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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19 백신패스, 못마땅하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정부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발표하면서 실내체육시설과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목욕탕 등 고위험 다중이용시설과 의료기관, 요양병원, 중증장애인 및 치매시설, 경로당 등 고령층 방문시설에 대해 백신 패스를 적용한다고 발표했고 해당 시설에는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한 시민들만 출입할 수 있게 되었다.만약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았을 경우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검사를 통한 음성확인서를 지참해야 하며, 이밖에도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 완치자,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했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 또는 백신 1차 접종 후 부작용을 겪는 등의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백신접종 예외자는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백신패스 없이 시설을 이용하게 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시설 이용자는 10만 원의 과태료, 관리자에게는 최소 150만~300만 원의 과태료와 최소 10일에서 최대 영업장 폐쇄 명령이 내려진다.백신패스는 왜 나온 것일까? 정부는 코로나19 접종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백신패스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불안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접종을 못하고 있는 국민을 배려하지 않고 정부의 입장만을 생각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백신 확보를 못해 온갖 핑계를 대던 정부, K방역이라고 자만하다가 이물질 주사기로 체면을 구기고 유해물질로 범벅된 검사용 면봉 사건으로 할 말을 잃게 한 정부, 코로나19 사태 초기 봉쇄정책을 눈치만 보다가 때를 놓쳤고 코로나19 감염확산을 정치, 종교적 이슈도 몰아간 정부 등 언급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대처에 문제가 많았었다.백신을 접종완료 통계에만 집착하고 중요한 항체의 생성 유무는 확인하지 않고 있어 의아할 따름이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돌파감염 사례가 빈번하고 백신마다 항체 생성률이 다른 마당에 무조건 백신 맞은 접종자만을 위한 백신패스가 바람직한 것일까?지금까지 코로나19가 심해도 허용하던 시설에 대한 출입을 제한한다는 것은 근거도 없이 정부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간제한, 인원제한도 사실 국민들에겐 조롱거리가 된지 오래되었다. 오후 6시부터 또는 밤 10시가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제한이 이루어졌다는 조롱이고 유명무실한 인원제한도 마찬가지였다.물론 코로나19 방역이 필요하고 백신 접종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내용을 상세히 알리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 어떤 정책이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국민들에게 조롱받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고통과 부담을 더 주는 정부정책을 마냥 찬성할 수만 없다.PCR검사도 시점에 따른 오차(바이러스 배출 시기 이전에 음성판정 가능)가 존재하고 특정질환으로 접종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차별이 우려스럽고 접종완료자 역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분명히 있다. 결국 백신을 맞았다고 반드시 감염이나 전파 위험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닌데 미접종자만 차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고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위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중이지만 또다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일일 확진자수가 3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독일도 확인자수가 1만 명을 넘어 선진국도 코로나19의 방역정책이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경우도 확진자수가 2천 명을 넘어 향후 수천 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특히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접종완료자라 해도 미접종자와 똑같은 수준의 전파력을 지닐 가능성이 있어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의 호흡기 점막에 침투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를 무엇으로 세우고 있을까?‘백신 패스’는 사실상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이다. 국민들을 불안하게만 했던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백신 미접종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사지에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코로나19는 현재 상황에서 퇴치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제 공존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력이 약화되었고 계속되는 변이의 출현으로 상당기간 코로나19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그러므로 확진자수에 집착하기 보다는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료자원의 재분배를 준비하고 방역 완화시 감염자 폭증을 대비하여 병상 확충 등의 의료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방역조치가 특정계층에게 몰리지 않도록 거리두기 및 손실보상 범위도 조정해야 한다. 국민이 불안한 이유를 정부는 곰곰이 생각해 보고 ‘위드 코로나19’시대를 제대로 준비해주길 바란다. 국민은 백신패스가 못마땅하다!

2021-11-07

이유 있는 반항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 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제임스 딘’은 이 영화 한 편으로 청춘을 상징하는 불멸의 아이콘이 됐다.영화 속 주인공인 세 명의 청소년은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의 아이들 같았지만,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상태였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은 이 세 명의 청소년이 ‘정신병적 장애’를 가진 자가 아니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라는 것이다.‘질풍노도’란 ‘강한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뜻으로 청소년기의 격동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부모의 말이라면 곧잘 듣던 우리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충동적이고 이유 없는 반항을 할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그렇다고 청소년의 ‘질풍노도’를 단지 ‘철없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현대정신의학의 발달로 인해 청소년들이 보이는 ‘감정 반응’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입증되고 있다. 전두엽(frontal cortex)은 자기를 인식하고 감정·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역할을 하는 이성의 중추이다.변연계(limbic system)는 감정의 중추로, 특히 편도체(amygdala)가 분노, 흥분, 공격성 등 즉각적이고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청소년 시기의 뇌는 감정을 통제하고 뇌의 관제탑 역할을 하는 전두엽은 완만한 속도로 발달하는 데 비해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변연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따라서 청소년의 뇌는 감정 반응의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차가운 뇌’인 전두엽의 힘이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뜨거운 뇌’인 변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장 격차가 벌어지는 시기이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처럼 전두엽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의사결정, 감정반응, 행동이 ‘뜨거운 뇌’인 변연계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이런 이유로 청소년은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고,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게 된다.안타깝게도 청소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에 직접적으로 맞대응하고 급기야 다그치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부모의 ‘무지’와 ‘이해 부족’이 많은 참사를 낳기도 한다.그렇다면, 부모는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첫째, 청소년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으로 부모가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끼더라도 이런 감정으로 자녀를 마주해서는 안된다. 부모가 분노하면 청소년의 뇌는 더 큰 분노로 반응한다. 부모는 침착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부모가 ‘차가운 뇌’ 전두엽의 역할을 보여 줘야 한다.둘째, 부모의 안타깝고 걱정스러운 표정조차 청소년 자녀의 뇌는 부정적으로 느끼기 쉽다.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 감정 반응에 직접 맞대응하기보다는 사랑과 공감의 눈빛으로 조용히 곁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뜨거운 뇌’가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다.세번째, 잔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모의 잔소리는 청소년 자녀 뇌의 이성적 사고를 경감시키며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악화시킨다.또 잔소리는 자녀에게 반박이나 논쟁거리를 제공해 힘겨루기 양상이 되기 쉽다. 다만, “그런 말(행동)을 하면 엄마(아빠) 마음이 어떻겠니?”이라고 부모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핵심은 부모의 생각이 아닌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다. 생각은 청소년 자녀의 몫으로 두는 것이 자녀의 ‘이성 뇌’인 전두엽을 발달에 도움이 된다.끝으로, 감정과 정서는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예를 들면, “참,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다” 등의 표현으로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한다. 그래야, 감정을 쌓아 두지 않게 된다.다만, 공격적 행동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공격적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을 시켜주어야 한다. 단, 화가 난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 톤으로 힘 있게 단호하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필요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합리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제재를 가할 때도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너의 행동에 대해 3시간 후에 반성문을 쓸 수도 있고, 3시간 후에 의견으로 말할 수도 있다. 너는 어떤 것을 원하니?”이라고 한다.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의 신체뿐 아니라 뇌와 마음의 발달에 따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청소년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돼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가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듯,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는 뇌와 마음의 발달과정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그렇다면, 청소년의 ‘이유 없는 반항’은 뇌와 마음의 발달 면에서는 거쳐야 할 정상적인 ‘이유 있는 반항’일 수 있다. 다만, 부모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른 대처를 못 한 것은 아닐까.

