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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근골격계질환과 현장중심의 맞춤형 운동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근골격계 질환이란 반복적인 동작, 부적절한 작업자세, 무리한 힘의 사용, 날카로운 면과의 신체접촉, 진동 및 온도 등의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로서 목, 어깨, 허리, 상·하지의 신경·근육 및 그 주변 신체조직 등에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이와 같은 작업관련 근골격계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호소 이외에 특별한 진단방법이 없어 객관적인 임상검사에 의한 조기진단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능장해를 동반하여 복합적인 질병의 형태로 진전될 수 있다.최근 산업재해분석에 의하면 근골격계 질환은 35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체부담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발생율이 27.9%에 달하고, 이중 허리통증은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고 있다. 여러 직종 중 제조업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40%에 이르고, 이중 70% 이상이 신체부담작업으로 인한 허리통증이라고 보고되었다. 이같이 근골격계 질환은 산업재해 주요 유형이며, 특히 제조업 종사자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보건교육과 작업부하 및 부적절한 자세, 그리고 직무스트레스 등과 같은 주요 근골격계 질환 유발 원인과 이에 대한 인간공학적 개선에만 집중하고 있어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이와 달리 선진국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인간공학적 접근과 함께 자각증상이 있는 사람을 위한 통증 경감을 위한 운동을 조기 관리프로그램으로 적용하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 상실 일수가 유의하게 줄었다는 효과가 검증되면서 정부 부처가 나서서 개별 사업장에 맞는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그런데 개인별로 차별화하지 않은 획일적인 운동프로그램보다는 근로자의 작업형태에 따른 근골격계의 변화를 반영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이 통증 감소와 더불어서 휴무일수와 재해율 및 보상비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게 국내외 연구들의 공통된 결과이다.근골격계는 자세나 동작을 잡는 것에 관여한다. 이뿐만 아니라 근골격계는 호흡을 담당하고 혈액순환에도 참여하며 몸의 신진대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처럼 근골격계의 기능과 역할은 작업에서 매우 중요하다.인체의 기능 중심 관리는 운동이 핵심이다. 운동은 근골격계의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평형성, 민첩성, 순발력 및 협응력 등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혼자서 운동하거나 비체계적인 운동을 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올바른 운동은 바른 자세와 동작 및 기능적 활동을 통해 작업 자세 및 작업 능률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골관절염 증상이 감소한다.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천천히 오래할 수 있는 고정식 자전거, 수영 등 충격이 적은 운동 종류가 적합하다. 운동 강도는 중등도 이상이어야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최대산소섭취량의 60% 정도가 해당한다. 중등도 이상의 유산소성 운동을 1주일에 최소한 3회, 매번 50분 이상을 해야 심폐기능이 향상된다. 자신의 건강 및 체력상태에 맞는 운동의 강도와 빈도 및 시간은 전문기관의 운동 부하 검사를 통해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근력운동은 근육에 대한 산소공급능력, 특히 혈류량을 늘려 지속력을 높인다. 자신의 몸무게를 이용하는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 맨몸운동부터 시작해서 밴드, 아령이나 바벨을 사용하는 운동 유형이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근력을 향상시키려고 할 때에는 최대근력(1RM)의 80~85%를 6~8회 반복하고, 근지구력 강화를 위해서는 최대 근력의 60% 이하 무게를 15~20회 반복하는 방법이 적합하다. 근력운동은 인체의 적응 및 회복시간이 필요하여 운동 형태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근력운동을 할 때에는 숨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데, 근육이 수축하여 힘을 낼 때 숨을 내쉬고, 반대 동작에서는 숨을 들이쉬어야 흉부 압력이 감소되어 무리가 없다.유연성운동으로 스트레칭은 근육동통을 감소하고 상해를 예방하며 기능 활동을 향상시킨다. 정적 스트레칭이 근육에 주어지는 긴장도가 적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스트레칭의 원리는 근육의 길이를 확장하여 늘려주는 것인데, 유연성 향상을 위해서는 근육을 정상의 길이보다 약 10% 이상 늘려야 한다. 한 번 늘리는 시간은 근육의 긴장 지점에서 들숨과 날숨을 길게 5~6회 반복하거나 20~30초 정도가 적절하다. 스트레칭 횟수는 최소 주 3회, 주 5~6회가 이상적인데 매일 해도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은 무엇보다 정확한 자세가 중요하며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하면 더 좋다.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근로자 대상의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이 통증과 장애지수 개선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휴무일수와 재해율 등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조치로서 인간공학적 접근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근골격계 자각증상자를 위한 현장중심의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했으면 한다.

2022-01-23

독도 수호단체 247개… 연구망 확대 필요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최근 독도재단의 독도 관련 기관·단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독도 수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수가 247개로, 지역별로는 서울이 115개로 가장 많고 경북이 47개소, 대구 16개소, 경기 11개소 순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민간단체가 158개소로 가장 많고, 정부 및 지자체가 42개소, 대학 부설 연구소 및 학술단체가 29개소이다. 독도에 대한 국가 혹은 국민적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이다.독도 영토주권 수호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연구기관과 민간단체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연구기관의 민간참여연구의 모범사례로서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가시일수 조사 사업이 있었다. 이 사업은 2008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울릉도 특정장소에서 울릉주민이 매일 독도가 보이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이다. 국내 독도 연구자들이 유사한 연구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할 때 연구기관과 민간의 협업연구를 통한 독도 연구의 지평 확대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민간 협업 연구 관련해 최근 일본의 울릉도 향토사 연구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그동안 시마네 지역 향토 사학자를 중심으로 독도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해 오다가 오키신보, 울릉도우회보 등 울릉도 관련 자료를 발굴하여 울릉도 향토사 연구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울릉도·독도 관련 향토사 연구는 대단히 미비한 편이다. 이러한 울릉도·독도 향토사 연구는 지리적 특성상 독도 연구기관으로만 한계가 있으며, 울릉도의 민간단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이런 협업은 바다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독도 해역에서 오랫동안 물질을 하며 장기간의 바다 변화를 관찰해 온 해녀야말로 진정한 바다 생태학자이며 기후연구학자라 할 수 있다.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해녀와 과학의 만남은 유사한 연구를 반복하는 독도 연구의 새로운 지형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독도 관련 민간단체와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활동을 해온 울릉주민으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있다. 먼저는 향토사랑이 곧 나라사랑이라는 취지로 1988년 5월 창립된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이다. 독도 관련 민간단체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이다. 1996년까지 독도나무심기 활동을 주로 전개했으며, 1988년 한국탐험협회, 한국외국어대 독도연구회와 함께 울릉도-독도간 뗏목탐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뗏목탐사는 독도 관련 대표적인 노래인 한돌의 ‘홀로아리랑’ 탄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덕영은 발해의 해상 무역 항로 복원을 위해 발해 당시의 기후조건과 항해조건을 고려하여 뗏목으로 발해 항로를 탐험한 발해 1300호 선장으로 활동하였다.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는 또한 한국외국어대 독도연구회와 연계하여 독도 미군폭격피해 사건 자료 발굴과 함께 독도의용수비대 보훈 활동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전라도 여수 거문도 지역 답사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전라도 지역민들의 울릉도·독도 도항과 독도 명칭 유래 조사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단체의 회장을 역임한 울릉주민 이예균 회장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이예균 회장(1948~2018)은 독도 관련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연계를 통하여 울릉도 향토사 연구 및 독도 현장 연구가 확장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이예균 회장은 또한 독도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울릉도 및 독도 연구가 이 만큼 발전하는데는 이예균 회장과 같은 숨은 공로자가 있었기 때문임은 분명하다.울릉도의 민간단체로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단체는 2013년에 발족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울릉군지부이다. 독도는 울릉주민의 삶의 터전이며 또한 행정구역상 울릉도의 부속섬으로서 울릉도와 연계하여 울릉주민의 삶의 터전과 문화로서 독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 슬로푸드 울릉지부는 울릉도의 토속 음식을 바탕으로 울릉도의 전통 문화 보전에 역점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울릉도에는 7종(섬말나리, 칡소, 옥수수엿청주, 울릉홍감자, 긴잎돌김, 울릉손꽁치, 물엉겅퀴)의 특산물이 국제슬로푸드협회에 의해 맛의 방주로 지정된 바 있다. 최근 경북도와 울릉군에서는 울릉도의 산채 관련 음식·생활 문화에 주목하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추진을 준비중이며, 또한 울릉손꽁치어업 또한 국가중요어업유산 추진을 준비중에 있어 후속 활동이 기대된다. 울릉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로서 독도를 지키는데 있어서 울릉도·독도 육상 식물 및 해양생태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협업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슬로푸드 울릉지부와 함께 2016년 발족된 울릉문화유산지킴이 또한 울릉도 문화유산 보전과 울릉 주민에 의한 독도 영토 수호 활동에 기대되는 단체이다.해양수산부에서는 매년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도 관련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교육·홍보 및 연구·조사 활동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가시일수 민간 참여 연구 사례처럼 독도 연구기관과 민간단체 협업 사업을 보다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최근 일본의 울릉도 향토사 연구 동향과 관련하여 울릉도 내 민간단체의 역할을 보다 확장할 수 있는 국가적 관심과 활동 지원도 필요하다.

