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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홍준표 의원과 추경호 의원이 각기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이들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법안(이하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모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정부재정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의 필요성은 먼저 증가하는 항공수요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될 경우 우리나라와 가까운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과 저비용항공사의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추어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여건을 감안하면 지방공항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그러한 가능성은 최근 대구공항의 항공여객수송실적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14년 154만명이던 항공여객수송실적이 코로나19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467만명으로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2014∼2019년 사이) 국제선 항공여객수송실적은 연평균 63.16% 증가하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인천공항 일극중심의 One-Port(중추공항) 시스템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된다.그러나 현재 대구·경북의 관문공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구공항은 군공항(K-2)의 활주로(2.75㎞)를 빌려 쓰고 있고, 항공여객수송실적도 이미 연간 수용한계 375만명을 넘어 포화상태에 있다. 따라서 증가하는 항공여객의 원활한 수송을 도모하고, 소음피해와 고도제한으로 인한 도시(대구)발전의 걸림돌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에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군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군공항(기부 대 양여)과 민간공항(국가재정사업)이 함께 건설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이고,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사업이 될 것이다.대구공항과 함께 향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의해 추진될 수원공항은 아예 민간공항 기능이 없으며, 광주공항은 현재 민간공항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국내선만 운영되고 있고 향후 무안공항(국제공항)으로 통합될 예정이어서 군공항만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수원, 광주공항과 달리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에 이전, 건설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각기 다른 사업주체간의 원활한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 필요하다. 사업특성상 국방부(군공항)와 국토교통부(민간공항)가 함께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추진과정에서 협력적 관계가 뒤따라야만 차질 없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은, 사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군공항과 불가피하게 함께 이전하는 민간공항은 개발과 활성화에 필요한 계획의 수립, 절차, 재원조달, 인·허가 등의 제반 행정절차 처리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군공항과 동시에 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애초부터 민간공항 건설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한 사업이 아니라, 군공항(K-2) 이전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김해공항과 대구공항의 민항기능 폐쇄를 전제로 추진하였던 영남권신공항 건설이 박근혜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됨에 따라 대구공항도 존치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군공항 이전이 꼬이게 된 것이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정부에서 통합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일반적으로 국방·안보 관련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이지만, 민간공항 건설은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어 예비타당성조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동시이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에 하나, 민간공항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지 못한다면 통합이전 자체가 무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록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더라도 현재 수행중인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조사와 기획재정부의 사업규모 적정성 검토를 통해 충분히 사업성을 평가할 수 있다.최근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맞불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순수 민간공항 건설사업이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사업으로 근본적으로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 바로 이러한 차이점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을 통해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두 명의 국회의원이 각기 대표 발의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안)이 입법과정에서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쳐 하나의 특별법으로 탄생하여 대구·경북의 새로운 하늘길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2-21

운동과 면역력의 과학적 근거와 강화방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이 혼란스럽다. 코로나19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 강화를 위한 방법으로 운동을 권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운동은 최고의 약(Sport ist die beste Medizin)’으로 인식되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운동도 잘못하면 해(害)가 될 수 있다. 매번 고강도로 하는 운동은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일반적이다. 운동 효과는 참가자 자신의 체력 상태와 운동의 유형, 강도, 빈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운동의 효과는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이다. 운동 과정은 ‘자극에 대한 인체의 적응 과정’이다. 체력의 향상은 인체가 현재 능력을 넘어서는 자극이나 도전을 받을 때에만 나타나며, 이때 인체는 그러한 자극에 적응함으로써 인체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향상시킨다. 다시 말해 운동의 강도, 빈도 및 시간이 인체의 현재 능력보다 어느 정도 높아야 하며, 인체는 또한 이러한 자극에 적응하는 데 일정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운동의 효과 가운데 면역력 강화도 이 같은 원리에서 나타난다.거의 매일 강한 지구성운동(유산소운동)이나 저항성운동(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데도 몸은 늘 피곤하며 체력 향상은 더디고 심지어 감기나 운동 상해까지 경험한 적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은 강한 운동 후에는 스스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즉, 인체는 강한 운동으로 인해 나타난 대사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므로 운동 사이의 시간 간격이 지켜져야 한다. 예컨대 최대 근력운동은 2.5일, 순발력 강화 근력운동은 2일, 일반적인 근력운동은 1.5일, 계단이나 산 뛰기, 인터벌 달리기 등 강한 강도의 지구력 운동은 2일, 달리기 등 일반적인 지구력 운동은 1일 정도의 시간 간격이 필요하다. 그 외 체조, 스트레칭, 조깅 등은 운동 후 피로회복이 빠르므로 운동 사이의 시간 간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또한 운동과 운동사이의 시간 간격은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시간 간격이 너무 클 경우 인체의 적응, 즉 운동의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최대 근력운동에서는 6일 이상, 순발력 또는 스피드 운동에서는 4일 이상, 지구력운동에서는 3일 이상이 될 경우에는 더 이상 향상된 인체의 적응 기제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능력도 사라지게 진다.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간다. 또한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대사 물질)이 생성되어 인체는 산성화가 된다. 이같이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 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을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 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여 저항력이 올라간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이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는 이유이다.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 해야 면역력이 강화될까?다소 강도가 높은 운동을 해야 HSP 발현이 가장 활발하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결과이다. 지근(적근)보다는 속근(백근)을 많이 활용하는 운동에서 HSP 발현양이 비교적 높다. 말하자면 천천히 오래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적당한 운동에도 HSP는 발현하며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세포내 소포체기능이 향상되고 HSP 단백질 기능도 향상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등 지구성운동(유산소운동)이든 밴드, 아령, 바벨 등을 이용하는 저항성(웨이트트레이닝)이든 운동 유형에 큰 상관없이 HSP는 합성되고 발현한다.여러 연구결과에서 보통 체온이 섭씨 38.5도에서 HSP 발현양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과 피부에서 75%, 장기에서 22% 등의 열이 발생한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심장, 방광 등 체내 장기의 온도가 중요한데, Vo2 Max(최대산소섭취량)의 50%로 운동할 경우 37.3도, 75%로 할 경우 38.5도까지 올라간다. 이는 운동을 “힘들다” 느낄 정도로 해야 HSP가 잘 발현한다는 뜻이다.하지만 “힘들다”라는 자각적 운동강도(RPE)는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서 주관적이다.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운동 강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산출하면 (남자 220, 여자 226-만나이-안정시심박수) × 운동 강도(백분율)를 계산한 후 안정시심박수를 더하면 자신에 맞는 운동 강도를 알 수 있다. 자신의 안정시심박수는 아침에 눈뜨고 누운 상태에서 요골동맥, 경동맥 등에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촉진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10초×6/20초×3). 결과적으로 면역력 강화를 위한 적정 운동 강도는 70~80%이고, 운동 빈도는 주 5회가 적당하며 운동 시간은 60분 이상 120분 이하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고 의사의 진료에 따라 약이 처방된다. 스포츠도 과학이다.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운동을 해야 약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건강상태와 체력을 측정, 분석해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 유형과 강도, 빈도, 시간에 대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이것이 자신의 몸에 약이 됐는지 해가 됐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정착됐으면 한다.