2021-11-07

울릉도 죽도(대섬)는 잘 있는가?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10월 8일, 섬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섬 진흥에 관한 국가 정책을 발굴할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섬진흥원이 공식 개원했다. 이 소식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섬이 독도와 함께 울릉군의 부속섬이며 현재 1가구가 거주하는 죽도이다.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데서 이름이 유래한 죽도는 대섬, 댓섬이라고 울릉도 주민들에게 불려왔다. 죽도는 저동항으로부터 북동쪽 약 3.8㎞, 울릉도 본섬과 최단 약 1.8㎞ 떨어진 섬이다.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가 2014년 개원한 뒤 이곳에 상주하면서 1년에 3~4차례 죽도를 여러 목적으로 찾는다. 죽도의 유일한 주민 김유곤씨는 더덕밭을 일구는 일, 관광객을 맞이하는 일 등 혼자서 죽도의 만만치 않는 삶을 견뎌내고 있다. 그에게 죽도는 부모님이 삶을 일구셨던 땅이며,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섬이기도 하다. 모든 섬들이 그렇지만 섬 주민의 애환이 죽도에 담겨 있다.우리나라 섬 영상으로는 매우 희귀한 1960년대 울릉도 생활상을 담은 미국인 험프리렌지 영상에는 당시의 죽도 삶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1960년대 죽도에는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당시의 삶은 밭농사와 함께 소 사육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르막길이 워낙에 가팔라 죽도 주민이 이고 올라간 송아지는 도축되어서야 죽도를 나올 수 있었다. 축산학과의 한 교수는 진짜 한우고기를 먹으려면 울릉도 특히 죽도에서 키운 한우고기 맛을 보라고 했을 정도로 죽도의 소고기는 일품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죽도에서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수박과 참외가 경작되었다고 한다. 여름날 울릉도 주민들은 죽도를 찾아 죽도의 수박을 즐기며 섬 생활의 노고를 잊곤 했다.죽도는 원래 대나무와 함께 나무가 무성했다고 한다.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이기도 한 죽도는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 시기에 형성된 죽도포놀라이트라는 암체로 구성되어 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죽도의 암질은 울릉도의 삼선암, 공암, 관음도를 구성하는 암질보다 더 최근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또한 독자적인 용암돔으로 고려되고 있다. 심지어 죽도(20만7천801㎡)는 독도(18만7천554㎡)보다 면적이 큰 섬이다. 울릉군의 부속섬 중에서 가장 큰 크기는 생성시기가 가장 젊기 때문에 풍화와 침식의 영향이 적었던 이유로 추정된다.죽도의 지표면은 화산분출에 따른 부석층으로 덮여 있는데, 부석층은 풍화에 약하므로 쉽게 토양층을 형성한다. 부석들의 풍화로 인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나리분지의 원시림처럼 죽도는 대나무와 함께 산림이 무성했으며, 농사에 적합한 조건을 형성하였다. 대나무와 산림이 무성했던 죽도는 일제강점기 대부분 벌목되어 농토로 바뀌었고, 울릉농회의 시험포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더덕 농사로 이어지고 있다.죽도는 또한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토주권을 반박할 때 등장하는 섬이기도 하다. 일본 외무성은 다케시마 홍보 팸플릿을 통해 한국의 고문헌에 등장하는 우산도가 독도가 아닌 죽도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또한 10월 25일 독도의 날 지정의 계기가 되었던 1900년 10월 25일 대한제국 칙령의 울도군의 부속도서로 언급된 석도가 독도가 아니라 죽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대응 측면에서도 죽도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죽도 또한 울릉군의 부속섬으로서 울릉도에 정착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그동안 독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죽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서 관심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1960년대 4가구 30여명이 거주하였던 죽도는 이제 1가구만이 거주하며 근근이 유인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물과 전력 그리고 울릉도 본섬과의 왕래가 가장 큰 불편이다. 식수가 나지 않아 빗물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풍력보다 관리가 편해 죽도 주민이 선호하는 2006년에 준공된 태양광 발전은 판넬의 노후화로 효율이 떨어져 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다. 다행히 노후된 전기 축전기는 최근 죽도를 다녀간 한 울릉군 의원의 관심으로 해결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비록 해상상태가 좋을 때 유람선이 관광객을 싣고 죽도를 왕래하기도 하지만, 본섬과의 왕래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래서 최근 남해안에 도입되기 시작한 드론을 활용한 택배 배송에 관심이 아주 많다. 유인도로서 죽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주민의 입장에서 죽도 섬 발전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죽도는 본섬인 울릉도 그리고 대한민국 섬의 미래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이다. 지금 죽도가 그리고 대한민국 섬이 긴급 처방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외곽에서 해양영토를 관리하고 있는 섬 주민의 손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 그리고 한국섬진흥원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섬 속의 섬인 죽도에 주민이 오랫동안 거주했으면 한다.

2021-10-31

인간은 부정성 편향이 있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당신이 거리를 걷고 있는데 거리 반대쪽에서 아는 사람을 보았다. 당신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버렸다”면 당신의 감정은 부정적일까? 긍정적일까?아마 부정적인 감정이 들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이 당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화가 났을 것이다.그러나 나중에 그 사람이 말기암 진단을 받고 망연자실해 당신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화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 상황은 정신의학적으로 사건 자체는 중립적이라고 본다.그러나 같은 상황에서 생각과 해석에 따라 감정과 행동은 달라진다. 다시 말해 감정과 행동 반응은 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왜 인간은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가질까?원시시대 인류의 이야기로 거슬러 가보자. “밀림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그때 저 멀리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한 부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놀고 있었고 한 부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맹수라고 생각하고 미리 피신을 했다” 어떤 인류가 생존할 가능성이 높을까?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피신을 하지 않았던 인류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맹수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피신했던 인류가 생존 가능성이 컸을 것이다.우리는 생존한 자의 후예이다. 그렇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은 원시시대 직접적 위험에 많이 노출된 환경에서 생명을 지켜 내고자 한 생존 본능에서 기인한 인지적 기제이다.인간의 뇌는 변연계 특히 편도체가 이를 위험인자로 느끼게 해서 위험상황에서 일단 피하도록, 다시 말해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하도록 설계되도록 진화됐고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본능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다.좀 전에 제시한 예로 다시 돌아 가보자.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사실은 맹수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다. 바람 소리일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동물이 지나가는 소리 알 수도 있다. 그렇다. 많은 경우 위험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특히 현대에는 원시시대와 같이 맹수가 나타나서 목숨을 잃는 위험요소는 사실상 거의 없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사건조차 인생에서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정도이다. 우리는 이러한 목숨을 담보하는 잠재적 위험 때문에 더 이상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할 필요성이 사라졌다.그러나 인간이 진화하는 속도는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우리는 시대가 변했어도 여전히 우리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속에서 살고 있다.그래서 우리는 중립 상황이나 애매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해석한다. 또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를 동시에 접하게 되었을 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내용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예를 들면, 우리는 웃는 얼굴보다는 화난 얼굴, 타인의 선한 행동보다는 악한 행동,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 칭찬보다는 비판, 긍정적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에 더 반응한다.그렇다면, 우리가 가지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가?먼저,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해석해서 느끼는 감정, 다시 말해 자꾸 부정적으로 내달리는 기울어진 감정은 대개 병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생존 본능에서 유래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다시 말해 우리의 부정적 사고, 부정적 감정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가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는 안경을 끼고 자신, 타인, 세상,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므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값을 제거하고 바라보아야 사실에 근접한다는 것이다.특히 정신적 스트레스의 과부하에 있는 현대인은 과거에 대한 부정적 해석으로 인한 우울감, 미래에 대한 부정적 해석으로 인한 불안감이 흔히 있을 수 있으나, 우울감과 불안감 대부분은 우리가 두려워할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 있는 또한 지나가는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점이다.결코, 우울감과 불안감이 당신의 정체성일 수 없다.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 값을 제거한 새로운 해석,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창조적 동기와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또 극심한 부정적 사건을 겪었을 때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아닌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을 이루기도 한다. 극심한 부정적인 사건조차도 새로운 해석,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자신의 더 나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

