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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남의 편’이 되지 않게 하려면

등록일 2021-08-29 19:47 게재일 2021-08-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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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흔히들 아내들의 모임에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오늘은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

“남편은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아내인 내가 알아야 한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주변 사람(특히 아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행동 양식’을 보인다. 즉,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면에 집중하고 혼자 있으려고 하기에 혼자만의 물리적 공간이나 심리적 공간인 동굴로 들어가 생각하는 로댕이 되려 한다.

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사냥을 할 때 강인함을 보여야 한다. 자신의 무능함과 허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냥꾼 출신인 남편은 아내에게 나의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무능이고 허약함이라 생각한다. 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 오늘의 사냥 실패를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마침내 문제를 해결하면 스스로 동굴에서 내려와 행복한 마음으로 먼저 입을 연다.

그런데 아내는 동굴로 숨은 남편을 걱정 한다. 아내는 남편의 스트레스를 덜어 줄 목적으로 “자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털어놓아 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질 거에요”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최악이다. 오히려 남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 심지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남편은 벌컥 화를 낼 수도 있다.

또 아내들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남편들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명 남편의 실수나 잘못인데도 남편은 끝끝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사과하거나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왜 이런 경향이 생겼을까? 남편은 태초에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의 실수와 잘못은 곧 그가 사냥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면 내 가족이 굶어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가족을 지킬 수 없음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사냥꾼에게 있어 의미 없는 삶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남편은 “나는 실수할 수 없다. 잘못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나는 나의 실수나 잘못을 시인할 수 없다. 나는 미안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사냥꾼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남편은 분명히 자신이 실수나 잘못을 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는 인정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 까짓 것으로 사과할 필요가 있나?”하면서 얼버무린다. 남편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그동안 아내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남편들의 행동에 대해 아내들이 남편이 ‘남의 편’이 되는 위태로움을 막고 내 편이 되기 위한 ‘남편 사용 설명서’를 드리고자 한다. 많은 아내들이 동굴 속에 들어가는 남편들의 행동을 오판한다. 동굴 속의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ㅁ는 것은 아닌지” 또는 “자기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닌지”를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내가 이해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남편에게 이야기 하는데 남편이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그가 아직 동굴 속에 있음을 의미하니, 대화를 중단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

남편이 동굴 속에 완전히 빠졌을 때에는 그것에 반응하지 말고 아내는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한다든지 대화를 나눈다든지 쇼핑을 하자. 물론 지나친 쇼핑은 곤란하다. 남편을 가만히 두면 오히려 남편이 훨씬 빨리 동굴에서 나온다.

많은 아내는 자신이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듯, 남편이 실수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란다.

때로 아내가 남편에게 “실수나 잘못을 미안하다고 말을 하든지 사과를 해야지, 왜 그렇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다그친다.

그러나 그것이 최악이다. 가만히 두면, 남편은 마음으로 깊이 반성한다.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나의 남편이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아내가 이해하기 바란다. 남편이 실수나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어여쁜 마음의 선의라는 점을 이해하자. 부부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아내는 남편이 동굴 속에 혼자 있는 것을 지켜 봐 주면 된다. 남편은 아내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면 된다. 이 부분은 지난‘아내의 언어, 남편의 언어’ 칼럼에서 말한바 있다. 아내는 남편의 실수나 잘못을 다그치지 말고 그냥 두면 남편은 뼈저린 반성을 한다. 아내가 남편과, 남편이 아내와, 서로 다름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이해함으로써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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