2021-02-21

코로나19 백신(아스트라제네카) 논란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고령자에 대한 효과와 안정성에 관해 국내외 안팎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2월26일부터 의사, 간호사, 병원종사자 등 의료진 5만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다수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종사자 등 78만명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해외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관해서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핀란드는 70세 미만,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스웨덴·노르웨이는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 접종을 권고했고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한국정부는 고령자들에 대한 제한을 두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다른 판단을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1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아스트라제네카 검증자문단은 안전성 프로파일이 양호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어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제한하지 않았다.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서는 안되며 식약처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가능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대한의사협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접종에 대해서는 자제를 권고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필자도 매우 우려돼 2월 2일 열린 대구광역시 코로나19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19차 영상회의에서 유럽의 상황과 대한의사협회장 의견을 전하며 코로나19 백신 논란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으니 대구시에서도 검증을 통해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시 감염병 관리지원단장은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전문가가 아니며 의사마다 전공분야가 다르니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백신·예방·감염의 전문의 의견을 따라갔으면 좋겠다”라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이후 2월 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과는 유럽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으로 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만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를 반영하고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2월 10일 3차 검증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 추가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결정했고 사용상 주의사항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고 기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국민은 접종을 하고 안전에 대한 확인은 나중에 하겠다는 점이며 의사가 접종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접종 유무를 판단해 결정하라는 식약처의 입장은 무책임의 극치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까지 나서서 고령자에 대한 접종을 제한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결정이다.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선진국들 대부분이 이용하지 않는 경로인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운영하는 기구이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백신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코백스를 통해 1분기에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는 국가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인 것으로 나타났다.태국에서는 코백스를 통한 조달 방식에 대해 비용 대비 효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최소 259만여회분, 화이자 백신 11만여 회분 총 271만여 회분을 받게 된다. 코백스 지원이 없었더라면 올해 1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접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매우 한심스러운 상황이다.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아랍에미리트 39.95%, 이스라엘 39.59% 영국16.89% 미국 10%인 가운데 한국은 접종 시작은 커녕 아스트라제네카 논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으며 국제적 망신도 예상된다. 정부는 K방역 자화자찬에 도취되어 있다가 백신도입이 늦어졌으며 거듭되는 코로나19 방역실패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 못하여 이로 인한 고통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 됐다.해외에서는 공항 근처에서 이미 가짜 코로나19검사 진단지가 팔리고 있는 상황이고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이후 백신접종 유무 확인으로 출입국을 제한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현 정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야할지 국민의 입장에서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안전이 확인 안된 백신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지 말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단 1명의 국민도 희생되지 않게 지키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존재 이유이다.

