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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당뇨병 관리·예방 위한 근거 중심 맞춤형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최근에 발표된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남자 12.9%, 여자 7.9%이며, 남녀 모두 연령이 높을수록 높다. 또한 당뇨병 인지율은 71.5%, 치료율은 66.2%, 유병자의 조절률은 31.1%, 치료자의 조절률은 25.8%이다.이같이 당뇨병 치료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었으나 조절률은 다른 만성질환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사망률은 증가하여 현재 우리나라 국민 사망원인의 5위를 차지하고 있다.운동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요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운동은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도 일종의 자극이나 부하로 여러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예상하지 못하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과학적 근거 중심의 맞춤형 운동법이 필요한 대목이다.우리나라 당뇨병 환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운동은 걷기와 등산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유산소 운동은 최소 8주 이상 잘 통제된 상태에서 실천을 해야 최대산소섭취량과 혈액 내의 혈중 지질 및 혈당 변화가 나타나지만 체중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결과이다. 하지만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에너지의 이용률이 불균형하기 때문에 지방의 산화량을 증가시키는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지방산화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의 운동이 필요하다.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비만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강도, 즉 최대산소섭취량의 약 40~50% 정도의 운동 강도를 권장하고 있다.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주당 700~1천200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이 당뇨병성 합병증이나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열량의 소비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 강도로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유산소 운동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번 최소 60분 이상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걷기 운동의 경우 체력이 약한 사람은 운동 강도가 낮은 대신 운동량을 증가시켜 1일 에너지소비량을 증가시켜야 하며, 체력이 좋은 사람은 속도를 증가시키는 등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여야 체중감소와 혈당조절 등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그런데 당뇨병 환자들은 신체적 한계, 개인적인 취향, 시설의 이용도 등의 이유로 인해 유산소 운동과 같은 한 가지 운동만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운동 편식은 지루함과 운동능력 향상의 한계를 가져와 운동의 중도포기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유산소와 저항운동을 혼합하는 복합운동이 중요한 이유이다.이전에는 고혈당증과 당뇨병성 고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저항성 운동은 당뇨병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연구에서 주당 150분 이상의 저항성 운동은 당뇨병 위험이 약 34%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운동치료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저항성 운동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거운 바벨이나 머신만 사용하는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력밴드, 짐볼 등과 같은 소도구를 활용한 중강도의 저항운동은 운동 시 가동범위가 넓고 위험성이 적어 운동초보자에 적합하며, 운동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더해주어 장기적인 운동효과를 증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저항성 운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강도 이상이 돼야 한다. 중강도 이상의 저항성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고, 근력을 강화시켜 장시간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며 노화로 인한 근력 손실도 막아준다. 또한 저항성 운동은 지속시간이 48시간 이상으로 유산소 운동보다 운동효과를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근육량의 증가는 근섬유 모세혈관과 비율을 증가시켜 근육 내 글리코겐의 저장능력을 향상시키고 골격근 조직 내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증가시켜 당화혈색소, 최대산소섭취량 등 임상적 향상의 효과가 나타난다.다만,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총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오랜 시간 운동을 하게 되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일시적인 저혈당 증세와 근육의 과다사용으로 근육 손실 등이 나타날 수 있어서 전문가의 정기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저항성 운동의 경우에도 순간적으로 무거운 중량을 버티기 위해 호흡을 멈추게 되는 ‘발살바 메뉴버’ 현상이 나타는데, 이러한 호흡법은 복압이 높아져 순간적 의식상실,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저항성 운동 중 호흡은 근육 수축 시 내쉬고 근육 이완 시 호흡을 들이쉬는 것이 안전하다.결과적으로 당뇨병과 관련한 운동의 효과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한 가지 운동만 수행하는 것보다 유산소, 저항성, 스트레칭 등 과학적 근거 중심의 다양한 운동을 번갈아 활용하며 자신에 맞는 운동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권장된다.

2021-05-09

방관자 그리고 ‘김부겸’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스포츠계의 학교폭력 사건을 기폭제로 ‘학교폭력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연예인과 일반인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린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고 밝혔다.“요즘 왕따라고 해서 아이들끼리 편을 만들어 누군가를 괴롭히는 문화가 있는데 과거에도 유사한 일들이 많았다. 나도 시골에서 올라온 처지라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당연히 센 놈들을 따라다녔다”며 “부끄러운 가해자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학교 폭력이 발생한 당시에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인 경우가 많고, 시간이 많이 지나 증거 확보가 어려우며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하지만 지금은 피해자가 피해사실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글을 업로드 하고 이슈화시키며 심지어 여론재판까지 이뤄지고 있다.스포츠계 학교폭력의 사례로 크게 이슈화된 이다영, 이재영 선수의 학교폭력 형태를 살펴보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피해는 일어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돈을 걷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들까지 욕하는 것은 물론, 새로 산 물건을 빌려 달라 강요하고 심부름을 시키고 이에 불응하면 칼을 갖다 대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또한 ‘더럽다’, ‘냄새 난다’라는 폭언은 물론 본인들만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아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나쁜 행동을 강제로 시키기까지 했다고 한다.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 운동부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으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조치를 받게 된 학생 선수는 일정 기간 훈련·대회 참가 등 학교운동부 활동을 제한하고 특히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게 된 중·고등학생은 체육특기자 자격을 상실시킨다고 한다.이달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출입구 등 기숙사의 사각지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해 보인다.사회 이슈가 되어 대통령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 체육 분야 그늘 속에선 폭력이나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이런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 한번으로 뿌리 깊은 문제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연예계에서도 학교폭력 미투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어떤 배우는 일부 학교폭력을 인정하면서 드라마 방영 중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고 30억 손해배상소송까지 진행 중이라고 한다. TV조선 ‘미스트롯2’ 참가자도 학교폭력을 인정하며 자진하차 했고 여러 연예인들에 대한 학교폭력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가해자 중심으로 사회 이슈가 되고 있지만 단순히 제도적 처벌과 피해자와 가해자만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방관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방관자들은 폭력현장에서 침묵함으로 암묵적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상황을 지속시키며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가해자의 요구에 따라 동조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피해자로 바뀔 수 있는 과도기적 특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학교에서도 가해자, 피해자 위주의 학교폭력상담보다는 예방적 측면에서 방관자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도 존재하기에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는 학교나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의 전반적 문제가 투영된 것이기에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정, 학교, 청소년기관을 비롯한 민간단체, 지역사회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연대하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만 근절될 수 있다.약자, 피해자를 볼 때 공감과 분노, 죄의식, 죄책감을 느끼며 인권과 폭력에 대한 인식개선과 태도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 함께 체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고려아연 회장과 사돈지간이고 고려아연은 낙동강 상류 환경문제의 대명사인 영풍제련소가 속한 영풍그룹의 핵심 회사이다. 김부겸 후보자는 지금까지 영풍제련소 환경문제에 방관자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기존 질서에 편입하기 위해 센 놈들을 따라 다녔다며 학폭까지 고백한 김 후보자, 이젠 영풍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진솔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다.적어도 일국의 국무총리가 되려는 인물이라면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방관자를 총리로 두면 국민이 너무 서글퍼지지 않겠는가.

