

지구상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공기로 증발하거나 식물·토지·해양에 저장됨으로써 수많은 세월 동안 균형을 이뤄왔다. 그런데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 저장되어 있던 화석연료를 인위적으로 캐내어 사용함으로써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산업혁명 전에 비해 석탄, 석유, 가스등 화석연료로부터 매년 510억t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국제사회는 뒤늦게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를 깨달았다. 2015년이 돼서야 UN은 파리기후협약(197개국 참여)을 통해 국가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1년까지 제출받았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2030년(2017년 기준)까지 43% 정도의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2018년 기준 40%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매년 발생되는 510억 톤의 탄소배출을 제로(0)로 하자는 것이 목표다.

최근 IPCC(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기반 경제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수력) 기반 경제로 바꾸자는 ‘에너지 대전환’ 선언을 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 기반 경제를 유지하다가는 기온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높아져 2100년쯤에는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인류가 기후연대 협정을 맺던지 집단적 자살협약을 하던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라고 부르짖었다.

에너지 대전환을 하려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편리하고 익숙한 생활문화를 단기간에 바꾸기 위해서는 대단한 실천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월드 그린뉴딜’ 제안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제 인류도 ‘멸종할 수 있는 생물종’임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은 인류가 ‘공동의 유대감’을 갖도록 만들었다”라고 했다. 필자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후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대전환에 대해 비용을 운운하며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든지 또는 마치 안 해도 될 일을 강요당하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 문제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한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에서 멈추라’는 선언이 헛구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전문가들은 온도 상승이 ‘2도’를 돌파하면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지구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궁극적으로 물질 중심의 문명 체계를 바꾸는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 문제가 걸린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서 30% 에너지 절감을 실천해야 한다. 이회성 IPCC의장에 따르면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의 40~70%는 절감 가능하다는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 절감을 ‘The First Fuel(첫 번째 발전소)’이라고까지 하며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은 1㎾ 절감에 27원의 비용이 드는 가장 싸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발전이다. 공장이든, 빌딩이든, ATP든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면 작게는 몇 십 ㎾, 크게는 몇 백 ㎾ 청정 발전소 하나를 갖는 것과 같다. 에너지 절감 활성화를 위해서는 절감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ESCO(성과배분방식)와 같은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둘째, 모든 건축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의 30% 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작게는 몇 100㎾에서 많게는 수천㎾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 공장과 아파트, 상가, 주택의 지붕·옥상에 태양광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햇빛이 가장 풍부한 전답에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대도시나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인이나 기업을 비롯해 전 국민들이 기후위기에 무감각한 상태다. 탄소중립이 뭔지, RE100이 뭔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마치 미지근한 솥에 들어앉은 개구리와 같은 모습이다. 솥은 이미 끓고 있는데 생명이 위험한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에너지에 대한 국민 의식의 대전환 없이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모두가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기후 재앙을 우리 눈으로 명백하게 보는 순간, 기후환경에 대한 통제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는 섬뜩한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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