2021-10-17

인구 소멸은 대한민국 소멸이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대한민국 인구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해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처음 발생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이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OECD 198개 회원국 중 7년째 꼴찌다.산모가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시기도 OECD 국가 중 가장 늦다.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을 공개한 OECD 국가(30개국)의 평균 나이는 29.3세(2019년 기준)다. 하지만 한국은 이보다 2.9세 많은 32.2세다. 지난해엔 이 연령이 32.3세로 1년 새 0.1년 더 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출산율 감소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이 추세라면 30년 후엔 대한민국 인구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정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2006년 저출산 대책을 처음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가 2006년 이후 16년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책정한 예산만 총 380조2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작금의 출산율은 오히려 감소했다.이유가 뭘까.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유아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크게 감소한 반면, 저출산과는 상관없는 사업에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 16년간 책정된 저출산 예산 중 아동, 청소년, 산모를 지원한 규모는 전체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저출산 예산의 43.0%를 차지했다.이런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심화됐다. 대책 첫 해인 2006년 76.8%에 달했던 영유아 대상 예산 비중은 지난해 31.5%, 올해 26.1% 등으로 크게 줄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자녀 양육 가구를 지원하는 사업만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지만, 3차 저출산 대책이 시작된 2016년부터는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사업도 저출산 대책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올해 저출산 예산엔 △프로스포츠팀 지원 △돌봄노동자권리보호사업 △게임기업 지원 △기술인력 지원 △에코 스타트업 지원 △폐업예정 소상공인 지원 △협동조합 종사자 지원 △지역 문화 기획자 지원 등도 포함됐다. 이들 사업은 저출산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가족 여가 진흥이 저출산 대책이라며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데 지원하는가 하면, 대학에서 인문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저출산 예산으로 둔갑했다. 이러니 저출산 예산을 두고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수도권 집중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포함하는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는 50.1%로 전체 절반을 웃돌았다. 통계를 작성한 이래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선 것이다. 지방의 청년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서울공화국’, ‘서울민국’, ‘수도권공화국’이란 말이 등장한 지 오래다.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은 심각한 인구 유출에 허덕이면서 수도권과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청년들은 수도권 과밀로 지나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혼 후에도 주택문제나 교육비, 육아비용 등의 부담으로 출산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고령 인구’, ‘초고령 인구’ 중심사회로 치달으면서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방분권이니, 지역균형발전이니 하는 갖가지 정책들이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들고 있으나 자리를 만들고 예산만 축내면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내년에는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9일)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1일)가 치러진다. 그러나 국가의 존립 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공약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대장동’, ‘화천대유’, ‘천하동인’, ‘고발사주’, ‘손바닥 왕(王)’ 등 온갖 비리 의혹과 고자질, 무속 논란으로 대선 키워드가 점철되고 있다.후보들은 이제라도 인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국민 앞에 공약해야 한다. 구호에만 그칠 수 있는 경제정책과 주택안정,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 공약은 곤란하다. 그동안의 정책들을 점검하고 예산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의견을 수렴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완성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인구 소멸은 대한민국 소멸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2021-10-17

선진국 당했다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개도국의 산업화와 국제무역 참여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인 UNCTAD는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우리나라의 선진국지위를 인정했다. 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바뀐 국가는 우리나라가 최초라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개방과 자유무역에 기반 한 다자체제에 대한 일관된 정책과 행동이 유엔 회원국들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아, 우리도 드디어 선진국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선진국? 우리가? 왜?”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뭘까? 우리가 의도하여 주도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선진국 당했다!’는 표현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우리가 그동안 먹고 살기위해서 키워온 능력이 ‘따라 하기’가 아닌가. 그런데 어느 날 우리가 깃발을 들고 맨 앞에 서야 한다니 그게 가능할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그러던 어느 날 “CJ ENM, ‘인터스텔라’ 프로듀서와 손 잡고 케이팝 영화 제작”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케이팝을 소재로 한 영화 ‘K-Pop: Lost in America’(가제)를 만드는데 연출은 윤제균 감독이, 린다 옵스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다는 기사였다. 그 외에도 소니픽처스가 케이팝 걸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 데몬 헌터스’를, 배우 레벨 윌슨이 감독 데뷔작인 할리우드 영화 ‘서울 걸즈’를 제작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문화를 주도하던 미국이 스스로 케이팝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좁은 국내음악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 음악활동의 새로운 영역을 찾기 위해 글로벌시장진출을 시도했던 BTS. 이 한국의 아이돌그룹은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만들어진 가수, 립싱크, 음악성보다는 잘생긴 외모와 춤 잘 추는 청년들의 모임정도로만 생각했던 편견을 깼다. 그리고 많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고 열광하는 문화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노래와 춤, 외모와 비주얼, 오디오적인 매력을 두루 갖춘 퍼포밍 아티스트가 만드는 예술로 ‘케이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견고한 자신들만의 기준이 존재하는 음악생태계에 변종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기록소년단’은 각종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큰 흐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케이팝이 어떻게 주류가 될 수 있었는가.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케이팝의 성공요인을 “우리음악이 아니었기에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롭게 멋있고, 트랜디 하고, 힙한 좋은 메시지를 담은 좋은 음악만을 추구한 것, 한계가 존재하지 않아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매력에 빠진 외국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미국대중에게 독특하고 재밌는 새로운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노래를 창작한 것”이라고 말한다.BTS는 한국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많은 플레이어들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만의 정교함’을 완성할 수 있었고 세계시장에 맞는 현지화전략으로 보편적이고 세련된 한국만의 팝음악을 탄생시켰다. 영미권산업이 직접 만들지 않은 최초의 글로벌 팝 슈퍼스타의 탄생이다. 독특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동반한 최신의 멋진 음악이라는 기존미국대중음악에는 없던 음악, 케이팝의 매력이 지금 세계대중음악을 선도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케이팝의 발전경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이유를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근거 중 하나인 셈이다.백범 김구선생은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전까지의 것들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를 시작한 케이팝 보유국은 선진국이다. 선진국 당한 것이 아니고 우리의 노력으로 선진국이 되었다는 근거 하나를 찾은 셈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이브 스루, 검진키트와 함께 세계의 모범이라는 케이방역, 케이드라마, 많은 영역에서 케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주도하는 것들의 목록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선진국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코로나시대를 지나는 지금, 우리가 선진국의 국민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BTS처럼 ‘기존의 시스템에서 일등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류’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일과 소비에 탕진하던 삶을 생태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자만으로 가득했던 ‘호모사피엔스’에서 지구의 모든 생물들과 공생하는 ‘호모 심비우스-공생인(共生人)’으로 진화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다가도 “어, 우린 시원한데 저기 밖에 있는 길짐승들은 어쩌지?”라며 에어컨을 끌 수 있을까? 쾌락과 중독에서 지성과 영성으로 우리 ‘욕망의 거리두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불금의 저녁, 치맥 대신 책읽기와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우리 삶의 리듬이 그렇게 바뀌기 전까지는 우리가 ‘선진국 당했다!’는 느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2021-09-12

