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19년 기준 177만 명으로 외국인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4%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OECD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비중이 낮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이주의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결혼, 취업, 학업 등의 목적으로 국내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한국국적 취득, 난민 인정,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사회적응과 교육, 취업 등 이주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함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노력의 하나로 서로 다른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집단을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정도를 다문화수용성으로 정의하고, 정부에서 2012년부터 3년마다 국민의 다문화수용성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에 발표된 다문화수용성 결과, 우리 지역이 속한 영남권은 다문화수용성이 51.83점으로 전국 평균 52.81점에 비하여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대비 1점이 하락하였으며, 성인과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지수 간 격차 역시 5.4점이 더 넓어졌다.
대구시의 외국인·이주민을 위한 정책 가운데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정책은 구·군별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어교실, 가족교육, 가족상담 등 가족관계는 물론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지원되고 있다. 주목해 볼 사업으로 사각지대의 결혼이민자를 찾아내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맺고, 소외되지 않고, 지역사회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지지망을 맺는‘다문화가족소통도우미사업’, 한국어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초기 결혼이민자 또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한시적 ‘일상생활 통역지원’, 자녀의 학교 공지 사항 등 알림을 알기 쉽게 모국어로 번역하여 서비스하는 ‘다국어 자녀 학교 알림서비스’ 등 이주민을 위한 세심한 정책이 지역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지역의 다문화수용성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지 않는 차별·배제·동화 등의 전통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초기 다문화를 대하는 방식은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보다는 주로 우리 중심의 하나의 방식만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결혼이민자의 경우 자녀에게 엄마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을 꺼렸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이중언어의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녀에게 이중언어를 학습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조금씩 조금씩 다문화수용성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다문화수용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주류 구성원들의 인식과 태도가 ‘상호문화주의’입장에서 다문화사회를 바라보기 위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익숙했던 문화에서 크게 다름이 차별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얼마 전 어떤 강의에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피자와 파스타가 있다면 베트남 대표요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구나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쌀국수’를 외쳤다. 순간 “왜, 이탈리아 면 요리는 파스타인데. 베트남 면 요리는 쌀국수라고 하죠”라는 질문에 모두가 순간 다른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였다. 베트남의 면 요리의 퍼(ph<1EDF>)로 부르지 않고 쌀국수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그제야 인지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태도가 우리가 지닌 다문화에 대한 수용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를 바꾸기 위해 어린이집, 학교,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다문화수용성제고를 위한 교육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 문화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로 다문화수용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강사를 파견하고 있으며,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역시 부처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앞서 성인과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의 세대 간 정도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큼 타인에 대한 문화를 배려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수용성이 샐러드 볼이라고도 하고, 용광로라고도 한다. 샐러드 볼은 다양성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광로는 그 다양성이 하나로 녹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강점이 있다.
대구는 샐러드 볼이 될 수도, 용광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함께 뭉치고 함께 역경을 이겨내고,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열정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살아있는 시민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에 더 많은 이주민이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공동체로, 그들과 우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열린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