2022-01-23

뉴노멀은 빼기다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조각은 빼기다. 사자를 만들려는 조각가는 바위를 앞에 놓고 바위에서 사자 이외의 부분을 조각조각 떼 내야하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자코메티는 거기서 더 나아가 형상이 실재처럼 안 보일 때까지 ‘더’ 떼 냈다고 한다. 마치 본질만 남기고 본질 이외의 것은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역설적이게도 본질 이외의 것을 떼 낸 그의 조각은 훨씬 실재적이라는 평을 받았다.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 될까?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뭔가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코로나 이전에는 성장, 더하기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조각가처럼 빼기를 해야 하나? ‘욕망과 거리두기’를 하자는데 그게 가능할까? 이런 질문의 답을 고민하며 며칠 동안 자코메티의 조각상을 들여다보다가 어느 날 목이 말라 숲속의 샘물을 찾아간 그리스의 철학자가 양치기 소년이 나뭇잎으로 샘물을 떠먹는 것을 보고 자신의 바랑에서 컵을 꺼내 버렸다는 이야기로 옮겨갔다.그러다가 에스키모 인들의 늑대 사냥 법을 만났다. 눈벌판위에 동물의 피를 묻힌 칼 한 자루를 꽂아두면 늑대가 피 냄새를 맡고 와 칼날을 핥는다. 동물의 피를 맛있게 핥다가 자신의 혀가 칼날에 베이고 결국 자신의 피 인줄도 모르고 핥다가 늑대는 죽는다는 내용이다.“그렇지. 우리 인간도 똑같아. ‘욕망과 거리두기’는 안 될 거야. 더하기도 만족을 못하는데 빼기라니 가당키나 한 일이야”하던 참에 이번에는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라는 부제가 붙은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책 ‘우리가 날씨다’를 만났다. 무슨 답이 있을 것 같아 읽어보니 ‘공장식 축산이 이산화탄소배출의 51%를 차지하며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는 내용이다.샤프란 포어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세 멸종’이 그것이다.1960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1999년까지, 메탄의 농도는 지난 2000년 중 어느 시기의 40년과 비교해도 여섯 배 더 빨리 증가했단다.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의 60%는 식용으로 대부분 공장식 농장에서 키워지는데 인간은 해마다 650억 마리의 닭을 먹으며 아마존 벌목의 91%는 축산업 때문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는 당뇨병처럼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며 세포가 치명적으로 퍼지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 악성종양 같은 사건이라는 것이다.“국제 에너지 기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기반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53조 달러의 비용에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이와 달리 동물성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성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날씨다/조너선 샤프란 포어/민음사)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실존적 위협은 ‘우리가 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삼는 법을 제시한다’고 말한 유발 하라리의 말이 현실이 되려면 적어도 하루에 두 끼는 채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육식에 대한 욕망과 ‘거리두기’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입으로 들어가느냐에 지구의 생사가 달려있다면 우리의 오래 길들여진 혀의 그 탐욕스런 미각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늦어도 2030년까지 50% 줄이고, 2050년, 이상적으로는 2040년까지 온실 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환경학자들은 이야기 한다.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지구가 자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탄소 중립’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과학적으로 수립된 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이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육식을 현격히 줄이는 방법이다.답은 나와 있다.먼 훗날 후손들이 우리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때 뭘 하셨어요?”라고 물을 때 우리의 대답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이것이어야 한다.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도 했다”고 해야 한다. 칼날위의 피가 자신의 피인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늑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혀를 유혹하는 수많은 메뉴를 포기해야한다. 지구를 위해 치맥의 횟수도 줄여야 한다. 나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지구공동체가 살기위해서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각인된 육식의 욕망과 거리두기를 해야 할 때다.뉴노멀은 빼기다. 우리는 이 슬로건을 밥상에서부터 실천해야한다. 슬기롭게 살려면 ‘매일 매일 채소롭게’ 살아야 한다.

2022-01-16

유권자의 후보 선택 기준을 점검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올 3월 9일 대선이 이제 50일밖에 남지 남았다.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등락을 반복하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을 이루고 있다.과거 어느 대선보다 마타도어와 흑색선전이 난무하여 선거판이 어지럽고 혼탁하다.여야 선대위는 물론 후보까지 오직 득표에만 혈안이 되어 상대를 비난하는 정황이다. 나라의 장래는 뒤로 두고 자신의 당선만을 위해 인기 영합 전술까지 횡행하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기에 부끄러운 인신비방과 폭로 전술이 줄을 잇고 있다.선거에서의 후보 선택 기준은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이며, 정치의 수준이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은 나라의 장래를 맡길 유능한 후보의 선택기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대선 후보의 공약과 정책, 구도와 프레임, 인물 평가 시 유권자들이 유의해야 할 후보 선택기준을 살펴보기로 한다.우선 유권자들은 후보의 선택기준으로 공약이나 정책의 실천가능성부터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20대 대선이 중반전으로 넘어 올수록 오직 득표만을 위한 후보의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인기를 끌려는 포퓰리즘적 공약이 경쟁적으로 남발되기 때문이다.이재명 후보는 지금은 철회했지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원 지급, 탈모 치료제까지 건강 보험으로 지원한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윤석열 후보는 이에 뒤질세라 군인병사 봉급 월 200만원, 산모에게 월 100만원 1년간 지원한다는 공약까지 발표하였다.생활 밀착형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현금 살포 식 공약은 모두가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이다. 재원 마련이나 나라의 곳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인기 영합적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국리민복을 위한 중장기적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고 달콤한 득표 공약만 발표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인기 영합적 공약을 분별하는 혜안부터 지녀야 할 것이다.둘째,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아군과 적군이라는 진영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번 선거 역시 종래의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의 진영 대결이 과열되고 있다. 사실 이 나라 정치에서 이미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대결은 종결되어야 할 논리이다. 반독재 민주화 과정에서 등장했던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의 프레임 전쟁은 이제 허구일 뿐이다. 그러한데도 여야의 진영논리라는 악의적 정쟁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진영 프레임은 유권자와 시민 사회, 심지어 언론까지 편을 갈라 상호 네거티브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판에서는 자기편은 항상 선이고 상대편은 악이라는 적대적 전선이 형성될 뿐이다.그 결과 양측은 선거 패배이후에도 대선의 결과에 승복치 않고 차기 선거까지 전투 준비에 열중하는 악순환이 반복한다. 우리의 언론부터 유권자들이 진영 프레임의 늪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 자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셋째, 유권자의 후보 선택의 최종기준은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종합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공약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의 업적, 공약의 실천의지, 도덕적 품성까지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편향되지 않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을 거친 경기 지사 출신이고, 윤석열 후보는 검찰 총장 출신이다. 두 사람 공히 율사 출신이면서도 여의도의 국회의원 경력은 없다. 이 점이 이들의 단점이면서도 이 나라 정치개혁을 위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공직자로써 두 분 다 재직 시 상당한 공(功)과 함께 과(過)도 남겨 두었다. 대장동 특혜의혹과 검찰의 고발 사주의혹은 그들의 과거 행적이 초래한 부메랑이다. 설 전 개최될 양자의 대선 후보 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유권자들은 편견을 갖지 않고 객관적으로 후보의 인물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우리나라는 다행히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진입해 있다. 우리의 영화, 노래, 음식 등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는 문화 강국으로 발돋음 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국민 절대다수가 존경하는 대통령 한명을 모시지 못한 불행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건국 대통령마저 하와이 망명지에서 사망하였고, 불행히도 자살한 대통령도 있었고 전직 대통령 네 명이 재직 시의 비리로 감옥살이를 하였다.이번 대선에서는 우리의 국격에 걸 맞는 대통령이라도 선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야 유력 후보는 이미 도덕성에서 상당한 흠결이 드러나 있다. 어느 때보다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는 차선의 후보라도 선출해야 한다. 우리가 존경받는 대통령은 아닐지라도 유능한 대통령이라도 선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22-01-16

