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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홈트레이닝의 득과 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요즘 코로나19 재확산과 폭염으로 홈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쉽게 홈트레이닝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할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스쿼트(Squat)와 함께 팔굽혀펴기(Push-Up)는 가장 많이 하는 홈트레이닝 중 하나이다. 팔굽혀펴기는 하체 일부를 제외한 전신운동으로 가슴, 어깨, 팔, 배의 근력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형태로 동작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지속하면 운동 효과가 적고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실례로 팔굽혀펴기는 엉덩이 위치가 높고 상체만 내려가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 상체에 체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엉덩이가 먼저 바닥을 향해 내려가면서 자세가 흐트러져도 운동 효과가 덜하다. 또한 팔꿈치와 몸통의 간격이 지나치게 먼 쪽으로 내려가도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손바닥은 어깨 밑에 위치해야 하며 손가락이 앞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상체, 엉덩이, 다리가 휘어짐 없이 곧은 직선을 이루어야 한다. 복근과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을 유지한다. 팔을 굽힐 때에는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엉덩이만 들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다시 말해, 양손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더 넓게 벌리고 양발을 가까이 모은 채 몸을 발뒤꿈치에서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유지한다. 팔꿈치는 구부리며 가슴을 바닥 쪽으로 내리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주의한다. 팔이 몸과 45도 각도를 이루도록 하고 손을 팔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시키고 둔근과 복근을 수축시키고 전신을 긴장시킨 채 팔을 굽혀 가슴이 지면과 닿도록 한다.자신의 체력과 운동 목적에 맞게 횟수를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횟수는 1회에 15~20회가 적당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하면 된다. 첫 시작이 5개면 5개씩 5~20세트를 하면 된다. 우리 근육은 자극을 받으면 굵어지고 힘도 세진다. 횟수는 차근차근 늘려가서 20회를 5세트씩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세트 수는 더 늘려도 된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팔굽혀펴기를 처음 할 때 근력이 약한 경우 무릎을 땅에 붙이고 시작하고, 숙달이 되면 무릎을 땅에서 떼고 하는 것이 좋다.양손의 너비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라진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삼두박근, 극하근(가시아래근), 상부승모근 순으로 근력이 발달한다. 또한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이 넓게 하는 것에 비해 대흉근과 삼두박근의 근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면, 전거근(앞톱니근)의 근력이 가장 많이 발달한다. 이처럼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근육이 있다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거나 좁게 하는 운동 방법을 통해서 조절하면 된다.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낼 때 일시적으로 호흡을 중단한다. 이를 발살바 메뉴버(valsalva mannuver)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문이 닫힌 상태에서 힘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힘을 발휘하면서 호흡을 중단할 경우 흉강 내부의 압력이 증가되면서 심장으로의 정맥 흐름을 방해한다. 이와 반대로 반복해서 의도적으로 숨을 아주 힘껏 내쉴 경우에도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혈액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근육에 자극을 가하는 팔굽혀펴기 운동에서 호흡은 내려가면서 들이마시고 올라오면서 내쉰다.홈트레이닝에서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이다.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면 준비운동 없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조와 스트레칭은 반드시 하도록 한다. 운동 후 스트레칭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몸이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운동부상도 예방된다. 특히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안정시보다 심장박동수가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mm Hg 정도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장과 혈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의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홈트레이닝은 시간적, 공간적 접근의 편의성이 있다. 약간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장기간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운동을 하면 신체 불균형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과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

2021-07-18

법리로 본 검수완박 부패완판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 출범 6개월을 맞는다.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0년 1월 7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됐다. 이후 12월 10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12월 15일 공포·시행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공수처 설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야권을 탄압하고 청와대와 여권의 비리수사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며 “공수처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자 여권은 그게 아니고 “검찰개혁의 완성판으로서 공수처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설치법이 여권의 독주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 법무장관을 물러난 조국은 “눈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했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만세를 불렀다. 그 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당하고 징계위는 2개월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그때마다 법원에 의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 난데없이 여권에서 들고 나온 게 중수청, 즉 6대중대범죄수사청 설치다.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야권의 설득을 시도한 게 다름 아닌 여권이다. 그런 여권이 스스로 말을 뒤집고 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또다시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의 완결판으로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사권조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검찰은 경제·부패 등 6대중대범죄만 직접 수사하고, 나머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권은 일부 남은 이 검찰 수사권마저 완전 박탈(검수완박)하여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고 이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여권과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국가의 범죄대응능력 관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여권 등의 그러한 논거 제시는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에 근거한 상황 인식을 어렵게 한다. 이에 야권, 법조계, 학계, 검찰, 일부 여권도 포함하여 지각 있는 많은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고 지난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가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한 나라의 범죄는 형법이 담고 있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담고 있다. 형법의 기능 중 하나에 ‘보호’라는 게 있다. 곧 우리의 생명· 재산·성적자기결정권 등 법익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즉 1단계로는 살인하는 것은 범죄라고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살인범죄의 의지를 저지시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2단계로는 실제 살인이 일어난 경우 그 살인범을 잡아서 형벌에 처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보호한다는 2중구조로 되어 있다.그런데 이 2단계의 보호기능은 그 수행이 순전히 형사사법시스템에 좌우된다. 따라서 거악 제거를 위해 아무리 형법을 잘 만들었다 해도 형사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실제 처벌이 불가능하고 그것은 곧 형법의 보호기능 포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부패완판이 아니라 눈앞에 부패가 존재함에도 검수완박의 잘못된 형사사법시스템이 국가형벌권 발동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게 부패가 완전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범죄자 처벌은 공판절차에서 검사의 유죄입증에 달렸다. 그 입증은 법원을 설득할 정도의 증명이라야 한다. ‘검수완박’의 형사사법시스템으로는 당장 이게 쉽지 않게 된다.검찰이 중대범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하는 법리는 대체로 수사역량과 재판역량의 두 지점에서이다. 하나는, 복잡하고 고도의 법리적 전문지식과 그에 터잡은 수사역량이 요구되는 난해한 사건이라는 점, 또 하나는 수사에서 패싱된 검사보다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유죄의 심증을 형성한 검사가 공판정에서 유죄를 위한 증명에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운용은 차치하더라도 제도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전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전쟁 대비 훈련도 못해 본 군인보다 훈련받은 바로 그 군인이 전투에 투입될 때다. 수사도 재판을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그와 같다. 분명한 건 검사의 공판정에서의 역량 발현은 수사역량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때의 수사역량은 잘 짜여진 형사사법시스템과 그의 정상적인 작동에서 출발한다.작금, 여권발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대기능인 형사사법시스템 오작동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검수완박에 한 나라의 형법 기능이 무력화되고 형벌권발동이 발목 잡힌다면 국가의 범죄대응능력이 동력을 잃어 필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블랙홀이 될 것이다. 퇴행적 제도도입은 안 된다. 아무리 가고 싶은 유토피아가 있다 해도 문명의 시계바늘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

2021-07-18

정확한 사랑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몇십 년 내에 지구는 멸망할 것이란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지구 환경과 관련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 식물들의 생장속도를 높여서 지구의 숲은 1981년부터 2016년까지 40%가 늘어났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거북의 등껍질, 코끼리의 상아는 두 동물을 멸종시킬 뻔했지만 인공소재의 발견으로 멸종을 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몸속의 기름이 어둠을 밝히는 등잔불의 연료로 쓰인 까닭에 멸종위기에 몰렸던 바다의 고래도 그린피스가 아니라 석유가 등장해서 살렸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상징이었던 북극곰의 개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데 도대체 이런 과학적인 근거들은 무시하고 왜 종말의 경고들만 우리에게 전달됐을까?더 놀라운 건 에너지 이야기다. 석유에서 전기로 ‘에너지 변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21세기의 흐름이다. 2021년도 우리나라의 전기생산은 LNG(32.3%), 석탄(27.1%), 원자력(19.2%), 신재생에너지(15.1%)의 발전비율을 목표로 한단다. 친환경이라는 전기자동차가 석탄 화력발전으로 충전된다는 것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전기차가 친환경이 되려면 서울에서 300만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주행하는데 서울면적의 77%를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가능하단다. 한나라의 수도를 태양광 패널로 덮을 수 없으니 지방의 산골짝에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 엄청난 삼림훼손과 환경오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풍력은 ‘새들의 지옥’이 된다. 바람을 타고 나는 새들이 풍력 발전기날개에 부딪혀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친환경 에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또 있다. 소비가 꾸준해야 전력공급이 원활한데 신재생에너지가 대세가 되면 전력 공급체계가 복잡해진다. 태양광패널로 자가발전을 하다가 장마 같은 시기에만 기존 전력을 쓰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얌체고객들이 생긴다. 고객도 줄고 공급량도 불규칙해져 기존의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그 손실비용을 누가 떠안게 될까? 세상을 구할 것 같던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오염에 경제적 불평등까지 양산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아직 기술적인 해결과제가 많은 에너지를 지구멸망을 부르짖으며 강요하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은 자신들만 지구를 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환경구루’로 불리는 마이클 샐런버그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부키 2021’에서 환경종말론을 너머 ‘환경 휴머니즘’을 이야기 한다.환경 종말론은 마치 일종의 세속종교가 되어 신도들에게 인생의 목적뿐 아니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영웅과 악당을 구분하는 기준까지 제공한다. 우리는 사랑 없는 공포, 구원 없는 죄책감을 설파하며 문명과 인류를 증오하는 비인간적인 이 신흥종교를 넘어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가 함께 달성되는 ‘환경 휴머니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삼림파괴, 플라스틱 쓰레기, 멸종 등은 탐욕과 오만의 결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발전과정의 부작용일 따름이다. 그리고 이 부작용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나는 자연인이다’는 프로그램을 보면 배경에 꼭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보인다. 그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민둥산을 지금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산으로 만든 이야기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외국의 지원금으로 산에 나무를 심는 것과 함께 석탄광산을 개발했다고 한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아야 나무가 무사히 자랄 수 있다는 발상에 자금지원을 해준 외국인들이 무릎을 쳤다고 한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나무를 연료로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야생멸종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한다고 담장을 치고 태양광패널을 쓰라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긴가. 서구의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이 거쳐 온 발전과정을 무시한 채 지금 선진국의 생활기준을 들이민다. 자신들은 수력발전소의 혜택을 보면서 야생동물이 사는 숲이 잠긴다고 아프리카의 수력발전소 건설은 반대한다. 총칼로 자원을 약탈하던 식민지가 끝나자 이제는 ‘환경식민주의’로 또다시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친환경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생산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따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44번 이상을 재사용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어업용 그물이고 비닐봉투 같은 생활쓰레기는 고작 0.8%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실천한 방식들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었던 것은 아닐까? ‘정확한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아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애정 어린 눈과 깊이 있는 통찰로 변화를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2021-07-11