독도 관련 예산 국비 미편성 유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최근 발표된 2022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독도현지 조사연구 활성화 및 전문화 예산 10억원과 국립 울릉도독도 생태연구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비 3억원이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재부의 예산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미편성되었다.특히 2개 사업은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독도 지속가능위원회 결정에 의해 2016년 독도 지속가능한 이용 기본계획에도 포함됐지만, 수년째 답보 상태라 매우 아쉽다.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을 계기로 경상북도의 독도 수호 대책 및 해양영토주권 강화 차원에서 2014년 울릉도에 개원한 해양연구기관으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위탁운영을 맡고 현재 17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그동안 국비 지원 없이 경북도와 울릉군의 운영비 지원만으로 운영해오면서 개원 이후 지금까지 100여 차례 걸쳐 독도 현장조사를 활발히 수행해왔다. 독도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 확보, 이상고파에 따른 독도 해안선 변동 정밀 모니터링, 독도 수온변동 정밀 모니터링, 독도 아열대화에 따른 신종 해양생물 보고, 실시간 독도해양관측부이 장기 운영 등을 수행했다.특히, 이러한 독도 정밀 조사는 전용 연구선이 없이 낚시선, 어선 등을 임차하여 수행한 연구라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울릉도에 위치한 독도 연구의 지리적 장점과 독도 연구에 대한 연구원들의 열정과 현장 경험을 살려 묵묵히 연구를 수행해 왔다.다행히 2022년에는 45톤급 다목적 독도(울릉도) 전용 연안 연구선이 취항 예정이라 독도 해양연구뿐만 아니라 육상 생태 연구 등 독도 연구자들의 획기적 연구 인프라 개선이 기대되지만, 내년 국비 예산 미편성으로 연구선 운영 및 독도 연구 활성화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기지는 또한 2018년부터 해양수산부에 의해 국내 독도 연구를 지원하고 관리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독도특수목적입도객지원센터 운영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비 지원없이 자체 예산으로 시험운영 되다보니 센터 운영에 큰 한계가 있다. 특히, 기지 장기 근무 희망자가 있음에도 기재부의 출연연구기관 인력 관리풀로 인해 인력 충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근무기간 3개월로 한정된 임시직의 순환 채용으로 센터 및 기지 인력을 보완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지는 또한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인 울릉도 해양보호구역 지정 관련하여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로 지정받고 2021년말 방문자센터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면 2022년부터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로서 울릉도 및 독도의 해양생태적 가치를 대면 및 온라인 방식으로 널리 홍보할 예정이다.또한 기지에서는 그동안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정점에서 제외되었던 울릉도 모니터링을 울릉도(독도) 해양생태계 보호 관리차원에서 2019년부터 모니터링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내년 독도 연구선이 취항하면 독도까지도 확장할 예정이다.이렇듯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는 독도 연구 및 교육 부분에서 울릉도에 위치한 유일한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서 그리고 국가의 울릉도(독도) 연구 거점 기관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고려할 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울릉군과 경상북도의 지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울릉도와 독도는 한반도 내륙과 각각 최단 130㎞, 217㎞ 떨어진 상태에서 200만년 이상 격리된 지리적 특징과 우리나라 유일의 대양섬으로서 독특한 기후환경 조건으로 인해 전 세계에 울릉도(독도)에만 서식하는 약 40여종의 특산식물이 서식하고 있다.특히, 울릉도(독도)는 전 세계 대양섬 중에서 가장 높은 식물 종분화율을 보이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적인 식물 분포는 제주도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지질학적 특징과 함께 2020년 태풍 마이삭때 보여주듯 파고 19.5m의 상상을 초월한 자연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다. 화산이 만들고 바람과 파도가 다듬은 울릉도(독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외 자연사 박물관이며 자연생태 실험실이다. 하지만 그 가치와 위상에 비해 그동안 지리적 접근성과 현장 중심형 연구 인력 한계로 연구가 매우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국립 울릉도독도 생태연구센터가 울릉도에 반드시 설립되어야 하는 이유이다.울릉도(독도)의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강치)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독도는 울릉도와 연계하여 과학으로, 생태적으로 지켜야 할 때이다.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가는 독도 관련 연구기관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기재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기대해본다.

2021-09-12

가정 내 폐의약품은 약국으로!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상비약, 개봉하고 투약했다가 남은 연고 및 안약, 증상이 호전되어 남은 약 등 다양한 이유로 가정에서 약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대부분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그때마다 폐의약품 처리방법을 알고 올바르게 배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의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천4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청구 자료를 종합해 산출한 추정치에 따르면 버려진 의약품 규모가 2천180억원에 달했다. 또한 55.2%가 쓰레기통·하수구·변기통에 처리한다고 답했으며 심지어 36.1%는 그냥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바르게 약국·의사·보건소에 반환한다는 답변은 고작 8.0%에 불과했다. 사실상 90%가 버려진다고 보인다.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폐의약품이 버려지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미국, 벨기에 등의 국가들은 폐의약품 처리에 관한 법령 및 기준을 마련하고 중앙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 관할 지자체에 처리의무를 부여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처리계획을 수립·수거·처리 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폐의약품은 현행 ‘폐기물관리법’ 제14조 4에 따라 생활폐기물 중 질병 유발 및 신체 손상 등 인간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폐기물로 정의 된다. 각 지자체에서는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환경조성과 지역주민의 건강보호 및 환경보호를 위해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 228개 지자체 중 83개(36.4%)만이 조례를 제정한 상태이다.폐의약품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가정에서 하수구를 통해 버려진 폐의약품은 수중 생태계에 쉽게 노출되며 종량제 봉투로 배출된 폐의약품의 일부는 매립되어 유해성분이 침출수를 통해 토양으로 직접 유입되거나 지하수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된다.우리가 흔히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상당 부분 차지 할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하천오염물질 중 50%가 의약 물질이다. 항생제는 해조류의 군락구조와 먹이사슬에 변화를 줄 수 있고 기형 어류의 원인이 되며,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에스트로겐과 같은 내분비계 물질은 어류의 성을 바뀌게 하여 번식능력을 잃게 한다.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은 무척추동물과 해조류에 독성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실제 프랑스 베르툴레 지역에서는 2012년에 스테로이드 생산 공장에서 나온 약물로 인해 주변 하류의 물고기 60%가 중성으로 변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도 아스피린으로 불리는 아세틸살리실산과 진통해열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소염진통제로 쓰이는 나프록센, 디클로페낙이 높은 농도로 검출되었다. 또 낙동강 상류 안동호에서 하류 물금·매리취수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22개 지점에서 뇌졸증 치료제 주성분인 가바펜틴이 광범위하게 검출되었으며 의약품이 수처리 과정에서 변질될 수 있어 먹는 물에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다.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약물 오남용의 위험도 매우 크다. 향정신성 의약품인 큐시미아·디에타민 등 일부 마약류는 버려지지 않고 식욕억제제 등 다른 용도로 온라인 중고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불법유통까지 조장되고 있다.그러니 국민들은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방법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물약, 시럽형으로된 액체류는 한 병에 모아 새지 않도록 뚜껑을 꼭 잠그고 알약은 포장된 종이, 비닐은 따로 분리해서 알약만 한곳으로 모아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가루약의 경우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니 봉투에 담긴 그대로 버리면 되고 연고, 안약, 코스프레이 등 특수용기에 보관된 약은 무리하게 내용물 비우지 말고 그대로 수거함에 버리면 된다.지자체별로 폐의약품 수거방식이 다 달라 주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폐의약품 처리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수거 처리체계가 미비하고 홍보도 부족하다. 또한 올바른 폐의약품 수거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다반사이며 알더라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시민단체인 대구경북녹색연합은 라디오캠페인을 통해 가정 내 폐의약품 안전수거를 알리는 캠페인을 가져 시민들에게 알렸고 아파트에도 폐의약품수거함을 비치해 효과를 보았다. 또 대구시 약사회와는 시범약국(60개소) 운영하며 가정 내 폐의약품 안전수거에 앞장서고 있다.하지만 정부에서는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기고 있고 지자체에서는 환경관련과(자원순환과, 청소과)와 보건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더 이상 손 놓고만 있지 말고 하루빨리 관련 법을 개정해 이 문제를 개선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2021-09-05