2021-05-09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 울릉도·독도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애국가의 가사대로 동해물이 마른다면 울릉도와 그 부속섬 독도는 어떤 모습일까? 독도는 자그마한 돌섬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보는 독도는 해저로부터 높이 약 2천300m에 달하는 거대한 화산체의 정상부일 뿐이다. 약 460만년전 해저 화산분출로 생성된 독도보다 훨씬 뒤늦게 약 250만년전 생성을 시작한 울릉도 또한 마찬가지이다. 비록 눈에 보이는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 높이는 987m이지만, 그 실제 높이는 무려 약 3천100m에 다다른다.지난 2012년 12월, 환경부에서는 울릉도와 독도가 품은 지질학적 가치에 주목해 울릉도·독도와 주변 해역을 제주도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하였다. 2021년 현재, 경북도 2개소(울릉도·독도, 경북동해안)를 포함하여 전국에 13개소의 국가지질공원이 지정되어 있다.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에는 이중분화구, 주상절리, 시스택, 해식동굴, 해식절벽 등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과 함께 성인봉 원시림, 알봉, 용출소, 죽도, 관음도, 삼선암, 코끼리바위(공암), 태하해안산책로 및 대풍감, 황토굴, 도동해안산책로, 저동해안산책로, 죽암 몽돌해안, 학포해안, 거북바위 및 향나무자생지, 봉래폭포, 국수바위, 버섯바위, 노인봉, 송곳봉 등 울릉도의 지질명소와 함께 독도에는 숫돌바위, 독립문바위, 삼형제굴바위, 천장굴 등 지질명소가 있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지질명소이다.독도는 해저산의 진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적인 지질유산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섬 전체가 화산암과 화산쇄설성 퇴적암류로 구성된 독도는 폭발성 화산분출과 동해의 거센 파도에 깎이면서 다양한 화산암층, 주상절리, 해식동굴, 해식절벽 등이 존재한다.250만 년 전부터 생성을 시작해 한반도에 사람이 살고 있었던 약 5천년 전에 마지막 분출이 일어난 울릉도는 성인봉, 나리분지(칼데라), 알봉으로 구성된 이중화산의 형태를 띠고 있어 지질학적으로 매우 큰 가치가 있다.성인봉 원시림은 성인봉을 중심으로 나리분지 일대에 넓게 분포한다. 해발 약 360m에 위치한 나리분지는 동서방향으로 약 1.5㎞, 남북방향으로 약 2㎞에 이르는 울릉도의 가장 넓은 평지이다. 울릉도는 전체 면적의 약 67.7%가 해발 200m 이상일 정도로 지형이 매우 가파르다.성인봉 원시림에는 생성이후 육지와 격리된 탓에 섬말나리, 섬바디, 우산고로쇠, 섬백리향, 섬쑥부쟁이, 울릉산마늘(명이) 등 30여종의 울릉도 고유 식물들이 자생한다. 세계 섬 중에서 가장 많은 향상진화 특산식물 보유지이며, 대한민국 최고의 식물 진화 자연실험실이다.울릉도는 단단한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토양이 만들어지기가 어려워 식물이 살기에 힘든 땅이었다. 하지만 나리분지 알봉이 생성될 무렵인 약 5천년 전에 마지막 화산폭발로 부석들이 울릉도 전 지역을 덮었고 많은 양의 화산쇄설물들이 퇴적되었다. 부석질의 화산쇄설물은 쉽게 풍화되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층을 만들어 오늘날의 원시림을 이루기에 이르렀다. 과거 비옥한 산림과 함께 현재는 더덕밭으로 유명한 죽도 또한 마찬가지이다.나리분지의 특징적인 지질구조와 풍부한 적설량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겨울 강수량이 가장 많은 울릉도의 기상 특성은 물이 풍부한 섬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하수로 발전하는 곳이 울릉도이기도 하다. 도동항과 저동항을 잇는 해안산책로는 울릉도 화산활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묵직한 지질교과서이다. 울릉도 북서쪽에 자리잡은 꼬끼리바위(공암)는 원래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깍이면서 외딴 바위를 만들었으며, 또한 아치형 해식 동굴을 만들었다. 울릉도 북동쪽에 위치한 해안절경인 삼선암 또한 원래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가 파도에 의해 침식되면서 현재의 시스택 구조가 되었다.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2019년 울릉도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울릉도의 관광만족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울릉도의 생태자원 가치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주고 있었다.울릉도의 관광 만족도 개선을 위해서는 생태자원을 기반으로 한 울릉도 고유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의 적극적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관광객들은 해설사가 동행하여 울릉도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관광형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울릉군에서는 20여명의 국가지질공원 해설사를 두고 있으며, 사전 예약제를 통하여 울릉도(독도)의 지질학적 가치와 그 땅에 기대어 사는 주민의 삶을 알리고 있다. 울릉도와 그 부속섬 독도는 섬 전체가 야외자연사박물관이요, Eco-Lab (자연생태실험실)이라 할 수 있다.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또한 울릉군의 부속섬 독도를 지키는 길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향한 긴 여정도 시작되고 있다.

2021-05-02

걱정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걱정이 많은 사람이 살았다. 그는 만약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지면 몸을 지탱할 곳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여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할 지경이 되었다. 그런데 그 걱정남을 위로하는 친구 위로남이 있었다. 이 위로남이 걱정남을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하늘에는 공기가 쌓여 있을 뿐이네. 공기가 무너질 리도 없고, 설사 무너진다 해도 다칠 이유가 없네. 우리는 이미 공기 가운데서 움직이며 숨 쉬고 있지 않은가. 왜 괜한 걱정을 하나?”“땅은 흙이 쌓여 이루어진 것일세. 사방에 꽉 차있는 흙이 어디로 꺼지겠는가? 저 수많은 사람과 무거운 집, 태산까지도 받쳐주는 대지가 아닌가? 괜한 걱정일랑 말게”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기우(杞憂)라는 말이다. ‘기 나라 사람의 걱정’ 다시 말해 쓸데없는 걱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가 임상연구원으로 있었던 하버드 의과대학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조지 월튼(George Walton)의 연구에 의하면,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걱정이 30%, 별로 신경 쓸 일이 없는 사소한 일에 대한 걱정이 22%, 우리가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이 4%,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이 4%”라고 한다.유난히 걱정이 많은 분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위의 기 나라 사람처럼 현실적 고통보다 부정적 상상 속의 고통 때문에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 그 일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날 확률이 적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걱정을 많이 한다. 자동차하면 사고, 아이가 학교에서 약간 늦게 오면 유괴, 밤거리하면 강도, 내가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 ‘내가 하면 되는 일이 없어’라는 식으로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차분하게 해결점을 찾기보다는 바로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경향이 높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제 우리는 완전히 망했다.” “이거 큰 일 났구나.”라고 생각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부정적 상상에 의한 공포로 호랑이가 잡아먹기도 전에 지레 겁먹고 스스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호랑이 굴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그러나 걱정이 많은 사람은 이런 부정적인 사고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걱정이 나를 힘들게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첫째,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림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걱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지기 때문이다.1987년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웨그너 (Daniel Wegner) 교수의 실험에서 우리가 “걱정하지 않을 거야, 걱정은 쓸데없는 거야.”라고 생각할수록 걱정들이 더 많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히려 “나는 지금 이런 걱정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림하고 수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둘째, 하루에 시간을 정해 놓고 10분만 걱정하자.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평소 걱정 때문에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고 걱정한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걱정을 멈추기 위한 어떤 행동도 하지 말고, 그저 걱정만 하자. 단, 걱정을 할 때는 지침이 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걱정들을 하나씩 글로 적어보자. 걱정들이 글로 정리되어 옮겨지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보다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글을 쓴 후 차분히 읽어보자. 가능한 타인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자신의 걱정을 살펴보자. 지금 걱정에서 더 나은 해결책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일인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는 일들이 실제로 내게 닥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소한 일을 내가 걱정으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차분히 걱정들을 적고 읽다보면, 내가 그토록 괴로워하던 걱정이 실제로는 그토록 괴로워해야 할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셋째, 걱정 시간이 아닌데도 걱정이 된다면, 걱정의 초점을 다른 것으로 돌리면 된다. 특정한 대안을 떠올려서 생각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초점 전환(focused distraction)’이라고 한다. 특히 걱정이라는 생각의 영역에서 생각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전환하면 더욱 도움이 된다. 걱정이라는 생각의 영역을 감각이라는 영역으로 전환해보자. 음악 소리에 집중해도 좋고, 아로마 향에 집중해도 좋고,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해도 좋고, 호흡에 집중해도 좋다. 신체 감각으로 있는 그대로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면 된다. 걱정이라는 생각의 영역을 신체 활동이라는 영역으로 전환해도 좋다. ‘단순 반복 행동’에 몰입하는 것이 좋다. 설거지를 해도 좋고 청소를 해도 좋고, 밖에 나가 산책을 해도 좋다.