일본의 생태 범죄에 의해 희생된 독도 바다사자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일본 정부가 2018년 도쿄 중심부에 개관한 영토주권전시관 주관으로 독도가 일본영토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지방 순회전을 연다고 한다. 전시회 포스터에 따르면 일본 어부들이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포획하고 있는 사진을 내세우며 독도에서 바다사자 민간인 조업 활동 근거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울릉도·독도가 주 서식지이었던 바다사자(학명 : Zalophus japonicus)는 생물분류상 식육목 기각아목 바다사자과 바다사자속에 속하는 해양포유류로서, 흔히 강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울릉도·독도를 비롯한 일본 연안 등에 분포한 것으로 알려진 바다사자는 방어, 멸치, 정어리, 고등어, 대구, 민어, 오징어 등을 먹이로 하며, 번식 시기는 4~6월, 임신기간은 약 11개월로 1년에 1회 새끼 한 마리를 낳으며, 성적인 성숙연령은 4~5세, 수컷이 세력권을 갖는 시기는 약 9세경으로 연구되고 있다. 바다사자 중 대형 수컷 성체는 몸길이 약 240cm, 몸무게 490kg에 달하며, 암컷 성체는 몸길이 180cm, 몸무게 120kg에 달한다.바다사자로 추정되는 기록들은 우리 역사에 다수 등장한다. 태종실록 1417년 기록에는 울릉도 거주민이 수우피(水牛皮)라는 소처럼 생긴 바다에 사는 동물의 가죽을 토산물로 바쳤다고 하였으며, 1694년에 삼척영장 장한상의 울릉도 체류 보고에는 울릉도 남쪽 해안 동굴에 다수의 가지어(可支魚)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에 주로 배를 건조할 목적으로 울릉도에 들른 거문도를 비롯한 전라도인들은 독도에 들려 해구(海狗)라는 바다 동물을 잡았다고 증언한다. 독도 서도 북쪽에 위치한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라는 바위 지명은 울릉도에서 가지, 가제라고 불렀던 바다사자에서 유래하였다.독도는 일본인들의 잔혹한 바다사자 학살 현장이다. 1890년대 초부터 울릉도로 가다가 독도에서 수백 마리 바다사자를 목격한 일본 오키인들은 러일전쟁 직전에 가죽이나 기름 값이 치솟고 있었던 상황에서 일본에서 가죽과 기름 수요가 발생하면서 독도 바다사자에 주목하였다. 독도에서 본격적인 바다사자 포획은 죽도어렵합자회사를 설립한 나까이 요사부로를 비롯한 일본인들에 의해 190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독도에서 일본인의 바다사자 잡이는 대한제국 조정의 어떠한 허가도 없었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다.일본측 기록에 따르면, 1904년 한 해 동안만 무려 3,200마리의 바다사자를 잡는 등 1941년까지 약 15,000마리의 바다사자를 포획하였다. 이러한 무자비한 바다사자 포획으로 당시 독도는 바다사자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하며, 심지어 일본 해군에서는 바다사자 포획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1년에 한 마리 새끼를 낳는 바다사자는 1941년에 일본인이 포획한 바다사자가 불과 약 16마리일 정도로 일본인의 남획으로 독도에서 바다사자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였다.해방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도 독도에서 바다사자가 나타났다는 울릉도 주민 증언이 있었지만, 결국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서는 1994년에 독도 바다사자를 멸종 동물로 분류하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14년 4월 독도 서도 북쪽 가제굴에서 독도 바다사자 뼈로 추정되는 동물 뼈를 채취하여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채취 뼈가 독도 바다사자 뼈인 것을 확인하여, 국제유전자정보은행에 독도 바다사자 뼈 유전자 정보를 등록한바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독도 바다사자에 대한 1950년대 사진자료와 일본인의 남획 기록 및 증언 자료만 보유하고 있었으며, 독도 바다사자 멸종으로 인해 유전자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비록 독도 바다사자는 아니지만, 최근 봄철을 중심으로 한반도 연안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울릉도 및 독도 연안에 물개, 물범 등 해양포유류 들이 간혹 출몰하고 있다. 한편으로 그동안 동해안에서 발견된 대부분 물개가 사실상 그물에 걸려 죽은 채였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독도 또한 해양포유류 서식에 치명적인 폐그물 같은 해양쓰레기가 적지 않다. 독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독도 연안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같이 보다 적극적인 해양생태계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독도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해양생태계 교육과 관련법에 의한 해양환경 보호 명예 감시원 위촉과 울릉도(독도) 해양생태해설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해양포유류를 비롯한 대형바다동물은 바다생태계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로서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대변하는 척도이다. 이제 독도는 단순히 우리 영토이기에 지키는 대상에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독도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자그마한 실천은 곧 동해 해양영토 수호와 독도영토주권 수호이며, 바다사자 남획이라는 생태적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게 독도를 관리하는 진정한 주인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2021-07-11

낙동강을 식수로 이용할 수 있을까?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낙동강 물을 마실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단연코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낙동강 가까이에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산업단지가 즐비하기 때문이다.산업단지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은 4만 가지가 넘는다. 기업들은 유해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고 산단 내 폐수처리장으로 보낸다. 폐수처리장은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처리된 유해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낙동강 수질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현재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어떻게, 어느 만큼 낙동강으로 유입되는지 모르고 있다.1991년 1·2차 구미 두산전자 페놀 사고를 비롯해 2004년 1-4 다이옥산 유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사고, 2008년 김천 코오롱 유화 화재로 인한 페놀 사고, 2009년 1-4 다이옥산 사고, 2012년 구미 4공단 불산 가스누출사고, 2018년 과불화화합물 유출 등 지난 30년 동안 낙동강 주변 산단에서 수질 오염사고들이 발생했다.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런 사고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정부의 무능함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기업유착, 전문성 부족, 하·폐수시설 노후화, 투자 부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낙동강 의존율이 높은 부산(88%)과 대구(66%)가 안전한 먹는 물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낙동강유역물관위원회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안전한 먹는 물을 위한 수질 개선과 취수원 다변화)’을 심의·의결했다.낙동강 하류인 합천 황강 복류수에서 하루 45만t을 취수하고 경남 창녕군에서 하루 45만t의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경남 중동부(48만t) 우선 배분하고, 부산(42만t)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강 바닥 밑 30m 이상 아래에 있는 지하수(강변여과수)를 뽑아내는데만 약 7천 억원이 들고 추가로 유해물질을 처리하는 비용도 발생한다. 또 지표수 수위가 하강할 수 있어 농업용수 부족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취수해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28만8천t의 먹는 물을 확보해 대구(57만t)와 경북(1만8천t)에 공급한다. 여기에 7천억원의 예산이 들고 물이용 부담금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환경부가 구미시에 매년 100억원을 지원한다. 대구시도 100억 원을 일시금으로 지원한다. 대신 대구 수성구·동구·북구 일부 주민들이 마시고 있는 청도 운문댐 물(7만t)을 울산시에 나눠줄 계획이다.취수원을 구미 해평으로 이전해도 수질 오염사고의 위험은 상존한다. 해평 상류에도 페놀, 퍼클로레이트, 1-4 다이옥산 등을 배출하는 산단이 들어서 있다. 영주에는 대규모 베어링특화단지를 조성 중이어서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여기서도 수질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또 다시 취수원을 상류로 옮길 건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현재 t당 170원을 부과하는 물 이용 부담금(약 2천500억원)은 환경기초시설 지원, 낙동강 주변 토지매수, 주민지원사업 등에 사용되면서 빠듯한 상황이다. 추가 인상을 위해선 강원, 경북, 대구, 경남, 울산, 부산지역 시·도민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과연 이들이 동의해 주겠는가. 주민 간 또 지역 간 갈등과 반목을 낳을 게 자명하다.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나눠준다는데, 갈수기 땐 비상 식수 확보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운문댐은 2018년 2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취수를 중단한 적이 있다. 현재도 37.1%의 저수율로 가뭄 주의단계로 진입해 물이 부족한 상태다. 금호강물을 대체 식수원으로 사용한 적도 있지만,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즈민’이 검출되면서 심한 악취로 난리가 난 바 있다.운문댐 물을 울산에 주는 것은 낙동강 물 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한심한 결정이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안에 있는 반구대암각화(국보)를 보호하기 위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만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 현재 운문댐 물을 먹고 있는 대구 수성구, 동구, 북구 주민들을 외면한 결정이어서 앞으로 집단 민원이 우려된다.낙동강 먹는 물 문제에 대해 정부는 낙동강 산업단지의 폐수처리시설의 현대화와 오염원인자부담원칙이 지켜지는 근본적인 해법을 내어 놓아야한다. 먹는 물은 다른 수계와 같이 댐으로 옮기는 것이 낙동강 주변 1천 300만명의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공론과정을 거쳐 국민의 입장에서 하루 빨리 먹는 물 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잡아나가길 바란다.