공정과 효율성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공정성이 효율성을 보장 할 것인가.때로는 이 질문에 깊은 의문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 효율을 위해 공정성을 조금 희생할 수는 없을까?산업경영공학에는 OR(Operations Research) 또는 운용공학이라고 불리는 과목이 있다.시스템의 최적화를 위한 여러 가지 기법을 배우는 과목인데 여러 가지 기법 중에 ‘대기행렬 이론’(Queu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OR은 전체적으로 확정적 모델과 확률적 모델로 나누는데 대기행렬 이론은 확률적 모델에 속한다. 확률적인 상황에서 최적을 구하는 것이다. 즉 은행창구 같은 곳에서 무작위로 방문하는 고객들을 한 줄로 세울 것이진, 여러 줄로 세울 것인지 어느쪽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하는 이론이다.요즘 공공장소에 가면 ‘한 줄 서기’ 운동을 장려한다. 기차표를 살 때도 여러 개의 창구가 있어도 창구마다 줄을 서지 말고 한 줄로 서라는 의미이다.“왜 한 줄로 서는 것이 좋은가”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잠시 생각하다가 나오는 답은 “공정하니까”라는 답을 한다.훌륭한 답이다.여러 줄로 서면 늦게 온 사람도 줄만 잘 서면 먼저 표를 살 수 있는데 반하여 한 줄로 서면 적어도 뒤에 온 사람이 앞에 온 사람보다 먼저 표를 구입할 수는 절대로 없다.그런 의미에서 ‘한 줄 서기’는 확률적으로 공정성을 보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정성보다 더 중요한 한줄서기의 효과는 대기행렬에 있는 사람들의 대기시간의 합이 확률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이다.이는 수학적으로 간단히 증명 가능하다.맨 앞줄의 사람이 티켓구입에 시간을 많이 끄는 경우 한 줄 서기는 그 손님만 제외하고 다른 창구에서 빠른 순환을 할 수 있지만 여러 줄 서기에는 그 손님 뒤에 서 있는 사람들 모두의 대기시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이 예는 ‘공정과 효율성’은 서로 상관관계가 높다는 대표적인 예이다. 즉 시스템이 공정하게 돌아가면 효율도 올라간다는 것으로 OR에서 자주 인용되는 예이다.한국 건설 현장에 가면 ‘돌관공사’라는 말이 있다. 빠른 속도로 공사를 한다는 것인데 부실공사를 만드는 요인도 된다. 적당히 하면 효율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창피하게도 수백 명의 사망자를 만든 건물 다리 붕괴 등 대충주의에 의한 사고도 잦고, 이러한 공정을 해친 적당주의에 따라 세계적으로 교통사고율이 높다.공정과 효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신호등 없는 사거리의 차의 주행이다.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꼬리 잇기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다.한국에서는 신호등 없는 네거리에서 대부분 멈추지 않고 꼬리 잇기를 한다. 일견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사고가 여기서 많이 난다. 한국의 신호등 없는 사거리는 바닥에 하얀 페인트로 차 사고 표시를 한곳이 유난히 많다. 잘못된 교통질서 지키기와 함께 잘못된 신호체계도 문제다. 차량이 거의 없는 새벽에는 교차로의 신호등은 깜빡등으로 처리해야 하는데도 많은 경우 신호등이 방치돼 있어 빨간불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달리는 차를 흔히 볼 수 있다. 삼거리에서 마주 오는 차량에 우회전과 직진을 줄 때 내게는 직진을 줄 수 있는 데도 빨간불로 막는 예도 있다.일부 신호체계의 모순은 운전문화의 후진성에서 오는 경우도 있다.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비보호 좌회전’이 우리에게 일반화되지 못하는 것도 급하게 좌회전하는 ‘빨리빨리’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경적소리를 남발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선 거리에서 경적소리를 거의 듣기 어렵다고 한다.한국 교통문화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이러한 후진성이 공정성을 파괴하는‘적당주의’와 관련이 있고, 그런 적당주의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생각도 해봤다. 왜 미국은 과학, 의학 등 분야에서 노벨상을 300여 명도 넘게 받고 우리 한국은 한 명도 없는가? 그건 공정성을 해치는 적당주의를 거부하는 엄격한 제도 때문 아닐까?한국의 ‘적당주의’는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오래전 일어난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 태풍 매미 참사 같은 대형사고, 연구업적 부풀리기 같은 학계의 문제, 또 정교한 정책질문이 아닌 호통으로 일관하는 국회 청문회에 이르기까지 사회, 학계, 정치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그러한 공약에 공정성이 정밀히 검토되지 않고 표를 얻기 위한 것만이 기준이 된다.공정을 해치더라도 효율(득표)만 된다고 생각하면 공약을 발표한다. 그러나 유권자는 그렇게 가볍고 단순하지 않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공정성이 효율을 가져온다는 즉 공정한 정책이 득표를 가져 온다는 ‘대기행렬 이론’을 공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2-01-09

포항지진, 위기를 기회 만든 반전 드라마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출발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세계사에서 이보다 더 극적일 수가 없는 대반전의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16세기까지만 해도 바다를 지배하고 있는 유럽 최강대국 스페인의 위상에 눌려 해상 변방국에 불과했던 영국은 200년 후 비교가 되지 않는 절대 열세의 해군력으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침 시킨다.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절대 열세의 영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기동력과 기습공격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전술과 영국 최고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리더십을 말 한다. 전선으로 출격하는 군인들에게 ‘그대들은 나보다 더 훌륭한 리더를 만날 수 있어도 나보다 그대들을 더 사랑하는 리더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평생 미혼으로 보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연설은 단연 압권이다. 환호하는 영국해군의 사기는 하늘을 집어삼킬 듯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지난해 12월 초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 대책위원회 활동 시민보고회’가 열렸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에 포항에서 규모 5.4도의 대형지진이 발생했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강도는 5.4도였지만 진원지가 지표면 얕은 지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는데 모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고 대입 수능이 일주일 연기될 만큼 사상 초유의 국가 대재난 이었다. 이런 와중에 참으로 놀랍고도 희망적인 뉴스가 들려왔다.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공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세계적인 학술정보지인 미국의 ‘사이언스’에 게재한 두 교수의 용기 있는 발표는 2019년 3월 정부조사 연구단이 두 학자의 발표와 동일한 결론을 내림으로써 포항시민들에게 어둠속의 한줄기 빛과 같은 선물을 안겨주었다.정부조사단의 발표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포항 11. 15 ‘촉발지진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포항시를 대표하는 57개 사회단체에서 77명이 참여할 만큼 메머드 급 규모였다. 이날의 시민 보고대회는 위원회가 걸어온 2년여의 험난한 여정과 눈부신 활동으로 가득 채워 졌다. 어쩌면 지방자치 시대의 관, 학이 서포트(Support)하고 민(民)이 주도하는 단체의 성공한 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경이로운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범시민 대책위원회는 대 시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촉발지진을 일으킨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국회, 산자부, 청와대로 보폭을 넓히며 지진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였다.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하자 여야당사 항의집회와 2019년 10월에는 총 3천여명의 시민들이 청와대 상경집회를 통해 그해 연말 드디어 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잘 아는 바처럼 촉발지진 범시민 대책기구는 4인의 공동체제로 출발한 그대로 마무리하고 있다. 포항사랑과 책임감으로 다져진 이들 4명의 리더십도 주목할 만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조직의 균열이나 잡음하나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완벽한 찰떡공조를 이룩해낸 열정어린 노력은 포항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세상에 그저 되는 부자는 없듯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기회보다는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기회가 훨씬 소중한 것이다. 좌절과 시련은 괴롭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것이기도 하다.세계 역사에는 국가나 개인도 예외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2세기 세계최강 마케도니아 제국의 건설은 5만의 군사로 40만 다리우스 황제의 페르시아 대군을 궤멸시키는 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한고조 유방도 항우에게 쫓겨 간 파촉 지방에서 와신상담하며 통일제국 한나라를 건국하였다. 개인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일리노이 주의원을 시작으로 부통령, 상원의원 등 7번의 선거에서 낙선한 링컨은 실패를 교훈삼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다.정약용의 생애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그는 유배지에서 독서와 저술에 온 힘을 기울여 목민심서, 경세유표 같은 역사에 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을 쏟아냈다. 유배지에서 자책과 울분으로 세월을 보냈다면 결코 해 낼 수 없는 업적이다.포항에는 철강도시 이후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의료, 관광분야를 망라한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야하는 막중한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아무리 깊어도 세월이 지나면 아물지 않는 상처는 없다.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친환경적인 정책을 실천하는 유산을 물려준다면 포항지진의 아픔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포항시민인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주지하는 바와 같이 새해는 검은 호랑이 해다. 숲을 지배하는 흑호는 뛰어난 리더십과 열정, 용맹함을 자랑한다. 포항의 지도자, 시민이 하나가 되어 호랑이의 기운을 듬뿍 받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더불어 51만 포항시민에게 전화위복, 부위정경의 반전의 드라마를 쓴 지진대책 위원회의 노고에 진심어린 신뢰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2022-01-09

