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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은 다시 오는데

등록일 2021-11-14 19:53 게재일 2021-11-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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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5년마다 반복하여 축제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계절만 다가오면 동서고금의 성공했거나 실패한 지도자들의 면면을 떠올리면서 나름대로 선택의 기준과 원칙을 정해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인물에게 투표를 한다. 이번에 선택한 인물이 역사와 국민 앞에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결정하지만 지나간 대통령들은 대부분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건국 이후 19대에 걸쳐 총 1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한국대통령들의 잔혹사는 우리 정치가 이보다 더 후진적이고 비극적일 수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같아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현명한 군주를 찾았지만 유능한 리더의 덕목과 기준은 너무도 엄격하여 시공을 다 뒤져봐도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모두가 인정하는 지도자를 찾기란 그렇게 쉽지는 않는 것 같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 1천명의 조사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지난해(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이지만 원래 존재하는 고사성어는 아니다.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신조어로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말 그대로 똑같은 상황에 부딪쳐도 남은 비난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럽다는 이 말은 특권과 반칙, 거짓과 위선이 팽배한 현 시대상을 그대로 표현한 단어여서 씁씁함을 감출 길 없다.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전회 모두 매진된 세익스피어의 연극 ‘리어왕’의 주연을 맡은 87세의 원로배우는 다가오는 대선의 계절에 대통령 후보들에게 바라는 3가지 만큼은 꼭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어려운 말문을 열었다.

우선 국민 통합이 중요하며 나를 반대한 사람도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과거로 후퇴하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를 향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도덕적으로 청렴해야 한다. 대통령자리는 돈 먹는 자리가 아니다. 법위에 군림하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국가를 잘 보존하고 형편이 나아지게 해야 한다. 리어왕 분장을 한 노배우는 덧붙인다. 늙을수록 칭찬을 좋아하는데 리어왕도 그러다 속아 넘어가 비참한 말년을 보냈다. 정치도 매한가지다. 칭찬이나 아첨에 휩쓸리지 말고 아프지만 정직한 충고를 새겨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특권과 반칙,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은 당시 지배계층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고 의심을 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모범복지국인 스웨덴에는 ‘타게 엘란데르’ 라는 정치인이 있다. 재임 시절 모든 특권을 버리고 오직 국민의 삶속으로 들어와 친구처럼 이웃처럼 보낸 엘란데르 총리가 외투 한 벌, 구두 한 컬례로 23년 총리직을 수행하고 은퇴 후 낙향했을 때 오히려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이 지지자들 보다 더 많았다고 하니 그의 대화와 타협, 특권 없는 삶 그리고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에 대해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가 어느 정도일까 짐작이 된다. 정계를 은퇴하면 천덕꾸러기가 되어 하루아침에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우리의 정치풍토와 사뭇 대조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600여년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의 제4대 군주인 세종대왕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역사상 세종시대 만큼 흙수저의 전성시대가 없었고 부정부패라는 단어를 잊을 만큼 청백리 문무백관들이 넘쳐나는 시기도 없었다. 인재등용에 있어 저울처럼 공평했으며 모든 공은 백성과 신하의 몫으로 떠 넘긴 세종의 리더십도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뭄과 흉년이면 3가지 이상 반찬을 얹지 못하게 했고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날마다 수확량이 많은 벼 품종을 개발하라며 집현전 학자들을 닦달했던 임금의 모습은 오늘을 가는 모든 지도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다시 대통령 선거의 계절은 다가오고 있다. 우리도 미국처럼 전 현직 대통령이 정파를 초월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국민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정말이지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지지층과 비지지층을 분열시켜 전선을 확대시키고 반사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세력이다.

역사에는 거짓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역사는 거짓도 기록은 하되 진실만을 기억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역사만큼 두려운 단어는 없다. 대통령 선거는 역사의 일부분이다.

아직은 누구인지 어느 진영인지 희미하게 보이지만 통합과 공정을 앞 세워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분열과 차별을 선택하여 과거로 후퇴할 것인지는 오로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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