2021-07-04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 올해 5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신성장산업인 그린바이오 분야의 벤처·창업 지원을 위한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구축을 위한 입지 공모계획을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공고하였다. 특히 5대 유망산업인 마이크로바이옴,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 동물용의약품, 기타 생명소재(곤충 등) 분야의 종합적인 창업보육 지원을 위해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바이오산업은 응용분야에 따라 레드, 그린, 화이트 바이오로 분류하고 있으며, 혈액의 붉은 색을 상징하는 레드바이오는 의료와 제약분야, 식물의 녹색을 상징하는 그린바이오는 농업(농생명소재)과 식량분야, 공장의 검은 연기를 하얀색으로 바꾼다는 화이트 바이오는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의미한다.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는 그린바이오에 특화된 연구시설 및 장비, 기업입주 공간 구축 및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그린바이오 분야 유망 벤처기업을 한곳에 집적화하고 육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이번에 공모된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사업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간 총 231억 원의 국비를 투자하여 기업 입주공간과 회의실 등을 갖춘 벤처지원시설, 연구·실험시설, 운영지원시설이 설치된 건물 1개동(연면적 7천66㎡)과 주차장, 휴게시설 등 2만8천㎡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향후 시설은 공공기관(기업지원, 연구지원, 교류협력, 운영지원팀 등 4개 팀 구성)을 통해서 운영될 예정이며 입지 선정 후 운영기관이 결정된다. 7월 9일까지 사업 신청서 및 유치 제안서를 접수한 후, 서류심사와 현장평가, 대면평가로 진행되어 최종 입지선정 결과는 7월 30일에 발표된다.이번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사업에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그린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전라북도, 강원도, 경북도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경북과 포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바이오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전담을 위한 행정조직 신설, 백신 및 바이오산업 육성조례 제정 등 행정적·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업의 창업과 보육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시설을 구축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포항에는 3대 바이오산업 혁신성장 플랫폼인 포항지식산업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가 완공 또는 건립 중에 있어 바이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입주 공간, 연구시설 및 장비, 생산지원시설, 기업지원 프로그램 등 기업 유치와 창업보육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하고 있다.포항은 그린백신(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만드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과 그린바이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최근 수년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016년 그린백신 전략심포지엄, 2017년 제1회 식물기반 단백질의약품개발 국제컨퍼런스, 2018년 그린바이오산업 포럼을 개최해 국내외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18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공모한 식물백신기업지원시설 건립사업에 선정돼 총사업비 165억원을 투입,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를 구축 중에 있다. 특히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는 관내 기업 2개사와 역외기업 2개사가 입주를 앞두고 있으며 향후 포항이 그린백신의 글로벌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화 기반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또한 2018년에는 그린백신·그린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관 7개 기관이 상호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2019년부터 5년간 식물기반 바이오의약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등 유망 바이오기업을 우리 지역으로 유치하고 육성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포항에는 그린백신 분야의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과 상용화기술을 보유한 포스텍과 (주)바이오앱이 있다. 바이오앱은 2019년 세계 최초로 담배를 활용한 돼지열병 그린마커백신 품목허가를 취득하였으며,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그린백신을 개발하여 우수한 비임상 결과를 얻었으며 올해 포스텍, 한미사이언스와 함께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또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도 포스텍과 한동대학교의 우수한 연구진과 이뮤노바이옴, HEM 등 유망 벤처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그린바이오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그린바이오 분야의 우수한 연구진과 기술력, 연구 및 산업화 기반시설 등을 보유한 포항은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를 지역에 구축하여 국내 그린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의 집적화, 산학연 기술교류·협력, 인력양성 등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그린바이오 산업의 세계적 거점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1-07-04

대중교통 활성화가 필요하다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소상공인과 대중교통이다.코로나19의 1차 대유행시기였던 지난해 2월부터 대구·경북 주요 도시들의 대중교통 통행량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확진자수에 비례해 대중교통 통행량이 등락을 거듭했다.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고 승용차 이용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하면서 개인들의 전반적인 통행수요 자체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대구시의 경우 도시철도 연간 수송인원은 2019년 1억6천753만5천명에서 2020년 1억986만5천명으로 전년 대비 약 34.4% 감소했고, 연간 수송수입은 2019년 1천208억1천500만원에서 2020년 770억1천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3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버스의 연간 수송인원은 2019년 2억2천965만4천명에서 2020년 1억6천143만4천명으로 전년 대비 약 29.7% 감소했고, 연간 수송수입은 2019년 2천263만6천400만원에서 2020년 1천603만2천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도시마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대중교통에 대한 보조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됐고, 결국 도시마다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급기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중교통 운행을 감축하는 고강도의 대응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대중교통 운행 감축은 시내버스보다 농어촌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비대면 문화의 확산, 온라인 쇼핑의 증가 등이 개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생활방식의 변화 등으로 비롯된 대중교통의 수요 감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의 위기는 개별 도시들의 재정부담 증가로 귀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승용차 통행수요의 증가로 인해 도로교통 혼잡을 초래할 것이다.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탄소저감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탄소저감 정책은 국가단위에서는 탄소저감 기술의 개발과 ESG 경영의 강화, 에너지원의 변화(화석에너지 사용 축소)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으나, 도시단위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왜냐하면, 대부분 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탄소배출원은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 중단기적으로는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 대중교통 요금의 다양화를 추진할 수 있다.우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대중교통수단 내 공기 질 관리, 승차밀도 축소, 최소 운행서비스 확보, 급행버스 도입 등을 통해 대중교통수단의 고급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다양한 요금제도의 도입을 통해 통행자들의 대중교통수단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예컨대 첨두시와 비첨두시를 구분한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적용, 정기권 제도의 도입, 이용빈도 연계 요금제도 도입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승용차 교통수요관리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승용차 교통수요를 관리하지 않고는 대중교통 활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강제적인 승용차 교통수요관리(예 : 승용차 부제 운행)는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도시의 경우 여러 가지 불편을 가져올 수 있어 경제적인 규제 혹은 유인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도시 내 급지별 주차요금체계 조정과 주차단속의 강화, 카풀에 대한 유인책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는 장기적으로는 도시계획적인 방법을 통해서도 추진할 수 있다.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도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제도적으로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의 종말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제2 혹은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고,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모든 인류가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탄소저감은 이제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됐고, 개별 도시의 입장에서 보면 대중교통 활성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지금이야말로 대구·경북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탄소저감을 위한 시간은 우리를 오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2021-06-27

2050 탄소중립과 P4G 정상회의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지구의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6도의 멸종’이라는 책에서 1℃가 상승하면 매년 30만명이 기후질병으로 사망하고, 2℃가 상승하면 인천공항지역이 침수, 3℃가 올라가면 뉴욕·런던이 침수된다. 4℃가 상승하면 유럽 중앙지역 온도가 50℃가 되고, 5℃가 상승하면 북극온도가 20℃가 되어 얼음이 완전히 사라진다. 또 히말라야의 빙하도 소멸, 바닷가 도시들은 멸망한다고 예측했다.지구온난화의 마지막에는 ‘늑대와의 춤을’의 주연, 케빈 코스트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워터월드’처럼, 인간은 배를 타고 언제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물 위에서만 살아야 한다. 지구는 현재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인류는 유엔차원에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방지, 곧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라는 고민을 해왔고, 그 대책을 1997년의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정으로 세워 왔다.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올해 2021년 1월부터 각국에게 적용될 기후변화대응을 하자고 195개국 모두가 약속을 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발효됐다.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했었지만, 파리협약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첫 번째 기후협약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이 와중에 트럼트의 명령으로 2017년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하였다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 2021년 올해, 파리협약에 복귀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을 믿어보자.기후변화대응과 지구온난화 극복은 궁극적으로 산업과 생활에서의 탄소중립으로 표현된다. 탄소중립은 인간생활과 산업활동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파리협약의 목표도 탄소중립이다.2015년 파리협약 당시에는 203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2도 이내로 제한하고, 되도록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섭씨 2도가 아닌, 명확히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더 강력한 내용의 합의문이 선언되었다.그리고 우리 정부는 2020년 12월 7일, 탄소중립 추진전략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 등을 발표했다.‘2021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가 지난 5월 30~31일, 서울에서 열렸다. P4G 서울정상회의는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본격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첫해에 세계적인 이슈이자 전 지구적 생존과제인 기후변화대응, 탄소중립의 환경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알게 해준다.우리나라는 대내적으로 한국형 그린뉴딜로, 국제적으로는 P4G를 통해 지구촌을 기후변화대응과 탄소중립사회로 이끌어가고 있는 셈이다. 또 전세계의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한 상황이고, 우리나라도 작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국 실현 선언을 하였다.P4G는 정부기관과 기업·시민사회 등 민간부문을 포함한 온 사회가 참여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체이다. 국제사회와 민관이 공동으로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협력과 탄소중립을 이행하고 인도, 멕시코,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민과 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세계인의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P4G에는 한국과 덴마크,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남아공 등 12개국 중견국과 SK텔레콤과 도요타, 네슬레, 델 등 140여개의 세계적 기업, 세계경제포럼과 도시기후리더십그룹, 기후정책이니셔티브 등 기관과 시민사회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 SK그룹이 환경부문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코로나19 팬데믹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국가이고, 코로나19이후에 미래환경산업과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고용창출을 준비하는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과 반도체생산 국가로서의 면모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한국을 부러워 하고 있다.반대로 코로나19로 인해 도쿄올림픽이 위태로운 일본은 성노예전범국가임을 부정하고 전세계인을 향해 거짓과 위선으로 대응하고 있다. 스가총리의 G7회의에서의 행태와 도쿄올림픽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는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경북도의 땅 독도를 탐내는 것을 혼내기 위한 하늘의 노여움인지도 모르겠다.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제로의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탄소중립 선진국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2021-06-27