새해 결심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2022년 새해가 밝았다.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변한 것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020년 1월 20일 이후 햇수로 3년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절망) 등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우울, 분노, 절망이 깊을수록 희망을 심어야 한다.올해 말에 코로나19가 종식 될 것인지는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코로나19는 언젠가는 끝이 난다”, “어떠한 감염병도 끝나지 않았던 역사는 없다” 등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이다.우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일상 멈춤 속의 비관적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합리적 낙관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으로 더 나아가 희망을 맞이하기 위해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많은 사람이 새해가 되면 새로운 새해 결심을 하곤 한다.그러나 코로나19로 일상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는 세 번째 해인 2022년 새해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새해 결심을 하곤 하는 관행도 예년 같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새해 결심을 했으면 좋겠다. 왜 희망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그 희망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자문하고, 한 해를 출발했으면 한다.미국 예일대의 연구에 의하면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목표가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았던 사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물론 새해 결심의 부작용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새해 결심을 하는 것이 새해 결심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이야기이다.오늘은 새해 결심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2가지 제언만 하려 한다. 첫째로 ‘새해 결심은 목표가 비현실적이고 너무 높은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작은 목표로 시작하라’는 것이다.성경 욥기 8장7절에 ‘네 시작은 미약하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나온다, 작게 시작하라. 그러면 나중에 심히 창대해진다. 영화 ‘쇼탱크 탈출’에서도 주인공은 억울한 옥살이를 하면서 탈출 계획을 세운다. 교도소라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매일 숟가락으로 벽을 파내며 희망을 잃지 않았고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인생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두 번째로 ‘미루지 말고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새해 결심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일단 시작해야 한다.그런데 우리는 시작하지 않고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캘거리대 피어스 스틸 교수가 2만4천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가끔씩이라도 ‘미루기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5%였다라고 한다. 그럼에도 항상 일을 미룬다면, 아무 성과가 없을 것이다.일을 미루지 않고 일을 당장 시작하는 해결 솔루션으로 ‘5분 규칙(five-minute rule)’을 제안한다. ‘무언가하기 싫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당장 시작하고 적어도 5분 동안만 해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신은 결국 그 일 전체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간단해 보이는 ‘5분 규칙’이 의외로 잘 먹히는 이유를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이 제시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로 설명해 보겠다.그녀는 식당 웨이터가 많은 주문을 동시에 받아도 그 내용을 모두 기억했지만, 계산이 완료된 후에는 주문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이해 보여 연구를 시작하다가 ‘미완성 효과’라고 불리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발견했다.‘자이가르닉 효과’는 완료한 일보다 완료하지 않은 일을 기억하는 심리적인 현상이다. 일단 시작했지만, 끝마치지 못하거나 완성되지 못한 일은 마음속에 계속 떠오른다. 그래서 결국 그 일을 다 하게 되는 것으로 다시 말해 부담스럽지 않는 5분으로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그 일은 미완의 효과인 ‘자이가르닉 효과’를 발휘해 결국에는 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은행가이며 실업가로 유명한 ‘로스차일드’는 ‘많은 일을 하고자 하면 지금 당장 한 가지 일을 시작하라’고 했는데, 핵심을 찌르는 명언이다.로스차일드는 유태인이었기에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며 자랐다. 그래서 늘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이 돼 남들이 자신을 얕잡아 보지 못하도록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할까 생각한 끝에 은행을 만들기로 결심을 했다. 당장 유태인이 모여 사는 작은 거리에서 은행을 시작한 것이 그의 꿈, 그의 목표대로 세계적인 은행으로 성장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고 한다.로스차일드의 예처럼, 새해 결심이든 자신이 원하는 꿈과 목표이든, 그 일을 미루지 말고 당장 작은 하나부터 실천해간다면 우리는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결심, 꿈,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22-01-04

안전속도 5030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도심을 차로 이동하다보면 제한속도가 많이 달라져 있고 차들이 느리게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 변화가 우리의 삶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안전속도 5030’은 지난해 4월 17일부터 도로교통법을 개정으로 시행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교통정책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30㎞/h, 도로폭이 넓은 간선도로는 50㎞/h가 적용된다.안전속도 5030정책은 2016년부터 서울 및 부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됐고, 2019년 4월부터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치고 2021년 4월 17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되고 있다.국토부에서는 시행 100일 후 안전속도 5030 적용 후 교통사고 통계를 발표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0년 대비 12.6% 감소한 317명, 보행자 사망자는 16.7% 감소한 137명으로 조사됐다. 안전속도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비해 2.7배의 큰 폭으로 감소했다.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보행자 충돌실험에 의하면 사람이 60㎞/h 자동차와 충돌 시 10명 중 9명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르고, 시속 50㎞/h 자동차와 충돌하게 되면 10명 중 5명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즉, 충돌속도가 시속 60㎞에서 30㎞로 50% 낮아지면 중상가능성은 83.4%(92.6%→15.4%, 77.2%p) 줄어든다. 이유는 속도를 50㎞/h로 줄일 경우 제동 거리가 30%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속 60㎞를 50㎞로 줄일 때 보행사망가능성이 3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으며 50㎞/h로 주행하는 경우 60㎞/h 주행에 비해 시간 차이는 평균 2분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사고의 대다수가 차 대 사람의 사고이고 그중 사망사고가 36.7%로, 프랑스 11.6%, 미국 12.1%, 독일 14.2%나 높은 수치이다. 이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유럽교통안전 선진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차량속도를 일반도로 50㎞, 이면도로 30㎞로 제한하고 있고, OECD 3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사람들 가운데 안전속도 5030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으며 교통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영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 다변화된 도로 환경을 배제하고 감속이 사고율을 낮춘다는 방법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도로환경에 맞는 교통안전시설을 추가와 보강도 반드시 필요하다. 바닥형 보행신호등, 중앙분리대 설치, 스마트안전봉 설치 등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보완을 통해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일명 민식이 법이라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규제가 나올 때도 운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였다. 또한 이러한 법을 악용하거나, ‘민식이 놀이’가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났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들이 가지고 오는 효과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법의 취지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강력한 스쿨존 보호가 시행되고 있으며 안전속도정책은 일상생활이 되어 있다.그동안 운전자 입장에서 익숙했던 교통정책들이 보행자 위주의 정책으로 바뀌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때이다. 보행자도 약자임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도로와 교통법을 제대로 알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어야 한다.독일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자전거 면허’가 있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교통법규에 대해 배우면서 보행자 보호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보행자보호와 안전한 교통법규에 대해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자를 보호하고, 교통의 흐름에 맞는 운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느리지만 안전하게 운전하면 초보운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운행하면 끼어들기, 경적 울리기 등을 통해 운전자를 위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우리는 그동안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왔다.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빨리 성과를 이루고, 서두르는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우리의 삶이다. 이러한 문화로 사람보다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에 익숙해져 있었고 경제성장이 만능인양 숨 가쁘게 달려온 치열한 기성세대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다.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생명이 존중받을 때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이 높아지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2-01-04

울릉도·독도에 출어한 제주 해녀 이야기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복지회관 한 켠에 ‘울릉도 출어 부인 기념비’라는 비석이 자리 잡고 있다. 비석에는 협재리 대한부인회가 1956년에 설립했나느 내용과 함께 뒷면에 30여명의 해녀 이름이 빼곡이 적혀있다. 1950년대 울릉도와 독도에 출어 했던 제주 한림읍 협재 해녀들의 이름이다.제주 해녀들은 왜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출어했을까? 제주도와 한라일보가 공동 발간한 제주 출향 해녀 발취를 기록한 ‘저 바당에 그리움의 세월을 묻다’라는 책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독도 화포채취 작업 시상식 기념’‘대한상무회 울릉군 연합분회’라는 글귀와 함께 1964년 7월 19일 날짜가 새겨져 있다. 독도 어업사에서 중요한 사진이다. 화포는 미역을 말한다.지난달 25일 울릉문화유산지킴이 50차 모임에서 ‘울릉도·독도 해녀이야기’라는 주제의 분임조 발표가 있었다. 울릉도에서 열린 그리고 울릉주민에 의한 첫 해녀 재조명 자리이었다.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독도에 출어한 협재리의 김공자 해녀의 생동감 있는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울릉도 도동에 거주하는 제주 출신 해녀들 몇 분을 인터뷰하는 등 현장감 높은 발표였다. 김공자 해녀는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제주 해녀 30여명을 모집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로 물질을 갔다고 증언했다. 또한 1952년에는 한국산악회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단이 제주 해녀 10여명을 조사목적으로 고용해 활동했다는 기록도 있다.한 번에 30~40명의 해녀들이 1950~60년대 당시에 어떻게 독도에서 생활했을까? 해녀들의 증언에 따르면 서도에 지하수가 샘솟는 큰 동굴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바로 독도 서도 북서쪽에 위치한 독도에서 유일하게 지하수가 산출되는 물골을 말한다.제주 해녀들은 이곳 물골에서 생활하며 식수를 얻으며 한 번에 많게는 몇 달간의 독도 생활을 이어갔다. 또한 물골의 샘을 지키는 신에 대한 감사 표시로 제를 지내기도 했으며, 물골에 있는 동자석 모양의 산신에 제를 지내는 등 물골의 존재를 소중히 여겼다 전한다.제주 해녀들의 독도 출어는 독도 첫 주민 최종덕을 만나면서 보다 활발해진다. 울릉도 도동어촌계와 독도 어장권을 계약한 최종덕은 1964년부터 김공자, 고순자 등 제주 해녀들을 고용해 독도에서 수개월간 상주하며 어업활동을 이어갔다.최종덕은 제주 해녀들과 함께 1966년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물골을 정비하고, 현재의 서도 주민숙소 자리에 어민보호소를 신축하기도 했다.제주 출향 해녀들은 독도에서 어업활동에만 종사한 것이 아니라 1960~1980년대 당시의 열악한 독도경비 활동 및 독도 행정 강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물골 계단 정비공사, 독도경비대 삭도 공사 등 각종 독도 시설정비공사에 참여하였으며, 특히 제주 한림 출신의 고 김화순 해녀는 1982년 독도경비 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순직한 독도경비대원 시신 인양공로로 울릉경찰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해녀들의 독도에서 물질 한 회 한 회가 삶의 터전으로써 독도를 지키는 행위 그 자체였다.독도 주민 김성도(1940~2018)씨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독도 주민 김신열씨 또한 제주 한림 출신 해녀이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크고 작은 부속도서로 구성되어 있다. 89개의 부속도서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바위가 바로 동도 남쪽에 위치한 해녀 바위이다. 제주 출향 해녀들의 독도에서 고단한 삶이 그나마 남아 있는 흔적이다.김공자 해녀와 울릉도 도동에 거주하시는 한영숙 해녀는 독도에서 바다사자(강치)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김공자 해녀가 바다사자를 안고 있는 사진은 독도 어업사에서 중요한 기록의 한 장면이다. 울릉도 행정중심지인 도동에는 몇 해 전부터 강치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강치 거리에 해녀들의 이야기를 불어 넣을 필요가 있다. 울릉도 도동은 저동항이 아직 발달하기 전 독도로 출어하는 해녀들의 대합실이었다. 제주 출향 해녀들은 아직도 1960~70년대 도동의 거리를 기억하고 있다.한편으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해녀문화와 울릉도·독도와의 다양한 교류활동도 필요하다. 울릉군 도동읍과 제주 한림읍간의 마을 교류 사업도 생각해 봄직하다. 협재리 복지회관 한 켠에 세워진 기념비에 설명문 하나 없는 것도 아쉽다. 현재 울릉도에는 제주 출신 해녀를 포함한 10여명의 나잠어업 종사자가 있다. 이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고려하여 다양한 지원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온 몸으로 울릉도·독도 바다를 지켜온 분들이다.또한 독도 출향 해녀들의 활동을 포함한 체계적인 ‘독도 어업 활동사’ 기록화 작업이 필요하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2022년 상반기 독도전용소형조사선 독도누리호 취항을 계기로 지역 어촌계와 협력해 독도 연안 해양수산자원 관리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2021-12-26