2021-02-14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과 울릉도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지난 2020년 연말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는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제작했다. 울릉도 연안에 떠밀려온 중국산 플라스틱병 등 각종 해안쓰레기로 제작한 크리스마스트리였다. 울릉도 연안의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방편이었다.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동해 최외곽 도서인 울릉도가 해류와 바람에 실려 외부로부터 떠밀려온 해안 쓰레기로 매년 몸살을 앓고 있다.울릉도 주변해역은 대한해협을 통과한 후 동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울릉도로 향하는 해류인 동한난류 흐름 특성상 한반도 연안의 해양쓰레기가 주로 밀려오는 지역이다. 겨울·봄철에는 북서풍의 바람과 동해 북쪽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해류를 타고 동해 북쪽 연안의 다양한 해양쓰레기가 또한 밀려온다. 더욱 심각하게는 2004년부터 북·중 어업협정에 따라 동해 북한수역으로 진출한 매년 수천 척의 중국 오징어 조업 선박이 투기한 중국산 해양쓰레기 또한 울릉도 해안으로 밀려오고, 심지어 독도 해안가에서도 심심찮게 중국산 플라스틱병이 발견되기도 한다.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은 비단 울릉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70억t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쓰레기 감소 노력에도 매년 해양쓰레기 수거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5년 6만9천129t에서 2019년 10만8천644t으로, 2015년 대비 2019년에 1.6배 증가했다.해양수산부는 해안쓰레기의 종류와 양, 발생 원인별 비율변화, 외국기인 쓰레기의 종류와 양 등 해안쓰레기의 객관적 자료 파악을 통해 국가 해양쓰레기의 예방과 관리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2008년부터 전국의 주요 지점을 대상으로 국가해안쓰레기모니터링 사업을 수행 중이다. 2021년 현재 동해안 12개소를 비롯해 전국 연안의 60개소를 대상으로 2개월 간격으로 모니터링이 수행 중이다. 각 조사지역은 대상 해안의 100m 구간 중 5m 구간 4개소를 무작위로 선정해 해안쓰레기의 종류와 양, 그리고 외국기인 쓰레기의 양과 종류 등을 파악하고 있다.울릉도는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의 제안으로 2019년 12월부터 국가해안쓰레기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지점은 접근성과 해안 특성을 고려, 울릉도 북서쪽에 있는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전면 해안 100m 구간으로 선정했고 현장조사는 2개월 간격으로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2021년 1월 26일에 수행된 울릉도 해안쓰레기모니터링에서 5m 구간 4개소라는 짧은 지역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스티로폼 등 플라스틱 해안쓰레기와 함께 목재, 어선 깃발, 외국산 신발 등이 조사되었다. 총 170개의 플라스틱 해안쓰레기가 발견됐고 이 중 15%인 26개가 외국기인 플라스틱이었다. 외국기인 플라스틱의 경우, 대부분 중국 상표가 부착된 플라스틱병이었다. 외국기인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발견된 플라스틱 중 30%가 스티로폼 형태였다. 이외에도 동해안 울진, 삼척의 명칭이 선명한 어구 깃발, 목재 등이 발견됐다.정해진 조사방법에 의한 조사를 마치고, 조사 구간을 포함한 약 200m에 이르는 해안선에 대한 해안쓰레기 수거작업을 진행한 결과, 약 2.5t 쓰레기 수거차량 3대 분량의 해안쓰레기가 회수됐다. 비록 이날 해안가 청소 작업이 진행됐지만, 며칠 후 해안가는 언제 청소 작업이 있었던 것 마냥 해류와 바람과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로 다시 가득했다. 울릉도 해안쓰레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특히, 울릉도 해안의 경우 서·남해안과 다르게 해안이 모래 해변이 아닌 굵은 자갈 해변으로 이뤄진 지형적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해안쓰레기가 굵은 돌 틈에 박혀 있어 해안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라 돌을 들춰 파내야 하는 실정이라 회수작업이 쉽지 않다. 더불어 실제 수거되는 플라스틱은 크기 5㎜ 이상의 중형 플라스틱이고, 스티로폼 등이 잘게 부서진 형태의 미세플라스틱 등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의 피해 또한 우려되는 실정이다.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제로화를 목표로 해안기인 쓰레기 및 육상기인 쓰레기 발생원 줄이기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기인 쓰레기 발생원 줄이기를 위해 친환경부표(스티로폼 부표 대체) 및 친환경 어구(생분해성) 보급 촉진, 바이오플라스틱 어구·부표 개발과 함께 육상기인 쓰레기 줄이기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 규제, 수산물 친환경 포장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울릉군도 매년 지역 민간단체와 협력해 수중정화활동,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바다환경 지킴이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경북도는 해양쓰레기 청소선인 울릉도(독도) 전용 청항선 건조 또한 추진 중이다. 이러한 해양기인 및 육상기인 쓰레기 발생원을 줄이게 하는 노력과 함께 울릉도(독도)의 정확한 해안쓰레기 실태 파악을 위한 더 정확한 조사가 또한 필요하다.매년 북한수역으로 진출하는 중국 어선의 쓰레기 배출 또한 대응이 필요하다.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인 울릉도가 해안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류와 바람의 특성상,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회수의 최후 보루인 울릉도 해양쓰레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2021-02-14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십니까?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했어요?”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한 나의 탁월함과 위대함(?)을 기대했을까? 아니면 ‘오죽하면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했을까’ 하는 위로와 동정심(?)이 내포되어 있을까?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묻고 싶어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정신건강은 어떻습니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내과 의사의 신체건강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 하는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정신건강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은 무슨 의미일까?일반적으로 가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한 생각들 중 하나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매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들만 상대하면 일종의 직업병처럼 의사도 환자와 비슷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우울증 환자를 계속 대하다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우울해지지 않을까?” 또는 “불안증 환자를 계속 대하다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불안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또는 “의사의 정신상태가 환자와 비슷해져야 치료가 더 잘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있다.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마약 중독자를 상대하므로 일종의 직업병처럼 의사도 마약 중독 상태가 되거나 또는 환자 치료를 더 잘 하기 위해 마약 중독자가 되어야 할까? 물론, 아니다. 참고로 마약 중독의 치료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한다.또 한편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볼 수 있는 ‘족집게’ 점쟁이나 역술인처럼 생각하기도 한다.‘황혼 이혼’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즈음의 일이다. 어떤 할머니가 진료실에 오셨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라고 물었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귀가 어두워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나 싶어 내가 큰 소리로 다시 물어 보아도 역시 아무 말이 없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생각하던 할머니가 던진 한마디는 “그걸 말하면 되나? 치료비를 받으려면 묻지 말고 맞추어야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이혼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다가 점을 보러 가는 대신에 정신건강의학과로 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진료 후 “가슴에 얹혀 있던 돌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다”며 밝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섰던 그 할머니, 몇 달 후 부군과 잘 지내고 있다는 말씀으로 보아 점을 보러 가는 대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은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초능력자로 보는 이런 에피소드는 그리 드물지 않게 겪는 일이다. 일상의 만남에서 대화를 잘 나누다가도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줄 알고 나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봐 입을 굳게 다무는 분도 있다.