우리 정치판에 다가올 낭만과 감동을 기다리며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지난주 헌정사상 최초로 원내 경험이 전혀 없는 30대 젊은 청년이 정통보수를 표방해온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 기존의 정치 틀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희망이 없다는 의미 외에도 주민들이 얼마나 정치 변화를 갈망했고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한 흥미 만점의 이 정치드라마는 이제 대변혁이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기업체질 강화에 필수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이 회장이 남긴 말들은 빗나가거나 틀린 말이 거의 없을 정도여서 그 혜안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독일에서 신경영을 선포하며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어야 한다’고 했고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는 그 유명한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삼류, 기업은 이류’라며 우리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했던 이 말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 당시 슈퍼 파워를 가진 정치인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그의 용기 있는 소신 발언에 국민들은 찬사와 공감의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지난 3월 미국 남부지방에 기록적인 맹추위가 찾아왔다. 30년 만에 들이닥친 혹독한 한파로 남부지역에서 가장 큰 텍사스주는 비상사태까지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주정부 관료들은 정전과 배관 동파로 공황상태에 빠진 주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식수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냈고 주 전력업체가 한 일이라고는 전력수습의 불안을 틈타 수천 만 원의 전기료 폭탄을 부과한 것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제일 먼저 가족과 함께 따뜻한 휴양지 캉쿤으로 도피하여 텍사스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게 하였다.하지만, 세상의 모든 정치와 정치인이 다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더러는 낭만과 감동이 있는 정치가 있고 신뢰와 존경받는 정치인들이 없지는 않아 그들 때문에 아픔이 있어도 여전히 웃으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듯하다. 지난 2019년 4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헤이그에 있는 보건 복지 스포츠부 청사 게이트를 지나던 중 실수로 그만 커피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청소부에게 대 걸레를 넘겨받아 자신이 쏟은 커피를 닦기 시작했고 대걸레로 제대로 닦을 수 없는 곳은 손걸레로 훔치기도 했고 이 장면을 지켜본 건물 내 여러 청소부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고 한다. 페이스 북 계정과 유튜브 등을 통해 이 영상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겸손하고 친절한 리더십의 본보기라는 극찬을 했다고 전한다. 독일을 18년간 헌신, 능력, 성실로 통치한 메르겔 총리에게는 별장, 정원, 자동차, 요트, 제트기는 물론 명품 메이크 옷 한 벌 없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 도우미도 없이 집을 청소하고 무료전기가 있는 밤늦게 빨래도 직접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낯선 정경이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독일을 18년간이나 통치한 지도자의 모습이다.골퍼들이 ‘힘을 빼라’, ‘고개를 들지 말라’ 는 기본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것은 익히 다 아는 일이다. 정치도 역시 정답은 다 알지만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간디는 정치의 본질은 가난한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고 만델라는 배려하고 용서하면 안되는 일이 없는 것이 정치라고 역설하고 있다. 또 공자는 정치란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정치는 상대가 있고 그러기에 항상 갈등과 반목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다양성의 존중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정치가 정치답지 못하면 정치판이 되고 그러다가 개판, 굿판, 노름판과 동격이 된다고 한 어느 정치인의 탄식이 가슴을 친다. 어쩌다가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집단이 정치판이고 가장 경멸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었는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실수로 커피를 쏟고 스스로 걸레질하는 총리의 모습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가사도우미 없이 돈을 아끼려고 심야전기로 직접 빨래를 하는 우리에겐 볼 수 없는 그런 지도자를 가진 나라와 국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본다.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첨단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수준이고 문화적으로도 우리는 BTS, 봉준호, 윤여정을 보유한 경이로운 나라가 되어 있다. 오직 한 부문만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혁명적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이제 정치 한 분야만 남았다. 폭염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고 코로나 19 때문에 너무도 힘든 이 시국에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정치, 감동이 있는 정치, 멋과 낭만이 있고 정치인들의 이름을 부르면 위선, 오만, 군림이 아닌 겸손, 정직, 희생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그런 바램이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21-06-20

말이 씨가 된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보통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역으로 긍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 나에게 힘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공 원리를 집대성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를 비롯해 수많은 성공학 책을 저술한 ‘성공학 연구자’인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은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대장간집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의 내면에 잠든 그의 능력을 일깨워 주었던 새어머니가 있었다. 새어머니는 동네 골칫거리였던 힐의 재능과 장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너는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가장 활동적이 아이일 뿐이야. 네가 아직 뚜렷한 관심사와 목표가 없어서 주변에서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야. 너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인 재능이 많은 아이란다. 너는 틀림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대한 작가가 될 거야. 나는 사람을 볼 줄 알거든.”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이 말을 들은 힐은 “세계적인 작가가 될 것이라는 새어머니의 예언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힐은 “작가라는 목표가 생겼고, 새어머니의 말이 평생토록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되어,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담대한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새어머니의 말이 그에게 ‘자기실현의 씨앗’이 된 것이다.이렇게 긍정적 언어와 기대는 사람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 ‘로젠탈 효과’는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로젠탈 효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젠탈(Rosenthal) 교수로부터 만들어진 용어로서, 샌프란시스코의 초등학교에서 실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유명한 이 실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전교생에게 지능검사를 시행한 후에 결과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20%를 뽑아 담임 선생님에게 “이 아이들의 지능이 높으니 학업 성취도가 높아 틀림없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짓 결과를 알려 주었다. 이 결과를 들은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대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자 8개월 후 놀랍게도 무작위로 20%에 선택되었던 학생들이 지능지수와 상관없이 타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한다. 로젠탈 교수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화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학생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의 소리를 제거해 실제 말소리는 듣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선생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거의 정확히 맞힐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꼭 말이 아니라 눈빛, 손짓 등 비언어적 요소로도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타인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긍정적 기대는 그 기대를 받는 사람의 부응 심리와 서로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나타내어 ‘자기실현의 예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로젠탈 효과’와 반대로 선생님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 학생은 실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현상을 ‘골렘 효과’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기대 수준이 낮을 때 상대방도 노력을 하지 않고 이는 결국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로젠탈 효과’와 ‘골렘 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재수하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두 가지 태도를 살펴보겠다. 긍정적인 어머니는 “앞으로 일 년을 더 공부하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을 것인가!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걱정 하지마. 최선을 다하면 돼.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고 격려해 준다면, 아이도 자신감이 늘고 심리적 안정감과 집중력이 향상되어 다음 해에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어머니는 “일 년을 또 어떻게 뒷바라지를 해야 하나? 속상해 죽겠다”하는 생각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를 보는 아이는 마음이 더 안절부절 해서 될 공부도 안 된다.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들어보고 긍정적 기대를 받아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아 존중감이 높아져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이루려는 담대한 용기와 실천으로 끝내 ‘자기실현’을 하게 된다. 특히 어렸을 때 아이에게 중요한 인간관계인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떄 주요한 인물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할 때,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의 내용과 제스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기대가 아이가 미래에 이룰 ‘자기실현의 예언’이기 때문이다.‘로젠탈 효과’는 미신이 아니다. ‘로젠탈 효과’는 과학이다. ‘로젠탈 효과’를 믿는다면, 자기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2021-06-20