갱년기 여성을 위한 맞춤형 운동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국내외 연구들에 의하면 운동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많은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이 다양한 만성적인 질병의 예방에 효과가 있고, 건강한 삶에 있어서 필수 요소라는 의견도 있다. 갱년기 여성들이 겪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특정 형태의 운동에 의해 치료할 수 있고,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에서 갱년기 증상이나 문제가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골다공증, 비만과 혈관의 탄력성 저하로 심혈관계 질환에 잘 걸리고, 심리적으로는 고독감과 우울증에도 곧잘 시달린다. 다수의 국내외 연구에서 갱년기 여성이 활발히 운동하면 열성 홍조, 불면증과 통증에 개선 효과가 있으며,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불안, 초조감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그런데 너무 지나친 신체적 활동은 열성 홍조와 다른 혈관운동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너무 강도 높은 운동은 근골격계와 관절의 부상과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여 개인별 운동처방과 적절한 감독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맞춤형 운동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는 대목이다.대표적인 증상인 열성 홍조(안면홍조)는 폐경 초기 여성들에게 혈관운동 장애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되풀이되거나 그 정도가 심할 경우 만성 수면장애, 피로가 나타나며 이에 따라 짜증, 기분의 변화, 집중곤란과 행동장애를 가져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신체 활동은 여성의 심혈관계 질환을 감소시키고 걷기 등 경량 운동은 매우 유익한 효과가 있으며 자신의 건강과 체력 상태를 고려한 운동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향상시킨다.특히 주 3회, 8주 이상, 중강도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여성은 운동습관이 없는 여성보다 열성 홍조의 발생빈도가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운동을 통해 시상하부의 β-엔도르핀(beta-Endorphin) 분비를 증가시켜 온도조절 중추를 안정시켰기 때문에 운동이 체온조절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 수 있다.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결핍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며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복부에 지방을 축적시키는데, 이는 심혈관 및 관상동맥 질환의 발병위험을 초래하여 건강증진 및 유지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적절한 신체적 활동과 운동은 내장지방, 피하지방을 줄이고 최대산소섭취량, 탄수화물대사, 혈중지질, 혈압 등을 개선시키고 혈관 내막과 지질 기능을 향상시켜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낮춘다.특히 유연성운동, 저항운동, 유산소운동을 조합해서 하는 복합운동 프로그램에서 열성 홍조 69%, 수면 46%, 통증 46%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으며, 혈관운동 장애, 심리적 장애, 복부 불쾌감, 피로 등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폐경 전후로 여성은 남성보다 일찍 근육량과 근력의 손실이 빠르게 진행된다. 근육의 손실로 인해 근력이 약화되는데, 특히 50~60대에 15% 정도의 근육 손실이 발생한다. 이같이 여성의 노화에 의한 빠른 근육조직과 기능 저하는 골절과 낙상 위험을 높인다.갱년기 여성에서 규칙적으로 맨몸운동 등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근력의 손실을 방지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는 더욱 커진다.특히 주 2~3회 이상 ‘앉았다 일어서기’, ‘팔굽혀펴기’ 등 맨몸운동은 근육량 증가와 근신경계 기능을 증진시키므로 골절의 위험을 낮추고 낙상에 의한 대퇴골절의 발생 빈도 또한 줄여주는 것으로 많은 연구의 결과들이 밝히고 있다.갱년기 여성들은 골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관절질환, 요통, 당뇨,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질환을 함께 가질 수 있고 호흡, 순환계를 비롯하여 피로회복 저하 등 생리기능 측면에서도 예비력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운동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배제하고, 건강 및 체력을 적절하게 향상시키는 방법과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운동처방 전에는 의학적 검사를 통해 신체의 이상이나 질병의 유무 등 건강도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고정식 자전거, 실내조정(Rowing Ergometer) 등 측정이 가능한 운동기기로 순환계나 근육과 관절에 부하를 가하여 산소섭취량, 심박수 등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체력 및 운동부하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같이 맞춤형 운동은 적절한 검사항목을 선택하고 해석하여 그에 맞는 운동의 강도와 빈도 그리고 기간과 유형이 주어질 때 효과가 더욱 커진다.사람은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서 불편함이 생긴다면 그저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최근 메타분석 연구에서 여성의 대략 60%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체요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전문적인 진료와 치료, 그리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맞춤형 운동을 통해 갱년기 여성들이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켜 나갔으면 한다.