2021-05-02

포스트코로나,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의 급성장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지난 20일 국내에서 최초로 ‘메신저 기반 불안장애 치료기기’인 ‘마음정원’이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디지털 치료기기 ‘마음정원’은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불안장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대화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만든 치료 서비스이며 상용화를 위해 올해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임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민원인 안내서, 2020.08)’에 의하면 디지털 치료기기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다. 통상적인 의료기기는 질병이나 상해·장애를 진단, 치료, 경감, 처치 또는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계, 장치, 재료 등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내시경, 호흡기, 혈압계, 심장 박동기 등이 해당된다.최근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과 덜불어 바이오헬스 분야의 새로운 트랜드로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1세대 치료제인 합성 신약,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어 3세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디지털 치료기기는 먹는 알약이나 주사제 대신 앱(응용프로그램), 게임, VR(가상현실)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치료제로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치료나 정신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최근 만성질환인 당뇨나 비만 예방·치료에까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인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사의 약물중독 치료 앱인 ‘리셋(reSET)’을 비롯해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디지털 치료기기인 ‘리셋-오’,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리스트’, 최초의 게임기반 디지털 치료기기인 ‘엔데버Rx’ 등이 FDA 허가를 받았다.국내 기업의 경우, 라이프시맨틱스사에서 호흡기질환 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숨튼’, 암 환자 예후 관리 프로그램 ‘레드필케어’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뉴냅스사에서는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 ‘뉴냅비전’이 개발 중이다.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산업의 성장이 가속화 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부상하면서 치료 중심의 의료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의 예방 의료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령화 및 만성질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비 지출 확대, 의료데이터 급증, 스마트 기기의 보급 확산 등의 사회적 변화로 인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존 신약은 개발기간이 평균 15년이 걸리며 3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3.5년~5년의 개발기간에 100~200억원이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 치료와 달리 체내에 직접 작용하지 않아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적고, 비대면 건강모니터링과 원격진단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최근 충북 오송(오송첨단의료재단)에서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비대면 건강관리 시스템을 개발하여 생활치료센터, 노인 요양원, 보건소 등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도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개발, 알츠하이머병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일부 대형 제약사(한미사이언스, 한독)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경북도와 포항시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신성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작년 6월 국내 대표적 제약기업인 한미사이언스가 포항에 3천억원 규모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11월 포항에 코리포항을 설립했다. 포항은 인공지능 대학원(포스텍), 디지털 데이터 수집 및 분석(한동대, 코리포항), 경북SW진흥본부(포항TP)를 비롯하여 디지털과 바이오분야 중소벤처기업 유치와 육성을 위한 포항지식산업센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 등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필요한 핵심기술과 기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포항의 우수한 기술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생체정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대사질환 및 당뇨병 치료·예측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개인별 맞춤형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을 위해 건강검진 데이터, 라이프로그(생활패턴)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와 장내 균총 데이터 등 건강 빅데이터와 다중 오믹스 분석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할 예정이다.포항은 철강산업 부진 등으로 인해 청년 유출이 약 2만명에 달하며, 청년 실업률이 11.2%로 전국 1위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 주도형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 인구 유출 방지 및 지역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최근 지진과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침체된 지역사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1-04-25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지역발전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한때 웅도(雄道)로 자타가 인정했던 경북은 물론이고, 해방 이후 한때는 2대 도시로, 그리고 그 후 50년 이상은 3대 도시에 머물렀던 대구는 이제 4대 도시로 몰락함으로써 과거의 영광만을 자랑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대구·경북 인구의 감소는 지역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지역의 일자리 및 기회 요인의 미흡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대구·경북은 청년층의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청년층의 인구유출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 표출된다.첫 번째 단계의 인구유출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나타난다. 과거와는 달리 고등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길 희망하는 것이 현실이고, 실제로 많은 우수 학생들이 지역을 떠나 서울소재 대학으로 진학한다.두 번째 단계의 인구유출은 지역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도권에 있는 임금이 높고 비교적 명망 있는 기업들의 끌어당기는 요인(pulling factor)이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높은 주거비용과 열악한 환경에도 수도권에 있는 일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다.이제 대구·경북도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고향에서 정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대구·경북을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강조할 점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국제공항은 지역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KTX 역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권 혹은 광역도시권이 형성되어 왔으나 앞으로는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경제권 혹은 광역도시권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세계적인 경제성장,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 및 소득성장, 그리고 저비용항공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말미암은 항공요금인하 효과로 국제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 혹은 통로(gate-way)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성장거점(growth pole)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항건설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항 주변에 공항도시(air-city) 건설을 위한 청사진 계획과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하는데 전문가와 시·도민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새롭게 건설될 공항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아웃 바운드(out bound) 여객수요 못지않게 외국인들의 인 바운드(in bound) 여객수요를 겨냥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항도시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인 바운드 해외여행객들을 위한 문화관광·쇼핑관련 인프라의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에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관광자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자원 확충에 힘써야 한다. 예컨대 공항 주변에 국외여행객들을 위한 호텔, 리조트, 카지노, 테마파크, 프리미엄 아웃렛 몰 등의 유치가 필요하고, MICE 산업관련 인프라의 확충도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관광자원이 안동, 경주 등 경북지역에 산재한 역사문화관광자원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공항도시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긴요하다.새로운 국제공항의 건설은 주변지역의 산업생태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 주변에 국제 업무단지, 문화관광 관련 산업 외에도 물류산업과 첨단산업이 번창하는 것을 볼 수 있다.따라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변지역에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규모는 인천공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인천공항이 포화상태에 있어 새로운 기능을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살핀다면 통합신공항의 경우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실제로 미국 테네시 주의 멤피스공항은 비록 항공여객수요는 많이 없는 소규모 공항이지만, 국제특송업체인 페덱스(FedEx) 익스프레스의 항공운송 허브(hub)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 최대의 물류공항으로 성장했다.바로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경우도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허브공항으로 육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은 새로운 공항의 건설로 종결돼서는 안 되고, 공항의 건설을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새로운 공항과 공항도시 건설, 그리고 주변지역 개발을 통해 대구·경북이 글로벌경제 환경에서 나름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통합신공항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4-25

미세먼지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최근 황사가 심한 날에 사무실 공기청정기를 틀어보니 수치가 200ug/㎥을 넘어서 깜짝 놀랐다.보통 8~9ug/㎥정도의 숫자가 기록되는데 이 정도의 수치라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할 정도의 높은 수치인 것 같다. 이런 황사나 미세먼지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이상은 모르는 것이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매일 쏟아지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가려져 있어 미세먼지 관련 뉴스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2013년 10월 발암물질 1급으로 지정했고 같은 발암물질 1급으로는 석면과 벤젠 등이 있다. WHO는 2014년 한해에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700만명이라고 발표를 했으니 2021년에는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위험을 알고는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하는 것 이상으로는 신경을 쓰지 않고 보통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에도 무관심할 뿐이다.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는 PM10과 PM2.5으로 나누는데 보통 머리카락 굵기의 1/5~1/7 굵기가 PM10이고 초미세먼지인 PM2.5는 머리카락 굵기의 1/20~1/30 굵기의 입자를 말한다. 크기가 매우 작아 폐 속까지 깊숙이 침투해 인체위해성이 높으며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기계와 심혈관계 질환이 증가하고 조기사망 발생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가 인체에 들어오면 혈관에 영향을 끼치며 여러가지 부정적인 면역방응을 일으키며 혈관벽을 손상시키고 동맥경화나 주요 혈관질환을 일으켜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미세먼지는 보통 50개 이상의 화학적 성분의 복합 혼합물이며, 다양한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입자상 물질을 총칭한다. 탄소화합물(corbonaceous components : 원소탄소와 유기탄소), 미세금속물질(trace metall : 납, 비소, 칼슘), 이온 성분(ionic components : 황산염, 질산염) 등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적인 발생보다는 인위적인 발생원에서 배출되어 생성되는 오염물질들이 많은 양을 차지해 상당량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암모니아(NH3), 휘발성 유기화학물(VOCs) 등의 전구물질이 대기 중의 특정 조건에 반응해 2차 생성된다.미세먼지 발생원과 구성성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방안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초미세먼지 구성성분에 대한 건강영향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유럽, 중국, 일본, 한국에서도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결과는 개별 구성성분의 위험도는 지역별, 사망원인별, 계절별로 달라지며 특히 생물성연소, 지역내 난방을 위한 화석연료와 차량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오염물질들과 2차생성 오염물질들이 건강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는 대기오염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환경부와 지자체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설치가 불가능한 가정도 많다. 또한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도 연료는 다르지만 각기 다른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산업단지나 공장 등에서는 국가에서 설치비의 90%를 지원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교체하려 하고 있지만 기술의 한계와 현장에서의 비정상운영이 계속되고 있어 실효성이 낮은 상태이고 지자체의 관리감독 수준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정부에서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2017년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이 수립됐고 2019년 2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2019년 3월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도록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세먼지의 농도와 배출량 저감을 하기 위한 관리만 하고 있고 인체위해성을 기반한 관리방안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환절기에 갑자기 찾아오는 뇌졸중과 심장질환이 개인의 건강 관리문제보다 미세먼지가 주범이라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탁상행정과 복지부동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고 구호에만 그친 미세먼지 대책은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지역별, 계절별 상황에 따른 조사연구를 먼저 실시하고 심도 있는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대책이 마련되어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각 지자체별로 대책을 실행할 때 국민은 안심하고 생활을 할 수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를 조심해야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존과 나아가 인류의 생존이 직접 관련 있기 때문이다.

2021-04-18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 문화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과거 우리 학교체육은 국가주의적, 승리지상주의적 체육정책과 맞물려 인권 친화적이기보다는 ‘인권 방치’ 또는 ‘인권 침해’ 환경을 조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체육진흥법 제정으로 학교운동부 소속 학생들은 연습과 대회 출전으로 박탈당했던 학습권 보장과 더불어서 과도한 연습, 폭력 등의 신체적, 정신적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었다.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고 학생선수들의 스포츠인권이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제도의 도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형태와 의식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 문화가 정착되려면 학교체육진흥법이라는 제도 아래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체육지도자의 의식 변화와 전문성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체육지도자는 학생선수의 인권을 존중하며 교육자, 상담자,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골고루 수행해야 한다.또한 체육지도자는 종목별 특성에 따라 학생선수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지도법과 전략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종목의 경우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연습과 상담을 실시해야 하고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단체 종목은 팀원 간에 상호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스포츠맨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기 종목에서는 부상 예방을 위한 대책과 선수시절 체득한 경험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중심의 훈련 방법의 적용이 중요하며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인성교육도 주기적으로 병행해야 한다.아울러 체육지도자는 연습과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학생선수를 지도·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기별 훈련 목표, 내용,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학생선수가 자기 주도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우수선수뿐만 아니라 비우수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동기 부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팀의 규정을 합리적으로 적용하여 부당한 처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기 전, 중, 후에 상대 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언행을 보임으로써 학생선수들이 체육지도자의 이 같은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도록 해야 한다. 연습과 경기시간 외에도 부상, 학업, 진로 등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건강과 체력상태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와 협업하여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이같이 인권 친화적 체육지도자는 학생선수들이 경쟁에서 승리보다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성과 도덕성을 기르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특히나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전문체육지도자에게 비현실적일 수 있다. 승리를 통한 보상이 너무나 큰 현재의 체육특기자제도 아래서는 지도자나 학부모 모두가 교육적 가치보다는 스포츠를 통한 진학과 취업, 연봉 획득이 더 중요한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체육지도자들이 승리에 집착하지 않아도 생계를 보장받고 명예로운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체육지도자가 안정적으로 지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정 활동기간을 보장하고 그에 합당한 보수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교육기관과 경기단체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적정 활동기간은 보장하되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는 스포츠의 고유한 성격에 따라 기대 성적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합리적이고 다면적 평가 및 체육지도자 본인의 적극적 소명 과정을 거쳐 필요시 그 활동기간을 정리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라도 애초 계약된 기간의 잔여 보수는 지급되어야 한다. 단, 스포츠폭력 등 체육지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는 예외이다.체육지도자의 안정된 일상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문체육지도자의 경우 선수선발 과정, 경기력 저하와 성적 압박, 선수와의 신뢰 형성 부진, 개별 선수의 부상 및 슬럼프 관리, 개별 선수의 동기 부여 및 팀 응집력 향상, 외부의 압력이나 동료들과의 관계, 훈련 시 감정 조절 또는 과도한 감정 표출, 선진적인 코칭에 대한 의욕과 그에 미비한 제반 상황, 은퇴 후 진로 및 사회적 고립감 등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전문체육지도자라는 자부심만으로 신체적 탈진, 과도한 감정 소모, 다양한 심리적 압박을 견뎌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체육지도자의 심리적 안정, 직업 만족도,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체육지도자의 사회적 관계나 가족 관계 등 그 일상이 건강하게 유지될 때 그들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 또한 사회적 고립 없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가운데 훈련과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올바른 스포츠를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학생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 일을 일선 현장에서 하는 당사자 본인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수용 없이 실질적인 해결이란 불가능하다. 체육지도자를 문제 유발자로 취급하지 말고 문제 해결자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이다.

