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도재단의 독도 관련 기관·단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외 독도 수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수가 247개로, 지역별로는 서울이 115개로 가장 많고 경북이 47개소, 대구 16개소, 경기 11개소 순으로 나타났다. 종류별로는 민간단체가 158개소로 가장 많고, 정부 및 지자체가 42개소, 대학 부설 연구소 및 학술단체가 29개소이다. 독도에 대한 국가 혹은 국민적 관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이다.
독도 영토주권 수호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연구기관과 민간단체간 유기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 연구기관의 민간참여연구의 모범사례로서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가시일수 조사 사업이 있었다. 이 사업은 2008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울릉도 특정장소에서 울릉주민이 매일 독도가 보이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이다. 국내 독도 연구자들이 유사한 연구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할 때 연구기관과 민간의 협업연구를 통한 독도 연구의 지평 확대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민간 협업 연구 관련해 최근 일본의 울릉도 향토사 연구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그동안 시마네 지역 향토 사학자를 중심으로 독도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해 오다가 오키신보, 울릉도우회보 등 울릉도 관련 자료를 발굴하여 울릉도 향토사 연구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는 울릉도·독도 관련 향토사 연구는 대단히 미비한 편이다. 이러한 울릉도·독도 향토사 연구는 지리적 특성상 독도 연구기관으로만 한계가 있으며, 울릉도의 민간단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협업은 바다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독도 해역에서 오랫동안 물질을 하며 장기간의 바다 변화를 관찰해 온 해녀야말로 진정한 바다 생태학자이며 기후연구학자라 할 수 있다.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해녀와 과학의 만남은 유사한 연구를 반복하는 독도 연구의 새로운 지형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도 관련 민간단체와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활동을 해온 울릉주민으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있다. 먼저는 향토사랑이 곧 나라사랑이라는 취지로 1988년 5월 창립된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이다. 독도 관련 민간단체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이다. 1996년까지 독도나무심기 활동을 주로 전개했으며, 1988년 한국탐험협회, 한국외국어대 독도연구회와 함께 울릉도-독도간 뗏목탐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뗏목탐사는 독도 관련 대표적인 노래인 한돌의 ‘홀로아리랑’ 탄생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덕영은 발해의 해상 무역 항로 복원을 위해 발해 당시의 기후조건과 항해조건을 고려하여 뗏목으로 발해 항로를 탐험한 발해 1300호 선장으로 활동하였다.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는 또한 한국외국어대 독도연구회와 연계하여 독도 미군폭격피해 사건 자료 발굴과 함께 독도의용수비대 보훈 활동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전라도 여수 거문도 지역 답사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전라도 지역민들의 울릉도·독도 도항과 독도 명칭 유래 조사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는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단체의 회장을 역임한 울릉주민 이예균 회장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이예균 회장(1948~2018)은 독도 관련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연계를 통하여 울릉도 향토사 연구 및 독도 현장 연구가 확장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이예균 회장은 또한 독도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울릉도 및 독도 연구가 이 만큼 발전하는데는 이예균 회장과 같은 숨은 공로자가 있었기 때문임은 분명하다.
울릉도의 민간단체로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단체는 2013년에 발족된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울릉군지부이다. 독도는 울릉주민의 삶의 터전이며 또한 행정구역상 울릉도의 부속섬으로서 울릉도와 연계하여 울릉주민의 삶의 터전과 문화로서 독도를 지킬 필요가 있다. 슬로푸드 울릉지부는 울릉도의 토속 음식을 바탕으로 울릉도의 전통 문화 보전에 역점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울릉도에는 7종(섬말나리, 칡소, 옥수수엿청주, 울릉홍감자, 긴잎돌김, 울릉손꽁치, 물엉겅퀴)의 특산물이 국제슬로푸드협회에 의해 맛의 방주로 지정된 바 있다. 최근 경북도와 울릉군에서는 울릉도의 산채 관련 음식·생활 문화에 주목하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추진을 준비중이며, 또한 울릉손꽁치어업 또한 국가중요어업유산 추진을 준비중에 있어 후속 활동이 기대된다. 울릉도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문화로서 독도를 지키는데 있어서 울릉도·독도 육상 식물 및 해양생태 연구기관과의 활발한 협업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슬로푸드 울릉지부와 함께 2016년 발족된 울릉문화유산지킴이 또한 울릉도 문화유산 보전과 울릉 주민에 의한 독도 영토 수호 활동에 기대되는 단체이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매년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독도 관련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교육·홍보 및 연구·조사 활동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가시일수 민간 참여 연구 사례처럼 독도 연구기관과 민간단체 협업 사업을 보다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최근 일본의 울릉도 향토사 연구 동향과 관련하여 울릉도 내 민간단체의 역할을 보다 확장할 수 있는 국가적 관심과 활동 지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