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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속도 5030

등록일 2022-01-04 20:00 게재일 2022-01-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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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이재혁​​​​​​​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도심을 차로 이동하다보면 제한속도가 많이 달라져 있고 차들이 느리게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의 속도 변화가 우리의 삶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안전속도 5030’은 지난해 4월 17일부터 도로교통법을 개정으로 시행된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교통정책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30㎞/h, 도로폭이 넓은 간선도로는 50㎞/h가 적용된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2016년부터 서울 및 부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됐고, 2019년 4월부터 2년간 유예 기간을 거치고 2021년 4월 17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되고 있다.

국토부에서는 시행 100일 후 안전속도 5030 적용 후 교통사고 통계를 발표했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0년 대비 12.6% 감소한 317명, 보행자 사망자는 16.7% 감소한 137명으로 조사됐다. 안전속도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비해 2.7배의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보행자 충돌실험에 의하면 사람이 60㎞/h 자동차와 충돌 시 10명 중 9명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르고, 시속 50㎞/h 자동차와 충돌하게 되면 10명 중 5명이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른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즉, 충돌속도가 시속 60㎞에서 30㎞로 50% 낮아지면 중상가능성은 83.4%(92.6%→15.4%, 77.2%p) 줄어든다. 이유는 속도를 50㎞/h로 줄일 경우 제동 거리가 30%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속 60㎞를 50㎞로 줄일 때 보행사망가능성이 3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으며 50㎞/h로 주행하는 경우 60㎞/h 주행에 비해 시간 차이는 평균 2분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사고의 대다수가 차 대 사람의 사고이고 그중 사망사고가 36.7%로, 프랑스 11.6%, 미국 12.1%, 독일 14.2%나 높은 수치이다. 이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유럽교통안전 선진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차량속도를 일반도로 50㎞, 이면도로 30㎞로 제한하고 있고, OECD 3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사람들 가운데 안전속도 5030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으며 교통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영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다. 다변화된 도로 환경을 배제하고 감속이 사고율을 낮춘다는 방법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도로환경에 맞는 교통안전시설을 추가와 보강도 반드시 필요하다. 바닥형 보행신호등, 중앙분리대 설치, 스마트안전봉 설치 등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보완을 통해 시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명 민식이 법이라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규제가 나올 때도 운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였다. 또한 이러한 법을 악용하거나, ‘민식이 놀이’가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들이 가지고 오는 효과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법의 취지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강력한 스쿨존 보호가 시행되고 있으며 안전속도정책은 일상생활이 되어 있다.

그동안 운전자 입장에서 익숙했던 교통정책들이 보행자 위주의 정책으로 바뀌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때이다. 보행자도 약자임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도로와 교통법을 제대로 알고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자전거 면허’가 있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자연스럽게 교통법규에 대해 배우면서 보행자 보호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보행자보호와 안전한 교통법규에 대해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자를 보호하고, 교통의 흐름에 맞는 운전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느리지만 안전하게 운전하면 초보운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특히 여성운전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조금이라도 늦게 운행하면 끼어들기, 경적 울리기 등을 통해 운전자를 위협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그동안 ‘빨리 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왔다.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빨리 성과를 이루고, 서두르는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우리의 삶이다. 이러한 문화로 사람보다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에 익숙해져 있었고 경제성장이 만능인양 숨 가쁘게 달려온 치열한 기성세대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생명이 존중받을 때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이 높아지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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