2021-04-18

열등감은 나의 힘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우리가 일상에서 “자존심이 강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좀 다른 의미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자존심, 정신의학적으로는 오히려 ‘열등감’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들은 사소한 말에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남이 자기를 무시 한다고 화를 낸다.못생긴 사람에게 못생겼다고 하는 건 잔인(?)하지만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상대는 무척 자존심 상해한다. 외모에 자신이 없는 열등감을 건드렸기 때문이다.정신과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완전하지 않은 존재로 태어났으며, 열등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외모, 돈, 학벌, 능력 등에 대해 모두 저 마다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열등감 자체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것이 아니다.그런데 왜 열등감의 결과가 다른 것인가? 누구는 열등감에 지배당해 평생을 열등감의 노예로 살고, 누구는 열등감을 성공의 동력으로 삼는다. 예를 들면, 학력이 낮으니 남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열등감을 부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고, 학력이 낮으니 남보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열등감을 바람직하게 표출하는 것이다.물론 학력이 낮은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학력 때문에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 해석일 수 있다. 실제로 남들이 자신의 낮은 학력을 무시했다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하는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열등감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가 중요하다.열등감은 “내가 부족한 점이 있음을 느끼는 상태 즉 부족감이다. 누군가는 열등감에 짓눌리고 좌절한다. 열등감이 자신을 미워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말해 불행으로 가게 해서는 안 된다. 열등감을 부정하려 하지 말고 무작정 억압하려 하지 말고, 내 안의 열등감을 찾아서 먼저 마주해 보자. ‘완벽한 나’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자. 그리고 “난 부족해”라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 순간 열등감은 새로운 에너지로 변환될 준비를 한다.헬렌 켈러는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을 긍정적 동기 부여로 삼고 도전의 원천으로 삼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녀는 생후 19개월 때 뇌척수막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인해 시청각장애인이 되었다. 7살 때 인생의 스승이자 친구가 된 앤 설리번을 만나 퍼킨스 맹인학교에 입학하여 정식 교육을 받고, 이후 1904년 비장애인도 힘들다는 래드클리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5개 국어를 습득했다. 그녀는 수많은 기고문을 쓰고,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13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녀는 세계를 다니며 강연 활동을 하였고, 1937년에는 한국을 방문해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잃지 마라”고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활발한 사회 운동을 했다. 1955년 하버드대는 그녀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는 하버드대가 여성에게 수여한 최초의 명예 학위였다. 또한, 1964년에는 미국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미국자유훈장을 받았다.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19세기에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인물은 나폴레옹과 헬렌 켈러다. 나폴레옹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다 실패했다. 헬렌 켈러는 세계를 마음의 힘으로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남겼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헬렌 켈러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여성”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헬렌 켈러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다.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 장애는 불편하다. 그러나 불행하지는 않다.”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으로 승화한 의지의 인물다운 생각이다. 이렇게 신체적 열등과 같은 어려운 여건을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이 되었다.사람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사람의 발전이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지닌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음을 수용하는 용기’, ‘불완전할 용기’가 필요하다.살아가는 동안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면 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잘 채워지지 않는 것이라면, 다른 것으로 채우면 된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자신이 소질이 있는 분야를 열심히 하면 된다. 굳이 자신이 부족한 부분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우리는 모두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열등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자. 그리고 이를 극복하여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하자. 열등감은 현재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한 자아실현의 원천이다. 열등감은 나의 힘이다.

2021-04-11

독도 바다의 사계절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개소 이래 현재까지 평균 1달에 한번 꼴인 총 90차례에 걸쳐 독도 조사를 수행해 왔다. 한 겨울에 독도를 다녀왔고, 수온 30도에 육박하는 한 여름의 독도를 보아왔고, 며칠간을 독도에 머무르며 독도의 수중을 살피기도 하였다. 드론으로 독도와 독도 바다속의 변화상도 관찰해 왔다. 독도마을어장을 관리하는 울릉군 도동어촌계와 함께 해조류를 주 먹이로 하는 성게 구제작업도 함께 진행했고, 독도의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독도해양관측부이 장비 점검도 수시로 진행했다. 독도소방헬기추락사고 때는 독도 현장조사의 경험을 살려 수중CCTV를 활용하여 현장수색에 참여하기도 했었다.그동안 전용조사선이 없어 낚시선, 어선을 임차한 조사가 대다수여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소형 조사선이 취항할 예정이라 더 풍부한 독도 조사가 기대된다.육지에도 4계절이 있듯이 독도 바다에도 수온의 분포에 따라 계절마다 다른 분포가 나타난다.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섭씨 약 10도 이하로 연중 가장 낮아지는 2~3월 사이에 한겨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무렵 독도는 강한 북서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상하로 잘 혼합되어 때로 수심 150m까지도 수온이 거의 섭씨 10도로 일정하다. 독도의 겨울에 정착하는 일부 어류들은 찬 수온에 적응하면서 바위틈에 몸을 감추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연중 가장 빈번하게 물개, 물범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3월을 중심으로 독도에서 자주 목격된다. 독도의 겨울 바다는 또한 대황, 감태, 미역 같은 바닷말류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기간이다.겨울철에 연중 가장 약해진 대한해협을 통과한 대마난류의 세기가 봄철에 접어들면서 점차 강해지면서 독도 바다의 봄이 시작된다. 이 무렵 독도에는 주로 2월 말부터 독도에 찾아오기 시작한 괭이갈매기가 독도 주변을 쉼 없이 누빈다. 5월 초 무렵 독도 바다의 표층수온은 섭씨 약 15도 내외까지 상승한다. 겨울철에 보이지 않던 어류들이 봄철에 접어들면서 따뜻해진 대마난류를 타고 올라와 독도에 정착하기 시작한다.독도 바다는 표층수온이 연중 가장 높은 섭씨 25도 내외를 보이는 7~9월 사이에 바다의 여름 풍경을 보여준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미역과 같은 바닷말류는 엽체가 녹아 없어지고 줄기 일부만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뜻한 대마난류를 따라 독도에 온 파랑돔, 줄도화돔과 같은 열대성 어류들을 독도의 여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독도 주변 바다는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가장 높은 표층수온 상승률을 보이는 해역이라, 이러한 열대 및 아열대 어종들을 여름철뿐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표층 아래로는 겨울철에 러시아 인근에서 형성된 차가운 물이 여름철에 독도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때로는 수심 50m 근처까지도 수온이 섭씨 5도까지 크게 낮아지기도 한다.10월 중순에 접어들면 대마난류의 세기가 점차 약해지면서 표층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로 떨어져 바다의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표층 수온은 12월에는 섭씨 약 13도 내외로 다시 낮아진다.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여름철의 남풍 계열의 바람 대신 북풍 계열의 바람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바닷물의 상하층 혼합이 활발해져 때로 수심 100m근처까지도 표층과 수온 차이가 거의 없이 수온이 수직적으로 일정해진다.제주도의 토착종이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은 가을이 깊어지면서 수온이 차가워지면 울릉도를 떠나 다시 제주도로 돌아갈까? 비록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들 아열대성 어류들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철에도 독도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중 암초 주변에 주로 서식하는 습성을 갖는 어류들은 독도의 바위틈에 최소한의 움직임을 유지한 채 다시 따뜻해지는 독도 바다를 기다리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독도 바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급격한 해양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표층수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바다의 여름이랄 수 있는 수온 20도 이상의 날수도 예년과 다르게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해양생물에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상기상악화 또한 예전과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표층수온 증가와 바다의 여름기간 증가는 아열대성 혹은 열대성 해양환경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주요 어장의 변화, 먹이 생물의 변화에 따른 어류 성장률의 변화, 어류 산란 패턴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예측될 수 있다.독도 바다는 한반도 해양환경변화를 가장 잘 감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독도는 오늘도 해류를 따라 독도를 찾아온 혹은 독도에 기대어 정착하여 살고 있는 뭇 해양 생물들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2021-04-11