새로운 먹거리, 대체육 시장의 성장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 롯데리아의 미라클 버거, 맥도날드의 맥플랜트, 버거킹의 플랜트 와퍼 등 이미 우리 주변에는 대체육을 사용한 버거가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체육은 대부분 콩, 밀, 버섯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이며, 최근에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모양을 만드는 배양육이나 식용곤충의 단백질을 가공하여 만든 대체육 등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식물성 대체육은 이미 선진국에서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09년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2019년에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로 평가되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팝 가수 케이트 페리가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한 임파서블푸드는 2020년 말까지 1조 5천800억 원의 투자유치를 하는 등 기업가치는 약 4조5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국내에서는 풀무원이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유사한 식감과 맛을 구현한 식물성 고기식품 5종(올가홀푸드),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출범하고, 대체육 햄(콜드 컷)과 대체육 너겟(노치킨 너겟)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노치킨 너겟은 출시 한 달 만에 10만 개가 완판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농심, 롯데푸드 등의 기업에서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으로는 식량안보, 건강, 환경문제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 인류는 고기를 먹기 위해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축을 도축해 식량으로 섭취하는 데 1년에 닭 500억 마리, 소 10억 마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세계 인구수는 2021년 78.7억 명에서 2030년 84.3억 명, 2060년 99.6억 명, 2100년 112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43.4㎏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96억 명으로 인구가 증가하면 육류 소비량은 매년 1.3% 증가해 2018년 304만t에서 2050년에는 455만t으로 늘어나게 되고, 결국 고기 수요를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또한 1㎏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곡물 7㎏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현재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의 33%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세계 기아인구는 당초 전망보다 2배 늘어난 2억7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식량안보 외에도 좁은 사육장에서 많은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가축질병이나 항생제 사용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얘기되고 있다. FAO에 의하면 소고기 225g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이 자동차 55대가 1.6㎞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16.5%를 차지하는 온실가스 양 중에서 고기와 관련한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61%가 넘고 있어 고기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미래 식량이나 건강, 환경문제 등에 대응하여 대체육을 미래 주요 유망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대체육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제3차 농림식품과학기술 육성 종합계획(2020~2024)(안)과 제3차 혁신성장전략회의 안건인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관계부처 합동, 2020)’에서 중점 연구개발 분야 중 배양육, 식물성 고기, 식용곤충 등의 핵심기술을 선정하여 기술개발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현재 세계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은 동물의 근육줄기세포 또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배양하고 이를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모양을 만들어 사람들이 먹는 육류 제품과 흡사하게 만드는 제품으로 작년 12월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닭고기(너겟)가 식품으로 승인받는 등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배양육은 첨단과학기술이 집적된 제품으로 우리 경북 포항에는 포스텍, 한동대학교 등 줄기세포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우수한 연구진과 벤처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어 전 세계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배양육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를 시생산할 수 있는 cGMP(current GMP) 및 기업지원시설을 구축할 예정으로 인공장기나 배양육 산업과 같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유망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 시설은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구축된 포항지식산업센터 내에 조성될 예정으로 바이오프린팅, 줄기세포 및 대체육 관련 유망 기업 유치와 함께 기술사업화 지원과 제품개발 지원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기업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21-09-05

남편이 ‘남의 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흔히들 아내들의 모임에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한다.‘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오늘은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남편은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아내인 내가 알아야 한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주변 사람(특히 아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 즉,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에 집중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기에 혼자만의 물리적 공간이나 심리적 공간인 동굴로 들어가 생각하는 로댕이 되려 한다.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사냥을 할 때 강인함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무능함과 허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냥꾼 출신인 남편은 아내에게 나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능이고 허약함이라 생각한다. 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오늘의 사냥 실패를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면 스스로 동굴에서 내려와 행복한 마음으로 먼저 입을 연다.그런데 아내는 동굴로 숨은 남편을 걱정 한다. 아내는 남편의 스트레스를 덜어 줄 목적으로 “자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악이다. 오히려 남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 심지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남편은 벌컥 화를 낼 수도 있다.또 아내들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편들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명 남편의 실수나 잘못인데도 남편은 끝끝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의 실수와 잘못은 곧 그가 사냥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면 내 가족이 굶어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사냥꾼에게 있어 의미 없는 삶이 되어버린다.따라서, 남편은 “나는 실수할 수 없다. 잘못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나는 나의 실수나 잘못을 시인할 수 없다. 나는 미안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사냥꾼이다”라고 생각한다.그러다보니 남편은 분명히 자신이 실수나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 까짓 것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나?”하면서 얼버무린다. 남편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이제 그동안 아내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남편들의 행동에 대해 아내들이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를 드리고자 한다. 많은 아내들이 동굴 속에 들어가는 남편들의 행동을 오판한다. 동굴 속의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ㅁ는 것은 아닌지” 또는 “자기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내가 이해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는데 남편이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그가 아직 동굴 속에 있음을 의미하니, 대화를 중단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남편이 동굴 속에 완전히 빠졌을 때에는 그것에 반응하지 말고 아내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한다든지 대화를 나눈다든지 쇼핑을 하자. 물론 지나친 쇼핑은 곤란하다. 남편을 가만히 두면 오히려 남편이 훨씬 빨리 동굴에서 나온다.많은 아내는 자신이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듯, 남편이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때로 아내가 남편에게 “실수나 잘못을 미안하다고 말을 하든지 사과를 해야지, 왜 그렇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다그친다.그러나 그것이 최악이다. 가만히 두면, 남편은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나의 남편이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아내가 이해하기 바란다. 남편이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의 선의라는 점을 이해하자. 부부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아내는 남편이 동굴 속에 혼자 있는 것을 지켜 봐 주면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된다. 이 부분은 지난‘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칼럼에서 말한바 있다. 아내는 남편의 실수나 잘못을 다그치지 말고 그냥 두면 남편은 뼈저린 반성을 한다. 아내가 남편과, 남편이 아내와, 서로 다름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이해함으로써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루기 바란다.

2021-08-29

준비운동·마무리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운동할 때 빼먹기 쉬운 게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 운동’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운동을 빠뜨리거나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본운동을 마친 뒤에는 피로하다는 이유로 마무리운동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대개 가벼운 달리기나 스트레칭이어서 효과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하지만 운동에도 순서가 있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운동 전후에 챙겨야 할 필수과정이다. 준비운동은 바로 몸이 본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긴장 완화는 물론 운동 손상을 방지하며 운동기능 향상에도 효과가 크다. 또한 마무리운동은 본운동 후 신체 각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고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도움이 된다.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스트레칭이다.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은 유연성 증가로 운동 손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무리한 동작이나 운동을 하면 근육이 놀라 근육통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근육이나 인대가 늘어나거나 끊어지기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본운동을 시작했을 때 겪는 부작용은 더욱 크다. 준비운동은 결합조직과 근육, 건을 포함한 체온을 증가시켜 협응력을 강화시켜준다. 반면 불충분한 준비운동은 근육과 건에 염좌를 일으키기 쉽다. 등척성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한 근육과 하지 않는 근육을 비교하면 준비운동을 한 근육이 더 큰 장력에 견디며, 근육의 탄력성도 더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준비운동이 본운동의 운동능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골프를 쳤을 때와 스트레칭을 5~30분간 하고 골프를 쳤을 때의 비거리를 비교한 실험에서 초보골퍼는 6~15야드, 프로골퍼는 5.8~10.1야드 가량 비거리가 늘었다고 나타났다. 이같이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몸의 유연성과 근육의 수축력이 좋아지므로 경기결과도 좋아진다는 게 일반적이다.스트레칭 후 조깅을 준비운동으로 한 그룹과 스트레칭만 한 그룹을 대상으로 발목, 슬괵근, 몸통, 어깨의 유연성을 비교했을 때 스트레칭만 한 그룹보다 스트레칭 후 조깅을 한 그룹에서 발목의 가동범위가 유의한 증가를 나타냈다. 몸통에서는 스트레칭만 실시한 그룹이 비교 그룹보다 유연성의 증가를 보였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이처럼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연구결과가 보고되지만 두 방법 모두 유연성 증가에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최근 건강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녀를 대상으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으로 15분간 스트레칭을 한 그룹과 똑같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그룹의 혈중 젖산 농도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은 15분간 휴식을 취해도 젖산 농도가 운동하기 전의 2배 수준에 머물렀고, 반면 스트레칭을 실시한 그룹은 젖산농도가 운동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특히 중요하다. 운동하면 안정할 때보다 심장 박동 수는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 Hg쯤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혈관계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스트레칭은 운동 손상 재활에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운동 손상 후 5일 후부터는 염증이 가라앉고 회복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 시기에 스트레칭은 재활에 도움이 된다. 손상 부위의 콜라겐 조직을 강하게 하고 신체 부위를 지지하기 위해 조직과 같은 방향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근육을 긴장시키고 자극 폭을 넓히는 저항운동도 효과적이다. 근섬유가 서로 엉겨붙지 않고 떨어지게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 상해 중 외상을 입은 직후에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적절치 못하다. 그 이유는 손상 부위가 매우 약하게 변해 있으므로 운동 시 쉽게 단열되기 때문이다. 만약 스트레칭을 하면 다친 조직을 쉽게 잡아 당겨 조직의 손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상 발생부터 3~5일까지는 얼음이나 찬물로 대사율을 감소시키고 손상 부위의 산소공급량을 줄어들게 하여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이처럼 운동 상해에 대한 치유과정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칭은 각 부위별 관절의 가동력 회복뿐만 아니라 근육의 탄성도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적 운동이다. 따라서 관절이나 주변근의 치유과정으로 스트레칭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부상 재발이 적은 효과적인 회복방법이 될 수 있다.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잊어버리고 넘어가기 쉬운 과정이지만 습관화하면 운동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고 운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동 후 피로회복과 재활에도 효과가 있다. 스포츠전문의나 스포츠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본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과 본운동이 끝난 뒤 마무리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1-08-29