2021-12-26

갓생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갓생’이라는 신조어가 청년들 사이에 인기다. ‘갓생’은 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말이다. 소소하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혼자지내며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 일상에서 좋은 생활습관을 실천하면서 작게나마 성취감을 느끼는 삶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자는 것이 ‘갓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바탕이다.그 실천 조항들을 살펴보면 일어나자마자 이불과 커튼 정리하기, 하루 물 다섯 컵 마시기, 하루 10분 이상 걸으며 바람과 함께 나무 읽기, 밥 먹고 바로 눕지 않기, 혼자 먹어도 예쁜 접시에 담아 식사하기, 내 방 꾸미기, 월급 모아서 명품 플렉스 하기, 자신을 돌아보며 한두 줄이라도 일기쓰기, 팬티 바르게 개기 등, 자기 자신을 돌보며 자기에게 좋은 것을 선물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이 ‘갓생’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갓생러’들은 해이해지기 쉬운 일상을 서로 점검 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자유로워지려면 반드시 욕망을 제어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 용기는 항우처럼 압도적인 용기가 아니라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실에 집중하면서 성실한 생활을 하는 정도의 용기만으로 가능하다. 용기는 혼자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내 삶이 응원받을 때 생기는 게 용기다.그러한 것을 잘 아는 ‘갓생러’들은 계획한 것을 마칠 때마다 종이에 스티커를 붙이는 습관추적기(해빗 트레커)양식을 통해 기록하고, 자기관리 앱을 이용해 일과를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한다. ‘갓생러’들에게 목표를 달성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앱 ‘챌린저스’와 하루의 할 일을 설정하고 친구들과 공유한 다음 서로 응원을 남길 수 있는 ‘투두 메이커’ 등이 인기라고 한다.코로나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일상이 불안하고,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가 주는 불확실함에 주눅 들고, 지속가능한 것이라고는 없는 불한당 같은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는 더욱 더 공동체의 응원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갓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서로 응원하며 용기를 낸 MZ세대는 얼마나 대단한가.이러한 ‘갓생러’들에게 세상을 바꾸기보다 순응하는 쪽을 택한 것 아니냐는 기성세대들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 청년들이 살아가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세상은 민주주의를 위해 군부독재와 싸운 세대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피땀을 흘린 세대들이 만든 세상 아닌가. 누가 떳떳할 수 있을까?오히려 그들의 ‘갓생 실천조항’에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지구와 공생의 삶을 살아가는 목록이 추가됐으면 좋겠다.예를 들면 내가 먹는 한 끼의 식사가 더 우아해 지려면 예쁜 접시도 필요하지만 내가 한 끼를 먹을 때 기후변화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가를 알 수 있는 ‘기후변화 식품계산기’를 사용하여 서로 ‘지구를 위한 식탁 차리기’를 점검해 주는 것도 실천 항목에 추가했으면 한다. 지금은 아직 필 때가 아닌데 피어있는 꽃을 발견하면 ‘불시개화 앱’을 만들어 자신이 사는 골목의 기후재앙의 지표들도 공유하고 대안을 찾아나가는 등 생태적인 삶의 구체적인 실천방식도 목록에 추가됐으면 좋겠다.나에게 좋은 것을 주는 만큼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들에게도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갓생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이만하면 기성세대에서도 ‘갓생러’들이 생겨나도 좋지 않을까?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460억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동생을 고아원에서 빼내오는데, 엄마 가게를 차려주는데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고전 평론가 고미숙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은 돈을 벌어왔다고 어느 부모, 어느 가족이 좋아할까? 마지막승자인 주인공의 표정이 행복해보이던가?”차라리 ‘갓생’이 훨씬 멋지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고, 밥 한 끼를 먹어도 지구와 함께 공생하는 실천을 하는 삶이 더 행복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따돌림사회연구모임 우정팀은 ‘자기우정’이라는 책에서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고 했다. 함부로 대한 자기 자신에게 사과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자기우정’을 발휘하는 것이 ‘갓생’의 시작이다.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물리적 거리두기의 한계를 넘어서 이런 일상을 응원하는 툴을 만들고 사람사이의 연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디지털 기술을 이용할 줄 아는 MZ세대의 ‘갓생’을 응원한다. 개개인이 고립되지 않고 새로운 삶의 희망을 일궈가도록 서로 응원하며 팬데믹의 시대에도 개인과 공동체의 ‘명랑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MZ세대에게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생활자립, 경제적 자립, 정신적 자립, 성적 자립과 함께 생태적 자립을 자신의 일상생활로 만들자는 ‘갓생러’들을 응원한다. ‘갓생러’들이여, 언제나 너희가 옳다.

2021-12-19

지방의회와 계급제공무원

김휘태 전 안동시 풍천면장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다음달 13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정책역량 강화 등을 위해 의회 직원의 인사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또 지방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정책지원관)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하지만, 현직공무원들이 지방의회 근무를 기피하고 있어 시작부터 인사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직규모가 적어서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규채용에서도 현직공무원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따지고 보면 이런 지방의회 인사난맥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비단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규모가 적은 조직은 공무원계급이 낮아서 승진기회가 적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중앙부처의 과장은 3급이고, 시도의 과장은 4급이며, 시군구의 과장은 5급이다. 거기다가 5급 이상 간부 분포비율도 조직 규모에 비례하여 지방의회는 적게 되어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이러한 계급제공무원으로 수직행정을 해오다 보니까, 인사적체로 사기와 능률이 떨어지고 복잡한 전문행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진작 계급제공무원을 직위분류제공무원으로 전환하였다. 직위분류제는 계급 없이 직무에 따라 공무원의 직위와 보수를 주는 전문공무원제도이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처럼 21세기에는 직위분류제 전문공무원으로 임명을 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문행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나, 아직도 전시동원체제나 새마을운동시대 같은 획일적이고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급제공무원을 임명하다보니, 업무능률도 떨어지지만 승진도 어려워 기피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지방의회 인사난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광역시도의회는 승진이 유리하여 현직공무원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으나, 기초시군구의회는 고작 사무관자리 2~3개로 승진이 어려워 지원을 꺼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향후 신규공무원 채용에서도 난항이 예상되므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본문의 제목부터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상반되는 계급제공무원을 드러낸 의도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제도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계급제는 순환경력에 의한 승진으로 대우를 받지만, 직위분류제는 장기간 전문경력에 의한 직무로 대우를 받으므로, 소규모의 지방의회는 직위분류제공무원이 적합하다.그렇다면, 지금 당장 지원이 부족한 지방의회 정원은 일단 기존 집행부의 순환근무 형식으로 파견배치하고, 향후에 지방의회 전문인력 충원 시에 원대복귀 시키는 절충안을 마련하던지, 아니면, 전부 신규채용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부의 신규채용이라도 행정경력직으로 채용한다면, 그만큼 업무공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이번에 전국적인 지방의회 인사문제를 계기로, 대한민국공무원 인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직위분류제로 전환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전부터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다. 1980년대에 5급에서 9급까지 세분하고 직렬도 대폭 늘려서 직위분류제로 전환하는 준비를 하였으나, 정권교체에 따라 일관성 없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이다. 무려 2천년 전에 중국의 진시황은 개방형 단일공무원제도로 광활한 대륙을 통일하였다. 중국대륙 어디서나, 공무원의 자유의사에 따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여 누구나 고관대작이 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인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산등선으로 마차가 달리는 대로를 개발하는 등 획기적인 국가발전을 이루어 강력한 진나라를 탄생시켰던 것이다.그로부터 2천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공무원 체계는 어떤가? 국가직·지방직·광역·기초 등 기관단체별로 각각 다른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고, 계층도 9급·7급·5급(고시)·특채 등으로 사분오열 돼 있어서 국가를 통합적으로 관리ㆍ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의아스럽다. 동맥에서 모세혈관까지 하나로 맥박하는 신체를 비교해 봐도 걱정스럽다. 또한, 같은 전문직이라도 기관, 단체, 지역, 계층별로 신분이 다르므로 적재적소에 따른 수평이동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탁상에서 기획하고, 광역단체 공무원들은 전달이나 하고, 기초단체 공무원들은 집행만 하면 된다고 항변하는 수직행정을, 21C의 4차 산업혁명과 생명우주과학시대에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어느 나라나 공무원에 관심이 깊은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공무원이 국가를 관리·운영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주마가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지방의회의 전문직공무원은 시민의 편에서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원의 역할을 보좌하고, 때로는 그 역할을 대신하는 지방자치의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2021-12-19

내로남불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무수히 많다. 예를 들면, 시험공부 할 때 저녁에 공부하지 않고 자면서 어머니에게 아침에 공부할 테니 일찍 깨워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그런데 어머니가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깨워도 깨지 않고 계속 자다가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일찍 깨워주지 않아서”라며 어머니 탓을 한다.평소에는 부하 직원의 보고서를 보거나 감독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던 상사가 사장에게 꾸중을 듣고 나면 부하 직원을 탓하며 난리를 친다.또 매사를 남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심한 곳이 정치권이다. 정치인은 어떤 불미한 사건에 연루되면 하나같이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말한다.만에 하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되어 유감”이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사과하거나 반성은 하지 않고 서로 남 탓하기 바쁘다. 오죽하면, 올해 4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뜻의 ‘내로남불(Naeronambul)’이 등장했겠는가. 자신한테 관대하고 남한테는 엄격하다. 이중성의 극치이다.이렇듯, 사람은 대개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다. 왜 사람은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려 하는 것일까? 인간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갈등이 있으면 내적으로 긴장하고 불안을 느낀다. 불안과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 뇌는 여러 심리적 대응책을 작동시키게 된다. 이를 ‘방어기제’라고 한다. 남 탓을 하는 것은 정신의학으로는 갈등이나 내외적인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이렇게 남 탓하는 방어기제를 ‘투사(projection)’라고 한다. 영사기를 통해서 나오는 스크린의 영상을 보고 그것이 영사기가 아닌 스크린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데서 나온 용어이다. 투사는 자신의 용납할 수 없는 감정이나 생각 등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 자신의 불안감, 책임감, 죄책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아의 의도이다.그러나 문제는 투사가 부적절하게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신병적 증상 중에는 환자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이라는 증상이 있다. 실제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투사되어, 바로 그 사람이 자신을 미워해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그 사람의 잘못이므로 그 사람이 변해야한다”고 항변한다. 물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탓해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내 인생에서 잘못된 모든 것을 남 탓으로 규정한다면, 남이 바뀌기 전에는 내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자기 주체적 삶’이 아니다.정치의 경우, 자기반성 없이 남 탓만 하는 정치는 절망이고 자기반성에 투철한 정치는 희망이다. 우리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든 정치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올바른 정치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이 정치 때문에 불편하다.‘내로남불’의 풍토가 고쳐지지 않으면 희망의 정치는 없다. 어떤 정치를 선택할 것인가는 국민들의 권리이자 책임이다. 희망의 정치가 없다면 희망의 대한민국은 없다.논어나 맹자에도 “소인은 무엇이 잘못되면 남을 원망하고 심지어 하늘까지 원망하는데, 군자는 우선 자기에게 잘못이 없나 반성해보고 잘못이 없을 때 비로소 외부를 검토한다”고 돼 있다.요즘은 자기반성보다는 남 탓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불가에서 깨달음의 핵심은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 즉 ‘바깥 모양을 취하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비춰라’는 데 있다.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으면 바깥모양(外相), 다시 말해 남을 탓하지 말고 자심반조,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보라는 뜻이다.사실 정신치료도 자기 문제를 남이나 외부로 투사하고 있는 것을 깨우쳐 자심반조 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석가의 깨달음처럼 바로 이 투사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힘겨워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진료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 때문에, 부모 때문에, 자녀 때문에, 상사 때문에, 동료나 친구 때문에, 부하직원 때문에, 자신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한다. 비록 타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다 하더라도 그 원인을 오롯이 남 탓으로 돌린다면, 그것은 ‘타인 의존적 삶’이다. ‘자기 주체적 삶’은 자심반조하고 투사를 없애는 것이다.나는 우리가 남 탓하지 않는 자기 주체적 삶을 통해, 우리 정치도 남 탓하지 않는 희망의 정치를 통해 오늘보다 더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소망한다.