도시의 흥망성쇠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8·15해방 이후 우리나라 도시들의 부침(浮沈)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해방 직후 남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는 행정중심지였던 수도 서울이었고, 다음은 대구가 2대 도시였다. 당시 대구는 일제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농업이 주요 산업이고 교역이 거의 없었으며, 영남지방에서 대구가 교육과 행정의 중심지 기능을 담당했던 것과 무관치 않다.그러던 것이 6·25사변을 거치면서 부산에 피난민들이 모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들 피난민이 일부 부산에 정착하면서 대구는 부산에 2대 도시의 지위를 넘겨줬다.그리고 6·26사변 이후부터 추진된 근대화와 경제개발정책에 힘입어 중화학공업 위주의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수출·입 물류를 처리하기 쉬운 항만도시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1950년대 이후 서울, 부산, 대구의 순으로 만들어진 도시계층구조가 거의 50년 동안 고착하게 됐다. 그러던 것이 2001년 인천공항의 개항 이후 인천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면서 대구는 3대 도시에서도 밀려났다.국제물류를 처리해야 하는 많은 첨단산업이 인천공항 주변에 둥지를 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중화학공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던 시기에는 중화학공업의 원료와 완제품들의 수출·입 물류를 처리하고자 항만도시들이 성장할 수밖에 없었지만, 산업구조가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산업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주변에 좋은 관문공항을 가진 도시가 성장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이제 20세기 초·중반 이후 미국 도시들의 부침(浮沈)을 보자. 미국은 전통적인 중공업 도시들이 산업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면서 성장했다. 이들 전통적인 산업도시들은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이 대표적이다.스노우 벨트(Snow Belt) 혹은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불리기도 하는 지역에 있는 이들 도시는 20세기 초반 이후 미국에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한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을 바탕으로 미국경제를 주도하다시피 했다.하지만, 1970년대 들어 철강을 비롯한 소재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하면서 도시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쇠퇴기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도시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첨단산업의 유치, 첨단산업과 전통적 제조업의 결합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과 도시의 재건을 추진해 왔다.예컨대 세계적인 철강도시였던 피츠버그는 명문 카네기멜론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과의 관민협력을 통해 컴퓨터 관련산업을 육성해 도시의 재도약을 추진했고, 클리블랜드는 철강산업이 쇠퇴한 후 전기 및 기계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을 키워 발전시킴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추진했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세계적인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명문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등의 연구개발(RD) 역량이 결합해 첨단산업이 싹을 틔었다.미국의 서부와 남부에 있는 신흥도시들은 1970년대 이전에는 비교적 산업화가 부진했으나, 1970년대 이후 첨단기술의 산업화로 급속한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신흥도시가 새로운 첨단산업기지로 떠오른 주요 이유는 첨단산업의 입지조건이 전통적인 제조업의 입지조건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전통적인 제조업은 시장 혹은 원료공급지에 근접해 있어야 하지만, 경박단소한 제품의 특성으로 인해 수송비가 적게 드는 첨단산업은 시장 혹은 원료공급지에의 접근성이 그다지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따라서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날씨도 좋고 주변 환경이 좋은 지역뿐만 아니라, 남부의 선 벨트(Sun Belt) 지역에 속하는 피닉스, 덴버, 엘파소 등의 내륙도시들도 첨단산업화의 물결 속에 새로운 성장도시로 떠오르게 됐다. 이러한 도시들의 특징은 인접지역에 첨단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국립연구소나 대학들이 있어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항공교통이 잘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도시의 흥망성쇠에 대한 지난 한 세기의 역사적 경험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갈수록 4차 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4차 산업은 대부분 원료와 제품의 수송비용이 거의 혹은 많이 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대신에 고급인력들이 필요하고 해외교류가 필수적인 만큼 육상교통보다는 항공교통이 필수적이다. 도시의 성장을 위해 ‘반듯한’ 공항의 건설이 필수적이고, 고급인력의 정주환경 조성, 연구개발(RD) 환경의 조성과 관련기관과의 파트너십 구축 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최근에는 4차 산업시대의 도래와 함께 자유입지형 산업(foot-loose industry)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 대구·경북도 자유입지형 산업의 유치와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2021-04-04

K(한국형) 바이오 랩센트럴 그리고 포항의 의지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지난달 초 정부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센트럴’ 사업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5월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8월 예비타당성 조사신청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연내 지역을 최종 확정하고 2023년부터 약 2천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랩센트럴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바이오 스타트업에게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공간과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랩센트럴(LabCentral)은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바이오창업 지원기관으로 미국 메사추세츠주 캠브릿지 바이오허브(Bio Hub)가 성공모델로 제시되고 있다.미국의 랩센트럴이 성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로는 △MIT, 하버드 등 세계 우수대학이 있어 연구개발 협력 네트워크와 우수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고,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제약기업이 있어 이들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공동 연구협력이나 기술이전 등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가능하며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하버드 메디컬센터 등 최고 수준의 병원이 있어 임상 연계가 용이하고 △수십개의 벤처캐피털(VC) 회사가 집적되어 있어 초기 창업자금 확보나 기업 확장을 위한 투자유치가 유리하다는 것이다.현재 우리나라 여러 지자체들이 K-바이오 랩센트럴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KAIST, 연구기관, 대학병원을 연계한 인력과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인천은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의 대기업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대기업과 바이오벤처가 연계할 수 있는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청주(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 6대 보건의료 국책기관이 집적되어 있으며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포항도 최근 지역의 우수한 바이오 인프라를 기반으로 ‘구조-AI기반 바이오 랩센트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포스텍의 바이오 연구공간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조성 중인 포항의 3대 바이오 혁신성장 플랫폼(포항지식산업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그리고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 등의 최첨단 바이오 연구 인프라를 비롯하여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협업 연구소인 인공지능연구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포스텍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 센터와 포항지식산업센터는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기업의 창업·보육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바이오 인프라뿐만 아니라 포스텍과 한동대의 바이오 분야 고급 연구인력과 쿼드콜라보오퍼스원 포스텍펀드(Q-fund), 인라이트 3호 CG펀드 등 바이오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제넥신, 압타머사이언스, 바이오앱 등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보유 바이오벤처 40여개 기업이 소재하고 있으며, 작년 6월에는 대형 제약기업인 한미사이언스와 3천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앞으로도 신약 임상전문병원 구축과 바이오·제약기업 지원을 위한 3D-바이오프린팅 기반 인공장기 상용화 플랫폼, 극저온 전자현미경 지원센터, 감염병 신속대응 플랫폼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유망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포항은 K-바이오 랩센트럴 사업 유치를 위해 먼저 뛰어든 대전이나 인천(송도), 청주(오송) 등에 비교해 바이오 연구 인프라와 인력, 기술력 분야에 있어서는 경쟁력이 있으나 임상병원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포항에서도 지속적으로 임상전문병원 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포스텍-병원 간의 협업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발전 측면에서는 포항이 한국형 랩센트럴의 최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전 세계가 미래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바이오 기술벤처기업과 제약기업들이 서울, 인천, 대전 등에 밀집되어 있어 지역의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헬스산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지역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장애가 되고 있다.특히 포항시는 인구 50만명이 무너질 위기에 봉착해 있어 인구회복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포항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의지와 맞물려 바이오기업을 유치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중심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04-04