반세기 동안 땀과 수고로 바꾼 대한민국의 위상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나라가 태극기를 달고 국제 마라톤 경기에서 처음 우승한 것은 서윤복 선수가 출전한 1947년 미국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였다.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 선수가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결승선으로 다가 올 때도 저게 어느 나라 국기인지 대한민국을 아는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전차를 따라 다니며 연습을 했고 일본이 버린 헌옷을 주워 입고 리어카 바퀴에서 떼어낸 고무를 신발에 덧대어 뛰었다는 안타까운 후문도 있다.마라톤 출전을 위해 보스톤으로 갈 때는 미 군용기를 얻어 타고 갔지만 귀국할 때는 여비가 없어 화물선을 얻어 타고 18일 만에 도착했다고 하니 실로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눈물겨운 이 모습이 그 당시 대한민국의 실상 이었다.지난 20세기의 대한민국은 시련과 절망의 연속이었고 더불어 고난과 도약이 교차한 격동의 나날 이었다. 1945년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고 1948년에 남북한이 각각 독자적인 정부수립을 한후 전쟁과 정치불안,보릿고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북한과 달리 민주와 자유, 시장경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수출중심의 새로운 경제 정책의 시동을 건다. 그 정책원년인 1962년 수출규모 5천660만 달러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카메룬에게도 뒤지던 세계 104위 였다.대한민국의 경이로운 발전을 상징하는 백미는 2010년, 국제사회의 엄격한 실사과정을 통해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가입된 일이다.전문가들은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이 받은 원조규모는 개략 127억달러 정도로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반세기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대규모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드디어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이고 세계에서는 23번째 쾌거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공스토리는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얼마전 코로나19 와중에 감동스런 기사하나가 실린 것을 보았다 ‘50여년 만에 한국으로부터 받은 보답’이란 제목의 이 보도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뉴욕주에 사는 샌드라 네이선씨는 은퇴한 인권, 노동변호사로 올해 75세인 그녀는 하루에 20만명 이상이 발생하는 코로나 와중에 50년전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한 자신에게 ‘코로나19 생존박스’라는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이 예기치 못한 선물 안에는 한국을 위해 봉사한 귀하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마스크 100장, 항균장갑, 홍삼캔디, 은수저, 비단부채, 피부보호제 등이 들어 있었다. 네이선씨는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마치 1968년부터 나를 향해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상자 같았다. 거기에 담긴 마법 같은 것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시카코 대학을 갓 졸업하고 21세 때 한국평화봉사단에 자원한 네이선시는 춘천에서 여고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 당시 한국은 질병과 독재, 가난과 6·25전쟁으로 폐허처럼 찌들어 있었다.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돌아다녔고 밤이면 쥐들이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뒷간에는 화장지도 없었고 겨울에는 얼음을 깬 물로 세수를 해야 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교실에는 작은 숯불난로 하나가 전부였다.이런 환경에도 학생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은 추위를 녹일 정도였다. 그리고 2년 후 정든 학생들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그로부터 50년 후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나이 든 네이선씨를 지켜 주겠노라며 잊지 않고 코로나 19 생존 물품을 보낸 것이다.10년전 2011년에 한국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남편과 함께 서울을 찾은 그는 ‘상전벽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며 감동했다는 말도 전 한다.독일의 역사가 슈펭글러는 그 어떤 강대국이나 민족도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다고 했지만 토인비는 그런 역사 숙명론을 거부하면서 자연 조건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문명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 한다.이집트 역사도 독사가 우글거리는 나일강변 밀림지역으로 옮겨 농경과 목축을 선택한 부족이 찬란한 문명을 일궈냈다. 중국의 문명도 온화한 기후와 맑은 물이 흐르는 쾌적한 양쯔강 아니라 쿤룬 산맥의 혹독한 추위로 배조차 다닐 수 없고 사시사철 혼탁한 물이 흐르는 험난한 황허 강변에서 꽃피웠다.오천년 동안 외침과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부존자원 하나 없이 분단위협에 시달리면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반세기만에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꾸어 놓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오직 앞만 보고 다려 온 반세기 동안 피땀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을 다가올 50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더 높이 더 튼튼하게 쌓아가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21-08-22