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도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초능력자도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완전한 정신건강의 소유자도 아니다. 나는 환자를 만나면서 그 속에서 나 자신의 미숙함을 본다. 나의 건강하지 못한 점을 본다. 그 속에서 깨우친다. 그리고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우리 모두 완전한 정신건강의 소유자는 아니므로,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 환자이다.그렇다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자문해본다. 굳이 말하자면,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부처님, 예수님 같은 성인들은 완전한 정신건강을 가진 분들이겠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 그런 경지에 도달하기란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재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자신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점을 알고 있고, 그래서 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인격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신건강이다. 건강을 찾고 지키려는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하다는 말이다.어떻게 해야 정신이 건강해 질 수 있을까? 나는 정신이 건강해지는 그 출발점은 자신의 인격 성숙이 완전하지 못함을, 다시 말해 자신의 인격이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완전한 인격 성숙을 이루지 못했으므로, 우리의 정신은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여백이 남아있으니, 이 얼마나 축복인가! 누가 잘난 것도 없고 누가 못난 것도 없다. 기껏해야 ‘오십보 백보(五十步 百步)’이다. 남과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남과 비교한 성공이 아닌,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오늘, 자신의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의 참다운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이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묻겠다.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한가? 당신은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건강에 대해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왜 우리는 신체건강을 위한 노력은 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 할까? 여태껏 우리는 정신건강을 너무 멀리서 찾았다. 그러나 진리는 평범한 데 있는 것처럼 정신건강도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그래서 일상 속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야기와 그 처방을 ‘사공정규의 마음 처방전’이라는 칼럼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공정규의 마음 처방전’, 사공정규와 함께 하는 정신 건강 여행에 정중히 초대 드린다.

2021-02-07

정치 만능주의를 우려한다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재보궐선거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고, 새로운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한 공약들 가운데 국가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포함돼 있고,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바람직한 것들도 있다.그러나 문제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거치고 중장기 계획과 마스터플랜(master plan)을 수립한 후에 추진돼야 하는 사업들이 정치인들의 공약으로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최근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공항 건설문제는 정치권이 이슈로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항건설과 관련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행정부(국토교통부)가 국토종합계획, 항공정책 기본계획(중장기 국가 공항건설계획), 재원조달계획 등을 수립한 후에 국토 권역별로 입지 후보지를 선정해 시의 적절하게 추진하도록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러나 지역의 요구에 따라 특정 입지후보지를 미리 정하고 입지후보지에 대한 검증절차나 타당성 검토 없이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심각한 후유증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항건설 주체가 중앙정부(행정부)이니 만큼, 중앙정부가 종합적인 국가공항정책을 수립하고 단계적 절차를 거쳐 공항의 입지후보지 선정과 구체적인 공항건설계획(공항의 규모, 공항철도 건설 등)을 수립한 후 추진해야 부실을 피할 수 있다.정치의 영역은 행정부가 종종 놓칠 수 있는 이슈를 부각시키거나,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총론(總論) 수준에서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사업내용(후보지 결정 등)까지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행정부와 전문가는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정부 부처마다 수많은 심의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있는 만큼, 이들 위원회가 합리적이고 건전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모든 길은 정치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 만능주의를 에둘러 표현한 말이고, 그 만큼 정치의 영향력이 크다는 말이다.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우려스러운 표현임은 분명하다.권위주의 시대에는 소위 ‘수지형’ 의사결정이 많았다. 최고 의사결정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수지형’ 의사결정이 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했다. 그러나 1999년도에 대규모 국책사업의 추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됐고, 소규모 국책사업에 대해서도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지형’ 의사결정은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접근은 모두 합리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정책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적 과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만큼 행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법적 혹은 제도적으로 잘 정비돼 있고, 합리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초를 두면서 최소한의 절차적 하자도 없이 모든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정치의 영역은 매우 포괄적이다. 특히 지방자치제 하에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당정치를 통해 선출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들도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힘은 원천적으로 막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막강한’ 힘을 발휘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더 오랫동안 그들의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그런데 4∼5년의 임기를 가진 정치인들이 과연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고 정치를 할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모든 정치적 이슈들에 대해 100∼200년을 바라보고 정책을 추진하고 계획을 수립할 필요는 없다. 어떤 정책과 사업은 매우 빠르게 추진해서 그 효과와 혜택을 빨리 누려야 하는 것도 있다.예컨대 현재 우리가 겪는 코로나사태와 관련된 것들은 그렇다. 그러나 어떤 정책과 사업의 영향이 100∼200년 혹은 그 이상의 먼 미래에도 영향을 미치고 많은 비용의 지출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신속한 추진보다는 멀리 보고 하나하나 따져보고 추진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고, 과학적 접근이 더욱 요구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과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 더 과학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지(衆智)를 모아야 한다.종종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정치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 사이에 있는 것들은 사실이지만, 가능하면 과학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이슈들은 과학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수준의 가치판단이 요구되거나 극명한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경우에도 다양한 집단과 지역의 이해를 조율하고 각론보다는 총론에 집중해 정치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모든 사회적 이슈들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어서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국리민복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들과 정치인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치 만능주의의 폐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2021-02-07