2021-12-05

무릎 관절질환, 운동이 약이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우리나라 50대 이상 성인의 절반이 앓고 있다는 관절염은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미래에 발병이 염려되는 질환이다. 관절염은 60세 이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손꼽히는데, 우리 주변에서도 무릎 통증으로 재대로 걷지 못하거나 아침저녁으로 관절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관절이 불편하거나 통증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곧 나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의 경우 나이가 들어 생기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특히 무릎 관절질환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통증이 극심해져야 병원을 찾는다. 연골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손상되어도 통증을 느낄 수 없고, 혈관이 없어 스스로 자가 재생과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관절염은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체의 고통에다 우울증 등 2차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치료를 통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과 신체활동력을 개선하는 것은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노화는 다리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가 들면서 다리 근육은 급속히 약해진다. 60세 때 팔꿈치를 굽히는 힘은 평균 67%, 70세가 되면 60%로 낮아진다. 그런데 무릎을 쭉 펴는 힘은 60세에 55%, 70세에는 절반 이하인 40%가 된다. 고관절을 구부리는 힘도 60세에 60%, 70세에는 40%로 떨어진다.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상체에 비해 하체의 근력 저하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체 근력이 약해지면 무릎이 쉽게 손상되고 생각처럼 잘 걸을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평생 동안 자신의 다리로 마음대로 걷기 위해서는 운동으로 하반신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평일에 운동을 하지 않다가 주말에 몰아서 하고 나면 무릎에서 걸리는 소리가 나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고, 가끔 조깅을 할 때에도 어느 동작에서는 무릎 속이 바늘로 찌르듯 아프다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일 가능성이 높다.반월상 연골판은 비틀림 방지와 충격 흡수를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연골판이 약간 찢어진 것을 의심할 수 있다. 일단은 병원에서 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운동가능 여부, 시기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릎 꿇기 자세나 점핑동작, 구기운동은 연골판 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체중을 싣지 않은 운동이 바람직한데, 실내 자전거타기, 미니 스쿼트 등 간단한 대퇴 근력운동과 운동 전후에 허벅지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위축을 예방하는 운동처방이 권장된다.평소 운동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언제부터인가 무릎에 물이 차더니 점점 차는 횟수가 잦다면 십자인대의 부분파열이나 반월상 연골판 손상, 연골염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통해 받아야겠지만 이런 증상이 있을 때에도 반드시 운동재활은 해야 한다.무릎통증이 동반할 경우 우선 통증 부위에 매일 2회, 20분씩 얼음찜질이 필요하다. 무릎, 아킬레스, 햄스트링 스트레칭 등 유연성운동과 눕거나 의자에 앉아 ‘무릎 펴고 다리 들기’, ‘무릎 밑 베개 짜기’, ‘무릎 사이 베개 짜기’ 등 근력운동이 효과적이다. 런닝, 등산, 구기 종목은 일단 피하고 통증이 없어지면 걷기부터 시작하여 운동 시간, 운동 강도 등 운동량을 점차적으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출산 이후 앉았다가 일어서려고 하면 무릎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 지난 후에야 일어날 수 있다면, 체중과다로 인한 관절염 초기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체중과다와 근력저하로 인하여 관절주변 구조물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왔으며, 그로 인한 관절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이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감량을 하는 것이 적절한 처방일 것이다.운동방법은 대퇴전후부 스트레칭 등 유연성운동과 걷기,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과 계단오르내리기, 미니 스쿼트 등 근력운동을 조합해서 하는 복합운동이 적합하다. 운동시간은 최소 50분부터 최대 2시간까지 점차적으로 증가시키고, 운동빈도는 주 3회부터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5회로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나이를 먹었다고 운동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약자나 고령자의 경우 다리와 허리를 다치지 않도록 바닥에 눕거나 의자에 앉아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지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반신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실시하면 틀림없이 근력이 향상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요즘처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김장철이 되면 무릎 관절질환이 급증하게 된다. 무릎 관절질환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관리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된 생활습관,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무릎관절의 변형은 통증의 원인이 되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근육을 잘 단련하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2021-11-28

포항과 세계 최고 철강사

김유복전 포항뿌리회 회장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제36차 글로벌 철강전략회의(Steel Sucess Strategies)에서 글로벌 철강전문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나믹스(WSD)가 발표한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평가 결과, 대한민국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뽑혔다는 내용이 국내 언론사의 주요 기사로 보도됐다. 12년 연속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보도에 의하면 포스코는 고부가가치제품, 가공비용, 기술혁신, 인적역량, 신성장사업, 투자환경, 국가위험요소 등 7개 항목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2018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래 강조해온 미래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 시재확보, 부채비율 감소 활동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항목 또한 만점을 기록하며 8.54점(10점 만점)으로 종합 1위를 했다.1999년 설립된 WSD는 매년 전 세계 주요 35개 철강사들을 대상으로 23개 항목을 평가하고 이를 종합한 경쟁력 순위를 발표해 오고 있다. 이 순위는 글로벌 주요 철강사들의 경영 실적과 향후 발전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참고지표가 된다. WSD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를 선정하며 포스코의 실적 회복,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변신, 세계 철강업계 탄소중립 추진 리더십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포스코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철강 수요산업 침체로 유례없는 경영위기를 겪었으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0조 6천억 원, 영업이익 3조 1천억 원을 기록하며 1968년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포스코는 올해 친환경 철강 제품 판매 강화, 이차전지소재 및 수소사업 확대 등 친환경 소재 전문 메이커로 사업구조를 전환해 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철강업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논의하는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성공적으로 주최하는 등 세계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협력 방안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이렇듯 포스코의 괄목할 만한 성장 기저(基底)에는 CEO를 비롯한 전임직원들의 열정적인 헌신과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직원들의 헌신, 노력뿐만 아니라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창업정신과 함께 53년의 긴 세월동안 굳건한 믿음으로 상생해 온 지역사회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포스코가 세계최고 철강사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우리 지역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했음은 사실이다. 조국근대화를 이룩하는 산업화의 일등 공신인 포스코가 철강산업을 일구어 온 역사와 함께 포항의 역사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50만 대도시 면모를 갖춰 온 것은 틀림이 없다. 12년 연속 세계 최고 철강사로 선정된 포스코의 영광에 박수를 보내며 반세기의 역사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발전하기를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세계최고 철강사를 둔 포항도 그에 못지않은 도시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지난 18일 포항 환호공원에 333m 하늘길을 걷는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가 준공식을 가졌다. 2019년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 포스코가 117억 원을 기부해 만들어진 국내 최초. 최대 체험형 조형물이 철강도시 포항의 랜드마크로 멋진 경관을 자랑하며 시민들에게 공개됐다.‘클라우드(Cloud, 구름)’라는 작품명으로 세계적 작가의 설계로 건립된 ‘스페이스 워크’가 포항과 포스코 상생의 상징으로 길이 남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 고맙다. 포항이 세계 최고 철강사 포스코와 함께 최고 도시가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곳곳에 느껴지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살아나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지역경제가 어젯밤 영일만을 훤히 밝힌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불꽃처럼 찬연히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포스코가 기업시민의 기치를 높이 내걸고 ‘With Posco’, ‘With Pohang’으로 함께하며 세계 최고 철강사의 영예를 포항시민과 공유해 포항이 더욱 살기 좋고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한편으로 세계 최고 철강사를 가진 포항은 철강산업의 굳건한 바탕위에 수소, 이차전지, 바이오, 의료산업, AI 등 첨단산업을 융합하여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역량을 결집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도 경북도와 포스텍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렇듯 포항과 포스코가 동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시민들과 하나 되는 협력정신이 세계 최고 철강사와 최고 도시가 가져야 할 덕목 중의 하나일 것이다.포항 발전이 포스코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굳건한 발판이 됐음을 공감하고 ‘포스코 사랑, 포항 사랑’의 아름다운 공생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포스코의 세계 최고 철강사 선정을 축하드린다.