다문화와 함께 하는 열린 대구의 희망

정영태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19년 기준 177만 명으로 외국인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4%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OECD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비중이 낮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이주의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결혼, 취업, 학업 등의 목적으로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결혼이민자의 한국국적 취득, 난민 인정,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사회적응과 교육, 취업 등 이주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함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서로 다른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집단을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다문화수용성으로 정의하고, 정부에서 2012년부터 3년마다 국민의 다문화수용성을 발표하고 있다.지난 2019년 4월에 발표된 다문화수용성 결과, 우리 지역이 속한 영남권은 다문화수용성이 51.83점으로 전국 평균 52.81점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대비 1점이 하락하였으며, 성인과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지수 간 격차 역시 5.4점이 더 넓어졌다.대구시의 외국인·이주민을 위한 정책 가운데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정책은 구·군별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어교실, 가족교육, 가족상담 등 가족관계는 물론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원되고 있다. 주목해 볼 사업으로 사각지대의 결혼이민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맺고, 소외되지 않고, 지역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지지망을 맺는‘다문화가족소통도우미사업’, 한국어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초기 결혼이민자 또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한시적 ‘일상생활 통역지원’, 자녀의 학교 공지 사항 등 알림을 알기 쉽게 모국어로 번역하여 서비스하는 ‘다국어 자녀 학교 알림서비스’ 등 이주민을 위한 세심한 정책이 지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그런데도 우리 지역의 다문화수용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지 않는 차별·배제·동화 등의 전통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초기 다문화를 대하는 방식은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보다는 주로 우리 중심의 하나의 방식만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결혼이민자의 경우 자녀에게 엄마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중언어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에게 이중언어를 학습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조금씩 조금씩 다문화수용성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이처럼 다문화수용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주류 구성원들의 인식과 태도가 ‘상호문화주의’입장에서 다문화사회를 바라보기 위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익숙했던 문화에서 크게 다름이 차별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얼마 전 어떤 강의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피자와 파스타가 있다면 베트남 대표요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구나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쌀국수’를 외쳤다. 순간 “왜, 이탈리아 면 요리는 파스타인데. 베트남 면 요리는 쌀국수라고 하죠”라는 질문에 모두가 순간 다른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였다. 베트남의 면 요리의 퍼(ph1EDF)로 부르지 않고 쌀국수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그제야 인지했기 때문이다.아마도 이러한 태도가 우리가 지닌 다문화에 대한 수용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를 바꾸기 위해 어린이집, 학교,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다문화수용성제고를 위한 교육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 문화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로 다문화수용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강사를 파견하고 있으며,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역시 부처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앞서 성인과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의 세대 간 정도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타인에 대한 문화를 배려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수용성이 샐러드 볼이라고도 하고, 용광로라고도 한다. 샐러드 볼은 다양성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광로는 그 다양성이 하나로 녹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강점이 있다.대구는 샐러드 볼이 될 수도, 용광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함께 뭉치고 함께 역경을 이겨내고,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열정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살아있는 시민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에 더 많은 이주민이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공동체로, 그들과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열린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2021-06-13

코로나시대를 건너는 법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사람과 만날 일이 없던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사람이 자연의 영역을 무한정 침범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바이러스들은 말을 이동수단으로 이용하자 말에게서 사람에게 감기가 옮겨온 것처럼 사람을 선택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 우리는 서로에게 괴물이 되었다. 성장과 효율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입은 마스크로 막혔다. 숙주와 숙주 사이를 떨어트리는 일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행동백신’이 되었고 ‘서로에게 백신이 되자’는 말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매뉴얼이 되었다.거리두기, 모이면 죽는다, 흩어져라. 소통을 강조하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단절이 권장사항이 되었다. 그렇게 어리둥절 혼란의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사람대신 자연을 만나기 시작했다.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도 아니면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자연을 괴롭혀서 생긴 고립과 우울을 자연에게서 위로받는다. 이래저래 참 고마운 자연이고 사람은 참 염치도 없는 것 같다.자연을 자주 접하는 것, 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나무를 읽을 줄 아는 ‘감수성의 근육’이 단단해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서로 만나진 않지만 ‘우리 동네에서 꽃으로 놀자’라는 슬로건아래 건물 앞, 벽면, 옥상, 계단, 현관 지붕 위, 언더라인(다리 밑과 그 주변 유휴 공간)에 테마-색상이나 정서, 관계의 변화-가 주어진 주민참여 마을단위 생활형 정원 가꾸기로 발전한다면 코로나블루를 이기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아무튼 더욱 더 사람들이 자연과 친해지는 자세는 소중한 자산이다.코로나 초기, 미국에서는 노숙자들을 주차장의 주차선 한 칸을 띄워서 격리하다가 온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우리도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자기 것이 없어서 신발과 방한복을 공동으로 사용하여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 된 일이 지탄을 받았다. 사회적 돌봄에서 제외 된 소수자들이 물류센터 뿐이었을까? 감염병은 결코 평등하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는 우리의 불평등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콜센터, 노인복지시설 등 1인당 차지하는 공간이 좁은 곳이나 저소득층을 파고들었다. 아파트 출입문에 손을 빼기도 전에 닫아버려서 다친 택배기사들은 ‘사람이 온 게 아니고 음식이 온 것’으로 취급당했다.하지만 코로나는 ‘포스트 코로나? 어떤 세상일까?’에 대한 정확한 답도 가르쳐 주었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무거운 생수를 시킨 것이 미안해 취소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출발을 한 택배기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글을 써서 샌드위치, 우유와 함께 건넨 사람들도 있었다. 그 선물을 받은 택배 노동자는 자신이 코로나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에 힘든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며 인터뷰 끝에 ‘하하하’ 크게 웃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코로나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세월호 사건 이후로 안전교육이 강조됐는데 너무 강조되다보니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괴감에 빠졌다는 교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말이 안전교육을 하며 다시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데 실패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코로나, 뉴 노멀을 이야기한다. 마스크를 벗기 전에 우리가 포스트코로나를 맞이하는 자세를 돌아보아야한다.돌봄이라는 개념은 일방향적 서비스가 아니라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역능, 즉 ‘자기배려와 타자배려’의 기술로 이해해야한다.돌봄을 저렴한 노동으로 치부하고 돌봄 노동자에게 하청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래사회를 우리가 직접 설계해야한다. (미래-공생교육/김환희/살림터 2020)포스트코로나를 살아가야할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는 ‘공생’이다. 모든 기술도 매뉴얼도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 코로나시기를 지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생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그리고 그 공생의 범위는 사람을 넘어 지구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 공생이 보편적 윤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는 ‘첨단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여야 하고 ‘세계를 다시 설계’하고 지금까지의 ‘사회를 다시 고쳐야한다’는 생각이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야한다. 공생의 삶이 어떤 삶인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릴 적, 마당에 세수를 마친 뜨거운 물을 붓자 그 물길을 따라가며 ‘눈 감아라 눈 감아라’ 벌레들의 눈을 걱정하던 할머니를 보고자라지 않았는가! 매일매일 장독대를 닦는 어머니에게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웬 정성이냐’ 물으면 산속의 새도 보고 청설모도 보는데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아른거리지 않는가!‘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생태환경 속에서 모든 생명이 잉태되어 그 목숨을 다 할 때까지 가진바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다가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면 다시 되찾는 일상은 ‘공생의 일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스크를 벗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우리를 낳아야한다.’ 실패에서 배우는데 실패하지 말자는 각성의 백신을 계속 맞아야한다.

2021-06-13

‘홈 트레이닝’ 바르게 하고 계신가요?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실내 및 야외에서 하는 운동시간도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살천지’,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운동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그래서 집안에서 자기의 체중이나 소도구를 운동 부하로 이용하는 ‘홈 트레이닝’ 인구가 늘고 있다.그런데 집에서 간편하게 하는 운동일지라도 잘못된 자세나 동작은 통증 발생과 부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절의 비대칭 변화는 점차 근육들을 변형시켜 신경의 기능까지 저하시킨다. 게다가 잘못된 호흡은 운동효과는 물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제대로 알고 해야 하는 이유이다.스쿼트(Squat) 운동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맨몸 운동 중 하나이다. 스쿼트 운동은 우리 몸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다리와 엉덩이를 만들어주고 혈액순환의 개선과 건강한 관절과 뼈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스쿼트 운동은 무릎과 허리 부위에 통증과 부상이 따를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잘못된 자세로는 먼저 무릎이 전방으로 지나치게 쏠려 발끝 선을 넘어서는 것인데, 몸의 균형이 무너지고 체중이 무릎에 과하게 실리게 되어 무릎 부위에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허벅지가 안쪽으로 회전하면서 무릎사이 간격이 좁아진 형태인데, 이런 경우 엉덩이와 허벅지에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무릎통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밖에도 허리를 포함한 어깨가 둥글게 말린 자세는 허리에 압력이 가중되어 허리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스쿼트 운동의 올바른 자세는 우선 다리를 어깨넓이나 조금 더 넓게 벌리고 허리를 곧게 세운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며 가슴과 등을 반듯하게 편 자세로 의자에 앉듯이 무릎을 구부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자세를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쉬운데, 처음에는 상체를 약간 전방으로 기울이다가 동작이 익숙해지면 차츰 편 자세로 변형하면 된다.그런 다음 허벅지와 지면이 수평을 이루면 호흡을 내쉬며 일어선다. 이때 복부에도 힘을 주면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허리는 굽히지 않도록 한다. 올라갈 때는 내려올 때보다 약간 속도를 내는데, 내려갈 때와 올라갈 때의 비율은 1.5 대 1이 효과적이다. 물론 초보자, 또는 재활에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1 대 1 비율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스쿼트 운동에 참여하는 주요 신체부위와 그에 따른 동작을 정리해보면,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허리는 부드럽고 곡선을 유지하며 펴준다. 무릎은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며 최대한 90도를 유지하고, 엉덩이는 의자에 앉는 기분으로 앉는다. 특히 호흡이 중요한데, 앉으면서 들이마시고 일어나면서 내쉬는 것이 효과적이다.스쿼트 운동은 방법도 중요한데, 자기 체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릎을 붙이고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 간격이 2.5cm 이상이면 무릎내반슬, 즉 ‘오다리’라 한다. 오다리의 경우 발을 모으고 하는 ‘내로우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내로우 스쿼트는 일반 스쿼트에 비해 다리 내전근에 자극이 커서 내전근이 약해 무릎과 다리가 벌어진 상태인 오다리를 교정하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서 넙다리곧은근, 척추세움근 및 가쪽넓은근이 더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나이가 많고 근력이 적어 스쿼트 동작이 어렵다면, 다리를 어깨 너비보다 더 벌리는 ‘와이드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와이드 스쿼트는 발 사이 간격이 넓다보니 자세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릎에 힘이 덜 들어가는 편이라 다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 스탠스 너비가 넓어지면 무릎관절을 굽히는 근육(뒤넙다리근, 햄스트링근)이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의 결과도 있다. 다만, 어깨 너비 2배 이상의 ‘쩍벌’ 수준으로 다리간격을 벌리고 하면 엉덩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이같이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하체 근육들이 있다면, 내로우 스쿼트이든 와이드 스쿼트이든 운동 방법을 선택해서 조절하면 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내로우 스쿼트나 와이드 스쿼트는 통증과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스쿼트 동작을 했을 때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는 미니 스쿼트가 효과적이다. 무릎을 30도 정도만 구부리게 되면 연골판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하는 운동은 부적절한 감각정보를 중추신경에 전달하여 잠재적 상해를 야기할 수 있다. 비대칭 자세로 스쿼트 운동을 지속하게 되면 잘못된 감각정보로 인해 허리, 무릎, 대퇴이두근 등에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간편한 홈 트레이닝도 정확한 자세와 동작을 제대로 알고 해야 약이 된다.

