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을 마실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단연코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낙동강 가까이에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산업단지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산업단지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은 4만 가지가 넘는다. 기업들은 유해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고 산단 내 폐수처리장으로 보낸다. 폐수처리장은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처리된 유해물질이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수질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현재 어떤 유해화학물질이 어떻게, 어느 만큼 낙동강으로 유입되는지 모르고 있다.
1991년 1·2차 구미 두산전자 페놀 사고를 비롯해 2004년 1-4 다이옥산 유출, 2006년 퍼클로레이트 사고, 2008년 김천 코오롱 유화 화재로 인한 페놀 사고, 2009년 1-4 다이옥산 사고, 2012년 구미 4공단 불산 가스누출사고, 2018년 과불화화합물 유출 등 지난 30년 동안 낙동강 주변 산단에서 수질 오염사고들이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런 사고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정부의 무능함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기업유착, 전문성 부족, 하·폐수시설 노후화, 투자 부족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낙동강 의존율이 높은 부산(88%)과 대구(66%)가 안전한 먹는 물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낙동강유역물관위원회가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안전한 먹는 물을 위한 수질 개선과 취수원 다변화)’을 심의·의결했다.
낙동강 하류인 합천 황강 복류수에서 하루 45만t을 취수하고 경남 창녕군에서 하루 45만t의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경남 중동부(48만t) 우선 배분하고, 부산(42만t)에도 공급하기로 했다. 강 바닥 밑 30m 이상 아래에 있는 지하수(강변여과수)를 뽑아내는데만 약 7천 억원이 들고 추가로 유해물질을 처리하는 비용도 발생한다. 또 지표수 수위가 하강할 수 있어 농업용수 부족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상류인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취수해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28만8천t의 먹는 물을 확보해 대구(57만t)와 경북(1만8천t)에 공급한다. 여기에 7천억원의 예산이 들고 물이용 부담금인상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환경부가 구미시에 매년 100억원을 지원한다. 대구시도 100억 원을 일시금으로 지원한다. 대신 대구 수성구·동구·북구 일부 주민들이 마시고 있는 청도 운문댐 물(7만t)을 울산시에 나눠줄 계획이다.
취수원을 구미 해평으로 이전해도 수질 오염사고의 위험은 상존한다. 해평 상류에도 페놀, 퍼클로레이트, 1-4 다이옥산 등을 배출하는 산단이 들어서 있다. 영주에는 대규모 베어링특화단지를 조성 중이어서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여기서도 수질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또 다시 취수원을 상류로 옮길 건가.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다.
현재 t당 170원을 부과하는 물 이용 부담금(약 2천500억원)은 환경기초시설 지원, 낙동강 주변 토지매수, 주민지원사업 등에 사용되면서 빠듯한 상황이다. 추가 인상을 위해선 강원, 경북, 대구, 경남, 울산, 부산지역 시·도민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과연 이들이 동의해 주겠는가. 주민 간 또 지역 간 갈등과 반목을 낳을 게 자명하다.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에 나눠준다는데, 갈수기 땐 비상 식수 확보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운문댐은 2018년 2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취수를 중단한 적이 있다. 현재도 37.1%의 저수율로 가뭄 주의단계로 진입해 물이 부족한 상태다. 금호강물을 대체 식수원으로 사용한 적도 있지만, 흙냄새를 유발하는 ‘지오즈민’이 검출되면서 심한 악취로 난리가 난 바 있다.
운문댐 물을 울산에 주는 것은 낙동강 물 문제의 본질을 전혀 모르는 한심한 결정이다.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 안에 있는 반구대암각화(국보)를 보호하기 위해 운문댐 물을 끌어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만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 현재 운문댐 물을 먹고 있는 대구 수성구, 동구, 북구 주민들을 외면한 결정이어서 앞으로 집단 민원이 우려된다.
낙동강 먹는 물 문제에 대해 정부는 낙동강 산업단지의 폐수처리시설의 현대화와 오염원인자부담원칙이 지켜지는 근본적인 해법을 내어 놓아야한다. 먹는 물은 다른 수계와 같이 댐으로 옮기는 것이 낙동강 주변 1천 300만명의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공론과정을 거쳐 국민의 입장에서 하루 빨리 먹는 물 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잡아나가길 바란다.