섬의 날과 울릉도(독도)의 현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섬의 날을 지정했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464개를 포함하여 약 3천300여개의 섬이 분포하고 있다.독도를 부속 섬으로 두고 있는 울릉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제주도 제외) 육지부 면적기준으로 8번째로 큰 섬이며, 인구 기준으로는 12번째인 섬이다. 그러나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섬 중에서 육지부 면적이 가장 넓은 섬이며,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는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 항로 중에 연간 100일 내외로 여객선 결항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1974년 최고 2만9천810명의 정점을 찍었던 인구는 올해 7월말 기준 8천990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 추세와 함께 우리나라 유인도서 중에서 향후 평균인구 예측 감소율보다 2배 가까이 인구감소가 추정되는 섬이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05년 16.9%에서 2018년 22.7%로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섬이다.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1년에 50회 이상 응급환자가 해양경찰청 헬기 등의 도움을 받아 육지로 긴급 후송되는 섬이기도 하다.최대 수산 소득원인 오징어 어획량은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2000년 1만359t에서 2019년 711t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북중어업협정에 의한 2004년부터 매년 많게는 수천 척 이상의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조업에 따른 동해 오징어 남획과 기상 악화시 중국 어선의 울릉도 연안 피항에 따른 해저시설물 훼손, 해양쓰레기 배출, 기름 누출 등으로 2중고를 겪고 있는 섬이다.지난해 9월 울릉도를 강타해 아직까지도 복구가 한창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보여 주듯 동해 한 복판에 위치하여 각종 자연재해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다. 해안가 50t의 육중한 테트라포드를 터널 내부로 옮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고, 방파제가 유실되고, 울릉도 해안 지질 관광 명승지인 해안산책로가 파손되고, 항구내부에 정박하였던 10여척의 선박들도 침몰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태풍 피해보다 울릉도 주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섬 주민으로서 소외감이었다. 언론에서 흔히 태풍이 동해상을 빠져 나간다고 보도할 때 울릉도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의 시작이다. 그래서 울릉도 주민들은 절규하였다.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 그동안 태풍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 섬 취급하였던 언론의 태도와 함께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 절규였다.울릉도는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1년에 100일 넘게 여객선 결항은 물론이요, 3시간 이상의 배 멀미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또한 마찬가지이다.다행히 울릉도 교통여건 개선에 관심을 둔 뜻있는 분들이 모인 업체에서 9월 16일 예정으로 2만t급 초대형 카페리호를 취항한다고 하니 결항률의 획기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코로나19에 의한 관광객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항이 유지될 지는 여전히 걱정이다. 통제와 규제의 여객선 안전 대책에서 벗어나 섬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안 여객선 공영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사의 영세성, 여객선의 노후화 등 문제와 함께 육상 교통비보다 과도한 여객선 요금(포항-울릉간 여객선 요금은 km당 316원, 서울-부산간 ktx 요금은 km당 135원 가량)이 주민과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역사를 돌이켜보면 2가지 섬 정책의 민낯을 보게 된다. 1629년 조선 조정은 제주도민들이 육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200여년간 펼쳤다. 제주도민들이 말, 전복 등 특산물의 지나친 진상과 그에 따른 부역 증대 등으로 섬을 떠나자 특산물 진상, 군액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으로 1417년 조선 조정은 울릉도(독도) 섬을 비우게 하는 정책을 400여년간 펼쳤다. 섬에 사람이 거주하면 왜구들의 노략질이 많아지고 섬을 기반으로 본토에 침략하기 때문에 섬을 비우자는 논리였다. 섬 주민의 삶과 섬의 가치를 등한시한 정책이었다.섬의 날 제정을 계기로, 그리고 한국섬진흥원 개원을 계기로 보다 섬 주민 중심의 섬 정책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섬은 그 특성상 섬마다 높은 다양성과 함께 단편적인 학문체계로는 접근하기 힘든 복합성이 존재한다. 육지와 바다의 통시적 접근이 필요한 공간이다. 다학제간 현장 중심의 접근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음 섬, 지속가능한 섬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 열쇠가 있다. 그 핵심에 울릉도(독도)가 있다.

2021-08-22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주의 깊다, 더 현명하다, 더 창의적이다, 더 이타적이다, 더 친절하다, 더 관대하다, 더 친환경적이다, 신체의 염증이 줄어든다.위에 열거한 덕목들은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감동은 ‘무한하고 광대한 감정’이고 ‘새로운 정보로 자기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을 변경해야 할 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이라고 한다.우리가 느끼는 감동 중 하나는 거대함에 대한 경험이다. 천둥소리, 거대한 계곡,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거나 거대한 것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경험은 스스로 겸손해지고 타자에 대한, 공동체에 대한, 지구에 대한 뿌듯한 소속감에 타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감동을 주는 또 다른 하나는 일상의 자잘한 것이다.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어 버리는 스포츠경기처럼 우리가 자주 느끼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필리핀 역도선수는 어떤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는 얼굴에 금메달을 예감하며 흐느낌마저 보태지는 짧은 순간의 얼굴표정은 우리를 감전시킨다. 스스로를 이겨낸 인간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감동한다. 발레리나의 발, 방호복을 입고 오랜 시간을 버틴 간호사의 땀에 불은 손. 코로나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자신은 많은 시간을 쓰지만 학생들과 일대일로 마을탐방을 나선 교사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감동은 ‘삶의 고통을 무찌르는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마치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는 간호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라는 느낌 속에서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자아에 덜 사로잡히게 되어 자신을 잊고, 세상을 선하고 아름다우며 바람직한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힘’이 감동에는 있다.스티브잡스의 임종을 지킨 그의 누나에 따르면 잡스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와, 우와, 와, 우와, 와, 우와”였다고 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다만 그런 감탄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었다니 지켜보던 가족들은 슬픈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며 눈썹이 올라간 상태로 내지르는 소리가 있다. “와, 우와, 와우, 맙소사!” 우리가 감동했을 때 넣는 추임새다. 그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이 된다.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부둥켜안고 춤을 추게 만든다.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바라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동이라는 스트레스 출입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 된다. 오랜 진화의 선물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닐까!어느 날 미켈란젤로는 교회의 천정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치고 나오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가지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어떤 보편적인 존재가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 감동 이후 조급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에서 생물학자 스테판 에드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별들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체가 구성되었기에 우리가 뺨을 쓰다듬을 때, 별의 먼지를 쓰다듬는 셈이다. 아주 작은 초록색 잎에는 4천만개의 엽록체가 있으며 8.3분전에 1억 4천960만㎞를 떠나온 햇빛은 잎을 비추어 탄소와 물을 결합시켜 인간과 동물의 먹을거리가 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생성하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산소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무심코 만지는 뺨이, 작은 나뭇잎 하나가 경이롭고 감동적이 되는 순간이다. 그냥 모든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세상이 준비해 놓은 엄청난 감동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시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카시아 향을 따라나선 어느 동네아저씨의 소소한 감동의 기록이다.아침식사로 빵을? / 아니지, 다른 것도 먹어야해 / 나무가 내미는 햇살 한 접시 / 구름 몇 개 던져 넣고 / 단풍잎 몇 장,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은 / 연못 한 그릇 / 쉽게 메뉴를 못 정했다면 / 같은 이유로 강둑을 날아다니는 / 새떼를 따라가면 돼 / 봐봐, 지금도 햇살은 / 큰 나무들 사이의 어린 풀들에게 / 한입만 더, 옳지 / 밥그릇을 들고 손자 뒤를 쫓는 할머니 같잖아 / 먹고 사는데 지쳤다고? / 그러니까 눈을 떴으면 젠장 / 슬리퍼 질질 끌고 가는 아카시아 향 꽁무니라도 / 킁킁 따라가 봐