2021-06-06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뉴어바니즘(new urbanism)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도심의 황폐화,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로 인한 통행거리의 증가와 낭비적 교통수요의 발생, 도시 내 대기오염의 증가와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도시계획가와 도시 전문가들의 뜻이 모여 시작된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思潮)이다.뉴어바니즘은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교통문제와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도 악화시킨다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대두한 개념이다.뉴어바니즘이라는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를 잉태한 이러한 문제 인식은 미국 도시들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매우 적절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도시들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도 매우 적절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도시들도 개별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 도시들의 개발과정을 시차(時差)를 두고 답습했던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우선 미국 도시들의 경우를 보면 승용차의 대량 보급과 함께 미국인들의 쾌적하고 넓은 주택수요를 충족시키려고 도시 외곽지의 택지개발을 추진한 결과 도시의 외연적 확산이 보편화됐고, 도심은 야간에는 불이 꺼진 유령의 도시가 됐다. 그 결과 미국 도시들의 도심은 범죄의 온상이 됐고, 주거기능은 쇠퇴했다. 그리고 도심에 남아 있는 일부 주거기능은 저소득층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기에 급급했다.우리나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공급을 위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에 주택단지를 개발함으로써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을 증가시킨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이러한 사례는 대도시는 물론이고 중소도시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주택공급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다 보니 시민들의 통행거리와 통행시간 증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에서 도심의 쇠퇴를 가져온 것은 물론이고, 도심에서 주거기능이 거의 사라짐으로써 학교가 폐교되고 야간에는 도심이 활기를 잃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이처럼 도심의 주거기능 축소, 도시의 무질서한 공간확산 및 주거지의 교외화, 도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도시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뉴어바니즘이 새로운 도시계획 사조로 나타난 것이다.그리고 뉴어바니즘은 1990년대부터 다양하고 구체적인 도시계획 기법을 통해 현실에 접목되기 시작했다.예를 들면 스마트 도시성장(smart urban growth), 압축도시(compact city), 혼합적 토지이용(mixed land use), 대중교통 중심개발(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을 들 수 있다. 스마트 도시성장은 신개발지의 개발보다는 기개발지 내에서 주택, 상업, 업무 기능의 개발을 강조함으로써 신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요즘 우리나라에서 많이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도 스마트 도시성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압축도시는 도시의 무질서한 외연적 확산 대신에 기개발지나 신개발지를 개발할 때 고밀도로 개발함으로써 자연환경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고 직주근접(職住近接)을 유도해 시민들의 통행거리 감소와 에너지 절약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그러나 무분별한 압축도시의 개발은 녹지공간의 확보를 저해할 수 있어 개발밀도의 선택과 녹지공간의 확보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혼합적 토지이용은 도시 내에서 토지이용의 지나친 기능 분리는 시민들의 원거리 통행을 발생시키고 교통비용의 증가와 에너지의 낭비를 가져올 것이라는 인식 아래 토지이용의 무분별한 분리 입지보다는 토지이용의 적절한 혼합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시도되기 시작했다.대중교통 중심개발은 도시철도 역세권이나 버스정류장 주변지역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고밀도 도시개발을 유도해 시민들의 승용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중심개발도 궁극적으로 도로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뉴어바니즘을 현실에 접목하도록 시도한 이러한 도시계획 기법들은 우리나라 도시들에서도 활발하게 적용돼야 한다. 도시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도시기본계획을 비롯해 도시관리계획과 각종 사업계획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을 구체화해 적용돼야 한다.특히 많은 도시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스마트 도시성장, 압축도시, 혼합적 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개발의 개념이 도시의 규모와 특성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이제 대구·경북지역의 도시들도 뉴어바니즘 시대의 도시계획 기법들의 도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2021-06-06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속가능한 사회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도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리고 2019년에 발생한 왕관처럼 생긴 바이러스이기에 코로나19(COVID-19)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온 지구를 휩쓸 팬데믹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는 마스크를 쓰고 있고, 코로나19는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또 변종바이러스로 인해 어느 시점까지 진행될지 알 수도 없다.코로나19 발생의 원인에 대해 말이 많기도 했었지만, 이제 정설(定設)로 자리 잡은 것은 수산물을 판매하던 중국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의 야생동물들로부터 발생했다는 설이다. 중국정부는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전염병의 세계사에서 6세기 콘스탄티노플 비잔티움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1세 때의 전염병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5천만여명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전해진다. 14세기 유럽의 페스트는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하였다. 또 천연두는 1796년 세계 최초로 백신을 개발하였음에도 20세기에만 3억여명이 죽었다. 1차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경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지구상에서 약 1억명이 사망했다. 이 사망 숫자는 당시의 1차세계대전에서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휠씬 더 많다.전염병이 어디에서 오는지? 빅히스토리에서는 인간이 수렵채집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해가면서 짐승을 집에서 기르게 되었고, 이때 가축으로부터 건너온 인수공통감염병이 인간으로 전이 되어 왔다고 보고 있다.신대륙 발견의 사실(史實)을 보면, 인간에 의한 감염도 끔찍하다. 스페인 군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들어가 아즈텍문명을 무너지게 한 것은 군대가 아니라 군인들이 퍼트린 천연두이다. 전혀 새로운 세균,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는 인간종(人間種)이 완전히 괴멸할 수도 있다는 역사적 증거인 셈이다.그리고 현대에서는 인간의 자연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인간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브라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밀림을 개발하게 되고 밀림에 있던 야생동물인 박쥐로부터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온다는 것이다. 에볼라도, 사스(SARS)도, 코로나19도 인간의 자연 파괴에서 발생하였다. 여기에서 인류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철학과 목표를 세우지 않을 수 없다.강한 놈만 살아남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비양심, 비인간성, 무분별한 자연훼손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외경, 자연에 대한 존중, 생태적 자연관 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공유하는 휴머니즘적 생태주의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렸다. 그 회의의 결과로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하여 ‘세계 각국의 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여야 한다.’는 명제를 기본원칙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제21’라는 단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방의제21은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의 결과물이다. 거버넌스(협치)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시민사회와 지방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문화가 생겼다. 이는 지역사회를 녹색환경사회를 목표로 변화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보면 의미가 크다.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회의에서 합의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환경과 자원들을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를 말한다.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후세대까지 지속되도록 지향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산업혁명이후 인류는 탄소, 즉 석탄과 석유없이는 산업활동을 유지할 수 없었다. 농업생산력 증가로 인해 인구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고, 지구의 일부분이었던 인류로 인해 지구가 무분별하게 파헤쳐졌다. 산업활동을 정지하거나 제어하지 않으면 인간은 지구를 막다른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코로나19의 발생원인이, 돈이 된다면 지구 끝까지 개발해나가는 황금만능주의적 자본주의, 열대우림의 남벌, 야생동물에 대한 침해, 툰드라 냉대지대의 해빙으로 나타난 신종바이러스에 기인한다면, 코로나19바이러스는 언제나 인간에게 노출되어 있고 일상적으로 팬데믹을 일으키게 된다. 지금의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가 없다. 이게 사람의 삶인가? 그 즐겁던 소풍도, 아이들의 웃음도, 노인들의 고즈넉한 산책도 디스토피아가 되는 것이다.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니라, 무한경쟁으로 인해 인류가 망해 가고 있는 내일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자.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로 인해 지구는 뜨거워져 가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아이들, 가족들의 아름다운 삶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경쟁보다는 공존공영, 나눌 줄 아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 삶인가?