메타분석에 근거한 운동과 암의 상관관계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8)%,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4.2%)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 치료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국내 100만 명을 넘었다. 이같이 주위에서 암환자나 암을 치료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암은 흔한 병이 되었다.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신체활동은 암 발생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으며, 암환자에게는 암의 진행 정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알려지면서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하지만 요즘처럼 인터넷, 도서, 환우회 모임 등에서 암 관련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상황이 오히려 환자들의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메타분석에 근거한 정보 제공이 필요한 이유이다.암 치료가 끝난 직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을 시작한다는 결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운동에 담을 쌓고 지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암이 없는 사람에게 운동이 웰빙(well-being)이라면 암환자에 운동은 생존(being) 그 자체이다. 이처럼 암환자에게 운동은 건강한 사람의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알아보자.운동이 암 관련 사망률을 줄이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수명 연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 하나만으로 운동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운동이 암 치료의 효과 자체를 높여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운동은 항암화학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여러 증상을 개선시켜 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최적화한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 결과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이다.운동과 암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피로와 통증을 줄이며 불면증을 해소하고 심지어 호흡곤란까지도 해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암 유발 피로, 체력 감소, 신체적인 기능, 체구성 요소 변화, 삶의 질 및 면역력 감소를 포함하는 암 유발 마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규칙적인 운동은 암을 예방하고 이미 암에 걸린 경우라도 그 증세 개선 및 전이,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경험자가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유연성운동,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모두 필요하다. 한 메타분석을 통한 연구에서 운동 중 특히 스트레칭, 요가 등 유연성운동은 여성 환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다른 운동에 비해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 증가와 더불어 피로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수면 장애를 제거하는 동시에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중재에도 매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암의 예후에 운동을 통한 제지방율의 증가를 강조하고 있다. 매일 하루 30분 이상의 적당한 강도의 걷기운동이 암 예방과 진전 및 예후에 효과가 있으며. ACSM(미국스포츠의학회)에서도 암 생존자들에게 운동은 안전한 활동으로 오히려 비활동적인 삶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으로는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적당한 운동과 일주일에 2번 정도의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탄력밴드 등을 이용한 주 2회의 저항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유산소 운동은 양질의 산소를 공급해주고, 적당한 활동을 통해 인체의 순환을 촉진시켜주며 암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햇볕을 쪼여 피부에 비타민을 형성하게 하여 암환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방법이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항운동, 유산소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한 복합운동은 유방암 생존자들에게 삶의 질과 근력을 증진시켜 유방암 부작용으로 발생되는 근력감소, 상지의 병력과 불편함, 림프부종 및 감소된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밝혔다.최근 암 중재에 관한 운동 시기와 운동 강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암환자들의 운동중재 시기는 암의 종류나 운동의 종류 및 개인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에 대한 운동중재 효과는 대부분 운동의 강도가 저강도보다는 중강도에서 효과적이고 운동의 기간도 많을수록 염증 마커나 암의 예후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가능하다면 다양하고도 더 많은 운동과 신체활동을 장시간, 장기간 동안 수행하며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흔히 “운동은 스스로 해나가는 항암치료이며 자신을 위한 보약이다” 말한다. 운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할 수 있다.

2021-03-28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한 나무꾼이 뭉뚱한 도끼로 땀을 흘리며 무척 열심히 나무를 베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꾼에게 “도끼날이 뭉뚱하니, 도끼날을 갈고 나무를 베시죠”라고 권했다. 나무꾼이 “제가 너무 바쁩니다. 도끼날을 갈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나그네에게 말한다. 이 나무꾼은 어리석은 사람일까? 지혜로운 사람일까?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나무 베는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나무꾼의 목적이 나무를 많이 베는 것이라면, 우리 인생의 목표는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어떤 일을 할 때면, 열심히 하라고 배웠다. 힘들면 힘내라고 배웠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하다.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뭉뚱한 도끼날을 갈지 않고 나무를 베는 어리석은 나무꾼처럼, 우리도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공부를 하지 않고 어리석게 사는 것은 아닐까?우리가 보다 행복하려면 먼저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치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를 하고 인생을 사는 것은 어떨까? 행복의 문은 아는 만큼 열린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고 싶다면 나를 만나는 시간, 마음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생각인지, 감정인지, 행동인지 알고 열심히 하고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위의 나무꾼은 방향성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방향성조차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동대구역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타야하는데, 혹시 반대편 방향인 부산행 기차를 탄 적은 없는가? 반대편 기차를 타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편 기차를 탔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기차를 갈아탔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인생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서, 불행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본인이 불행으로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이 나에게 준 비난, 경멸, 조롱의 말에 화가 나고 분노에 시달린다. 사람이 화를 낼 때 나오는 숨을 냉각시킨 뒤에 그 침전물을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단 몇 분 만에 죽었다는 실험이 있다. 우리가 화를 낼 때 진짜로 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노는 가장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행복은 남이 나에게 선물처럼 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아내는 나에게 잔소리를 안 하고,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따르며, 친구들은 나를 좋아 한다면, 대개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불행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가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면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주체적 삶이 아니다. 행복은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어떤 부모도 사랑하는 자녀가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자녀를 불행하게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자녀를 불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1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자살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다. 물론 부모가 자녀들이 커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겠지만,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는 자녀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고, 자존감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 그들을 자살로 내몰 수도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을 안다. 부모의 바람과 자녀들의 수용성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이 어렸을 때 몰랐던 것처럼, 부모들의 바람은 모른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현재의 부모들이 어렸을 때 그토록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와 자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차고 자녀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유턴해야 한다.우리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우리는 행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능동적 존재이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행복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나를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의 자녀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하고 자녀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타인을 더 배려하고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우리는 지금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쳐주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음공부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글이나 책 읽기, 좋은 강연 듣기, 명상을 하자. 나의 생각, 감정, 행동을 들여다보는 힘을 갖자. 혼자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마음 처방전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2021-03-28

울진·울릉지역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 국가유산 지정을 환영하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울진·울릉지역에서 돌미역을 채취하는 전통어업 방식인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을 제9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해양수산부는 앞서 2015년 제1호인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 신안 갯벌 천일염업, 완도 지주식 김양식 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재첩잡이 손틀어업, 통영ㆍ거제 돌미역 틀잇대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했다.이번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서는 동해안 첫 지정사례이다. 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환경친화적인 전통 방식으로 자연산 돌미역을 마을주민과 공동으로 채취하는 문화자산이다. 역사성, 생태계 보호, 주민참여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평가위원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오동나무 등 통나무를 엮어 만든 떼배(뗏목)로 미역바위 군락까지 이동, 미역을 채취·운반하는 전통어업을 말한다. 떼배는 원시적인 뗏목배로 울릉도에서는 해안가의 미역 채취와 함께 낚시로 하는 오징어잡이, 손으로 꽁치를 잡는 손꽁치잡이에도 사용됐다.떼배 제작은 몇 달간 미리 건조해 둔 오동나무가 쓰인다. 통상 8개에서 10개의 오동나무 통나무가 떼배의 밑판을 이루며, 통나무의 사각형 구멍에 통상 고로쇠나무로 만든 장쇠로 통나무를 연결한다. 떼배 밑판이 완성되면, 떼배를 젖는 노, 노를 설치하는 노지게, 노를 끼우는 나무못인 노 좆 등을 제작하고, 난간을 붙여 채취한 미역이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울릉도에서는 매년 오징어축전 때면 각 어촌계 계장들이 대표로 나서 떼배경주대회를 열고 있다.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며, 또한 돌미역은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 돌미역 채취에 떼배가 매우 효과적이다. 떼배 채취 어업은 암반이 발달한 지형적 특징에 적응한 결과였다.봄철 미역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연안의 미역바위 혹은 수중 미역짬을 찾아 미역을 채취한다. 이때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바닥면에 유리를 부착, 물속을 들여다보는 수경이라는 사다리꼴 형태의 나무 상자이다.주민들은 수경과 함께 낫대라 불리는 긴 장대에 낫을 부착한 도구로 떼배에서 미역을 채취한다. 울릉도 연안은 우리나라에서 물속 투명도가 가장 깊은 곳으로, 깊게는 20~30m까지도 수경으로 물속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떼배와 수경, 낫대를 사용한 돌미역 채취 어업은 이런 울릉도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어업활동이었다. 울릉도의 돌미역 채취는 오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비록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전에는 조선의 해금정책에 따라 울릉도에 주민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았지만 임진왜란 이후부터 울릉도의 각종 산물에 주목, 거문도를 비롯한 남해안 주민들이 울릉도(독도)를 오갈 때 특별히 주목한 것은 바로 울릉도의 나무를 이용한 배 건조와 함께 미역 채취이었다.전라남도 무형문화재 1호인 거문도 뱃노래 가사에도 울릉도 미역이 등장한다. 1700년대 제작된 해동지도에는 울릉도의 대표적 산물로 감곽(미역)을 또한 소개하고 있다.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에는 오징어와 함께 미역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었다.특히 오징어와 달리 미역 채취는 일본인들의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한국인의 독점 어업이었다. 미역 채취는 독도에서도 대표적 어업 활동이었다. 독도 미역 채취는 독도에 정착한 울릉도 주민들과 해방이전부터 독도에 건너온 제주 출신 해녀들에 의해 활발히 이뤄졌다.독도에서 채취된 미역은 미역건조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말려 외지로 판매,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독도는 미역을 통해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었다.최근 어촌계의 고령화, 어촌계 유입인구의 감소 등 사회적 요인과 함께 겨울철 수온 상승에 따른 미역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이 점차 자취를 감춘 것 또한 사실이다.이럴 때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소식은 사라져가는 전통어업의 보전 및 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계기로 다양한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먼저는 전통 떼배 건조방식 보존을 위한 배 목수 장인 선정, 떼배 건조 과정 기록화 및 떼배 돌미역 채취 어업에 대한 지역 민속지 발간 등 지역의 역사문화자원 기록작업이 필요하다. 해녀, 잠수부에 의한 돌미역 채취방식 등 돌미역 채취의 발전 과정 또한 아우를 필요가 있다.돌미역 생산량 증대를 위한 짬매기(미역바위닦기) 활성화, 돌미역 서식 실태도 작성, 돌미역 브랜드 가치 향상 연구, 돌미역을 활용한 토속 요리의 보전 등도 필요하다. 떼배, 수경 등 전통 어업 도구를 활용한 기념품 제작, 생태체험관광 및 학교 교육과 연계한 돌미역 생태 교육 및 떼배 문화 체험 행사 수행도 생각해 볼 수 있다.울진·울릉 떼배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의 자연환경에 적응한 지역 어민의 삶의 역사였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동해의 역사를 보듬고 온 이들에게 우리가 미처 드리지 못한 명예와 경의를 돌려주는 것이다.