수도권집중, 이대로 괜찮나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서울 도심 집값 세계 2위, 홍콩 다음으로 비싸다’라는 기사를 읽었다.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언론을 통해 접한 기사들을 보면 서울시민들의 통근소요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기사는 물론이고, 서울의 비즈니스 비용이 세계적인 대도시들 가운데 매우 상위권에 속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모두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로 인한 문제점을 적시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언론보도를 볼 때마다 전 인구의 50%가 몰려 살고 경제력 집중이 심각한 수도권집중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새롭게 느낀다.오래 전부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수도권집중은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수도권의 과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수도권의 경쟁력마저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있다.수도권집중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논자들은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의 원리로부터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을 찾는다. 그리고 밀도가 높고 경제활동의 근접성이 있으면서 집적이 많이 이뤄져 있으면 수확체증이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공간정책의 방향은 수확체증현상을 감안한 경제원리에 역행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공간영역으로 수도권을 육성해야 함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일리가 있으며, 수도권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도시권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수도권집중의 바람직한 수준은 수도권집중으로 인한 과밀의 사회적 비용(주거 및 교통 혼잡비용)이 집적이익(agglomeration economies)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정된다.현재와 같이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하는 현상은 시장원리의 산물이라고 많은 논자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중앙정부가 주도해온 관치경제의 산물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하다. 특히 수확체증현상은 고급기술이나 지식을 많이 이용하는 산업에서 발생하는데, 수도권의 경우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해온 관치경제(官治經濟)에 의해 고급기술이나 지식이 많이 축적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지리적 공간상에서 나타나는 4가지 흐름은 인구이동, 자본이동, 의사결정, 혁신의 확산이고, 이들은 상호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우리 나라의 경우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권력(의사결정)이 집중되는 곳에 자본과 인구도 함께 집중함으로써 수도권집중이 나타났고, 이러한 집중현상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관성(慣性)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입지요인으로 생산요소(원료와 노동력), 시장, 집적경제(agglomeration economies), 환경요인, 정부의 영향력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관치경제의 요소를 걷어내고 수도권의 선발이익(initial advantages)이 사라진다면 산업생산 공간으로서 수도권의 입지적 장점이 계속 존재할까 의문이다.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의 예를 보면, 첨단산업의 입지요인으로 권력에의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워싱턴 D.C. 주변에 첨단산업이 집중하지 않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의 첨단산업은 명문대학과 국립연구소에의 접근성 및 기후 등의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입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입지경향이야말로 시장원리의 결과로 볼 수 있다.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비용뿐만 아니라 현재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주거 및 교통 혼잡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일극(一極) 집중의 공간적 독점이 아닌 다극(多極) 집중의 공간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한 국가 내에서 일극 집중이 심각할 경우 공간적 독점으로 인해 성장의 한계가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한 국가 내에서 특정 도시 혹은 지역이 산업생산 혹은 삶의 공간으로서 경쟁상대가 없을 때, 국내 도시 혹은 지역 간에 질적인 경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수도권이 오직 규모의 경제로 인해 경쟁력을 가질 때 수도권의 질적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이렇게 될 때 외국 대도시와의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경제원리를 따른다면, 한계생산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이야말로 수도권의 한계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제 경제적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지방 대도시의 육성과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초광역경제권의 형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이렇게 될 때 국가 전체의 경쟁력 향상도 가능할 것이다.수도권문제의 인식과 대안의 선택은 글로벌 경제의 관점에서 조망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바로 눈앞의 경제적 득실이 아니라 먼 장래의 국토공간구조와 국가경쟁력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수립과 실천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1-01-31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맞춤형 인공장기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심장, 간, 피부, 각막,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을 3D 바이오 프린팅이라고 부른다.기존의 3D 프린팅이 치과 보철, 의족·의수 등 신체를 지지하는 인공 보철물 제작에 그쳤다면 바이오 프린팅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와 같은 체내 이식물까지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국내·외에서 3D 바이오 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개발하려는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최초의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2008년 일본 도야마 대학의 마코토 나카무라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잉크젯 프린터의 입자 크기가 사람 세포의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만드는 3D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했다.2013년 미국의 바이오벤처기업 오가노보(Organovo)에서는 수만 개의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1㎝ 크기의 인공 간을 제작했으며 제약회사에 판매되어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물 독성시험 검사에 쓰이고 있다.2016년 중국의 레보텍사에서는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혈관을 제작해 원숭이에게 이식했는데 이는 영장류에 대한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성공사례이다.같은 해 미국의 웨이크 포레스트의대 재생의학연구소의 앤서니 아탈라 교수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만든 귀를 쥐에게 이식해 내부로 혈관이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2018년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각막 줄기세포와 알긴산염(Alginate), 콜라겐(Collagen)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잉크를 만들어 사람의 인공각막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그리고 2019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 세포를 이용하여 세포, 혈관, 심실 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체리 1개 크기의 인공심장을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데 성공했다.3D 바이오프린팅에서 잉크로 사용되는 물질은 일반적인 3D 프린팅의 재료와 완전히 다르다. 장기를 출력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하여 세포를 원하는 형상이나 패턴으로 적층해 인체의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포를 활용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의학계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장기가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거부반응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는 실제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몸의 일부로 생착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이식이 가진 수많은 단점과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다.바이오프린팅 시장은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프린팅 시장규모는 2019년 3억 620만 달러에서 연평균 복합 성장률(CAGR) 35.4%로 확대되어 2024년에는 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BCC Research, 2019).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참여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존슨엔드존슨(Johnson Johnson)과 같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LOREAL), 미국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갬블(PG), 독일 화학회사 바스프(BASF) 등은 화장품이나 화학물질을 시험할 피부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 많은 과학자들은 5년 내 인체 대상 임상시험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20년 8월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2차 3D 프린팅산업 진흥 기본계획(2020~ 2022)’을 수립하고 3D프린팅 글로벌 5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2018년 0.4조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확대하여 2022년 1조원 달성(연평균 27%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중소제조기업의 지속적 혁신성장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연매출 100억 이상 글로벌 기업을 10개사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산업현장과 기업을 연계할 수 있는 3D 프린팅 실증지원센터와 같은 실증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포스텍 조동우 교수 연구진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2016년 세계 최초로 3D 세포 프린트를 이용하여 인공 근육을 제작했으며 2018년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하여 세포배양기판을 제작하며 체내 근육과 더욱 비슷한 인공 근육 재생기술을 개발했다. 포스텍과 한동대학교 등 지역의 대학에는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organoid) 분야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연구진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향후 포항을 중심으로 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산업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아직은 대학과 공공 연구기관 주도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3D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제품개발과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산학연병간의 컨소시엄을 통한 상용화 기술 조기 확보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실증지원센터 등의 인프라 구축, 산업 밀착형 선도인재 육성, 법·제도 재정비 등 다각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2021-01-31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는 무엇인가?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1981년 대구시와 경상북도로 행정이 분리된 이후 인구는 정체, 지방소멸 위험이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2018년 기준으로 대구·경북 인구는 전국 10% 밑으로 하락했고 경제적으로는 대구·경북 지역 내 총 생산이 전국 비중 1985년 이래 1/4로 하락했으며,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3년 이래 최하위, 경북은 1993년 5위, 2019년 6위를 했으나 2014년 이후 빠르게 하락 중이다.대구경북행정통합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대구경북행정통합이나 공론화에 대한 정보가 없어 궁금해 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수도권집중, 지방소멸,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결 방안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를 하나로 합쳐 더 큰 자치권과 자원을 가지는 대구경북특별자치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대구경북행정통합 추진과 공론화는 다른 개념이다. 현재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위원회가 아니고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의견수렴을 통한 공론조사를 하고 이 내용을 시·도지사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일각에서 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 오해도 하고 있지만, 이는 공론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보이며 앞으로 공론화가 진행되면서 시·도민 의견수렴을 활발히 하게 되면 오해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공론조사는 행정통합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는 이해관계자, 전문가, 시·도민 등의 다양한 의견을 토론을 통해 민주적으로 수렴해 공론을 형성하는 것으로, 여론조사보다는 다양한 정보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여론 수렴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미국의 제임스 피시킨 미국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방법론으로 1994년 영국을 시초해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실시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8.31 부동산 정책 공론조사, 2013년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위원회, 2018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를 들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대구시신청사건립공론화위원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전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위원회를 통해 공론조사에 대한 경험을 한바 있다.대구경북행정통합은 세 가지 단계를 거쳐 진행될 계획이라고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시·도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론과정을 수행하는 시·도민 공론형성 단계이고, 두 번째 단계는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최종의견을 묻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통합된 대구·경북의 지위, 특례 등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결국 대구경북행정통합은 특정인들의 결정이 아닌 시·도민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코로나19로 인해 시·도민 의견수렴에 한계가 있지만,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비대면 온라인 시·도민 열린 토론회가 진행됐고 이 외에도 숙의공론화조사, 여론조사, 빅데이터 조사, 홈페이지,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임으로 성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행정이 통합되면 대구경북광역특별시, 대구경북광역자치도 등 행정단위간의 상하문제로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는 특별지방정부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국내에 이런 명칭을 쓰는 광역지자체는 없다. 광역단위의 지자체가 통합한 예는 국내에는 없고 해외에도 드문 사례여서 어려운 문제이지만 대구·경북이 하나가 되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형태나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경제적 파급효과나 행정효율성, 지역균형발전, 청사 위치 등 다양한 쟁점들이 논의 중이지만 결국은 시·도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행정통합 이후에도 일자리가 없고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행정통합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통합된 대구·경북은 인구 510만과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국제공항과 항만을 가진 지자체가 된다. 이와 함께 구미, 포항 등의 산업과 경주, 안동 등 문화·관광 콘텐츠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만 가지고는 시·도민들에게 통합된 대구·경북 경쟁력을 이야기하기엔 많이 부족함이 많다.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비전과 정책목표가 설정되고, 시·도민들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반영되는 행정통합 공론조사가 되어야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론조사에 대한 대표성, 평등성, 공정성 등의 비판적 견해가 있지만,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주민투표과정이 있기 때문에 공론조사의 한계도 극복되며 대구·경북 전체 시도민의 결정이 된다.앞으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의 경험은 우리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다른 광역지자체에서도 행정통합의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고 대구경북행정통합의 과정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행정통합에 대한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의견 제시를 통한 참여가 필요하다.

