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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된다

등록일 2021-06-20 20:12 게재일 2021-06-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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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보통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데, 역으로 긍정적으로 쓰일 때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은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 나에게 힘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성공 원리를 집대성한 ‘생각하라! 그러면 부자가 되리라’를 비롯해 수많은 성공학 책을 저술한 ‘성공학 연구자’인 나폴레온 힐(Napoleon Hill)은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대장간집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의 내면에 잠든 그의 능력을 일깨워 주었던 새어머니가 있었다. 새어머니는 동네 골칫거리였던 힐의 재능과 장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너는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가장 활동적이 아이일 뿐이야. 네가 아직 뚜렷한 관심사와 목표가 없어서 주변에서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야. 너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인 재능이 많은 아이란다. 너는 틀림없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위대한 작가가 될 거야. 나는 사람을 볼 줄 알거든.”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이 말을 들은 힐은 “세계적인 작가가 될 것이라는 새어머니의 예언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힐은 “작가라는 목표가 생겼고, 새어머니의 말이 평생토록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되어,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담대한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새어머니의 말이 그에게 ‘자기실현의 씨앗’이 된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 언어와 기대는 사람에게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다. ‘로젠탈 효과’는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로젠탈 효과’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젠탈(Rosenthal) 교수로부터 만들어진 용어로서, 샌프란시스코의 초등학교에서 실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유명한 이 실험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전교생에게 지능검사를 시행한 후에 결과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20%를 뽑아 담임 선생님에게 “이 아이들의 지능이 높으니 학업 성취도가 높아 틀림없이 성적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거짓 결과를 알려 주었다. 이 결과를 들은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들을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기대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러자 8개월 후 놀랍게도 무작위로 20%에 선택되었던 학생들이 지능지수와 상관없이 타 학생들보다 성적이 훨씬 향상되었다고 한다. 로젠탈 교수는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화면을 녹화한 비디오를 학생에게 보여주었다. 영상의 소리를 제거해 실제 말소리는 듣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불과 10초도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선생님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를 거의 정확히 맞힐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기대는 꼭 말이 아니라 눈빛, 손짓 등 비언어적 요소로도 전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타인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긍정적 기대는 그 기대를 받는 사람의 부응 심리와 서로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나타내어 ‘자기실현의 예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로젠탈 효과’와 반대로 선생님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 학생은 실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현상을 ‘골렘 효과’라고 한다. 즉, 다른 사람에게 기대 수준이 낮을 때 상대방도 노력을 하지 않고 이는 결국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로젠탈 효과’와 ‘골렘 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재수하는 아이를 보는 어머니의 두 가지 태도를 살펴보겠다. 긍정적인 어머니는 “앞으로 일 년을 더 공부하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얻을 것인가!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걱정 하지마. 최선을 다하면 돼.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고 격려해 준다면, 아이도 자신감이 늘고 심리적 안정감과 집중력이 향상되어 다음 해에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된다. 부정적인 어머니는 “일 년을 또 어떻게 뒷바라지를 해야 하나? 속상해 죽겠다”하는 생각과 동시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를 보는 아이는 마음이 더 안절부절 해서 될 공부도 안 된다.

주변으로부터 칭찬도 들어보고 긍정적 기대를 받아본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아 존중감이 높아져 어떤 어려움에도 목표를 이루려는 담대한 용기와 실천으로 끝내 ‘자기실현’을 하게 된다. 특히 어렸을 때 아이에게 중요한 인간관계인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떄 주요한 인물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말을 할 때,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의 내용과 제스처, 목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보내는 언어적 비언어적 기대가 아이가 미래에 이룰 ‘자기실현의 예언’이기 때문이다.

‘로젠탈 효과’는 미신이 아니다. ‘로젠탈 효과’는 과학이다. ‘로젠탈 효과’를 믿는다면, 자기 자신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말 한마디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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