2021-05-30

환경부의 모순된 탈플라스틱 정책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3월 31일부터 제2차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실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순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란다.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한가지’와 ‘하지 않을 일 한가지’를 약속하는 내용을 ‘~고 ~고’ 운율에 맞춰 SNS에 올리고 후속 주자를 지목해 이어나가는 방식이다.△텀블러(개인컵) 및 다회용컵 사용 생활화하기 △비닐봉지 아닌 장바구니(에코백) 사용하기 △음식 포장 시 다회용 용기에 담아가기 △음식 배달 주문시 안 쓰는 플라스틱 거절하기 △플라스틱 빨대·막대 사용 줄이기 △음료 구입 시 무라벨 제품 우선 구매하기 △온라인상품 주문은 모아서 한꺼번에 하기 △과도하게 포장된 제품 소비 줄이기 △포장안한 상품 구매하기 △세탁비닐 등 불필요한 비닐 사용 줄이기를 통해 생활 속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리필 스테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세제, 바디워시, 향수, 식품 등을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매장을 ‘리필 스테이션’이라 부른다. 이곳을 찾은 소비자는 제품을 매장 전용 용기에 담거나 아예 직접 용기를 가져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리필 스테이션’이 활성화된 유럽국가에서는 화장품을 소분해 판매하는 것에 대해 별도의 자격을 요구하거나 규제하지 않는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세제, 섬유유연제 등 세탁제품만 리필을 허용할 뿐이다.샴푸와 바디워시 같은 세정용 제품은 리필이 불가능하다. 세정용 제품은 ‘화장품’에 해당함에 따라 개인 용기에 덜어서 판매하려면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라는 자격증 소지자가 매장에 상주해야 한다는 법 규정 때문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대해 “세정용 제품을 개봉해 나눠 담는 과정에서 변질 또는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전문적으로 관리할 인력을 두도록 한 것”이라며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조치”라고 설명했다.지난 1월 ‘제3회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시험’이 시행됐다. 응시자 4천353명 가운데 314명이 합격했다. 고작 7.2%의 합격률이다. 앞선 2회 시험 때도 합격률은 10.1%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웠다.탈플라스틱을 위해 소분해 팔고 싶은데 합격률 10% 안팎인 ‘국가고시’ 같은 시험까지 통과해야 하나? 샴푸, 바디워시를 단순히 덜어서 판매하는 것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인가?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제를 도입했다.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고 생산자가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생산자는 포장재 재질에 대한 평가결과에 따라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등으로 구분해 표기해야 한다.하지만, 화장품 회사에 대해선 예외를 뒀다. 화장품 업계가 재활용 등급 표시에 따른 이미지 실추 및 수출 경쟁력 저하 등을 내세워 표시 예외를 요청하고, 포장재를 역회수하는 협약으로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면제받았기 때문이다.화장품만큼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이 많은 제품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혜 소지가 다분하다. 화장품 회사는 이런 특혜성을 등에 업고 탈플라스틱에 노골적으로 역행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018년 회수된 공병을 재생원료로 사용했지만, 출고량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즉 99%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자 정부가 화장품 회사의 ‘등급 표시 예외 적용’ 방침을 철회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재활용되지 않는 용기를 사용하면서 등급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요, 이를 가능하도록 예외를 적용한 환경부는 화장품 업계에 면죄부를 준 것이 때문이다.필자도 ‘탈플라스틱 챌린지’에 지목을 받았다. ‘일회용품 줄이Go!, 다회용품 사용하Go!’란 문구를 SNS에 올리고 첼린지에 동참했지만 마뜩지 않다. 국민들은 탈플라스틱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다회용 용기의 상용화나 일회용기의 재활용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환경부가 이를 우선적으로 보완하고 해결책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들의 모범 사례과 국민 의견수렴으로도 도입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많을 것이다.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환경부를 보고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업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일상에서 실효성있는 정책으로 국민에게 박수받는 환경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1-05-30

‘K-바이오 랩허브’ 최적지 포항

김도영포항테크노파크 첨단바이오융합센터장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의 구축 후보지 선정을 위한 사업공모가 지난 5월 12일 발표되었다.K-바이오 랩허브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기관인 ‘랩센트럴(Lab-Central)’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여 국내에서도 바이오분야 핵심시설과 장비를 집적화하고,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와 투자 시스템 등이 통합된 한국형 랩센트럴(이하 랩허브)을 구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국의 랩센트럴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에게 연구와 실험을 할 수 있는 실험공간과 사무공간 지원, 대학병원 임상 연계, 법률·특허·운영 자문과 투자를 비롯해 보안, 청소, 냉난방, 생물안전, 공동 물품구매, 쓰레기 처리 등의 거의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126개의 기업지원과 약 6.7조원의 투자유치 그리고 2천395개의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얻은 것으로 보고되었다.국내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K-바이오 랩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후보지를 공모하는 사업으로 국비 지원 예산 규모가 2천500억 원이며, 지자체가 부담하는 최소 제안 요건(850억원)을 포함하면 총사업비가 3천300억 원 이상되는 사업이다. 치료제와 백신 등 신약개발 창업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선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이 집적화(바이오 클러스터)되고 이를 통해 바이오 산업 도시라는 브랜드 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어 많은 지자체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K-바이오 랩허브 사업에 선정되는 지자체는 주요 시설과 전문 서비스(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필요한 분석·검사·제조 등 일괄 지원), 협업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 등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주요 시설로는 창업기업 입주 및 커뮤니티 공간, 핵심 연구 공용장비(300여종), 동물실험시설, 생물안전 연구시설(BL-3, ABL-3), 의약품 품질관리생산시설(GMP), 생화학 폐기물 처리시설 등의 창업기업 입주 공간과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 등이다. 또한 전문 서비스 지원을 위한 구조분석 장비, 약효 효능평가장비, 단백질 분리정제 장비, 약물 동태분석 장비 등을 구축해야 하며 국내외 제약사와 병원 등과 임상 단계 협업 지원 등 오픈이노베이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중기부는 지난 25일까지 유치의향서를 받고, 6월 14일까지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접수받아 서류평가와 현장평가를 거친 뒤 7월까지 후보지 1곳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면 2023~2024년 공간 조성을 마친 후, 2025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최근까지 포항(경북)을 비롯해 대전, 인천, 충북 오송, 대구 등지에서 출사표를 던지고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은 바이오 벤처 입주시설, 최첨단 연구장비와 연구기관, 우수한 바이오분야 전문인력 등을 갖추고 있으며 40여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집적화되어 있어 이를 기반으로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에 나섰다. 그동안 ‘K-바이오 랩센트럴 유치위원회’(공동위원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 장순흥 한동대학교 총장) 출범,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또 랩센트럴의 본고장인 미국 보스턴대 김종성 교수를 초빙하여 ‘보스턴 바이오혁신 생태계; 알려진 비밀과 숨겨진 비밀’을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했다. 포스텍, 네오이뮨텍 등 바이오 제약분야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하기 위한 혁신 커뮤니티인 ‘제1회 포항혁신살롱’를 개최하여 K-바이오 랩허브 사업 유치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또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6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K-바이오 랩허브의 최적지는 포항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건의하는 등 포항에 K-바이오 랩허브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산·학·연·관·병이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코로나19 펜데믹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치료제나 백신과 같은 신약 개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이번 K-바이오 랩허브사업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지자체별로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기업과 제약기업이 서울, 인천, 대전 등에 밀집되어 있어 지방의 우수한 인재와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인재와 기업의 누수를 막고, 바이오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려는 전폭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특히 포항은 2021년 4월 기준 50만4천103명으로 50만명이 무너질 위기에 봉착해 있어 국가적으로 인구감소, 지역소멸 등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중심의 미래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2021-05-23