2021-01-24

해양기후변화와 울릉도(독도)의 대응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겨울 울릉도는 고립의 섬으로 변한다. 겨울철에는 잦은 해양기상악화로 육지로 오고 가는 뱃길의 통제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10년 동안(2011~2020년) 겨울철(12~2월) 한 달 평균 결항 일은 15.4일이었다.한 달에 절반 넘게 결항한 것이다. 울릉도를 오고 가는 400~600t급 미만의 소형 여객선만으로 겨울 파도를 이기기에는 너무 벅차다. 설령 여객선이 운항하더라도 뱃멀미로 승객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울릉도 항로상에 발령된 기상청 풍랑특보는 지난 20년(2001~2020년) 동안 연평균 84.3일이 발령됐다. 이런 기상악화에 따라 울릉도 항로는 연간 100일 내외의 통제일을 보인다.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최근 10년(2011~2020년) 들어 울릉도 항로상 풍랑특보는 연간 89.7일로 이전 10년에 79.0일에 비해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증가 추세는 최근의 겨울철 기상악화 증가와 관련된다.연구자들은 동해의 겨울철 기상과 관련된 시베리아 고기압 세기에 영향을 미치는 북극진동의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기후변화와 관련된 간접적 영향인 셈이다.기후변화와 관련된 영향은 울릉도(독도)의 바다 표층 수온 변화에서 더 뚜렷이 나타난다. 울릉도(독도)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지난 100년간 1.3℃ 증가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 수역 중 가장 높은 표층 수온 증가율이었다.바다의 여름이랄 수 있는 수온 20℃ 이상의 연간 관측일 수로 보면 더욱 분명히 수온 증가가 체감된다. 울릉도 연안에서 지난 1966년부터 관측된 표층 수온 자료에 따르면 수온 20℃ 이상의 연간 관측일 수는 1960년대 약 70여 일에서 최근 120여 일로 약 50일가량 증가했다.바다의 여름이 두 달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25℃ 이상의 연간 고수온일 수는 2010년대 들어 20일 이상으로 고수온 일수가 이전에 비해 매우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표층 수온 10℃ 미만일 수는 과거에 비해 감소 추세에 있다. 바다의 더운 여름과 따뜻한 겨울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바다의 아열대화 증가에 따라 울릉도(독도) 연안의 아열대종 출현 비율이 증가하거나 출현 시기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지난 12월 울릉도 연안 조사에서 열대어종인 파랑돔의 서식을 확인한 바도 있다.해양기후변화는 울릉도(독도) 주변해역의 오징어 어획량 및 어획시기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동해에서 오징어 주 어장은 동해 남쪽에서 북상하는 따뜻한 해류와 동해 북쪽에서 남하하는 차가운 해류가 만나는 수온 전선역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두 해류가 만나는 수온 전선역에서 수렴류에 의한 오징어의 먹이 생물인 플랑크톤이 축적된 이유로 고려되고 있다. 최근 울릉도 어획량은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하면 1/10 수준으로 매우 감소하고 있다.예전에는 수온 전선역이 울릉도 주변에 형성돼 울릉도 주변이 오징어의 좋은 어장이었다면, 해양기후변화에 따라 동해 남쪽에서 따뜻한 해류가 강하게 확장하면서 수온 전선역이 동해 북한 수역으로 점차 이동, 상대적으로 울릉도 주변은 예년과 비교하면 오징어 어장 형성의 환경적 조건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늦가을 혹은 초겨울이 되면서 동해 남쪽에서의 따뜻한 해류는 약화하고 동해 북쪽에서의 차가운 해류는 강화되면서 다시 울릉도 주변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지만,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해상기상 악화로 출어 일수가 감소, 자연스럽게 어획량 또한 감소하고 있다.2004년부터 북중어업협정에 따라 중국어선의 동해 북한수역 오징어 어선 진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수온 전선역이 예년에 비해 동해 북한 수역으로 북상한 이유와도 절대 무관치 않다.해양기후변화로 겨울철을 중심으로 한 울릉도 항로상 풍랑특보 일수 증가, 표층수온의 아열대화, 오징어 어장의 변화와 어획시기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능동적 대처가 필요하다.울릉도 항로상 풍랑특보 일수 증가에 대비하려면 울릉도 항로상 대형 여객선의 취항이 필수적이다. 섬 주민에게 육지와의 교통 환경 개선은 최고의 복지이다. 최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8천t급 이상의 대형 여객선 취항을 위한 여객선 공모가 진행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안정적 운항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여름철 바다와 관련 관광이 증가 추세에 있고 이와 관련해 해양레저관광의 다변화를 위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보는 울릉도에서 체험하는 울릉도로 적극적 모색해야 한다. 오징어 어장의 변화와 관련해 남북해양수산협력의 적극적 모색과 중국어선의 북한 수역입어에 따른 우리 어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해양기후변화의 시대, 울릉도(독도)의 다양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독도를 부속 섬으로 둔 울릉도와 대한민국 섬이 보다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지속가능한 섬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2021-01-24

헴프는 무엇인가

손광영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지난해 7월 6일 안동시가 대마특구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대마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즈음에 우리 안동시민들에게 ‘대마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고 향후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대마(헴프)는 무엇인가?’란 주제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우리가 흔히 ‘대마’ 또는 ‘대마초’라 부르는 건 ‘칸나비스 사티바 엘’(학명:Cannabis Sativa L.)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칸나비스를 과학적으로 분류하자면 속씨식물문, 장미목, 삼과의 한해살이 식물에 속하며, 세 가지 종(사티바·인디카·루더랄리스)으로 나뉜다. 중앙아시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그 기원을 남아시아에서도 찾는다.그렇다면 ‘헴프’란 뭘까? 대마초나 마리화나를 말하는 걸까? 중독성 마약이 아닐까? 위험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마로 알고 있는 헴프(Hemp)는 칸나비스를 지칭하는데, 이는 환각성 약물로 활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쓰이는 모든 ‘칸나비스’를 의미한다.환각제로 유통되는 칸나비스를 제외하고 대마줄기 껍질(섬유·삼베), 씨앗(헴프씨드) 또는 기름(헴프씨드오일) 그리고 대마속대(건축자재) 등의 칸나비스가 바로 ‘헴프’이다.특히 서양에서 ‘헴프’라고 하면 산업용 칸나비스를 두고 하는 말인데, 주로 섬유산업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뤄왔다. 의료용 칸나비스 또는 의료용 마리화나(MMJ, medical marijuana)는 의사가 환자를 위해 처방하는 칸나비노이드(칸나비스에서 발견되는 화합물)를 말한다.외국에서도 의약품으로 사용하기 위한 칸나비노이드 생산은 정부의 규제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칸나비노이드를 사용한 질병치료의 안전성과 효능에 관한 임상연구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왔다.헴프산업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산업용 대마가 사용되는 섬유, 건축자재, 식품·화장품 등의 산업을 통칭한다. 헴프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헴프비즈니스저널에 따르면, 2019년 의료대마를 제외하고도 헴프의 유통량은 46억 달러에 달하며, 2025년에는 266억 달러(한화 약 29조)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34% 이상의 성장률이 예상되는 대규모 시장인 것이다.헴프산업은 앞으로 △헴프 재배의 합법화 △헴프씨드넛트와 헴프씨드오일의 기능성 및 수요 증가 △다양한 식품응용 분야에서 사용량 증가 △만성질환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더욱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헴프산업의 시장성장 잠재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활용도가 높아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에 묶여 수십 년째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헴프재배량이 해마다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미국은 건조중량 기준 0.3% 이하의 델타-9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함유하는 칸나비스 또는 칸나비스의 종자 및 모든 파생품, 추출물 등을 ‘헴프’로 정의한다.소위 마약으로 알고 있는 ‘마리화나’(marihuana)는 헴프를 제외한 칸나비스의 나머지 모든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한국은 ‘헴프’와 ‘마리화나’에 대한 구분 없이 칸나비스와 그 수지를 원료로 제조한 모든 제품의 개발 및 유통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단, 규제자유특구로 선정된 안동시는 제외된다.‘UN마약위원회’(CND)는 대마초 및 그 파생물에 대한 일련의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들을 검토하면서, 1961년 이래로부터 강력하게 규제하던 물질 분류인 ‘지정IV’에서 칸나비스를 2020년 12월 2일에 제외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현재 5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약용 칸나비스 프로그램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캐나다와 우루과이 그리고 미국 내 15개 주에서 기호용 마리화나의 사용이 합법화됐고, 에콰도르는 대마초의 생산, 판매, 사용에 관한 ‘우수 사례, 품질, 혁신 및 연구 개발을 보장하는 규제근거’를 갖추도록 촉구한 바 있다.미국 하원에서는 2020년 12월 4일 수십 년간 이어온 마약정책을 전환하여 마리화나를 비범죄화하고, 비폭력 마리화나 관련 유죄판결을 말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캐나다에선 2018년부터 칸나비스를 전면적으로 합법화하여 가구당 4그루의 마리화나를 재배할 수 있고, 기호용 마리화나의 흡연과 섭취도 합법화하였다.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UN 마약위원회에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장 강력한 위험약물에서 대마를 제외하였듯, 대마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미국의 헴프 농업법을 모범 삼아 마약류관리 법상의 대마(칸나비스)의 정의를 헴프와 마리화나로 구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한국 헴프농업과 그에 파생된 헴프산업을 육성하여 세계 헴프산업의 리더가 될 기회를 스스로 잡아야 할 것이다.