2021-08-01

인간과 지구환경 그리고 엔트로피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서기 1804년에 인구가 약 10억 명이 될 때까지 인류의 탄생 이후 약 200만년이 걸렸다. 근대산업혁명 시기를 지나서 1927년경에는 약 20억명으로, 123년만에 10억이 증가하였다. 1960년에는 약 30억, 1974년에 약 40억, 1987년에 약 50억, 2017년 1월 현재 약 74억명, 2050년에는 90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여기서 지구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환경이란 ‘인간이나 생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연적, 사회적 상태나 조건’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두면,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물계, 무생물계 모두를 뜻한다. 환경학에서는 지구환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건대 지구환경은 유한하다.지구환경은 4가지 권역, 대류(공기)권, 수(물)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대류권, 수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구성된 지구시스템은 에너지와 질량의 흐름이 평형상태를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자원사용, 인구폭증, 환경오염물질 과다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균형이 깨어졌고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인간이 자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연개발을 거듭하였으나, 결국에는 자연의 파괴로 인해 인간의 생활이 고통스러워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의해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지구환경은 모든 환경적 요인,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고 있다. 석탄 사용으로 인한 스모그로 대기가 오염되면, 그 대기가 산성비가 되어 내리고, 또 그 산성비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고, 지하수 및 토양까지 오염시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류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쳐 병들게 한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온 채소나 물고기는 사람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과 지구환경은 하나인 셈이다.물리학에서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어떤 고립된 계(System)의 총 내부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 에너지의 흐름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규정한다. 즉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것이며,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주의 법칙이므로 예외는 있을 수 없다.다시 환경문제로 돌아오면,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발생 등의 환경오염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인 것이다.석탄을 태울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에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남은 석탄재를 다시 태워서 보일러를 운전할 수는 없다. 석탄에 있던 유용한 에너지는 손실되었으며, 엔트로피는 증가하였다.오염이라는 것도 무용한 에너지로 전환된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이며, 쓰레기도 흩어진 형태의 에너지이다.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다른 이름이다. 지구환경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미래의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유용한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엔트로피를 궁극적으로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맥스웰, 볼츠만은 에너지가 차가운 상태에서 뜨거운 상태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엔트로피 법칙이 우주의 법칙이라면 인류는 겸손하게 이 법칙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엔트로피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 지구자원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필자는 과학이 있기에 영원한 물질적인 번영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지구상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엔트로피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 때,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고 믿는다. 고금(古今)을 떠나, 사람은 우주법칙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또한 현대산업사회에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유지해온 생산방식, 엔트로피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생산시스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저(低)엔트로피의 생활방식을 진정으로 모색할 때이다.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등, 엔트로피를 낮추는 생활방식이 우리들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후손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엔트로피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이웃에게 좀 더 사람 냄새나도록, 겸손한 인간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인간 또한 지구환경 속의 생물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생태중심주의적인 환경철학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이 민법에서 물건의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권으로 인정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2021-08-01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최근 높은 전염성을 가진 델타변이, 람다변이 등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여기다 ‘돌파 감염’ 사례도 심상치 않아 우려된다.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다 맞고 2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까지 지난 ‘접종 완료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에 감염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국내에서 돌파 감염자는 647명이다. 이 가운데 얀센 백신을 맞은 사람이 364명, 화이자 백신 145명,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38명 등이다.접종자 10만명당 돌파 감염 비율을 보면 얀센이 32.0명, AZ 14.1명, 화이자 4.4명이다. 얀센 백신의 예방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얀센을 맞은 100만 예비군 민방위에서 돌파 감염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다.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각 백신의 효능이 화이자 91.3%, 모더나 90% 이상, AZ(미국 임상 경우) 76%, 얀센(미국 임상) 72%이다. 백신의 효능이 가장 떨어지는 얀센을, 그것도 유통기한까지 임박했던 시기에 대량 접종을 해 놓고 접종률이 올랐다고 정부는 좋아라 했다. 하지만 지금 얀센 백신은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추가 접종’을 하는 것)이 거론될 정도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애초 50대에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모더나 국내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정부는 수도권 55~59세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 도입은 계속 늦어지는데 확진자는 늘어나니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40대 이하가 맞을 화이자 백신을 급한 대로 당겨 쓴 셈이다.이런 돌려막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AZ 2차 물량을 끌어다가 1차에 접종했고, 국제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COVAX)’를 통해 AZ 백신 83만5천회분을 공급받아 2차로 접종할 계획이였다. 하지만 코백스 측의 공급일정이 늦어지면서 백신도입에 차질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지난 5일부터 2차 백신을 화이자로 교차접종을 시행했다.현재 교차접종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과 영국의 입장은 어떨까? 미국 질병통제예방청(CD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정성이나 효능에 관한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아 mRNA백신(화이자, 모더나)과 다른 백신간의 교차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동일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는 입장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14일 “코로나 백신 교차 접종이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이에 관해 확실한 권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은 1차와 2차 백신은 같은 종류로 권유하되 백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교차접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이런 논란 속에 우리 나라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한지 2주만에 사망자와 중증부작용자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서 AZ와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을 받은 50대 경찰관이 2차 접종 후 사흘만에 숨졌다. 또 경남 함안에서도 40대 후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졌고, 2주내 심장이식을 받지 못하면 다른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져 위급한 상황이다.교차접종 문제와 더불어 코로나19 백신 예약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55~59세 국민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코로나 19 백신 예약이 모더나 백신수급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면서 일주일 가량 지연된 바 있다. 이후 53~54세, 50~52세를 대상으로 한 예약도 접종 예약사이트가 불통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접종 예약사이트는 서버가 다운되고 코딩오류로 접종대상자를 구분하지 못했다.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우회경로로 새치기 예약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사이트에 사례금 15만원에 ‘잔여백신예약’ 대행 글이 올라오는 등 금전거래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 인맥을 동원해 잔여 백신을 맞은 사람은 부지기수다.정부는 하루에 100만명 접종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어 접종이 지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차 접종 부작용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차 접종 시 화이자를 맞을 것인지, AZ를 접종할 것인지를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돌려막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우리나라는 4차 대유행에 접어들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으로 진화하고 돌파 감염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차질 없이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요즘 국민은 코로나19 보다 무능한 정부가 더 두렵다. 이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2021-07-25

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부부는 일심동체일까?’라는 글에서 나는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사람마다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남녀 차이로 그 특징이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남녀 차이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많다.오늘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남녀 차이로 인한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해 더 나은 부부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므로, 남녀 차이 논란에 대한 이견을 뒤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하기 바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라는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아내가 남편을 알고 남편이 아내를 안다면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관계가 위태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아내와 남편이 서로 상대방의 행동양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부싸움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자는 하루에 평균 6∼8천 단어의 말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8천∼1만개의 제스처, 표정, 머리 끄덕임 이외에 추가로 2∼3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이렇게 볼 때 여자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하루 평균 2만개 이상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남자는 하루 2∼4천개의 단어, 2∼3천개의 몸짓언어, 1∼2천개의 소리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약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사용하기에 여자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언어 사용의 차이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남편과 아내가 가정에서 만날 때 더욱 분명해진다. 남편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모두 소진하였으므로 더 이상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피곤한 남편은 1백년 동안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되고 싶지만, 아내는 다르다. 아내가 직장에서 사회생활에서 이미 7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했다 하더라도 아직 1만3천개의 의사소통 단어를 소진해야 한다.특히 아내가 전업 주부이고, 말을 충분히 할 환경이 아니라면, 소진해야 할 2만개에 가까운 의사소통 단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내도 지쳐 있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다.오히려 아내의 피곤이 남편보다 그 이상일 수 있다. 핵심은 남편은 침묵으로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고, 아내는 남편과 달리 말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다는 것이다.침묵을 원하는 남편은 아내의 수다가 귀찮고 아내는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이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편은 아내의 수다를 감당하지 못한다. 남편은 침묵을 금이라 생각하고, 아내는 생각나는 대로 길게 주절주절 말하는 것이 다정하고 인간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아내는 남편의 침묵을 무관심이라 생각하고, 남편은 아내의 긴 말이 비효율적인 시간낭비라 생각한다.또 아내가 걱정을 말한다면, 남편은 아내가 자신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편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초조해하고 자기 생각에 몰두한다.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일러주고 싶은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래도 아내에게 해결책을 찾아 주기 위해 아내의 말을 다 듣지 못하고 사실과 정보를 빠르게 알기 위해 급기야 아내의 말을 끊고 질문하고, 심지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게 최악이다.남편이 사실 확인을 위해 또는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말을 끊는 것은 아내 입장에서는 공감해주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아내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도 알아야 한다. 남편이 말을 끊는 것은 아내에게 가능한 한 빨리 해결책을 제시해주려는 남편의 어여쁜 마음이다.남편은 아내가 말을 할 때, 끼어들어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경청하거나 공감하면 된다. 공감이 어려우면, 그냥 들어라. 언젠가는 끝이 난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으흠’ 하며 장단을 맞추면 더 좋다.남편은 아내가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내가 말하는 것을 그냥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아내가 핵심만 짧게 말하지 않는 것은 남편이 이해하기 쉽도록 너무나 전후맥락을 자세하게 말해주려는 어여쁜 마음이다.아내의 말이 길어지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내의 사랑을 끊지 마라. 원수 된다.그래도 눈치 없는 남편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와 지침을 드리려 한다. 아내가 “여보, 나 주름이 늘었어”라고 말할 때, 남편은 “피부과에 가라”가 아니라 “내가 보기에는 더 젊어 보이는데”라고 하면 된다. 아내가 여보 나 4㎏ 늘었어”라고 말할 때 “집에서 빈둥빈둥 거리지 말고, 헬스장에 가라”가 아니라 “난 잘 모르겠는데”라고 하면 된다.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