울릉도-독도간 최단거리 바위에 명칭 부여 필요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독도에 관해 가장 익숙한 숫자 중의 하나가 울릉도와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간의 최단거리 일 것이다.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에 관해 정부부처 기관마다 측정 기준점 및 측정 방법이 달라 독도의 지리적 위치 홍보에 혼란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2005년 6월 28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울릉도와 독도간 거리 등 독도 현황을 고시했다. 이 고시에 따르면 울릉도와 독도간 거리는 87.4km(47.2해리, 1해리=1.852km), 한반도 본토에서 독도간 거리는 216.8km(117.1해리), 독도와 오키섬간 거리는 157.5km(85.0해리)이다. 이러한 거리는 썰물에 의한 간조시의 해안선을 기준으로 한 최단거리로 정의했다.육지에서는 미터법 단위를 사용하지만, 바다에서 거리는 흔히 해리(nautical mile)라는 단위를 쓴다.1해리는 1.852km로 위도(latitude) 1분의 거리와 같다. 흔히 배의 속도는 노트(knot)를 쓴다.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위도 1분)가는 속도에 해당한다.독도는 일본의 오키섬 보다 울릉도에서 70.1 km 더 가깝다. 이러한 울릉도와 오키섬에서 독도까지의 거리 차이는 단순히 울릉도가 독도에서 더 가깝다라는 단순한 비교에 그치지 않고, 울릉도에서는 맑은 날 독도를 볼 수 있지만, 오키섬에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독도를 결코 볼 수 없다는 명백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그러면 울릉도와 독도사이의 최단거리인 87.4km(47.2해리)는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결론적으로 울릉도에서 독도 방향의 혹은 독도에서 울릉도 방향의 가장 바깥쪽 무인도서간 거리이다. 울릉도의 경우 저동항 인근의 도동항로표지관리소(행남등대) 주변의 무인도서(북위 37도 29분 6.012초, 동경 130도 55분 16.243초)가 최단거리의 기점이다. 독도의 경우 독도 서도 북서쪽의 무인도서(북위 37도 14분 36.832초, 동경 131도 51분 40.991초)가 기점이 된다.그러나 이러한 바위들은 아쉽게도 공식명칭이 없다. 울릉도 기점바위의 경우, 울릉도에서는 이 지역을 살구나무에서 유래한 행남(杏南)이라 부르고 있어 울릉도 민간단체인 울릉문화유산지킴이에서는 이 바위를 살구바위라 부르자고 제안한바 있다. 독도 기점 바위의 경우, 독도를 연구하는 해양학자들에 의해 이 바위를 흔히 똥여라고 부르고 있다.아직까지 이러한 바위들에 공식명칭조차 없는 것이 아쉽다. 특히, 살구바위는 저동항 인근에 위치해 어선 왕래가 매우 빈번하고 선박 항해시 좌초 우려가 매우 크다. 이 바위에 독도 최단거리 기점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멋진 디자인으로 무인등표를 설치, 상징성과 함께 항해의 안전을 도모하면 어떨까?한반도 본토와 독도간 최단거리인 216.8km(117.1해리)는 경북 울진군 죽변등대 부근의 가장 바깥쪽 독도 방향 바위(북위 37도 3분 27.343초, 동경 129도 25분 52.188초)에서 독도 서도 남서쪽의 보찰바위(북위 37도 14분 22.982초, 동경 131도 51분 41.637초)까지의 거리이다. 보찰바위라는 지명은 거북손이라고도 불리는 해산물인 보찰을 닮았다는데서 유래한다.울진 죽변등대 인근의 기점바위는 독도간 최단거리의 기점이 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본토와 울릉도간 최단거리의 기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반도 본토와 울릉도 및 독도간 최단거리의 죽변등대 인근에 위치한 한반도 본토 기점 바위에도 아직 바위의 이름조차 부여되지 않았다.최단거리의 기점 바위들은 무인도서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무인도서는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무인도서에는 통상 해조류가 풍성하게 자라 어류의 산란장 및 서식장으로서 해양생태계의 보고를 이룬다.또한 최외곽 무인도서는 해양영토의 경계를 결정하고 해양영토 주권을 지키는 근거가 된다. 아직 울릉도와 독도에는 이름을 붙여주지 못한 수십개의 무인도서가 있다. 바위에 애정을 듬뿍 담아 멋진 이름을 지어 생명을 불어넣어보자.그것이 울릉도와 독도가 탄생할 때부터 수백만년동안 숱한 파도에 맞서 지탱해 온 무인도서 혹은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심이 아닐까?독도의 여러 바위에도 명칭 부여가 필요하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와 함께 89개의 크고 작은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면적이 4천285㎡로 가장 넓은 군함바위로부터, 면적이 불과 4㎡로 가장 작은 삼형제굴 인근의 이름 없는 바위까지 89개의 바위들이 있다. 이들 89개의 부속도서의 면적을 합하면 2만5천517㎡로, 전체 면적이 18만7천554㎡인 독도의 13.6%에 해당한다. 89개의 부속도서 중에 14개 정도만이 그나마 공식 명칭을 부여받고 있다.일본 국토지리원이 제작한 전자국토Web(https://maps.gsi.go.jp)에서는 독도 동도를 여도(女島)로, 서도를 남도(男島)로 표기하고 있으며, 보찰바위를 남서암(南西岩), 지네바위를 평도(平島), 삼형제굴을 오덕도(五德島)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2021-05-23

부부는 일심동체일까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부부는 일심동체’가 맞는 말일까?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지만, 좀 더 다른 의미에서 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우리가 흔히 쓸 때는 ‘부부는 한마음이고 한몸’이라는 뜻이다. 부부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에 항상 서로 마음을 잘 알아서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상대가 몸이 편안한지 아픈지 등 서로 잘 이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이심전심’이 되는 상태이다.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렇지 못하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우리 부부관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괜히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 하지 마시고 ‘부부는 일심동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배우자를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배우자를 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많은 경우에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이고 ‘동상이몽’인 것이 현실이다.부부는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부부란 완전히 타인끼리 만나서 한 팀을 이룬 것이다. 서로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오히려 ‘이심이체’인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 부부관계에서의 불협화음은 배우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각자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배우자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직 자기중심으로의 ‘일심동체’를 바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로 진료실에 상담하러 오는 부부들이 있다. 상담하러 온 부부들은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부부싸움의 연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 당연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다름’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이다.또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나?”, “너 만나 고생만 했다”는 등 대개 자신만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부부 싸움의 원인을 너무나 쉽게 배우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심지어 배우자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배우자의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다. 부부 싸움이나 부부 갈등의 원인은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과 배우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신의 공감능력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또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같이 살 수 없다”고 서로를 향해 절규한다. 그런데 사랑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배우자가 나에게 얼마나 맞춰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위해 얼마나 맞춰 주느냐’의 문제이다. ‘배우자가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해주느냐’의 문제이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받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주는 능동적인 것이다.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대화이다.그러나 부부간 마음이 소통되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부상담 후에 많은 부부들이 “집에서는 대화만 하면 싸움이 났었다. 오늘 의사 선생님 앞에서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곤 한다.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클수록, 특히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대가 많을수록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된다. 아무리 부부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해의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그리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면 취미생활도 같이하려고 노력해보고, 만약에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배우자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상담과정에서 서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미처 배우자의 마음에 대해 깨닫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을 들어올 때는 이혼 직전의 상태이고 원수지간인데, 나갈 때는 잉꼬부부처럼 나간다.통계청의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0만7천건, 혼인 건수는 21만4천건으로,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은 50%이다. 결혼이 하나의 선택이듯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그러나 법원에 가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서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법원에 가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희망이다.진정한 일심동체, 같은 생각 같은 몸을 가진 것처럼 이상적인 부부가 되고 싶으면 자기중심적 사랑에서 벗어나자. 배우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먼저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진정한 대화를 나누자. 다가오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

2021-05-16

창조도시의 조건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창조도시(creative city)의 개념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전문가는 물론이고 정치가와 행정가에게도 여전히 창조도시는 화두(話頭)이다. 그만큼 도시와 지역발전을 논의할 때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key word)이기 때문이다.창조도시의 개념을 창조계층(creative class)의 개념과 접목시켜 설명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도시학자인 리차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창조적 사고를 실천하는 계층을 창조계층이라 명명하고, 이들이 창조도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특히 그는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3T(talent, technology, tolerance)가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재(talent), 기술(technology), 관용 혹은 포용력(tolerance)이 함께 있어야 창조적 사고를 하는 창조계층이 도시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창조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이제 산업생산체계를 잠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값싸고 부지런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산업은 이미 쇠퇴한지 오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업종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다.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는 포드주의(Fordism) 산업생산체계는 쇠퇴한지 오래고,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에 근간을 둔 포스트 포드주의(Post Fordism) 산업생산체계가 많은 업종에서 도입됐다.이러한 산업생산체계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인재의 덕목은 역시 창조성이다.리차드 플로리다가 도시와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로 본 3T 가운데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관용 혹은 포용력이다.창조계층의 구성원인 창조적 인재는 도시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문화, 쾌적성(amenity)을 중시하며, 그들의 창조성이 편안하고 쾌적한 일상생활과 결합이 가능한 도시나 지역에서 정착하길 원한다.결국 리차드 플로리다가 얘기하는 3T는 상호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것이고, 그 핵심은 관용 혹은 포용력이라고 볼 수 있다. 관용 혹은 포용력은 문화적 다양성과 함께 종교와 정치적 다양성도 함께 포함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생활양식과 공동체가 공존하고, 이들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이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이제 세계적인 창조도시의 집합체로 볼 수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어떤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지역적 특성을 가진 캘리포니아 주의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 있는 명문 스탠포드대학교와 버클리대학교와의 산학협력에 힘입어 성장했다.실리콘밸리는 원래 양질의 포도주 생산지였지만, 이들 두 명문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전자·정보통신·컴퓨터 산업 등을 육성하고 유치해 세계적인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게다가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둥지가 됐다.실리콘밸리의 가장 원천적인 경쟁력은 날씨와 주변 환경에 있다. 태평양 연안에 있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사계절이 모두 따뜻한 것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높지 않은 기후적 특성이 큰 장점이다.이런 기후적 특성과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환경적 특성(amenity)으로 인해 고급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지역에 와서 살려고 하는 원초적 욕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실리콘밸리와 그 주변지역이 갖고 있는 자유분방한 지역적 분위기가 실리콘밸리의 성장에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1960년대 중반 기존의 물질문명과 가치관, 제도, 사회적 관습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과의 직접적인 교감 등을 주장하며 자유로운 생활양식을 추구했던 히피(hippie)가 최초로 출현한 곳이며,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반전(反戰)운동이 시작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그리고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 마약규제 등 각종 규제가 가장 느슨한 곳이기도 하다. 리차드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조건으로 관용 혹은 포용력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함으로써 창조적 사고를 하는 창조계층이 정착할 수 있는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그는 도시와 지역발전의 핵심전략으로 문화적 다양성과 인적 환경(people climate)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단선적 사고와 행동, 지나치게 보수적인 지역분위기만으로는 대구·경북이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다.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이제 우리의 산업구조도 지식산업과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우수한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고 문화적 다양성을 고양하는데 정치가, 행정가, 그리고 시도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