2021-01-17

포항 신성장 바이오산업 혁신 플랫폼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련리와 이인리 일원에 148만m2(약 45만평) 규모의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가 조성되고 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조성되고 있는 산업지구는 첨단 융복합산업의 거점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포항의 3대 바이오 혁신성장 플랫폼인 포항지식산업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구축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포항지식산업센터는 총사업비 240억원이 투입되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공지능, 바이오, ICT/SW, 그린에너지 분야의 유망기업 등을 지역에 유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구축되는 임대형 시설로 기업 입주시설, 홍보전시실, 대회의실 등을 비롯하여 각종 편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입주 대상기업은 4차산업 관련 기업과 강소특구 연구소기업, 지역전략산업 관련 기업 등이다. 1월 말에 입주공고를 거쳐 총 53개 기업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총사업비 458억원이 투입되어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구축되고 있으며 향후 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거점시설로 활용될 계획이다. 모든 생물체의 구조적, 기능적 기본 단위인 세포는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세포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백질 및 핵산과 같은 많은 생체분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세포막에는 세포 내외로의 물질수송이나 외부 환경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신호전달 수용체 등의 단백질이 존재하고 있으며 세포막 단백질의 기능이상은 곧바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 상용화되고 있거나 개발되고 있는 화합물 신약의 50~60%는 세포막 단백질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구축되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세포막 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암과 감염성, 대사성, 뇌, 심혈관, 희소 질환 등 6대 중증 질환에 대한 항체의약품과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한 거점시설로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구축되고 있다. 포항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더불어 향후 1천5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신약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바이오 신약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예정이다.그린백신 실증지원센터는 국내 최초로 구축되는 그린백신 생산지원시설로 총사업비 165억원이 투입되어 본관 1개동(지상 3층)과 별관 1개동(지상 1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린백신은 담배와 같은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생산하는 백신으로 기존의 유정란이나 동물세포를 활용하여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 신속하고 안전한 백신생산이 가능해 미래 안전사회를 주도할 유망 과학기술로 인정받고 있다.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의 원인으로 인해 돼지열병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독감, 구제역 등과 같은 동물 감염병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 등의 인체 감염병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특히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하면 4~6주 이내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빠르게 퍼지는 감염성 질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독감이나 코로나19 대응 그린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현재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캐나다의 메디카고(Medicago)와 미국의 캔터키바이오프로세싱(KBP)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담배회사에서 그린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KBP사는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인 BAT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FDA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캐나다의 메디카고사는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지원으로 담배에서 생산한 코로나19 그린백신의 임상 1상을 완료하였으며, 현재 임상2/3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흡연용으로 사용되는 담배는 니코티아나 타바쿰(Nicotiana Tabacum)종이며, 그린백신 생산에는 연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Nicotiana Benthamiana)종이지만 담배를 활용하여 백신을 생산하는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담배기업이 그린백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그리고 2019년에 세계 최초로 담배를 활용한 돼지열병 마커백신을 개발한 국내 중소벤처기업에서도 코로나19 그린백신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국내 원천기술로 개발된 그린백신이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2019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어 첨단기술기업과 연구소기업이 각종 사업비 지원과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포항 3대 바이오 혁신성장 플랫폼을 기점으로 인근에 한미사이언스, 바이오앱 등 유망 바이오기업이 3천672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향후 바이오, IT 및 첨단신소재 분야 국내외 유망기업이 집적화되고 첨단기술 기반의 제품개발을 통한 매출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포항이 바이오헬스산업 글로벌 거점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1-17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성공조건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코로나 사태로 항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매우 큰 항공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5~8%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두 번째는 아시아지역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있으나,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속 출현하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과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효과는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노선의 비중 축소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별 국가들도 소수의 허브공항 육성 대신에 개별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따라서 아시아지역의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편리하고 빠른 교통접근성만 확보된다면 항공수요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인 바운드(in bound) 해외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의 건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광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서 많은 외국 여행객들과 화물(물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제공항은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gateway)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최근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이 많은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항공수요(여객수요와 화물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주변에 물류산업, 바이오산업, 문화관광산업, 첨단제조업은 물론이고, 국제업무단지, 공항도시가 꽃을 피우는 현상을 볼 수 있다.특히 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은 향후 항공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친숙공항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공항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건은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30~4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철도의 건설과 접근도로망의 확충이다.인천공항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로부터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이전 서울의 관문공항이었던 김포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공항이 도쿄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1980년대 이전 도쿄의 관문공항이었던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우리나라의 다른 지방공항들도 새롭게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항공수요 확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항철도, 도로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접근교통망의 확충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대전과 세종시로부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항철도 및 BRT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이니 만큼, 특히 공항철도는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군사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1본이 민항전용 활주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돼야 연간 1천만∼1천500만 명 정도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아울러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하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지역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1-10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최근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로 2천500여년을 소환되어 온 소크라테스, ‘테스형’ 가사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온다.그렇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 힘듦의 연속이다. 간신히 버텨 큰 힘듦 없이 살아간다 싶을 때,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또 다른 힘듦으로 찾아온다.‘테스 형’이라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냐하면,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 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당신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행복은 고통 없는 삶일까?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 값으로 생각하는 데에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행복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행복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세상을 살고 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과 관련해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등과 같은 경구들이 인용된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인생은 고해(苦海)이다. 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으면 좋든 싫든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고통을 만나면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친다. 우리의 태어남은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인생의 기본 값이기에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고통 또한 우리가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 인생의 기본 값이 고통이라는 것을 회피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주하면서, 그 참된 의미를 아는 순간부터 새로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그렇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는 다면 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오랫동안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제안받고 그 일을 본인이 선택하였다”면, 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그렇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을 받을지 선택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그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통을 두려워 하지마라. 고통을 회피 하지마라.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게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주제이다. 고통은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면서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당신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 다가올 기회가 주어졌음이니 이는 축복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2021-01-10