2021-03-21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 운동법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세계비만연맹은 2025년 전 세계인구의 3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비만 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 성인비만율 33.7%의 2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비만은 지구촌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풀어야 할 숙제이다.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운동을 권장한다. 식이요법과 비교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나 해야 좋은지 모른다”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적 근거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다이어트의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섭취하는 칼로리(IN)보다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더 클 때 체중은 감소한다. 음식의 섭취를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적게하거나,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해 하루 소비되는 칼로리 양을 필요한 칼로리 양보다 많게 하는 것이다.운동은 과부하와 과보상의 원리이다. 이론적으로 운동 부하는 약 6주 정도 지나면 몸이 적응해 기능을 상실한다. 평소 하던 것보다 거리를 늘리거나 속도를 높여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근력운동도 마찬가지다. 스쿼트를 매번 15회씩 3세트를 했다면 일정기간이 지나서는 20회 3세트를 하거나 다리를 펴고 굽히는 굴신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각각의 세트 간 휴식시간을 줄이는 등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시대와 환경에 따라 과학적 지식도 변한다. 과거에는 몸에 지방을 태우기 위해 저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다. 중강도 이상 고강도로 단시간 운동을 해도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천천히 오래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인터벌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이다. 고강도 운동을 하면 마친 후에도 몸이 길게는 48시간까지 지방 등 체내 에너지원들을 연소시키는 ‘운동후초과산소섭취(EPOC)’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이상을 종합하면 섭취하는 칼로리(IN)와 소비하는 칼로리(OUT)가 같은 등칼로리 균형(isoCalorie balance), 적응기간이 지났음에도 변화가 없는 운동 강도와 전체적인 운동량, 최근 과학적 근거중심의 내용을 담은 보다 효과적인 운동방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매일같이 운동을 하는 데도 체중에 변화가 없다”에 대한 이유가 될 것이다.그렇다면 과학적 근거중심의 다이어트법이 궁금해 진다. 현대사회 특성상 바쁜 일상으로 운동시간이 부족하다면 간헐적 고강도 운동으로 ‘운동후초과산소섭취’ 현상을 늘리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 이론을 담은 타바타 운동이 좋은 사례이다. 이를테면 고정 자전거, 로잉 머신 등 실내 운동기구 또는 스쿼트, 버피테스트 등 맨몸운동을 활용해서 고강도 20초, 휴식 10초를 8회 반복하여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 형태이다.만약 걷기나 달리기가 좋다면 타바타 운동처럼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를 내는 ‘인터벌 워킹’이 권장된다. ‘인터벌 워킹’은 최대보행속도의 70%로 3분, 30%로 3분씩 반복하는 걷기운동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주로 엘리트선수들이 수행하는 트레이닝 방법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하지만 인터벌 속보는 워킹운동의 하나로 고강도 트레이닝을 할 수 없는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인터벌트레이닝처럼 워킹강도에 변화를 주어서 효과를 내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터벌트레이닝은 30~40초 모래걷기를 하고, 15~20초는 모래 달리기를 하면서 운동 강도는 자신에 맞는 목표심박수를 찾아서 조절해야 할 것이다.이처럼 인터벌트레이닝은 자신에 맞는 운동 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는 심박수와 운동자각도, 즉 스스로 느끼는 운동 강도를 사례로 들고자 한다.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주로 체내 당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증가하고 일정강도가 올라가면 당의 분해로 발생되는 ‘젖산’으로 인해 “힘들다”라고 느끼는 시점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 강도를 심박수로 계산하면 중장년층 기준 100~120/분으로 운동자각도로는 “좀 힘들다”라고 느끼는 정도가 된다. 자신에게 맞는 보다 정확한 운동 강도는 앞선 칼럼에서 제시한 목표심박수(THR) 계산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인터벌트레이닝도 매일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운동 빈도가 중요한 이유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신체가 회복하고 운동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강도 이상의 운동 후에는 최소 1.5~2일간은 저강도 운동이 적합하다. 이 기간 동안 20~30분간의 스트레칭, 걷기나 가벼운 조깅은 수동적인 휴식보다 피로회복에 더 효과적이다.아무리 운동에 흥미가 있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과학의 힘을 빌려 자신의 건강과 체력에 맞는 운동 유형과 강도, 빈도 및 시간을 알아보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21-03-21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시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코로나 사태가 벌써 1년을 넘기면서 시민들의 활동은 크게 위축됐고, 도시의 모습 역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시민들의 이동을 위한 교통수요는 크게 감소했으며, 특히 대중교통수요가 크게 줄면서 도시철도와 버스는 깊은 적자운영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와 배달주문의 활성화로 물류와 택배는 증가하고, 언택트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증가로 말미암아 주택이 주거기능뿐만 아니라 사무공간의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들은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대도시 ‘엑소더스’와 함께 임대료가 싸고 주거환경이 좋은 교외지역으로의 주거이전도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이 모든 것들이 위드(with)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시 모습들이기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관계없이 이미 오래전에 많은 미래학자가 전망했던 도시의 모습들이기도 하다. 최근 수십년 사이에 가장 획기적인 기술혁신과 실용화가 이뤄진 분야가 정보통신기술임에 반해, 획기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영역이 많은 분야가 바이오(의료)기술이다. 바로 이러한 현실을 상기한다면 요즈음 우리가 겪는 위드 코로나 시대 도시의 모습들은 현재의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의료)기술의 수준을 매우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들은 미래학자들이 전망했던 것보다 좀 더 빨리 우리에게 다가왔을 뿐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큰 변화는 모임(집합)과 이동의 통제로 인한 전반적인 교통수요의 감소와 버스와 도시철도와 같은 대중교통의 이용 기피이다. 따라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대량수송 위주의 교통정책에서 탈피해 시민들의 보건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정책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결국, 효율성 위주의 교통정책에서 벗어난 다른 가치와 목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일깨워 준다. 아울러 증가하는 물류와 택배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비대면 택배 송수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한편,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경험하는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재택근무의 증가이다. 평소에는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졌던 공공기관과 기업들도 재택근무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볼 기회를 이번에 가지게 된 것이다.코로나 사태 이전에 많은 직장인에게 주택은 단지 퇴근 후 잠시 쉬고 잠만 자는 공간에 불과했으나,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택이 사무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인해 통근 대신 통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고, 인간관계의 중심도 직장에서 주거지역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의 증가로 주거공간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상업시설의 공간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주택은 주거공간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work station)으로서의 기능도 가지게 되면서 주거입지 패턴 및 주택의 실내공간과 주거단지의 구성에 대해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아울러 도시의 주요 기능도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의 장소에서 벗어나, 문화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교류의 장소로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결국 인간의 거주공간은 분산된 집중의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처럼 예견되는 전망을 바탕으로 도시공간의 재구조화(restructuring)가 필요하다.도시는 유기체(有機體)이다.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진화할 수도 있고 사멸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도시의 흥망성쇠는 사회적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좌우됐고, 도시계획 사조(思潮)와 제도도 사회적 재난을 겪으면서 변화했다.서구(西歐)사회에서 근대적 의미의 도시계획에 대한 입법은 대부분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대량 이주해 들어오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비위생적이고 불량한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뒀다. 도시 저소득 노동자들의 건강과 위생 상태에 대한 관심은 사실상 19세기 초부터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국의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등의 보건 및 위생 관련 입법조치들은 상하수도, 도로포장 등에 대한 규정을 포함함으로써 근대적 도시계획 입법의 선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집행수단인 용도지역제(zoning)도 사실은 주민들의 위생과 보건에 관심을 두고 만들어진 제도이다. 16세기 스페인의 필립(Philip) 왕이 신세계(개척지)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때 길은 바람에 휩쓸리지 않는 방향으로 내도록 하고, 도살장은 주민들에게 악취를 풍기지 않도록 도시의 외곽지역에 입지시키도록 명령한 것이 용도지역제의 초기 시도이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도시는 새로운 진화를 모색하고 한다. 이제 전염병을 비롯한 사회적 재난에 강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도시는 유기체이고, 언제든지 사멸할 수도 있고 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1-03-14

