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다음달 13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정책역량 강화 등을 위해 의회 직원의 인사권을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 또 지방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 전문인력(정책지원관)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직공무원들이 지방의회 근무를 기피하고 있어 시작부터 인사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조직규모가 적어서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규채용에서도 현직공무원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이런 지방의회 인사난맥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비단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규모가 적은 조직은 공무원계급이 낮아서 승진기회가 적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중앙부처의 과장은 3급이고, 시도의 과장은 4급이며, 시군구의 과장은 5급이다. 거기다가 5급 이상 간부 분포비율도 조직 규모에 비례하여 지방의회는 적게 되어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이러한 계급제공무원으로 수직행정을 해오다 보니까, 인사적체로 사기와 능률이 떨어지고 복잡한 전문행정을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진작 계급제공무원을 직위분류제공무원으로 전환하였다. 직위분류제는 계급 없이 직무에 따라 공무원의 직위와 보수를 주는 전문공무원제도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처럼 21세기에는 직위분류제 전문공무원으로 임명을 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전문행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나, 아직도 전시동원체제나 새마을운동시대 같은 획일적이고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급제공무원을 임명하다보니, 업무능률도 떨어지지만 승진도 어려워 기피현상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지방의회 인사난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광역시도의회는 승진이 유리하여 현직공무원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으나, 기초시군구의회는 고작 사무관자리 2~3개로 승진이 어려워 지원을 꺼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향후 신규공무원 채용에서도 난항이 예상되므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본문의 제목부터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상반되는 계급제공무원을 드러낸 의도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제도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계급제는 순환경력에 의한 승진으로 대우를 받지만, 직위분류제는 장기간 전문경력에 의한 직무로 대우를 받으므로, 소규모의 지방의회는 직위분류제공무원이 적합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지원이 부족한 지방의회 정원은 일단 기존 집행부의 순환근무 형식으로 파견배치하고, 향후에 지방의회 전문인력 충원 시에 원대복귀 시키는 절충안을 마련하던지, 아니면, 전부 신규채용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부의 신규채용이라도 행정경력직으로 채용한다면, 그만큼 업무공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에 전국적인 지방의회 인사문제를 계기로, 대한민국공무원 인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직위분류제로 전환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전부터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다. 1980년대에 5급에서 9급까지 세분하고 직렬도 대폭 늘려서 직위분류제로 전환하는 준비를 하였으나, 정권교체에 따라 일관성 없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이다. 무려 2천년 전에 중국의 진시황은 개방형 단일공무원제도로 광활한 대륙을 통일하였다. 중국대륙 어디서나, 공무원의 자유의사에 따라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여 누구나 고관대작이 될 수 있도록 기회균등인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산등선으로 마차가 달리는 대로를 개발하는 등 획기적인 국가발전을 이루어 강력한 진나라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공무원 체계는 어떤가? 국가직·지방직·광역·기초 등 기관단체별로 각각 다른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고, 계층도 9급·7급·5급(고시)·특채 등으로 사분오열 돼 있어서 국가를 통합적으로 관리ㆍ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의아스럽다. 동맥에서 모세혈관까지 하나로 맥박하는 신체를 비교해 봐도 걱정스럽다. 또한, 같은 전문직이라도 기관, 단체, 지역, 계층별로 신분이 다르므로 적재적소에 따른 수평이동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탁상에서 기획하고, 광역단체 공무원들은 전달이나 하고, 기초단체 공무원들은 집행만 하면 된다고 항변하는 수직행정을, 21C의 4차 산업혁명과 생명우주과학시대에도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나라나 공무원에 관심이 깊은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공무원이 국가를 관리·운영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주마가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지방의회의 전문직공무원은 시민의 편에서 지방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원의 역할을 보좌하고, 때로는 그 역할을 대신하는 지방자치의 파수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