일상에 침투한 ‘미세 플라스틱’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종이컵을 사용하면 한 컵당 마이크론 크기의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을 약 2만5천개(100㎖ 당)를 마시게 된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이다. 이러한 결과는 종이가 물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름 코팅을 하는데, 이 필름이 뜨거운 물에 녹아내려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사람이 음료를 마시게 되면 함께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종이컵을 사용하게 되면 미세 플라스틱 외에도 불소, 염화물, 황산염, 질산염 등 유해물질도 사람들은 마시게 된다.이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유해물질저널)에 실리면서 언론에 보도되었다. 기사를 보면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필자도 많이 놀랐으며 사람들이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종이컵에도 이런 유해물질들이 있고 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마셨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미세플라스틱은 제품에 사용되기 위해 제조되었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 5㎜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이다.현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치약, 세안제 등 각종 생활용품 속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이 과다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립방식도 한계에 처한 상황으로 쓰레기 문제의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미세플라스틱은 독성 화학물질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더욱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나일론과 같은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자석처럼 유해 화학물질을 끌어당기며 이를 흡수한 먹거리 등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플라스틱 생수병에서도 용출되는 물질들이 환경호르몬(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으로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호르몬 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연구결과는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플라스틱 생수병의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고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용기는 더 작아져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플라스틱 제품으로 인한 유해성은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들로 알려져 있는데 유럽의 경우, 물질 자체에 대한 규제와 물질을 사용해 만드는 물건에 대한 규제 등으로 세분해 관리하고 있다.환경호르몬은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3대 환경문제 중의 하나이다.다행스럽게도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4일에 플라스틱 전주기 발생 저감 및 재활용 대책수립에 관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1회용 플라스틱 감축 대책에 더하여 생산 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고, 사용된 생활용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어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내용이다.구체적으로는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년에는 3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마트에서 유리 생수병을 찾기 쉬워지게 만들겠다고 한다. 배달용기도 종류에 따라 두께를 줄여서 20% 감축하겠다고 하며 1회용 컵의 경우 사용후 반납시 보조금 제공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판매되는 제품을 3개 이하로 묶음 포장하는 행위가 금지 된다. 아파트에서는 투명한 페트병을 별도 분리수거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시설도 정부가 나서서 2025년까지 10기를 확충한다고 한다.플라스틱 감축 및 재활용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따라야 한다. 환경부가 대책 발표만 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방안도 만들어 지자체와 함께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교육과 홍보에 대한 많은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규제를 통한 절감이 아니라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정책이 탁상공론에 머문다면 경북지역의 쓰레기 산이 외신에 보도되어 세계적으로 망신당한 일이 다시 반복될 것이다.앞서 설명한 환경부의 대처는 생산과정과 사후 폐기물에 대한 정책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대책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선진국처럼 물질 자체에 대한 규제와 물질을 사용해서 만드는 물건에 대한 규제 방안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한다.다른 각도에 이 문제를 바라본다면 플라스틱 물병의 사용량 증가는 환경부가 하천이나 취수용 댐의 수질관리를 못해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1991년 낙동강 폐놀 사고가 난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부는 낙동강 수질을 살리는 방안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고 취수원이전으로 인한 지역갈등만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플라스틱 과다 소비만 이유로 대고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지를 잘 살피는 2021년이 되었으면 한다.

2021-01-03

코로나19 그리고 그린백신

김도영 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최초 확진자 보고 이후, 불과 1년여 만에 219개국에서 8천만명 이상이 감염되었으며, 이 중 사망자가 1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한 달에 3천750억 달러(한화 약 444조 원) 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2020.08)에 의하면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의 경제적 피해규모가 67조2천억 원에 달하며 일자리도 67만개 넘게 사라지면서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고 한다.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감염으로 발생하는 호흡기 증후군을 의미한다.특히 21세기를 강타했던 사스(2003년), 에볼라(2014년), 메르스(2015년) 모두 유전정보가 리보핵산(RNA)으로 이뤄진 RNA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세계 10대 전염병 중 8종이 RNA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을 효과적으로 방어·대응·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성 병원체의 유입 차단이나 방역, 현장 대응 등의 국가적 차원의 방역체계와 함께 진단·검사, 치료, 예방 등의 의료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와 치료제, 백신 개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방지와 치료를 위해서 진단키트와 치료제 반드시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백신 개발이 필수적이다.백신이란 병원체(항원)를 약하게 만들어 체내에 주입한 뒤 항체를 생성하게 해 그 질병에 저항하는 후천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은 항원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구분되며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접종을 하고 있는 모더나(Moderna)와 화이자(Pfizer)에서 만든 백신은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을 체내에 주입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드는 핵산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에서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 중국의 시노백 바이오텍(Sinovac Biotech)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백신에 해당한다. 그리고 노바백스(Novavax)와 사노피-GSK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체내에 주입하여 항체가 생기도록 하는 단백질 기반 백신이다.식물을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만드는 그린백신은 단백질 기반 백신이며 전통적인 백신 생산 플랫폼인 유정란이나 동물세포배양 방식에 비해 빠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의 그린백신 기업에서는 담배(니코티아나 벤타미아나)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단백질에 대한 임상시험(임상2/3상)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국내에서는 그린백신 중소벤처기업인 바이오앱과 지플러스생명과학에서도 담배를 활용하여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단백질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린백신 기술은 백신이나 치료제 등의 단백질 의약품을 비롯하여 성장인자 단백질, 효소 등의 기능성 단백질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기능성 화장품, 메디푸드, 바이오프린팅 등의 그린바이오 융복합 산업으로의 확장성과 파급효과가 매우 우수한 기술이다.경북도와 포항시에서는 지역의 우수한 인적·물적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단백질 신약이나 그린백신과 같은 기술집약적 바이오산업을 지역의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3대 바이오산업 혁신성장 플랫폼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포항지식산업센터,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1년에 완공될 예정이다.이 곳은 2019년 6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되었으며, 한미사이언스에서도 2020년 6월 스마트 헬스케어 단지 조성을 위한 3천억원 규모의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특히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는 국내 그린백신 중소벤처기업을 포항에 유치하고 백신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구축되는 시설로 향후 감염성 질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그린백신 기술개발과 그린백신 산업화를 위한 기업지원 등이 추진될 예정이며 센터의 관리와 운영은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전담한다.21세기 들어 인류는 잇따른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모두 알고 있듯이 외국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수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 현실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앞으로는 신종 감염병이 더 이상 팬데믹으로 확대되지 않고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도 더 이상 외국에서 수입한 백신과 치료제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로 글로벌 백신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중심에 그린백신과 그린바이오산업의 거점기지인 경북도와 포항시가 있기를 기대한다.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