2021-11-21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은 다시 오는데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5년마다 반복하여 축제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대통령 선거의 계절만 다가오면 동서고금의 성공했거나 실패한 지도자들의 면면을 떠올리면서 나름대로 선택의 기준과 원칙을 정해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인물에게 투표를 한다. 이번에 선택한 인물이 역사와 국민 앞에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결정하지만 지나간 대통령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건국 이후 19대에 걸쳐 총 1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대통령들의 잔혹사는 우리 정치가 이보다 더 후진적이고 비극적일 수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같아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현명한 군주를 찾았지만 유능한 리더의 덕목과 기준은 너무도 엄격하여 시공을 다 뒤져봐도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모두가 인정하는 지도자를 찾기란 그렇게 쉽지는 않는 것 같다.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 1천명의 조사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지난해(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이지만 원래 존재하는 고사성어는 아니다.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신조어로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똑같은 상황에 부딪쳐도 남은 비난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럽다는 이 말은 특권과 반칙, 거짓과 위선이 팽배한 현 시대상을 그대로 표현한 단어여서 씁씁함을 감출 길 없다.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전회 모두 매진된 세익스피어의 연극 ‘리어왕’의 주연을 맡은 87세의 원로배우는 다가오는 대선의 계절에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라는 3가지 만큼은 꼭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어려운 말문을 열었다.우선 국민 통합이 중요하며 나를 반대한 사람도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과거로 후퇴하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를 향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도덕적으로 청렴해야 한다. 대통령자리는 돈 먹는 자리가 아니다. 법위에 군림하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국가를 잘 보존하고 형편이 나아지게 해야 한다. 리어왕 분장을 한 노배우는 덧붙인다. 늙을수록 칭찬을 좋아하는데 리어왕도 그러다 속아 넘어가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정치도 매한가지다. 칭찬이나 아첨에 휩쓸리지 말고 아프지만 정직한 충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특권과 반칙,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은 당시 지배계층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의심을 한다.우리에겐 다소 낯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모범복지국인 스웨덴에는 ‘타게 엘란데르’ 라는 정치인이 있다. 재임 시절 모든 특권을 버리고 오직 국민의 삶속으로 들어와 친구처럼 이웃처럼 보낸 엘란데르 총리가 외투 한 벌, 구두 한 컬례로 23년 총리직을 수행하고 은퇴 후 낙향했을 때 오히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이 지지자들 보다 더 많았다고 하니 그의 대화와 타협, 특권 없는 삶 그리고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에 대해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가 어느 정도일까 짐작이 된다. 정계를 은퇴하면 천덕꾸러기가 되어 하루아침에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우리의 정치풍토와 사뭇 대조적이다.타임머신을 타고 600여년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의 제4대 군주인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세종시대 만큼 흙수저의 전성시대가 없었고 부정부패라는 단어를 잊을 만큼 청백리 문무백관들이 넘쳐나는 시기도 없었다. 인재등용에 있어 저울처럼 공평했으며 모든 공은 백성과 신하의 몫으로 떠 넘긴 세종의 리더십도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뭄과 흉년이면 3가지 이상 반찬을 얹지 못하게 했고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날마다 수확량이 많은 벼 품종을 개발하라며 집현전 학자들을 닦달했던 임금의 모습은 오늘을 가는 모든 지도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다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전 현직 대통령이 정파를 초월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국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말이지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지지층과 비지지층을 분열시켜 전선을 확대시키고 반사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세력이다.역사에는 거짓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역사는 거짓도 기록은 하되 진실만을 기억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역사만큼 두려운 단어는 없다. 대통령 선거는 역사의 일부분이다.아직은 누구인지 어느 진영인지 희미하게 보이지만 통합과 공정을 앞 세워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분열과 차별을 선택하여 과거로 후퇴할 것인지는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향해 가고 있다.

2021-11-14

소리조경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꽃구경 할 일도 많지 않은 늦가을인데 기청산식물원에 가고 싶어진다. 아주 천천히 잎을 피워서 키 작은 나무들이 햇볕을 잘 받아서 무럭무럭 크도록 한다는 나무. 듬성듬성 잎을 피우지만 잎을 피운 자리는 잔가지가 많아 매의 날카로운 눈도 피할 수 있어 새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나무.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아 ‘조경의 마지막은 소리조경이다’는 깨달음을 주었다는 나무. 그 ‘외롭고 높고 쓸쓸한’ 느릅나무가 보고 싶어서다.자기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만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기들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만 들으려는 사람이 늘어나서일까? ‘소리조경’은 고사하고 참 소란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듣는 이의 정서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빠르고 큰 소리로 눌러버리려고만 하지 들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휴대폰을 끼고 살다보니 혼자서도 시끄러운 시대가 돼버렸다. 소리도 처방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버렸다.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3배 빠르게 재생하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나고 8배 빨리하면 귀뚜라미소리가 난다고 한다. 또 3옥타브 내리면 돌고래 소리와 닮았고 8옥타브를 내리면 파도의 밀물, 썰물소리와 닮았다고 한다. 피타고라스가 예언한 대로 지구의 생물들 간의 소리는 조화로운 비율의 원리가 반영되어있다. 소리와 음악은 이처럼 신비롭다. 우리는 왜 그 조화로움을 잃어버린 것일까?신선도를 수련하는 중에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물이 도와 같다는데 어떤 연유입니까?”“네 옷이 더러우니 우선 빨래부터 하고 오너라.”제자가 빨래를 해서 가져가니 스승이 물었다.“그래, 옷이 어떠냐?” “예, 깨끗해졌습니다.”“네 더러움을 누가 가져갔느냐?” “물입니다.”“그럼, 너는 물한테 무엇을 줄래?”이런 물 흐르는 소리가 나는 대화가 그립다. 흐르는 물소리에 맞서는 음악은 없다. 물소리는 사람은 물론 만물이 그 생명을 유지하는 움직임의 소리이므로 가장 깊은 소리이며, 근원적인 힘을 가진 소리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을 이렇게 얘기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고루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그리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기꺼이 처하나니, 그런 까닭에 거의 물은 도에 가깝다.” 속은 올곧고 굳세어 쉬지 않고 아래로 흐르지만 겉으로는 유약한 듯 부드러우니 막아서는 것이 있으면 융통성 있게 에둘러가며 주변의 땅 생김새를 따른다. 바로 외유내강(外柔內剛)한, 전형적인 군자의 덕이요 모습이니, 도덕을 잃지 않으며 또한 현실을 어기지 않는다. 그러니 물소리는 세상의 가장 큰 음악이고 소리조경인지도 모른다.정화수 한 그릇을 받으러 가는 길에 행여 길바닥에 나와 밤잠 자는 벌레들을 죽일까봐 대나무가지로 길을 쓸며가는 빗질소리도 그립다. 새벽 1시 동네의 우물에 맨 처음 고이는 맑은 물을 한 그릇 떠놓고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하늘의 별과 나무와 바위에 빌던 우리 옛 분들의 마음은 이미 그 물을 닮아 있었는지도 모른다.풍물놀이에서 쇠가락을 물 흐르듯이 치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마음호흡을 물과 같이 하라는 말과 같다. 대교무교(大巧無巧), 기교의 단순 복잡을 넘어 서는 기운 생동함을 깨치자는 말이다. 범패, 특히 쌍계사 진감국사의 어산(魚山)은 해 떠오를 무렵 섬진강 물고기들의 비약에서 발원 되었다고 한다. 꽹과리소리에 생명의 약동과 비약을 안아 들인 것이다. 쇠를 물 흐르듯이 치라는 말은 그 물속에서 흐름을 타고 노는 물고기처럼 가라앉고 뛰어오르는 것까지도 포함한 말이다. 솟는듯하다 잠기고 잠겼다 다시 솟아오르는 싱싱한 물고기장단을 치라는 말이다. 꽹과리도 물의 덕성을 알아야 세상 사람이 듣기 좋은 신명난 소리를 낸다니 세상의 으뜸소리는 물소리인 듯하다.가을이 깊었다. 깊은 산사라도 찾아가 이른 새벽에 바위 하나를 찾아 가만히 앉아보라. 삭. 삭.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린다면 나는 비로소 고요해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소리들이 어지러울 때 신라의 최치원은 계곡물로 벽을 쳐 세상소리를 못 들어오게 했다니 참 멋진 ‘소리조경’이지 않은가! 우리를 생기 돌게 하는 가을의 소리들을 챙겨듣자.사람이 내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입은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것처럼 말을 줄이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자. 그렇게 많이들은 사람들의 말이라야 세상을 위로할 수 있다. 따뜻한 위로의 말,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 맞아’하는 공감의 말은 좋은 관계의 추임새다. 느릅나무에 찾아와 노래하는 꾀꼬리만큼은 아니지만 ‘귀로 먹는 약’은 될 수 있다.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으로 나가고 세상은 귀를 통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하는 말은 소음일까 소통일까? 이래저래 ‘소리조경’이 필요한 시대다.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