SNS 다이어트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목 디스크가 의심될 정도로 아픈지가 한참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심하게 과로를 하면 등이 아프고 어깨와 목이 많이 아팠는데 요즘은 이런 통증이 일상이 되었다. 목 통증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X-레이 촬영을 통해 일자목, 거북목이란 진단과 물리치료를 하라는 답뿐이다. 일시적 통증 완화다. 일상 속에서 원인을 찾아보면 컴퓨터의 장시간 사용과 누워서 TV를 보는 습관이 큰 원인 같지만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고개를 숙여서 가장 많이 목을 혹사시키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이다.스마트폰으로 SNS를 많이 이용하는데, SNS는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또는 사회 네트워크 사이트(Social Network Site)를 말한다. SNS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엄청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영향력이 존재하는 만큼 다수의 부작용도 존재하고 있다.과거에는 전화통화와 문자메세지 이용이 전부였지만 정보통신의 발달로 요즘 사람들은 카카오톡, 밴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많이 이용중이며 TV나 영화도 스마트폰으로 많이 시청하고 있다. 목 통증의 원인이 스마트폰의 사용이지만 해결하기가 쉽지가 않다. 필자는 올해 초부터 SNS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사실 SNS가 없는 일상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원하지 않는 단체 카톡방 초대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태그들은 많은 부담을 준다.특히 카카오톡의 단체방은 “카톡 지옥”, “카톡 감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피해가 상당하다. 모르는 사람이 초대한 그룹 채팅에 참여한 후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도 있고 불특정한 다수 이용자가 한꺼번에 초대되는 카카오톡 감옥은 채팅방을 나가도 다수 이용자가 동시에 다시 초대해 나갈 수가 없어진다.SNS에 명품, 여행, 음식, 외모 자랑 등의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게시물들을 보다보면 자신이 기준점이 아닌 상대를 기준으로 삼아 그들의 화려하고 행복한 일상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상대적 박탈감, 허탈감, 자존감 결여, 우울증 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 증후군으로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포모 증후군이 있다.사이버 리플리 증후군이라 불리는 증상은 사이버 상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이라고 착각하는 증후군이며 다른 사람의 사진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고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한다. 심한경우 절도, 사기, 살인 등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포모 증후군(고립공포감)은 매진임박, 한정수량 등 제품의 공급량을 고의로 줄여서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들어 심리적 압박을 이용해 물건을 사게 하는 마케팅사용법에서 파생되었는데 자신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고 같은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사회에서 자신이 제외될까봐 두려워하는 증상을 뜻한다. SNS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존하며 불안감이 매우 큰 증상을 말하며 이러한 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심지어 SNS상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사기행위도 행해지고 있다.팔이피플이란 신조어는 ‘팔이’와 ‘피플(people)’의 합성어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influencer :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많은 구독자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가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주문을 받으면 제조업체가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을 해주고 제품의 가격은 비밀 댓글로 문의해야하며 카드결제는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문할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날짜는 주문일로부터 10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7조 제 1항에 따르면 단순 변심이어도 제품을 받은 7일 이내 환불과 교환 모두가 가능하다 하지만 몇몇 팔이피플은 맞춤제작, 공구 특성상 등 이런저런 이유로 교환과 환불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심지어 제품이 불량인 경우에도 하루나 이틀 안에 연락해야만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 또한 식품, 화장품의 경우에는 제대로 된 품질관리나 성분 검사가 안 된 제품도 많고 허위, 과대광고도 문제가 심각하다.정보화 사회, 4차 산업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SNS 다이어트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파일전송이나 사진전송을 쉽게 하다가 문자만 사용함으로 불편은 있지만 이메일을 적극 사용하고 간단한 사진은 문자로도 전송할 수 있어 크게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무조건 SNS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SNS 사용에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를 스스로 확인해보고 장단점을 고민해보면 해답은 쉽게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설정에서 디지털웰빙, 방해금지모드, 앱시간 제한 등의 기능을 사용하면서 오늘부터 서서히 SNS 다이어트를 통해 더 많은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2021-03-14

누구나 마음 처방전이 필요하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우리는 정신과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애국정신’이나 ‘화랑정신’처럼 정신이 뒤에 들어가면 괜찮다. 그런데 ‘정신과’ 처럼 정신이 앞에 나오고 그것도 ‘정신’ 뒤에 ‘과’가 붙으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정신과는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건강의학과이다.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2011년에 개명되었다. 진료과명을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한 것은 정신의학이 발달하면서 그 범위가 단순히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예방·건강 증진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하고,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개념을 강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리는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면 모두 정신병 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이라는 용어도 오해의 소지가 많다. 정신과는 정신질환(mental illness)을 치료하는데, 일반인들은 정신병(psychosis)을 정신질환(mental illness)의 모든 것으로 잘 못 아는 경우가 많다.정신건강의학과는 망상이나 환각, 현실에 대한 판단 능력 저하로 적응에 상당한 문제를 겪는 정신병 상태 즉, 조현병, 조현양상장애, 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정신병적 장애 등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해서 중증 치매 등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수면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신체증상 장애 및 관련 장애(신체적인 검사상의 이상 유무와 관계없이 그 원인이 정신적이거나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신체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되는 경우를 말함)와 같은 비교적 가벼운 정신건강 문제인 스트레스성 질환 소위 신경성 질환 등을 치료하는 것이다. 또한, 신체적 질병에 대한 불합리한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 경우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의 대상이 된다.내과 치료를 받으면 모두 중병(重病)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내과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수 백 가지의 경우가 있다. 감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있고, 건강 검진을 위해 갈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이다.우리는 정신병환자들이 ‘정상인’에 비해 위험하고 폭력적이고 끔찍한 범죄를 더 많이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정신병 환자를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낯선 것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합쳐지면, 그 두려움은 배가된다.그러나 정신병 환자들이 범죄 및 폭력을 일으키는 빈도는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다고 한다. 2017년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병자의 범죄율은 1.2%, 정신병환자의 범죄율은 0.08%였다. 정신병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비정신병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의 15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이러한 편견은 정신병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질환의 치료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커다란 편견과 낙인은 환자가 병을 숨기게 만들고,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고, 정작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던 환자의 발길도 멈추게 한다. 결과적으로는 위험하지 않던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자·타해 위험으로 내몰리고, 완치되어야 하는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재발과 만성화로 떠밀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성인 4명 중 1명꼴로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고, 성인 8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고 있을 만큼 정신질환은 매우 흔하다. 그럼에도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해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이 증가되고 있고 생활고가 문제가 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살의 가장 많은 의학적 원인 질환으로 알려진 ‘우울장애’ 예방과 자살의 가장 많은 사회적 원인인 경제적 문제, 생계의 위협에 내몰린 분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이 위중한 시대에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과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나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모든 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은 더욱 중요하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신체가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도 하고 좋은 식이 습관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운동 처방전과 식이 처방전은 소위 성인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병이 오기 전에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운동 처방과 식이 처방을 받고 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정신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트레스 관리 즉 마음 관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 처방전은 정신질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마음 처방을 받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03-07

코로나19 백신 접종, 어디까지 왔나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2021년 3월 현재, 정부는 해외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7천900만명분을 확보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했다.보건당국에 의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명분과 화이자 백신 50만명분을 시작으로 얀센, 모더나, 화이자, 노바백스 백신 등을 순차적으로 접종한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국민의 70% 이상 백신을 접종, 집단면역 형성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먼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접종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운반체) 백신으로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변형시키는 방법으로 인체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항원)을 만들어 면역을 가지게 한다. 이 백신은 유럽과 영국 등 50개 국가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비교적 짧은 임상기간과 백신 효능에 대한 통계적 수치가 적어 우리나라와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으며,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을 보류했다. 하지만 최근 접종자수가 많아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승인하고 있는 추세이다.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에서 만든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같은 방식의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허가를 받았으며 국내에도 2분기 중에 600만명 분이 도입된다. 얀센 백신은 1회 접종만으로 효과가 나타나며 냉장고에서도 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2회 접종과 초저온 냉동시설과 같은 콜드체인이 필요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율적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백신의 효율이 다소 낮은(66%) 것으로 보고되었다.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핵산(mRNA) 기반 백신으로 예방효과(각각 95%, 94.1%)가 가장 우수하지만 유통과 보관 조건이 까다로워 전국의 250곳 접종센터에서만 접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의 예방효과가 40~60% 수준인데 코로나19 백신은 짧은 개발기간에 비해 임상시험에서 매우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다.그리고 지난달 정부에서 2천만명분의 구매계약을 체결한 노바백스 백신은 재조합단백질 기반 백신으로 기존에 B형 간염백신 등에도 널리 사용되던 플랫폼으로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높으며 냉장보관 만으로도 운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89.3%의 예방 효과를 보이며, 65세 이상의 고령층과 영국에서 확산 중인 변이 바이러스에도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 종식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서 지난 1월 전염병 연구자와 면역학자 등 코로나19 관련 100여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0%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질병이 종식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풍토병이란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의미하며 계절성 독감(인플루엔자A)이 이런 풍토병에 해당한다.아쉽게도 올해 국내에 도입되는 코로나19 백신은 전량 해외기술로 개발한 백신으로 향후 해외에서 수입되는 백신의 물량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며 수입 의존성이 높아 다양한 유형의 백신 개발과 국내 기술기반의 신종 감염병 대응 백신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2월말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총 6곳(국제백신연구소,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으며 이중에서 제넥신에서 개발한 코로나19 DNA 백신이 3월 현재 임상2a에 돌입해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경북에 소재한 기업과 대학, 기관에서도 국내기술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와 포항의 바이오앱이 대표적이다.특히 포항의 바이오앱은 식물을 생산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생산하는 재조합단백질 기반의 코로나19 그린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포스텍, 한미사이언스와 협력하고 있으며, 현재 비임상 단계에서의 효능을 확인하고 연내 임상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 바이오앱은 포항테크노파크 내 식물공장과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조성 중인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식물공장을 활용하여 그린백신 제품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린백신은 안전성과 신속성, 경제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미래사회 안전을 위한 10대 미래유망기술(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4)로 선정되기도 했다.해외 기술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수입을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지출해야되고 당분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의 우수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미래 신종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신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백신강국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포항과 안동에서 백신강국의 토양이 조성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021-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